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Demons, and Humans - Lars RAW novel - Chapter 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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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 3부네요…얼른 올리고…헷헷…아참…깜빡 할뻔 했네요…소제목…
다음날 밤새 시달린 크레아가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숙소로 돌아가고 고드프리는 노예들을 불러 물을 데워오게 했다. 이날 아침 기분 좋게 몸을 가볍게 한 고드프리는 노예들이 데운 물을 가져오자 몸을 씻었다.
노예들의 도움을 받아 몸의 물기를 닦아낸 후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있으니 오스카가 병사 한 사람의 안내를 받아 찾아왔다. 오늘부터 오스카는 고드프리의 시종으로 일하기로 되어 있으니 아침부터 찾아오는 것은 당연했다.
“주인님. 잘 부탁드립니다.”
“오늘부터 잘 부탁하네!”
상쾌한 기분으로 이렇게 새로운 하루를 시작해도 실상 작은 이 시골 성에서는 그렇게 할 일은 없었다. 지배하는 주민이 1,000명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시골에 벌어지는 일이라고 해봐야 대단찮은 일이었다.
고드프리는 아침 식사를 마치고 서둘러 하루 처리해야 할 업무를 마친 후 정오까지 아벨 커스터와 페르디난트 타이파, 자모라 톨레드를 청해 자신의 부족한 지식을 보충하는 시간을 가졌다.
점심 식사를 마친 후 다시 공부를 시작해 정오와 저녁의 중간 시간까지 여러 가지 공부를 했다. 몸이 지루해질 무렵 고드프리는 해가 저물 때까지 톨레드와 타이파에게 부탁해 검술과 전투 기술을 가다듬었다.
저녁을 먹고 오스카는 영주관 밖에 있는 집으로 돌아갔다. 고드프리는 이날도 크레아를 불러들여 잠자리를 함께 하며 하루 동안 쌓인 피로를 풀고 추운 밤을 크게 난로를 지필 것 없이 따뜻하게 보냈다.
늘 같은 일이 반복되면서 시간이 흘러 따뜻한 봄이 되었다. 계속해서 자란 보리는, 피를 잔뜩 먹어 터질 듯 배가 부푼 진드기처럼 큼직하게 부푼 이삭을 매달았다. 바로 이 시기 사람들은 가장 굶주리고 굶어 죽는 사람들이 많았다.
다행히도 코마스 울프에서는 고드프리가 영주로 부임한 직후 충분한 식량을 나누어 주고 게다가 타이파와 톨레드가 시간 날 때 마다 사람들을 돌봐주니 굶어 죽거나 병에 걸려 죽는 사람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어느새 소문이 퍼져 타이파가 기도의 힘으로 상처를 치료하고 톨레드가 약초로 사람들의 상처와 병을 무상으로 치유해 준다는 소문이 퍼지니 며칠을 걸어서라도 자신들의 병을 고치러 먼 곳에서 코마스 울프로 직접 찾아오는 사람들까지 생겨났다.
아치볼드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고드프리는 자모라 톨레드가 비록 마나를 운용하여 마법을 사용할 능력이 되지 않지만 약초나 의술에 밝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그다지 신기하게 보지는 않았다.
다만 한 가지 고드프리가 놀란 것은 페르디난트 타이파가 실제로 신의 힘, 즉 기도를 통한 상처 치유 능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아치볼드가 들려준 옛 신관들의 능력에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미약했다.
그렇지만 실제로 신의 마법을 구사할 수 있으니 수많은 지고신교 교도들이 찾아와 페르디난트 타이파의 능력에 감탄하고 보다 충실한 지고신교 교도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덕분에 애써 신전을 세울 필요 없이 독실한 지고신교 교도들이 늘어갔다.
이것뿐만 아니라 곡식을 나누어 주었다는 소식을 듣고 종종 여러 곳에서 백성들이 몰려와 곡식을 나누어 받을 수 있는지를 물었다. 고드프리는 아끼지 않고 곡식을 베풀어 배고픔을 견디지 못하고 찾아온 백성들을 먹였다.
당장은 계속해서 지출만 되니 많은 손해가 있지만 고드프리는 많은 금전을 갖고 있었고 이렇게 곡식을 베풀어 백성들을 먹이고 다독인다면 나중을 위해서 큰 도움이 될 것이니 기꺼이 지금 갖고 있는 것을 덜어냈다.
봄볕이 따스한 이날, 고드프리는 자신의 말에 올라 오스카만 거느리고 영주관을 나섰다. 짐말을 타고 자신을 뒤따른 오스카를 보고 고드프리는 솜을 누벼 만든 가죽 갑옷 위에 무장을 하고 허리에는 재물이 들어 있는 가죽 주머니를 찼다.
고드프리가 모습을 드러내니 백성들은 몹시 활기찬 모습으로 한창 이삭이 굳어가고 있는 보리밭으로 나와 열심히 잡풀을 뽑고 있었다. 백성들은 말에 타고 있는 고드프리를 보자 인사를 했다.
“아이고~ 영주님~ 안녕하십니까!”
“영주님이시다! 만세~!”
“영주님. 감사합니다.”
자신에게 감사하는 백성들을 보고 고드프리는 말에서 내려 무장을 풀었다. 그러면서 직접 농민들이 일을 하고 있는 밭 사이로 들어섰다. 다분히 가식적인 행동이었지만 고드프리는 여럿이 놀라는 와중에서도 직접 잡풀을 뽑아주었다.
“영주님 이러시면 안됩니다. 영주님!”
“허헛~ 참~ 이 몸이 비록 귀족이기는 하지만 밭일은 많이 해 보았소. 함께 일하도록 합시다.”
고드프리는 웃으면서 농민들을 다독여 주어 함께 일을 하고 귀족이 안아 들이기에는 보리밭 옆에서 놀고 있던 너무 천하고 꾀죄죄한 몰골의 지저분한 어린애를 들어 안고 이름도 물어보며 많이 귀여워 해 주었다.
“아우~ 이뻐라~ 아가 몇 살?”
“세~ 세 살~”
“어우~ 이뻐라~~ 똑똑하게 말도 잘하네~”
정말로 끝까지 보통 사람들을 도와 밭일을 마친 후 귀족이라고 한다면 천한 음식이라 입도 대지 않을 찐 감자도 받아먹고 물도 맛있게 먹었다. 그 자리를 떠날 때는 백성들에게 격려의 말도 한 후 자리에서 일어섰다.
기분 좋게 마을 쪽으로 나오니 한창 쇠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했다. 본능적으로 쇠 두드리는 소리에 이끌려 찾아가 보니 대장간이 있었다. 전에도 대장간 건물을 보았지만 그때는 그냥 무심히 지나쳤지만 지금은 이상하게 관심이 쏠렸다.
대장간 앞에 전투마를 멈추니 시키지도 않았지만 뒤따르던 오스카는 얼른 타고 있던 짐말에서 내려 대장간 안으로 들어갔다. 곧 쇠를 두드리는 소리가 멈추고 의외로 젊어 보이는 대장장이 한 사람이 밖으로 나왔다.
“영주님께서 오셨습니까.”
신분 차이가 있으니 대장장이는 고드프리에게 허리를 깊이 숙이며 인사를 올렸다. 대장장이는 2, 3일 정도 면도를 하지 않은 수염이 나 있는 얼굴은 강인한 인상을 주었고, 지저분해 보이지는 않는 검은 머리카락을 갖고 있었다.
불 앞에서 쇠를 두드려야 하니 겉에는 가벼운 옷만 입고 있다. 땀에 젖어 있는 것이 어딘지 모르게 계속 세워 두면 감기에 걸릴 것 같았다. 고드프리는 말에 탄 상태로 자신이 해야 할 말을 했다.
“자네의 솜씨가 어떤가?”
이때 신분 차이 때문에 말문이 막힌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본래 성격이 그러한 것인지는 몰라도 대장장이는 물끄러미 고드프리를 바라보만 있었다. 보다 못한 오스카가 대장장이를 소개했다.
“이 친구는 제 어릴 적부터 친구로 엘빈이라고 합니다. 쇠를 능숙하게 다룰 줄고 알고 기마병으로 말도 탈 줄 알고, 칼도 제법 쓸 줄 알고 있습니다. 더욱이 금이나 은 세공도 잘 하고 각종 무기나 갑옷도 만들 줄 알고 있습니다. 그것뿐만 아니라 큼직한 공성무기도 만들 수 있죠. 주인님께 큰 도움이 될 사람입니다.”
“호오~ 그런가?”
엘빈이 무뚝뚝하게 행동한 탓에 오스카는 다소 호들갑스럽게 친구를 소개했다. 고드프리는 무뚝뚝함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고 과장했을 것이 분명하지만 오스카가 길게 늘여 놓은 엘빈의 재능에 관심이 미쳤다.
고드프리는 가만히 말 위에서 엘빈을 관찰하다가 전투마에서 내렸다. 두 사람은 살짝 몸을 움츠렸다. 고드프리는 빙긋 웃으면서 제법 정중한 어조로 정식으로 자신을 소개하며 이름을 물었다.
“이 몸은 이곳 코마스 울프의 영주인 오즈굴 셀바노스 대공의 손자이자, 알렉산더 후작의 아들인 기사 고드프리다. 그대는 누구인가?”
“······엘빈 루이젠베르그입니다. 영주님께서 누추한 곳까지 직접 왕림해 주시다니 영광입니다.”
루이젠베르그라는 정식 성을 갖고 있는 엘빈은 오스카의 설명을 빌리자면 3대나 4대 전 이곳 코마스 울프를 지배하던 영주의 후손으로 귀족의 혈통이기는 해도 지금은 평민이나 다름 없는 삶을 살고 있었다.
사실 코마스 울프 같은 시골을 지배하는 영주는 기껏해야 기사 작위 하나만 덜렁 갖고 있거나 준남작 작위를 갖고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장남과 차남이 부친의 작위를 계승하고 나면 삼남부터는 계승할 작위가 없게 된다.
이때는 보통 성직자가 되거나 평민과 같은 생활을 하게 되는데, 이런 경우에는 가장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을 지원 받는 경우가 많다. 분명 엘빈의 선조는 가문의 지원 아래 영지의 모든 철을 다루는 대장간을 맡게 되었을 것이다.
고드프리가 짐작했던 그대로 엘빈 루이젠베르그가 이것과 같은 경우로 엘빈의 직계 선조는 코마스 울프를 지배하던 영주의 삼남으로 대장장이가 되었고, 이후 그의 아들들이 계속 대장장이 역할을 계승해 지금 엘빈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자신을 소개했다.
“오스카의 말대로 그렇게 솜씨가 좋다면 내가 부탁하나 하겠소. 오스카에게 내려줄 것인데 사슬 갑옷 한 벌과 장검 한 자루, 투구를 주문하겠소. 만들어 줄 수 있겠소?”
갑자기 고드프리가 오스카에게 내려줄 무구를 이 자리에서 주문하니 오스카는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오스카의 놀란 눈을 보고 고드프리는 자신의 시종이니 자신을 따라 전쟁터도 나갈 수 있다며 무장을 갖춰 주겠다고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만들어 올리겠습니다.”
엘빈이 의외로 쉽게 승낙하자 고드프리는 허리에 차고 있던 돈 주머니를 열어 금화 1개를 꺼냈다. 고드프리가 금화를 받아들자 오스카는 얼른 금화를 받아 엘빈에게 건넸다. 엘빈은 차분히 금화를 받아들었다.
“지금 건넨 금화는 계약금이오. 물건을 완성하면 영주관으로 직접 가져오도록 하시오. 잔금을 그때 치러 주겠소.”
“알겠습니다. 되도록 빠른 시일 내로 만들어 올리겠습니다.”
고드프리는 다시 자신의 전투마에 올라 대장간 앞을 지나쳐 다른 곳으로 향했다. 오랜 친구와 가볍게 인사를 나눈 오스카도 자신의 말에 올라 주인의 뒤를 열심히 따라왔다.
고드프리가 백성들에게 베푼 일은 처음 도착했을 때 식량을 나누어 준 것 이외에는 사실 아무 것도 없었다. 타이파와 톨레드가 자진해서 백성들의 병을 치료해 준 일은 있지만, 엄연히 다진다면 그것은 영주의 일과는 전혀 별개의 일이나 마찬가지이다.
‘보통 이럴 때에는 세력을 키우려 많은 일을 벌이던데······.’
많은 소설 속에서 묘사되고 있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영주들을 떠올렸다. 공을 세웠으나 정적의 모략에 의해 가난한 영지를 손에 넣게 되는 주인공은 의례 자신의 모든 역량을 기울여 이런 저런 개혁적인 조치를 취한다.
이러면서 영지를 발전시키기 위해 도로를 넓히고, 광산을 개발하고, 농지를 개간하며 학교를 세운다. 이것으로 축적된 힘을 바탕으로 군대를 육성하며 주변으로 세력을 넓히고 영지를 확대한다.
‘아마 선의의 탈을 쓴 위선자······. 들이겠지.’
우습게도 이들은 입으로는 끊임없이 백성들을 위한다고 하지만 따지고 본다며 이것 모두 자신의 야욕을 위해 힘을 쓰고 있다. 결국 백성을 목적과 수단으로 대하는 것이 스스로 대단하다고 느끼는 과시욕 강한 지배자의 전형인 것이다.
‘······그럼 나는 어떨까? 저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까?’
고드프리는 조부 오즈굴 셀바노스 대공 라스가 예전에 여러 차례 자신에게 들려 준 아주 간단한 통치 방식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바로 봄과 가을의 수확 전에 쓸데없이 굶어 죽는 사람이 없도록 하라는 것이다.
조부는 그 이야기를 하면서 백성들을 굶어 죽게 하지 말고 자신의 야욕에 백성들을 앞세우지 말아야 진정한 지배자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면 백성들을 굶어 죽지 않게는 할 수 있어도 무언가를 이룰 수는 없다고 했다.
야심이 없는 사람은 아무런 발전이 없다면서 겨우 책이나 읽는 손자를 무릎 위에 앉혀 놓고는 다소 긴 이야기를 했었다. 고드프리는 어려운 이야기에 지루함을 느껴 인상을 쓰며 칭얼거렸다.
고드프리는 이때 멋쩍게 웃는 조부의 모습을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 조부 라스의 인자하지만 확신에 찬 얼굴과 목소리를 떠올린 고드프리는 자신이 지금 무엇을 바라고 있든지 백성들에게 조금이라도 희망과 기대를 남겨 주는 것이 옳음을 믿었다.
‘백성들의 희망이라······. 내일을 살 수 있고······. 음식을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것······.’
백성들을 돌본다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다. 굶어 죽는 사람이 없이 생업에 열중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고, 고드프리는 그에 따라 지금 식량을 나누어 주는 것으로 춘궁기에 굶어 죽는 사람을 없게 했다. 그것으로 사람들에게 내일의 희망을 주었다.
어느덧 보리가 슬슬 완전히 익어가고 있을 때 엘빈은 고드프리가 주문한 사슬 갑옷과 장검 한 자루, 투구를 영주관으로 완성해 가져왔다. 오스카를 통해 엘빈이 찾아왔음을 듣게 되자 고드프리는 직접 자신의 집무실로 불렀다.
집무실이라고 해봐야 책상 하나에 책장이 있고 그 위에 약간의 책과 서류가 놓여 있고, 회의용으로 구비되어 있지만 대부분 찾아오는 손님이 앉도록 내어주는 나무 의자와 탁자, 난방을 위한 난로 같은 것 이외에는 별다른 장식도 사치스러운 것도 없었다.
오스카의 안내를 받은 엘빈이 직접 그 동안 힘들여 제작한 물건을 들고 안으로 들어서자, 고드프리는 엄숙한 표정으로 엘빈이 만들어 올린 무구를 직접 천천히 살펴보며 이곳저곳을 확인했다.
“······솜씨가 좋군.”
“감사합니다.”
물건을 받아본 고드프리는 크게 칭찬을 해 주며 엘빈이 만들어 바친 것을 오스카에게 내려 준 후 엘빈에게 그 자리에서 잔금으로 금화 1개를 꺼내 건넸다. 엘빈이 감사히 받아들이자 고드프리는 잠시 생각을 해 보더니 한 가지 권유를 했다.
“꽤 솜씨가 괜찮은데 말이야. 다른 것이 아니라 언제까지 시골에서 쇠만 두들길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조금 더 큰일을 해보지 않겠나? 보수도 괜찮고 잘만 한다면 평민이라고 해도 귀족도 될 수 있을 것이네.”
뜻밖의 제안에 놀란 엘빈이 어쩔줄 몰라하자 고드프리는 자신의 부친을 따르고 있는 루이스 스틸, 드미트리 매니하드, 마커스 자마, 울딘, 자레드 트리플턴 같은 사람들 모두 평민이었지만 부친을 따르며 이제는 귀족이 되고 장군이 되었음을 예로 들었다.
“······더 필요한 것은 없으신지요.”
엘빈은 갑자기 차분한 목소리로 앞뒤 없는 말을 했다. 잠시 뒤 상대가 무엇을 궁금해 하는지 이해한 고드프리는 잠시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가 곧 진중한 얼굴로 원하는 것을 숨김없이 털어 놓았다.
“······다른 것이 아니라 곧 전쟁이 있을 것이네. 물론 그 전쟁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나에게는 절실히 자네 같은 사람이 필요하네, 여기에 있는 오스카처럼 나를 도와주겠나? 당장은 대장간 일을 그대로 하더라도 나에게는 엘빈 자네가 필요하네! 나를 도와주게.”
고드프리가 간곡히 부탁하자 엘빈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당혹스러워 하는 기색을 보였다. 사실 고드프리가 원한다면 엘빈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먼저 부탁을 하는 것 자체가 파격이었다.
“······영주님께서 원하신다면 기꺼이 도와 드리겠습니다.”
잠시 뜸을 들이던 엘빈이 간단하게 대답했지만 그것이 완전한 것은 아니었다. 고드프리는 엘빈이 자신을 돕겠다고 대답하니 깊이 감사한 후 금화 1개를 꺼내 건넸다. 갑작스러운 재물을 받게 되자 엘빈은 놀란 눈을 했다.
“영주님 이것은······.”
고드프리는 충성의 대가로 자신이 내려 주는 것이라고 전제했다. 덧붙이듯 만일의 경우가 벌어지게 되면 엘빈이 자신의 종자로서 전쟁에 따라 나설 것을 권했다. 엘빈은 머뭇거리다가 솔직히 자신의 걱정을 털어 놓았다.
“·····솔직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영주님께서 전쟁에 나서라고 하신다면 영지민으로서 전쟁에 따라 나서겠습니다. 그렇지만 이곳에는 제 가족들이 있습니다. 영주님께서 다른 곳으로 옮겨 가실 때 저는 가족들을 두고 따라 갈 수 없습니다. 제가 없다면 그들은 모두 굶주리게 될 것입니다.”
엘빈은 감출 것 없이 솔직하게 자신의 걱정을 털어 놓았다. 고드프리는 금화 1개라고 한다면 크게 낭비를 하지 않는 이상 평민들은 여유 있게 살 수 있음을 떠올렸다. 이러한 이유에서 더 많은 재물을 요구하는 것으로 이해되어 기분이 상했다.
“······.”
화가 난 고드프리가 무엇인가 실수를 할 중요한 단어를 꺼내려는 순간, 표정을 살피던 엘빈이 차분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그도 봄이 되면 루벤과 레나르트 사이에 대규모 전쟁이 벌어질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저도 전쟁이 있을 것이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습니다. 단지 제가 없을 때······. 이곳이 다시 레나르트의 손에 들어가게 되면 남아있는 제 가족들은 어찌 되겠습니까? 저는 그것이 두렵습니다.”
엘빈이 남긴 금화로 가족들의 생계는 유지될 수 있다고 해도 만일의 경우 레나르트가 다시 이곳을 지배하게 된다면 루벤인 영주를 위해 전쟁에 나선 엘빈의 가족들은 분명 보복을 당할 것이다.
“!”
엘빈이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지 알게 된 고드프리는 섣부르게 판단을 내린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헛기침을 한 번 한 후 화제를 돌리기 위해 갑자기 자신의 시종이 된 오스카를 걱정했다.
“오스카! 자네는 엘빈과 같은 걱정은 없나?”
“저······. 그것이······.”
갑자기 고드프리가 물으니 오스카도 엘빈과 같은 가족들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말끝을 얼버무리며 슬그머니 고개를 숙였다. 이제야 두 사람의 마음을 이해한 고드프리는 잠시 어깨를 들썩이며 웃은 후 두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는 중요한 제안을 꺼냈다.
“나에게 충성을 바친다면 오스카와 엘빈 두 사람의 가족들을 안전한 루벤 내부로 옮겨가게 해주겠네. 넓은 집과 토지를 구해 편안하게 살 수 있게 해 준다고 한다면······. 나를 위해 그대들 두 사람이 종자가 되어 목숨을 바칠 수 있겠나?”
루벤 내부로 두 사람의 가족들을 옮겨 집과 토지를 구입해 주는 것은 고드프리가 지금 갖고 있는 재물을 이용한다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눈에 띄게 밝아지는 두 사람의 안색을 보며 고드프리는 기분이 좋았다.
‘그러고 보니 타넬리 남작도 그랬다고 했지.’
부친 나이젤의 심복 울딘도 본래 농민 출신으로 고향에서 토지를 빼앗겨 솔로몬 그리즈 성으로 가족들과 함께 흘러 들어왔다. 이때 우연찮은 기회에 부친 나이젤의 눈에 들어 부친을 섬기게 되었다.
나이젤은 울딘이 자신을 따르게 하면서 울딘의 가족들이 혹여 울딘이 전사하더라도 충분히 여유 있게 살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덕분에 울딘은 용감하게 부친을 섬겼고 그 대가로 귀족의 반열에 오르고 부친의 친위대를 이끌고 있었다.
“저희들 두 사람 모두 주인님으로 모시겠습니다.”
두 사람은 고드프리 앞에 엎드려 충성을 맹세했다. 고드프리는 두 사람을 일으키며 그 충성을 받아 들였다.
다음날 고드프리는 일을 하러 영주관에 나온 오스카에게 엘빈과 오스카의 가족들을 영주관으로 불러오게 했다. 곧 두 사람은 자신의 가족들을 영주관으로 불러왔다. 두 사람의 가족을 직접 보게 된 고드프리는 사정을 설명해 준 후 이주하고 싶은 지역을 물었다.
두 가족들 모두 오스카와 엘빈에게 사전에 설명을 들었던 탓에 잠시 주저함을 보이기는 했지만 곧 가고 싶은 곳을 털어 놓았다. 두 가족들 모두 입을 모아 라즈반 가우트 성으로 가고 싶어 했다.
“좋아! 내가 폴로비오 후작님께 직접 연락을 넣도록 하겠네. 정착할 수 있도록 자금도 충분히 내려줄 것이니 걱정하지 말게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람들이 솔직하게 원하는 것을 털어 놓자 고드프리는 그 자리에서 결단을 내렸다. 그러자 머모두들 엎드려 감사를 표했다. 고드프리는 기분 좋게 두 사람의 가족에게 각각 라즈반 가우트 성으로 옮겨 가는 경비를 내주고 정착금으로 금화 5개씩을 건넸다.
이것뿐만 아니라 만일의 경우에 대비한 자신의 명의로 된 통행증도 작성해 주었다. 거기에 덧붙여 5명의 병사를 붙여 그들을 영지의 경계선까지 호위하게 하고, 부친에게 미리 전령을 보내 내용을 상세히 알린 후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마차 2대와 짐말 4필을 내 줄 테니 두 사람 모두 라즈반 가우트 성으로 가서 집과 토지를 구입해 가족들을 정착시키고 돌아오도록 해라!”
파격적으로 호의를 베풀어 주도록 하니 두 사람은 물론 두 사람의 가족들 모두 깊이 감사했다. 물론 고드프리가 두 사람의 가족을 라즈반 가우트 성으로 보내 놓은 것은 다른 의미도 있다.
그것으로 바로 레나르트 출신인 오스카와 엘빈이 다른 마음을 품지 못하도록 가족들을 확실히 루벤의 영토 내로 옮겨 인질로 삼은 것이다. 물론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되지만 이번 일을 보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생각해 고드프리는 별도의 임무도 맡겼다.
지난번 도적들에게 인질로 잡힌 자신을 구하기 위해 군대를 일으켜준 일에 대한 감사와 두 사람의 일을 적은 서신을 폴로비오 후작에게 전달하게 하고 전투마 10필과 30명분의 무구를 구입해 올 것을 지시했다.
2일 뒤 아침이 밝았을 때 고드프리는 직접 라즈반 가우트 성으로 떠나는 두 사람의 가족들을 배웅했다. 두 사람에게 들려 보낸 금화가 제법 많고 강도를 만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병사 다섯 명이 호위와 감시를 겸해 동행하기로 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사람들이 출발하자 고드프리는 차분히 영주관으로 돌아왔다. 커스터가 고드프리를 찾아와 두 사람이 재물에 욕심을 품고 금화를 갖고 가족들과 함께 그대로 도망쳐 버리면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물었다.
아벨 커스터의 질문을 받게 되자 고드프리는 아벨 커스터가 남을 질투 하고 있다고 여겨 쓴웃음을 지었다. 짐짓 귀족으로서의 자존심도 있고 자신의 결정이 정당하다는 것을 드러내 보이기 위해 호기를 부렸다.
“겨우 금화 몇에 만족할 사람이라면 하는 수 없겠죠. 그렇지만 그 이상을 바란다고 한다면 두 사람은 반드시 되돌아 올 것입니다. 뭐······. 많지 않은 금화로 심복 두 사람을 얻게 되는데 무엇이 걱정이겠습니까?”
“······하하핫! 과연 배포가 크십니다!”
고드프리가 자신의 마음을 털어 놓으니 아벨 커스터는 몇 번 호탕하게 웃더니 역시 귀족이라고 감탄했다. 무안해 할 것은 아니지만 잠시 머리를 긁적이던 고드프리는 자신이 너무 다른 사람을 믿는 것이 어딘지 모르게 어수룩해 보인다며 걱정을 늘어놓았다.
“너무 사람을 믿어도 문제고 믿지 않아도 문제지만······. 사람을 얻고자 하는데 재물을 아끼지 않는 고드프리 경의 마음은 반드시 나중에 경의 큰 힘이 될 것입니다.”
다행히 아벨 커스터는 고드프리의 마음을 시험해 본 것인 듯했다. 아벨 커스터의 칭찬과 충고를 고맙게 받아들인 고드프리는 정중히 오늘은 늦게까지 여러 가지 세상의 지식을 가르쳐 줄 것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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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괜찮은 인재들인 듯??
오늘도 한 편 올립니다…Next-25…
무더워…ㅠ_ㅠ;
●‘i우천i’님…인재 엘빈과 오스카를 얻었습니다…으헛헛…툭히 엘빈은 상당히 재능 많은 친구죠…^_^;
●‘타에’님…좋은 밤…그렇죠…무덥지만 많으면 좋은 밤이죠…에휴…무덥더라도 따뜻한 생체 난로만 있으면 얼마든지 무더울 용의가 있는데…ㅠ_ㅠ;
●‘연혼마창’님…으음…크라우프 정도로 스토리가 늘어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신, 악마 그리고 인간 -라스-는 굉장히 빠른 전개(?)를 기본으로 한답니다…핫핫핫…
●‘판타로드’님…으음…뭐…세곳의 분봉지를 라스 일가가 나눠 갖는 것은 맞습니다…하지만 몇 가지는 좀 틀리셨네요…어쨌든 간에 라스 녀석…생각외로 어마어마한 능구렁이(?)거든요…^_^; 따지고 본다면 자기 대에는 천통을 못하지만 2, 3대만 이어지면 절대왕정(?)을 수립할 기반을 닦아 둔답니다…^_^;
●‘호돌스’님…으힛힛…엘빈…여러가지 재능이 많은 엘빈을 손에 넣었답니다…고드프리 만세지요…^_^)乃
●‘ytk’님…으힛…고드프리는 아템 보다는 인재가 많이 모일 것이랍니다…라스나 나이젤 처럼 특이한 물품을 모으는 대신…인재가 최고의 아템이니까요…^_^;
●‘러딘’님…으음…뭐…당연히 약하죠…크라우프 처럼…여자 경험이 엄청 많은 것도 아니고…불굴의 체력을 가진 존재도 아니니 말이죠…~3~; 당연히 약하답니다…ㅠ_ㅠ;
●‘zeple’님…으음…자매를 낼름 하는 것이라…핫핫…네사와 크레아는 친자매는 아니죠…핫핫핫…^_=;
●‘혈랑대주’님…저 작가넘은 신, 악마, 그리고 인간 -라스-를 연재하면서 하루를 마감한답니다…^_^;
●‘대청도구영탄’님…으으…이제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시작된다니…믿을 수 없어요…ㅠ_ㅠ; 무더위는 정말로 싫거든요…
●‘hta’님…19금이라니요…이 정도는 7, 8세의 어린애들도 알고 있는 것이랍니다…ㅠ0ㅠ;
●‘underworld’님…시작은 시작이지요…우선은 충분한 인재의 확보랍니다…제 아무리 영웅도 혼자서는 다 할 수는 없으니까요…^_^;
으힛…그나저나 작가아님님은 아예 떠나신 것이로군요…ㅠ0ㅠ;
(4차 수정함-열한번째사나이님…수정했습니다…약간 몇줄 덧붙였어요…^_^; 작가아님님…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