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Demons, and Humans - Lars RAW novel - Chapter 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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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제목…늘 고민을 하지만 마땅히 생각나는게 없네요…( ~3~)y-~~ 에휴…
첫 공성 전투가 있고난 뒤 무의미하게 하루가 지나고 또다시 하루가 지난 그 다음날 아침, 다코 컨퓨즈 성을 맹렬하게 들이쳤던 공세가 국왕 군대의 패배로 끝난 수습이 거의 완료되고 반란군의 저항이 생각 외로 강함을 느낀 귀족과 기사들이 2차 공격을 준비하고 있을 때 국왕은 나이젤을 자신의 군막으로 불렀다.
나이젤이 국왕의 군막을 찾아가니 국왕은 여러 사람들 앞에서 나이젤의 무용을 치하해 주었다. 단순히 무용을 치하해 주는 선에서 그치지 않고 미리 약속했던 대로 금으로 만든 큼직한 보석이 박힌 잔을 내주며 1차 공세 때 누구보다도 먼저 성벽에 뛰어 올라 아군의 기세를 드높인 일을 기렸다.
“2차 공격에는 위드 자작이 선두에 서지 않으셔도 될 것이오. 이번에는 시어도어 보드룸 사제께서 성단 기사단을 이끌고 직접 공격의 선두에 나서겠다고 하셨소. 위드 자작은 잠시 뒤에 서서 다른 사람들이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가 성문이 열리면 짐과 함께 다코 컨퓨즈 성으로 들어가도록 합시다.”
국왕은 분명 나이젤이 갑옷이 모두 뜯겨 나갈 정도로 격렬하게 싸움을 벌이다가 자칫 전사해 버린다면 라스와의 사이가 틀어져 루벤 북부의 대귀족인 그의 적개심을 사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는지 모른다. 어쨌든 간에 국왕은 첫 번째 공세에서 공적을 세운 나이젤의 출전을 허락하지 않았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나이젤이 군례를 올리자 국왕은 흡족해 하면서 고개를 돌리고는 전황을 주시했다. 2차 공격의 선두에는 요한 브라우니 후작이 무툴루 카라토미어 움보 자작을 앞세워 국왕이 맡고 있는 다코 컨퓨즈 성 북쪽 성벽의 좌측을 공격하고, 우측은 시어도어 보드룸 사제가 성당 기사단을 이끌고 중앙을 공격하는 것으로 결정 되었다.
다코 컨퓨즈 성의 동쪽과 서쪽 성벽의 공격은 1차 공격과 같으며 이번에는 남쪽 성벽으로 에릭 라본느 마리너 롬니 백작이 1만 용병대를 지휘해 다코 컨퓨즈 성을 사방에서 들이치기로 했다.
이번 공격에 참가하지 않기로 결정되자 나이젤은 공격이 시작되기 전 배설물을 모두 쏟아 낸 후 구리빛 사슬 갑옷 위에 리사 디포가 선물로 준 구리빛 견갑과 요갑이 붙어 있는 비늘 갑옷을 걸쳤다.
구리빛 비늘 갑옷 위쪽으로 브로델과 한손 장검, 단검을 차고 등에 대검을 멘 후 잡낭과 가죽으로 만든 물주머니를 허리에 둘렀다. 각반과 팔목 보호대를 한 다음 짐승 가죽 덧옷을 덧입고 예비로 넣어 두었던 브룬트의 투구를 꺼내 착용했다.
가볍게 하품을 한 나이젤은 며칠 동안 찾아 봤어도 누가 끌어갔는지 찾을 길이 없는 주둥이에 하얀 털이 나 있는 검은색 전투마 대신 누푸의 몸을 추위를 보호하기 위한 가죽으로 씌워 두고 그 위에 말안장과 마구를 씌운 다음 올라탔다.
울딘도 간만에 전투마를 타고 나이젤의 뒤를 따랐지만 마이클 야들리가 옆에 없자 많이 걱정되는 것 같았다. 나이젤과 울딘이 국왕이 있는 곳 가까이 나왔을 때 기다려다는 듯 공세가 시작 되었다.
-키이이이이잉!!!-
-씨우우우우웅!!!-
투석기가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연속적으로 다코 컨퓨즈 성을 향해 공세를 퍼붓기 시작했고, 요한 브라우니 후작이 지휘하는 에드뮬 성의 군대와 성당 기사단이 다코 컨퓨즈 성의 북쪽 성벽을 향해 전진해 나갔다.
이번에도 공성탑과 사다리차가 군대의 전진에 맞춰 진격해 나갔는데, 나이젤이 공격의 선두에 섰을 때처럼 다코 컨퓨즈 성내의 투석기 공격이 다소 산만하지 않고 굉장한 집중력을 보여 국왕쪽 공성탑과 사다리차의 많은 수가 공격을 받았다.
이것과 함께 많은 수의 투석기들이 전진해 나가는 병사들 쪽으로 바위나 불을 붙인 기름 항아리를 떨어뜨렸다. 공격대를 성벽에 닿기 전 최대한 소진시키려는 의도에서 감행된 집중 공격을 받고 요한 브라우니 후작과 성당 기사단은 생각 외로 많은 손실을 입었지만 그럭저럭 성벽에 사다리를 걸고 공성탑과 사다리차를 성벽에 대어 병력을 성벽위로 밀어 올렸다.
계속해서 병력이 다코 컨퓨즈 성의 북쪽 성벽으로 올라갔지만 성벽 위에서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초반까지는 공격자의 기세가 있어 유리했지만 특히 판금 갑옷을 입은 기사, 멀리서지만 확실하게 볼드윈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던 기사가 정예병을 이끌고 성벽 위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전세가 뒤집어 졌다.
“흐음······. 생각보다 강력하군. 다른 곳은 어떤가?”
아침부터 시작된 공격이 정오쯤 되자 시간이 지날수록 국왕쪽 병사들의 사상자가 늘어나는데 비해 이번에는 제대로 성벽조차 넘을 수 없었다. 전투 상황이 마음먹는 대로 돌아가지 않게 되자 국왕은 공격을 중단하기 위해 다른 곳에서의 상황을 알아보라는 전령을 보냈다.
국왕의 전령이 막 떠나려는 찰나 막스 도르터스 아크발은 물론 한스 나르바 보이제와 에릭 라본느 롬니로 부터 약속이라도 한 듯 연달아 공격 중단을 요청하는 전령이 도착했다.
“허어~ 어렵단 말이더냐?”
“그러하옵니다. 적의 저항이 예상보다 훨씬 거세어 아군의 피해가 만만치 않습니다.”
단번에 넘을 수 있을 것 같았던 다코 컨퓨즈 성이 두 번이나 거센 공격을 버텨낸 것은 국왕으로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게 되는 꽤나 불쾌한 상황이었기에 국왕의 표정이 일그러지며 불쾌한 소리가 새어 나왔다.
“끄응······. 하는 수 없지. 후퇴를 허락하마.”
한 눈에 보아도 국왕의 기분이 좋지 못함을 알았지만 지금 고집을 피운다면 쓸데없는 병사들의 희생만 커질 것임을 잘 알고 있는 국왕은 후퇴 신호를 올리도록 했다. 후퇴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자 공격에 지쳐있던 병사들이 후퇴를 시작했다.
1차 공세에도 그랬지만 2차 공세 때도 후퇴 신호가 울리자마자 공성병기 조작원들이 급하게 자신들이 맡고 있는 공성 무기를 뒤로 빼냈다. 덕분에 공성탑을 타고 성벽 위에 올랐던 보드룸이 성당 기사단원과 함께 성벽 위에 남겨지는 일이 벌어졌다.
다행히 성당 기사단원들이 얼른 사다리를 다시 성벽에 걸어 보드룸을 구해냈지만 자칫 보드룸 이하 많은 수의 성당 기사단원들은 성벽 위에서 고립되어 죽음을 맞이할 뻔 했다. 패군이 후퇴해 오자 국왕은 불쾌한 기색을 한 번 내보인 후 부하들에게 공성에 참가한 병사들을 수습하도록 지시한 후 말 머리를 돌려 자신의 군막으로 돌아갔다.
“후······.”
나이젤은 공격이 실패하고 국왕이 돌아가자 짧게 한숨을 내쉰 후 그제야 허리에 매달고 있는 가죽 물주머니를 꺼내 물을 한 모금 마신 후 울딘에게 자신들의 마차로 돌아가자며 말 머리를 돌렸다.
2차 공격이 실패하게 되고 성당 기사단도 많은 타격을 입게 되자 생각 외로 공격이 많이 침체 되었다. 다코 컨퓨즈 성 안에 갇혀 있는 게크 공작 일파의 저항이 강하다는 것도 문제지만 충분한 전투 물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공세를 지속하기에도 많은 무리가 따랐다.
특히 카비 백작 라스 리즈번이 월동 장구를 전부 갖추기로 약속한 탓에 겨울이 다가옴에도 불구하고 월동 장구류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도 있고, 공성 병기의 절대수가 부족하며, 무엇보다도 전투 물자가 충분히 확보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지에 아직 제대로 수송이 확보되지 못하고 있었다.
국왕은 서둘러 확보된 물자의 수송은 물론 장병들의 동계 피복을 지급하기 위해 각 지역에 협조 공문을 보내는 한 편, 사람들을 보내 동계 피복을 비롯해 부족한 물자를 수집해 오도록 지시했다.
2차 공격이 실패하고 3일이 지났을 때 나이젤은 이제야 다코 컨퓨즈 성의 내부에서 시체 태우는 연기가 몇 군데 솟아 나오는 것을 보고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서로 암묵적인 휴전 약속하에 비무장 상태의 잡병들이 성벽 아래로 내려가 전사한 시신들을 수습해와 국왕 군대의 진영 쪽에서도 전사자들의 시신을 태우고 있었다.
해가 저물자 시신을 불태우는 열기만큼이나 늦가을 겨울을 부르는 추위가 매섭게 몰려왔다. 추위 탓에 많은 병사들이 고생을 하고 있는 사이, 국왕은 사람을 보내 나이젤을 자신의 군막으로 불렀다.
나이젤은 3차 공격 일정을 통고해 주기 위해 자신을 불렀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국왕의 군막에 도착하니 국왕은 필립 쉘 성의 가르반 베르그 토렌스 후작이 10만 대군을 일으켜 길버트 프리즈마크 성에 대한 공세를 시작했다는 정보가 입수되었음을 알렸다.
“10만!!!”
“아니! 그게 사실이옵니까!”
가르반 베르그 후작이 무시무시한 군사적인 능력을 갖고 있고 베르트 왕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필립 쉘 성에서 독단으로 일으키기에는 엄청난 숫자이기 때문에 듣고 있던 사람들 모두 깜짝 놀라 어리둥절하며 진실 여부를 따지고 물었다.
“소식이 전해지는 것이 약간 늦기는 했지만 사실이오.”
국왕은 마리우스 성을 경유하는 정보라서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가르반 베르그 토렌스 후작이 10만 대군을 일으켜 길버트 프리즈마크 성을 공격하기 위한 군대를 출병시킨 일이 사실임을 확신했다.
이 소식을 듣게 되니 그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들 모두 허탈하다는 느낌과 함께 이번 내전으로 인해 루벤이 길버트 프리즈마크 성부터 시작해서 새로 획득한 영토 전부를 잃어버리고 소금 산지에 관한 통제권마저 잃게 됨을 우려했다.
“서둘러 다코 컨퓨즈 성을 정리하고 아르니스 협곡을 돌파한 다음 주력군을 이끌고 베르트 지역으로 들어서야 합니다. 그렇지만 저기 앞에 있는 다코 컨퓨즈 성이 쉽게 함락되어 주지 않으니 문제로군요.”
그 자리에 있던 귀족들 모두 단기간에 다코 컨퓨즈 성을 함락하고 재정비를 거쳐 아르니스 협곡을 돌파한 후 베르트 지역으로 들어서야 하는데, 지금 다코 컨퓨즈 성 하나를 넘지 못하고 이곳에서 시간을 지체하며 하루하루 보급품만 낭비하고 있음을 탄식했다.
“다시 한 번 총공세를 펼치도록 합시다. 총공세를 펼쳐 다코 컨퓨즈 성을 넘어서야 합니다. 지금 다코 컨퓨즈 성을 점령해야 이후의 일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습니다.”
젊은 귀족들 중에서, 특히 마스코 성의 성주 막스 도르터스 아크발 후작이 3차 공세를 요구하고 나섰고, 다른 귀족과 지휘관들 모두 자칫 다코 컨퓨즈 성에 주력이 매달려 있다가 길버트 프리즈마크 성부터 시작해 소금 산지에 대한 지배권을 모두 잃게 될 수 있음을 몹시 우려했다.
국왕도 자신의 모든 것을 건 도박이 실패로 돌아가게 된다면 이번 내전을 유도해 내부의 불안 요인을 제거하고 베르트를 상대로 한 확실한 우위를 서겠다는 자신의 의도가 모두 물거품이 되며, 오히려 지난 세월 엄청난 노력이 모두 허사가 될 수 있음이 두려워졌다.
“······최악의 상황은 막아야 하겠지. 모두 공격을 준비하도록 합시다. 이번 공격의 선두는 위드 자작이 맡아 주시오. 지난번처럼 용감하게 성벽을 올라 아군의 사기를 드높여 주시구려.”
“기대에 부응하겠나이다.”
국왕 엠마뉴엘 볼크는 나이젤에게 공격의 선두에 서 줄 것을 당부했고 나이젤은 군례를 올려 국왕의 지시에 복종의 뜻을 내보였다. 국왕은 서둘러 다코 컨퓨즈 성의 성벽을 넘어 성을 점령하는 일이 시급했기 때문에 특히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 모두에게 3차 공격에서 이전 보다 최선을 다해 줄 것을 당부했다.
공격 진영은 2차 공격과 같지만 이번에는 보다 많은 병력이 투입되어 왼쪽은 요한 브라우니 후작이, 우측은 성당 기사단이 공격하고 중앙을 나이젤이 국왕의 보병대를 이끌고 공격을 퍼붓기로 결정되었다.
일단 내일 아침으로 공격이 결정되자 각 부대는 준비 단계에 들어갔다. 나이젤은 지난번 주둥이에 하얀 털이 나 있는 전투마를 잃어버린 일 때문에 볼드윈 비쉬호프에게 목숨을 잃은 마이클 야들리의 전투마에 안장을 얹어 놓도록 지시한 후, 누프는 노예들이 계속해서 돌보게 했다.
첫 번째 공세에 참가하면서 많은 것을 잃어버린 탓에 몇 가지는 울딘에게 구해오게 했다. 이제까지 사용하던 가죽 모자는 매우 얇은 종류였지만 울딘이 새로 구해온 것은 솜을 누벼 만든 모자로, 그 위에 사슬 두건을 뒤집어쓰면 머리에 받는 충격을 덜하고 날씨가 날씨인 탓에 조금 따뜻함도 느낄 수 있는 물건이었다.
새로 가져온 역삼각형의 방패를 확인해 본 후 부족한 물품을 모두 보충하고 나머지는 필요할 때 현장에서 손에 잡히는 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다시 볼드윈을 보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다.
갖고 있는 양가죽 종이를 꺼내 한참 동안 서신을 작성한 나이젤은 편지를 봉한 후 기름을 잔뜩 먹인 가죽 주머니에 넣은 다음, 내일 자신을 따라 성벽을 오를 준비를 하는 울딘을 불러 편지를 건넸다.
“지금 통행증을 써주겠으니 자네는 나를 따라서 공격에 나서지 말고 위드 자작령으로 돌아가서 한스 크라젤에게 이 편지를 전해 주고 그의 지시에 따라 행동하도록 하게. 급한 것이니 지금 즉시 떠나도록 하게.”
“예? 지금 당장 말씀이십니까?”
나이젤이 편지를 내주자 울딘은 어리둥절한 눈이 되었다. 별것 아니라고 대답한 나이젤은 즉석에서 자신의 명의로 된 통행증을 작성해 준 후, 마차에 실려 있던 튼튼한 가죽 자루 6개를 가져와 갖고 있던 재물을 꺼내 울딘에게 건넸다.
“주인님! 이것은?”
신경 써서 꺼내준 것이지만 엄청난 금화를 안겨 주자 울딘의 눈이 크게 떠졌다. 나이젤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대수롭지 않은 금액임을 강조했다. 곧바로 편지와 함께 이 금화를 건네주면 된다며 분명 노파심에서 한 가지를 덧붙였다.
“이 금화가 탐이 난다면 금화를 갖고 도망쳐도 내가 뭐라고 하지는 않겠네. 그렇지만 내가 맡겨 놓은 편지는 크라젤에게 반드시 전해 주도록 하게. 알겠나?”
나이젤은 금화를 가죽 자루 2개에 나누어 담아 준 후 혹시 금화의 무게에 가죽 자루가 뜯어질 것을 우려해 2중으로 재물을 감싸고 그 사이는 밀집과 밀자루 등으로 채워 넣었다. 이것으로 금화 2자루를 손에 넣게 된 울딘은 반드시 임무를 완수하겠다고 약속한 뒤 나이젤의 재촉을 받아 비상식량 한 자루를 짊어지고 말에 올랐다.
전투마에 오른 울딘은 시대가 어수선한 때니 혹시 몰라 원치 않는 싸움에 휘말릴 수 있어 사슬 갑옷을 입고 금속 투구를 착용했으며 흑검과 활을 차고 추위를 막기 위한 짐승 가죽 덧옷까지 입고 있었다.
말 잔등에 얹은 금화 2자루의 무게와 울딘의 무게가 합쳐져 전투마가 견디지 못할 것 같았지만 나이젤은 길게 말할 것도 없이 울딘에게 충분한 여비까지 주어 거듭 재촉해 위드 자작령으로 울딘을 내보냈다.
“그럼! 주인님! 몸조심하십시오!”
주저주저하던 울딘이 탄 전투마가 군영을 빠져나와 에드뮬 성 쪽으로 향하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자신의 마차로 돌아온 나이젤은 씁쓸한 생각이 들어 길게 한숨을 내쉰 후 차분하게 잠자리에 들어 내일 아침이 되기를 기다렸다.
아침은 금방 찾아왔고 나이젤은 모닥불에서 데운 물로 얼굴을 씻었다. 아침 식사를 맛있게 먹은 나이젤은 완전 무장을 갖추고 플라비아 포션과 약간의 육포와 금전 등을 넣은 잡낭에 잘 챙겨 넣고 가죽으로 만든 물주머니도 옆에 찼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너무나도 어이없게 사라져 버린 마이클 야들리가 남겨 놓은 전투마에 올랐다. 말에 오르고 노예들이 가져다 준 방패를 왼팔에 찬 다음 나직이 한숨을 내쉰 나이젤은 곧바로 아침을 먹고 차분한 표정으로 공격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는 병사들 쪽으로 나섰다.
“와아아아아~~”
나이젤이 앞으로 나서니 초췌한 기색이 역력했던 병사들 모두 나이젤을 보자마자 일제히 환호성을 질러댔다. 나이젤은 병사들의 환호에 답례하면서 대열의 가장 앞쪽으로 나왔다. 나이젤이 국왕 군대의 앞으로 나오자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수많은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는 곳이지만 적어도 자신을 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자 나이젤은 잠시 눈을 감고 고개를 위로 들었다. 눈을 뜨니 날씨는 꽤 춥지만 더할 수 없이 깨끗할 것 같은 아침 햇살이 한 가득 밝게 비추고 있었다.
하늘은 더 할 수 없이 맑고 깨끗하지만 지금 자신이 이곳에 나와 있는 이유가 결코 깨끗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고 있는 나이젤은 하늘을 올려보기 부끄러웠다. 그렇지만 곧 마음을 굳힌 나이젤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병사들이 많아지자 국왕 병사들에게 우렁차게 고함을 질렀다.
“나는 위드 자작 나이젤이다!! 너희들 중에서 나를 모르는 자가 있다면 모두 나와서 나를 구경해라!! 나 또한 너희들과 똑같은 인간일 뿐이다!! 너희들 보다 조금 힘이 좋다는 것 이외에는 다를 것은 하나도 없다!!”
갑작스러운 고함 소리에 진채 밖으로 나온 나이젤을 보고도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고 있던 병사들이 시선을 돌려 나이젤 쪽을 향했다. 나이젤은 병사들의 시선이 자신을 향해 다시 한 번 목청을 높였다.
“그대들이 지금 이 추위 속에 춥고 배고파하며 고생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이 나 또한 그대들과 똑같이 춥고 배가 고프다!! 따뜻한 집이 그립고 따뜻한 음식이 그립다!! 그렇지만 지금 우리들의 눈앞에 있는 저 다코 컨퓨즈 성의 성벽을 넘지 못한다면 우리들은 계속해서 추위에 떨고 배고픔에 가족들을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라!! 오늘 해가 머리위에 걸릴 때까지 저 성벽을 뛰어 넘어 저 성을 우리 것으로 삼는 다면 우리들 모두 따뜻한 음식을 얻을 수 있고 이 지긋지긋한 추위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싸우지 않고 단지 이 추위와 배고픔만 한탄한다면 우리는 결국 이곳을 벗어나지 못하게 되어 자신의 뼈를 뜯어 먹게 될 것이다! 모두 일어나라! 일어나서 무기를 잡고 오늘 해가 머리위에 걸릴 때까지 저 성벽을 뛰어 넘자!!”
“우와와와와!!!”
순간 나이젤의 외침에 호응하듯 용감한 병사들이 고함을 질렀다. 나이젤이 진격을 알리듯 허리에 차고 있는 브로델을 빼내 높이 치켜들자 자리에 앉아 공격 명령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병사들 모두 일제히 고함을 질러댔다.
갑자기 병사들이 함성을 질러대며 무기를 두드려 대기 시작하자 천지가 울리는 듯 했다. 이 덕분에 아직 회의 중이었는지 몰라도 군막 안에 있던 국왕 이하 가르시아 블라다 아드론 같은 귀족들이 밖으로 나왔다.
나이젤은 병사들을 독전하면서 국왕이 말을 타고 나와 서 있자 순간적으로 고개를 들어 국왕을 바라보았다. 거리가 상당했지만 즉시 상황을 이해한 국왕은 공격을 개시하라는 신호로 허리에 차고 있는 울(UII)블레이드를 머리 위로 높이 치켜들었다.
국왕이 울(UII)블레이드를 머리 위로 높이 치켜들자마자 나이젤은 브로델을 머리위로 높이 치켜들며 다시 한 번 병사들의 환호성을 유도한 뒤 스스로 브로델을 머리 위로 치켜들면서 다코 컨퓨즈 성의 북쪽 성벽을 향해 단신으로 돌진해 들어갔다.
“돌격!!! 우아아아아아!!!”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며 나이젤이 성벽을 향해 돌진해 들어가자 그 뒤를 따라서 국왕 병사들이 일제히 성벽을 향해 내달렸다. 갑작스럽게 시작된 전투지만 사기가 크게 오른 국왕 쪽 병사들이 미친 듯이 성벽 쪽으로 내닫자 단단히 준비하고 있었을 것이지만 다코 컨퓨즈 성의 수비군은 당황한 듯 보였다.
나이젤은 화살을 맞을 위험에도 불구하고 성벽 가까이 까지 접근한 후 말에서 전투마는 엉덩이를 힘껏 후려쳐 다른 곳으로 쫓아 보냈다. 말이 아무렇게나 방향을 잡고 달려가자 나이젤은 방패를 세워 들고 브로델을 높이 치켜들며 다시 한 번 우렁차게 고함을 질렀다.
“크아아아아아아아!! 루벤 만세!!!”
성벽 위의 병사들이 서둘러 준비를 갖춰 대응을 하려는 찰나 특별한 공성탑이나 사다리차도 없고 투석기의 지원도 없는 상태지만 기세가 잔뜩 올라 있는 국왕 병사들은 고함을 지르며 성벽 아래로 접근해 들어와 갖고 온 사다리를 걸었다.
성벽에 사다리가 걸리자마자 성벽 위의 적들은 화살을 쏘아댔다. 화살이 날아들자 나이젤은 주저할 것 없이 브로델을 집어넣고 방패를 등에 짊어 진 후 두 번째로 걸린 사다리를 타고 성벽 위로 단숨에 뛰어 올랐다.
일이 그렇게 된 것인지는 몰라도 나이젤이 성벽에 내려서기를 기다려 철퇴와 창을 든 반란군 병사들이 덤벼왔지만, 나이젤은 성벽 위에 내려서자마자 브룬트의 단검을 빼들고 재빨리 몸을 움직여 목 부분을 연달아 베어 넘겼다.
무장병 두 명을 연달아 단검으로 목을 베어 넘긴 나이젤은 단검을 검집에 밀어 넣고 방패를 왼팔에 차고 구드룬의 한손 장검을 뽑아들었다. 무기를 교체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보병창을 갖고 안에는 사슬 갑옷을 입고 겉에는 코트 형식의 가죽 갑옷을 덧입었으며 머리에는 사슬 두건만 착용하고 있는 병사가 고함을 지르며 덤벼왔다.
정확한 일격이지만 방패로 상대의 공격을 쳐낸 후 한손 장검의 칼날로 무장병의 목을 깊숙이 찍었다. 목을 찍힌 무장병은 창대를 놓고 목을 부여잡고 무릎을 꿇었다. 재빨리 그 옆을 지나치며 칼을 거꾸로 잡고 등짝을 찍어 두 번째 공격을 가해 완전히 숨통을 끊었다.
다시 적을 찾으니 겉에 쇠못대가리를 듬성듬성 박아 넣은 무기를 든 적이 조끼 형식의 가죽 갑옷을 걸치고 머리에는 솥을 뒤집어 놓은 것 같은 투구와 사슬 두건을 뒤집어 쓴 채로 덤벼왔다.
“이야아압!!”
가죽 갑옷 이외에는 별다른 방어구를 갖추고 못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자신을 향해 덤벼든 병사의 위치가 얼마나 하찮은지 짐작할 수 있지만, 지금 사정을 봐줄 이유는 아무 것에도 없었다. 방패로 철퇴 공격을 막고 별다른 보호 장구를 갖추지 못한 하체를 노렸다.
왼쪽 허벅지를 깊숙이 베이니 그 병사는 무릎을 꿇었고 나이젤은 재빨리 상대의 목 언저리를 찍어 치명상을 입혔다. 바로 이 순간 나이젤을 정확하게 노린 화살이 날아왔다. 오른쪽 어깨에 보통 화살이 명중 되었지만 여러 겹의 갑옷을 겹쳐 입은 탓에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제법 충격이 컸지만 견딜 수 있기 때문에 양손 도끼를 힘껏 치켜들고 자신을 향해 덤벼오는 사슬 갑옷을 입은 반란군 무장병의 공격을 방패로 막고 재빨리 상대의 옆으로 움직여 다리 뒤를 걷어찰 수 있었다.
-퍽!! 우지직!-
중심을 잃은 반란군 무장병이 쓰러지자 나이젤은 방패의 모서리로 완전히 드러난 무장병의 목을 있는 힘껏 내리 찍었다. 방패 모서리에 찍혀 목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지독한 소리였지만 지금은 이런 것에 겁을 먹어서는 안 되었기에 나이젤은 눈만 조금 찌푸렸을 뿐이었다.
다시 상체를 돌린 순간 등 뒤쪽에서 보병창을 든 가죽 갑옷을 입고 머리에는 정수리만 보호하는 형식의 둥근 투구를 쓴 병사가 창을 내질러 왔다. 아마도 등짝을 노렸을 것이지만 몸을 비튼 탓에 오른쪽 견갑 위를 스쳐 투구 옆으로 날이 날아들었다.
아찔한 순간 오른 손에 든 한손 장검으로 창대를 쳐내고 안으로 파고들며 보병창을 든 무장병의 목을 치명상을 입을 정도로 깊숙이 베었다. 목이 베인 무장병이 창을 놓고 쓰러진 순간 등 뒤에서 무엇인가 엄청난 충격이 전해졌다.
“쿠악!”
한 대 맞을 때마다 온몸의 힘이 모두 빠져 버리는 것이 갑옷을 입지 않고 맨 몸으로 맞았다면 아마도 이대로 쓰러졌을 것이 분명했다. 몸을 돌리니 체구가 조금 큰 사슬 갑옷을 입고 손에는 쇠장갑을 낀 병사 하나가 자루부터 시작해서 끝에 큼지막한 쇠공이 붙은 철퇴를 치켜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상대가 치켜든 철퇴가 자신을 내리치기 전 나이젤은 방패를 들어 철퇴를 막으면서 동시에 한손 장검으로 상대의 복부를 깊숙이 찔렀다. 복부를 찔린 무장병이 비틀거리자 주저할 것 없이 방패로 얼굴을 후려쳤다.
방패로 얼굴을 맞은 무장병이 비틀거리자 칼끝으로 목을 찔러 완전히 숨통을 끊어 놓았다. 다음 적을 찾으니 이번에는 꽤나 큰 덩치에 사슬 갑옷을 걸치고 있고 겉에는 짐승 가죽 덧옷을 입고 있는 전사가 다가왔다.
커다란 덩치와는 달리 손에 든 것은 왼손에 든 타원형으로 위아래로 길쭉한 방패와 오른 손에 든 장검 하나가 전부였다. 상대가 방패를 앞세워 부딪쳐오자 나이젤도 방패를 앞세워 상대와 충격했다. 방패끼리 부딪친 순간 이름 모를 전사의 엄청난 힘이 느껴졌다.
힘이 엄청난 상대와 맞서야 하지만 전투 기술에서 우위에 있는 나이젤은 재빨리 적의 측면으로 파고들며 어깨 쪽을 베었다. 정확한 공격이지만 사슬 갑옷을 입고 있어 그렇게 깊게 베어지지 않았다.
-퍽!!-
“윽! 제길!!”
제 역할을 다한 적의 사슬 갑옷 때문에 치명상을 입히지 못해 반격을 허용했고, 상대가 휘두른 방패에 얼굴을 맞은 나이젤은 순간 몸의 중심을 잃었다. 그 순간 무명용사는 나이젤의 왼쪽 무릎 뒤를 걷어차 나이젤을 바닥에 쓰러뜨렸다.
“으억!!”
“죽어랏!!”
몸에 바닥에 닿자 승기를 잡은 무명용사는 온 힘을 다해 검을 내리쳤다. 그렇지만 신속하게 몸을 굴려 공격을 피한 나이젤을 맞출 수 없었다. 몸을 굴려 상대의 일격을 피한 나이젤은 별다른 보호대를 갖추지 않고 있는 무명용사의 오른쪽 무릎 뒤를 한 칼에 베었다.
“이얍!”
완전히 잘려나가지는 않았지만 나이젤이 내지른 날카로운 기합 소리와 함께 무릎 뒤를 상처 입은 무명용사는 괴로운 듯 비명을 지르며 무릎을 꿇었다. 몸을 일으킨 나이젤은 무명용사의 목 뒤로 칼을 수직으로 내리 꽂아 단번에 숨통을 끊었다.
거구가 쓰러지자 나이젤은 조금 전 바닥에 넘어지면서 쓰고 있던 투구가 벗겨졌지만 다시 집어 쓸 겨를이 없이 다시 덤벼든 적과 맞서야 했다. 전투 도끼를 들고 있는 체구가 굉장히 큰 반란군 무장병은 머리에 투구만 쓰고 몸에는 별다른 방어구를 갖추지 않고 있다.
“이놈!!”
무장병은 자신이 휘두른 공격을 나이젤이 막아내자 이번에는 몸으로 방패를 부딪쳐 왔다. 방패에 모든 체중을 일격을 당하게 되고 순간 나이젤의 움직임이 잠깐 머뭇거리자 재빨리 왼손으로 방패의 위쪽을 잡아챈 후 자신 쪽으로 힘껏 끌어 당겼다.
그렇지만 이 모든 동작은 근거리에서 휘두르기 힘든 전투 도끼를 들고 있는 무장병이 취할 것이 아니다. 상대의 힘에 밀려 나가며 한손 장검을 수평으로 잡고 아무런 방어구도 걸치지 않고 있는 체구가 굉장히 큰 무장병의 복부를 한손 장검으로 깊숙이 찔렀다.
“죽엇!!”
살짝 팔 힘으로 칼날을 들어 올린 나이젤은 검을 빼낸 후 거구가 쓰러지기 전 칼자루를 거꾸로 잡고 등짝을 찍어 결정타를 날렸다. 다음 적을 살피니 다행히도 눈에 들어오는 것은 국왕 쪽 병사들이 성벽위로 미친 듯이 뛰어올라오고 있고 공성탑과 사다리차가 성벽에 접근해 병사들을 밀어 올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계속 올라와라! 승리는 우리에게 있다!!”
약간 주변에 여유가 생기자 나이젤은 성벽 아래쪽에 상체를 드러내며 아래쪽에다가 우렁차게 고함을 지른 후 이 모습을 봐주지 못하겠다는 듯 판금 흉갑만 조끼 형식으로 걸치고 있는 무장병이 전투 도끼를 휘두르며 덤벼오자 다시 적을 맞았다.
상대가 내리친 전투 도끼를 피해내며 일격에 복부를 베었지만 판금 흉갑이라 제대로 베어지지 않았다. 복부를 베었지만 무사한 무장병은 다시 중심을 잡고 나이젤을 노렸지만 그 공격에 당할 나이젤이 아니다.
상대가 무기를 내리치기 전에 일격에 목을 노렸고 목이 꿰뚫린 무장병은 제대로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바닥에 쓰러졌다. 나이젤이 고개를 돌려보니 멀지 않은 곳에서 성벽에 올라 있던 반란군 석궁수들이 연달아 화살을 날려대는 것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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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울딘을 왜 보내지??
…이 의문은 잠시 뒤에 풀어집니다…-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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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아님님…ㅠ0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