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Demons, and Humans - Lars RAW novel - Chapter 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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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제목…늘 고민을 하지만 마땅히 생각나는게 없네요…( ~3~)y-~~ 에휴…
우연찮게, 아니 의도적일지도 모르게 나탈리아로부터 도움을 받게 된 나이젤은 무엇인가 떨떠름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자신이 건네 준 보물과 금화만으로 충분한 보상이 되고, 자신이 잡아 죽인 코바스 더반과 함께 병사들의 시신에서 벗겨내는 물건과 그들이 타고 왔을 전투마만 해도 값어치가 될 것이라고 믿었기에 크게 개의치 않기로 했다.
마음에 쏙 들었던 누프가 어이없게 죽은 것이 안타까웠지만 지금 자신이 타고 있는 무툴루 카라토미어 움보가 타고 다녔다는 전투마도 좋은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나쁘게 생각 되지는 않았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자세한 외부 상황을 알지는 못하지만 자신을 추격해온 추격대에서 몇 가지 짐작해 볼 수 있는 것이 있었다.
우선 첫째 자신이 갑자기 노예들을 해방시켜 주고 해질 무렵 홀연히 사라진 탓에 국왕이 자신을 찾는 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두 번째로는 무엇보다 솔로몬 그리즈 성의 부친이 드디어 오래전부터 계획하고 있던 일을 시작했음을 알았다.
세 번째로 국왕도 자신의 갑작스러운 잠적에 기대어 부친의 반란 소식을 듣고 분명 반란이 일어났음을 확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추격대가 자신을 잡아 죽이려 했음이 분명하다.
‘이젠 정말 시간이 없군.’
급하게 말을 달리다 생각하는 것이라서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지만 나이젤은 어쨌든 간에 자신이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좋지 못하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계속해서 말을 달렸다.
나탈리아와 헤어지고 나서 며칠을 더 달렸는지 모른다. 그냥 기습을 받았던 일 때문에 정신없이 뛰고 또 뛰고 보니 그사이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계속해서 달리던 전투마는 어느날 아침 탈진해 바닥에 쓰러졌다.
아주 잠깐 동안 반쯤 정신이 나가 있던 나이젤은 전투마가 바닥에 쓰러져 고꾸라질 때까지 자신이 땅 바닥에 쓰러져 있는지를 알지 못했다. 전투마가 쓰러지고 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린 나이젤은 전투마가 눈알을 까뒤집고 혀를 길게 빼 물으며 거칠게 숨을 내쉬고 있음을 깨닫고는 자신이 너무 전투마를 혹사시켰음을 알았다.
“아······.”
나이젤이 어떤 조치를 취해주기 전에 전투마는 갑자기 입안에서부터 무엇인가 허연 액체를 토해내고 엉덩이 쪽에서부터 배설물을 쏟아내며 서서히 그 움직임이 멎었다. 전투마가 숨이 끊어지자 나이젤은 잠깐 그 자리에 서서 전투마의 명복을 빌었다.
자신의 혼자 힘으로는 죽은 말을 치워 놓을 수 없어 무기를 챙기고 식량과 물주머니를 수습했다. 물을 한 모금 마신 다음 식량으로 남겨 놓은 육포를 씹어 즙을 빨며 북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말이 고꾸라지면서 몸에 충격을 받았는지 한참 걷다 보니 몸이 많이 뻐근해져 왔다. 그렇지만 이곳에서 멈출 수는 없었기 때문에 잡낭에서 플라비아 포션을 하나 꺼내 마시는 것으로 대신했다.
플라비아 포션을 마시고 한참을 가다보니 속이 좋지 않아 길옆으로 들어가 한참 동안이나 그곳이 쓰리고 아플 정도로 배설물을 쏟아냈다. 겨우 뒤처리를 하고 약간 다리가 아플 정도로 걸으니 앞쪽으로 마을이 있는 것이 보였다.
사람들과 접촉을 해서는 안 되지만 마침 정오가 다된 탓에 음식을 구하고 타고 갈 수 있는 말이라도 구할 수 있을까 싶어 안으로 들어가기로 마음먹었다. 갑옷도 입고 있고 무기도 있으니 여차하면 다 베어 버리면 된다는 생각을 하며 마을 안으로 들어섰다.
겨울로 접어드는 시기지만 해가 머리위에 있는 탓에 많은 사람들이 집 밖에 나와서 햇볕을 쬐거나 수공품을 만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사람들 모두 마을 안으로 들어선 나이젤이 갑옷을 입고 무장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흠칫 놀랐다.
“어어어어~”
나이젤은 사람들의 시선이 쏟아지자 자신의 선택이 옳지 못함을 느꼈지만 마을 사람 중에서 자신을 겁내지 않고 다가오는 노인에게 정중히 말을 건넸다.
“지나가는 여행자입니다. 문제를 일으킬 생각이 없으니 너무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처음 보기에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마을 안으로 들어오니 100여 채 정도의 집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 자경단이나 지배자가 으레 힘 좀 쓰는 사람들을 이끌고 다가와 가진 것을 내놓으라고 하면 어쩌나 걱정 되었다. 다행히 머리와 수염이 허연 노인이 다가오자 다소 마음을 놓고 정중함을 유지하려 했다.
“콜록~ 기사님은 어디로 가시는 길이오? 콜록~”
노인은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나이젤에게 어디로 가는지를 물었다. 나이젤은 아주 태연한 얼굴로 프레드릭 리즈윈 성에서 군대가 소집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는 길이라고 털어 놓으며 가장 중요한 것도 덧붙였다.
“어르신 제가 지금 프레드릭 리즈윈 성으로 가고 있는 것이 맞나요? 며칠간 노숙을 했더니 방향이 맞는지 헷갈리는군요.”
나이젤의 물음에 노인은 마을을 가로질러 계속가면 하루 정도만에 프레드릭 리즈윈 성에 도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었다. 혹여 거짓이 있을까 싶었지만 진실을 말하는 것이 분명했다.
“감사합니다. 어르신. 그나저나 이 마을에서 음식을 좀 구해 먹을 곳이 있을까요? 된다면 말도 한 필 구하고 싶네요. 물론 대가는 모두 지불해 드리겠습니다.”
등에 대검을 메고 허리에 칼을 세 자루나 차고 있으니 재물이 있음을 알고 쉽게 덤빌 사람이 없음을 인식해 다소 호기 있게 자신감을 내보였다. 노인은 어깨를 들썩이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켁켁~ 마을에 기사님 같은 여행자를 위한 여관이 있었는데 지금은 문을 닫았소. 카악~ 퉷~”
노인의 말에서 무엇인가 뼈대가 있음을 알아차린 나이젤은 조심스럽게 그 이유를 물었다. 칼을 가진 나이젤이 물어 오자 노인은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이니 할 말은 해야 하겠다면서 화를 냈다.
“컥~ 컥~ 전쟁 한다고 마을의 젊은 남자는 모두 끌고 가고 가을걷이의 전부를 가져가 버렸으니 무엇으로 음식을 만들겠소? 그냥 사람들 모두 풀뿌리를 캐 먹고 그러고 있소. 그런 상태인데 여관은 무엇으로 운영하겠소? 음식은 어떤 것으로 만들어 팔고? 곡식이 있어야 팔지 않겠소? 케에엑~ 군대에서 가축도 모두 끌고 가 버려서 남아 있는 것이 없소. 농사에 쓸 말도 밭을 갈기 위해 마을에서 키우던 소도! 군대에서 마차를 끌게 한다고 모두 가져갔단 말이오. 큭~ 큭~ 내년 봄쯤에 전쟁이 끝나고 돌려준다고 하기는 했지만······. 미안하오. 기사님. 다 이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의 허튼 소리로 들어 주시구려. 카악~ 퉤~”
몇 번 기침을 캘룩 거리고 목에 가래가 끓는지 가래침을 뱉어낸 노인을 보고 나이젤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지금 눈앞에 있는 현실은 국왕이 지난 세월 베르트를 공격한다고 군대를 육성하는데 모든 국력을 쏟아 붓고 이번에 무려 50만 군대를 일으키면서 벌어질 결과였다.
“미안합니다. 제가 어떻게 도움을 드릴 수 없군요. 다만 제가 온 길을 따라 반나절 정도 가면 오늘 아침에 죽은 말 시체가 있을 것입니다. 누가 먼저 가져갔을지 모르지만 그거라도 가져다가 나누시지요. 신의 가호가 있으시길······.”
나이젤은 오늘 아침에 죽은 전투마가 있는 곳을 말해 주면서 노인에게 신의 가호를 빌었다. 노인은 그냥 쓴웃음을 한 번 짓고 난 후 제 집으로 가 버렸다. 나이젤이 마을을 통과하면서 유심히 마을 사람들을 보고 있잖으니 정말로 코를 흘려대며 꾀죄죄한 옷을 입고 있는 아이들과 노인, 부녀자들 밖에는 남아 있지 않은 것 같았다
무거운 마음을 품고 마을을 빠져나온 나이젤은 묵묵히 노인이 가르쳐 준 대로 프레드릭 리즈윈 성으로 향하는 길을 걷고 또 걸었다. 그러고 보니 어느새 해가 저물었다.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계속해서 걷고 또 걸었던 것 때문에 날이 저무니 날씨도 추워지고 피곤해서 더 걷고 싶지 않았다.
길에서 떨어진 곳으로 들어가 바람을 피할 곳을 찾았다. 물을 마시고 비상식량인 육포를 뜯어 어느 배를 채우자 그냥 웅크리고 잠을 자려 했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몰아치는 추위에 불을 피우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더 추워지기 전에 얼른 잔가지를 수북하게 가져온 나이젤은 땔감을 모은 후 잡낭에 넣고 다니는 부싯돌을 이용해 불을 피웠다. 따뜻해지면 쉽게 잠이 올 것 같았지만 이상하게도 잠이 오지 않았다.
‘제길······.’
오늘 보게 된 마을 때문인지 모른다. 분명 봄이 되면 마을 전체에 굶어 죽는 사람이 태반이라서 살아남는 사람조차 없게 될지 모른다. 일이 이렇게 된 것을 따져 보면 현 국왕 엠마뉴엘 볼크의 야욕 때문에 빚어진 일이 틀림없다.
전쟁의 주기가 짧아지고 그 규모 또한 대규모화되면서 부친 라스나 나이젤같이 능력이 있는 사람은 전쟁을 통해 칼로 자신을 증명하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저렇게 나날이 형편이 어려워지며 굶어 죽을 날만을 기다리고 있게 되었다.
이렇게 힘든 날이 계속되자 신앙심을 잃은 사람들은 신이든 악마든 지금의 현실을 구해줄 수 있다면 절대적으로 믿고 따를 것이라고 호언하기도 했다. 신과 악마, 그리고 하다못해 인간 중에서 분명 어느 하나는 구원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기에 그들의 말은 틀리지 않을 것이다.
“신이나 악마······. 그리고 인간이라······.”
절대적으로 신에 매진해 모든 것을 지고신의 가르침에 따르겠다는 청빈과 순결 서약을 한 지고신교 교단의 사람들이 반강제적으로 기부금을 받고 기부금을 이용해 재부를 축적하고 군대를 유지한다.
그 군대는 우습게도 현실 정치에 타협해 어제까지만 해도 지고신교를 후원하는데 앞장섰던 사람들을 이교도로 몰아 처단하고 있다. 그렇지만 발레라 같은 자원봉사자나 전쟁터에서 아무도 돌보지 않으려 하는 부상자들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도 있고, 신전에 나눠 주는 따뜻한 스프 한 그릇에 하루를 사는 사람들도 있다.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일까?’
악마와 관계된 일을 직접 접해 본 일은 없지만 스승인 아치볼드는 요하네스 왕국이 흑마법, 즉 악마와 관계된 일로 자신의 생활을 삼고 있다고 말해 주었다. 그렇지만 나이젤은 지금 이 세상을 구할 수 있는 것은 신도 악마도 아닌 존재, 즉 인간이라고 확신했다.
“······신이 있다면 이 세상을 이렇게 만들지 않았을 것이고, 악마가 있다면 이 세상에 희망을 남겨 두지 않았을 테지. 그렇지만 인간은 이 세상을 이렇게 만들고 세상에 희망을 남겨 두고 있다. 하하하······. 바로 이건가?”
괜스레 머리 아픈 것을 떠올렸다는 생각에 쓴웃음을 지은 나이젤은 육포를 몇 개 모닥불에 구워 오물거리며 씹어 먹은 뒤 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억지로 잠을 청했다. 너무 피곤하고 추우면 잠이 오지 않는 것이 정상이라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잠을 자두는 것이 유리할 것 같았다.
퍼뜩 정신을 차렸을 때 나이젤은 모닥불이 꺼져 있고 주변이 하얗게 변해 있음을 깨달았다. 순간 자신이 몸을 무척이나 떨고 있음을 깨닫고는 정신을 차리고 몸을 일으켰다. 머리가 굉장히 아파오고 잠이 쏟아졌지만 지금 잠을 자면 좋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니 억지로 몸을 일으켜 한참을 서성였다.
추운 새벽녘 한참을 몸을 움직여 어느 정도 몸이 열기를 회복되자 두통 때문에 플라비아 포션을 한 병 마시고 육포를 꺼내 한참을 오물 거렸다. 늦가을, 이제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첫눈이 내린 것이다.
지금 눈발이 날리지는 않지만 더 눈이 내리거나 눈이 녹기 전에 주변을 돌아 다녀 마른 장작을 모아 눈을 치운 후 불을 피웠다. 불이 잘 붙지 않아 한참을 고생해야 했지만 다행히 불을 피울 수 있었고 육포를 몇 개 더 씹어 먹으며 허기를 달랬다.
잠을 자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어느새 깜빡 잠이 든 나이젤이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해가 머리 위에 떠 있을 때였다. 우습게도 주변의 눈은 완전히 사라져 있었고 대신 찾아온 따뜻함에 땅이 조금 질척하게 변해 있을 뿐이다.
추운 날에 목마름을 해결하기 위해 물을 마신다면 오히려 더 추위에 떨게 된다는 사실을 들어 알고 있어 애써 물 마시는 것을 꺼려했던 나이젤은 자리를 털고 일어선 후 아직 온기가 조금 남아 있는 모닥불을 발로 차서 흩어 버리고는 물주머니에 남아 있는 물을 마셨다.
시원하다는 느낌도 잠시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어 서둘러 발걸음을 움직였다. 몇 번 하품을 하며 프레드릭 리즈윈 성으로 향하는 길로 들어서서 혹시 모를 추격대를 대비해 조심해서 걸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는 것도 좋지 않으니 나이젤은 되도록 멀리 살피며 조심해서 걷고 또 걸었다.
그렇지만 나이젤은 몇 번이고 일가족 단위로 보이는 난민과 마주쳐야 했다. 나이젤이 먼저 피하려 했지만 우습게도 그들 먼저 체구도 크고 무기도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나이젤을 보고 길 옆으로 피했다.
나이젤은 별다른 시선을 두지 않고 사람들 옆을 지나쳤고 한참 후에 뒤돌아보니 난민들은 제 갈 길을 가고 있었다. 쓴웃음을 한 번 지은 나이젤은 아무 생각 없이 천천히 앞을 걸어갔다. 중간에 몇 개의 마을을 만났지만 이번에는 마을 안에 들어갈 것 없이 조용히 마을 주변으로 펼쳐진 경작지를 통해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했다.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했지만 은근히 지나치는 마을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실제로 눈에 들어오는 사람들 모두 노인과 어린애, 부녀자들뿐이다. 혹시나 싶어 기다려 봐도 가축 소리나 농사에 쓸 말울음 소리 하나 들리지 않고 저녁때가 되어도 음식을 만들 연기를 피우는 집도 거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세상이 참······.’
나이젤은 씁쓸히 탄식하며 사람들 옆을 지나 다시 자신을 찾아온 어둠과 추위 속으로 파고 들었다.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으려 할 때 갑자기 앞쪽에서 말울음 소리가 들렸다. 피곤한 와중에도 나이젤은 본능적으로 길옆으로 몸을 피했다.
몸을 숙였다가 살짝 고개를 들어 보니 두꺼운 가죽으로 몸을 감싼 체격이 크고 좋아 보이는 회색 말 위에 금색으로 치장된 털옷을 입고 안쪽에 사슬 갑옷을 받쳐 입고 있는 남자 하나가 등짐을 진 다섯 사람을 도보로 거느리고 천천히 나이젤이 왔던 반대 방향으로 가는 것이 보였다.
차림을 보니 프레드릭 리즈윈 성에서 다코 컨퓨즈 성 쪽으로 향하는 기사거나 그렇지 않으면 어딘가의 귀족이 분명했다. 여하튼 부친께 돌아가면 군대를 돌려받아 프레드릭 리즈윈 성을 공격하게 될 나이젤의 적이 될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고심해 보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귀족만 전투마를 타고 있고 수행원들은 말을 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수행원들에게 말을 태워줄 돈도 부족한 사람이 분명했다. 더욱이 지금 귀족이 타고 있는 말이 나이젤에게 반드시 필요했다.
주저할 것 없이 등 뒤에 메고 있던 구드룬 고프리의 대검을 한 번에 빼낸 나이젤은 굳이 피할 것도 없이 몸을 숨기고 있던 곳에서 밖으로 나왔다. 갑자기 어둠 속에서 덩치 큰 사내가 사슬 갑옷을 입고 대검을 들고 밖으로 나오자 회색 전투마에 올라 있는 귀족은 놀라 말 고삐를 잡아 당겼다.
“네놈은 누구냐?”
어둠 속이라 잘 몰랐지만 제법 나이가 있어 보이는 귀족이 목소리를 높였다. 상대가 누구인지 궁금했지만 어차피 죽여 버릴 사람을 알고 싶지도 않았던 나이젤은 말없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도적인가 보구나! 건방진 놈! 죽여라!”
귀족은 스스로 무기를 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등 뒤에 있던 등짐을 지고 있던 수행원들에게 공격할 것을 지시했다. 수행원들은 등짐을 내려놓은 후 등짐에 걸려 있던 칼을 빼들고 나이젤에게 덤볐지만 애초에 상대가 되지 않았다.
대검을 머리 위로 높이 치켜든 나이젤은 자신을 향해 덤벼든 첫 번째 수행원의 왼쪽 어깨를 내려 베기 한 번으로 찍어 넘기고 좌우 베기로 연속해서 두 사람의 목을 날렸다. 순식간에 세 사람이 쓰러지자 그 뒤를 따라 덤벼들려던 수행원 둘은 깜짝 놀라 멈춰섰다.
도망치게 둘 수 없었기 때문에 재빨리 뛰어들어 두 명의 등을 찍어 넘긴 나이젤은 귀족이 당황해 허리에 찬 대검을 꺼내려 하자 잽싸게 앞으로 달려와 상대가 무기를 빼내기 전 귀족의 몸을 감싸고 있는 금색으로 치장된 가죽 덧옷과 허리 벨트를 잡고 한 번에 말 아래로 끌어냈다.
“어억!”
땅바닥에 내던져진 당황한 귀족이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자 나이젤은 신속하게 왼발로 완전히 드러난 상대의 목을 힘껏 내리찍었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고 그와 함께 순식간에 주인을 잃은 전투마는 투레질을 하며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며 얌전히 서 있었다.
“워~ 워~ 착하지~”
전투마를 다독여 준 나이젤은 전투마가 도망치지 않도록 근처에 있는 나무에 매어둔 뒤 길 가운데 놓인 시신을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으로 끌고 갔다. 수행원들의 시신과 목을 던져 놓은 나이젤은 귀족의 시신을 따로 내려 놓고 일단 등짐 다섯 개를 가져왔다.
무엇이 들어 있나 싶어 등짐을 뒤져보니 대부분이 옷가지 같은 것이지만 와인 다섯 병에 정오 쯤 구입해 둔 것이 분명한 빵과 차갑게 식어 있고 딱딱하게 굳어 있지만 기름을 발라 숯불에 굽고 소금을 뿌려 놓은 고기가 나왔다.
“운이 좋군.”
배가 몹시 고팠기 때문에 빵을 두 개 정도 뜯어 먹고 잘 구운 고기를 허겁지겁 먹은 다음 와인을 한 병을 마셔 배를 채웠다. 간만에 푸짐하게 허기를 채우고 나니 갑자기 뱃속에서 신호가 왔다. 얼른 배설물을 쏟아낸 후 뒤처리를 했다.
곧 남은 빵을 잘 포장해서 자신이 갖고 있는 식량 자루에 넣어 두고 남은 와인은 등짐에다 넣어 말 잔등에 걸어 두었다. 혹시 더 등짐을 찾아보니 옷이 여러 벌 나왔지만 나이젤의 체격에 맞는 것이 없어 아쉬웠다.
다만 한 가지 가죽 신발을 벗고 이제까지 신고 있던 땀과 피로함에 젖은 발을 추위 속에 말린 다음 깨끗한 옷 몇 벌을 찢어 추위가 더 심해지면 동상에 걸릴 수 있는 발을 정성스럽게 싸두었다.
등짐만 뒤지고 자리에서 일어서려 했을 때 갑자기 시체들을 뒤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생각을 해 본 후 시신을 찾아 쓸 만한 것이 있는지를 찾아보았다. 수행원들은 모든 것이 피에 젖어 있고 그다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없지만 귀족은 그렇지 않았다.
허리에 금화와 은화가 뒤섞여 있는 두툼한 돈주머니가 매달려 있고 한 번 뽑아 보지 못했지만 허리에 찬 대검도 칼집부터 시작해 손잡이와 벨트 장식이 멋진 것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특히 대검은 무게 추에 보석이 박혀 있는 아주 좋은 것이었다.
나중에 필요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귀족의 허리에 찬 대검을 풀어 말안장에 찔러 놓은 뒤 금화와 은화는 자신의 잡낭에 밀어 넣었다. 필요한 것을 모두 거둬들이자 나이젤은 귀족이 몸에 걸치고 있는 사슬 갑옷과 털옷이 탐이 났지만 굳이 무게만 나갈 것이기 때문에 애써 그것에는 손대지 않았다.
“······미안하오. 그럼 이만!”
나이젤은 자신이 잡아 죽인 사람들에게 위선적인 미안함을 표한 후 회색 전투마의 고삐를 풀어 다시 대로로 나왔다. 그리고 한시라도 서두르기 위해 프레드릭 리즈윈 성 쪽으로 힘차게 내달렸다.
빼앗은 회색 말에 올라 밤새 말을 달린 나이젤은 자정이 되기 전에 프레드릭 리즈윈 성에 도착했지만 자신의 입장에서는 프레드릭 리즈윈 성 안으로 들어갈 수 없으니 그냥 말을 달려 멀리 성을 지나쳤다.
타고 있는 전투마가 꽤 힘이 느껴지는 좋은 품종이기 때문에 아주 잠깐 사이 프레드릭 리즈윈 성을 지나쳤고 그 기세로 달리고 또 달려 드디어 프리먼 강에 도착했다. 프리먼 강에 도착한 나이젤은 다리를 통해 단번에 강을 건너기만 하면 곧 솔로몬 그리즈 성에 도착할 것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강을 건널 방법을 찾으려 했다.
무툴루 카라토미어 움보의 추격과 나탈리아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분명 솔로몬 그리즈 성에 있는 부친의 행동이 널리 알려졌을 것이니 다리의 경계가 철저할 것이다. 예상했던 대로 몸을 숨겨 다리 쪽을 살피니 병사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서 있는 것이 경계가 삼엄해 보였다.
“쯧~”
짧게 혀를 찬 나이젤은 일단 강만 건너면 모든 것이 끝나는데 지금 가장 큰 관문에 도착했음을 알았다. 잠시 고민해 보던 나이젤은 이대로 위드 자작령으로 내려가 미리 울딘에게 서신을 써서 보낸 대로 크라젤과 합류해 영지를 지키거나 그렇지 않으면 애브너 준남작령으로 내려가 자레드 트리플턴의 배를 타고 강을 건널 생각을 했다.
그것도 좋지만 나이젤은 지금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강을 건널 배를 구하기 위해 어촌을 찾아 다녀도 되겠지만 지금은 시간이 부족했다. 지휘관을 찾아가 갖고 있는 금전을 모두 털어 매수하는 방법도 생각해 보았지만 자칫 자신의 목만 내어줄 수도 있었기에 시중해야 했다.
지휘관이 만나주지 않거나 나탈리아의 말대로 자신의 목에 걸린 상금에 눈이 멀어 목을 베어 국왕에게 바쳐 한 재산 치부하려 들지 모르기 때문이다. 한참을 고민하던 나이젤은 가장 무모하면서도 효과가 최고인 방법을 선택했다.
일단 전투마가 지쳐 있기 때문에 전투마를 잘 먹여야 하니 대담하게 전투마를 끌고 가까운 마을로 들어갔다.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나름대로 여관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여관 안으로 들어갔다.
혹시 자신을 알아보고 누군가 덤벼들면 당장 베어 버릴 요량이었지만 여관에 딸린 식당에 들어가 앉아 불에 기름을 발라 구운 닭고기 한 마리를 주 요리로 먹고 빵과 고기 스프 와인으로 배를 채웠다.
여관에 부속된 마구간에 들어간 전투마도 먹이풀과 잡곡으로 푸짐하게 배를 채웠다. 값이 많이 올라 있지만 사정이 사정인지라 별로 음식 값이나 전투마의 사료 값을 흥정하지 않고 대가를 지불해 준 후 나이젤은 자연스럽게 여관방을 잡고 안으로 들어갔다. 목욕이 하고 싶었지만 혹시 몰라 끝까지 무장을 풀지 않았다.
새벽에 잠깐 잠이 들었지만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샌 나이젤은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지 않자 안도하면서 아직 해가 뜨기도 전에 방을 나서 곧장 마구간에 들러 자신의 전투마를 끌어냈다. 가죽 마갑과 마구를 씌우고 안장을 얹은 나이젤은 회색 전투마의 목을 한 번 쓸어 준 후 밖으로 나왔다.
“누구냐!”
조용히 다리 쪽으로 나오니, 다리의 수비병 몇 사람이 당장 가로막고 나섰다. 나이젤은 수비병이 엄격하게 행동한다면 베어 버릴 요량이지만 정중하게 강을 건너 고향 집에 갈 일이 있다며 길을 열어 줄 것을 청했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그 누구도 통과시키지 말라는 명을 받았습니다.”
수비병이 난색을 표하자 나이젤은 은근 슬쩍 질문을 건넨 사람이 장교 급으로 보이자 얼른 금화 한 개를 쥐어 주었다. 금화를 받게 된 장교로 보이는 수비병은 입이 헤벌쭉 벌어지더니 직접 나이젤의 고삐를 잡고 다리 쪽으로 안내해 주었다.
몇 사람이 나이젤의 신분을 물어왔고 아무도 통과시키지 말라는 엄명이 있었음을 일깨웠지만 장교는 자신의 고향을 지배하는 귀족의 도련님이시라면서 직접 말고삐를 잡아끌어 주는 모습까지 보였다.
다소 불안해 혹시 계략이라도 있으면 당장에 장교를 찍어 죽여 버릴 준비를 했지만 장교의 행동으로 무사히 다리를 건너게 되었다. 어이가 없고 고맙게 느껴진 나이젤은 다시 장교에게 금화를 하나 더 쥐어 준 후 고맙다는 말과 함께 회색 전투마를 타고 강을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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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저 장교는 라스가 심어놓은 자가 아닐까…여겼습니다만…
끝까지 정체가 나오지는 않더군요…^_^;;
94…
Next-95
으흐흐흐…
●‘룬드레드’님…^0^)乃 라스의 위기가 아니라…이미 엄청난 계획 아래 진행된 일들이랍니다…라스는 이 일을 위해 18년을 준비해 왔거든요…^_^;
●‘블래스터’님…ㅠ_ㅠ;…11연참입니다…글쿠…포상금에 관한 것…말씀 대로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죠…애석하게도 저 작가넘이 농간을 잘 부리죠…ㅠ_ㅠ; 어쨌든 간에 지루해 지실 것 같아서 왕창 올리기로 했답니다…^3^; 사실 별 내용 없이 전쟁 전까지 계속 이어지니 말이죠…헐헐…
●‘팩’님…감사합니다…저 작가넘도…아깝기는 해도…독자님들이 지루해 하실까봐서 말입니다…핫핫핫…ㅜ_ㅜ;
●‘러딘’님…핫핫…10연참이라…저 작가넘은 하고 싶지만 아뒤쥔장님의 시간이 큰 문제랍니다…하하하하하하…^0^)乃
●‘호돌스’님…으음…2부 말을 보시면…모든 것이 만천하게 드러나게 될 것이고요…라스 이놈…엄청난 놈이다…이것을 알게 되실 것이랍니다…
●‘마고태왕’님…으음…후반부…나이젤 이놈…성격적인 결함도 많지만 굇수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랍니다…
●‘창공의수호자’님…으음…고개는 유리할 때 숙이는 것이 가장 좋겠죠…^0=; 뭐…나이젤은 그 점에 충실하답니다…물론 라스도 마찬가지고요…^_^; 글쿠…마법 맞습니다…^0^)乃
●‘리토스트’님…@_@; 아! 나이젤 쪽의 병력…뭐…전체에 비한다면 별것 아니랍니다…^_=; 하지만 나이젤에게는 중요한 군대지요…어쨌든 간에 쭉 보아 주시면…이해 되실 것이랍니다…
●‘i우천i’님…으힛힛힛…저 작가넘…매번 이렇게 찾아 주시는 것…정말로 고맙습니다…열심히 부지런히 화팅!!
●‘赦話’님…5만 이면 엄청난 대군입니다…더욱이 오크 5만 명이면…@_@;
●‘toyr’님…핫핫…그…그렇군요…ㅠ_ㅠ; 어쨌든 간에 기분이 괜찮아 보이니 다행입니다…저 작가넘…어쨌든 간에 지루해 하실 것 같고 미안한 분들도 많아서…왕창 올린답니다…화팅입니다…^0^)乃 글쿠…그렇죠…저 작가넘…꼭 뭔가 말하고 싶어 안달 하기는 합니다…
●‘한뫼’님…으음…라스 넘…생각외로 무시무시한 대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병농일치제가 괜히 무서운 것이 아니거든요…
●‘goahs’님…라스 영지만으로 5만 대군이면…많기는 하지만…라스 자체가 워낙 뛰어난 놈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고 군대가 강하죠…뭐…이런 내용 전체는 계속 보아 주시면 어떤 식으로 나오는지 아실 것이랍니다…
●‘바보아님’님…으음…연참 11회랍니다…12회는 하고 싶지만…좀 무리는 무리네요…~3~; 글쿠…비축분…생각외로 신, 악마 그리고 인간 -라스-는 크라우프 보다 아뒤쥔장님과 나름 치밀(?)하게 스토리 보드를 구성해 놓은 탓에 쓰기가 엄청 편해 비축 분이 많답니다…이러한 상황에서 별 내용 없이 쌈만 해대는 2부를 빨리 종결하려고요…
●‘zeple’님…하핫…뭐…말씀 대로 오크 머리는 나중을 위해 모아둔 것입니다…라스 넘은 이일을 위해 18년을 준비해 왔답니다…^_^; 글쿠 3부 고드프리는 시작 나이가 14세랍니다…딴집 귀족들은 종사 되어 한창 일배울때 이 넘은 집안빨로 기사 작위도 받고 이곳저곳을 활약한답니다…
●‘열한번째사나이’님…하핫…뭐…폭탄은 계속 던질 예정입니다…저 작가넘…비축분이 잘써진 탓에…얼른 2부를 종결할 예정이거든요…솔직히 2부 후방은 싸움 장면과 전투만 계속 이어질 뿐이랍니다…
●‘잡아당기기’님…핫핫…^_^; 어쨌든 저 작가넘 계속해서 달리겠습니다…화팅!!
●‘ytk’님…하루에 11편을 올린 것입니다…독자분들께서 지루해 하실 것 같고…지금 3부 후반을 쓰고 있거든요…^_=; 얼른 2부를 끝낼 요량이랍니다…
●‘mighty’님…2부는 내내 싸움이 이어지고요…최대한 연참을 해서 2부를 신속하게 끝낼 것이랍니다…스토리 보다 나름 잘 짜놓으니…글쓰기 나름 편해서 말이죠…
●‘방학작가’님…핫핫…저 작가넘 컴터…방화벽이 잘 깔려 있어서…쉽게 뚫지는 못할 것입니다…^_^;; 열심히 2부 종결할 때까지 달려 보겠습니다…화팅!!
●‘高忍突’님…자레드 트리플턴은…감녕 + 다큐에서 본 카리브해의 해적들 이미지랍니다…뭐…대단한 인사지요…^_^;
●‘에크리스’님…오크 족을 규합한 놈들이라…헐헐…뭐…오크 족은 라스가 꾸며낸 이야기랍니다…반란 일으키게 말이죠…^_^;
●‘타에’님…^_=; 으헷…저 작가넘도 오늘은…아니 아뒤쥔장님이 수정하시다가 피로하셔서…오늘은 어제 보다는 적게 올립니다…^_^;
●‘underworld’님…아뒤 쥔장님의 체력적인 한계와 시간의 압빡에 의해 오늘은 수정한 것이 좀 적네요…핫핫핫…^_=;
●‘작가아님’님…좀 막막하기는 하지만…~_^; 저 작가넘 한번 해보렵니다…으음…~3~; 어쨌든 간에…작가아님님의 정성에…더욱 힘을 내며…아시죠? 저 작가넘…아뒤쥔장님과 의기투합해서…연참으로 보답하겠습니다…화팅!!
●‘Blood_Rain’님…오크 5만은 없답니다…^_=; 결국…국왕이 안심하게 하기 위한…술책입니다…으허허허허…^_^;
●‘제로이드’님…하핫…감사합니다…어쨌든 간에…계속해서 연참 하겠습니다…2부를 빨리 끝낼 생각이거든요…^_=;;
중간에 빠진 분이 계시더라도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연참 분 모두 2차 수정했습니다.)
-작가아님님…(부비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