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Demons, and Humans - Lars RAW novel - Chapter 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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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참!!! 소제목…바꾸는 것을 잊고 있었군요…
분명 승리에 대한 기쁨 때문에 사람들의 발걸음은 누가 시킨 것도 아니지만 굉장히 빨라져 예정일 보다 하루 먼저 바리스 성에 도착했다. 성에 도착하자마자 나이젤은 자신의 기병대를 지정된 군영으로 보내 휴식을 취하게 했다.
부하들이 군영 안으로 들어가자 나이젤은 잠시 뒤 그 자리를 떠나 미리 바리스 성에 도착해 있던 부상자들과 만났다. 후송된 부상자들 중에서 중상을 입었던 몇 사람은 끝내 목숨을 잃었지만 대부분은 상태가 많이 호전되어 있었다.
애석한 생각이 들었지만 죽은 사람은 어쩔 수 없었다. 어쨌든 간에 부상을 입었지만 살아남은 사람들에게는 수고한 값으로 은화 5개씩을 내려 주어 그들이 살아남은 일에 대한 나름대로의 감사를 표했다.
일단 부하들이 자리 잡은 군영에 돌아온 뒤에는 자비를 내어 술과 고기를 구해 수하들을 배불리 먹였다. 즉석에서 대금을 지불하니 정육 업자와 주류 업자는 즉시 필요한 만큼을 군영으로 배달해 주었다.
수하들이 고기를 굽고 술을 마시자 나이젤은 슬그머니 루이스 스틸, 드미트리 매니하드, 마커스 자마를 비롯해 몇 사람의 경호원을 데리고 자신의 몫으로 배정 받은 관사에 짐을 풀었다. 짐을 풀고 잠시 쉬고 있잖으니 왕세자가 사람을 보내 나이젤을 찾았다.
“······알겠다. 곧 가겠다.”
방금 도착을 해서 막 쉬려는 찰나에 부르니 귀찮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거부할 입장에 있는 것은 아니었다. 라그네 비트를 입고 허리에는 발라미르와 브룬트의 단검만 패용한 다음 기사 한 사람과 기병 두 사람을 거느리고 영주관으로 향했다.
피곤함이 몰려왔지만 영주관에 도착한 후 애써 정신을 차리려 노력했다. 직접 말을 매어둘 때 눈에 들어온 것은 바리스 성의 성주 게오르그 에드벨 마르치가 말을 매어두는 곳에서 부하들에게 무엇인가 지시를 내는 모습이었다.
“오! 어서 오시오, 위드 자작. 이거 일단 고맙다는 말부터 해야 하겠구려.”
나이젤이 먼저 인사를 올리자 바리스 성의 성주는 대뜸 나이젤이 전에 오크의 목을 보내준 덕분에 성내 거주민과 성 주변으로 몰려든 피난민들에게 보란 듯이 오크의 목을 불태울 수 있었다며 감사해 했다.
“당연히 제가 할 일이었습니다.”
잠시 잊고 있었던 일이 꺼내지자 나이젤은 살짝 당황했지만 애써 자신을 낮춘 후 게오르그 에드벨 마르치의 재빠른 대처 덕분에 이번에 큰 승리를 거두게 되었다며 오히려 바리스 성의 성주를 추켜세워 주었다.
나이젤이 자신을 낮추고 오히려 여러 부하들 앞에서 성주 자신의 무용을 드높여 주니 바리스 성의 성주는 기분이 좋아진 듯 호탕하게 웃은 후 곧 크게 승리를 자축하는 주연을 베풀 것이니 함께 즐길 것을 청했다.
“하하하~ 감사합니다. 헌데 왕세자 전하는 어디에 계신지요? 소관을 찾으셔서 찾아뵈어야 합니다.”
“허어 이런, 본관이 위드 자작을 보게 되니 기뻐서 잠시 그것을 잊고 있었구려. 안에 가시면 계실 것이오.”
친절하게 대해주는 바리스 성의 성주와 잠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후 성주관 안으로 들어가 왕세자를 찾았다. 성주의 집무실 안으로 들어서니 왕세자는 말끔한 옷으로 갈아입고 여러 부하들과 더불어 무엇인지 모르지만 즐겁게 웃고 있었다.
“하하하, 위드 자작 어서 오시오.”
나이젤이 안으로 찾아드니 왕세자는 크게 환대해 주며 나이젤의 대단한 무용을 여럿 앞에서 크게 치하해 주었다. 여러 사람 앞에서 왕세자가 직접 칭찬을 해주니 아주 잠깐 우쭐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기는 해도 특유의 마음가짐으로 왕세자와 주변 사람들을 생각해 자신을 낮추고 겸양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 될 것임을 알아 차렸다. 나이젤은 곧바로 엎드려 왕세자의 칭찬에 깊이 감사했다.
“······전하께서 은혜를 베풀어 나누어 주신 병력의 절반 이상을 잃어버렸습니다. 칭찬이 아닌 소관을 문책하시는 것이 옳사옵니다.”
갑자기 나이젤이 자신의 잘못을 비니 왕세자는 조금 당황한 표정이었다. 즉시 옆에 있던 나이든 기사 하나가 상체를 기울여 레딘 마데스키의 귀에다가 무엇인가 귀엣말을 건넸다. 왕세자는 호탕하게 웃으며 나이젤을 용서했다.
“허허! 언제나 손실 없이 이길 수 있겠소? 위드 자작이 아니었다면 자칫 우리가 큰 일을 당할 수도 있었을 것이오. 공과 실적이 분명하니 위드 자작은 참으로 훌륭한 기사고, 귀족이오. 물론 공적이 많으니 병력의 절반이나 잃은 그대의 죄를 묻지 않겠소.”
엄숙한 목소리의 왕세자가 자신에게 처벌을 내리지 않겠다고 약속하니 나이젤은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며 깊이 감사했다. 왕세자를 비롯해 그곳에 있던 모든 이들이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왕세자는 곧 정색을 한 후 나이젤에게 상을 내렸다.
“그대의 용맹을 치하하기 위한 것이오.”
우선 왕세자 레딘 마데스키의 명령으로 시종이 나이젤에게 가져온 것은 방패와 투구였다. 일단 방패는 위쪽이 일직선인 역삼각형의 형태로, 세로로 길게 늘어지며 아래쪽은 폭이 좁은 전형적인 기병이 사용하는 방패였다.
특징적인 것은 방패의 겉면이 평평하지 않고 완만하지만 곡면을 이루고 있으며 테두리 부분은 방패의 겉을 감싸고 있는 금속과는 다르게 금색이 나는 재질로 두르고 있다는 점이다. 못으로 고정시킨 부분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꽤나 단단한 느낌을 주었다.
방패의 뒤쪽은 가죽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방패를 등이나 옆구리에 멜 수 있도록 기다란 가죽끈과 함께 팔에 찰 수 있도록 단단한 가죽끈이 매달려 있는 것으로 평범해 보이기는 해도 굉장히 좋은 물건임을 알 수 있었다.
더욱이 시종이 설명해 주길 왕세자가 하사한 이 방패의 제작자는 브룬트로 바리스 성 최고의 방어구를 제작하는 명장 중의 한 사람이라고 한다. 때마침 방패가 필요했을 때니 나이젤은 고맙게 방패를 받았다.
투구는 판금을 두들겨 펴서 만든 물건으로 머리 위가 둥글며 얼굴 가리개가 붙어 있지 않은 형태였다. 얼굴 앞쪽으로 쓰고 벗기 편하게 수직으로 들 수 있는 코받침이 있고, 목의 절반 정도를 감싸져 있으며 테두리 부분은 금빛이 나는 금속으로 처리되어 있었다.
방패나 투구 모두 약간 고급스러운 느낌의 물건이지만 때마침 방패와 투구가 필요했던 나이젤에게는 부족한 것을 채워 주는 고마운 선물이었다. 그렇기는 해도 왕세자의 하사품 치고는 너무 초라했다.
“이런 좋은 물건을 내려 주시니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왕세자의 하사품이라고 해봐야 나이젤이 사람을 보내 직접 대장간에서 최고급품을 구해오는 것과 별 차이가 없으니 적잖게 실망스러웠다. 그렇기는 해도 왕세자 앞에서 하사품이 하찮다고 대답할 수는 없었다.
“하하하,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오. 음······. 그보다 말이오.”
나이젤이 본마음과는 달리 특유의 겸손함으로 감사히 방패와 투구를 받으니 왕세자는 나이젤이 이번 전투에서의 활약에 감명을 받았다며 나이젤에게 프레드릭 리즈윈 성의 남작 작위를 수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한 마디로 왕세자의 뜻을 요약해 본다면 오크 토벌로 인해 얻은 수익이 적어 나이젤에게 까지 배당해줄 줄 돈이 없으니 상으로 방패와 투구를 받고 남작 작위를 수여해 줄 것이니 그것으로 만족하라는 뜻이다.
처음부터 이번 전쟁에 참가하면 손실이 더 클 것으로 어느 정도 예상했던 나이젤로서는 왕세자의 태도가 황당하기까지 했지만, 몇 번 자신을 낮추며 사양한 끝에 왕세자가 내리는 프레드릭 리즈윈 성의 남작 작위를 고맙게 받았다.
비록 약식으로 치러지는 작위 수여식이기는 했지만 프레드릭 리즈윈 성의 기사와 사제가 참가하고 바리스 성의 기사와 성주가 참석하는 증인들이 많은 작위 수여식이었다. 작위명은 글로비스였다.
모두가 알고 있듯 귀족의 작위는 세습직과 명예직이 있는데 명예직은 보통 작위명이 붙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종종 작위명을 수반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명예직은 당대에 끝이 나거나 그냥 상징적으로 이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 이유는 단순한 명예뿐인 작위로 특별한 영지를 수반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글로비스 남작 또한 처음에는 명예직으로 생각했지만 엄연히 프레드릭 리즈윈 성의 세습직으로 영지는 상징적으로 위드 자작령에 인접한 마을 1개였다.
따지고 보면 남작령이 겨우 마을 1개라는 사실은 정말로 우스운 일이지만 단순히 작위만 받는 것 보다는 나았기 때문에, 나이젤은 고맙게 마을 1개가 수반되어 있는 하찮은 세습직인 글로비스 남작 작위를 받고 남작령을 수여 받았다.
영지를 수여 받는 다는 것은 마땅히 군사적인 의무를 가진다는 뜻이기는 해도 나이젤로서는 굳이 나쁠 것은 없었다. 어차피 부하들을 잃은 만큼 빈손으로 돌아가기에는 약간이지만 거부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필요한 작위 수여에 관한 증명서와 영지 증명서를 건네받은 나이젤은 왕세자에게 엎드려 충성의 맹세를 했다. 왕세자는 나이젤을 일으킨 후 그의 용맹에 대해 다시 한 번 좋은 말로 칭찬을 해 주며 앞으로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마다 자신을 도와줄 것을 당부했다.
겨우 마을 1개에 남작 작위를 생색내며 하사해 준 후 필요한 일이 있을 때 마다 나이젤을 부르겠다는 왕세자의 당부에 나이젤을 순간 기가 막혔다. 그렇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왕세자를 거역할 수는 없었다.
“명심하고 또 명심하겠습니다. 개, 돼지 같은 미천한 몸이지만 왕세자 전하를 위해 신명을 바치겠습니다.”
크게 웃음이 터져 나올 뻔 했지만, 겉으로 자신의 기분을 내색하지는 않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마다 왕세자를 도와주겠음을 약속했다. 왕세자 레딘 마데스키는 나이젤의 어깨를 두드려 주며 충성을 기대하겠다는 기대감까지 보였다.
이것으로 공식적으로 프레드릭 리즈윈 성을 지배하는 왕세자에게 글로비스 남작 작위를 수여 받았지만 아직까지는 국왕으로부터 받은 위드 자작의 작위가 더 높고 대표적인 것이 되기 때문에 나이젤의 공식 직함은 아직 위드 자작이었다.
잠시 작위 수여식이 끝나고 바리스 성의 성주가 베푸는 연회가 준비되기 전에 시간적인 여유가 있게 되자 나이젤은 왕세자나 왕세자의 부하들과 간단한 이야기를 나눈 후 하사 받은 방패와 투구를 가지고 밖으로 나왔다.
잠시 성안을 둘러보다가 상으로 받은 방패를 왼팔에 차고 투구를 뒤집어 쓴 후 허리에 차고 있던 발라미르를 빼들어 느린 동작으로 몇 번 허공을 베어 보았다. 발라미르는 평범해 보이면서도 손에 착 달라붙는 느낌이 좋았다.
발라미르를 하사 받은 방패 뒤쪽에다가 집어넣고 다니면 보조 무기를 하나 더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피식 웃으며 몸을 뒤로 돌려 가볍게 발라미르를 내리쳤을 때, 누군가 나이젤의 검을 정면에서 받았다.
-챙!-
“아니!!”
아무도 없을 줄 알았지만 검이 막히자 깜짝 놀랐다. 놀라는 것도 잠시 자신의 검을 받아낸 상대가 리보니아 왕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자 황급히 검을 거두고는 왕녀에게 검을 내리친 무례함을 빌었다.
“이런! 송구하옵니다. 왕녀님께서 계신 줄도 모르고 그만 무례를 범하게 되었습니다.”
“후후, 괜찮다. 어서 일어나도록 해. 내가 일부러 끼어든 것이니 오히려 내가 방해한 셈이지.”
리보니아 왕녀는 나이젤이 일어설 것을 허락해 주었다. 나이젤이 급히 검을 거두고 방패와 투구를 벗자 왕녀 자신도 빼내고 있던 검을 칼집에 도로 집어넣었다. 나이젤은 리보니아 왕녀가 자신의 앞에 나오자 당혹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아참! 이번에 오라버님께 글로비스 남작 작위를 받았다며? 영지로 겨우 마을 1개를 수여 받았고 말이야.”
“예, 그것이······.”
어이없다는 듯 한심하다는 어투가 가득한 리보니아 왕녀에게 나이젤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즉시 대답을 피했다. 다시 어떤 말을 찾아내 보려 할 때 리보니아 왕녀는 고맙게도 먼저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아 숨통을 트여 주었다.
“에휴~ 오라버님도 너무 하시지. 차라리 명예직을 내리거나 그렇지 않으면 쓰시려면 조금 더 크게 쓰시던가? 세습직인 남작 작위를 내리면서 마을 1개가 뭐야? 그런데 그대는 그런 것은 받지 말고 싫다고 거절하지 않고서 구차하게 받은 거야?”
의도적인지는 몰라도 왕족답지 않게 고상한 어투 대신 거친 어투로 화를 내는 리보니아 왕녀를 보고 나이젤은 황당했지만 상대가 왕가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며 최대한 자신을 변명하려 했다.
“작위의 높고 낮음이나 영지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얼마나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고 성실하게 사는 것이 중요합니다.”
교과서적인 대답이었지만 나이젤의 반응이 마땅치 않은 것인지 리보니아 왕녀는 갑자기 볼을 잔뜩 부풀리더니 왕세자에게 조금 더 많은 포상을 내려주게 하겠노라며 나이젤이 말릴 사이도 없이 쪼르륵 달려갔다.
“흥······. 하지만 이번 토벌에서 가장 큰 공적을 세운 사람에게 그런 정도의 보상만으로 끝내려 하다니······. 이것은 왕가의 명예가 걸린 문제란 말이야······. 아무래도 안 되겠어.”
“······.”
리보니아 왕녀는 말릴 틈도 없이 몸을 돌리더니 곧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순간 뒤따라가기 위해 한 걸음 내딛었지만 문득 자신이 리보니아 왕녀에게 상급에 대한 불만을 늘어놓았을 것이라는 의심을 살 수 있음을 알았다.
차라리 그냥 이곳에서 서성이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투구와 방패를 내려놓고 발라미르를 빼들어 양손으로 잡고 검술을 휘둘렀다. 잠시 검을 휘두르다가 퍼뜩 갑자기 나타난 리보니아 왕녀의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것에 생각이 미쳤다..
‘확실히 왕세자는 이번에 공을 나누는데 인색한 것 같다. 왕녀는 그것을 알고 일부러 날 찾아왔던 것일까? 왕세자가 공을 독점하여 이번 토벌에 참가했던 다른 귀족들의 반감을 사는 것을 막기 위해서?’
그 자리에서 한참을 검술을 연습했지만 별다른 소식이 없는 것으로 보아 리보니아 왕녀가 그냥 말만 실컷 떠든 것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왕세자가 리보니아 왕녀의 제안을 거부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영주관이나 구경해 볼까 싶어 움직임을 멈추고는 발리미르를 집어넣었을 때 등 뒤쪽에서 왕세자의 사람이 찾아왔다. 왕세자가 나이젤을 찾는다는 것이다. 혹시 무슨 이유로 자신을 찾으시냐고 물으니 자신을 찾아온 사람은 모른다고 한다.
‘쳇! 괜히 일이 커지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군.’
당혹스러웠지만 피할 수 없었다. 함께 따라온 수하들에게 방패와 투구를 맡겨 놓고 허리에 찬 발라미르도 풀어 수하들에게 건네 준 뒤 왕세자를 찾았다. 철없는 리보니아 왕녀 때문에 자신이 곤란하게 되었다며 열심히 왕녀를 원망하며 변명거리를 찾았다.
물론 처음에는 어떻게 변명할지 정리되지 않았지만 왕세자의 방으로 들어섰을 때에는 어느 정도 상대의 예상 질문에 대한 대답이 준비되어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니 왕세자는 몇 사람의 부하들과 더불어 자리에 앉아 있다가 웃는 얼굴로 맞아 주었다.
“어서 앉게.”
나이젤에 빈자리를 청해 앉도록 했다. 나이젤은 마음이 불편한 탓에 느리면서도 평소보다도 더 조심스러운 동작으로 왕세자가 권한 자리에 앉았다. 기분이 굉장히 이상했지만 모친 발레리아로 부터 교육 받은 대로 감정을 얼굴에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잠시 뒤 분명히 리보니아 왕녀가 찾아와 왕세자를 쑤석거렸다는 사실을 증명하듯 하사해 주는 것을 잠시 잊고 있었다면서 시종을 불러 금색 사슬 갑옷 한 벌과 잘 만든 장검을 한 자루를 상으로 내려 주었다.
갑자기 하사 받게 된 금색 사슬 갑옷은 머리 위쪽으로 뒤집어써서 입는 형태로 목 뒤쪽으로 사슬 두건이 함께 붙어 있고 소매가 길고 사슬 자락이 허벅지 아래쪽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것으로 사슬 자락이 앞쪽과 뒤쪽으로 트여있어 걷고 움직이는데 큰 불편은 없었다.
물론 금색 사슬 갑옷은 착용할 수는 있지만 엄밀히 따진다면 보물로 분류되는 것으로 그 값이 굉장히 비싼 것이었다. 금색 사슬 갑옷과 함께 받게 된 장검은 한 눈에도 의전적인 물건이었다.
실전용과는 거리가 좀 멀어 보이는 것으로 전체적으로 하얀색으로 칠해진 칼집의 겉면에는 정성스럽게 조각된 나뭇잎 문양이 들어가 있고 나뭇잎 모양을 따라 금으로 박음질이 되어 있었다.
양해를 구해 장검을 천천히 빼보니 칼날은 은빛으로 뾰족하게 끝부분까지 별다른 굴곡 없이 길게 뻗어 있고 칼날 가운데는 칼날의 끝까지 홈이 파져 있었다. 손잡이 부분의 위에 붙은 칼날 받이는 세로로 이어져 있고 손잡이 부분은 가죽으로 감싸져 있다.
손잡이 아래쪽의 무게추 부분은 고리 모양으로 되어 있고 고리 안쪽으로는 금으로 만든 것 같은 멋진 새 모양의 장식이 붙어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칼집과 어울려 상당히 고급품이 분명했다.
가격은 얼마인지 가늠할 수는 없지만 실전에서 사용할 수는 있겠지만 실전에 이런 물건을 사용할 일은 없을 것이다. 약간 기분이 이상했지만 나이젤은 고맙게 왕세자가 내린 금색 사슬 갑옷과 검을 받아들였다.
“보면 알 수 있듯이 그 검은 꽤나 이름이 높은 것일세.”
금색 사슬 갑옷이야 별다른 이름이 없지만 나이젤이 받아든 검은 슈토스(Stoss) 블레이드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다. 이름은 거창하기는 하지만 아마 이전에도 이후에도 결코 실전에서 사용되지는 않을 것이다.
“아! 깜빡 할 뻔 했소. 듣기로 위드 자작께서는 이번 전투 중에 전투마를 잃었다고 들었소. 곧 좋은 전투마 한 필을 골라오게 했으니 받아 주시구려. 무구와 마갑도 함께 내릴 것이니 나중에 위드 자작의 도움이 필요하게 될 때 갑옷을 입고 투구를 쓰고 방패를 들고 칼을 휘두르며 오늘 내려주는 전투마를 타고 달려와 주기를 바라오.”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뒤늦게 생색을 내는 왕세자의 부탁을 고맙게 받아들이며 다시 한 번 엎드려 감사를 표한 나이젤은 문득 왕세자 레딘 마데스키가 아직까지 아랫사람을 다루는데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왕세자였다면 처음부터 모든 것을 한꺼번에 내려주거나 그렇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모두 지켜보는 곳에서 공적을 치하한 후 글로비스 남작 작위 하나만 내려 주는 것으로 끝맺음을 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의 왕세자는 나이젤이 아니었다. 왕세자는 특히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우선적으로 큼직한 포상을 한 후 뒤늦게 최대 공적을 가진 나이젤에게 포상을 해 주었고, 그것도 이렇게 두 번에 나누어 내려주는 어리석음의 수렁에 빠져든 것이다.
보통은 전쟁 직후 벌어지는 공식적인 논공행상의 자리에서 공적인 치하를 하고 특히 외부에 공적이 드러나지 않은 자신의 측근들의 이익을 배려해 주는 것이지만 왕세자는 그 반대로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내가 자작에게 내려 준 것들은 무척이나 아끼는 물건이라오. 그러니 아껴가며 써 주기 바라오. 하하하~”
문득 스스로도 구차한 마음이 들었는지 왕세자는 나이젤에게 어차피 내려준 작위와 영지에다가 내려준 방패와 투구, 갑옷과 장검을 비롯해 품종 좋은 고급 전투마를 아까워하는 것처럼 갑자기 온갖 생색을 내었다.
“게다가 위드 자작의 집안은 본디 평민 출신이지 않소? 대단찮은 출신이었다가 귀족이 된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런 물건이 얼마 없을 것 같고······. 이번에 위드 자작이이 큰 공을 세웠기에 특별히 아끼던 것을 내려준 것이라오. 너희들도 위드 자작을 본받도록 해라. 큰 공을 세우면 아무리 지위가 낮은 자라 해도 본 왕세자가 이렇게 큰 포상을 내리지 않느냐! 핫핫핫~”
“하하하~ 정말 왕세자 전하의 마음은 그 깊이를 알 수 없습니다.”
그냥 그대로 끝을 맺었으면 인색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을 것이지만, 왕세자 레딘 마데스키는 끝마디에서 부하들에게 하찮은 집안 출신의 나이젤이라고 해도 공을 세우면 이렇게 포상해 주는 것이 당연하다며 스스로를 높였다.
하찮은 집안 출신이라는 말을 듣게 되자 나이젤은 순간 마음속에서 감추어 두었던 분노가 치솟았다. 동시에 대단찮은 승리에 자만심에 빠져 있는 왕세자를 보게 되니 조금이나마 남아 있던 단순한 기분이 모욕감과 모멸로 뒤덮였다.
‘멍청한 녀석이로군! 감히 나를 모욕해! 네 놈은 반드시 내 손으로 죽여 버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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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약간 정치적인 감각이 부족하다고는 해도 저런 말을 막 해대는 놈이 없을 것이라 하시는 분이 있을 것 같아서 노파심에 한마디 드리자면…
…진짜로 저런 행동거지 & 사고방식을 가진 인간들이 꽤나 많더군요…평상시에는 온갖 있는 척은 다 하면서…별 것 아닌 일을 해 주면서 뭔 놈의 생색은 그리 내는지…-ㅅ-;; 물론 나중에는 자기가 일을 다 한 듯 떠들어 대고요…
…물론 뒤끝은 별로 좋지 않습니다…처음에는 다른 사람들도 “고생 많았다”, “네가 최고다” 라고 하지만…나중에라도 일이 틀어져 그 사람에게 그 일에 대해 물어보면 “예? 그거요? 글쎄요. XX가 한 일인데요? 전 잘 몰라요”…그때가 되어서야 사람들은 알게 되지요…“저쉑…일도 안한 주제에 ㅈ가 다 했다고 떠든 거였어?” 라고 말이지요…
은근히 주변에 그런 사람이 많으실 것입니다. 다들…^_^;; 물론 레딘 마데스키 왕세자의 경우는 리보니아 왕녀에 비해 감각이 떨어진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약간 의도적인 면이 없잖아 있지만 말이지요…^_^;;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Next-34…
으힛…
●‘순백의미르’님…ㅠ_ㅠ; 저 작가넘이야 읽어 주시는 것만 해도 영광입지요…열심히 글을 쓰겠습니다…화팅!!
●‘i우천i’님…이히히…나이젤 이 녀석…口蜜腹劍하는 무서운 놈이네요…~3~; 이런 놈들이 원한 가지면 참 무섭죠…
●‘촉석’님…아뒤쥔장님이 수정해 주셨답니다…ㅠ_ㅠ; 감사합니다…저 작가넘이 3부를 한창 쓰다 보니…쿨럭…쿨럭…
●‘난다난다꽃돼지’님…ㅠ_ㅠ; 3부를 한창 쓰다 보니 1부에서 처럼 라스가 나이젤로 이제는 나이젤이 고드프리로 바뀌어 있네요…~3~; 열심히 해서…난다난다꽃돼지 님께서 매일 찾아오시도록 흥미진진하게 만들겠습니다…
●‘書癡’님…가…감사합니다…ㅠ_ㅠ; 하지만 하시던 일에 지장을 받으시면 안되요…ㅠ_ㅠ; 어쨌든 간에 좋게 보아주시니 고맙습니다…열심히 할께요…글쿠…마티 고개…비나 눈 내리면…참…짜증나죠…~3~;
●‘ytk’님…으음…어쨌거나 이번…나이젤 이 녀석이…슬쩍 이빨을 드러냈답니다…뭐 원한 품은 것이지만 이런 성격 가진 놈들이 원한 품으면 무섭죠…
●‘라피루트’님…? 라스 아들 나이젤이 공주랑 결혼하냐고요? 하핫…나중에 보시면 알게 되실 것입니다…물론 공식적으로 공주와 스섹도 하고 애도 낳는 사람은 고드프리죠…^_^;
●‘창공의수호자’님…쿨럭…저 작가넘도 참…3부를 열심히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와 버리네요…아뒤쥔장님께서 얼른 수정해 주셨답니다…ㅠ_ㅠ;
●‘underworld’님…둔전제…이미 라스가 시행하고 있답니다…집과 토지, 농기구, 가축, 씨앗 등을 지급해 주고…병역 의무를 지게 하는 것이랍니다…무시무시한 제도죠…
●‘타에’님…오크의 대형 석궁…아! 뭐…기계식 석궁을 생각하시면 된답니다…오크들도 도구를 만들고 기계를 다룰 줄 알거든요…^_^;
●‘복덩이네’님…으음…정치, 내정, 대인관계요? 크라우프에서는 최대한 그런 것을 모두 표현하려 했죠…덕분이…많이 지루해 졌답니다…크라우프에서의 경험에 비추어 이번에는 최대한 쥔공 시점으로 정치, 내정, 대인관계를 만들려 했답니다…전투는 빠른 진행을 위한 필수고요…정치 내정 등을 그런 것이 들어가면 몰입하시는 분들이 있지만 지루해 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거든요…그러한 이유에서 최대한 축약하는 식으로 전개하는 것이랍니다…물론 정치는…간단히 국왕 엠마뉴엘 볼크와 게크 공작, 라스의 야심이 숨겨져 전개되고 있고요…내정요? 라스 쪽은 말씀 드릴 수 없지만 나머지는 모두 피폐함의 극치랍니다…대인 관계는 뭐…서로들 웃고 있지만 수틀리면 찍어 버리고 싶은 사이들이 많죠…^_^; 이 모든 것이 2부 말엽에 터져 나옵니다…바로 나이젤이 한스 크라젤을 만났을 때부터 슬슬 터져 나오기 시작한답니다…
●‘자일리톨씹는세균’님…으음…나이젤 이 녀석…원한 품었습니다…아마도 나중에 반드시 잔인(?)하게 복수 하겠죠? 핫핫핫…~_^;;
●‘chatte20’님…인생이 다 게임 아니겠습니까? 어려운 퀘스트 나오면 도전하거나 지례 포기하고…미뤄두기도 하고요…퀘스트 통과하기 위해서 스킬 익히고 렙업하려 경험치 쌓고요…뭐…하지만 이제 소소한 퀘스트 몇 개가 지나면 막판 퀘스트를 향해 달리는 겁니다…
●‘작가아님’님…^0^; 밤참….푸짐해요…이거 뱃살 빼야 하는데 큰일이네요…~3~; 글쿠 영지 발전물 뭐 있나요? 나이젤…돈으로 쳐 바르면 되는 것이죠…^_^; 재벌 2세에게는 못할 것은 없답니다…(웃음)…
●‘Blood_Rain’님…네…힘낼 것입니다…이대로 주저앉기에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지 않겠습니까? 핫핫핫…^_^;;
으허허허허…나이젤 이 녀석…
(3차 수정함-작가아님님…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