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Demons, and Humans - Lars RAW novel - Chapter 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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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제목…늘 고민을 하지만 마땅히 생각나는게 없네요…( ~3~)y-~~ 에휴…
“시작하라!!”
라스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두말 할 것 없이 크리스틴 바실리 성의 북쪽과 동쪽에 자리 잡고 있던 투석기가 일제히 불을 뿜기 시작했고, 성벽을 향해 불을 붙인 기름 항아리와 바위들을 날려 보내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공성이 시작되었다.
이번 공격은 병력이 라스가 보유하고 있는 군대의 수준이 엇비슷하다는 점이 고려되어 입안되었다. 우선은 전군을 8개 공격 단위로 묶어 대기하게 한 후 아주 짧은 시간 동안 1개 공격 단위가 집중적으로 공격을 펼친다.
그런 뒤 일정한 시간이 되면 지체하지 않고 물러선다. 첫 번째 공격을 펼친 부대가 물러서면 그 빈자리를 다시 2차 공격 부대가 메우고, 2차 공격 부대가 실패하면 3차 공격 부대가 2차 공격 부대가 물러선 자리로 재투입된다.
그렇지만 혼란스럽고 예측할 수 없는 전장의 상황으로 볼 때 부대를 교체할 때 1차와 2차 공격대가 뒤섞일 것이 예상되었다. 이 점을 해결하기 위해 암할로브는 1차 공격대가 완전히 철수하고 그 자리를 2차 공격대가 메우는 식으로 부대를 운용할 것을 제안했다.
이렇게 하면 공격 부대가 교체될 때 공격이 일정 시간 동안 중단되는 문제가 있지만, 부대 통제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방어자가 1차 공격대를 물리친 승리감에 도취되었을 때 2차 공격대가 투입되어 파상공세를 펼친다면 피로감을 배가 시킬 수 있다는 것이 고려되었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1개 단위 부대가 전투에 투입되는 동안 다른 7개 단위 부대가 자신의 차례가 될 때까지 휴식과 재편성을 할 수 있다. 부대 통제와 관리만 잘 이루어진다면 이론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병력이 모두 소진될 때까지 끊임 없이 공세를 펼칠 수 있다.
-······쿵!······.-
-······콰앙!······.-
나이젤은 항구의 성벽에 올라 투석기를 떠난 기름항아리와 바위들이 크리스틴 바실리 성 안쪽으로 쏟아지고 성벽에 날아가 부딪치며 육중한 소리를 내는 것을 바라보았다. 성벽은 그런 투석기의 공격을 간지럽지도 않다는 듯이 모두 견뎌내고 있었다.
그것을 바라보는 나이젤은 시간만 충분하다고 한다면 크리스틴 바실리 성을 정면 공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테오나 바예지드의 말대로 처음 2주 정도 투석기를 집중시켜 성벽의 일정한 지점을 집중적으로 노려 성벽을 무너뜨려 보아야 한다.
그렇지도 않으면 이제 일주일 정도면 완성된다고 하는 땅굴을 통해 성안으로 병력을 들여보내는 방법도 지금으로서는 가장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시간을 끌면 끌수록 라스 쪽에 불리했다.
더욱이 지금 이 공세는 상대가 단단히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것이니 어떤 식으로든 아군의 손실이 굉장히 커질 것이다. 나이젤은 자신 때문에 수많은 병사들이 이곳에서 의미 없이 죽게 될 수도 있는 사실을 견딜 수 없었다.
“시간이라······. 급할수록 신중해야 한다고 하지만······.”
나이젤은 울딘을 불러 항구 쪽에 몰려 있는 군대의 주요 지휘관들을 모두 지휘소로 불러 모을 것을 지시했다. 울딘이 항구 안으로 내려가자 나이젤은 쉴 새 없이 날아드는 투석기 공격을 견디다 못한 크리스틴 바실리 성 안쪽에서도 반격을 가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크리스틴 바실리 성과 항구는 서로 다소 떨어져 있다고는 하지만 글자 그대로 군사를 몰아치게 되면 지척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적이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하면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었다.
순간 긴장이 되었지만 항구 쪽으로는 별다른 움직임이 보이지는 않고 병력도 얼마 없어 보였다. 아마도 공격이 시작되는 크리스틴 바실리 성의 북쪽과 동쪽 성벽 쪽으로 적이 병력이 잔뜩 몰려 있을 것이다.
‘7만 명이라고 해도 상당수가 제대로 훈련 받지 못한 민병들이야. 더욱이 지난번에 항구를 점령할 때 보니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내가 이끌고 있던 보병 부대에게 완전히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레슈타트의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부족한 병력을 세 방향으로 분산시키시는 힘들 것이다.’
나이젤은 레슈타트가 어떤 식으로 수비 병력을 배치했을지 궁금해 졌다. 잠시 헛기침을 한 번 해본 나이젤은 한정된 정보와 추측만을 가지고 자신에게 유리한 결론을 내리는 것이 곧 패망의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스스로의 어리석음으로 빠져들 수도 있었군.’
“주인님! 주요 기사들이 모두 모였습니다.”
잠시 한숨을 내쉬었던 나이젤은 울딘이 다시 찾아와 지휘관을 모두 불러 모았다는 사실을 전해주자 정색을 한 후 성벽을 내려와 지휘소 쪽으로 들어섰다. 모두들 나이젤의 소집이 가지는 의미를 알았는지 긴장된 표정들이 역력했다.
사실 용맹하기로 유명한 스펜서가 겨우 기병 300기의 공격을 받아 전사하고, 바예지드가 수차례에 걸쳐 맹렬한 공격을 퍼부었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상자만 발생했던 성이다. 비록 라스가 직접 공성을 지휘하지만 모두들 두려운 마음을 가지는 것은 당연했다.
특히 다른 곳은 투석기를 비롯해 사다리차와 공성탑차, 공성차 같은 대형 공성 병기를 다수 갖추고 있지만, 이곳은 겨우 가지고 있는 것이 사다리뿐이니 사람들 성벽으로 접근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은 당연했다.
“공격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나이젤은 모두 눈치를 보며 걱정하는 기색들을 보이자 쓴웃음 지었다. 모두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니니 자신도 같은 생각이라고 대답했다. 나이젤이 의외로 간단하게 부하들의 의견에 동조하자 지휘관들 모두 나름대로 안도했다.
“맞아! 본격적인 공성이 시작되기 전까지 우리는 움직이지 않는다. 시간이 흘러 우리 쪽에 배치된 병력이 단순히 항구를 지키는 수비병력 정도로 적이 인식하고 우리 쪽에 배치되었을 수비 병력을 철수시켰을 때······. 그때 치고 들어간다! 모두가 거느리고 있는 부하들에게 똑똑히 알려라! 공격이 시작되었을 때 성벽위에 가장 먼저 오르는 자에게는 금화 100개를 상으로 내리겠다. 적의 병사의 목을 베어오면 은화 1개를 상으로 내리고 기사의 목을 베어 오면 금화 10개를 상으로 내리겠다. 마르쿠스 레슈타트와 에드먼드 라비, 대그우드 트리플턴을 비롯해 리보니아 테빌라 후작 부인의 목을 잘라오는 자에게 금화 100개를 내리고 이들을 사로잡아 오면 금화 1,000개를 상으로 내리겠다. 명심하도록 해!! 허나, 지금은 이곳에 있는 여러분들의 우려대로 일단은 기다린다. 그렇지만 막상 공격이 시작되었을 때 적 앞으로 나서지 못하고 물러서는 자들은 모두 목을 베어 버리겠다!!”
나이젤은 부하들의 사기를 바짝 끌어 올릴 수 있는 일을 약속하면서 너무나도 태연하게 공격 명령이 떨어졌을 때 뒤로 물러서는 자들을 처단해 버리겠다고 털어 놓았다. 주요 지휘관들 모두 엄청난 포상을 듣고 고마워하면서도 슬쩍 목을 움츠렸다.
여러 가지 의견들이 나오기는 했지만 나이젤의 고집대로 공격이 결정되었다. 일단 주요 지휘관들이 모두 돌아가고 혼자가 되자 나이젤은 잠시 지휘소 안쪽을 서성이고 있다가 직접 공격 상황을 조금이라도 더 소상히 듣기 위해 전령들을 더 내보낼 것을 지시했다.
‘제발 일이 잘 되어야 할 텐데······.’
“슬슬 때가 된 것 같군. 전진을 명하라!!”
공격이 개시되기 전 소나기와 같은 투석기 공격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판단한 라스는 1차 공격군을 성벽을 향해 이동시켰다. 라스의 지시를 받은 지휘관들이 북소리를 높이며 병사들을 전진시켰다.
“부대 전진하라!! 진격 앞으로!!!”
동시에 투석기의 지원을 받는 사다리차를 비롯해 공성탑과 공성차가 성벽 쪽으로 서서히 육중한 몸을 꿈틀댔다. 공성병기가 움직이지 시작하자 보조를 맞춰 보병대가 대열을 유지하며 서서히 성벽 쪽으로 전진했다.
어느 정도 거리까지 거대한 공성병기가 성벽 쪽으로 접근하게 되자 정신없이 불을 붙인 기름 항아리와 바위들을 날려대던 투석기는 아군의 뒤를 후려칠 우려 때문에 더 이상 작동하지 않았다.
“놈들이 다가온다!! 쏴라!! 쏴라!! 성을 지켜라!!”
-퉁! 퉁! 퉁!-
라스의 병사들이 성벽으로 접근해 오자 성벽 위에 걸려 있던 기계식 석궁과 소형 투석기가 성벽 쪽으로 접근해 들어오고 있는 공격자를 향해 정신없이 화력을 퍼부어 대었다. 특히 소형 투석기는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소형 투석기가 날리는 돌덩어리는 의례적으로 큼지막한 방패로 성벽 아래 화살을 막는 방어벽을 쌓고 그 뒤쪽에서 모습을 숨겨 성벽 위로 화살을 퍼부어 대려 하고 있던 라스 쪽의 궁수들을 무수히 쓰러뜨렸다.
이것에 그치지 않고 연속된 타격으로 성벽 가까이 접근해 들어온 공성병기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그렇지만 여러 군데 부서지고 깨져도 목재로 제작되고 생가죽으로 겉을 감싸 워낙 크고 튼튼하게 제작된 공성병기들로 버텼다.
여러 가지 크고 작은 피해를 각오하며 크리스틴 바실리 성의 성벽 가까이 접근해 들어간 공성병기들은 해자의 바로 앞에 멈춰 선 후 본래의 목적인 대규모 병력을 성벽위로 올려 보내기 위한 사전 작업에 들어갔다.
“사다리를 걸어라!! 사다리를 걸어라!!”
“올라가!! 올라가!! 꾸물대면 죽는다!!”
해자로 내려선 솔로몬 그리즈 성의 병사들은 가지고 온 사다리를 성벽 위로 내걸었고, 성벽위에 올라서 있던 방어자들은 공격자들을 떨어뜨리기 위해 모든 것을 성벽 아래로 내던져 대었다.
불을 붙인 기름 항아리, 바위를 던지고 심지어는 성벽에로 뛰어들었다가 죽은 공격자의 시체도 성벽 아래로 내던지며 정신없이 싸움에 임했다. 라스는 방어를 하고 있는 사람들 모두 결사적임을 깨달았다.
“굉장합니다. 우리들이 압도적인데 방어자들 또한 치열합니다.”
라스의 뒤에 서 있던 친위 기사가 감탄과 두려움이 섞인 목소리로 나직이 탄식했다. 라스는 짧게 혀를 한 번 차며 방어자들이 저렇게 열심히 싸우는 것은 자신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지키기 위해서로 이해했다.
“허나 내일 아침이면······. 내일 아침이면 모두 잿더미가 되어 있을 것이다. 나이젤에게 보낼 전령을 준비해라! 조금 기다렸다가 첫 번째 공격이 실패하고 두 번째 공격이 한창 진행되었을 때 공격에 나서도록 전하라. 첫 번째 공격이 실패하고 두 번째 공격이 한창 진행될 때까지 나이젤이 군대를 움직이지 않는다면 놈들은 분명 남쪽에 배치된 병력을 이쪽으로 이동시킬 것이다. 이때 단 번에 성벽을 넘어 성문을 열어야 한다고 하라.”
“예!!”
“전황은 어떠하던가?”
“네! 상당히 치열합니다. 제가 보았을 때에는 아군이 치열하게 밀어붙이고 있었지만 성벽에는 올라서지는 못하고 있었습니다.”
나이젤은 자신이 서 있는 위치상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북쪽과 동쪽 성벽의 상황을 알 수 없었다. 다만 전령들이 계속 전해오는 상황은 공격자들이 묵묵히 앞으로 나서고 있지만 방어자들 또한 격렬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한다.
“주인님! 남쪽 성벽 위가 부산해 졌습니다.”
나이젤이 전령들의 보고를 받으며 생각에 잠겨 있는데 울딘이 다가와 남쪽 성벽의 움직임이 소란스러워 졌다는 말을 해 왔다. 나는 듯이 성벽에 오른 나이젤이 자세히 보니 수비병들이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점점 수가 줄어드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수비병을 빼내어 큰 주인님께서 계신 곳으로 보내는 모양입니다.”
“도련님! 큰 주인님께서 보내신 전령이 도착했습니다!”
잠시 뒤 부친이 보낸 전령이 도착했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나이젤이 급히 전령을 불러왔다. 전령은 자리에 엎드린 후 곧 2차 공격이 시작될 것이며 이때 나이젤이 남쪽 성벽에 공세를 가하라는 라스의 명령을 전했다.
“알겠다고······. 그리 전하도록 하게!”
“네! 그럼!”
전령이 씩씩하게 군례를 올리고 돌아가자 나이젤은 울딘과 휘하 기사들에게 공격을 준비하되 적이 눈치 채지 못하게 할 것을 지시했다.
크리스틴 바실리의 병사들은 성벽 위로 뛰어든 솔로몬 그리즈 성의 병사들과 미친 듯이 싸움을 벌여 결국 한 치도 성벽 위를 빼앗기지 않았다. 병사들의 피해가 늘어나자 라스는 시간을 가늠해 보더니 부대를 뒤로 빼게 했다.
“슬슬 병사들을 뒤로 물려라. 그리고 2차 공격대를 준비시켜라.”
“네! 1차 공격대를 후퇴시켜라!”
어느새 아침을 먹고 시작한 첫 번째 전투는 막대한 사상자를 남기고 아침과 정오의 절반 정도 쯤 되는 시간에 끝이 났다. 겉으로 보기에는 라스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손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물러선 것을 보였다.
그렇지만 실상은 2차 공격대와 교대할 시간이 되었기 때문에 1차 공격대가 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물러서는 것이다. 라스는 1차 공격대가 물러서자 성벽 위에서 환호성을 지르는 방어자들을 바라보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좋아! 부대를 준비시켜! 놈들이 혹시라도 크리스틴 바실리 성의 남쪽 성벽에 배치된 병력을 철수시키지 않았다고 해도 나이젤은 예정대로 공격을 개시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적들은 더욱 빨리 지치 것이다.”
의외로 빨리 후퇴 명령이 내려지자 1차 공격대는 충분한 거리까지 물러섰다. 이렇게 되자 2차 공격을 예비하기 위한 투석기 공격이 개시 되었다. 성벽 위쪽으로 투석기에서 발사된 불을 붙인 기름 항아리와 바위들이 쏟아졌다.
성벽 위에서 공격자를 물리쳤다고 환호하던 방어자들이 다시 날아드는 투석기 공격에 움츠려든 사이 1차 공격대는 부대의 가장 뒤쪽으로 이동을 시작했고, 이들이 조금 전까지 서 있던 자리는 2차 공격대에 편성된 병력들로 채워졌다.
“전진!! 전진!!”
투석기 공격이 계속되는 동안 1차 공격대의 자리를 차지한 2차 공격대는 안전을 위해 잠시 뒤로 밀고 나왔던 공성병기를 앞으로 밀며 급하게 자리를 잡는 성벽 쪽으로 접근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적의 반격이 확실히 약해졌습니다.”
2차 공격대가 성벽 아래 접근하니 좌우의 사람들 모두 눈을 크게 뜨며 적이 지쳤을 것으로 평가했다. 라스가 보아도 1차 공격 때보다 확실히 방어자의 화력이 줄어든 것이 분명했다. 라스는 자랑스러운 나이젤이 잘 해주기를 기원하며 남쪽을 바라보았다.
“2차 공격이 시작된 모양이로군.”
나이젤은 공격 준비가 완료 되었다는 보고가 올라오자 고개를 끄덕인 후 고개를 돌려 성벽 쪽을 바라보았다. 결심을 굳힌 후 항구의 성문을 열고 부대를 항구 밖으로 빼내 남쪽 성벽으로 전진시켰다.
성벽 위의 수비병들은 나이젤의 부대가 접근하자 당황한 듯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생각 같아서는 일제히 달려가 단번에 성벽을 넘고 싶었지만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신중하게 행동하기로 했다.
“좋아! 루이스 스틸!! 이리오라!”
나이젤은 즉시 기병대를 맡고 있는 루이스 스틸을 불렀다. 멀지 않은 곳에 있던 루이스 스틸이 얼른 옆으로 다가오자 기병대를 지휘해 공성에 참가하게 되는 배후를 지켜 줄 것을 부탁했다.
“저도 함께 서고 싶습니다!!”
진심인지 그렇지 않으면 그냥 해보는 말인지는 몰라도 루이스 스틸이 공성에 참가하려는 나이젤과 함께 하기를 청했다.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누군가는 뒤를 지켜줘야 하기 때문에 나이젤은 다시 한 번 루이스 스틸에게 뒤를 맡아 주기를 청했다.
공격 명령이 내려지자 항구를 나서려던 병사들 모두 보여주기 위함이기는 해도 나이젤은 자신이 타고 다니는 회색 전투마에 올라 일부러 여러 사람들 앞에서 보란 듯이 공격 대열의 선두로 나섰다.
“우와아아아아아아!!!”
지휘관이 가장 앞에 서자 공격 명령 때문에 다소 의기소침해 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던 병사들은 무기를 들고 환호했다. 환호성과 함께 나이젤은 가장 선두로 앞으로 나선 후 병사들과 섞이기 위해 전투마에서 내렸다.
울딘도 나이젤의 옆에 서기 위해 전투마에서 내리자 두 사람이 타고 있던 전투마는 즉시 뒤따라온 기병이 끌어갔다. 말에서 내린 나이젤은 방패를 들고 브로델을 빼들었다. 칼을 높이 치켜들며 다른 병사들과 함께 크리스틴 바실리 성의 남쪽 성벽으로 달려갔다.
“가자!!!!”
“돌격!! 돌격!!!”
백 마디의 위대한 연설보다 지금 한 번의 행동으로 병사들의 사기를 바짝 끌어 올린 나이젤은 화살을 막기 위해 등에 메고 있던 역삼각형의 방패를 왼팔에 들고 부하들과 함께 크리스틴 바실리 성의 남쪽 성벽으로 접근했다.
성벽 위쪽을 올려보니 당연한 말이지만 수비병들이 당황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나이젤은 어느 정도 거리가 가까워 졌다는 판단이 들자 대검을 높이 치켜들며 부대의 전진 속도를 높였다.
대열을 갖추며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진격 속도가 느렸다. 물론 눈으로 보이는 거리니 항구에서 군대가 모습을 드러냈을 때부터 수비병들은 어떤 식으로든 공격에 대비하고 있었을 것이니 방심할 수 없었다. 바로 이때 성벽 위로 궁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궁수다!! 방패를 들어라!!”
성벽 위로 궁수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병사들이 모두 본능적으로 방패를 머리위로 들었다. 나이젤도 방패를 위로 들면서 동시에 브로델을 높게 치켜들며 속도를 높였다. 어느 정도 거리가 되자 성벽 위에 서 있던 궁수들이 화살을 날렸다.
정확하게 화살 공격이 날아들었지만 솔로몬 그리즈 성의 병사들 중 쓰러지는 이는 얼마 없었다. 병사들 전부가 방패를 포함해 금속 투구를 착용하고 있고, 최소한 사슬 갑옷을 갖춰 입고 있으니 화살이 그 위력을 발휘하기는 힘들었다.
게다가 방패를 앞세우고 대열을 갖추며 접근하는 사람들에게 화살은 거의 효과가 없었다. 그렇지만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방패에 박히는 화살은 접근하는 병사들에게 두려움을 주기에 충분했다.
운이 나쁜 사람 여럿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기는 했지만 대체적으로 곧 바로 빈자리를 메워 버리며 대열을 유지한 채 성벽 아래쪽으로 접근했다. 성벽 아래로 접근하게 되자 곧바로 방패를 잇대어 방어벽이 세워졌고 방어벽 뒤로 석궁수와 궁수들이 바짝 자리를 잡았다.
“사다리를 걸어라!!!”
“와아아아아아아!!!”
방패로 방어벽이 세워지고 궁수들이 자리를 잡자마자 공성용 사다리를 가진 병사들이 고함을 지르며 성벽 아래쪽으로 바짝 접근해 사다리를 걸었다. 곧바로 머리 위를 지키던 수비병들이 바위와 투창을 아래쪽으로 던져댔다.
일부는 불을 붙인 기름 항아리를 들어 성벽 아래 몰려 있는 공격자의 머리 위로 던졌다. 잠시 공격을 지휘하던 나이젤은 브로델을 칼집에 집어넣고 방패를 등에 멘 후 성벽 아래에 몰려 있는 사람들 쪽으로 섞여 들어갔다.
“주인님! 위험합니다! 잠시 물러나셔야 합니다!!!”
울딘 얼른 뒤따라 왔지만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나간 나이젤은 성벽에 걸린 사다리 쪽으로 다가와 주저할 것 없이 사다리를 잡고 위로 올라섰다. 재빨리 다른 병사들과 함께 사다리를 타고 성벽 쪽으로 올라섰다.
“우악!!”
바로 앞쪽에서 도끼에 머리를 맞은 병사가 비명을 지르며 아래쪽으로 굴러 떨어졌다. 나이젤이 그 뒤를 따라 올라서자 가죽 갑옷을 입은 크리스틴 바실리 성의 병사가 도끼를 휘둘러 나이젤의 머리통을 노렸다.
“크윽!!”
상당히 정확한 일격이었지만 나이젤은 오른팔을 뻗어 상대의 도끼를 잡아 당겼다. 이때 도끼를 놓아 버리면 될 것이겠지만 가죽 갑옷을 입고 있던 병사는 도끼 자루를 끝까지 놓지 않았고 잡아당기는 나이젤의 힘 때문에 성벽 아래로 떨어졌다.
“우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도끼를 든 병사가 떨어지자 더 이상 막는 사람이 없었다. 나이젤은 잽싸게 사다리 끝을 잡고 성벽 위로 내려섰다. 자세가 조금 흐트러 지기는 했지만 나이젤은 곧 몸의 균형을 잡았다.
나이젤을 노리고 기름을 잔뜩 먹인 단단한 나무 막대기 끝에 쇠못을 잔뜩 박아 넣은 철퇴를 든 고리 갑옷을 입은 병사가 덤벼왔다. 살짝 몸을 비틀어 철퇴를 피해낸 나이젤은 왼손으로 허리에 찬 브룬트의 단검을 빼내 병사의 목 뒤를 찍었다.
“꾸엑!”
첫 번째 적이 쓰러지자 다시 조끼 형식의 가죽 갑옷 위에 네모진 쇠미늘을 잔뜩 붙인 갑옷을 입고 머리에는 솥을 뒤집어 놓은 것 같은 투구를 쓴 병사가 고함을 지르며 전투용 쇠망치를 들고 덤벼들었다.
“죽어라!!!”
상대가 휘두르는 무기를 살짝 피해낸 나이젤은 오른손을 뻗어 적 병사의 무기를 빼앗아 들었다. 병사는 급히 뒤로 물러서며 허리에 차고 있던 짧은 칼을 빼들려 했다. 그렇지만 나이젤은 칼을 뽑을 틈을 주지 않고 쇠망치로 머리를 내리 찍었다.
“컥!!”
둔기에 머리를 맞은 병사가 몸의 중심을 잃어 버리자 나이젤은 안으로 파고들어 브룬트의 단검으로 상대의 목을 치명상을 입을 정도로 깊숙이 베었다. 목이 베인 병사는 목을 부여 잡고 쓰러졌다.
“우에에에에에에!”
“우아아아아아아아!”
잠시 뒤 나이젤 쪽으로 나무 방패와 짧은 칼을 든 가죽 갑옷을 입고 머리에는 정수리 부분만 보호하는 금속 투구를 쓴 민병으로 보이는 병사 두 사람이 크게 고함을 지르며 용기를 내어 덤벼들었다.
재빨리 왼손으로 전투용 쇠망치를 옮겨 잡고 오른손으로 발라미르를 빼든 나이젤은 전투용 쇠망치의 뒤쪽 꼬챙이 부분으로 자신을 향해 덤벼든 민병이 들고 있는 방패의 겉면을 걸어 자신 쪽으로 끌어 당겼다.
방패와 함께 민병의 자세가 흐트러지며 아주 잠깐 동안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목 부분이 완전히 드러났다. 그 빈틈을 놓치지 않고 발라미르로 민병의 목을 베어 넘긴 나이젤은 곧 바로 두 번째 적을 찾았다. 그렇지만 예상했던 위치에 민병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어? 없다??”
당황하는 것도 잠시 자신의 옆구리에서 누군가 자신을 베었음을 느꼈다. 본능적으로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이번에는 반대쪽에서 공격이 들어왔다. 다시 몸을 비틀었을 때 자신의 허벅지에가 강한 충격이 느껴졌다.
“크억!!”
제법 힘이 좋기는 했지만 늘어진 사슬 자락에 도끼 끝이 휘감겨 완전하게 타격을 입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잠깐 비틀거리는 것은 피할 수 없었고, 이 좋은 틈을 놓치지 않고 보병창을 든 병사가 덤벼들었다.
“우어어어어어어! 루벤 만세!!!”
나이젤은 정확하게 자신의 가슴을 찔러오는 보병창을 왼손에 들린 전투용 쇠망치로 밀어내고 칼을 지팡이 삼아 몸을 일으켰다. 몸을 일으키자마자 보병창을 회수하려는 가죽 갑옷을 입은 병사 쪽으로 파고들며 오른손에 든 발라미르로 복부를 깊숙이 찔렀다.
상대가 움츠려 들자 주저할 것 없이 전투용 쇠망치로 아무런 보호 장비를 갖추고 있지 않은 얼굴을 후려쳤다. 이빨이 부러져 나간 보병이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몸을 완전히 뒤틀며 쓰러졌다.
바로 이때 뒤늦게 사다리를 타고 성벽을 뛰어 넘어온 울딘이 나이젤의 등 뒤로 덤벼들던 민병들을 찍어 넘겼다. 고맙다는 말도 할 것 없이 나이젤은 왼손에 손도끼를 들고 오른손에는 짧은 칼을 든 가죽 갑옷을 입은 민병이 자신을 향해 덤벼오는 것을 막았다.
복장을 보면 두말 할 것 없이 민병이고 상대적으로 굉장히 체구가 작은 사람이라 쉽게 생각했지만, 전투경험이 상당한 듯 재빠르게 몸을 움직이며 여러 군데를 짧은 칼로 공격하는 것이 막기 힘들었다.
“쳇! 이 자식이!!”
다행히 짐승 가죽 덧옷과 사슬 갑옷을 비롯해 솜을 누빈 가죽 갑옷까지 겹쳐 입고 있어 찔리기는 했지만 살까지 닿지는 않았다. 애석하게도 상대의 재빠른 움직임을 잡아내기 힘들었다. 다행히 나이젤의 정면을 공격하기 위해 칼을 내리쳤을 때 기회를 잡았다.
팔을 뻗어 상대가 내지른 팔목을 잡아채고 안쪽으로 당기자 체구가 작은 민병은 뜻밖의 일에 놀랐다. 이 순간 상대의 가슴을 오른발로 걷어찬 나이젤은 상대가 쓰러지자 왼발을 높이 들어 완전히 드러난 상대의 목을 밟아 숨통을 끊었다.
‘제길······.’
짧게 혀를 찬 나이젤은 성벽 위로 올라선 솔로몬 그리즈 성의 병사들이 의외로 쉽게 성벽을 장악하자 부하들을 움직여 성문을 장악하기 위해 움직였다. 예상했던 대로 성벽 위에 몰려 있던 병사들은 의외로 적고 상당히 약했다.
“서둘러라! 성문을 열어야 한다!”
일단은 서둘러 성문을 열어야 하기 때문에 나이젤은 신속하게 움직여 드디어 크리스틴 바실리 성의 남쪽 성문을 안쪽에서부터 열었다. 성문이 열리자 진작부터 대기하고 있던 병사들이 일제히 고함을 지르며 한꺼번에 성안으로 몰려들었다.
“와아아아아!!!”
‘뭐야? 너무 쉬운데?’
성문이 열릴 때까지의 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진 탓에 나이젤은 살짝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지만 물러설 곳은 없었다. 계속해서 부하들을 독전하며 루이스 스틸을 불러오게 하고 바예지드와 부친께 전령을 뽑아 보내 남쪽 성문이 열렸음을 알리게 했다.
명령을 받은 울딘이 사람 쪽으로 섞여 들어갔고 나이젤은 병사들을 독전해 성 안으로 돌입시키며 그 스스로도 최대한 신속하게 성을 장악하기 위해 보통 병사들과 함께 안으로 들어섰다. 병사들은 주민들이 내성으로 피신한 듯 비어 있는 주택가를 가로 질렀다.
“잔챙이들은 무시해라!! 전진! 전진!!”
거의 빈집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나이젤은 병사들을 호령해 내성 쪽으로 병사들을 휘몰았다. 당연한 말이지만 내성 성벽에는 다수의 병사들이 자리 잡고 있었고, 공격자가 밀고 들어오자 정신없이 화살을 날려댔다.
아무 생각 없이 앞으로 나섰다가 성벽 위에서 날린 화살에 맞아 쓰러지는 병사들이 늘어나자 나이젤은 얼른 부대를 재정비시키며 외부 성벽에 걸려 있던 사다리를 성벽 안쪽으로 모아 가져오게 했다.
“방벽을 쌓아라! 서둘러!!”
내성의 성벽 위에서 계속해서 화살이 쏟아지고 의외로 많은 수의 사상자가 발생하게 되자 나이젤은 주변 사람들이 몰려들자 어차피 주인도 없는 것이니 민가를 부수어 화살 막이가 가능한 목재를 모아 올 것을 지시했다.
곧바로 민가를 부숴 문과 탁자들이 뜯어져 나왔고 급하지만 내성에서 쏟아내는 화살을 막아내기 위한 방어벽으로 세워졌다. 나이젤은 전투용 쇠망치를 아무렇게나 옆에다 내려놓고 발라미르를 집어넣은 뒤 허리에 차고 있던 마테우스의 활을 빼내 화살을 얹었다.
-핑! 핑! 씽!-
성벽 위로 몇 대 화살을 날려 궁수 서넛을 떨어뜨린 나이젤은 계속해서 부하들을 재촉해 여러 가지 종류의 나무로 방벽을 세우게 한 후 다시 사람을 보내 공성용 사다리를 가져오도록 서둘렀다. 얼마 뒤 외부 성벽에 세워졌던 사다리가 회수되어 내성 쪽으로 들어왔다.
“공격하라!!!”
“와아아아아!!”
다시 사다리가 걸리고 외성을 쉽게 장악해 잔뜩 기세가 올라 있던 병사들은 용기를 내어 내성벽을 장악하기 위해 앞으로 돌진해 들어갔다. 나이젤도 나서려는 찰나 루이스 스틸과 울딘이 난전 중에도 용케 나이젤을 발견하고 찾아왔다.
“주인님!!”
“오! 무사했는가!”
반가운 마음도 잠시, 몇 몇 장교들이 시가에서 구한 단단하고 큼지막한 통나무에 밧줄을 묶어 여럿이 들게 하고 쏟아지는 화살비 속을 뚫고 돌격해 내성의 성문을 두들겨 대는 모습이 보였다.
“아니! 저런!!”
머리 위로 방패를 짊어지고 주변에서 방패를 높이 든 병사들의 사이에서 기세를 높이고 화살을 성벽 위로 쏘아 올리는 사람들이 있지만, 큼지막한 통나무를 들고 있는 사람들은 거의 맨몸으로 성문을 두들기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윽고 성벽 위에서 쏟아지는 화살에 통나무로 성문을 두들기던 사람들 대부분이 쓰러졌다. 그렇지만 계속해서 통나무를 집어든 병사들은 늘어만 갔고 거의 쉴 새 없이 성문을 두들겨 댔다. 불행히도 내성의 성문은 너무 단단했다.
“제기랄!!”
보다 못한 나이젤은 마차를 모아 임시로 공성차를 만들 것을 지시했지만 불행히도 비어있는 집들만큼이나 버렺ㄴ 마차를 볼 수 없었다. 궁수들에게 불화살을 준비시켜 내성의 성벽에다가 화살을 쏘아댔지만 쉽지 않았다.
“단숨에 내성을 넘지 못하게 된다고 하면 적은 계속해서 증원을 보낼 것이고 그렇게 되면 더 곤란해진다!!”
나이젤은 다시 몇 대 성벽 위로 화살을 쏘아 올린 후 앞으로 나서려 했다. 이때 갑자기 루이스 스틸이 나이젤의 어깨를 잡았다. 고개를 돌려 보니 지휘관이 너무 앞에 서는 것이 좋지 못하다고 하면서 울딘에게 나이젤의 보호를 부탁했다.
곧이어 루이스 스틸이 위드 자작령에 소속된 기사들과 함께 말에서 내려 앞으로 나섰다. 기사들 모두 방패를 머리 위로 치켜들어 머리 위쪽에서부터 쏟아지는 화살을 방어해 내며 보통 병사들이 달라붙었다가 마구 쓰러지고 있는 사다리 쪽으로 달라붙었다.
“주인님을 위해!!! 가자!!!”
루이스 스틸의 외침을 선두로 기사들이 성벽으로 뛰어 올랐다. 성벽으로 올라서면서 여러 사람들이 화살에 맞거나 공격에 노출되어 성벽 아래로 굴러 떨어졌지만 성벽 위로 올라선 루이스 스틸과 기사들은 닥치는 대로 적을 베어 넘기며 돌파구를 열었다.
루이스 스틸과 자신의 기사들이 닥치는 대로 성벽 위에서 활약하자 나이젤은 스스로 올라서지는 않았지만 부하들을 계속해서 독전하며 성벽 아래쪽에서 머뭇거리고 있던 병사들을 성벽 위로 올려 보냈다.
“계속해서 올라가라! 계속해서 올라가! 성문을 열어라!!”
-피아앙! 카칵!!-
루이스 스틸의 모습을 보고 앞으로 나서지는 않았지만 위험을 감수하고 브로델을 빼들고 부하들을 독전하고 있는 나이젤의 머리 위쪽으로 석궁 화살이 하나 날아와 투구를 치고 지나갔다.
석궁 화살의 위력 때문에 투구가 벗겨지고 나이젤이 쓰러졌다. 깜짝 놀라 주변에서 다가오니 나이젤은 자신이 멀쩡함을 깨닫고는 주변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다시 몸을 일으켜 칼을 빼들고 부하들을 독전했다.
“나는 죽지 않는다!! 적을 공격하라!! 성벽을 넘어라!!”
이 모습을 본 병사들은 크게 환호성을 지르며 다투어 사다리를 타고 내성의 성벽 위쪽으로 올라섰다. 성벽으로 올라선 병사들에 의해 계속된 교전이 벌어졌고 정오가 조금 지났을 때 쯤 내성의 성문이 안쪽에서부터 열렸다.
“성문이 열렸다! 돌입!! 돌입!!!”
다시 내성의 성문이 열리자마자 진작부터 대기하고 있던 나이젤의 병사들이 성 안쪽으로 뛰어 들었다. 누차 강조된 말이기는 해도 나이젤이 이끌고 있는 군대는 대체적으로 훈련도가 엇비슷하고 나름대로 충실한 무장을 갖추고 있었다.
솔로몬 그리즈 성의 병사들에 비해 민병으로 구성된 수비대는 처음에는 강한 모습을 보이다가 수세에 몰리자 급격하게 무너져 내렸다. 나이젤은 내성의 성문을 열게 되자 시가에 흩어져 대기하고 있던 기병대를 불러들이며 루이스 스틸을 찾았다.
“수고 많았다! 조금만 더 힘내자!!”
루이스 스틸과 기사들이 도착하자 나이젤은 루이스 스틸에게 직접 전투마의 고삐를 잡아 주어 그를 말에 올린 뒤 주변에 있던 주인이 없는 전투마 중 하나에 올랐다. 회색 바탕에 검은색 반점이 있어 마치 때가 묻은 듯 지저분한 전투마였지만 꽤나 힘이 넘쳤다.
방패를 왼손에 걸고 브로델을 빼든 나이젤은 울딘도 주위에 있던 전투마에 오르자 주저할 것 없이 기병대를 돌진시켜 왕궁 쪽으로 내달렸다. 민병들은 기병대를 저지하기 위해 정신없이 화살을 쏘아대며 저지선을 펼치려 했다.
쏟아지는 화살에 많은 수의 기병이 쓰러졌지만 대부분 충실하게 갑옷을 갖추어 입고 있는 탓에 의외로 희생자는 적었다. 거칠 것 없이 단번에 왕궁에 도착한 나이젤은 왕궁의 수비대가 맞서 나오는 것을 보고 얼른 달려가 말 위에서 적을 베어 넘겼다.
“에이잇! 비켜! 비켜! 왕궁은 우리 차지야!!”
부하들과 함께 왕궁 수비대를 말 위에서 찍어 넘긴 나이젤은 수비대 병력이 밖에 나와 기병대를 상대하는 사이 왕궁의 궁문이 닫혀 버리자 짧게 혀를 차며 기병 500명을 하마시켜 왕궁의 문을 부수게 하는 한 편, 왕궁 주변으로 몰려드는 적들을 저지하게 했다.
만일의 경우 소수의 병력으로 왕궁 문을 두들기고 있는 나이젤은 적에게 포위될 수 있지만 다행히 나이젤의 보병들은 압도적으로 상대를 밀어 붙이며 남쪽 성벽에서부터 내성과 왕궁까지의 시가를 장악하며 접근해 오고 있었다.
-콰콰콰콰쾅!!!!!-
“뭐, 뭐냐!!!”
나이젤이 승리를 확신하고 있을 때 크리스틴 바실리 성의 북쪽에서 엄청난 폭음과 함께 시커먼 연기가 미친 듯이 치솟아 올랐다. 엄청난 불길과 시커먼 연기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것을 보고 무엇인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았다.
얼른 달려가고 싶었지만 병력이 적고 지금 왕궁을 구하기 위해서인지 몰라도 동쪽에서부터 왕궁 쪽으로 셀 수도 없이 많은 병력이 돌진해 들어오자 나이젤은 그들에게 맞서 대응해야 하는 것이 시급했다.
대로를 가득 메우며 왕궁 쪽으로 민병들이 고함을 지르며 계속해서 몰려들어오자 나이젤은 당황하고 있는 자신의 부하들에게 활을 빼들 것을 지시했다. 곧 기병들 모두 말안장에 걸고 있는 활을 빼들었다.
“발사!!”
-촤라라라락!!!-
기병들이 화살을 활에 얹자 나이젤은 공격을 명령을 내렸다. 화살은 일제히 왕궁 쪽으로 돌진해 오고 있는 적을 향해 쏟아졌다. 일순간에 다수의 민병들이 쓰러졌지만 어찌된 일인지 민병들은 고함을 지르며 속력을 높여 기병대 쪽으로 돌진해 들어왔다.
“제길! 쉽지 않겠군!”
나이젤은 무기를 빼들도록 지시한 후 기병대를 향해 돌진해 들어오는 민병들 쪽으로 부하들을 이끌었다. 루이스 스틸과 울딘이 무기를 빼들고 나이젤의 뒤를 따르자 기병들은 고함을 지르며 민병들 쪽으로 달려들었다.
“돌격 앞으로!!!”
민병들은 기병대가 달려오자 재빨리 보병창을 모아들어 맞섰다. 나이젤과 울딘 루이스 스틸은 민병대 속으로 뛰어 들어 닥치는 대로 적을 베어 넘겼지만 일부 기병들은 용감한 보병들의 공격에 가로 막혀 말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나이젤은 브로델을 들어 자신을 향해 덤벼든 민병 대여섯 명의 목 언저리를 내리치며 돌파구를 열었지만 민병들은 신속하게 창대를 모았다. 창대가 사방에서 날아들자 겁을 낸 전투마는 앞발을 높이 들며 날뛰었고 나이젤은 신속하게 말에서 뛰어 내렸다.
기사가 말에서 내리자마자 그것을 노리고 주변에서 무수한 창대가 날아들었다. 그렇지만 이런 정도의 공격에 당할 나이젤이 아니다. 방패로 창대를 방어하며 자신을 향해 덤벼든 민병의 목을 칼로 내리쳐 상대의 목을 찍어 넘겼다.
“이야아아!!”
다시 자신의 목숨을 노리고 고함을 지르며 덤벼들어오는 창을 가진 적 병사의 공격을 방패로 쳐낸 나이젤은 상대의 복부를 칼로 찍은 후 자신을 향해 뛰어드는 창대를 피해내고 잘라내면서 정신없이 십 수 명을 찍어 넘겼다.
십 수 명이 한 번에 쓰러지게 되니 나이젤을 목표로 덤벼들려고 하고 있던 민병들은 잠시 주춤 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주춤거림도 잠시 용감한 병사 하나가 나이젤의 등 뒤로 뛰어들어 비어 있는 등판을 창으로 찔렀다.
“크억!!”
등에 창을 맞은 나이젤은 짧은 비명과 함께 몸을 비틀면서 방패로 창대를 쳐내고 허리에 차고 있는 손도끼를 빼내려는 가죽 갑옷을 입은 병사의 어깨를 브로델로 내리찍어 상대의 숨통을 끊었다.
등에 창을 맞은 나이젤을 노리고 다시 대여섯 명이 일제히 창을 내질렀다. 몸을 비틀어 방패로 상대의 공격을 막아낸 나이젤은 검으로 창대를 쳐내며 가죽 갑옷 정도만 입고 있는 적들을 칼날로 찍어 정신없이 쓰러뜨렸다.
-피이잉!!!-
“큭!!”
다시 몸을 돌린 순간 나이젤의 머리 바로 옆으로 화살이 스쳐지나갔다.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 보니 사슬 갑옷 위쪽으로 견갑과 요갑이 붙어 있는 미늘 갑옷을 걸친 낯익은 얼굴의 기사가 석궁을 들고 있다가 내던지는 것이 보였다.
오래 간만에 본 얼굴이지만 대그우드 트리스탄이 분명했다. 대그우드 트리스탄은 주저할 것 없이 허리에 찬 장검을 빼들고 등에 메고 있던 방패를 왼팔로 고쳐 잡은 후 나이젤을 향해 돌진해 들어왔다.
“제길!!”
나이젤은 트리스탄이 자신을 향해 뛰어오자 주변으로 몰려든 몇 사람의 민병을 찍어 넘긴 후 검을 고쳐 잡고 대그우드 트리스탄과 맞섰다. 자신의 기억으로 트리스탄의 나이가 오십이 가까웠다.
죽을 날이 가까운 다 늙은 기사이기는 해도 난전중에 검을 부딪친 순간 상대가 보통이 아님을 알았다. 순식간에 나이젤의 검을 자신의 장검으로 막고 왼팔에 든 방패로 검을 내리 찍은 다음 체중을 실어 방패로 얼굴을 가격해 왔다.
“큭!!”
심하게 부딪치지는 않았지만 순간적으로 방패가 얼굴 쪽으로 다가오자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선 나이젤은 다시 트리스탄이 온 힘을 다해 방패를 앞세워 자신 쪽으로 돌진해 오자 재빨리 자세를 잡았다.
-쩡!!!-
방패에 온몸을 실은 공격이 들어오자 나이젤은 큰 충격을 받으면서도 신속하게 브로델을 빈틈으로 찔러 넣어 트리스탄의 몸통을 노렸다. 그렇지만 이런 공격에 당할 트리스탄이 아니었다. 신속하게 몸을 비틀어 나이젤의 측면으로 이동한 후 옆구리를 노려왔다.
겨우 몸을 돌려 트리스탄의 일격을 막은 나이젤은 다시 검을 휘둘러 공격을 가했지만, 그는 순간적으로 방패와 검을 교차시켜 나이젤의 공격을 막고 밀어치며 방패의 모서리로 반격을 가했다.
브로델이 밀리면서 자세가 흐트러진 나이젤은 연속해서 트리스탄의 공격을 방패로 막아내는데 급급했다. 방패에 시야가 가려 트리스탄을 놓친 나이젤이 몸을 뒤로 빼내며 그의 모습을 찾으려 했다.
이 순간 트리스탄은 나이젤의 측면으로 들어와 하체를 올려 베었다. 상당히 정확히 들어간 공격이지만 허벅지 아래쪽까지 길게 늘어진 사슬 자락 때문에 다리에 직접적인 치명상을 입히지는 못했다.
“크윽!”
일격을 당했지만 나이젤은 몸을 비틀어 트리스탄의 측면 뒤를 노렸다. 트리스탄은 재빨리 몸을 굴려 공격을 피해낸 후 방패를 버리며 양손으로 장검을 고쳐 잡고 강력한 찌르기를 시도해 왔다.
“으아아아아아아아!!!”
엄청난 고함 소리와 함께 자신을 향해 덤벼오는 트리스탄의 공격을 방패로 간신히 막아낸 나이젤은 트리스탄이 자신을 스쳐 지나가는 순간을 노려 브로델로 등을 공격했지만 갑옷에 때문에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나이젤이 다시 자세를 잡으니 트리스탄은 방패로 공격을 막고 오른손에 든 장검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공격해 왔다. 나이젤이 방어와 반격을 가하자 트리스탄은 공격을 주고 받다가 뜻하지 않은 곳으로 정확하게 몸을 찔러왔다.
-차아악!!-
“치잇!”
뜻하지 않은 공격을 겨우 방패로 쳐낸 나이젤은 몸을 반회전 시켜 트리스탄의 옆을 수평으로 노렸다. 정확하면서도 힘이 있는 공격이지만 잽싸게 몸을 숙여 나이젤의 공격을 피해낸 트리스탄은 장검으로 종아리 앞쪽을 노렸다.
-캉!!-
자칫 아무런 보호대를 차고 있지 않았다면 발이 잘려 나갔을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각반 때문에 칼날이 튕겨졌다. 상대가 완전히 자신 앞에 등을 보이고 있자 재빨리 브로델을 휘둘러 베었다. 정확한 일격이었지만 갑옷 때문에 상대를 베어내지 못했다.
“큭!! 후욱! 후욱! 후욱!”
등에 일격을 당한 트리스탄은 몸을 굴려 나이젤의 공격 범위에서 벗어난 후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지저분해진 늙은 기사의 모습을 보고 나이젤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트리스탄이 다시 자신을 향해 뛰어 들어오자 방패로 공격을 막아내면서 찌르기 공격을 시도했다.
-카칵!-
트리스탄은 나이젤의 찌르기 공격을 장검으로 쳐내며 그 빈틈을 노려 올려 베기를 시도했다. 짧은 순간 연속해서 이어진 날카로운 공격이지만 이런 공격에 당할 나이젤이 아니었다. 얼른 방패를 기울여 장검을 막은 후 체중을 실어 앞으로 밀어 쳤다.
이 순간 트리스탄은 살짝 방패로 나이젤의 방패를 밀어 쳐버린 후 순식간에 왼쪽으로 파고들었다. 이 순간 트리스탄의 의도를 알아차린 나이젤은 살짝 몸을 비틀며 칼자루를 거꾸로 잡은 후 있는 힘을 다해 등 뒤로 뻗었다.
-카라락!!!-
-츠컥!!!-
자신의 옆구리 쪽으로 무엇인가 스쳐 지나가는 느낌이 있었고 등 뒤로 뻗은 칼자루에 육중한 느낌이 와 닿는 것을 느꼈다. 칼을 빼낸 후 뒤돌아서니 트리스탄이 입으로 피를 토하며 무릎을 꿇고 있었다.
“쿨럭~ 쿨럭~ 쿨럭~ 과연······. 과연 대단하군······.”
“······과찬이십니다. 트리스탄 경.”
쓴웃음을 지으며 어떤 의미를 담아 자신을 올려 보는 트리스탄을 바라본 나이젤은 말없이 오른손에 들린 브로델을 치켜들고는 있는 힘을 다해 목을 내리쳤다. 목은 잘 익은 박덩이처럼 나이젤의 발 앞에 떨어졌다.
“······미안하오.”
나이젤은 살짝 고개를 숙여 이상하게도 너무 미안한 마음 밖에는 남아 있지 않은 대그우드 트리스탄 페라투스의 시신에 잘못을 빌었다. 곧 이어 다시 자신을 목표로 덤벼든 민병의 창을 방패로 밀어낸 후 상대의 복부를 칼로 찍었다.
다시 두 명의 적을 베어 넘기고 다시 다음 적을 찾으려는데 나이젤은 자신의 주변을 온통 부하들이 둘러싸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등 뒤쪽으로 누군가 나이젤을 큰 소리로 불렀다. 황망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아보니 루이스 스틸이 갈색 전투마 한 필을 끌고 왔다.
“주군! 어서 이 말에 오르도록 하십시오!!”
루이스 스틸이 말을 건네자 나이젤은 신속하게 말에 오른 후 기사와 기병들이 민병들을 몰아내는 것을 보고 달려가려 했지만, 루이스 스틸이 간곡히 부탁해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왕궁 쪽으로 돌아왔다.
왕궁 쪽으로 돌아오니 왕궁의 문을 때려 부수도록 지시한 기병 500명이 처음에는 도끼로, 그 다음에는 근처에서 가져온 두꺼운 통나무에 밧줄을 묶어 왕궁 문을 두들기며 도끼로 한창 문을 두들겨 대고 있었다.
“주군께서 오셨다! 힘을 내자!! 이야아아아아아!!!”
-쾅!!! 우지지지직!!!-
나이젤이 도착하니 다시 통나무로 문을 두들기고 있는 중인데 세 번째 뒤로 물러섰다가 앞으로 내달으며 왕궁 문을 힘껏 두들겼고, 왕궁의 문이 큰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솔로몬 그리즈 성의 보병대 선두가 왕궁 근처까지 도착했다.
보병들은 나이젤이 무엇이라고 제지하기도 전에 기다렸다는 듯 왕궁의 안쪽으로 밀고 들어갔다. 나이젤은 약 5천 명 정도의 보병들이 신속하게 왕궁 주변으로 몰려들자 루이스 스틸에게 맡겨 게 왕궁을 완전히 장악할 것을 지시했다.
“주군께서는 어디를 가시려는 것입니까?”
루이스 스틸이 불안한 표정으로 물으니 나이젤은 왕궁 주변으로 도착한 보병 3천 명 정도를 따로 수습한 후 아직도 검은 연기가 미친 듯이 치솟고 있는 크리스틴 바실리 성의 북쪽으로 이동하겠음을 밝혔다.
“너무 위험합니다. 차라리! 차라리 이곳 왕궁에 계십시오. 제가 알아보고 오겠습니다!”
이미 크리스틴 바실리 성의 곳곳에서 화재가 발생해 타오른 연기가 태양을 가려 마치 초저녁의 어둠 속으로 빠져 버린 것 같았다. 나이젤은 느낌이 너무 좋지 않다며 스스로 울딘과 함께 기병 500기를 수습하고 보병 3천을 모아 들여 성의 북쪽으로 올라갔다.
몇 군데 저지선을 펴는 곳이 있었지만 왕궁 쪽에서부터 모습을 드러낸 나이젤의 3천 보병대와 500기의 기병대는 적의 방어선을 손쉽게 무너뜨리며 왕궁에서부터 북쪽으로 통하는 내성을 안쪽에서부터 들이치기 시작했다.
상당히 많은 수의 적들이 내성의 성문과 성벽에 올라 셀 수도 없이 화살을 쏘아대며 방어를 계속했지만 나이젤은 보병대를 움직여 직접 성벽으로 오르며 성문을 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성벽을 방어하는 병사들을 베어 넘기며 의외로 쉽게 내성의 성벽 위로 올라선 나이젤은 가장 먼저 검은 연기가 치솟아 오르는 쪽을 바라보았다. 연기가 워낙 엄청나게 피어올라 정확한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었다.
다만 크리스틴 바실리 성의 북문에서부터 주변에 흩어져 있는 소규모 내성을 중심으로 한 지역 전체가 불타고 있었고 그 쪽으로 많은 수의 민병들이 줄을 지어 계속해서 투입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제길!!!”
직감적으로 마르쿠스 레슈타트와 에드먼드 라비, 리보니아 테빌라 후작 부인이 라스가 직접 공격하고 있는 성의 북쪽에 엄청난 함정을 만들어 두고 아마도 부친의 목숨을 직접 노리기 위해 다른 지역은 포기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급한 마음에 더욱 부하들을 재촉해 내성의 성문을 열어 버린 후 내성의 성문에 1,000명 정도를 남겨두고 나머지는 전부 이끌고 다급하게 북쪽으로 올라섰다. 북쪽으로 올라서고 있으니 그쪽은 이미 미친 듯이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다행히도 부친 라스가 이끄는 솔로몬 그리즈 성의 정예병과 크리스틴 바실리 성의 민병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전투는 팽팽한 상태여서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았다. 보병대에게 공격 명령을 내린 나이젤은 기병대를 수습해 적의 증원이 계속되는 쪽으로 돌진해 들어갔다.
“용사들이여! 내가 앞장서겠다!! 돌격 앞으로!!!”
우렁찬 고함을 지른 나이젤은 전 주인이 누구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을 태우고 잘 달려 주는 전투마를 타고 전투를 벌이기 위해 일제히 몰려들어오는 민병대의 측면으로 비스듬하게 파고들었다.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
브로델을 빼들고 민병대의 시선을 자신 쪽으로 돌리기 위해 안쪽으로 뛰어들면서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른 나이젤은 적들이 자신을 향해 몸을 돌리자 그 뒤로 파고들면서 닥치는 대로 적을 내리치며 뚫고 나갔다.
기병대가 출현했음을 알고 민병대가 석궁을 연달아 날려댔다. 몇 사람의 기병이 석궁에 맞아 말에서 굴러 떨어졌지만 나이젤과 기병들은 정신없이 말을 타고 지나쳐 반대쪽 골목으로 빠져나가 몇몇 거리를 돌아 민병대의 반대쪽 측면으로 파고들었다.
“도, 도망쳐라!!”
그 숫자가 정확히 얼마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수의 민병들은 기병대가 세 번째로 돌진해 들어와 휩쓸고 지나가고 네 번째로 휩쓸고 지나가자 자신들이 당해낼 수 없음을 깨닫고는 무기를 버리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민병들을 흩어 버린 나이젤은 바닥에 수없이 뒤엉켜 쓰러진 사람들 중에서 부친의 기사를 발견하고 얼른 말에서 내렸다. 가슴에 칼을 맞았지만 다행히 숨은 붙어 있었다. 나이젤이 황급히 어찌된 일인지를 물으니 기사는 눈을 들어 나이젤을 바라보았다.
“하아~ 하아~ 하······. 하하하하······.”
그 기사는 무엇인가 말을 하고 싶은 것 같았지만 숨을 몇 번 헐떡이기만 하다가 갑자기 웃음을 남긴 후 숨이 끊어졌다. 나이젤은 부친의 기사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바로 이 순간 어디에 날아온 것인지 모를 석궁 화살이 나이젤의 오른쪽 어깨에 날아와 박혔다.
“크억~”
짧은 비명도 잠시 몸을 비틀었지만 두껍게 갑옷을 입은 탓에 큰 상처를 입지 않음을 알아 차린 나이젤은 얼른 화살을 뽑아낸 후 자신의 전투마에 올라 주변이 온통 불타오른 연기로 뿌옇게 변해 앞을 분간할 수도 없는 쪽으로 뛰어들었다.
“솔로몬 그리즈 성 만세!!!!”
전장이 떠나갈 듯 우렁찬 고함 소리를 지른 나이젤은 기병대를 움직여 닥치는 대로 찌르고 베며 다시금 주변으로 몰려든 민병들을 공격했다. 민병들은 상당수가 창을 갖고 있고 용감하게 싸움을 시작해 기병대를 포위한 후 창과 석궁으로 정신없이 찔러왔다.
어지간한 훈련을 받은 전투마도 창검이 눈앞으로 날아들고 석궁 화살이 정신없이 날아와 박히니 속절없이 쓰러졌다. 나이젤 또한 몸에 몇 대의 석궁 화살을 맞고 전투마도 화살을 맞았지만 고맙게도 전투마는 잘 견뎌 주었다.
“모두 죽여라!!”
이대로 있으면 끝장이니 나이젤은 적의 빈틈을 노리고 앞으로 뛰어들었다. 닥치는 대로 덤벼드는 적을 베어 넘긴 나이젤은 다행히 전투마가 부상을 입었어도 자신의 움직임에 잘 따라주자 감사하며 미친 듯이 앞으로 뛰어 들었다.
나이젤을 떨어뜨리기 위해 사방에서 창대가 날아들었지만 나이젤은 공격을 막아내면서 앞으로 치고 들었다. 얼마를 베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지간한 나이젤도 브로델을 잡은 손이 덜덜 떨렸다.
다시 측면으로 전투 도끼를 들고 덤벼온 민병의 목을 올려 베기 한 번으로 베어 넘긴 나이젤이 다시 뛰어 들어온 민병의 목을 향해 검을 내리찍어 치명상을 입혔다. 다시 고개를 돌려 다음 적을 찾았다.
“이야아아압!!!”
이때 조금 앞쪽에서 체구가 작고 사슬 갑옷을 입은 전사 하나가 장검을 들고 주변으로 덤벼드는 솔로몬 그리즈 성의 병사들을 단칼에 베어 넘기고 있는 것이 보였다. 복장을 보니 무척 낯이 익은 것이 분명 크리스틴 바실리 성의 수비대에 속한 인물인 것 같았다.
벌써 이 십 여명이 작은 체구의 전사의 칼에 쓰러졌다. 직감적으로 상대가 누구인지를 알아차린 나이젤은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싶었다. 그렇지만 마구 쓰러져 버리는 솔로몬 그리스 성의 병사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
“우아아아아아아!!”
자신도 모르게 고함을 지른 나이젤은 말을 달려 작은 체구의 전사 쪽으로 뛰어 들었다. 갑작스러운 고함 소리에 놀란 작은 체구의 전사는 올려 베기 한 번으로 자신의 앞으로 덤벼들어온 솔로몬 그리즈 성 병사의 복부를 찍은 후 재빨리 나이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이젤?”
“······.”
리보니아가 자신을 알아보자 나이젤은 단 번에 말 위에서 상대를 찍어 넘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에서 뛰어 내렸다. 브로델을 고쳐들고 리보니아 왕녀의 앞에 섰다. 리보니아 왕녀는 얼굴 가면이 붙어 있는 투구를 쓰고 있었지만 웃고 있는 듯 했다.
“결국······. 당신과는 이렇게 만나게 되는군요.”
“······죄송합니다.”
나이젤은 살짝 입술을 깨문 후 검을 고쳐 잡았고 잠깐 한숨을 내쉰 리보니아 왕녀도 검을 고쳐 잡은 후 자세를 잡았다. 마음이 아팠지만 리비노아 왕녀는 고함을 지르며 나이젤 쪽으로 뛰어 들었다.
“하이야아아아!!!”
“이야아압!!”
리보니아 왕녀의 솜씨가 제법이기는 했지만 힘에서 나이젤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그것을 잘 아는 리보니아 왕녀는 가볍게 검을 부딪치고 난 후 몸을 굴려 등 뒤쪽에서부터 나이젤의 허벅지를 노렸다. 다행히 사슬 자락 때문에 공격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았다.
“나이젤!!!!”
나이젤이 다시 베기 공격을 가하는 순간 리보니아 왕녀는 공격을 피해낸 후 안으로 파고들며 옆구리를 칼로 찔렀다. 제법 깊숙이 칼이 들어왔지만 역시나 힘이 부족했다. 상대의 칼이 자신의 몸에 박힌 순간, 반사적으로 내려 친 베기 한 번으로 끝났다.
-푸화화화학!!-
“아하악!!!”
왼쪽 어깨를 찍힌 리보니아 왕녀는 어깨에서부터 피를 뿜어내며 그대로 무릎을 꿇었고, 차마 검을 비틀어 빼내지 못한 나이젤도 따라서 무릎을 꿇었다.
“아흑!······. 하아~ 하아~ 아흑!”
“·····리보니아······.”
직감적으로 리보니아 왕녀가 입은 상처가 치명적인 것이라는 것을 알아 챈 나이젤은 고통스러워하는 그녀의 눈을 마주하지 못했다.
“하아, 하아, 나, 나이젤······. 나를, 날 봐요······.”
“······.”
하지만 차마 똑바로 볼 수 없어 고개를 돌리고 있던 나이젤의 뺨에 차갑지만 따뜻한 것이 와 닿았다. 그 느낌에 흠칫 놀란 나이젤이 고개를 돌리니 리보니아 왕녀의 손이 자신의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고 있었다.
얼결에 그 손을 꽉 잡은 나이젤은, 눈물이 가득 맺힌 리보니아 왕녀의 두 눈이 생기를 잃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두 눈은 힘없이 풀려 나갔고 그 만큼 나이젤의 마음도 쥐어짜듯 고통 속으로 파고들었다.
“······불쌍한 사람······.”
나직한 한마디를 끝으로 나이젤의 뺨을 쓰다듬던 손에 힘이 빠졌다. 리보니아 왕녀의 고개가 돌아가자 나이젤은 살짝 눈을 감았다. 조금 주저주저하다가 숨이 끊어진 리보니아 왕녀의 시신을 바닥에 내려놓은 나이젤은 더 이상 아래를 내려보지 못했다.
잠시 말없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던 나이젤은 그제야 간신히 리보니아 왕녀의 몸에서 브로델을 빼 내었다. 이제까지 수없이 사람을 죽여 왔을 때에도 느끼지 못했던 섬뜩한 느낌을 두 손에 느끼고는 몸서리를 쳤다.
“이놈이 감히 왕녀님을!!!”
그때 누군가가 크게 고함을 지르며 나이젤을 공격해 왔고, 나이젤은 반사적으로 몸을 비틀며 브로델을 휘둘러 공격자를 찍었다. 그 공격자의 시신이 리보니아 왕녀의 위로 쓰러졌다. 나이젤은 남자의 시신을 옆으로 치웠다. 왼팔에 든 방패를 풀어 왕녀의 몸을 가려 주었다.
“미안하오. 따뜻하게 감싸 안아 마지막을 지켜주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소······.”
잠시 평온한 모습으로 잠이 든 리보니아 왕녀를 바라보던 나이젤은 근처에서 주인을 잃은 전투마 쪽으로 다가갔다. 고함을 지르며 덤벼들어오는 민병 몇 사람을 더 베어 넘긴 후 전투마 위로 올라섰다.
전투마가 약간 요동을 쳤지만 나이젤의 움직임을 잘 따라 주었다. 다시 덤벼든 대여섯 명의 적을 브로델을 찍어 넘긴 나이젤은 울딘 쪽으로 합류해 솔로몬 그리즈 성의 보병들과 정신없이 혼전을 벌이고 있는 크리스틴 바실리 성의 민병들을 찍어 넘겼다.
이를 악문 나이젤이 다시 1백여 명 정도의 민병을 흩어 버렸을 때 정면으로 부친 라스가 호위 기사도 없이 보병 30여명과 더불어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난전 중에 하도 놀라 칼을 앞으로 치켜들었다가 부친임을 확인하게 된 나이젤은 입을 크게 벌리며 기뻐했다.
“무사하셨군요!!”
나이젤이 입을 크게 벌리며 기뻐하자 라스는 구리빛 비늘 갑옷 위에 여러 발의 화살을 꽂은 채 나이젤의 손을 잡았다. 오래 전부터 쓰고 다니는 마슬란의 금색 투구 사이로 보이는 라스의 얼굴은 지쳐 보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침착해 보였다.
“저는 괜찮습니다. 아버님은 다치신 곳은 없으신지요?”
거듭 부친의 상태를 물으니 라스는 괜찮다고 대답하면서 어떻게 이곳에 와 있는지를 물었다. 그제야 퍼뜩 정신을 차린 나이젤은 남쪽 성문을 열고 내성을 두 곳 돌파한 후 현재 수하 기사인 루이스 스틸에게 왕궁의 점령을 맡겼음을 알렸다.
“그래? 잘했다. 그나저나 마르쿠스 레슈타트를 다시 만났다. 정말로 대단하더구나.”
라스가 짧게 한숨을 내쉬자 나이젤은 혹시나 하는 생각을 물어 목을 베었는지 물었다. 라스는 묵묵히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대신 미처 나이젤이 보지 못한 말안장에 매달려 있던 투구를 하나 꺼내 들었다. 분명 레슈타트가 쓰고 다니던 투구였다.
“아니? 아버님, 그것은!”
“간신히 투구만 벗겨 내낼 수 있었다. 정말 대단한 기사이더구나.”
나이젤이 눈을 크게 뜨자 라스는 다시 한 번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승부를 내지 못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나이젤은 이상하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자신이 너무나도 혼란스럽게 느껴졌다.
“아마도 그자는 성을 탈출했을 것이다. 아니, 탈출했겠지. 가르반 이후로 그런 대단한 기사는 처음 보았다. 한참 싸우고 있는데 갑자기 나타나서는 내 호위 기사들 모두를 베어 버리더구나. 덕분에 나와 일대 일로 겨루게 되었다. 안타깝지만 나와 무승부가 되었지. 언젠가 기회가 있다고 한다면 다시 겨룰 일이 있겠지. 허나 이 성을 빠져 나가지 않았다면 반드시 죽여 없애야 한다! 그런 위험한 기사는 죽여 버려야지!”
라스는 몹시 안타까워하면서도 냉정한 판단을 내렸다. 나이젤은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자 얼른 자신이 거느리고 있는 수하들에게 지시를 내려 부친을 호위하게 하고, 자신은 울딘과 100기 정도의 기병을 거느리고 주변에 남아 있는 잔적을 흩어 버리기로 했다.
라스가 나이젤이 건넨 기병을 거느리고 왕궁 쪽으로 들어가는 사이, 나이젤은 검을 들고 있는 오른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음을 알았다. 자신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은 나이젤은 심호흡을 몇 번 한 후 다시 몇 군데를 돌아 다녔다.
울딘과 함께 소규모 단위로 흩어져 있는 민병들을 사방으로 흩어 버리며 다른 적을 찾으려 했을 때, 오른쪽 측면으로 충실한 무장을 갖춘 병사들이 나이젤의 기병대를 노리고 일제히 몰려들었다.
“저놈들은!!”
나이젤은 신속하게 덤벼드는 적병이 내지른 창을 피해내며 적을 찍어 넘겼다. 혼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100여명의 부하들이 함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보병 부대의 전열을 흩어 버리며 닥치는 대로 찌르고 베었다.
아마도 7 ~ 8명 정도 정신없이 찌르고 베어 넘기고 마지막으로 덤벼든 병사의 머리통을 내려 베기 한 번으로 쪼개 버렸을 때 타고 있는 전투마의 가슴과 옆구리로 보병들이 내지른 창이 날아들었고, 말의 뒤쪽으로 도끼를 든 병사가 뛰어와 말 다리를 후려쳤다.
“크억!!”
전투마가 나뒹굴자 그 위에 타고 있던 나이젤이 무사할 리가 없었다. 말에서 굴러 떨어지며 투구를 어디론가 잃어 버렸다. 잃어버린 투구를 다시 찾기도 전에 나이젤은 자신을 향해 덤벼 들어온 적 병사가 내리치는 도끼를 방패로 막았다.
두어 차례 이어진 상대의 공격을 방패로 막아내며 검을 집고 있는 오른손으로 땅을 짚고 일어섰다. 다시 도끼로 내리친 공격을 방어한 나이젤은 방패 사이로 브로델의 칼날을 집어넣어 도끼를 든 적의 복부를 찔렀다.
깊숙이 공격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복부를 찔린 상대는 비틀거리며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 좋은 틈을 놓치지 않고 나이젤은 브로델을 내리쳐 자신을 몰아 붙였던 적의 목을 베어 넘겼다.
“이놈이!!!”
다시 등 뒤로 막대기 끝에 둥근 쇠공을 붙인 철퇴를 든 적 병사 하나가 뛰어 들어왔다. 방패로 상대의 공격을 막아낸 후 하체를 베었다. 하체가 공격당하자 철퇴를 든 병사는 무게 중심을 흐트러뜨렸고 나이젤은 주저할 것 없이 상대의 목에 칼날을 박아 넣었다.
다음 적을 찾았을 때 말에서 내려선 것이 분명한 나이젤의 기사 한 사람이 사슬 갑옷 위에 견갑과 요갑에 비늘 갑옷 조각을 붙인 기사에게 목이 달아나는 것이 보였다. 그의 모습에서 나이젤은 직감적으로 상대가 누구인지를 깨달았다.
‘에드먼드 라비!!!!’
라비도 나이젤을 알아보았는지 나이젤 쪽으로 시선을 고정시키며 다가왔다. 그러면서 자신을 향해 덤벼든 기병의 칼을 받아 내더니 올려 베기 한 번으로 나이젤의 기병을 쓰러뜨린 후 검을 비껴 잡았다.
나이젤도 아무런 말없이 오른손으로 검을 고쳐 잡았다. 심호흡도 잠시 나이젤은 왼팔에 차고 있던 방패를 바닥에 내려놓은 후 양손으로 브로델의 칼자루를 움켜잡았다. 에드먼드 라비는 순식간에 칼을 머리위로 높이 치켜들더니 고함을 지르며 앞으로 뛰어 들었다.
“우아아아아아아아!”
에드먼드 라비가 자신을 향해 뛰어들자 나이젤은 검을 측면으로 세워 잡은 후 상대를 향해 돌진해 들어갔다. 어마어마한 속도로 서로를 향해 달려 들어간 에드먼드 라비는 내려 베기를 시도했고 나이젤은 올려 베기를 시도했다.
-투창!!!-
두 사람의 검은 요란한 금속음을 내며 부딪쳤다. 순간 나이젤은 상대의 엄청난 팔 힘을 느꼈다. 물러설 수는 없었다. 힘을 주어 검을 튕겨내고는 다시 검을 휘두르며 돌진해 들어갔다. 이번에는 나이젤이 왼쪽으로 기울어진 내려 베기였고 라비는 수평 찌르기였다.
-카캉!!-
내려 베기 한 번으로 라비의 찌르기 공격을 쳐낸 후 그 좋은 틈을 노려 상대의 견갑을 내리쳤다. 정확한 일격이 들어갔지만 라비의 어깨는 비늘 갑옷 조각으로 만들어진 견갑이 덧대어 있어 칼날이 견갑에 붙은 비늘 조각에 걸려 완전히 들어가지는 않았다.
자신의 공격이 차단당한 것이지만 이 좋은 틈을 놓치지 않은 라비는 올려치기 한 번으로 자신을 향해 들어온 검을 쳐낸 후 그 틈으로 파고들어 수평 베기 한 번으로 나이젤의 목을 베었다.
-카라라락!!-
“크윽!!”
순간적으로 들어온 정확한 일격이었지만 나이젤은 재빨리 고개를 뒤로 빼냈다. 완전히 피하지 못했지만 사슬 두건의 자락이 칼날을 막아주었다. 하지만 타격이 아예 없을 수는 없어서 나이젤은 숨이 막히는 것을 느끼며 뒤로 물러섰다.
나이젤이 자세를 잡으려는 순간 라비는 틈을 주지 않기 위해 검날의 중간을 손으로 잡고 근거리에서 강력한 찌르기를 시도해 왔다. 상대의 찌르기 공격을 살짝 몸을 비틀어 피한 나이젤은 그 틈으로 반격을 가할 기회를 잡았다.
왼손으로 브룬트의 단검을 빼내 가죽 장갑을 끼고 있는 에드먼드 라비의 오른손 손등을 힘껏 올려 베고 동시에 단검의 방향을 바꿔 온 힘을 다해 상대의 턱뼈 근처를 정확하게 올려 베었다.
세 번째 공격으로 목 부분을 노렸지만 라비가 재빨리 물러서면서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했다. 라비는 왼손에 칼날째 들고 있는 자신의 검을 다시 오른손으로 고쳐 잡으면서 나이젤을 바라보았다.
“후욱! 후욱! 나이젤 경······.”
“······.”
라비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듯 했지만 이내 이를 악물었다. 나이젤이 왼손에 든 단검을 허리에 집어넣고 브로델을 고쳐 잡자 검을 머리 위로 높게 치켜든 라비는 고함을 지르며 덤벼들었다. 나이젤은 양손으로 검을 잡은 후 상대가 내리치는 공격을 받아냈다.
-촤아아앙!!!-
순간 어떻게 되었는지도 모르는 사이 자신이 양팔을 크게 벌리고 있고 에드먼드 라비가 자신의 빈틈을 노려 마구 검을 휘두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양쪽 어깨와 가슴 팔과 복부와 허벅지 쪽 가죽 덧옷들이 일순간에 잘려 나갔다.
보통 사람 같으면 폭풍처럼 몰아치는 공격에 몸을 움직이지도 못할 치명상을 입었을 것이지만, 나이젤은 짐승 가죽 덧옷과 사슬 갑옷을 겹쳐 입고 그 아래 솜을 누빈 가죽 갑옷까지 겹쳐 입고 있음고 날렵하게 몸을 움직여 피한 탓에 치명상을 입지는 않았다.
다시 상대가 자신을 향해 공격을 내리친 순간 나이젤은 왼손에 든 브룬트의 단검으로 상대의 오른손 팔목을 깊숙이 베어 버린 후 측면으로 파고들면서 단검으로 목을 베었다. 깊숙이베어지지 않았지만 라비는 첫 일격으로 오른팔을 다쳐 검을 놓쳤다.
나이젤은 다시 단검을 칼집에 집어넣은 후 심호흡을 한 번 하면서 라비가 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검을 바라보자 검을 집을 수 있도록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단검을 빼내려던 에드먼드 라비는 나이젤의 뜻을 이해하고는 허리를 숙여 자신의 검을 집어 들었다.
“큭!! 나이젤!!!!!”
이 순간 에드먼드 라비는 왼손으로 검을 고쳐 잡고 나이젤 쪽으로 뛰어들었다. 에드먼드 라비는 나이젤의 복부를 노렸고, 나이젤은 내려 베기 한 번으로 상대의 머리를 노려 일격에 승부를 결정지으려 했다.
에드먼드 라비의 공격은 정확하게 나이젤의 복부를 찔렀다. 짐승 가죽 덧옷도 뚫고 그 아래쪽에 받쳐 입고 있는 사슬 갑옷도 뚫었다. 그렇지만 세 번째로 받쳐 입고 있는 솜을 누빈 가죽 갑옷을 완전히 관통하지는 못했다.
만약 라비가 오른팔이 멀쩡하고 조금만 더 힘이 있었다고 한다면 분명 복부에 치명상을 입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나이젤의 손에 든 브로델의 칼날이 라비의 목에 치명상을 입을 정도로 깊숙이 박혀 있었다.
‘······.’
나이젤이 칼날을 빼낸 순간 에드먼드 라비의 목이 비정상적으로 꺾여 졌고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와 가슴과 얼굴을 적셨다.
-파하하학!!!-
“하아~ 하아~ 하아~”
무엇인가에 홀린 듯 나이젤이 다시 브로델을 들고 적을 찾았을 때 주변에 남아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다만 수많은 피와 살점을 뒤집어 쓴 나이젤만이 눈을 크게 뜨고 주변을 서성이고 있을 뿐이다.
“흑······. 흑······. 흑······.”
그리고 나이젤은 자신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울음을 더 이상 참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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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라 기네…젠장….
나름대로 대사 하나 없던 것(F-World 연재분 참조)을 이쁘게(???) 수정하기는 했습니다만….마음에 드시려나 모르겠네요…^_^;
-작가아님님…수고 많으셨어요…ㅠ0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