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Demons, and Humans - Lars RAW novel - Chapter 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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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 3부네요…얼른 올리고…헷헷…아참…깜빡 할뻔 했네요…소제목…
이곳이 어디인가? 라고 누군가가 물어본다면 대답이 조금 길어질지도 모르겠다. 아마 지리에 통달한 사람이라면 우선 루벤 북동부 오즈굴 셀바노스 대공 라스의 영토인 페스터 호수에서 발원한 프리먼 강을 이야기 할 것이다.
그 다음으로 프리먼 강뿐만 아니라 오즈굴 셀바노스 산맥의 중간쯤에서 시작된 헤이드 강이 마법사 아치볼드의 영지인 마번 섬을 굽이쳐 지나 카넬리스 에디 강이라는 이름으로 합쳐지는 곳이 있다고 설명이 이어져야 한다.
바로 지금 있는 장소는 그 카넬리스 에디 강의 북쪽 강변에 위치한 곳이다. 어렵게 생각되면 이렇게 복잡하고 길게 대답할 것 없이 만드레일 대륙의 남서부 지역이며 루벤과 레나르트 파울젠 연합 왕국과의 국경 지대라고 설명하면 된다.
바로 루벤과 레나르트 파울젠 연합 왕국을 연결하는 큰 길 위였다. 만약 질문을 받은 사람이 이 근처에 사는 이라면 루벤 영토인 라즈반 가우트 성과 얼마 전에 루벤의 영토가 된 마커스 조이 성 사이의 대로 위라고 쉽게 대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예전 같으면 이 큰 길 위로 무역 상인들이 당나귀의 등에 잘 포장된 짐을 올려 싣고 짐말이 끄는 마차에 한 가득 짐을 실어 루벤과 레나르트 사이를 오가며 물건을 팔아 벌어들일 수익을 열심히 계산해 보고 있었을 것이다.
굳이 운임이 많이 나오는 육로를 이용하지 않으면서 지금 남쪽으로 멀리 보이는 카넬리스 에디 강을 따라 상품을 가득 실은 상선이 힘차게 노를 저어 강을 위 아래로 오가며 상품을 실어 날랐을 것이기는 하지만 지금은 그 모든 자취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이곳을 분주히 오가고 있던 말이나 당나귀의 울음소리, 마차 바퀴 인부들, 용병, 상인들의 움직임이 사라졌다고 해도 어차피 지난 2년 전부터 벌어진 일이다. 그렇지만 그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곳은 너무나도 변했을 것이다..
······2년 전·····. 전쟁이 있었다.
현 루벤 왕국의 국왕 루드비히는 이제는 고인이 된 레나르트의 왕녀이자 자신의 왕비인 카산드라의 계승권을 내세워 왕위 계승권 전쟁이 한창 진행 중이던 레나르트 파울젠 연합 왕국에게 왕위를 자신에게 승계할 것을 요구했다.
아들이 아비를 죽이고 형을 모략하여 왕위를 찬탈하는 불의를 보고 더 이상 참지 않겠다 선언한 루드비히 루벤 국왕은 정의를 바로 세운다는 명분으로 단순히 왕위 요구에 그치지 않고 직접 나이젤에게 2만 대군을 이끌고 레나르트 지역을 공격할 것을 지시했다.
애석하게도 군대가 집결하기 전 왕위 계승권을 둘러싸고 치열한 전쟁을 벌이던 토벤 보직의 형 라디우스가 죽고 토벤 보직의 왕위는 확고해졌다. 그렇지만 루벤 군대는 그대로 진격을 계속해 레나르트 파울젠 연합 왕국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공격을 개시했다.
루벤 군은 내전으로 지친 레나르트 파울젠 연합 왕국군을 쉽게 무찌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베르트 전쟁과 루벤 내전에서 크게 활약한 알렉산더 후작 나이젤이 이끄는 루벤의 정예군은 한 바탕 수전을 끝낸 후 마커스 조이 성을 공격했다.
안타깝게도 쉽게 승리할 수 있었을 것으로 믿었던 처음과는 달리 마커스 조이 성을 수비하고 있던 늙은 맹수, 아티우스 란도는 나이젤과 대등한 싸움을 벌였다. 이후 나이젤은 방어 작전에 걸려 마커스 조이 성에서만 무려 1년 이상을 포위전에 허비했다.
이때 아티우스 란도의 나이는 76세라고 한다. 보통 사람이 40세 전후에 사망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거의 보통 사람의 2배를 살아온 늙은 여우였다. 이 늙은 여우에게 걸려 호된 싸움을 한 끝에 루벤의 군대는 다행히 마커스 조이 성의 함락시켰다.
성을 점령한 이후, 루벤 국왕 루드비히는 전쟁을 중단해야 한다는 여러 요구를 거부하며 오히려 전쟁을 확대했다. 다시 한번 알렉산더 후작 나이젤에게 1만 대군을 지원해 레나르트를 본격적으로 공격하도록 명령 했다.
국왕의 칙명을 받고 마커스 조이 성을 출발한 루벤 군대는 프란시스코 성과 퀸터 매트 성에서 출격한 레나르트 군대와 일진일퇴를 벌이다 아쉽게도 더 이상 진출하지 못하고 지난해 겨울 다시 마커스 조이 성으로 후퇴해 후일을 기약하고 있었다.
······뭐, 이런 것은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니 세상 돌아가는 일 따위는 잠시 미뤄 두고 지금은 일행과 함께 대로를 여행하고 있는 한 소년에게 시선을 돌려 보도록 하자.
“에효효······.”
지금 루벤과 레나르트를 이어 주는 대로 위에는 말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보아도 품종이 아주 좋다고 평가할 정도로 체격 크고 근육이 잘 발달되어 있는 회색 전투마가 길을 재촉하고 있다. 그 말에 올라 있는 다소 마른 체격의 소년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마른 체격의 소년의 이름은 바로 고드프리로, 얼마 전 14살이 되었다. 고드프리가 늘 주변인들에게서 듣는 말은 아버지나 할아버지는 자신의 나이 때 보통 성인만큼 키가 컸다는 말이었다.
안타깝게도 고드프리는 보통 또래 보다 아주 조금 체격이 클 뿐, 평범하다면 지극히 평범한 체격을 지니고 있었다. 고드프리가 나직이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 갑자기 앞쪽으로 차가운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휘우우우우······.-
“으읏!”
“바람이 찹니다. 괜찮으십니까?”
그러고 보면 몇 번 뵌 적이 없지만 외할아버지의 체격도 매우 크고 어머니도 여자 치고는 키가 꽤 큰 편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연약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는 고드프리는 춥다는 생각이 들어 자신도 모르게 몸에 두르고 있는 솜이 잔뜩 누벼 있는 망토를 여몄다.
“뭐, 그럭저럭 견딜 만해······.”
고드프리는 자신을 따라온 기사들 중 하나가 걱정이 된다는 표정으로 건넨 질문에 누가 보아도 춥다는 표정으로 입으로는 괜찮다고 대답했다. 기사와 하인들을 거느리고 프레드릭 리즈윈 성을 출발한 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말을 달려 프리먼 강을 다리를 이용해 건너 크리스틴 바실리 성으로 왔고, 그곳에서 하루 정도 머문 후 배를 타고 강을 따라 내려왔다. 생각 같아서는 루벤의 영토가 된 마커스 조이 성의 항구로 곧장 배를 타고 내려갔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레나르트 파울젠 왕국의 수군이 카넬리스 에디 강변에 너무 자주 출몰해 루벤 선박을 공격하고 있으니 확실한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말에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덕분에 배를 타고 가면 금방 도착할 정도의 거리지만 불확실함에 기대를 걸 수 없다는 기사들의 걱정에 고드프리는 보다 안전한 라즈반 가우트 성에서 내려선 후 지금 이렇게 육로로 자신을 따라온 사람들과 더불어 마커스 조이 성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전쟁 때문인지 몰라도 어느 순간부터 눈에 들어오는 것은 모두 불타고 파괴된 집들뿐이고 아무리 걸어도 사람을 하나 만나볼 수 없었고 아무리 길을 가도 닭울음소리 개 짖는 소리 하나 없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전쟁이 지속되면서 전쟁에 참가하게 되는 군대가 자주 길을 오가게 되고 의례 주변을 약탈해 주민들이 흩어지고 경작지가 버려진 탓이었다. 물론 라즈반 가우트 성에 부속된 토지는 폴로비오 후작 장의 보호 아래 있지만, 마커스 조이 성 쪽은 아무도 보호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군대가 이 길을 지나가면서 필요한 것들을 모두 쓸어 담았고, 덕분에 사람들은 집과 토지를 버리고 이곳을 떠났다. 이것 때문에 어디 산적이라도 뛰어 나올 것 같은 분위기였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렇게 먼 곳까지 나온 고드프리의 마음을 무겁게 내리 눌렀다. 한참을 가다 보니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을씨년스러운 느낌이 드는 숲이 길에서 무척 가까운 오른쪽에 자리하고 있었다.
물론 이제까지처럼 아무 것도 없을 것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불안한 마음을 느낀 고드프리는 자신을 따르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 서둘러 마커스 조이 성으로 가자는 말을 꺼내기 위해 고개를 뒤로 돌렸다.
-씨아아아앙!!!-
바로 이 순간 고드프리의 얼굴 어름을 스치며 무엇인가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화살이었다. 고드프리의 얼굴 어름을 스친 화살은 바로 뒤에서 따라오고 있던 기사의 심장 위쪽에 자로 잰 듯 정확히 날아가 박혔다.
“커억!!”
가죽 갑옷만 입고 있던 기사는 심장 위에 화살을 맞고 제대로 숨도 쉬지 못한 채 눈만 크게 떴다가 가슴에 박혀 있는 화살을 내려다보다가 몸을 비틀며 말에서 굴러 떨어졌다. 고드프리는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뜨며 뒤돌아섰다.
“아니!!!”
-씽! 피이잉!-
이 순간 을씨년스럽게 여긴 숲속에서 연속해서 화살이 쏟아져 나오며, 동시에 대로에서 바로 다섯에서 여섯 걸음 떨어진 곳에서 흙과 풀잎으로 위장한 나무 판 아래 숨어 있던 도적들이 한꺼번에 고함을 지르며 뛰어 나왔다.
“와!!!”
도적들은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며 고드프리 쪽으로 덤벼왔다. 이런 때 재빨리 지금 타고 있는 전투마를 움직여 이 자리를 빠져 나가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퍼뜩 몸을 피해야 하겠다는 생각에 말에 박차를 가하려는 순간, 도적은 고드프리의 옆으로 다가왔다.
“이놈!!”
“어억!!”
고드프리의 옆으로 다가온 도적은 입고 있는 망토를 잡고 온 힘을 다해 말에서 끌어 내렸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타고 있던 회색 전투마에서 아주 쉽게 끌어 내려진 고드프리는 땅바닥에 떨어지면서 꽤 큰 충격이 몸으로 전해오자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쿠당탕!-
“으악!!”
제대로 숨을 쉬기 힘들 정도의 충격이지만 정신을 아주 잃지는 않았다. 고개를 들었을 때 고드프리가 보게 된 것은 단검을 들고 자신의 목을 찌르려 하는 얼굴에 수염이 잔뜩 나고 땟국이 줄줄 흐르는 남자의 커다란 눈이었다.
본능적으로 재빨리 몸을 비틀어 상대가 내려찍은 단검이 자신의 목을 찌르는 것을 피했다. 고드프리가 온 힘을 다해 첫 일격을 피하기는 했지만 이미 좋은 위치를 잡고 있는 남자는 침착하게 그 다음을 노렸다.
“이놈이!!”
“으아앗!!”
그 다음을 피할 수 없던 고드프리는 간신히 단검을 쥐고 있는 도적 남자의 손이 목을 향해 쏜살같이 내려오는 것을 양손으로 잡고 겨우 막았다. 공격을 막기는 했어도 상대는 끝장을 보려는지 체중으로 내리누르기 시작했다.
이 상태로는 끝까지 상대의 공격을 막을 수 없다. 이 순간 온힘을 다해 상대가 내리찍는 단검의 끝을 살짝 어긋나게 했고, 땅 아래로 끌어내려 처음 목에서 조금 옆으로 벗어나게 땅 바닥에 박히게 했다.
이어 도적이 다른 손을 쓰지 못하게 양손을 그대로 찍어 누르니, 도적은 고드프리가 있는 힘을 다해 누르고 있는 단검을 땅에서 뽑기 위해 상체를 일으키면서 최대한 힘을 주려 시도 했다.
아주 짧은 순간 몸을 내리누르던 도적의 몸에서 힘이 빠지자 고드프리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몸을 비틀며 있는 힘을 다해 도적을 밀쳐내며 현재 위치에서 벗어났다. 고드프리가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자 도적은 깜짝 놀란 눈으로 땅바닥에 박혀 있던 단검을 빼냈다.
“어쭈?”
어이없다는 표정이 가득한 도적은 단검을 고쳐 잡고 고드프리를 노렸다. 고드프리는 온 정신을 앞으로 집중해 눈앞에 있는 적의 동작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했지만 순간 등 뒤에서 무엇인가 날아와 강타했다.
-퍽!!!-
“크억!!”
고드프리는 등에서 엄청난 충격이 전해지자 한 순간 제대로 숨도 쉬지 못했지만 첫 일격을 맞고 아주 잠깐 동안은 그 자리에서 버티고 서 있었다. 그것도 잠시 연이어 두 번째 철퇴 공격을 당하게 되니 제대로 힘도 쓰지 못하고 통나무 인형처럼 바닥에 쓰러졌다.
-퍽!! 퍽!!-
다시 두어 대를 등에 맞은 것 같은데 이번에는 고통도 느낄 수 없다.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해 이대로 자신의 목숨이 끝났을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이대로 죽으라는 법은 없었다. 잠시 뒤 조금 벌어진 입을 통해 폐 속으로 공기가 빨려 들어왔다.
“······허어어어어어어~”
자세가 좋지 못해 입을 벌리지 못했다고 한다면 엎드린 자세 그대로 숨을 쉬지 못하고 죽었을 것이다. 다행히 조금 벌어진 입을 통해 폐속으로 들어온 공기는 고드프리의 삶을 계속 이어 주었다.
목숨은 붙어 있다고 해도 너무 심하게 얻어맞은 탓인지 몸을 가누지도 못하고 제대로 몸을 움직이지 못해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다. 짐작해 보면 잠깐 정신을 잃었을 수도 있다. 그 다음 퍼뜩 정신이 든 것은 중간 과정은 모두 지나쳐 버린 뒤였다.
“으헤헤헤~ 이번에는 조금 괜찮은데?”
“그러게나 말이야~ 헷헷헷~”
도적들은 이죽거리며 고드프리의 일행이 타고 있던 말과 짐을 끌어 모으고 죽은 시신을 길옆으로 치워두었다. 몇 사람이 도적들이 차분히 다가와 고드프리의 몸에 붙어 있던 것을 걷어내고 시체를 치우려다가, 아직 숨이 붙어 있는 것을 보고 놀라 몸을 일으켰다.
“어라? 이 새끼 살아있네?”
조금 우스운 이야기지만 도적들이 아직 목숨이 붙어 있는 고드프리를 일으켰을 때야 비로소 폐 속으로 엄청난 공기를 빨아들일 수 있어 고드프리의 정신이 맑아졌다는 사실이었다. 한참 만에 폐속으로 들어온 공기는 필연적으로 엄청난 고통과 기침을 유발했다.
“으학~ 콜록~ 콜록~”
도적들이 일으켰을 때야 비로소 잔기침을 캘룩 거리며 겨우 맑은 정신을 찾게 된 고드프리는 몽롱한 상태에서 잘 몰랐지만 자신을 따르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 죽었다는 사실을 간신히 인지했다.
사람들이 모두 죽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맑아진 정신만큼이나 머릿속이 하얗게 된 듯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도적들은 고드프리가 죽지 않은 것을 보고 한숨을 내쉬며 서로 의견을 나눈 뒤 짧게 혀를 몇 번 찬 후 고드프리의 무릎을 꿇렸다.
-스르릉~-
몸에 힘이 없어 그냥 유도하는 대로 무릎을 꿇게 된 고드프리의 옆에 선 도적은 허리에 차고 있는 칼날이 넓적한 검을 빼들었다. 지금 자신이 어떤 일을 당하려 하는지 알아차린 고드프리는 상대가 자신의 목을 치기 위해 칼을 높이 치켜들자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겁에 질려 눈을 감았다. 바로 이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그만!!”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리자 고드프리의 목을 단번에 떨어뜨리려던 칼날은 바로 목 뒤에서 멈췄다. 차가운 칼날의 느낌이 목 뒤에 와 닿자 고드프리는 그대로 몸이 굳어 제대로 눈도 뜨지 못했다.
-자박 자박-
다소 가벼운 발걸음으로 고드프리의 옆으로 누군가 다가온 것은 기억한다. 자존심이고 무엇이고 간에 그냥 몸을 덜덜 떨고 있던 고드프리는 누군가 자신의 허벅지를 툭 찼다는 사실을 느꼈지만 아무런 반응도 못했다.
“죽이지 마라. 보기보다 꽤나 값나가는 짐이 많은 녀석이야. 돈이 좀 되는 놈 같은데 죽이는 대신 살려둬서 노예로 끌고 가는 것이 어떻겠어?”
잘은 모르지만 목소리가 가는 것으로 보아 여자인 것 같았다. 하마터면 목이 떨어질 뻔 했던 고드프리는 자신을 두고 옆에서 입씨름을 벌이고 있는 사이 제대로 고개도 들지 못하며 한껏 자신의 무기력함을 느꼈다.
‘······.’
엎드려 발이라도 핥아 달라고 하면 수백 번이고 핥아줄 용의가 있다고 수백 번도 더 생각만하고 있던 고드프리는 돈이 좀 되는 놈 같다는 주장을 한 목소리가 가는 사람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자 크게 안도했다. 이것으로 잠시 목숨을 건졌다.
“쳇! 운이 좋은 놈이군! 어이! 다 정리 했어?”
“그래 빨리 뜨자고!”
어느 정도 마음이 진정되자 우습게도 도적들이 첫 공격부터 시신을 숲속에 처리하고 획득한 말과 짐을 갖고 필립 리고라스 산맥 안쪽으로 들어서는데 걸린 시간이 가늠 되었다.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뜨거운 차 두잔 마실 정도의 시간 밖에는 걸리지 않은 것 같았다.
빼앗은 말에 오른 도적들은 산 속으로 들어서기 전 말 발자국을 지워버리고 핏자국을 최대한 흙을 덮어 지워 버린 후 근거지 쪽으로 들어가려 했다. 도적들은 고드프리의 목에 밧줄을 걸고 양손을 묶어 말 뒤에 매달았다.
다행히 천천히 걸어 주어 말 뒤에 매단 통나무처럼 질질 끌려가지는 않았다. 그런데 우습게도 눈을 가릴 줄 알았지만 눈은 가리지 않았다. 걸음을 걸을 때마다 철퇴에 맞은 몸이 아파 제대로 걷기도 힘들었다.
몸이 아팠지만 따라가지 못하면 그냥 이름 모를 장소에서 기분 내키는 대로 목이 떨어질 것이니 고드프리는 고통을 참으며 열심히 따라갔다. 어느 정도 정신을 차렸을 때는 길을 좀 익혀 둘 생각이었다.
안타깝게도 한참을 따라 걷다보니 머리에 두건을 씌우지 않은 이유가 금방 짐작이 되었다. 어느 정도는 말을 타고 걸었지만 나중에는 그냥 말을 끌고 갔는데, 익숙한 사람이 아니면 지금 걷고 있는 길이 어디쯤인지 가늠해 보기도 힘들 정도로 산세가 거칠고 복잡했다.
계속해서 정신없이 끌려가다 보니 어느덧 밤이 늦었다. 고드프리는 도적들이 자신의 신분을 물어 보고 몸값을 요구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들은 그런 것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듯 불을 피우며 저녁을 먹을 준비를 하기만 했다.
“으하하하~ 이번에는 제법 돈이 되는 것들이 있는 것 같은데?”
“그래? 어디 한 번 보자.”
그들은 미리 갖고 있던 술과 고기를 구워 먹으며 왁자지껄하게 그제야 고드프리 일행이 갖고 있던 약탈한 짐을 풀었다. 정신없이 챙겨 온 짐에는 여러 가지 선물이나 옷 같은 것들도 있고 숨겨 둔 금화와 은화가 나왔다.
“우와! 금화다!”
“이게 금화라는 건가? 헛헛헛!”
“우와! 나 태어나서 금화라는 거 처음 봐!!”
금화와 은화가 나오자 다들 신기해하면서 크게 기뻐했다. 포로가 된 고드프리는 맞은 몸이 너무 아픈 것도 그렇고 갑자기 밀려오는 배고픔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큼지막한 나무 옆에 단단히 묶여있어 제대로 몸을 비틀지도 못했다.
이런 때 여느 소설에서는 마음씨 좋은 도적들 중 한 사람이 누군가가 음식이나 물이라도 가져다주지만, 현실에서는 아무 것도 없었다. 자신들이 먹을 음식도 모자라다는 듯 고드프리에게는 물 한모금도 없었다.
“어이~ 그런데 저놈을 굳이 데려가는 이유가 뭐야? 그냥 콱 죽이는 것이 낫지 않아?”
“그러게 말이야. 뭐, 생각이 있겠지.”
“돈 좀 있어 보이잖아~”
“그냥 죽이지, 귀찮게 말이야.”
몸도 아픈데다가 도적들이 간간히 웃고 떠들며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고드프리를 죽이자는 말을 자주 꺼내니, 너무 긴장되어 잠을 자지 못했다. 그렇지만 새벽쯤에 자신도 모르게 깜짝 잠에 빠져 들었다. 그러나 간신히 빠져든 단잠도 그렇게 오래 걸리지 못했다.
-퍽!!-
“일어나! 이 새끼야!”
허벅지를 힘껏 걷어차며 잠을 깨운 도적들은 고드프리를 일으켰고, 고드프리는 다시 그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산길을 질질 끌려가야 했다. 깊은 산중에는 몇 군데 아직 제대로 눈도 녹지 않은 길이 있어 매우 미끄러웠다.
아마 이 상태로 하루 정도 더 길을 걸었다면 고드프리는 탈진해 쓰러졌을지 모른다. 다행히 이날 정오가 되기 전 도적의 소굴로 들어섰다. 도적의 소굴은 높은 산으로 둘려 쳐진 계곡의 안쪽에 자리 잡고 있는 분지로, 생각 외로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몰려 있었다.
대충 둘러보니 좁은 입구가 하나뿐이고 그 안쪽으로는 나무를 베어다 지은 집들이 얼기설기 엉켜 있고 약간의 경작지도 있는 것 같았다. 도적들이 안으로 들어서자 땟국이 줄줄 흐르는 넝마를 걸친 어린애들이 우르르 몰려 나왔다.
-휘익~ 퍽!-
어린애들은 밧줄에 묶여 질질 끌려오는 고드프리를 보더니 장난인지 진심인지 모르겠지만 근처에 떨어져 있던 돌멩이나 나무토막을 던졌다. 꽤나 아팠지만 신음 소리를 낼 힘도 없이 몹시 지쳐 있었기에 고드프리는 얼굴만 약간 찌푸렸을 뿐 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이놈들! 저리 가!”
그대로 돌팔매질을 당하게 둘 것으로 생각했지만 다행히도 몇 사람이 나서서 어린애들을 쫓아 보냈다. 그런 다음 고드프리를 외벽을 흙으로 바른 건물 쪽으로 끌고 갔다. 그 앞에 멈춰 서더니 그 앞에 세웠다.
“들어가!!”
밧줄이 풀리고 힘없이 떠밀려서 안으로 들어간 고드프리는 곧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고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온몸의 기운이 쭉 빠져 거친 침상에 아무렇게나 걸터앉았다.
“허억~ 허억~”
심심할 때 이런 경우를 가정하며 이것저것 생각해 둔 것이 많았지만 우습게도 지금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단지 목과 손을 휘감고 있던 줄이 풀린 것만 고마울 뿐이었다. 고드프리는 어느 정도 어둠에 눈이 익숙해지자 주변을 살폈다.
바닥은 그냥 흙이고 나무로 만든 침상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으며 벽은 굵은 통나무로 만들어져 있다. 지붕은 통나무를 얹어 놓고 창문을 몇 개 만들어 두고 있지만 한 마디로 아무런 장식도 없는 그냥 창고 비슷했다.
‘젠장······.’
혹시라도 무엇인가 있을 줄 알았지만 아쉽게도 아무 것도 없다. 그냥 바닥에 단단히 박혀 있는 통나무와 머리 위를 단단히 내리 누르고 있는 것이 분명한 지붕에 얹어져 있는 통나무를 비롯해 거칠게 제작된 나무 침상이 이 안에 있는 전부였다.
‘······뭐하는 놈들일까?’
순간 고드프리의 머릿속에 떠오른 의문은 이것이다. 대답은 매우 간단했다. 이놈들은 도적이 분명했다. 지나가는 짐이 많은 사람들 중에서 만만해 보이는 상대를 공격해 모두 죽이고 모든 것을 가져가는 악당이다.
그런데 문득 지금 자신이 이곳에 끌려와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짧게 한숨을 내쉰 고드프리는 라즈반 가우트 성의 폴로비오 후작이 자신에게 100명의 기병을 호위로 내준다고 했을 때 그것을 거부한 자신의 만용을 몹시 후회되었다.
‘이런 일이 있을 줄 알았다면 그냥 오는 것이 아니었는데······.’
모친께서 말씀하시길 남자로서 강한 모습을 보여 한다는 말을 철썩 같이 믿고 눈치 없이 실천해 버린 자신의 실수였다. 한참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어리석음을 탄식하고 있을 때 갑자기 출입구의 문틈 아래로 나무 그릇 하나가 쑥 하고 들어섰다.
“밥이다! 처먹어!”
본능이라는 것은 무섭다는 것이, 한창 배가 고프던 고드프리는 자신도 모르게 나무 그릇을 집어 들었고 스프를 단숨에 들이켰다. 수저가 없으니 손가락으로 그릇에 남은 스프를 쓸어 담아 허겁지겁 무엇으로 만들었는지를 모를 스프를 깨끗이 비웠다.
“······잘 먹었습니다.”
한창 배고팠기 때문에 간만에 자신에게 주어진 스프를 깨끗이 비운 고드프리는 나무 그릇을 다시 문틈 밖으로 밀어 넣으며 누가 듣는지는 몰라도 잘 먹었다고 감사를 표한 후 다소 나아진 기분으로 침상에 걸터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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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철퇴는 머리를 노리지만…뭐…그랬다가는 이것으로 3부가 끝나니…-ㅅ-;;
으음…일단 독자님들은 고드프리의 나이가 14살이라는 것을 감안해 주십시오…덩치도 그리 크지 않습니다…
뭐, 어렸을 적부터 아무리 좋은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지만…현대로 따지자면 겨우 중학교 1학년…-_-;;;;
사춘기도 지나지 않았을 나이인 것이지요…쿨럭~ -0-;;
오늘도 한 편 올립니다…Next-01…
에휴…누가 장마래요? 비가 오지도 않고…가랑비만 몇 번…에휴…
●‘i우천i’님…^_^; 으힛…어쨌든 간에 고드프리 녀석입니다…^_^; 첫 시작부터 굴욕이지만 잘 봐 주세요…^0^;;
●‘gauly’님…라스와 가르반 사실상 독립 국가나 마찬가지랍니다…^_^; 뭐 그렇기는 해도 루벤 국왕의 봉신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지만요…라스는 루벤의 북쪽…가르반은 베르트 동부 지역에서는 왕이랍니다…^_^;
●‘타에’님…맞습니다…라스는 소중합니다…3부 막판…상당 기간 동안 쥔공 고드프리가 단지 한켠으로 물러나 있는 경우가 있죠…그때는 라스가 전면으로 나선답니다…^_^;
●‘리아티리스’님…뭐 끝도 없이 이어지는 전쟁이지만…3부를 보시면 국지전으로 변한 전쟁 탓에 굉장히 사회가 발전해 있음이 나올 것이랍니다…^_^; 으흣…
●‘toyr’님…으허허허…어쨌든 간에 루벤은 조금 더 팔팔하죠…그나저나 루벤이나 어디나 모두…링겔 꼽고 싸우는 것은 맞답니다…^_^; 이 넘의 전쟁은 3부에서도 계속 되지요…^0^;; 어쨌든 간에 고드프리가 단기간에 자신을 증명하고 성장해야 하니 말입니다…
●‘ytk’님…3부 고드프리 녀석…처음부터 산적들에게 털리는 굴욕을 당한답니다…에휴…에휴…에휴…아뒤쥔장님의 한숨이 들립니다…에궁…
●‘연혼마창’님…으음…라스는 너무 욕먹고 나이젤도 너무 캐먼치킨이라서 욕먹죠…고드프리는 그 중간 정도입니다…찌질대기는 해도…그 기간이 좀 짧답니다…^_^;
●‘오타왕’님…시대의 흐름에 따라 쥔공들의 능력이 대단히 올라가요? 뭐…능력이 수직상승하는 것은 게임에서나 그런 것 같아서 말이죠…일부러 차감을 좀 했답니다…저 작가넘의 마음대로 말이죠…으힛…
●‘호돌스’님…고드프리 녀석 겁이 많지는 않습니다…@_@; 겁많은 놈이면 수만 적병 사이로 뛰어들어 상대 국왕 목따오는 일은 없겠죠? 핫핫…500명으로 2만 박살내는 일도 없고 말이죠…^_^;
●‘리토스트’님…2부…이제 저 작가넘이 계획한 것의 절반을 끝냈습니다…나머지 절반도 열심히 달리는 겁니다…냐하하하하…
●‘작가아님’님…ㅠ0ㅠ; 이거…매번 푸짐하게 차려주시는 한상 때문에 저 작가넘…살찝니다…에궁…다시 배가 나오면 안되는데 말이죠…오타 열심히 수정했고요…그나저나 에피소드 상당히 긴 것은 당연합니다…중간에 정치적인 변혁이 좀 많으니 말이죠…글쿠…Rome에서 꼬마 옥타비우스가 시저에게 백마 전달하러 간 것에서 따온것 맞습니다…^_^;
●‘에크리스’님…그렇습니다…2부 시작 때처럼 많은 시간이 흘러갔죠…^_=; 많은 역사적인 인물들이 죽어 나가 떨어졌고 말이지요…에휴휴…하지만 이제 다시 시작이랍니다…^_^;
●‘블래스터’님…에궁…얼른 그 부분 복사해서 붙였답니다…^_^; 감사합니다…글쿠 이제 3부 시작이네요…새로운 쥔공 고드프리…첫 시작부터 스타일 구겨서 좀…그렇네요…핫핫…
●‘goahs’님…라스, 나이젤은 기본적으로는 굇수죠…고드프리 놈도 굉장한 놈이지만 수많은 인재들을 끌어들이고 이용하는 캐릭이랍니다…^_^; 일단 수하에 두는 이름 있는 캐릭터들만 해도 이리나 블래스터, 데이빗 딘지스, 루이스 람피노, 하난, 마이클 타운리, 그레그 라스무센, 엘빈 루이젠베르그, 레이먼드 위트포트, 로버트 오시안, 토마스 크라우치, 딕 지글러, 아벨 커스터, 나반 아이젠스테트, 톰 래버티, 모다카이 아브함, 아우구스트 에셀, 자모라 톨레드, 마리아 레시오스, 제라드 쿠베, 제임스 투치, 크레아 러플린, 네사 클라이맨, 요한 다게나우, 오스카, 마크 보노보, 이안 플라망, 라치 스코빈스, 에릭 고르골트, 토드 벨레즈, 윌리엄 벨레즈, 아사드 고제 등이지요. 물론 중간 중간 이런저런 이유로 사라지지만요…이렇게 많은 인사들을 거느리게 된답니다…^_^; 물론 출현 순서대로는 아니고 좀 뒤섞인 것이랍니다…좀 빠진 캐릭터가 있는 것 같지만…어쨌거나 이 정도 이상은 나온답니다…^_^;
●‘박원균’님…하핫…어쨌든 간에 새로운 3부의 시작입니다…고드프리 녀석이 초반에는 좀 찌질대도 용서해 주실 꺼죠? 핫핫핫…
●‘새벽에내린비’님…핫핫…3부 초반…고드프리 녀석…강도를 당해 지금 그 소굴로 끌려 왔답니다…^0^; 어쨌든 간에…초반 이렇게 찌질 거린답니다…ㅠ_ㅠ;
●‘난누군가’님…으헷헷헷…위에 언급된 캐릭터들 중에서 순수한 문관들도 제라드 쿠베, 제임스 투치, 나반 아이젠스테트, 톰 래버티, 모다카이 아브함, 아우구스트 에셀등등이랍니다…뭐 순수한 문관이 많은 이유는 간답니다…계속 보아 주시면 그 답이 나올 것입니다…냐핫…
고드프리 녀석…크게 발전합니다…부디 초반 좀 짜증나고 한심해도 용서해 주시고요…화팅!!
(4차 수정함)-작가아님님…(부비적)…냐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