Gods, Demons, and Humans - Lars RAW novel - Chapter 203
0203 / 0923 ———————————————-
소제목…언제나 이 넘이 말썽이군요…말썽은 그냥 피해 가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합니다…~3~)y-~~
솔로몬 그리즈 성의 서쪽으로 빠져 나온 라스 일행은 말을 달린다고 달리기는 했지만 계절이 겨울에 가까운 탓인지 금방 해가 기울어 날이 어두워진 탓에 적당한 곳에서 하룻밤 노숙을 하기로 했다.
이곳이 수도인 크리스틴 바실리 성이나 인근이라고 한다면 인구도 많고 평야도 넓어 마을이 무척 많이 있다. 그런 곳에서는 수중에 돈만 있다면 날이 저물었을 때 잠자리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불행히도 이곳은 오크나 고블린, 심지어 트롤까지 종종 발견되곤 하는 험준한 오즈굴 셀바노스 산맥 인근인 탓에 마을을 찾기 꽤 힘든 편이다. 물론 대로는 나름대로 잘 닦여 있어 목적지인 리즈번 남작령까지 가기에는 전혀 지장이 없지만 지금과 같은 때 주변에서 마을을 찾을 수 없게 되면 길거리에서 노숙을 해야 한다.
“이곳이 적당하겠군.”
수중에 돈이 있으니 굳이 노숙을 할 생각을 버리고 가까운 곳에 마을이 있으면 얼마를 쓰더라도 하룻밤 머물 생각이 간절했지만 아쉽게도 주변이 완전히 어두워 졌을 때 불빛을 볼 수 없었다. 하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세 사람은 서둘러 하루 노숙할 자리를 정할 준비에 들어갔다.
다행히 라스와 스펜서가 적당한 곳을 물색해 자리를 잡은 후 장작을 모으고는 힘들게 모닥불을 피웠다. 라스와 스펜서가 자리를 잡고 불을 피워주자 리사는 말 네 마리를 주변에 세워 놓고 말에 실려 있는 짐을 내렸다.
불이 피워지고 따뜻해지자 금방 세 사람은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았다. 당장 급한 것은 배고픔이었기 때문에 서둘러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너무 시장했기 때문에 라스가 직접 작은 솥을 걸고 가죽으로 만든 물주머니에서 물을 부어 끓였다. 물이 끊기 전까지 갑작스러운 침묵이 찾아왔다.
“······.”
나름대로 호기 있게 따라 나서기는 했지만 리사는 밤이 되고 어두워 졌을 때 건장한 체격의 남자 두 사람과 함께 있게 되니 몹시 거북한 표정이다. 덕분에 라스와 스펜서도 말이 없어졌다.
금방 물이 끓어오르자 라스는 식량으로 준비해 온 말린 고기와 말린 야채, 소금과 밀가루, 보릿가루를 한군데 뒤섞어 솥에 넣고 끓였다. 곧 결과물이 나왔는데 당연히 냄새도 그렇고 맛도 이상했다. 그렇지만 스프를 끓여 나누게 되니 어색했던 분위기는 많이 풀렸다.
“맛이 조금 이상하네요. 차라리 내가 만들어 줄 껄 그랬나요?”
서로 말 없이 음식을 먹는 것이 미안했는지 스프를 절반 정도 비운 리사가 스프 맛을 두고 나직이 투덜거리자 라스는 조금 쑥스러운 듯 콧잔등을 긁다가 아쉬운 대로 먹어 달라고 부탁했다.
리사가 빙긋 웃자 라스는 마음을 진정시킨 후 일단은 리즈번 남작령에 돌아가면 리사가 원하는 대장간을 만들어 줄 테니 그곳에서 머물며 리즈번 남작령을 대신 관리해 주고 있는 장과 함께 지내 주기를 부탁했다.
라스가 어렵게 부탁을 하자 리사는 대답을 하지는 않고 다만 피식 웃기만 하더니 배고픔 탓인지 맛이 이상하다고 하는 스프를 남기지도 않고 나무 식기가 깨끗해 질 때 까지 모두 비웠다.
갑자기 스펜서가 근처의 냇가에 가서 풀만 뜯은 말에게 물을 먹이고 식기를 씻어 오겠다고 일어선 동안 단 둘이 있게 된 라스와 리사는 서로 눈치를 보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화의 주제는 대부분 리즈번 남작령에 가서 할 것들에 관한 이야기다.
한참 만에 말을 끌고 스펜서가 돌아오자 두 사람 사이의 대화는 중단 되었다. 스펜서는 라스를 보고는 갑자기 피식 웃은 후 곧 담요를 두 장씩 꺼내 한 장은 바닥에 깔고 한 장은 몸을 감싸며 모닥불 주변에 적당히 자리를 잡고 눕게 했다.
자리에 눕자마자 리사는 갑자기 몸을 일으키더니 두렵다는 말로 자신이 듣기로 이 주변에는 식인귀나 도깨비가 종종 밤이 되면 내려오기도 하니 조심해야 한다며 모두 함께 밤을 지세 우는 것이 어떻겠는지를 권했다.
리사가 두려운 마음에 제안한 것의 절반이 무엇 때문인지 잘 알고 있는 라스는 약간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내보이지는 않고 조금 고개를 옆으로 돌려 쓴웃음을 지었다.
“밤을 새우자고? 내일도 갈 길이 먼데?”
대수롭지 않게 받아 넘겼지만 오크나 고블린이 야음을 틈타 산을 내려와 주변을 약탈하는 일이 종종 있다. 게다가 겨울이 멀지 않으니 식량이 부족한 마물들이 산을 내려와 먹을 것을 찾아 헤맬 시기에는 더욱 조심해야 했다.
물론 오크나 고블린이 산을 내려오는 것도 무시무시한 일이지만 뿐만 아니라 네 필이나 갖고 있는 말을 노리는 말 도둑이나 여행자의 금전을 털러오는 강도도 있고 일행 중에 여자가 있으니 여자를 납치해 팔아 버리려는 인신 매매범을 무시할 수 없으니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 한다.
문득 이렇게 날이 어두워 졌을 때 서로 잘 알지 못하는 라스와 스펜서를 따라 나선 리사를 두 사람이 번갈아 가며 욕정을 풀고 모든 것을 빼앗아 버린 뒤 죽여 버리거나 먼 곳으로 팔아 버릴 수도 있는데 호기 있게 따라 나선 것을 보면, 리사도 나름대로 어떻게든 이루고 싶은 야망이 있음이 분명했다.
“뭐, 내일은 남작령에 도착할 테니 거기서 푹 자면 되겠지.”
스펜서는 자신이 새벽에 보초를 설 테니 두 사람이 먼저 깨어 있으라고 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먼저 잠에 빠져 들었지만 라스와 리사가 한참 동안 이런 저런 이야기를 시작하니 갑자기 짜증을 내며 몸을 일으켰다.
덕분에 스펜서도 잠을 자지 않고 세 사람 모두 사소한 이야기에서부터 이야기를 털어 놓으며 각자의 불안한 마음을 달랬다. 리사는 라스와 스펜서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꺼내 놓으며 자신을 달래 주려는 것을 알았는지 조금은 머뭇거리는 것 같다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리사의 아버지인 빌 디포는 라스도 익히 알고 있는 대로 굉장히 유명한 갑옷 장인으로, 거의 40세가 다 되었을 때까지 결혼을 하지 않고 갑옷을 만들고 쇠만 두드리다 우연찮은 기회에 인연이 닿는 여자를 만나 리사를 낳았다.
보통 사람이면 거의 죽을 때가 다 된 40세에 낳은 딸아이였으니 리사는 태어나자마자 엄청난 귀염을 받았다. 물론 아버지의 기술을 배우러 들어온 수제자인 헥터도 처음에는 나이 어린 리사를 친동생이나 딸처럼 몹시 귀여워했다.
지금 헥터의 나이가 지금 38세고 리사의 나이가 21세니 두 사람의 나이 차이는 17세가 된다. 사실 빌은 리사에게는 이미 두 세대 전의 사람으로 빌은 보통 사람들과 같은 삶을 살지 못해 자식이 없어 사실상 수제자인 헥터를 양아들로 삼아 자신의 갑옷 만드는 기술을 전수해 주고 있었다.
늦게나마 리사가 태어나게 되고 귀엽게 커가게 되자 빌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끝까지 양자로 삼아 자신의 모든 것을 전수해 주겠노라고 결심했던 헥터에게 자신의 기술 중 중요한 부분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
특히 빌 디포가 갖고 있는 기술의 핵심인 보통의 금속 보다 절반 정도 밖에 무게가 나가지 않으면서 2배는 강도가 높은 금속을 만드는 기술을 끝까지 전수해 주지 않았다. 이 기술을 전수받기 위해 헥터는 무척이나 노력했지만 빌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금속 기술을 가르쳐 주지 않은 탓에 두 사람 사이는 극도로 가 나빠졌다. 이러던 사이 갑작스럽게 빌 디포는 어느 고위 귀족의 주문을 받은 갑옷을 만들 쇠를 녹이다 실수로 화덕에 쓰러져 불타 죽었다.
물론 이것은 공식적인 빌의 죽음이었지만 리사는 직감적으로 빌의 모든 기술을 전수 받으려 노력했던 헥터가 마지막으로 빌 특유의 금속 만드는 기술을 전수 받지 못하자 이에 앙심을 품고 죽여 버렸다고 지금까지도 굳게 믿고 있었다.
“······아버지가 그렇게 갑작스레 돌아가시고 나게 되니 헥터 그 자식이 숨겨 놓고 있던 본색을 드러냈지요.”
자신의 눈으로 본 것은 아니지만 리사가 아버지의 죽음이 헥터의 짓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된 계기는 헥터가 빌의 양아들임을 내세워 빌의 남겨진 유산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대장간을 가로채고 귀족들로부터 벌어들인 재산을 모조리 빼앗은 후, 약간의 돈만 주어 리사 모녀를 길거리로 내 쫓았기 때문이다.
리사의 어머니는 헥터의 행각에 충격을 받아 얼마 뒤 죽음을 맞았다. 갑작스럽게 집에서 쫓겨나게 되고 어머니까지 죽게 되자 리사는 어찌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 다행히도 지인들은 리사를 외면하지는 않았다.
상당히 구걸하기는 했어도 빌 디포의 도움을 받았던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얼마간의 자금을 변통할 수 있었고 보란 듯 헥터의 대장간 앞에다 자신의 대장간을 차렸다. 물론 헥터는 리사가 아주 조그만 대장간을 열자 그것도 하지 못하게 리사의 행동을 방해했고 심지어는 어느날 강제로 들어와 리사를 차지하려고 까지 했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의 눈도 있고 공식적으로 헥터는 리사와 남매 지간이었다. 중간 중간 여러 가지 좋지 않은 일이 있었지만 헥터는 다른 사람들의 눈을 의식해 리사를 거의 방치하다시피 내버려 두었다.
물론 헥터가 리사를 살려 둔 것은 그녀가 부친의 금속 만드는 기술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의심 때문이기도 했다. 어느새 세월이 흘러 혹시나 하고 찾아왔던 사람들은 리사가 말편자나 농기구 같은 것들만 만드는 것을 보고 실망하고 돌아갔다.
더 이상 낯모르는 사람이 찾아와 리사에게 갑옷 같은 것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지 않았고, 차츰 헥터가 자신만의 금속 제작 기술을 터득하게 되어 매우 유명해 지면서 아무도 리사의 대장간으로 갑옷을 위해 찾아오는 사람이 없게 되었다.
어느새 리사는 대장간을 팔아치우고 다른 곳으로 떠날까 했지만 그 동안 기회가 없어 망설이고만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라스가 찾아와 아무 이유 없이 각반과 팔목 보호대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남들은 함부로 내밀기 어려워하는 거금을 아주 쉽게 내어준 탓에 리사는 자신의 심혈을 기울여 최고의 물건을 만들어 보았다. 물건에 만족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솜씨를 인정해 주며 지금보다 나은 기회를 주겠다고 하니 그 기회를 얻고 싶어 따라왔다며 부끄러운 기색과 함께 슬쩍 고개를 숙였다.
“허어······. 그런 사정이 있는 줄은 몰랐네.”
리사로 부터의 제법 솔직한 마음을 듣게 된 라스가 무안해져 얼굴을 숙이자 옆에 있던 스펜서는 갑자기 화를 내며 당장이라도 솔로몬 그리즈 성으로 돌아가서 헥터를 요절내 버릴 듯 화를 냈다.
“······헥터인가 뭔가 하는 놈 참 나쁜 놈이네. 꽤 유명하고 솜씨가 좋다고 하기에 좋은 놈일 줄 알았더니 말이야.”
라스의 탄식과 스펜서의 불평을 뒤로 하고 리사는 쓴웃음을 지으며 슬쩍 고개를 돌렸다. 아마 자신의 모든 것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털어 놓았다는 후회와 일말의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아무튼 라스는 스펜서의 고백에서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새삼 깨달았고, 아울러 리사의 나이가 21세임에도 아직 남편을 맞지 않았고 남은 가족이 없음을 알아차리게 되자 은근히 기분이 좋아졌다.
너무 몸이 피곤해 지자 라스와 스펜서, 리사는 새벽 때에는 교대로 잠을 청해 날이 밝을 때까지 나름대로 잠을 자두었다. 다행히 리사가 우려했던 불상사가 벌어지지 않자 리사는 가장 먼저 일어나 근처의 냇가로 가서 물을 길어왔다.
물을 길어온 리사는 자신의 솜씨를 부린다며 불을 피우고 솥을 걸어 스프를 끓였다. 라스와 스펜서 모두 잔뜩 기대하며 스프를 받아먹었는데 아쉽게도 소금을 많이 넣어 음식이 너무 짰다.
소금을 많이 넣은 스프 때문에 물을 조금 더 많이 마시게 된 라스와 스펜서는 서로 큰 불평 없이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 리사가 애써 만들어 준 음식을 맛있게 다시 말에 짐을 싣고 리즈번 남작령으로 향했다.
별 다른 일 없이 정오쯤에 리즈번 남작령에 도착하니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장과 테오의 노력 탓인지 노예들이 장교 한 사람과 몇 사람의 병사들의 감시를 받으며 넓은 경작지에서 곡물을 수확하고 있는 모습이다.
반가움 마음이 일어 라스가 양팔을 높이 들고 고함을 지르며 다가가니 창을 들고 몸에는 솜을 누빈 가죽 갑옷을 입고 있는 병사들이 다가왔다. 모두들 라스 일행을 보고 잔뜩 경계하고 있는 중이다.
“엇! 리즈번 남작님이 아니십니까!”
잔뜩 경계했던 사람들 모두 곧 라스와 스펜서를 알아보고는 깜짝 놀랐다. 라스가 반갑게 모두의 안부를 물으니, 장교 군복을 입은 용병은 몹시 기뻐하며 얼른 장과 테오에게 라스가 이곳에 왔음을 알리고 스스로 나서 장에게로 라스를 안내했다.
이제 장교가 된 용병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장을 만나러 가는 동안 라스는 자신의 백성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는데, 표정이 꽤나 밝은 것이 다른 지역에서 보는 것처럼 힘겹게 살아가는 것 같지는 않았다.
어느덧 영주관이라고 하기에 너무 초라한 집에서 머물고 있는 곳에 도착하니 미리 전달을 받은 장과 테오가 나와 있었다. 그들 두 사람도 갑자기 라스가 찾아왔다는 말에 무척이나 놀라며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잠시 국왕께 허락을 받아 고향에 다녀오는 길이에요.”
두 사람이 갑작스러운 방문에 의문을 표하자 라스는 고향인 카비 마을에 다녀오도록 국왕께 허락을 받았다며 고향에 다녀오고 솔로몬 그리즈 성에 들렀다가 이곳에 와 장과 테오를 만나게 되었음을 설명해 주었다. 곧 자랑하듯 이번에 자작이 되었음을 알려 주었다.
“축하드립니다! 라스 리즈번 자작님!”
장과 테오가 번갈아 가며 축하해 주니 라스는 멋쩍어 하다가 이곳에 오다가 둘러보니 농경지가 많이 개간되어 있고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도 다른 곳 보다는 삶이 나아 보인다며 장과 테오의 노력이 대단함을 칭찬했다.
라스가 칭찬하니 두 사람이 무안해 했다.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라스는 그 자리에서 아직 기사 작위가 없는 테오에게 자작의 기사 작위를 수여했다. 비록 약식으로 치러진 기사 작위 수여식이었지만 갑자기 기사 작위를 수여 받게 된 테오는 몹시 감격했다.
굉장히 감격해 하는 테오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라스는 리사 디포를 소개해 주며 매우 솜씨가 좋은 대장장이인데 이 사람을 위해 대장간을 만들어 주기를 부탁했다. 장은 여자 대장장이가 나오자 고개를 갸웃 거리며 의아해 했다.
굳이 길게 물어볼 것도 업이 대부분의 농기구 같은 것을 솔로몬 그리즈에 사람을 보내 구입해 오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며 기꺼이 대장간을 세워 달라는 라스의 부탁을 어렵지 않게 승낙했다.
눈앞에서 약속을 지켜 준 라스에게 리사는 물론, 갑자기 생각지도 않게 기사 작위를 받게 된 테오도 몹시 감격하니 라스는 오히려 그들 두 사람에게 감사했다. 점심은 대충 방과 스프로 해결했지만 이날 저녁은 장의 아내 예리나와 딸 피리네가 준비한 제법 푸짐한 식사를 대접 받았다.
식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가 흘러 나왔다. 장과 테오는 라스가 참가한 전쟁에 자신들이 도움을 주지 못한 사실에 안타까워했다. 라스는 좋은 말로 두 사람을 다독여 준 후 짧은 시간 영지를 개간할 수 있었던 비결을 물었다. 대답은 노예다.
“노예를 이용해 미개척지를 조금씩 개척해 나갔다고요?”
반문하는 라스에게 장은 테오가 세워준 계획에 따라 노예들을 이용해 미개척지를 개간해 대규모 농장을 꾸며 현지에 거주하고 있던 주민들의 농지를 빼앗거나 무리해서 과중한 세금을 거두지 않아도 될 정도가 되었음을 설명했다.
“처음에는 조금 힘들었지만 일단 경작지를 만들고 나니 그 뒤부터는 조금 수월해 지더군요.”
라스가 충분히 기초 자금을 내려준 탓에 큰 자금의 곤란을 겪지 않고 농장도 꾸미고 자신을 따라 이곳에 정착하게 된 20명의 용병들을 장교로 임명해 오크나 고블린, 도둑들에게 대항한다는 명목으로 군대를 모아 300명가량의 병력도 육성해 놓았다.
아직 리즈번 남작령의 병사들은 자경단 명목으로 경무장 보병대 위주지만 자연스럽게 식사를 나누며 리사의 솜씨에 대해 듣게 된 장은 솜씨 좋은 장인이 직접 병사들의 무기를 만들 수 있겠다며 무척이나 좋아했다.
저녁 식사를 함께 하며 라스는 어머니인 예리나를 도와 음식을 내오고 품위 있게 행동하는 피리네가 이제 12살이 되어 제법 처녀티를 내는 것을 보고 세월이 많이 지난 것을 느끼며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어느덧 처녀티를 내려고 하는 피리네를 잠시 바라보던 라스는 물론 자신이 원한다면 피리네를 자신의 것으로 할 수 있음을 알았지만 굳이 피리네를 자신의 몸 아래 두기 보다는 갑자기 뇌리에 떠오른 한 사람 때문에 귀엽게 지켜보기로 했다.
저녁 식사 후 테오에게 리즈번 자작의 기사 작위를 수여해주었다는 기사 증명서를 정식으로 작성해 준 라스는 우연찮게 기회가 되어 장이 굳이 루벤 국왕의 기사 작위를 갖게 된 일에 대해 말할 기회를 얻었다.
사실 장이 실수로 레나르트의 국왕 죠셉 레이야드 3세를 죽이고 배반에 가까울 정도의 행위, 그러니까 처벌이 두려워 레나르트로 돌아가지 않게 된 것이 자칫 루벤과 레나르트 사이의 문제로 비화될 수 있었다. 이때 장이 작위가 없거나 그렇지 않으면 라스 개인의 기사였다면 루벤으로서는 별다른 거리낌 없이 장을 묶어 레나르트로 보냈을 것이다.
그런데 장이 국왕의 기사였기에 문제가 조금 복잡해 졌다. 만약에 레나르트의 요구에 루벤이 응해 장을 넘겼다면, 루벤 국왕의 공식적인 기사를 레나르트 쪽에 넘겨 버리는 것이 되어 자칫 루벤이 레나르트에게 굴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 될 수 있다.
명예를 중시하는 귀족들이나 국왕이 결코 대외적으로 굴욕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을 것이니 라스는 일부러 장이 국왕의 기사 작위를 받도록 유도했다. 이후 몇 번에 걸쳐 레나르트가 장을 송환해 달라고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거듭된 레나르트의 송환 요구에도 불구하고 장이 루벤 국왕의 기사라는 직함을 갖고 있어 본국으로 송환되지 않았고, 북쪽의 시골 리즈번 남작령에서 머물고 있다는 핑계까지 대며 레나르트의 공식적인 요구는 매번 묵살되었다.
“그런 일이 있었을 줄이야······. 이거 정말 큰 신세를 지게 되었군요.”
장이 고맙다며 라스에게 감사의 뜻을 밝히자 라스는 빙긋 웃으며 그 자리에서 미리 가지고 있던 금화 50개씩을 장과 테오에게 내려 주고 오히려 둘의 노고를 치하했다. 두 사람은 황망해 어쩔 줄 몰라 했다.
금화 50개면 상상하기 힘든 어마어마한 금액이니 지금 손에 들린 것이 정말로 금화인지 의심하기 까지 했다. 라스는 갑자기 리사 디포에게도 금화 50개를 내려 주며 이곳에서 정착해 장을 도와 무기들을 만들어 줄 것을 부탁했다.
뜻하지 않게 별 다르게 세운 공적도 없이 금화 50개를 받아든 리사는 잠시 금화를 내려 보더니 그것을 챙겨 넣었다. 금화를 잘 챙겨 둔 리사는 갑자기 라스가 크리스틴 바실리 성으로 돌아가게 될 때 자신도 데리고 가 주기를 청했다.
“조금 더 큰 곳에서 한 번 어떤 식으로 대장간이 운영되어 지는지 보고 싶어서 그래요. 괜찮겠죠?”
라스의 입장에서는 번거롭게 여겨질 수 있는 리사의 부탁을 이 자리에서 거절해도 상관없을 것이지만 리사는 라스가 거절하지 못하게 여러 번에 걸쳐 간곡히 청하니 라스는 좋은 대로 하라면서 리사의 청을 받아들였다.
다음날 장은 라스로부터 대장간 건설에 관한 충분한 자금을 받았고 그 자금을 이용해 솔로몬 그리즈 성으로 사람을 보내 건축업자를 구해와 대장간의 터를 잡고 곧 바로 대장간을 만들기 시작했다.
지금 만들어 지는 대장간은 공식적으로는 리즈번 남작령의 개간에 쓰일 농기구를 만들기 위함이지만 나중을 생각해서 제법 그 규모가 컸다. 며칠 사이 본격적으로 대장간을 만드는 공사가 시작되었다.
대장간을 만드는 공사가 시작되자 라스는 장과 함께 말에 올라 리즈번 남작령을 돌아다니며 장교가 되어 소규모 병사 단위를 이끄는 용병들을 찾아다니며 노고를 치하해 주고 금화 1개씩 상으로 내려 주었다.
부하들을 돌보는 것 이외에도 라스는 보통 백성들을 살림을 살펴보는데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백성들의 살림을 걱정하는 것도 있지만 라스를 기쁘게 한 것은 테오가 계획하고 이룩해 낸 농경지가 올 겨울이 지나면 더욱 확대되어 농작물의 수확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사실이다.
장은 라스가 백성들의 살림이 다른 곳 보다는 괜찮아 보이고 대규모로 건설된 농장을 보고 기뻐하자 문득 단기간에 농장을 이루게 된 배경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다. 처음 리즈번 남작령에 도착했을 때 라스가 200명의 남녀 노예를 붙여 주었지만 겨우 그 정도 인력만으로는 거대 농장을 이룩할 수 없었다.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리즈번 남작령의 백성들에게 처음에는 60%의 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거두었습니다. 아무 것도 없었으니 말이죠. 일단 첫 세금을 그렇게 걷고 테오가 예상하길 농장을 꾸미고 수확을 하게 되면 백성들에게 30% 정도만 세금만 거두어도 충분하고, 내년부터 농장이 더 확대 되고 수확물이 크게 증대되어 15% 정도로 세금을 낮출 수 있다고 하더군요. 불행히도 계획은 세워졌지만 인력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주민들에게 농장을 만드는데 나와 일을 하면 곡식을 나누어 주고 세금을 절반으로 깎아 주겠노라고 약속하니, 단기간에 이렇게 농장을 이루게 된 것입니다. 단기간에 굉장히 넓은 비어 있는 주인 없는 토지를 개간할 수 있게 되니 노예를 이용해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여자 노예들을 동원해 일을 한 것이죠. 당장 올해 이곳에 나온 사람들을 약속대로 30% 정도의 세금만 징수할 것입니다. 그러면 내년에 농장을 더 넓히는 일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나올 것이고, 60% 정도 거두던 세금을 15% 수준으로 낮추어도 대규모 농장이 있으니 오히려 주민들에게 60%의 세금을 거두었을 때 보다 휠씬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더욱이 세금이 낮다는 것이 소문이 나면 주변에서 슬슬 농민들이 모여들 것인데 그렇게 되면 주민들도 지금 보다 많아지겠지요. 그때 되면 세율을 차츰 올려 나중에는 50% 정도를 유지할 것입니다.”
장이 자랑스럽게 장기적인 계획을 설명하니 라스는 그에게 일을 맡기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명을 마친 장은 멋쩍게 대부분 테오가 생각했던 일이라며 자신은 테오의 계획대로 일을 진행한 것 밖에는 없다며 테오를 추켜세웠다.
슬쩍 라스의 눈치를 살피며 말하길, 대부분의 영주들은 노예와 주민들을 동원해 농장을 만들고도 60 ~ 70% 이상의 세금을 계속해서 징수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90% 이상을 세금으로 거둬 대부분의 농작물을 팔아 눈앞의 이익을 얻는데 열중한다며 한 동안은 다른 영주들 보다 수입이 적게 됨을 이해해 달라고 부탁했다.
“하하하~ 그런 것이라면 걱정하지 마세요. 저 이래 뵈도 꽤 부자랍니다.”
라스는 스스로 11만 개의 금화를 갖고 있다고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리즈번 남작령이 제법 단단한 수입 기반이 있는 이상 일반 백성들에게 무거운 세금을 매기는 것 보다 15% 정도의 세금만으로도 60% 의 세금을 물렸을 때 보다 많은 이익과 수확을 얻게 된다는 장의 말이 일리가 있음을 알았다.
만약에 장이나 테오의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는 다고해도 몇 푼 안 되는 리즈번 남작령의 수입은 라스에게는 대단히 하찮은 것이다. 다행히도 국왕에게 세금으로 바칠 곡식과 세금, 라스의 개인 수입과 영지의 운영에 필요한 식량과 자금을 영지 자체적으로 얻고 있어 라스가 특별히 자금 지원을 하지 않아도 되니 그것으로 만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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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쪽 장의 이야기는 그냥 간단하게…민심을 잡기 위해 세금을 팍팍 낮추었다…정도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모자라는 식량은 어떻게 하냐구요?
…라스놈 보기보단 돈이 많습니다…^_^;;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Next-05…
오늘은 햇살이 따뜻하군요…
●‘i우천i’님…^_^; 일단 묘사와 배경 설명이 자세한 캐릭터가 출현했답니다…^_^; 그렇기 때문에 리사 디포가 생각 외로 대단(?)한 사람이라는 사실이 여실히 증명되는 것입니다…리사 디포 만쉐!! 라스 넘하고 슬슬 즐거운 시간을 맞이해야 겠지요…^_^;
●‘underworld’님…하핫…크라우프를 뛰어 넘는 대작이라…저 작가넘은 크라우프를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준비를 해온 탓에…그것을 끝내고 나서 차기작 같은 것은 생각도 안했었습니다…그렇지만 갑자기 판타지가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계획을 세워 보게 되었습니다…말씀대로 일단 끝장을 볼때 까지 달리겠습니다…^_^;
●‘메리마을’님…아? 리사 디포가 라스를 좋아하는 사람요? 리사 디포가 라스와 언제 함께 침대 속에 들어갈지를 물어 보시는 것이 더 편하고 빠르지 않겠습니까? 으허허헛…^_^; 어쨌든 간에…라스 녀석…여자 물어 오는데…상당한 능력이 있기는 있네요…물론 돈빨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요…ㅠ0ㅠ;
●‘양구리공작’님…으헛…어쨌든 간에 라스 녀석…이제 자신의 영지인 리즈번 남작령에 도착했답니다…^_^; 장과도 만나고 테오와도 만난 라스…이제 자신의 재산(?)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갖게 되는 것이겠지요…^_^;
●‘구꾸’님…그렇습니다…라스 녀석이 겨우 자작 정도의 작위를 갖고…이 정도의 보상과 돈 그리고 현재의 위치에서 만족하고 끝날 사람은 아니랍니다…^_^; 라스 녀석…4부까지 출현할 정도로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할 것이랍니다…
●‘우유동자’님…으헷…판피린 에프…약효가 아주 좋지요…그나저나 라스 녀석…말씀대로 또 한 사람을 구했답니다…금화 12개에 꼬신 것이나 마찬가지요…글쿠…발레리아가 가만히 있어야죠…이 시대 돈 많은 남자들은 의례 첩을 두고 사는 것이 기본인데…레카와 리사는 라스에게 없어서는 안될 사람들이 되거든요…~_^;; 글쿠…나이젤이 라스 보다 잘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간단합니다…라스는…불알 두쪽으로 시작하지만 나이젤은 태어났을 때부터 귀족이거든요…^_^;
●‘고요한하늘’님…그렇습니다…미인의 시대 기준은 계속해서 변한다고 하지만 어쨌든 간에 저 작가넘이 본 책에서는 제갈량의 아내 황씨가…당시의 기준과는 반대로 키가 크고 눈이 크며 콧날이 서 있고 입이 작고…발이 크다는 이유에서 추녀 소리를 들었다고 알고 있습니다…머리카락이야 당시 여자는 당연히 길었을 것이고 피부는 귀족이니 가꿀 것이니…괜찮을 것이고…잠시 생각해 보면…제갈량은 이미 미래를 예측하고 있었을지 모릅니다…ㅠ0ㅠ;
●‘블래스터’님…이계인 님…찾아보니 연개소문에서 계필하력으로 나옵니다…^_^; 무지하게 소리 지르면서 칼 들고 돌진하다가 연개소문이 쏜 화살에 가슴을 맞는데…설인귀와 소정방인가요? 동료 두 사람이 구하러 왔는데…가슴에 화살 맞은 이계인 님을 버려두고 연개소문과 싸우러 소리 지르며 달려 갈 때 웃음이 터져 나왔답니다…
●‘스킬팝’님…그렇군요…@_@; 코나미 컵이라는 것이 그나저나 라스 기준에서 미인이라는 것인데…뭐…스펜서가 예전해 했던 말로 보면 이 시대의 기준이 현재를 사는 저 작가넘의 머릿속에서 만들어 진 것이니…미인으로 분류되기도 하는 사람들은 맞답니다…^_^; 그나저나 라스 녀석…슬슬 사람을 많이 모으고 있네요…^_^;
●‘양치우’님…ㅠ0ㅠ; 저 작가넘…오타가 있다는 사실에…다시 쥐구멍으로 도망칩니다…ㅠ0ㅠ; 글쿠…양치우 오타교정위원회장님…(덥썩)…매번 감사합니다…저 작가넘…오타 없이 한다고 무지하게 애쓴다고 애쓰지만…ㅠ0ㅠ; 사랑합니다…양치우님…(뜬금없이)…날씨가 추우니 몸 조심하세요…화팅!!
●‘작가아님’님…@_@; 스펜서가 있는 한 라스 녀석…오히려 더 절제하지 않을까 싶습니다…스펜서처럼 행동하는 것을 상당히 어이없게 보는 라스니까요…물론…지금의 라스…이제 슬슬 여자를 모으는 일에 재미를 붙인 것은 사실이지만요…^_^;;
●‘도우’님…저 작가넘은 보일러 기름이 아까워서 자기 전에…히터를 한참 틀어 놓는 답니다…물론 춥지요…ㅠ0ㅠ; 이러다가 감기 걸리면…큰일인데 말이죠…ㅠ0ㅠ; 어쨌든 간에 도우님…감기 조심하시구요…판피린 에프를 꼭 준비해 주세요…^_^;
음…상어지느러미 스프…맛있쪄요…웃흥~ ^ㅠ^)/
(4차수정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