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Demons, and Humans - Lars RAW novel - Chapter 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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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부터는 4부입니다. 그나저나 4부가 되어도 딱히 소제목이 떠오르지 않네요. 그냥 이 스타일로 쭈욱~
가는 눈들이 구름 사이로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내며 대로를 따라 말을 타고 가는 사람들을 살포시 간지러 주고 있을 때, 고드프리는 말 위에서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주 잠깐 동안 자신의 몸을 덮고 있는 늑대 가죽으로 만든 덧옷의 따뜻함에 취해 잠시 잠든 것 같았다.
‘제길······.’
지난 5년 동안 바리스 성에서 머물며 아내 이리나와 발타자르, 클라우드 두 아들을 돌보며 나름대로 편하게 지낸 탓인지 이상하게 먼 길이 따분하고 힘들게 느껴졌다. 물론 그 사이 개인적인 전투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지만 몸이 피곤한 것은 분명했다.
고개를 옆으로 돌려 보니 기사 데이빗 딘지스와 하난이 각각 사슬 갑옷을 입은 채 말에 올라 자신을 뒤따르고 있는 것이 보였고, 조금 뒤쪽으로 가죽 갑옷을 입고 있는 루이스 람피노가 말 위에 앉아 나무판을 무릎에 올려놓고 서류를 작성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주변을 경계하는 두 기사와 일에 파묻혀 있는 한 문관을 번갈아 바라보던 고드프리는 무엇인가 말을 건네고 싶었지만 그냥 참고 어깨를 한번 들썩였다. 슬쩍 고개를 돌리니 차가운 눈 한 조각이 뺨에 차갑게 와 닿았다.
떨어지는 눈을 거꾸로 쫓아 하늘을 올려다보니 착용하고 있는 사슬 갑옷이 이상하게 무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을 깨기 위해서 손을 아래쪽으로 뻗어 말안장에 걸려 있는 나무 물통을 꺼내어 마개를 열고 마셨다.
“꿀꺽~ 꿀꺽~ 꿀꺽~”
와인을 섞어 놓은 물이니 약간 달콤했다. 시원한 물로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린 다음 물통의 마개를 닫고 다시 말 안장에 걸어 두고 허리에 차고 있는 잡낭을 뒤져 9년 전 볼드윈이 자신에게 선물로 준 투아리코의 나침반을 꺼내 들었다.
“주군!”
바로 이때 선두에 서 있던 마이클 타운리가 고드프리 쪽으로 다가왔다. 마이클 타운리는 고드프리가 나침반을 접어 잡낭에 집어넣자 빙긋 웃으면서 주위를 돌아보며 지금 제대로 가고 있음을 강조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 것 맞습니다. 길잡이의 말이 맞는 다고 한다면 이 정도 속도로 3일 정도만 가면 안토니우스 성이라고 하는군요.”
마이클 타운리가 고드프리가 행군에 따분함을 느끼고 있다 생각한 것인지 짐짓 활기차게 말을 건넸다. 고드프리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스쳐지나가는 보통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모두들 군대가 지나가니 길옆으로 물러나며 적의가 없음을 보이기 위해 고개를 숙이거나 엎드렸다.
‘······.’
길가에 길게 늘어서 있는 사람들은 모두들 추위 탓에 망토를 뒤집어쓰고 있거나 그렇지 않으면 조잡한 형태의 짐승 가죽 덧옷을 착용하고 있었다. 고드프리는 무심히 사람들 사이를 지나치며 가야할 길이 아직 많이 남았다는 사실을 탄식했다.
“에휴~ 가야 할 길이 멀다.”
아직 해가 짧을 때니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주위가 슬며시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바로 이때 고드프리의 앞쪽으로 100기 정도의 기병들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상대가 누구인지 모르니 고드프리의 기병들은 무기를 갖춰들었다.
“저놈들이!!”
고드프리와 마이클 타운리가 고삐를 당겨 말을 세우니 하난과 딘지스가 재빨리 앞으로 나서며 큰 소리로 구령을 붙였다.
“모두 주의하라!!”
“바쁘신데 죄송합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어디에서 오시는 군세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바로 이때 먼저 상대 쪽에서 기병 한 사람이 마주 나왔다. 사슬 갑옷 위에 안토니우스 성의 문장이 수놓아진 조끼를 입고 있는 기병은 정중히 군례를 올리며 어디에서 오는 일행인지를 물었다. 앞서 있는 마이클 타운리가 큰 소리로 대답했다.
“우리는 자이어스 공작령에서 이번 오크 토벌에 참가하기 위해서 안토니우스 성으로 가고 있는 중이오. 그대들은 누구시오?”
“아! 자이어스 공작님께서 안에 계시는지요? 저곳에 계신 분들은 이 근처를 다스리는 영주님들로 페르노 공작님께서 자이어스 공작님께 편의를 봐드리라고 특별히 당부하셨습니다. 가까운 곳에 군영과 식사를 두었으니 함께 가시지오.”
기병이 낭랑한 목소리로 권하니 마이클 타운리는 고개를 돌려 고드프리를 바라보았다. 고드프리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고드프리는 하난, 딘지스를 거느리고 앞으로 나서 안토니우스 성에 속해 있는 영주들과 만났다.
“만나서 반갑소. 본인이 자이어스 공작 고드프리요.”
고드프리가 먼저 영주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영주들은 다투어 자신들을 소개한 뒤 그 자신들이 준비해 놓은 장소로 기병들을 안내했다. 그곳에는 임시 군영이 설치되어 있고 음식 준비가 한창이었다.
“어서 드시지요. 왕자님.”
영주들은 고드프리를 가장 큼지막한 막사로 앞 다투어 안내했다. 고드프리는 말에서 내려 람피노에게 무엇인가를 지시한 뒤 막사 안으로 들어섰다. 그 안에는 향초와 화로가 잔뜩 들어와 있었고 접시들이 잔뜩 놓여 있는 ‘ㄷ’자 모양의 커다란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이곳입니다.”
고드프리는 테이블 옆으로 두 사람의 노예들이 금빛 대야와 금빛 항아리를 들고 서 있자 대야 위에 손을 얹었다. 노예는 향수를 잔뜩 푼 따뜻한 물이 가득 들어 있는 항아리를 조심스레 기울였다. 가볍게 손을 씻은 고드프리는 가장 상석으로 다가가 주저앉았다.
“자~ 서 계시지들 말고 어서 앉으시오.”
좌우로 이 자리를 마련해준 영주들이 앉고 테이블의 중간쯤에 마이클 타운리, 레이먼드 위트포트가 자리했다. 하난은 도끼를 들고 막사의 구석으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모두 자리하는 것을 본 고드프리는 먼저 자신의 앞에 놓인 금잔에 와인을 따라 영주들에게 감사의 표시로 내렸다.
“어서 한 잔 드세요. 이 몸을 이렇게 까지 환대해 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소.”
고드프리가 잔을 내리니 먼저 잔을 받게 된 영주들은 감사히 잔을 받아 마셨다. 고드프리는 다른 영주들에게도 술을 내려 모두 한잔씩 마시게 하고 마지막으로 자신도 잔을 채워 들어 건배를 청했다.
“지고신의 가르침에 반대하는 악의 무리 오크를 이번 싸움으로 완전히 근절했으면 좋겠군요. 승리를 위해 건배합시다.”
“승리를 위해!”
“악의 무리를 쳐 없애도록 합시다!!”
영주들 모두 잔을 들었고 고드프리 이하 모두들 잔을 들어 마셨다. 어느덧 출입구 옆에 따로 있는 기다란 테이블에 음식들이 모두 차려지자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금빛 구리 접시를 들고 음식을 집어 접시에 담았다.
고드프리도 먹을 만큼 음식을 담은 후 자리에 와 앉았다. 일단 배가 고팠기 때문에 허리에 차고 있는 안룬트의 단검으로 고기를 잘라 먹고 말린 야채로 만든 스프 등으로 배를 채웠다. 어느 정도 배가 채워지니 영주들은 술잔을 바치려 했다.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영주들이 술잔을 바치러 고드프리에게 다가올 때마다 하난은 도끼 자루를 움켜잡으며 다가오는 사람을 응시하고 그 사람이 물러서면 도끼 자루를 내려놓고 하기를 반복했다.
“그나저나 오크가 꽤 오래 간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군요. 15년 쯤 전에 갈버 마잔 성과 안토니우스 성으로 내려와 분탕질을 하던 것을 국왕 전하와 레나르트 대공 전하께서 군대를 이끌고 와서 토벌하여 오크 7만을 목 베신 이후 이제까지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었는데 말입니다. 다 없애지는 못했지만 이제 이 땅을 넘볼 수 없게 되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결국 이놈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군요. 또다시 수만씩 무리지어 산을 내려오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몇 순배의 잔이 돈 후 분위기가 조금 풀어지자 그 자리에 모인 영주들 중 나이 많은 사람이 가볍게 탄식했다. 영주들은 모두 은근히 이번에는 확실히 오크 족을 토벌해서 그들이 다시 준동하지 못하도록 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었다.
“아참! 다른 것이 아니라 왕자님, 제가 어디에선가 들은 소문에 의하면 말입니다. 이제까지와는 달리 이번 오크의 준동은 요하네스 왕국에서 조종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그것이 옳은 말일지요?”
이때 다소 젊은 영주들 중 한 사람이 이곳에 있는 사람들과는 다른 견해를 내놓았다. 듣고 있던 다른 영주들이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러고 보니 그런 소문이 있었지요.”
“맞습니다. 참으로 해괴한 소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요하네스 놈들은 흑마법에 익숙한 자들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니······.”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로군요.”
여러 영주들이 웅성이며 이야기 하는 것처럼 고드프리 또한 오래전 만드레일 대륙에 루벤과 요하네스 왕국만이 존재했을 때, 요하네스의 마법사들이 흑마법으로 오크들의 정신을 조종해 자쿠림 산맥 내부의 마물들을 모두 전쟁터로 끌어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이것 때문인지는 몰라도 사람들 사이에서는 은근히 오크의 습격이 요하네스 왕국의 사악한 마법사들에 의한 것이라는 소문이 예전부터 돌고 있기는 했다. 그렇지만 이러한 소문은 최근 들어 더욱 사람들 사이에 퍼지고 있는 것 같았다.
“흐음, 본인도 잘 모르겠소. 언제 기회가 되면 요하네스에 가서 물어봐 드리겠소이다.”
“핫핫핫핫핫!”
고드프리는 농담으로 말한 것이 아니지만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농담으로 들린 것인지 다들 크게 웃기만 했다. 고드프리는 잠시 무안해 졌지만 사람들과 건배를 하면서 전쟁 준비나 자신을 대접하는데 고생들이 많다며 모두를 위로해 주었다.
“하핫! 별 말씀을 다하십니다. 악의 무리인 오크를 처단하기 위한 일인데 모두들 최선을 다해야지요.”
영주들은 웃고 있지만 고드프리는 모두들 전쟁 준비 때문에 빠듯해 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손뼉을 두 번 치니 람피노가 큼직한 구리빛 쟁반 위에 영주들의 숫자만큼 금화를 담은 작은 가죽주머니를 담아왔다.
“약소한 금액이지만 모두들 받아 두도록 하세요.”
고드프리가 호의를 베푸니 귀족들 모두 가죽 주머니에 담긴 금화를 보고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다. 고드프리는 빙긋 웃으면서 좋은 말로 사람들을 다독여 준 뒤 다시 잔을 들어 모두의 의지를 북돋워 주었다.
연회가 끝나고 사람들은 모두 돌아갔다. 고드프리는 연회 내내 고생만 한 하난에게 푸짐한 음식을 내린 뒤, 숙소에 들어가 갑옷을 벗고 몸에 걸치고 다니는 짐승 가죽 덧옷을 담요 삼아 자리에 누웠다.
“주군!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손님? 들어오시라고 해라.”
바로 이때 막사 밖을 지키는 딘지스가 손님이 찾아왔음을 알렸다. 피곤함 때문에 굉장히 귀찮았지만 그렇다고 피할 이유는 없었다. 잠시 막사의 출입구가 열리고 한 아리따운 처녀가 안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로 찾아오셨소?”
고드프리는 처녀가 자신을 찾아온 이유를 짐작하고 있었지만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촛불 때문인지 몰라도 굉장히 아름답게 보이는 처녀는 우아하게 미소를 지으며 살포시 인사를 올렸다.
“오늘 밤 왕자님을 시중들어 드리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꽤나 좋은 집안의 여식인지 목소리도 꽤나 고왔다. 고드프리가 잠시 처녀를 바라보고 있자니 처녀는 곧 입고 있던 옷을 벗으려 했다. 고드프리는 왼손을 들어 상대의 움직임을 가로막은 뒤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은 생각이 없음을 강조했다.
“매춘부가 되기에는 너무 기품 있는 얼굴이군. 나가보게.”
고드프리가 거절하니 처녀는 옷을 벗는 것을 멈추고는 다시 우아하게 인사를 한 뒤 막사 밖으로 빠져 나갔다. 고드프리는 조금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사실 당장은 피곤하기 때문에 그냥 편하게 잠을 자두고 싶었다. 단지 그것뿐이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잠자리에서 일어선 고드프리는 솜을 누벼 만든 가죽 갑옷만 입고 밖으로 나왔다. 밖에는 제법 많은 눈이 쌓여 있었다. 고드프리는 머리를 한번 긁적인 후 눈이 내리는 와중에서도 밤새 막사를 지켜준 병사들을 다독여 주었다.
-뽀드득~ 뽀드득~-
가죽 신발에 와 닿는 눈을 밟는 소리가 귀를 간질이는 것이 느낌이 아주 좋았다. 몇 발자국 걷다보니 막사를 막 나섰을 때와는 달리 은근히 추워졌지만 처음 나온 차림 그대로 근처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아직 시간이 이르지만 노예들은 일어나 말을 돌보고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고드프리는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자신의 전투마와 승용마들을 둘러보며 직접 말의 털을 골라 주고 물도 먹이고 먹이 주머니를 걸어 주어 사료를 먹게 했다.
‘제길~ 가야 할 길이 아직도 많이 남았구나.’
어느새 다들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떠날 갖췄다. 영주들과 아침 식사를 마친 고드프리는 모든 준비가 끝나자 스스로도 갑옷을 갖춰 입고 무장을 한 뒤 그 위에 짐승 가죽 덧옷을 입었다.
“그럼 후한 대접 잊지 않고 가보겠습니다. 모두들 신의 가호가 있으시길 빕니다.”
“왕자님께도 신의 가호가 있기를 빌겠습니다.”
고드프리는 가죽 마갑을 씌운 승용마에 오르며 자신을 환대해준 영주들에게 깊이 감사했다. 영주들은 입을 모아 틀에 박힌 수사로 고드프리의 무운을 빌었다. 고드프리도 의례적으로 감사의 말을 건넨 뒤 부대를 출발시켰다.
눈이 내린 뒤에 다행히도 날씨가 따뜻해져서 쌓여 있던 눈은 정오 쯤 되니 거의 녹아 없어졌다. 하지만 오후가 되어 날씨가 굉장히 따뜻해지니 도로는 금새 진흙탕이 되었다. 걷기 무척 힘이 들었다.
“도로가 이렇기 때문에 야영을 하지 않는다. 더욱이 가야 할 길이 멀기 때문에 점심은 미리 지어 놓은 마른 음식으로 말 위에서 해결하도록 한다.”
고드프리는 다시 진흙탕에 내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을 재촉했다.
“안토니우스 성이 보입니다!!”
길잡이가 예상했던 시간대로 고드프리 일행은 정오 쯤 안토니우스 성의 동쪽에 모습을 나타냈다. 앞쪽에는 미리 전령을 보내 자신의 도착을 안토니우스 성에 알린 덕분에 페르노 공작 마크 페스터의 수하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먼길 오시느라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소관의 주군께서도 자이어스 공작님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저희가 모시겠습니다.”
마크의 수하들은 정중하게 고드프리 일행을 안내했다. 고드프리는 고맙다고 대답하면서 마중 나온 사람들 중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기사와 함께 말머리를 나란히 하며 안토니우스 성 쪽으로 향했다.
“아참! 요즘 전쟁 준비가 많이 되고 있소? 이 몸이 오기는 했지만 너무 늦게 오지 않았는지 걱정이 되는 구려.”
“옛!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고드프리가 미안해 하니 마크의 기사는 정색을 하며 현재 대군의 집결이 거의 끝난 상황이고 4일 뒤 갈버 마잔 성 쪽으로 전군이 출정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기사는 잠시 눈치를 보더니 이 기회에 오크를 아예 멸족시키고 싶다는 자신의 의지를 내보였다.
“하핫! 그놈들도 뿌리가 깊은 족속들이니 쉽지는 않겠지만 이번에 크게 혼쭐을 내버리면 향후 10년은 조용해 질 것이오.”
고드프리는 기사를 다독여 주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서로의 신분 차이가 매우 크기 때문에 불행히도 상대는 고드프리를 어렵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길게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다.
어느덧 안토니우스 성에 도착한 고드프리는 수하들에게 지시를 내려 일단 이끌고 온 군대를 정해진 위치로 이동시켜 주둔할 것을 지시하고 스스로는 하난, 딘지스, 람피노를 거느리고 안토니우스 성 안으로 들어섰다.
군대가 이리저리 자리하고 있는 바깥쪽과는 달리 성 안쪽은 평온했다. 안토니우스 성의 시가는 거의 모든 부분의 도로가 일정한 크기로 자른 돌로 포장되어 있었고, 도로 좌우로 많은 비용을 투자해 헤이드 강까지 이어진 배수로를 통해 언제나 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은 올해를 포함한다면 21년째 계속되고 있는 마크의 안정되고 지속적인 치세의 결과였다. 고드프리는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활기차게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쳐 안토니우스 성의 성주관으로 향했다. 말을 매어두는 곳에 도착하니 마크의 시종이 미리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고드프리 왕자님. 어서 오십시오.”
시종이 인사를 올리니 고드프리는 크게 웃으면서 말에서 내렸다. 시종은 마크가 오래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다며 안으로 안내했다. 고드프리는 고개를 끄덕인 뒤 수하들과 더불어 성주관 안으로 들어섰다.
“어서 오십시오. 왕자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여러 곳을 지나 접견실로 들어서니 그 앞에는 마크의 사위인 비토 아이젠버그 후작이 고드프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젠버그 후작이 정중히 예를 갖추자 고드프리도 마주 인사를 해 준 뒤 마크의 손자 지그문트의 안부를 물었다.
“지그문트는 잘 지내는지요? 올해 8살이던가요?”
고드프리가 질문을 건네니 아이젠버그 후작은 본격적으로 기사로서의 수업을 시작하고 있음을 털어 놓았다. 고드프리는 놀라워하면서도 반드시 훌륭한 기사가 될 수 있을 것임을 확신했다. 고드프리의 칭찬에 아이젠버그 후작은 멋쩍어 했다.
“하핫! 좋은 기사가 되어야지요.”
두 사람은 곧 접견실 안으로 들어섰다. 고드프리는 마크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을 맞아주는 것을 보고 정중히 예를 올렸다. 마크는 고드프리의 손을 잡아 주면서 먼 길 오느라 수고 했다며 크게 다독였다.
“작은 조부님께서 큰일을 하시겠다고 하는데 제가 어찌 가만히 있겠습니까? 미력한 힘이지만 도움을 드리고 싶어 찾아왔습니다.”
“하핫! 고맙구나. 그러고 보니 이제 너의 덩치가 형님 전하나 레나르트 대공하고 비슷하겠구나.”
고드프리가 차분히 대답하니 마크는 크게 웃으며 키가 굉장히 커지고 더욱 의젓해 졌음을 강조했다. 고드프리는 18세까지는 키가 많이 커졌지만 그 이후는 그냥 그대로 멈췄다고 대답했다.
“그렇군. 어쨌든 간에 먼 길을 와줘서 고맙다. 이제 곧 출병을 할 예정인데 우리는 함께 가도록 하자꾸나. 물론 그전에 같이 한잔 들도록 하자. 연회를 준비해 두었다. 이끌고 온 기병들에게는 이미 푸짐하게 술과 고기를 내려 주도록 조치해 두었으니 우리 두 사람은 안심하고 들어가도록 하자. 전쟁에 관해서 의논할 것도 있고 이것저것 할 이야기도 많구나. 더욱이 이 루벤 왕실을 이어 받을 발타자르와 클라우드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보고 말이야. 아참! 듣고 보니 셋째를 가졌다고 하는데······. 그 아이도 아들이었으면 좋겠구나.”
고드프리는 머쓱하게 웃으면서 둘째 클라우드는 7, 8세 정도 되면 랑스 대공국으로 보내야 하니 기분이 좋지 않음을 드러냈다. 마크는 크게 웃으면서 고드프리에게 클라우드가 랑스 대공 작위를 이어 받게 될 것임을 강조했다.
“에휴······. 얼마 지나면 랑스 대공국으로 가게 되어 제 손을 떠날 아이입니다.”
“그것은 클라우드와 카비 왕가의 미래를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다. 클라우드는 랑스 대공의 작위를 이어 받게 될 것이고 랑스 대공국의 수장이 될 것이야. 이렇게 된다면 클라우드를 위해서 더 좋은 아니겠니? 언젠가 고드프리 너도 왕위를 이어 받겠지. 이때 클라우드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마크가 다독여 주니 고드프리는 빙긋 웃기만 했다. 두 사람은 나란히 서서 연회가 마련된 식당 안쪽으로 들어섰다. 연회장 안에는 마크의 아내 피리네와 외동딸 캐서린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피리네와 캐서린이 정중히 예를 올리자 고드프리 또한 정중히 받아 주면서 캐서린 옆에 서서 빙긋 웃고 있다가 고개를 숙이는 굉장히 귀여운 소년으로 시선을 돌렸다. 바로 지그문트였다. 고드프리는 지그문트의 앞에 무릎을 숙여 앉으며 뺨에 입을 맞췄다.
“많이 자랐군요. 지그문트.”
“지금은 아직 소년이지만 정식으로 기사 서임을 받게 된다면 왕자님께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등 뒤에 서 있던 아이젠버그 후작이 기회를 보았는지 시기적절하게 지그문트를 칭찬했다. 고드프리는 기대하고 있겠다고 대답했다. 이때 모두의 관심을 받게 된 지그문트는 매우 낭랑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자이어스 공작님께 선물이 있습니다.”
“제게 선물을요? 어떤 것일까요?”
고드프리는 장난스레 물었다. 지그문트는 고드프리에게 자신을 따라와 줄 것을 부탁했다. 고드프리는 기꺼이 지그문트의 뒤를 따라 나갔다. 밖으로 나가니 안뜰에 안장을 씌우지 않은 품종이 좋아 보이는 전투마 5필이 서 있었다.
“저것을 자이어스 공작님께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이번 오크를 물리치는 원정에 큰 공훈을 세워 주십시오.”
전투마 5필을 보게 되니 고드프리는 크게 놀랐다. 지그문트에게 깊이 감사하며 반드시 승리하겠음을 강조하니 함께 따라 나온 사람들 모두 크게 기뻐했다. 짐작해 보건데 타의에 의한 행동이겠지만 지금 지그문트의 침착함이 놀랍기도 했고 마음에 들었다.
모두들 다시 연회장으로 들어와 자리를 정해 앉은 후 차려진 음식을 먹고 마셨다. 어느 정도 먹고 마시니 서로들 대화를 이어갔다. 캐서린을 신경써주며 음식을 먹고 있던 아이젠버그 후작은 갑자기 오크 문제를 꺼내 들었다.
“듣자하니 이번 오크의 출현이 요하네스 왕국의 조종에 의한 것이라고 하는 소문을 들으셨는지요? 만드레일 대륙의 다른 부분이 이제 안정기로 접어들게 되니 위기를 느낀 그들이 만드레일 대륙에 대한 분열을 다시금 획책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 소문이 사실이든 아니든 이번 원정에 오크놈들의 뿌리를 뽑아야 합니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 모두 근본적인 원인을 뿌리 뽑지 않는 이상 이런 식으로 오크가 다시 산을 내려올 것이며 루벤 내부가 크게 혼란에 빠지게 되는 것을 우려했다. 특히 요하네스 왕국은 이교도들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의심을 더했다.
“이번 오크 원정이 끝나게 된다면 요하네스 왕국을 아예 만드레일 대륙에서 지워버리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 사이의 사소한 분쟁은 끝나지 않겠지만······. 수만에서 수십만 명씩 군대가 동원되어 대규모로 전쟁이 벌어지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 모두 한마디씩 했지만 결론은 이것이었다. 엠마뉴엘 볼크 황제 때문에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전쟁터로 나왔고 5년 전 볼드윈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도 6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전쟁터로 끌려 나갔다.
또한 레나르트의 토벤 보직 왕도 60만 명이 넘는 병사들을 끌어들여 전쟁을 벌였다. 그리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고드프리는 쓴웃음을 지으며 많은 희생을 통해 얻어진 지금의 평화를 지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했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벌이는 전쟁이라······.’
서로 맞지 않는 생각이 들어 씁쓸한 기분이 들었지만, 당장은 작은 조부의 가족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자신의 두 아들 발타자르와 클라우드에 대해서 몹시 궁금해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차분하게 풀어 주었다.
연회가 끝난 뒤 고드프리는 성주관 밖에 있는 큼직한 관사를 숙소로 배정 받았다. 딘지스를 내보내 성 밖에 주둔하고 있는 기병대를 찾아가 주요 인사들과 노예들을 성안으로 불러들일 것을 지시했다.
딘지스가 말을 타고 성 밖으로 나가고 고드프리는 자신에게 선물로 내려진 전투마 5필을 직접 돌봐 주었다. 잠시 기다리고 있잖으니 성 밖에 주둔하고 있던 주요 수하들과 개인 짐을 실은 마차, 자신의 노예, 몇 사람의 기병이 관사로 찾아왔다.
고드프리는 마크가 자신에게 내려준 전투마를 구경시켜 주었다. 모두가 감탄하니 그 자리에서 마이클 타운리, 레이먼드 위트포트, 로버트 오시안에게 각각 한필씩 내려 주었다. 세 사람은 전투마를 받고 몹시 기뻐했다.
“감사합니다. 주군!”
“잘 타겠습니다.”
“너무 좋은 선물입니다.”
세 사람 모두 고드프리에게 감사했다. 고드프리는 사람들에게 숙소를 정해 쉬게 한 뒤 스스로도 노예들에게 지시해 목욕물을 데워와 몸을 씻고 간만에 지붕이 있는 따뜻한 실내에서 곤히 잠에 빠졌다.
다음날 아침, 고드프리는 마크로부터 3일 뒤 자신의 친위대와 함께 주력 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헤이드 강의 다리로 출병할 것이니 준비해둘 것을 통고 받았다. 고드프리는 관사에서 머물다가 날이 조금 풀리자 딘지스와 람피노를 거느리고 시내 구경을 나섰다.
“한번 구경이나 가보세!”
비록 안정된 곳이라고는 해도 강도를 비롯해 이런저런 습격을 받을 수 있으니 외출하는 사람들 모두 갑옷과 무기를 착용했다. 예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고드프리는 굳이 것처럼 남의 눈에 띌 수 있는 가문의 무장이 드러난 표식을 하지는 않았다.
그냥 단지 평범한 전사처럼 사슬 갑옷을 겉에 입고 허리에는 발라미르를 패용한 다음 늘 갖고 다니는 잡낭과 물통을 집어 들어 가죽끈을 목에 걸었다. 딘지스는 고드프리와 비슷하게 사슬 갑옷을 착용했지만 람피노는 왕가의 문장이 새겨진 가죽 갑옷을 입고 그 위에 두꺼운 천으로 만든 망토를 두른 상태로 고드프리를 따라 나섰다.
모두들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시장으로 향했다. 시장은 마크의 안정된 치세를 증명해 주듯 물건을 파는 사람들도 많았고 물건을 구입하거나 구경하기 위해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매우 많았다.
시장에는 레나르트 대공국에서 실어온 소금에 잔뜩 절인 염장 생선도 팔고 있고 머나먼 랑스 대공국에서 이곳까지 팔려온 소금들이 판매되고 있었다. 고드프리는 람피노에게 출발하기 전 소금을 조금 더 구입할 것을 지시했다.
“알겠습니다. 주군!”
람피노가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하니 고드프리는 빙긋 웃은 뒤 안을 둘러보다가 그냥 길거리에서 파는 빵과 스프로 점심을 해결했다. 실컷 음식을 먹고 동전으로 대가를 지불한 후 자리에서 일어서려니 갑자기 한쪽이 소란스러웠다.
-콰장창!!!-
“······무슨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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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의 시작입니다…
뭐…한 200편 요쪽조쪽일 거라고 하네요…^_^;;
즉, 올해 내에 완결 예정이라는 것이지요…
오늘도 한 편 올립니다…Next-01…
새로운 시작입니다…^_=;
●‘i우천i’님…오늘부터 3부 끝…4부 시작입니다…^_=; 4부는 라스가 집권한 후의 5년 뒤의 일이죠…뭐…라스의 세상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랍니다…^0^;
●‘zeple’님…고드프리 이 녀석…3부 말에서 갖고 있던 인재들을 그대로 갖고 4부로 넘어왔습니다…하지만 뭐 이 멤버로 끝까지 가지는 않겠죠…^0^;
●‘[록]’님…으헷…4부는 1, 2, 3부에 비하면 좀 시들할 것입니다…물론 후반은 또 규모가 커지겠지만요…당장은…라스의 집권후 5년 뒤의 일이랍니다…
●‘쭈쭈바’님…울(UII)블레이드, 파괴신의 검, 붉은 이리 모두 라스 일가가 차지했지요…그 중 2자루를 나이젤이 갖고 있답니다…^_^;
●‘룬마스터’님…맞습니다…알프레드 왕…3부 내내 조드의 포스에 밀렸지만…알고보면 상당한 인물이었다는 것이죠…말씀대로 대국이 경제적으로 소국을 압박하면…정말로 짤탱이가 없지요…에휴…ㅠ0ㅠ;
●‘난누군가’님…4부…라스가 집권 후 5년 뒤의 일이죠…뭐…앞으로 4년 뒤…고드프리가 25세때 4부가 종결될 것이랍니다…^_^;
●‘러딘’님…하핫…계산하기 편하게 그렇게 나이대를 편성했답니다…다만 고드프리와 발타자르의 나이 차이는 17세지요…^_=; 글쿠…클라우드…맞습니다…저 작가넘도 그 이름을 쓰면서 그곳에서 나온 쥔공이 생각났지요…
●‘토하는선생’님…경제는 뭐…어쨌든 간에 발악을 해 봤지만…라스의 조직적인 경제 침탈에는 견딜 수 없었던 것이지요…
●‘호돌스’님…으헷…호돌스님…만세! 어쨌든 간에 고드프리 이놈…4부에서도 스토리 텔러의 자리를 꿰찼답니다…
●‘一生懸命’님…사실 4부는 라스가 죽고 라스의 증손을 스토리 텔러로 하려 했지만…제목에 이름 걸고 있는 라스가 죽는 것도 그렇고, 라스의 증손이 나오면 라스의 나이가 너무 커지기 때문에 그냥 고드프리로 했답니다…
●‘박원균’님…라스의 집권후 고드프리가 대륙 곳곳을 돌아다니는 것은 맞습니다…다만…이름은 거론되지만 나오지 않은 국가와의 전쟁이 나올 것이구요…이런저런 무시무시한 놈들이 많이 나올 것이랍니다…
●‘타에’님…으헷…뭐…저 작가넘…그냥 열심히 부지런히 했지요…^_^; 즐겁게 글을 쓰니…참으로 재미있답니다…^_^; 글쓰는 것이 아예 생활이 되어 버렸거든요…^3^;
●‘엘운디네’님…부비적…허접한 글이지만 계속 보아 주셔서 고맙습니다…엘운디네님…4부에서도 더욱 열심히 하겠습니다…화팅!!
●‘쭈쭈바’님…베르트 이야기는 4부에서 많이 나옵니다…^_^; 으음…구체적인 내용은 본문을 보시면 알 것이구요…글쿠…베르트는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는 않습니다…더욱이 벤자민은 요하네스 인물이 아니라 베르트 쪽 인물이구요. 떡밥은 존 게클도 있답니다…^_^; 요하네스의 숨은 굇수…존 게클 말이죠…물론 고드프리에게는 직접적으로는 존 게클 보다 벤자민이 더 강한 적이랍니다…^_^;
●‘그분이오는중’님…오크…그 쿠불란트 토루인…나올 것입니다…다만…후반부에(?)에 나올 것이기 때문에…초반은 벤자민 팩클러나, 존 게클 놈들이 활약을 한답니다…^_^;
(으흠)
(2차 수정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