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Demons, and Humans - Lars RAW novel - Chapter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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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는데요…소제목은 그냥 이 스타일로 가려구요…^_^;
이렇게 쉬운 것을 어째서 지금까지 하지 않았는지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라스는 기본 글자 28자를 의외로 쉽게 익혔다. 처음 며칠 동안 소리 내어 읽는 법을 배우는 것 하며 쓰는 것을 배우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 덕분인지 라스는 기본 글자를 상당히 빨리 익힐 수 있었다. 하지만 기본 글자로 단어를 조합하는 것은 당장은 무리였다. 소리가 나는 대로 쓰면 되는 간단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글이지만 엄연히 철자법이라는 것이 있어 단어 자체의 철자를 외우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이날도 아치는 기본 글자를 읽고 쓰고 하는 법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준 다음 자신의 잠자리로 되돌아가기 위해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서기 전 라스는 갑자기 생겨난 의문, 즉 지난번에 무장병들이 산위로 올라왔을 때 어째서 이 동굴로 먼저 피하지 않았는지를 물었다.
“······그건······. 그 마을은 지금 이 곳에 있는 사람들의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아치의 짤막한 대답을 듣고 난 라스는 이내 그 뜻을 이해하고는 쓴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가진 것이 마을 그 자체뿐이라고 한다면 사람들은 그 마을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모든 힘을 쏟아 부을 것이기 때문이다.
“모두들 레이븐 코날드 때문에 집과 가족들을 잃어버리고 겨우 그 척박한 산위에서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했는데······간신히 살아가고 있는데······군대가 들어와 전부 죽여 버리고 불태워 버리려 하니······. 어떻게 하겠어요? 결사적으로 그것을 지켜야지요.”
아치의 나지막한 목소리를 듣고 있던 라스는 이내 자신에게도 가족과 카비 마을이 전부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바로 그것 때문에 자신이 지금 이렇게 타지를 떠돌며 혼자서 걱정하고 있는 것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 말씀은······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겁니까?”
고심 끝에 내놓은 라스의 마지막 말을 듣고 아치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지만, 직접적인 대답 대신 편히 쉬어 두라는 말과 함께 자신의 잠자리 쪽으로 돌아갔다.
어느새 날이 어두워지자 제법 머리가 큰 아이 둘이 횃불을 들고 동굴 안을 돌아다니며 오물통을 회수해 동굴 밖으로 가져가 파묻을 준비를 하고 있었고, 잘 다가오지조차 않았던 처음과는 달리 이제는 제법 당당하다 싶을 정도로 라스의 옆으로 다가와 그의 오물통을 회수해 갔다.
아이들이 오물통을 회수해 가고 나자 라스는 문득 자리에 앉아 머리 위로 뚫려 있는 동굴 구멍을 통해 내려오는 달빛을 하염없이 올려 보았다. 그러고 보니 카비 마을에서 짐승 가죽으로 만든 담요를 덮고 잠을 자며 지금처럼 달을 올려 보았던 때가 떠올랐다.
“쯧······. 내가 이곳에서 뭐하고 있는 건지······.”
푸르스름하게 빛이 나는 달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괜시리 기분이 울적해 진 라스는 화살을 하나 집어 들고는 화살촉을 펜대 삼아 어스름하게 보이는 바닥에 기본 글자를 쓰며 소리 내어 읽어 보았다.
며칠 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는지 순식간에 28자를 다 쓴 라스는 생각 외로 이렇게 쉬운 일인데 어째서 카비 마을 사람들 중에서는 글자를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없고 배울 의지도 없는지 의아하게 생각 되었다.
실제 생활하는데 그다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배울 필요가 없다고 대답한다면 그다지 할 말이 없기는 하지만, 막상 배우면서 느껴보니 그렇다고 해서 아예 쓸모없는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몇 번 글자를 쓰고 지우고 하던 라스는 갑자기 주변을 조심스레 둘러보고는 늘 등에 짊어지고 다니는 식량 자루를 뒤져 그 안에 고이 모셔 둔 양가죽 종이를 펴 보았다.
처음에는 무엇이 적혀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렇지만 실제 사용하는 말을 기본 글자 28개를 조합해 만든 단어가 옮겨 적혀 있는 것이기 때문에 라스는 더듬거리며 양가죽 종이에 적혀 있는 단어를 읽어보기 시작했다.
단어 자체는 말할 수 있지만 그 단어가 어떤 글자로 이루어져 있는지 몰랐던 라스는 아치가 가르쳐 준 대로 기본 글자의 발음을 하나씩 조합해 가며 양가죽 종이에 쓰여 있는 단어를 하나하나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알 수 없는 단어, 아니 발음이 이게 맞는지 의문스럽기까지 한 단어가 너무 많이 나와 힘들게 했지만, 라스는 자신이 알고 있는 단어 중 가장 발음이 비슷한 것을 필사적으로 생각하면서 천천히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하아······.”
양가죽 종이에 적혀 있는 내용을 오랜 시간에 걸쳐 전부 읽는데 성공한 라스는 머리끝이 올올이 서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갑자기 목이 너무 심하게 말라와 팔을 옆으로 뻗어 근처에 내려놓은 물주머니를 꺼내 마구 들이켰다.
평소와는 다르게 마구 물을 마셨지만 이상하게 목이 더 말라와 라스는 식량 자루에 넣고 다니던 소금을 꺼내 혀로 찍었다. 짭짤한 소금이 마른 침에 녹아 무척이나 목을 따갑게 만들었지만 라스는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다시 한 번 양가죽 종이의 내용을 열심히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며 읽어 보았다.
결국 새벽이 되어서야 양가죽 종이를 조심스럽게 접은 라스는 감추어 두고 있는 은화를 한 번 만져 보았다. 묵직하면서도 차가운 은화를 손끝으로 느끼며 마음을 진정시키던 라스는 그것들을 식량 자루 속에다 넣어 둔 후 거칠어지는 자신의 호흡을 진정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기사로 임명?······카비 마을······영지······솔로몬 그리즈 성주······루드비히 게크.”
라스가 날이 밝자마자 아치에게 책을 읽고 싶다며 부탁을 해 왔을 때, 그는 벌개진 라스의 눈을 바라보며 넉넉한 미소를 지었다가 어렵지 않게 식량 대신 짊어지고 온 책을 고르고 또 고르더니 그 중에서 한 권을 빼내 건네주었다.
“쉬운 단어가 많이 나오니까 한 번 읽어 봐요. 너무 무리는 하지 말구요.”
더듬거리며 읽게 된 책 겉표지에는 기사 이야기라는 제목이 달려 있었고, 라스는 책을 빌려 주어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아치에게 글을 가르쳐 주어서 감사하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하하 뭘요? 시간이 나면 조금 더 어려운 내용들을 가르쳐 줄께요.”
아치가 온유하게 웃으며 라스를 다독여 주자 그는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기사 이야기라는 책을 가슴에 품고는 자신의 자리로 되돌아 왔다.
기본 글자를 이해했다고 하지만 이제까지 제대로 책이라는 것을 읽어 본 적이 없던 라스가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처음 몇 단어부터 막히기 시작하자 괜히 욕심을 부렸다는 생각이 들어 책을 돌려 줄 생각까지 해 보았다.
그렇지만 포기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생각과 함께 다시 힘을 내어 책을 읽다 보니 나름대로 조금씩 단어와 문장이 눈에 들어왔고, 어느덧 이 날은 5페이지의 책을 소리 내어 읽는 정도까지 되었다.
하지만 단순히 읽을 수만 있을 뿐이고, 그 내용까지 완벽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라스는 ‘한 시골 소년이 우연히 보게 된 기사의 멋진 모습에 반한다’ 라는 전체적인 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물론 구체적인 내용은 잘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
라스가 겨우 20페이지 정도를 읽어 보았을 때 늘 밖을 돌아다니던 모니크가 돌아와 무장병들이 완전히 산을 내려갔음을 알려왔고, 아치는 그제야 동굴 속으로 피신해 있던 마을 사람들에게 산을 내려가 다시 마을로 돌아갈 것을 권유했다.
아치가 마을로 돌아가기를 권유했지만 겨우 이곳까지 도망쳐 왔던 마을 사람들 모두 나직이 한숨을 내쉬며 쉽게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모두들 모니크의 말대로 무장병들이 정말로 다시 산을 내려갔다고는 해도 다시 마을로 돌아가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일으켜 세울 용기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차피 다시 돌아가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지금 이곳에 있으면 식량이 떨어져 굶어 죽게 됩니다.”
어차피 아치가 설득하지 않아도 식량이 부족하게 될 것이니 당연하게 다시 마을로 내려가 지금이라도 밭을 일구어 겨울을 날 정도의 식량을 확보해 두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 동굴 속에서 굶어죽는 길 밖에 없었기에 마을 사람들은 긴한숨을 내쉬면서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을 용기가 없는 사람들, 아니 그런 문제를 떠나서 어떠한 현실이라고 해도 그 현실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은 모두 동굴을 빠져 나왔고 다시 마을로 되돌아 왔다. 미리 모니크가 주변을 둘러보아 무장병이 모두 철수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는 했지만 산을 내려오는 내내 마을 사람들 모두는 어디에서 다시 무장병이 나올지 몰라 두려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 다시 마을로 돌아왔을 때 사람들은 모두 불타 버려 잿더미만 남아 버린 마을의 모습에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집들은 철저하게 불타고 마을의 우물은 메워져 있었다. 글자 그대로 모든 것이 불타 버리고 파괴된 채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다.
“세상에······.”
마을 사람들 모두 길게 탄식을 하고 있을 때 라스는 자신의 짐을 내려놓은 다음 짐승 가죽 덧옷으로 그것을 감싼 뒤 그 위에 다른 사람들이 함부로 가져가지 말라는 말을 하고는 동전 주머니를 올려놓았다.
지난번 싸움에서 무장병의 시체를 뒤져 거둬들인 동전만 해도 100개 정도나 되니 솔직히 한몫 잡았다고 하면 딱 알맞을 그런 정도였다. 하지만 라스의 우려와는 달리 그의 동전 주머니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니 모니크만이 라스를 째려보며 인상을 쓸 뿐이었다.
아마도 돈만 아는 무식쟁이라 생각하고 있을 것이 뻔하다고 생각하며 도끼를 집어든 라스는 다른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마을 근처에 있는 숲으로 들어가 도끼로 적당한 나무를 찍기 시작했다.
카비 마을에서부터 늘상 해오던 나무를 베던 일이었기 때문에 라스는 의외로 쉽고 빠르게 도끼를 사용해 나무를 한 그루 잘랐고, 가지를 툭툭 쳐대며 다듬기 시작했다.
모두가 라스의 행동을 의아하게 여기고 있을 때 그는 순식간에 통나무로 변한 나무를 한쪽에 치워 놓고는 다른 나무를 도끼로 찍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한 그루를 베었을 때, 라스는 어때 너머에서 구경만 하고 있는 마을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높여 소리 질렀다.
“보고만 있을 꺼에요? 집을 지으려면 다시 나무를 잘라야지요!”
라스가 소리 높여 마을 사람들을 재촉했지만 쉽게 자리에서 일어서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지만 가만히 앉아 있던 사람들 중에서 한 사람이 몸을 일으켜 나무 자르는 넓적한 칼을 가져와 가지 치는 것을 도와주었고, 그것이 신호가 되었는지 모두들 쉰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지친 몸을 일으켰다.
다행히 숨겨 놓은 식량과 무기가 발각되지 않은 탓에 나름대로 여유를 가질 수 있기는 했지만, 당장 마을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다시 우물을 파는 일과 집을 짓는 것, 그리고 빨리 수확할 수 있는 작물을 중심으로 밭을 일구는 일이었다.
무너진 우물을 다시 파고 힘이 좋은 라스와 아치 같은 사람들은 나무를 베고 엉성하게나마 집을 짓고 무너진 벽을 다시 쌓으며 마을을 일으키려고 하고 있는 동안, 마을 아낙과 어린애들은 다 타버린 밭이지만 다시 주변을 일구며 여름에 심어 가을에 수확할 수 있는 콩과 감자 그리고 채소를 중심으로 밭을 일구고 파종을 시작했다. 물론 상당히 늦게 심는 바람에 수확량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지만, 그래도 없는 것 보다는 나을 것이다.
일하는 틈틈이 아치에게 글을 배우며 소리 내어 책을 읽어 보고 있던 라스는 어느 틈인가 자신과는 거의 말도 하지 않지만 밭일을 하는 아낙들 사이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모니크의 모습이 자꾸 눈에 들어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진한 갈색 머리카락을 머릿수건으로 질끈 동여 메고 있는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카비 마을 주변에서 밭을 일구던 아낙들의 모습과 똑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물론 여전히 눈이라도 마주 치거나 하면 이내 고개를 팩 돌리기 일쑤였지만, 그래도 라스는 틈틈이 그녀에게 말도 걸고 일도 도와주고 하면서 친해지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쉽게 되지는 않았다.
이제 겨울이 지나고 다시 봄이 찾아와 라스가 17살이 된다면 카비 마을에 있는 케이틀린은 15살이 될 것이고 본격적으로 남편감을 찾기 위해 분주하게 노력할 것이다.
물론 진작부터 케이틀린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던 마을의 젊은 남자들이 먼저 찾아와 케이틀린을 아내로 맞고 싶다고 고든을 설득할 것이다. 그리고 고든이 허락하면 커다란 마을의 축제가 벌어지는 것이다. 지난번에 케이시 누나의 결혼식 때도 마을에서는 축제를 벌였었다.
‘나도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데······.’
갑자기 일어난 아쉬운 마음도 잠시 책을 덮고 멍하니 있던 라스의 귀에 충분히 휴식을 취한 아치가 다시 일을 하자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라스를 비롯해 쉬고 있던 남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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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라스에게도 봄은 오는가…^_^;;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Next-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