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Demons, and Humans - Lars RAW novel - Chapter 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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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 3부네요…얼른 올리고…헷헷…아참…깜빡 할뻔 했네요…소제목…
“저기 나으리······.”
관사로 돌아오는데 갑자기 고드프리의 옆으로 초췌한 모습의 나이 든 노인 한 사람이 다가와 대단찮은 나무 컵 하나를 구입해 줄 것을 부탁했다. 무시하고 가려는데 노인은 교묘하게 고드프리의 앞을 가로막으며 재차 부탁을 해 왔다.
“좋소이다. 노인장 컵을······. 응?”
귀찮기는 했지만 허리춤에 차고 있는 돈 주머니에서 동전 1개를 꺼내 노인에게 건네고 나무 컵을 구입했다. 바로 이때 기다렸다는 듯이 고드프리의 앞뒤로 다섯 명 정도의 나이대가 다양한 사람들이 몰려 나왔다.
‘······.’
이 순간 고드프리는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분명 이들과 한패가 분명한 노인이 나무 컵을 사달라며 움직임을 멈추고 시간을 끄는 사이 강도들은 이미 고드프리의 앞뒤를 포위한 것이다.
“어~ 형씨. 잠깐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
물론 지금 눈앞에 있는 도둑들의 목적은 돈 주머니와 말안장에 걸고 있는 물품이었다. 모두들 갑옷을 입고 검을 차고 있기는 하지만 어려 보이는 소년 하나와 유약해 보이는 여자 하나뿐이니 기회를 잡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고드프리 혼자라고 한다면 도둑들을 베어 버리기 위해 검을 빼들기라도 하겠지만 지금은 아쉽게도 싸움을 하지 못하는 크레아가 함께 있었다. 잠시 고민을 한 고드프리는 사람들이 행동에 나서려는 눈치를 보이자 슬그머니 품속에 손을 넣어 은화 1개를 꺼내 들었다.
“응? 엇! 은화다!”
-팅! 피리리리······.-
고드프리는 덤벼들려는 도둑들이 모두 볼 수 있도록 은화 1개를 들어 보인 후 누구에게 건네주는 것 없이 아무나 집어 가라는 식으로 손에 들고 있던 은화를 허공에다가 던졌다. 은화가 허공으로 올라가자 도둑들은 은화 쪽으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이야호! 내꺼다!”
“야! 이건 내가 잡았어!”
도둑들은 금새 서로 은화를 차지하기 위해 아귀다툼을 벌였다. 이 순간 고드프리는 눈을 크게 뜨고 있는 크레아를 재촉해 서둘러 그 자리를 빠져 나왔다. 겨우 자리를 빠져 나온 고드프리는 크레아에게 무사한지를 물었다.
“저는 괜찮습니다. 주인님께서는 무사하신지요?”
크레아가 안도하며 오히려 자신을 걱정하자 고드프리는 다른 말을 할 것 없이 서둘러 귀가하자고 하면서 발걸음을 재촉해 관사로 돌아왔다. 고드프리가 전투마 한 필과 함께 관사로 돌아오자 네사와 노예들이 나와 맞았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일단 전투마에 실려 있던 서적과 무구를 자신의 방으로 옮겨 놓게 한 고드프리는 목욕물을 조금 데워주도록 지시한 후 방으로 올라서려다가 조금 전의 도둑들이 생각나서인지 안뜰로 나와 허리에 차고 있는 장검을 빼들었다.
-스릉······.-
장검을 빼든 고드프리는 느리게 검을 움직였다. 찌르기와 베기 동작이 이어지고 검으로 적의 공격을 막고 돌려 치는 등의 동작이 이어졌다. 한참을 검술 동작을 연습해 본 고드프리는 다시 검을 집어넣은 후 자신의 방으로 올라섰다.
다음날 아침 식사를 마친 고드프리에게 손님이 찾아왔다. 손님은 다름 아닌 부친 나이젤을 곁에서 모시는 시종이었다. 시종은 매우 깐깐한 목소리로 고드프리에게 기사로서의 첫 번째 임무가 부여될 것이니 완전 무장을 하고 출두하라는 부친의 지시를 전달했다.
“알겠네. 곧 가지.”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공적인 지시를 거부할 입장에 있지 않은 고드프리는 침착하게 성주관으로 나서기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무구를 착용했다. 갑옷을 입고 발라미르를 허리에 착용하고 미리 노예가 끌어다 놓은 전투마에 올랐다.
관사와 성주관이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이니 곧 성주관에 도착한 고드프리는 말을 매어 두는 곳에 타고 온 전투마를 묶어 둔 후 곧장 부친의 집무실로 찾아갔다. 모두 고드프리가 누구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가로 막는 사람은 없었다.
“도련님. 지금 주인님께서는 문서를 처리하고 계십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아, 제가 너무 서둘렀군요.”
부친의 집무실에 도착했지만 불행히도 먼저 부친과 만나는 사람들이 있었다. 조금 버릇이 없는 귀족의 자제라면 거칠 것 없이 안으로 들어섰겠지만, 대기실에서 서성였다. 다행히 그리 오래 기다릴 것도 없이 문관 다섯 사람이 서류 뭉치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고드프리는 얼굴을 알고 있는 문관들과 인사를 나눈 후 문관을 배웅한 시종이 자신을 부르자 곧 부친의 집무실로 들어갔다. 여느 곳에서처럼 출입구 옆에는 기사 한 사람과 무장병 다섯 사람이 지켜서 있지만, 고드프리는 무기를 내려놓지는 않았다.
고드프리가 안으로 들어서니 검소한 부친의 집무실이 눈에 들어왔다. 화사한 장식은 하나도 없고 그냥 평범한 가구와 책장, 서류함들이 전부였다. 딱하나 눈에 들어오는 것은 벽에 걸려 있는 부친의 보검 브로델이었다.
브로델은 부친이 애용하는 장검으로 조모 리사 디포가 조부 라스가 사용하는 드워프의 검을 모방해 만든 복제품이었다. 복제품이라고 해도 그 성능이 참으로 대단하여 조부가 사용하는 드워프의 검처럼 날이 무뎌지거나 부러지지 않았다.
브로델의 제작 이후에도 리사 디포는 제작한 여러 개의 검을 조부와 부친께 선물로 올렸지만 나이젤은 여전히 브로델을 애용하고 있었다. 고드프리가 들어섰지만 잠시 눈앞에 놓은 서류를 읽어 보고 서명하느라 시선을 돌리지 못한 나이젤은 잠시 양해를 구했다.
“거기에 좀 앉아라! 이것만 처리하마!”
“천천히 하셔도 됩니다.”
나이젤은 다소 머쓱한 표정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자리에 앉아 잠시 기다릴 것을 권했다. 갑옷을 입고 있는 고드프리가 자리에 앉으니 부친을 곁에서 모시는 시녀가 얼른 나와 차를 올렸다.
고프리가 차를 반잔 정도 마셨을 때 나이젤은 자신의 앞에 쌓인 서류에 모두 서명을 해 준 후 시종을 불러 서류를 가져갈 것을 지시했다. 시종이 서류를 가져가자 나이젤은 지루한 듯 자리에서 일어서며 곧 전쟁이 있게 되니 이런저런 잡무가 늘어났음을 탄식했다.
“승리를 한다면 지금의 노고는 충분히 감수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금은 어설프게 부친을 위로하니 나이젤은 웃으면서 미리 준비해 놓은 몇 가지 서류를 집어 들어 고드프리에게 건넸다. 고드프리가 받은 서류를 확인해보니 전선의 요새로 향하게 되는 물자 수송에 관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리 어려운 임무는 아니다. 마차 30대에 실린 물자를 전방에 있는 요새에 공급해 주는 것이다. 기병 30기를 붙여 줄 테니 호송해서 다녀오도록 해라! 갑작스럽겠지만 출발은 오늘 정오고 집결 장소는 남문이다. 네가 정오 쯤 남문에 나서면 곧 출발할 수 있도록 준비는 모두 해 놓았으니 너는 돌아가서 준비를 하고 시간이 되면 남문으로 가서 대기하고 있는 부대를 지휘하면 된다. 하찮은 임무라고 생각하지 말고 사소한 것이라고 해도 경험을 쌓는다고 생각해서 소홀히 하지 말고 열심히 하도록 해라!”
물자를 수송해야 하는 요새까지의 거리는 하루 정도 반 정도고 그곳에서 다시 하루를 머물고 하루 반을 돌아오면 되는 비교적 간단한 임무였지만 나이젤은 고드프리가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하기 위해서 일부러 이번 임무를 맡겼음을 확실히 이해시켰다.
“예상 기간은 4일 정도다. 행군 속도에 따라 조금 늦거나 빠를 수도 있지만 확실히 소홀함이 없도록 해라. 네가 마커스 조이 성에만 있다고 한다면 마커스 조이 성 밖에 모르게 될 것이니 많은 것을 보고 듣도록 하라. 보통 이런 때는 너에게 호위 기사라도 붙여 주는 것이 보통이겠지만······. 위험이 크지 않으니 호위 기사는 붙여주지 않겠다. 그렇지만 방심하지 말고 네 몸을 스스로 보호하며 남들에게 짐이 되지 않도록 해라!”
나이젤은 고드프리에게 임무를 내리며 이런저런 걱정부터 늘어놓으면서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고드프리는 부친의 배려에 감사하며 기사로서 맡게 된 첫 번째 임무를 소홀히 하지 않고 수행할 것을 다짐했다.
고드프리가 결연한 의지를 보이자 나이젤은 물품을 인수하고 반드시 수령해 와야 할 몇 가지 서류를 가르쳐 준 후 다시 돌아와서 보고할 것 없이 준비를 하고 정오 쯤 마커스 조이 성의 남문으로 가서 준비된 서류를 보인 후 목적한 요새에 다녀올 것을 지시했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서류를 가슴에 품고 인사를 하니 나이젤은 잠시 기다리라고 하면서 부대를 이끌 때 선심을 베풀면 좋아 한다면서 이런저런 돈이 들어갈 일이 많으니 그때 필요한 자금으로 사용하라며 은화가 담긴 가죽 주머니를 건넸다.
“감사합니다. 요긴하게 쓰겠습니다.”
은화를 받아 부친의 집무실을 빠져 나온 고드프리는 첫 임무를 맡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자 어딘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지만 마냥 좋아하고만 있을 수 없으니 서둘러 말을 매어두는 곳으로 돌아왔다.
“아, 고드프리 경!”
“오도넬 경, 안녕하십니까.”
기쁜 마음에 전투마의 고삐를 풀어 말에 오르니 마침 시드 오도넬이 어디를 다녀오는지 말을 매어두는 곳으로 몇 사람의 부하들과 함께 도착했다. 서로 인사를 나눈 후 시드 오도넬은 고드프리가 서류 뭉치를 들고 있자 무슨 임무를 맡았는지를 물었다.
시드 오도넬이 물어보자 고드프리는 상대가 자신을 비웃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지금 자신이 무슨 임무를 맡았다고 확실히 밝히지는 않고 일부러 흥분된 표정으로 처음으로 임무를 맡았다고 하면서 걱정하는 기색을 보였다.
“하핫! 어깨를 쭉 펴고 당당하게 생각하도록 하십시오. 어떤 임무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것이 나중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시드 오도넬이 격려해 주니 고드프리는 감사한 후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면 전에 약속한 대로 자신의 관사로 찾아와 전투 기술을 가르쳐 줄 것을 부탁했다. 시드 오도넬은 호탕하게 웃으며 그렇게 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좋습니다. 필요하실 때 사람을 보내 불러 주십시오.”
자신의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증명하려는 듯 머물고 있는 숙소의 위치를 가르쳐 준 시드 오도넬은 길게 이야기를 나눌 것도 없이 자신도 바쁜 일이 있다면서 작별 인사를 하고 성주관 안으로 들어섰고 고드프리는 말을 돌려 자신의 관사로 찾아왔다.
잠시 갑옷을 벗은 후 네사와 크레아에게 사정을 설명해 주고 여행을 떠날 준비를 했다. 보통 이런 때는 종자 한 두 사람이 따라 붙는 것이 보통이지만, 고드프리는 굳이 네사나 크레아에게 따라 나서라고 하지 않았다.
단지 미리 들어 본 것이 있어 말린 고기 위주의 비상식량과 개인이 사용하는 나무 식기와 수저를 비롯해 와인 병을 가죽 자루에 담았다. 정오가 되기 전 미리 점심을 먹은 고드프리는 배설물을 쏟아내 몸을 가뿐하게 했다.
다시 갑옷을 입고 무장을 갖춘 뒤 미리 준비해 놓은 물품을 말 잔등에 얹었다. 역삼각형의 방패와 금속으로 된 둥근 모양의 방패, 투구를 실은 뒤 발라미르를 허리에 차고 말안장에는 장검과 전투용 쇠망치를 걸었다.
끝으로 가죽으로 감싼 담요를 둘둘 말아 말에 얹은 고드프리는 서류와 부싯돌을 확인해 본 후 네사와 크레아의 배웅을 받으며 마커스 조이 성의 남문으로 향했다. 남문에 도착하니 정말로 30대의 마차와 마부가 몰려 있다.
“이곳의 지휘관이 누구인가?”
고드프리가 그곳에 도착해 기병대의 지휘관을 불렀다. 기병 장교가 자신의 앞에 서자 지휘권이 명시된 서류를 내밀었다. 기병대 지휘관은 서류를 받아들자 마자 땀을 뻘뻘 흘리며 한참을 더듬거리며 서류에 적혀 있는 글을 읽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고드프리 기사님. 오셨으니 이제 곧 출발하도록 하죠. 미리 위에서 지시 받은 대로 다들 식사도 마쳤고 기사님이 도착해 목적지로 떠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진땀깨나 흘리며 서류를 읽어본 거칠게 수염을 기른 기병 장교는 서류를 고드프리에게 되돌려 주며 수송부대를 출발시킬 것을 권했고, 고드프리는 곧 수송대의 출발을 명령했다. 출발에 앞서 기병 장교는 길잡이로 임명된 기병 두 사람을 소개했다.
“이들 두 사람은 지리를 잘 알고 있으니 두 사람의 조언에 따라 야영하고 행동해 주시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다소 불쾌하게 받아들여 질 수도 있지만 기사 앞이라고 움츠려드는 것 없이 자신이 해야 할 말을 하고 있는 기병 장교에게 고드프리는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고드프리가 부대를 출발시킬 것을 지시하니 기병 장교는 곧 마부들을 재촉해 마차를 출발시켰다.
장교는 자신의 지휘 하에 있는 기병들에게 좌우로 늘어서서 마차를 호위해 줄 것을 지시했다. 고드프리는 말고삐를 잡고 움직이기 시작하는 수송대의 좌우를 오가며 마차에 실려 있는 것들을 바라보았다.
식량이나 무기 같은 것들도 실려 있지만 가금류나 돼지 같은 것들도 실려 있었고, 가축을 관리하는 담당자가 따로 있었다. 고드프리는 다른 사람들이 잡은 길을 따라 어느새 마커스 조이 성의 남쪽 성벽을 오른쪽에 끼고 요새가 위치한 동쪽으로 향했다.
수송대가 길 가운데를 지나고 있으니 오가는 상인들이나 보통 사람들이 군대가 호위하는 마차를 피해 길옆으로 물러섰다. 고드프리는 어딘지 모르게 조금 따분하면서도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어 입을 가리고 하품을 했다.
‘역시 조금은 지루하겠군.’
우습게도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을 포근하게 감싸주고 있는 햇살은 더할 수 없이 따뜻했고, 그냥 나른한 햇살을 받으며 가지고 온 책이라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정오 쯤 수송대와 함께 마커스 조이 성을 출발한 고드프리는 어느덧 정오와 저녁의 중간 쯤 시간이 되었음을 느꼈다. 다소 따분하다는 생각도 잠시 그냥 말위에서 졸음에 빠질 수 없어 스스로를 재촉해 전투마를 달려 비교적 선두 쪽으로 나섰다.
그것도 그럴 것이 지휘관으로서의 책임도 있고 솔직히 오늘 처음 본 사람들이니 말을 걸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선두에 선 길잡이 역할을 맡은 두 사람의 기병에게 제대로 길을 가는 것인지를 물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길은 수도 없이 다녀 보아 두 눈을 감고도 다닐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은 전령으로 목적한 요새를 자주 오갔다며 염려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고드프리는 더 귀찮게 하지 않고 느리게 움직이면서 천천히 흩어 지나가고 있는 주변을 둘러보며 그 모습을 눈에 담았다.
의외로 마커스 조이 성과 라즈반 가우트 성 사이는 루벤에서 몰려드는 군인들의 약탈로 황폐화되어 있지만 마커스 조이 성과 프란시스코 성 사이의 평원 지대는 의외라고 할 정도로 보통 사람들이 마을을 이루어 살고 있었다.
‘이상하군.’
살짝 고개를 갸웃 거렸던 고드프리는 은근히 짐이 실려 있는 마차를 물끄러미 지켜 서서 한참 동안이나 바라보고 있는 주민들의 시선이 기분 좋지 않았다. 어딘지 모르게 그들의 눈빛에서 작게나마 탐욕이 보였다.
어느덧 해가 저물고 기병 장교가 야영을 지시하도록 권하자 고드프리는 그대로 따랐다. 경험이 많은 기병 장교는 짐을 실은 마차를 둥글게 세워 놓은 후 부족한 부분은 마차에 실린 짐으로 채워 적이 쳐들어오더라도 방해를 받도록 야영지를 편성했다.
가운데로 기병의 전투마와 마부, 짐말 등을 풀어 놓게 하고 순번을 정해 보초병을 세웠다. 곧 저녁 식사를 만들기 위해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자 고드프리는 장교가 자신의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
고드프리가 보통 모든 상황을 주도하고 싶어 하는 인간이라면 자신에게 양해도 구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지시를 내리는 경험 많은 장교의 행동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느끼고 시비를 걸어 모두를 귀찮게 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고드프리는 자신 보다 경험 많은 사람을 인정해 주고 그 사람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고 모두의 배려를 받았다. 고드프리는 자신의 짐을 직접 타고 있던 전투마에서 끌어 내린 후 곧 부하들을 재촉하는 장교를 불렀다.
“내가 이곳 사정을 잘 몰라서 그런다. 다른 것이 아니라 병사와 마부들에게 푸짐하게 먹일 것들을 구입해 올 곳이 있나?”
“예? 예! 당연히 있습니다. 돈만 있다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습죠.”
고드프리가 목소리를 낮춰 질문을 건네니 장교는 필요한 것은 돈 뿐이라고 아주 간단하게 대꾸했다. 듣고 보니 처음부터 고드프리가 은화를 내줘 곡식과 고기를 베풀어 주기를 바란 것 같았다.
곰곰이 생각해 보아도 처음부터 식사 준비를 지시 하지 않은 것이 고드프리가 은화를 내주기만을 기다린 것 같아 어딘지 모르게 고까운 기분이 들기는 했지만, 애써 억누르며 부친이 내준 가죽 주머니에서 은화를 세 개 꺼내 건넸다.
“이정도면 되겠나?”
“헤헷~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어이~ 잠깐 이리 와 봐!”
장교는 입이 헤벌쭉 벌어져서 부하 다섯 사람을 불렀다. 다섯 사람이 오자 장교는 고드프리가 특별히 베풀어 주는 것이라고 밝히며 마을로 내려가서 곡식과 고기, 술을 구입해 올 것을 지시했다.
“잠깐!”
기병들이 좋아하며 말에 오르려 할 때 고드프리가 갑자기 그들을 불러 세웠다. 오늘 처음 본 사람들이라고 해도 기사인 고드프리가 지휘관이기 때문에 기병들은 눈치를 보며 멈춰 섰다. 자신만 바라보는 기병들에게 고드프리는 나직이 한 마디를 던졌다.
“만약에 너희들이 구입해온 물품에 대해 은화를 대가로 지불하지 않고 백성들로부터 강제로 빼앗았다고 한다면······. 각오하는 것이 좋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하핫~ 큰 걱정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제법 위엄 있게 한 마디를 던지니 기병들은 염려하지 말라며 필요한 것을 구입해 오겠다고 약속했다. 다섯 명의 기병이 말을 타고 야영지를 빠져 나가자 고드프리는 슬쩍 입술을 삐죽인 후 자리에 앉아 식량 자루를 뒤져 자루에 넣어둔 온 와인 병을 한 모금 마셨다.
고드프리가 와인을 마시자 근처에 있던 장교가 술병을 보고 입맛을 다셨다. 어딘지 모르게 그 모습이 조금 귀엽게 느껴졌다. 묵묵히 장교에게도 와인을 건네주니 장교는 고맙게 와인을 받아 마셨다.
“헤헷~ 감사합니다.”
고맙게도 한 모금만 마셔준 장교가 다시 와인병을 돌려주자 고드프리는 아쉽다는 눈길을 보내는 장교를 보면서 와인으로 조금은 친분을 쌓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슬며시 군인이 된지 얼마나 되었는지를 물어 보았다.
“한 7, 8년 정도 될 것입니다.”
와인 때문인지는 몰라도 장교가 웃으면서 대답하자 고드프리는 별일 없으면 자신의 옆에 앉을 것을 권한 후 결혼을 했는지를 물었다. 장교는 자식들이 있다고 대답하면서 약간 눈치를 살피더니 고드프리에게 기사가 된지 얼마나 되었냐는 질문을 건넸다.
“하핫~ 며칠 되지 않았소. 따지고 보면 이것이 기사로서의 첫 임무요.”
고드프리가 멋쩍게 웃자 까칠하게 자라나 있는 턱수염을 만지작거린 기병 장교는 자신은 기사 집안에서 태어난 넷째 아들이라고 소개하며, 고드프리가 정말로 이곳이 처음인지 궁금해 했다. 무엇 때문에 건네는 질문인지 의도가 의심스러웠다.
의도가 짐작되지 않아 대답을 미룬 고드프리는 장교에게 다시 와인병을 건네 한 모금 마시게 한 후 장교가 마시자 자신도 와인을 마셨다. 사실 보통 평민이나 마찬가지인 장교와 이렇게 술병을 주고받는 것은 고드프리의 신분상으로는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다.
고드프리는 이런 자리에서까지 신분을 따지지는 않았다. 더욱이 처음에는 느끼지 못했지만 기병 장교가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는 눈치를 보이기에 더욱 편하게 대해주려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그나저나 고드프리 기사님. 이곳에 처음 오신 건가요?”
장교가 다시 질문을 건네니 고드프리가 그렇다고 대답하며 와인을 두 모금 정도 마셨다. 장교는 곧 전쟁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면서 걱정을 했다. 이 순간 장교가 자신에게 소문을 확인 받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고드프리는 가볍게 받아 넘겼다.
“이곳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잘 모르겠군. 어쨌든 자네의 말대로 전쟁이 벌어질 것이면 우리가 승리했으면 좋겠군.”
“그거야 당연합죠.”
장교는 승리를 해야 마땅하다고 대답했다. 서로 사소한 대화를 나누며 한참 기다리고 있잖으니 기병 다섯이 작은 마차 한 대와 더불어 야영지에 도착했다. 의아한 기분이 들어 확인해 보니 기병들은 재빨리 이유를 설명했다.
이곳을 자주 오간 기병들은 가까운 마을에서 평소에 알고 지내던 도축업자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기에 두말할 것 없이 그곳에 찾아갔다. 저녁 때 쯤 도축업자를 찾은 기병들은 은화를 내밀고 육류, 곡식, 술을 구입했다.
그런데 이때 기병들이 이 필요한 양을 산정해 보니 구입한 양을 모두 자신들이 나누어 싣고 오기 힘들었다. 기병들이 곤란을 겪자 도축업자는 평소에 안면이 있는 기병들에게 자신이 베풀 수 있는 최대한의 호의를 베풀었다고 한다.
“그럼 맛있게 드십시오. 이만 물러납니다.”
물품을 내려놓은 도축업자가 은화를 보고 즐거워하며 총총히 사라지자 기다리던 사람들은 좋아 하며 고기를 굽고 술을 나누어 마셨다. 사람들이 큰 소리로 웃고 떠들면서 술을 마시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잖으니 어딘지 모르게 활기에 차 있어 보였다.
그러고 보면 이것이 사람이 사는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몸이 무거워져서 입고 있던 사슬 갑옷을 벗은 고드프리는 나무 그릇을 꺼내 가까운 곳에서 구워지고 고기에서 흘러내리고 있는 기름을 받았다.
나무 그릇에 기름이 어느 정도 받아지자 나무 수저로 기름이 굳어질 때까지 잘 섞었다. 젤리처럼 기름이 만들어지자 사슬 갑옷을 무릎에 올려놓은 후 나무 식기에 담진 기름을 손가락으로 묻혀 갑옷 이곳저곳에 골고루 문질렀다.
몇 번 기름을 더 바른 후 갑옷에 어느 정도 기름이 골고루 먹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마지막으로 갑옷에 묻어 있는 기름을 천으로 말끔하게 닦아내 소홀하면 상하기 쉬운 자신의 갑옷을 한 번 손질해 두었다.
갑옷을 손질하는 동안 고기가 익자 사람들 모두 기뻐하며 고기를 잘라 나누고 스프를 끓인 것을 나누었다. 배운 대로 자신의 갑옷을 손질한 고드프리는 그냥 뜨거운 스프를 나무 그릇에 받아먹으며 구운 고기를 잘라 입안에 넣었다.
“오! 맛있군!”
어느새 밤은 어두워졌고 사람들은 내일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고 있지만 지금 당장은 이렇게 먹고 마시는 것이 즐거운 뿐이다. 고드프리도 지금 자신과 함께 앉아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것에 충실하려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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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오늘도 한 편 올립니다…Next-14…
에휴…오늘은 기분이 영…
●‘i우천i’님…^_=; 어쨌든 간에 고드프리 이 녀석의 첫 임무랍니다…^_^; 으흐흐흐…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그것은…내일을 보시면 알게 되실 것이랍니다…^_=;
●‘ytk’님…어쨌든 간에 고드프리 녀석…임기 응변이 매우 뛰어나답니다…아! 조금 전의 동전 던져 주는 장면은 킹덤 오브 헤븐 DVD 감독판의 해설 부분에서 나온 것을 차용했답니다…
●‘toyr’님…에휴…저 작가넘은 오늘 기분이 영…어쨌든 간에 주저 앉지 않고 일어서는 것이 저 작가넘이 할 일이겠지요…toyr님도 화팅입니다…^0^)乃
●‘러딘’님…아! 참고로 고드프리의 경우 아템은 별로 획득하지 않습니다…나이젤과는 달리 화려한 무구도 거의 사용하지 않고요…^_^; 약간 돈 많은 전사 수준의 무장을 유지한답니다…
●‘사고뭉치00’님…그렇습니다…이제 부터 고드프리의 애검은 발라미르가 된답니다…^_^; 뭐 이제 첫 임무…짐작하고 계시겠죠? 보통 쥔공의 첫임무 = 뜻밖의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들이 많죠…으흣흣흣…글쿠 고드프리는 뭐…그 만큼 뛰어난 놈이랍니다…허나 뛰어난 놈도 인재들이 없으면 아무 소용 없겠죠…
●‘호돌스’님…으흐흐흐…오늘 까지만 나름대로 평범한 상황이 이어질 것이랍니다…^_^; 오늘 까지만요…^_^;
●‘hta’님…저 작가넘도 독자분들을 뵙게 되니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매일 매일 화팅하겠습니다…냐하하핫…
●‘작가아님’님…작가아님님…에휴…매일 이렇게 고생하시면서 야참을 챙겨 주시는 것을 보고…눈물이 다 납니다…ㅠ_ㅠ; 감사드리고요…아시죠? 작가아님님…(부비적)…그나저나 고드프리 녀석…바람둥이 맞기는 하죠…그렇지만 그 바람둥이 기질을 발휘하기 전에…3부 내내 벌어지는 엄청난 사건들로 그 바람 둥이 기질들이 다 발휘되지 못한답니다…ㅠ_ㅠ;
●‘에크리스’님…고드프리는 뭐 이제 집안 빨이 되고 뭐 이제 3부 쥔공인데…그 정도 감투는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글쿠 국왕파와 오즈굴 셀바노스 대공파는 다른 것이 아니라 오즈굴 셀바노스 대공파는 거의가 정규군, 국왕파는 정규군도 있지만 잡쓰레기들이 많이 와서 그렇답니다…^_^;
으흐흐흐
(2차 수정함-작가아님님(복귀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