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Demons, and Humans - Lars RAW novel - Chapter 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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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제목…늘 고민을 하지만 마땅히 생각나는게 없네요…( ~3~)y-~~ 에휴…
정오부터 내린 눈이 제법 많이 쌓여 있는 상황이지만 날씨가 나아질 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나이젤은 즉시 부대를 출발 시켰다. 불만을 가진 병사들이 없잖아 있었지만 모두 급히 서둘렀다.
급히 기병대를 이끌고 남하한 나이젤은 며칠을 밤낮으로 달려 정오의 해가 머리 위에 떠올랐을 때 크리스틴 바실리 성의 동쪽에 진지를 구축하며 자리 잡고 있는 바예지드의 군대와 합류할 수 있었다.
“나이젤 도련님! 어서 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바예지드는 나이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달리고 또 달려 도착하자 얼른 나와 맞았다. 전투마에서 내린 나이젤은 급히 울딘과 루이스 스틸을 거느리고 지휘소로 사용되는 군막 안으로 들어섰다.
“바예지드 스승님, 현재 상황이 어떻습니까?”
지휘소로 들어선 나이젤은 자리를 청해 앉자마자 현재 상황을 물었다. 바예지드는 크리스틴 바실리 성 내에 스펜서를 전사케 한 마르쿠스 레슈타트 하우츠, 에드먼드 라비, 테빌라 후작 부인 리보니아를 중심으로 7만 명 이상의 민병이 성을 수비하고 있음을 알렸다.
“빌어먹을······. 다 아는 사람들이군요. 그나저나 생각보다 병력이 많군요.”
세 사람의의 얼굴을 하나씩 떠올리던 나이젤이 짧게 한숨을 내쉬며 씁쓸한 표정을 짓자, 대충이나마 나이젤이 어떠한 이유에서 탄식하는지를 잘 알고 있는 바예지드의 표정이 슬쩍 변했다.
바예지드의 표정 변화가 무엇을 뜻하는지 눈치를 챈 나이젤은 얼른 정색을 했다. 바예지드는 곧 이어 프레드릭 리즈윈 성처럼 크리스틴 바실리 성을 초반에 점령 했어야 마땅했지만 애석하게도 자신이 무능한 탓에 스펜서도 죽고 아까운 병력만 잃었다고 탄식했다.
“일이 그렇게 된 것을 어떻게 하겠습니까? 마르쿠스 레슈타트는 수십 발의 석궁 화살을 맞고도 버텨내며 달려들었다고 하는데······. 그런 자가 적이 되었다니 많이 안타깝습니다.”
나이젤이 위로해 주자 바예지드는 나이젤이 마르쿠스 레슈타트나 에드먼드 라비, 리보니아 왕녀와 평소 친분이 있다고 알고 있다며 괜찮다고 한다면 항복을 권해 보는 것이 어떤지를 물었다.
“항복이요? 아니요······. 제가 알기로 그 사람들은 결코 항복할 사람들이 아닙니다. 구차하게 항복을 권하는 것 보다 신속하게 공격을 가해 성을 점령해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이 그러하기도 했지만, 솔직히 지금 심정으로는 나이젤 자신이 레슈타트와 라비, 리보니아 왕녀 앞에 나서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바예지드의 부탁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잠시 뒤 자신이 너무 흥분하고 있음을 깨달은 나이젤은 앞뒤를 생각해 보았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레슈타트와 라비, 리보니아 왕녀 같은 사람들 여기까지 와서 자신이 권한다고 항복을 할 것 같지 않았다. 바예지드는 아쉽게 여긴 탓인지 입맛을 몇 번 다시더니 곧 나이젤이 모르고 있는 다른 곳의 상황을 알려 주었다.
“하긴 항복을 할 생각이었으면 처음부터 그리하였을 것이니······. 역시 그렇겠지요. 아쉽군요. 애초부터 싸움을 하지 않았다면 좋은 방향으로 끝을 낼 수도 있었겠지만 일이 이렇게 된 이상 하는 수 없지요. 그나저나 도련님, 주군께서 8만 명을 이끄시고 갈버 마잔 성으로 진격하고 계시다고 합니다. 또한 마님께서 2차로 소집된 20만 명의 병사들 중에서 편제가 완료된 10만 명을 우선 크리스틴 바실리 성으로 보내주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약간 시간이 걸렸지만 안토니우스 성이 함락 되고 라스가 최정예 부대 8만 명으로 갈버 마잔 성을 향해 진격하고 있다는 것은 원래 세워진 계획된 대로 모든 일이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했다.
안타깝게도 비록 크리스틴 바실리 성의 점령이 실패하기는 했지만 전세는 라스 쪽이 여전히 유리했고 라스가 이끄는 8만 군은 갈버 마잔 성과 그 주변의 잡곡 생산지와 루벤 최대의 말목장에서 사육되는 전투마를 손에 넣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라스는 루벤 북부를 완전히 손에 넣게 되며 장기전으로 흐를 경우 국왕 쪽에 전투마의 공급을 차단할 수 있고 자신은 대규모 기병을 육성해 보다 효과적으로 전쟁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주군께서 갈버 마잔 성으로 향하고 계실 때, 진작부터 저하고 스펜서 히르슈 남작하고 이곳을 점령한 후 굳건히 수비하고 있어야 했는데······. 계획이 너무 틀어졌습니다.”
“그런 말씀 마십시오. 모든 것이 계획대로 흘러간다는 법은 없지 않습니까? 아직까지는 아군이 유리하니 다 잘 될 것입니다. 그보다도 저 성을 넘어야 하는 일이 큰일이로군요.”
바예지드가 한숨을 내쉬며 푸념을 하니 나이젤은 다시 한번 위로의 말을 건네며 일단은 눈앞의 공성을 걱정했다.
“상대는 민병입니다. 게다가 급하게 끌어 모으느라 제대로 된 병장기도 갖추고 있지 못하겠지요. 비록 크리스틴 바실리 성에 대장간이 많아 시간을 주게 된다면 적의 무장이 풍부해지기는 하겠으나·····. 레오르카님께서 레나르트와 파울젠 왕국이 전쟁을 벌였을 때 만들어져 있던 무구들을 대부분 가져가셨고, 남아 있던 물건과 원재료, 대장장이들은 국왕을 따라 남쪽으로 향했으니 실질적으로 그것에 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무방할 것입니다.”
바예지드는 곧 마음을 굳게 다지는 것 같더니 자신이 알고 있는 성안의 병사들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 주었다.
“하긴 그렇지요. 일단 성을 넘게 되면 숫자가 많다고 해도 정예병인 우리 군을 당해낼 방법이 저들에게는 없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한시라도 빨리 저 성을 공격해 함락시켜야 합니다. 저 성이 버티고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엄청나게 크니까요.”
나이젤이 여러 가지 얻을 수 있는 전략적인 이점을 들며 성을 공략해야 한다고 강조하니 바예지드는 자신이 성벽을 넘기 위해 자신이 준비하고 있는 일이 있음을 털어 놓았다.
“사실은 몇 번 공세를 취하면서 성벽 아래로 땅굴 전문가를 투입해 땅굴을 파고 있습니다. 전에 레오르카님께서 조사하신 바에 의하면 크리스틴 바실리 성의 동쪽 성벽 아래는 얼핏 매우 단단해 보이기는 하지만 흙이 매우 부드럽다고 하니 그쪽으로 땅굴을 파는 방향을 잡았습니다. 잘만 한다면 성 안쪽으로 땅굴을 파내 땅굴을 통해 성 안쪽으로 병력을 투입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게다가 큰 기대를 걸지는 않고 있지만 땅굴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성벽 아래로 땅굴을 파서 성벽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고도 합니다.”
바예지드는 지금 땅굴을 파고 있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강조하며 자신들이 땅굴을 파고 있다는 사실이 크리스틴 바실리 성에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일부러 나무와 흙으로 보루와 흙벽을 쌓고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었다.
사실 그가 땅굴을 파고 있다는 사실을 늦게 밝힌 이유는 스펜서가 어이없게 전사하고 그 뒤를 이어 군권을 장악하게 된 바예지드가 여러 차례 크리스틴 바실리 성을 공격했음에도 성과가 없자 자신의 체면을 조금이라도 살려보고자 하는 의도가 컸다.
“그러시군요. 이 추운 날씨에 고생이 많으시겠네요.”
나이젤은 바예지드가 무슨 의도로 그것을 말하는지 대충이나마 짐작했지만 일부러 그것을 드러낼 필요는 없었기에 약간의 걱정을 늘어놓는 정도로 대화를 끝냈다. 살짝 한숨을 내쉰 바예지드는 나이젤을 위한 군막을 마련해 두었으니 일단은 휴식을 취하기를 권했다.
“아니오. 아직은 괜찮습니다. 그보다도 성의 모습을 한번 보고 싶군요.”
먼길을 달려왔지만 나이젤은 아직 해가 머리 위에 있는데 쉴 수 없다면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오히려 크리스틴 바실리 성을 보고 싶다면서 바예지드에게 안내를 부탁한 후 짐짓 기운차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지휘소 밖을 나온 나이젤은 자신이 이곳까지 타고 오느라 지칠 대로 지친 회색 전투마 대신 다른 말을 끌어오게 해 갈아타고는 바예지드의 안내를 받아 울딘과 루이스 스틸을 거느리고 멀리서지만 크리스틴 바실리 성벽이 잘 보이는 곳으로 나가 살폈다.
“흐음······. 생각보다 단단해 보이는군요.”
그냥 성벽을 바라본 첫 느낌은 이러했다.
“예. 아마 지휘관인 마르쿠스 레슈타트라는 자가 대단한 인물인가 봅니다.”
멀리서 보아도 성벽 위는 생각 외로 방비가 엄중한 듯 했다. 민병들이라고 무시하기에는 그들의 질서가 엄격해 보였고, 성벽 위에는 여러 가지 목적으로 만든 나무를 가공해 지붕을 만든 시설물들이 군데군데 보였다.
무엇보다 놀란 것은 다소 투박해 보이기는 해도 소형 투석기가 조립되어 성벽 위의 망루에 올려 있다는 사실이다. 옆에 있던 바예지드는 소형 투석기를 가리켜 정교한 것은 아니지만 근거리에서 꽤나 위력을 발휘한다고 알려 주었다.
“방어자들은 성벽 너머에 대형 투석기를 갖고 있으며 성벽 위에는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기계식 석궁도 걸고 있습니다. 군대의 숫자가 많다고 해도 전진해 들어가면 저렇게 준비를 갖추고 있는 적에게 그대로 노출되어 엄청난 화력을 머리 위로 뒤집어쓰게 됩니다. 이것 때문에 지난 공격이 모조리 실패하게 되었지요.”
애써 변명을 하며 바예지드는 정공법으로 공격했을 때 워낙 손실이 많아지게 되어 결국 땅굴을 선택하게 되었다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바예지드의 말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 나이젤은 준비가 철저한 성을 섣부르게 공격하다가 손실이 커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해서든 신속하게 크리스틴 바실리 성을 수비하는 사람들에게 심리적인 타격을 주고 상대를 굴복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렇다고 지금 있는 병력으로 성을 정면 공격한다는 것은 바예지드의 실수를 되풀이하는 것 밖에는 없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크리스틴 바실리 성을 손에 넣어야만 앞으로 우리들의 행동에 큰 여유로움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쓸데없이 죽게 되는 사람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겠지.’
나이젤은 잠시 고민해 보다가 퍼뜩 항구를 떠올리고는 바예지드에게 크리스틴 바실리 성의 항구를 점령했는지를 물었다.
“마땅히 항구를 점령해야 하지만 지금의 이 병력으로 그것을 시도했다가는 병력이 너무 분산되게 됩니다. 그러한 이유에서 항구 점령을 미루었습니다.”
“하긴 적의 병력이 7만이 넘어가는데 함부로 움직일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머쓱한 표정으로 항구를 공격하지 않았다고 변명하는 바예지드의 변명은 이치에 맞았다. 기병대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일부러 병력을 나누어 항구를 점령하게 된다면 아군이 전략적으로 병력을 길게 늘이게 된다.
만일 적이 공세로 나와 길게 늘어선 대열의 중간으로 파고든다면 군대는 둘로 나뉘어 서로 돕고 의지하지 못한 상황에 빠져 낭패를 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적들도 급하게 끌어 모은 병사들이 대부분이어서 공세에 나서기는 힘들겠지만 도박은 할 수 없었다.
“······허나 지금 우리들한테는 제가 이끌고 온 기병 3천기가 있습니다. 여기 있는 루이스 스틸에게 기병대를 맡겨 그 간격을 메우게 한다면 레슈타트도 함부로 움직이지 못할 것입니다. 바예지드 스승님 바라옵건대 제게 정예병 5천 명만 빌려 주십시오. 오늘 밤 안으로 항구를 점령해서 적의 보급을 차단해 놓겠습니다.”
갑자기 나이젤이 적의 요충지 중 하나인 항구를 점령하겠다고 하니 바예지드는 옳은 말이라고 대답하면서 너무 서두를 것 없이 내일 아침 주요 기사들을 소집해 항구 점령 계획을 논의해 보기를 권했다.
“옳으신 말씀이십니다. 단 지금은 기병대와 말이 매우 지쳐있으니 일단 쉬시지요. 내일 의논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바예지드는 논의를 해보기에 앞서 무엇보다 나이젤이 먼 길을 쉬지 않고 달려 온 상태고 기병대 또한 지칠 대로 지쳐 있는 상태니 다른 어떤 일보다 휴식을 취하기를 당부했다. 바예지드의 당부가 타당했지만 나이젤은 조급한 생각이 들었다.
시간을 두고 충분히 행동을 결정하는 것이 분명 좋은 일이기는 해도 계속해서 지체하게 된다면 자칫 40만 대군을 일으켜 놓고도 단번에 승부를 결정짓지 못하게 되어 전쟁이 장기화 될 수 있다.
전쟁을 오래 끌게 되면 전 국토가 초토화될 것이며 무엇보다 백성들의 고초가 이루 말할 수 없이 커질 것이다. 국왕의 야욕으로 전례 없는 50만 군대가 일어나 기세는 자못 대단했지만, 그 만큼 루벤은 절망으로 기울어졌다.
단기간에 온 힘을 기울여 크리스틴 바실리 성을 점령해야 이 전쟁을 보다 쉽게 끝낼 수 있다. 전쟁이 계획한 대로 봄이 되기 전에 끝난다고 한다면, 따뜻한 봄부터 루벤은 새로운 희망을 품고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하루가 백성들에게는 일 년이 될 수 있고 자신에게는 평생 후회하게 될 하루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나이젤은 자신이 지금 일신의 편안함만을 위해 지낸다면 당장은 편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강하게 일깨웠다.
“마르쿠스 레슈타트와 에드먼드 라비는 물론, 제가 듣기로 마번 섬에서 섬의 수비대와 죄수들을 이끌고 왔다고 하는 대그우드 트리스탄 페라투스라는 자도 쉽게 보아 넘길 사람이 아닙니다. 분명 기병대가 도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반드시 자신들의 보급을 차단하기 위해 움직일 것이고, 이제까지 우리가 병력의 분산과 분산된 병력 사이의 간격을 메울 수단이 없어 점령하지 못하고 있던 항구를 점령하려 들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보급로를 지키기 위해 적이 병력을 증원하게 된다면 어려운 싸움을 하게 됩니다. 적이 움직이기 전에 즉시 나서야 합니다.”
5천명이나 되는 군대의 이동은 강변을 따라 이동하면 요즘 들어 제법 기세를 올리는 차가운 강바람에 행군 소리를 감출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새벽에 불을 끄고 이동하여 기습을 한다면 승산도 매우 높았다.
그렇지만 바예지드는 라스의 유일한 후계자가 항구 내부 사정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입수되지 않은 상황에서 군사를 이끄는 일에 대해 난색을 표시했다. 애석하게도 바예지드는 끝까지 반대하지는 못했다.
“······도련님께서 직접 나서시지 않는다고 한다면 군대를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마땅히 항구를 점령하고 지켜 적의 보급선을 차단해야 하겠지요.”
“아니오! 제가 직접 점령하겠습니다. 병사들을 준비해 주십시오.”
바예지드가 나이젤의 제안을 반만 승낙하자 나이젤은 못을 박듯 자신이 직접 군대를 이끌 것이니 해가 저물기 전까지 5천 명의 병사를 선발해 줄 것을 부탁했다. 예지드는 불안한 듯 아랫입술을 깨물기는 했지만 끝까지 반대하지는 못했다.
“도련님의 말씀인데 제가 어찌 거역하겠습니까? 그렇지만 저녁때까지 조금이라도 쉬도록 하십시오. 저는 그동안 군대를 준비해 두고 항구가 공격당할 때 적이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양동을 위해 전투 준비를 지시해 놓겠습니다. 기병대는 아군 뒤에서 머물게 하며 일단 전투에 참가시키지는 않겠습니다.”
당장은 고집 센 도련님을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바예지드가 우선 타협안을 내놓았다. 나이젤이 받아들이니 바예지드는 정예 5천 명을 군대를 은밀히 소집해 부대를 편성하기 시작했다.
여러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쉴 것을 권했지만 해질 무렵까지 군영의 이곳저곳을 돌아본 나이젤은 자신의 몫으로 배정된 군막 쪽으로 돌아왔다. 군막으로 돌아온 나이젤은 자신의 시중을 들어주기 위해 보내진 병사들에게 물을 데워 안으로 가져와 주기를 부탁했다.
한참 만에 나무 물통에 물이 데워져 안으로 들어오자 나이젤은 고맙다고 하면서 입고 있는 옷을 모두 벗은 후 물통의 물을 부드러운 타월에 적셔 몸을 깨끗이 씻고 몸의 물기를 닦은 다음 다시 옷을 입었다.
목욕을 끝낸 후 사람을 불러 배설물을 쏟아낸 오물통과 목욕물 남은 것을 모두 가져가게 한 나이젤은 조금 일찍 저녁을 먹고 솜을 누벼 만든 가죽 갑옷을 입고 그 위쪽에 사슬 갑옷을 착용했다.
허리에는 브룬트의 단검을 비롯해 구드룬 고프리의 한손 장검, 발라미르, 브로델, 마테우스의 활과 화살통을 허리에 차고 등에는 구드룬 고프리의 대검을 메었다. 잡낭과 물주머니까지 허리에 찬 나이젤은 모든 준비를 마쳤다.
가죽 모자와 사슬 두건을 쓴 후 그 위쪽으로 바예지드의 부하들이 구해온 판금을 두들겨 펴서 만든 평범한 투구를 뒤집어썼다. 밖으로 나서기 전에 스스로 팔목 보호대와 각반을 찬 후 사슬 장갑을 착용했다.
곧 숨을 한번 고른 뒤 각반과 팔목 보호대 속에 몇 개 남아 있는 단검을 집어넣고 방패를 등에 메었다. 이 모든 장비의 착용이 끝나자 그 위에 짐승 가죽 덧옷을 입었다. 곧 사람이 와서 5천 군대가 준비되었음을 알렸다.
나이젤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군막 밖으로 나왔다. 군막 밖에는 뜻밖에도 바예지드와 울딘을 비롯해 바예지드의 휘하에 있는 여러 기사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모두들 나이젤의 차림을 보고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도련님을 뵙습니다!”
“아아, 그동안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그들 모두 나이젤을 보자 늦게나마 인사를 올렸다. 나이젤은 감사히 인사를 받으며 기사들에게 자신이 신속하게 군대를 이끌어 항구를 점령하겠다고 다짐한 후, 이곳에 있는 기사들이 뒤를 받쳐 줄 것을 부탁했다.
“도련님께서 위험한 일에 굳이 앞장서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들이 힘을 합쳐 항구를 점령하겠습니다.”
미리 바예지드의 명령을 받은 듯 여러 기사들이 한꺼번에 나서며 자신을 만류하자 나이젤은 엄숙하게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모든 기사들이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나이젤에게 부디 스스로를 중하게 여겨 줄 것을 부탁했다.
“하하하, 하지만 이런 일에 스스로 나서지 않으면 누가 앞장서서 성을 넘을 수 있겠소?”
나이젤은 자신을 대신해 위험에 나서겠다고 하는 기사들의 배려에 감사했지만 위험한 일에 나서지 말라는 사람들의 간곡한 충고에 오히려 목소리를 높이며 자신이 항구를 공격하겠다는 뜻을 버리지 않았다.
“확실한 정보 없이 항구를 점령하기에는 많이 힘이 듭니다. 적을 모르는 최악의 상황으로 도련님을 보내 드릴 수는 없습니다.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해 주십시오.”
보다 못한 바예지드가 자신의 걱정을 보태니 나이젤은 이미 여러 차례 지나다닌 곳이라서 항구의 구조를 잘 알고 있다고 하면서 일단 항구를 점령하고 나면 보다 전쟁을 확실하게 끝낼 수 있음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바예지드를 비롯해 문관들까지 가세해 나이젤을 만류하기 위해 여러 차례 설전이 오갔지만 결국 제자리걸음이었다. 나이젤을 끝까지 설득하지 못하자 바예지드는 몇 번 입맛을 다시더니 자신도 군대를 움직여 교란 공격을 가하겠음을 알렸다.
“감사합니다. 스승님 부디 고집만 늘어나고 무례한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갑자기 나이젤이 고개를 숙이니 모두들 놀랐다. 결국 모두 나이젤의 의도에 따라 주기로 했다. 모든 일이 정리되자 나이젤은 울딘과 더불어 5천 명의 병사와 함께 진영의 뒤쪽으로 빠져 나와 바람이 심하게 불고 있는 강변 쪽으로 나섰다.
-휘우우우우우······.-
“좋아······. 소리를 최대한 내지 않으면서 이동하도록 한다.”
차가운 강바람에 추위가 몰아쳐 왔지만 나이젤은 서둘러 군대를 이동시켰다. 군대를 이끌고 내려오면서도 크리스틴 바실리 성과 항구가 지척이라 크리스틴 바실리 성에서 구원군을 보낼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성의 정면으로 바예지드가 양동 작전을 펼 것이지만 적이 계속해서 증원할 수 있는 상황에서 겨우 5천 명으로 항구를 점령하는데 시간이 걸리면 문제가 커진다. 게다가 항구 주변은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높이가 낮기는 해도 성벽으로 둘러쳐져 있다.
시간을 지체할수록 불리한 것은 나이젤이 된다. 특히 항구에는 거주하는 사람이나 경비대도 있으며, 유사시에는 노예들을 비롯해 무기를 들려 적을 막기 위해 내보낼 수 있는 사람들이 매우 많았다.
게다가 일이 여의치 않을 경우 크리스틴 바실리 성에서 증원이 올 것이고, 그리 되면 앞뒤로 가로막혀 퇴로의 확보조차도 매우 어렵게 된다. 무엇보다 에드뮬 성 쪽을 오가며 나름대로 보급선이 유지되고 있는 곳이니 결코 경비가 소홀할 리가 없었다.
이런 까다로운 곳을 공격하기에는 자세한 사전 정찰이 필요하지만 나이젤이 대뜸 항구를 점령하자고 나선 것은 기습적으로 적의 보급선을 차단하지 못한다면 승리가 요원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지금 나이젤이 스스로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행동에 나선 것은 다분히 승리를 위한 목적도 있지만 마르쿠스 레슈타트와 에드먼드 라비, 리보니아 왕녀를 비롯해 대그우드 트리스탄의 항복을 유도하여 이들 네 사람 중 아무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바예지드가 나누어준 충분한 양의 사다리를 갖춘 5천 명을 이끌고 강변 쪽으로 나온 나이젤은 해가 지자 불기 시작하는 강한 바람 소리에 행군 소리를 파묻고 강변을 따라 대군을 항구 쪽으로 이동시켰다.
항구 쪽으로 이동하는 도중 적의 매복을 받을 것으로 예상해 미리 척후를 보내 놓는 등의 사전 조사를 준비를 철저히 했고, 병사들에게도 마음을 단단히 먹고 적의 기습에 대응하라는 지시를 잊지 않았다.
나이젤도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지만 항구의 북동쪽에 나이젤이 이끄는 주력이 도착할 때까지 항구를 수비하고 있는 적들은 아무런 조짐도 보이지 않았다. 의아할 정도로 너무 움직임이 없자 더럭 의심이 들어 당장 공격을 감행하지 못했다.
공격전에 부대를 쉬게 하면서 혹시 매복이 있나 싶어 다시 사람을 보내 적을 살폈다. 우습게도 바예지드의 대군이 크리스틴 바실리 성의 동쪽 성벽만 계속해서 두들기며 항구 쪽으로 군대를 보내지 않은 탓인지는 몰라도 항구 쪽에 별다른 병력이 수비 병력이 없었다.
“······이상하군.”
마르쿠스 레슈타트가 생명줄이나 마찬가지인 항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상했지만 내친 김이었다. 잠시 주저하던 나이젤은 일제히 항구 주변을 둘러치고 있는 성벽으로 접근해 갖고 있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성을 넘기로 하고 군대의 전진을 명령했다.
성벽 가까이 접근할 때까지는 나름대로 모두들 소리를 내지 않게 조심했지만 성벽 아래쪽으로 일제히 내달리니 대부분이 착용하고 있는 사슬 갑옷이 흔들리는 소리가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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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레슈타트가 병력을 분산할 수 없었던 것일지도 모르지요…
…그의 휘하에 있는 민병들은 ‘상황에 따른 유기적인 움직임’이라는 측면에서는 믿을 수 있는 병력은 아니지 않습니까? ^_^;;
-작아아님님…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