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Demons, and Humans - Lars RAW novel - Chapter 468
0468 / 0923 ———————————————-
아참참…소제목…~3~;; 한참 동안이나 그냥 지나쳐 버렸다…에구궁…
가르시아의 숨통을 끊은 나이젤은 재빨리 그 자리에서 벗어나려 했다. 그렇지만 그 좋은 틈을 놓치지 않고 등 뒤쪽에서부터 창을 가진 보병 하나가 뛰어 들어와 나이젤의 등을 있는 힘을 다해 찔렀다.
“죽어라!!”
분명 다가오는 소리가 제법 컸을 것이지만 나이젤은 등에 창을 맞을 때까지 상대가 접근해 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파아악!!!-
“크억!”
뾰족한 창날이 등에 박히자 살을 찢기는 고통에 나이젤은 몸을 비틀었다. 충격으로 칼을 놓치기는 했어도 오른손으로 바닥을 짚고 몸을 뒤로 돌려 창을 놓고 허리에 찬 짧은 칼을 빼들려는 상대의 얼굴을 후려쳤다.
-빠악!!-
“크헥!”
사슬 갑옷을 입고 얼굴에는 정수리 부분만 보호하는 코받침이 붙어 있는 투구를 뒤집어 쓴 병사는 나이젤의 일격을 맞고 몸의 중심을 잃었다. 병사는 쓰러지지는 않고 재빨리 자세를 고치며 허리에 찬 짧은 칼을 빼들어 나이젤을 노렸다.
정확한 동작이었지만 순식간에 발라미르를 빼든 나이젤의 움직임을 따라가지는 못했다. 나이젤이 창을 들고 나이젤의 등 뒤를 찔렀던 병사의 목을 찍자, 병사는 터질 것처럼 눈을 뜨며 목을 부여잡고 바닥에 쓰러졌다.
“제기랄!”
나이젤이 창날이 살에서 빠지기는 했지만 갑옷에 걸려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보병창을 신경질적으로 빼내고 있으려니, 등 뒤쪽으로 짧은 칼을 들고 겉면을 밧줄로 촘촘히 감고 쇠테로 마무리한 방패를 든 병사가 고함을 지르며 뛰어왔다.
머리에는 얼굴 가면이 붙어 있고 뺨 쪽을 보호할 수 있는 보호대가 붙은 투구를 쓰고 있으며 몸은 사슬 갑옷 위에 판금으로 만든 흉갑과 등갑을 착용하고 있었다. 더욱이 나머지 장비들도 충실히 갖춘 것으로 보아 기사인 것 같았다.
양손으로 발라미르를 고쳐 잡고 상대를 있는 힘을 다해 내리치니 기사는 방패와 손에 들고 있는 짧은 칼을 교차시켜 나이젤의 내려치기 공격을 막았다. 동시에 오른손에 든 짧은 칼로 나이젤의 무기를 아래로 끌어 내리며 왼손에 든 방패로 얼굴을 후려쳤다.
-파쩡!-
“크으윽!!”
방패의 모서리로 얼굴을 맞은 나이젤은 잠시 비틀거리기는 했지만 몸의 중심을 잃지 않고 다시 방패를 앞세워 뛰어 들어오는 상대를 향해 발라미르를 내리쳤다. 이름 모를 기사는 조금 전과 똑같이 방패와 짧은 칼을 교차시켜 공격을 막아냈다.
그렇기는 해도 같은 수에 두 번 당할 나이젤이 아니었다. 기사가 자신의 공격을 방어하자마자 오른발을 들어 기사가 들고 있는 방패를 있는 힘을 다해 걷어찼다. 뒤로 밀려난 기사를 향해 일격을 가했다.
잠시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나던 기사는 다시 짧은 칼로 나이젤의 공격을 받아내며 방패의 겉면을 올려치며 나이젤의 얼굴을 노렸다. 분명히 상대의 공격을 눈으로 보았지만 결정적으로는 피하지 못했다.
-퍼억!!-
“으으윽!!”
두 번이나 방패로 머리를 맞게 되니 어지간한 나이젤도 몸의 중심을 잃었다. 이 좋은 틈을 놓치지 않고 그 기사는 방패로 자신의 시야를 가리며 오른손에 든 짧은 칼로 찌르기를 시도해왔다.
나이젤은 온 힘을 다해 상대의 왼쪽 측면으로 파고들며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내려치기를 시도했다. 나이젤의 동작을 보고 기사가 방어를 했지만 왼쪽 어깨 뒤를 후려친 공격을 완전히 피하지는 못했다.
“크윽! 젠장!! 이 새끼가!!”
정확한 공격이 들어갔지만 판금 보호대와 사슬 갑옷 덕분에 상처가 깊지는 않았다. 잠깐 몸을 움츠렸던 기사가 욕설을 내뱉으며 다시 뛰어들었다. 이 순간 나이젤은 왼손으로 허리에 차고 있는 전투용 쇠망치를 빼들어 상대의 방패 모서리를 걸어 아래로 끌어 당겼다.
“우악!!”
달려 들어오던 기사는 갑자기 무게 중심이 밑으로 쏠리자 비명을 지르며 몸의 중심을 잃었고, 이 좋은 틈을 놓치지 않은 나이젤은 오른 손에 든 발라미르로 기사의 등을 찍었다.
“크억!!”
순간 등을 맞은 기사의 상체가 뒤로 젖혀진 순간, 왼손에 든 뭉툭한 쇠망치가 기사의 턱을 올려쳤고 다시 내려오면서 뒤통수를 가격했다. 기사가 바닥에 쓰러지자 나이젤은 전투용 쇠망치를 한 바퀴 돌린 후 쇠꼬챙이로 목뒤를 찍어 완전히 숨통을 끊었다.
“후욱! 후욱!”
온몸에서 느껴지는 아릿한 통증에 잔뜩 인상을 쓴 채 거칠게 숨을 내쉬며 바닥에 쓰러진 기사를 잠시 내려 본 나이젤은 전투용 쇠망치를 다시 허리춤에 찔러 넣은 뒤 근처를 살펴 바닥에 떨어져 있는 브로델을 집어 들고 발라미르는 칼집에 밀어 넣었다.
이 자리를 빠져 나가려 주변을 둘러보니 뜻밖에도 울딘이 몇 사람의 기병과 함께 덤벼드는 적들을 찍어 넘기며 나이젤을 위한 것인지 사슬과 가죽으로 된 마갑이 씌워진 전투마를 한필 끌고 왔다.
“주인님! 어서 말에 오르십시오!”
“가르시아를 죽였다.”
울딘이 전투마의 고삐를 내미니 나이젤은 가르시아를 잡아 죽였다면서 전투마에 올랐다. 전투마에 오르고 보니 전 주인의 것이 분명한 역삼각형의 방패 하나가 오른쪽 옆으로 덜렁거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빌어먹을~”
짧게 욕설을 내뱉으며 방패를 집어 들어 왼팔에 찬 나이젤은 루이스 스틸의 용맹에 밀린 국왕 쪽 기병 400기가 사방으로 흩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하하하핫!! 대단하군! 역시 루이스야!!”
나이젤은 슬쩍 입가를 들어 올리며 부하들을 재촉해 이미 기세가 무너질 대로 무너져 전의를 잃고 있는 국왕 보병대를 밀어 붙일 것을 독려했다. 바로 이때 나이젤을 노리고 석궁 화살 다섯 대가 정면에서 날아왔다.
-피아아아아앙!!! 퍼벅!!-
세 발은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지만 두 발은 나이젤의 왼쪽 어깨와 가슴에 정확히 명중했다. 꽤나 충격이 컸던 나이젤은 몸의 중심을 잃었지만 말에서 굴러 떨어지지는 않았다. 겨우 버텨선 후 어깨와 가슴에 박힌 석궁 화살을 뽑아냈다.
“주인님!”
뽑아낸 화살촉에는 피가 옅게 묻어 있었다. 울딘이 깜짝 놀라 옆으로 다가왔지만 나이젤은 괜찮다며 울딘을 밀어낸 후 꿋꿋이 서서 부하들을 독전했다. 이 모습을 본 기병과 보병들은 용기백배해 기세를 타고 눈앞에 있는 국왕의 보병을 밀어 올렸다.
“······허허허······.”
루벤 국왕 엠마뉴엘 볼크는 이미 일이 끝났음을 알았다. 마지막 기회가 용병대의 배반으로 어이없게 날아갔다. 앞뒤로 공격을 받게 된 자신의 부대는 이제 퇴로가 차단되었고 이제 어디로 물러설 곳도 없게 되었다.
‘······.’
스스로 물러서지 않았던 국왕은 자신의 선택이 옳은지 판단할 수 없었다. 다만 이제 모든 것은 누군가가 정해진 순서에 따라 흘러갈 뿐이라는 사실을 얼핏 알 수 있을 뿐이었다. 바로 이 순간 한스 나르바 보이제 후작이 국왕을 찾아왔다.
“전하!! 노쇠한 소신이지만 소신이 길을 뚫어 보겠습니다! 어서 이곳을 뚫고 나가 재기를 꾀하십시오!! 어서요!!”
판금 갑옷 곳곳에 화살이 박혀 있고 피와 살점으로 뒤엉켜 있는 한스 나르바 보이제 후작은 끝까지 기세를 잃지 않았다. 허나 국왕은 지금 이곳에서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끝까지 자신을 위해 충심을 다해 주는 타로마르크 성의 성주에게 깊이 감사할 뿐이었다.
“허허허······. 후작의 나이가 올해 60세였지요? 짐도 벌써 58년을 살아왔구려. 보통 사람 같으면 벌써 죽었어야 할 나이 아니겠소? 이런 나이에 어떻게 이곳에서 도망쳐 이 한 몸만 살겠다는 것이오? 도망치지 않겠소. 미안한 말이지만 후작······. 짐과 함께 마지막 길을 가주겠소?”
“전하!! 흑흑흑······.”
국왕이 한스 나르바 보이제 후작의 부탁을 거절하며 마지막 부탁을 건네니 타로마르크 성의 성주는 말에서 내려 눈물을 흘렸다. 국왕도 말에서 내려 자신에게 충심을 다하려는 충신의 몸을 끌어안았다.
“미안하오.”
“크흑! 좋습니다. 전하! 어차피 보통 사람 보다 20년은 더 살아남은 이 몸, 살만큼은 살았습니다. 더 이상의 미련은 없습니다! 전하와 함께 말을 달린지 어언 40년이 넘습니다. 끝까지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한스 나르바 보이제 후작이 죽음을 결심하자 국왕은 깊이 감사했다. 이 모습을 본 주변의 40명의 친위 기사들 모두 국왕 앞에 엎드려 자신들도 국왕과 함께 죽음을 맞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하와 함께 죽게 해 주십시오!”
친위 기사들이 함께 죽기를 청하니 국왕은 미안한 마음이 들어 이러지 말고 이곳을 벗어날 것을 권했다.
“그대들은 젊네. 이곳에서 이 늙은이들과 죽어서는 안 되네.”
안타까운 마음이 가득했다. 그렇지만 모두들 자신들의 고집을 버리지 않았다.
“저희들 모두 전하와 함께 죽겠습니다!! 부디 저희를 버리지 말아 주십시오!!”
엠마뉴엘 볼크는 자신에게 마지막 충성을 바치려는 기사들에게 깊이 감사한 후 분연히 마음을 굳게 먹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한스 나르바 보이제 후작이 어느 방향으로 최후의 돌격을 감행할 것인지를 물었다.
“······뒤쪽은 천한 용병 놈들이 있고 앞쪽은 카비 백작이 있으니······, 앞으로 나가도록 합시다. 제 아무리 역적이라고 해도 카비 백작은 루벤의 대귀족 중 한 사람이오. 카비 백작의 손에 죽는 것이 더 영광일 것이오. 허허허······.”
국왕은 용병들의 손에 죽임을 당할 수 없다는 뜻을 명백히 했다. 한스 나르바 보이제 후작을 비롯해 40명의 기사들은 국왕의 뜻을 이해하자 곧바로 무기를 빼들고 앞으로 뛰어 나갈 준비를 했다.
“국왕이 저기 있다!!!!”
바로 이 순간 등 뒤쪽에서부터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본능적으로 뒤를 돌아보니 육중한 판금 갑옷으로 무장한 기사가 막아서는 적들을 닥치는 대로 베어 넘기며 앞으로 뛰어들고 있었다.
“!!!”
직감적으로 상대가 에릭 라본느 마리너 롬니 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국왕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크게 떴다. 에릭 라본느가 뛰어들자 국왕 주변에 있던 병사들이 온 힘을 다해 막아서려 했다.
용기는 가장했지만 모두 에릭 라본느를 막을 수 없었다. 에릭 라본느는 닥치는 대로 베어 넘기며 국왕 옆으로 뛰어들었고, 국왕을 위해 목숨을 바치기로 한 40인의 기사가 말 머리를 돌려 에릭 라본느를 저지하려 했다.
에릭 라본느는 뒤로 수백 기의 기병을 거느리고 있지만 지금은 기사 40인을 상대로 단독으로 맞싸웠다. 40대 1의 싸움이지만 에릭 라본느는 전혀 물러서는 것이 없었고 40인의 기사를 뜨거운 차를 천천히 한 잔 마실 정도의 시간 동안 모두 찍어 넘겼다.
“저, 저런!!”
물론 에릭 라본느도 40인의 기사를 베어 넘기느라 많은 부상을 입었지만 물러서지 않고 국왕 쪽으로 뛰어들었다. 보다 못한 한스 나르바 보이제 후작이 말을 타고 앞으로 뛰어들어 무엄하게도 국왕 쪽으로 뛰어 들려 하고 있는 에릭 라본느를 저지하려 했다.
에릭 라본느와 말 머리를 부딪친 한스 나르바 보이제 후작은 무려 20여 번이나 맞섰다. 그 솜씨는 대단했지만 에릭 라본느의 상대가 되지는 못했다. 한 소리 고함과 함께 강한 찌르기를 당한 한스 나르바 보이제 후작은 말에서 굴러 떨어져 곧 목숨을 잃었다.
“······.”
한스 나르바 보이제 후작이 눈앞에서 목숨을 잃자 루벤 국왕 엠마뉴엘 볼크는 주변에 자신을 지켜줄 사람이 아무도 없음을 알고 절망적인 상황에서 허리에서 차고 있는 울(UII) 블레이드를 빼들었다.
-스르르릉········. 우우우웅!!-
손에 든 것이 쇠를 진흙 자르듯 하는 만드레일 대륙 3대 마법검 중의 하나니 분명 에릭 라본느가 대단한 무공을 지녔다고 해도 자신이 승리할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곧바로 말 머리를 부딪친 순간 국왕의 판단이 스스로를 무너뜨렸음을 알았다.
-츠팟!!!!!-
어떻게 베어진 것인지는 몰라도 눈 깜짝할 사이에 오른쪽 겨드랑이 아래가 깊숙이 잘렸다. 파란 마법의 힘이 사라지는 울(UII)블레이드를 떨어뜨린 루벤 국왕 엠마뉴엘 볼크는 오른쪽 겨드랑이 아래로 피가 터져 나오는 것을 마지막으로 보았다.
-스륵······. 펄썩!-
꽤나 충격이 컸을 것이지만 이상하게도 아무런 느낌이 나지 않았다. 다만 무엇인가 알 수 없는 끝없는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 느껴질 뿐이었다. 이렇게 루벤 국왕 엠마뉴엘 볼크에게 주어진 시간은 끝났다.
“······젠장!”
루벤 국왕 엠마뉴엘 볼크를 베어 죽인 에릭 라본느 마리너는 말에서 내려 이미 숨이 끊어진 엠마뉴엘 볼크의 상태를 확인한 후 짧게 혀를 찼다. 어차피 저질러 진 일이니 어쩔 수 없었다. 바로 이 순간 저 멀리에서 라스의 기병대가 자신 쪽으로 오는 것이 보였다.
‘이런! 서둘러야 하겠군.’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라스의 기병대를 확인하게 된 에릭 라본느는 본능적으로 근처에 떨어져 있는 루벤 왕실의 상징을 집어 들었다.
“아니! 국왕의 지휘소가 용병대에게 이미 장악이 되었다고?”
기병대를 이끌고 국왕을 사로잡기 위해 달려왔던 나이젤은 이미 국왕의 깃발이 용병대에게 들어간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하는 것도 잠시 곧 침착함을 되찾은 나이젤은 라스에게 사람을 보내 현재 사실을 알렸다.
이러면서 자신은 부하들을 독려해 아직 남아 있는 국왕 친위대를 밀어 붙였다. 중앙이 용병대에게 점령당해 완전히 무너진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국왕 친위대 병사들은 물러서지 않고 공격해 들어오는 나이젤을 향해 집중 공격을 퍼부었다.
“계속 밀어 붙여! 적을 공격하라!!!”
나이젤이 계속해서 부하들을 독전하고 있을 때 갑자기 정면에서 석궁 화살 한 발이 날아왔다. 이번에는 눈으로 보고 피할 수 있어 무사했지만 자칫 제 풀에 놀라 타고 있던 전투마에서 굴러 떨어질 뻔 했다.
‘······허억~ 허억~’
잠깐 동안 정신이 멍해져 있음을 깨달은 나이젤은 거칠게 숨을 내쉬며 잠깐 동안 말 잔등에 엎드려 정신을 차린 후 다시 상체를 일으켜 부하들을 독전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끝까지 국왕을 수호하고 있던 국왕의 추종 세력은 라스의 군대와 용병대의 집요한 공격에 많은 희생을 치렀다. 초반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국왕이 이미 전사했다는 소식이 전투를 치르는 병사들 사이에 전해지면서 전투는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국왕이 전사해 시신이 용병대의 손에 있다는 소식을 보고 받게 된 라스는 사람을 시켜 국왕의 남은 병사들에게 항복할 것을 권유했다. 그렇지만 오히려 국왕이 전사했음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도망치지 않고 남아 있던 잔여 국왕 친위대와 성당 기사단은 계속된 투항 권유에서 불구하고 끝까지 항복한다면 관대하게 처분하겠다는 약속이 쏟아졌지만 최후의 한 사람까지 목숨이 끊어질 때까지 저항하는 길을 택했다.
적이 워낙 맹렬하게 저항하자 라스는 마크의 조언을 받아들여 궁수들을 집결시켜 잔적을 향해 비 오듯 화살을 쏟아 부었다. 끝까지 이어질 것 같던 전투는 해가 밤을 불러오기 위해 슬며시 평야 서쪽으로 기울어 질 무렵 끝이 났다.
전장을 가득 메우고 있던 우렁찬 함성 소리도 어느새 마지막까지 저항하던 국왕의 친위 기사가 이름 모를 석궁수가 발사한 석궁 화살에 맞아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끝으로 더 이상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최후의 한 사람이 쓰러지자 라스 리즈번 카비 백작은 나이젤 리즈번 카비 위드 자작을 비롯해 마크 페스터 자작과 브래디 암할로브 모쉬 남작, 테오 루헤 남작에게 명령을 내려 국왕의 시신과 루벤의 상징을 갖고 있는 용병대를 신속하게 포위했다.
라스의 군대가 용병대 주변을 포위하자 휴 라본느 마리너 데스포챠 후작은 울(UII) 블레이드를 손에 들고 협상을 위해 앞으로 나섰다. 용병대 대장이 앞으로 나오자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라스는 직접 말을 타고 나와 마주나와 마주했다.
“언제 길을 비켜 주실 것이오?”
서로 인사를 끝내자 휴 라본느는 대뜸 라스에게 한 마디를 던졌다. 라스는 잠깐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의 기복을 얼굴에 드러내지 않기 위해 마음을 가라앉힌 라스는 대뜸 목소리를 높여 국왕을 시해한 용병대를 용서할 수 없다며 엄포를 놓았다.
“그대들을 공격해서 모두 이 자리에서 잡아 죽일 것이오! 어찌 국왕 전하를 시해한 자들을 용서할 수 있겠소!!”
라스가 엄숙하게 목소리를 높이니 휴 라본느 마리너는 마음 속의 여유를 보이려는 듯 웃었다. 불쾌하게 느껴질 수 있는 웃음이지만 이 정도에 동요할 라스가 아니다. 침착하게 다음 말을 기다리니 휴 라본느는 꿋꿋한 표정으로 자신이 할 말을 했다.
“한스 나르바 보이제 후작이 반란을 일으켜 국왕을 시해하고 대권을 잡으려 한다는 말을 듣고 국왕을 지키기 위해서 왔소. 헌데 국왕 전하는 이미 한스 나르바 보이제 후작의 손에 죽어 있었소. 하는 수 없이 반란을 일으킨 보이제 후작을 죽이고 국왕 전하의 시신과 상징을 간악한 무리들로부터 지키고 있었소!! 그나저나 국왕의 시신과 루벤의 상징을 보호하려 한 우리를 전멸시키겠다는 말씀이시오? 좋소이다! 해볼 수 있으면 한 번 해보시구려. 어차피 죽게 될 상황에 처한다면 우리 용병 한 사람이 카비 백작의 병사 열 사람은 잡아 죽일 것이오. 카비 백작, 지금 거느린 병력으로 우리를 전멸시킬 수는 있겠지만 그대는 이곳에서 모든 병력을 잃고 다시는 군대를 모으지 못할 것이오. 바로 공격 명령을 내리는 순간 카비 백작 당신도 파멸의 길로 접어드는 것이란 점을 잊지 않으셨으면 하오.”
휴 라본느가 어떤 상대인지 잘 알고 있는 라스는 달갑잖은 말 몇 마디로 상대를 굴복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지금 물러설 수 없는 것이 협상이니 라스는 조금 더 상대를 압박하기로 마음먹었다.
“뭐라? 이 자가!!”
“백작님!!! 잠시 기다리십시오!!”
라스가 막 언성을 높여 휴 라본느 마리너를 압박하려는 찰나, 암할로브가 말을 달려 나오더니 큰 소리로 라스를 불렀다. 말이 끊긴 라스가 험악한 얼굴로 뒤를 돌아보니, 암할로브는 두 손을 양 옆으로 벌린 채 급하게 말을 달려오고 있었다.
직감적으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을 안 라스는 그대로 입을 다물고 암할로브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때마침 용병대 쪽에서도 말을 탄 기병 하나가 암할로브와 똑같은 모습으로 말을 달려 나오며 휴 라본느 마리너를 불렀다.
“백작님! 잠시 귀를 좀······.”
슬슬 말을 뒷걸음질 치게 하여 달려 온 부하에게 다가가는 휴 라본느 마리너를 힐끗 바라 본 암할로브는 라스에게 잠시 뒤로 물러서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을 것을 요청했고, 라스도 용병대장과 똑같이 말을 뒷걸음질 치게 해 암할로브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인가? 이렇게 중요한 때에!”
라스가 짐짓 화를 내니 암할로브는 심각한 표정을 풀지 않고 라스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입을 열었다.
“어서 국왕의 시체와 울(Ull) 블레이드, 깃발을 손에 넣으셔야 합니다. 다코 컨퓨즈 성에서 게크 공작이 군대를 이끌고 나와 곧장 이쪽으로 향하고 있다고 합니다.”
“뭐? 이런!!”
표면적으로 라스는 공작의 뜻에 호응하여 반란을 일으킨 것이니, 원칙적으로는 그가 요구를 한다면 이제껏 얻은 모든 것들을 다 내어주어야 한다. 아니, 국왕을 시해한 것이 자신이라는 누명을 씌워 목을 자르려 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자신의 손에 국왕의 시신과 울(Ull) 블레이드, 깃발, 더불어 보이제 후작이 정권을 노려 반란을 일으켜 자신이 처단했다고 주장하는 휴 라본느 마리너의 증언과 ‘진정한 반역자’인 보이제 후작의 시체가 있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이번 전쟁에서 제일의 공적을 세웠고 정통성의 상징까지 가지고 있는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라스는 자신이 원하던 것을 얻기 위해 숨을 고를 시간을 벌 수 있게 된다.
“으음······.”
잠깐 쓴웃음을 지은 라스는 지금 당장 국왕을 시해한 죄를 물어 용병대를 공격해 전멸시키는 것 보다 협상을 통해 용병대를 귀국시키는 것이 향후 자신에게 유리함을 알고 자비를 보이기로 했다.
암할로브와 잠깐 협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라스가 다시 말을 앞으로 향하니, 부하에게서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는지 한층 여유로워진 표정을 짓고 있는 휴 라본느 마리너가 보였다. 그의 표정에서 모든 것을 짐작한 라스는 살짝 한숨을 내쉰 후 입을 열었다.
“······조건을 말해보시오.”
라스가 드디어 협상에 응할 자세를 보이자 휴 라본느 마리너는 라스가 얼마만큼이나 약속을 지킬 수 있을 지가 걱정되었지만 지금의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정색을 하며 자신이 바라는 요구를 숨김없이 털어 놓았다.
“백작께서도 소식을 들으신 모양이로군요. 서로 시간이 부족하니 간단하게 이야기 하겠소. 내 용병대의 안전한 귀국을 보장해 준다면 한스 나르바 보이제 후작의 반역으로 목숨을 잃으신 루벤 국왕 엠마뉴엘 볼크 전하의 시신과 지금 이 손에 들려 있는 이 울(UII) 블레이드를 비롯해 이제는 고인이 되신 국왕 전하의 깃발을 돌려 드리겠소. 이 이상 우리가 바라는 것은 없소.”
휴 라본느 마리너는 지금 숨길 것 없이 자신의 조건을 밝히는 것이 최선의 선택임을 잘 알고 자신이 바라는 것을 그대로 털어 놓았다. 라스는 잠시 생각을 해 볼 것도 없이 용병대의 요구를 수락하며 자신의 아량과 조건을 내걸었다.
“좋소. 지금 즉시 에드뮬 성으로 이동하시오. 에드뮬 성에는 미리 사람을 보내 10척의 커다란 짐배를 준비시켜 두겠소. 그 배를 타고 당장 루벤을 떠나도록 하시오. 배는 돌려줄 필요 없이 그대가 갖도록 하시오. 다만 내가 내걸 조건은 국왕 전하의 시신과 울(UII) 블레이드는 배에 오르기 전 본관에게 넘겨주는 것으로 합시다. 본관이 요구하는 것은 이것이오.”
“······.”
라스가 자신이 원하는 조건을 내보이니 휴 라본느 마리너는 최대한 양보할 대로 양보해 주고 배려까지 해 준 라스의 청을 그 자리에서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그렇지만 당장은 대답하지 않고 상대가 자신에게 다시 협상의 승낙 여부를 물어 오기를 기다렸다.
“으음······. 조건을 받아들이는 것이오?”
“······좋소이다. 백작의 넓은 아량에 감사하는 바이오.”
기다리다 못한 라스가 먼저 의향을 물어오니 용병대 대장은 그렇게 하겠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휴 라본느 마리너가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이자 라스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서로 협정을 맺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좋소! 조건을 받아들인다니 다행이구려. 나 라스 리즈번 카비 백작은 이 약속을 지킬 것을 지고신께 맹세하는 바이오!”
“알겠습니다. 휴 라본느 마리너 데스포챠 후작인 저도 지고신께 맹세합니다.”
서로의 속내는 전혀 달랐지만 원하는 것은 하나였다. 어쨌든 지금 휴 라본느 마리너가 협상을 받아들이자 라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협상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밝힌 후 자신의 신의를 지고신께 고했다.
······수많은 시체들이 온통 벌판을 가득 메웠고 그 사이로 어디에선가 나타난 까마귀와 몰려든 들개들은 죽은 자들의 육신을 게걸스럽게 쩝쩝 거리면서 참으로 맛나게도 파먹고 있었다.
“······.”
수많은 영웅의 죽음 사이로 나이젤은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걸었다. 터벅터벅 걷는 나이젤의 앞쪽으로 들것을 이용해 큼지막한 마차 쪽으로 아직 목숨이 붙어 있는 부상자들을 옮겨 싣는 병사들이 일을 하고 있었다.
“허억~ 허억~
나이젤은 수많은 시체 사이에서 제대로 비명 소리도 지르지 못하다가 들것에 실려가는, 머리 한쪽이 완전히 뭉개진 병사와 눈이 마주쳤다.
“아아······.”
무언가 위로의 말이라도 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나이젤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자신도 모르게 덜덜 떨면서 피로 이루어진 시내를 걷고 있잖으니 피를 잔뜩 뒤집어 쓴 의사로 보이는 사람이 다가와 여러 곳에 부상을 입고 있는 나이젤의 상세를 살폈다.
“괜찮으십니까? 상태가 심각하군요.”
“······괜찮소.”
나이젤은 괜찮다면서 상대를 밀어낸 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고 주변으로 가득 차 있는 시신 사이를 정신없이 걸었다. 이 때 왼쪽 다리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부상이 심한 병사 하나가 마지막 움직임을 보였다.
다행히도 양쪽 옆으로 의사와 조수로 보이는 사람들이 서 있었다. 의사는 병사가 가망이 없음을 알고 조수와 함께 죽어가는 병사의 몸을 부드럽게 쓸어 주며 달래고 있다가 목 뒤에 뭉툭한 정을 대고 망치로 힘껏 내리쳤다.
-퍽-
날카롭지만 작은 소리와 함께 병사는 고개를 모로 떨어뜨렸다. 숨통을 단숨에 끊어 고통을 덜어 준 의사와 조수는 도구를 챙겨 다른 부상병을 향해 걸어갔다.
“······흑······. 흑······. 흑······.”
나이젤은 참고 있던 울음을 터트렸다. 나이젤의 앞쪽으로 셀 수 없이 뒤엉켜 있는 시신들이 말없이 누워 있다. 그 시신을 정신없이 파먹고 있는 까마귀와 들개의 모습과, 죽은 사람들 사이로 걸어 다니며 돈이 될 만한 것들을 집어 들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차분히 내려앉았다.
······삶은 계속된다.
==========================================================================
2부 쫑!!!!!
…라스는 이익을 챙기고 나이젤은 약간 맛이 가고…
쩝…
…아, 내일부터는 다시 하루 한 편씩 올릴 예정입니다…
그나저나 걱정이에요…대충 3부를 읽어보니…쥔공 녀석…절라 찌질대던데…-ㅅ-;;
욕 무쟈게 먹을 듯…쩝…
오늘도 두 편 올립니다…Next-Epilogue Of 2nd Chapter…
음…^_^;
●‘i우천i’님…^_^; 으힛…이제 2부가 끝났습니다…내일 2부와 3부 사이의 이야기를 올리고 나면…뭐…3부로 달리는 겁니다…^_^;
●‘연혼마창’님…^0^)乃 으헷…이제 2부는 쫑입니다…어쨌든 간에…가는 겁니다…냐하핫…
●‘러딘’님…으음…이 당시 평균 수명 40세 전후입니다..@_@; 국왕 58세까지 살았으면 오래 살았죠…좋은 것 많이 먹고 오래 살았고…뭐…왕이니 당연히 성생활도 좋았겠죠…^ㅠ^;
●‘타에’님…으허헛…그나저나 날씨는 푹푹 쪄죽을 것 같습니다…비는 오늘 온종일 두 번 소나기 5분 이내로 내리고…계속해서 쪄죽을 것 같아요…
●‘toyr’님…^_^; 나이젤…문제는 마눌이 가르반 딸이라는 거죠…잘 모셔야 한답니다…첩을 두거나 하기에는 많이…불편하신 몸…어쨌든 간에 3부는 내일 2부와 3부 사이의 연결점이 끝나면 곧바로 하루 1편씩 올리겠습니다…^_^;
●‘ytk’님…으음…연중이라…뭐…무수정판이라도 고쳐서 올려야 하겠지요…어쨌든 간에 찌질대는 고드프리지만 잘 봐 주세요…ㅠ_ㅠ;
●‘새벽에내린비’님…라스 일족은 거의 플라비아 중독 맞답니다…^_^; 어쨌든 간에…플라비아 포션을 상시 복용하는 좀…그런 집안이지요…@_@;
●‘호돌스’님…으음…연중이 안되면 무수정판이라도 올리겠습니다…최선을 다해 달리는 겁니다…3부 만세!!
●‘난누군가’님…하핫…에프월드에서 했던 것 처럼 무수정판을 올려대는 일이 있겠죠…^_^;
●‘zeple’님…그…그런가요? 그럼 무수정판…신공을 펼쳐 보여야 하겠군요…쿨럭…쿨럭…글쿠 플라비아 포션도 무적은 아니랍니다…최고는 진귀한 트롤포션입죠…^_^;
●‘열한번째사나이’님…애석하게도 지금 라스는 루벤 전체의 겨우 한쪽 귀퉁이를 지배하고 있을 뿐이랍니다…^0^; 당장은 왕이 될 수 없지요…^_^;
●‘작가아님’님…^_^; 감사합니다…저 작가넘…매번 이렇게 고마운 일을 많이…ㅠ_ㅠ; 열심히 부지런히 2부를 완전히 끝냈답니다…으흣…계획한 것의 절반 정도 끝나가니 기분이 참…오묘 하네요…^_^; 작가아님님도 그간 수고 많으셨고요…여기 박카스 드시고 힘내세요…화팅!!
●‘초코칩쿠키’님…으음…연중…안되겠군요…무수정판 올리기 신공이라도 펼치겠습니다…ㅠ_ㅠ; 글쿠…수도권은 비가 내리는지 모르겠지만 지방은 한번 정도 5분 내외의 소나기 이후 푹푹 찌는 더위에 죽을 맛입니다…우욱…
●‘underworld’님…나이젤의 싸움…뭐 3부 고드프리는 후반 지위가 높고 귀해져서 나이젤 처럼 이렇게 직접 칼드는 일은 많지는 않답니다…그렇지만 전쟁이나 전투는 엄청나게 많죠…뭐…싸우고 싸우고 또 싸운답니다…^_^;
●‘방학작가’님…쿨럭…저 작가넘…무수정판 올리기 신공으로 사시미 세례를 막아내야 할 것 같군요…쿨럭…쿨럭…
●‘떡볶이사리’님…라스 녀석은 순진한 적이 없었습니다…다만 세상에 무지했을 뿐이죠…^_^;
●‘에크리스’님…용병대…국왕까지 잡아 죽였죠…뭐 라스가 대단하기는 해도 용병대…무시 못한답니다…라스는 이곳에서 피떡이 되기 전에 서로 좋게 끝내기로 한 것이지요…^_^;
(으힛)…
3부 고드프리가 초반 좀 많이 찌질해도 참아 주세요…ㅠ_ㅠ;
(2차 수정함)
-작가아님님…화팅!! 2부…작가아님님 덕분에…많이 수정했습니다…(부비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