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Demons, and Humans - Lars RAW novel - Chapter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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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는데요…소제목은 그냥 이 스타일로 가려구요…^_^;
“······뭐요?”
이제까지 자의반 타의반으로 늘 일행과 섞이지 못하고 혼자만 있다가 갑자기 발레리아가 다가와 말을 건네니 처음에는 반갑기까지 했다. 하지만 자신을 죽일 듯 노려보던 그녀의 눈동자가 떠오르자 이내 그녀에게 돌아간 라스의 대답은 퉁명스러움, 바로 그 자체였다.
“그냥 그렇게 지냈죠.”
라스의 대답에 영 성의가 없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발레리아는 약간 머쓱해 하는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기분 상해하는 것인지 모를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힐끔 시선을 주었던 라스가 모닥불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슬쩍 왼쪽 입가를 들어 올린 후 정말로 궁금해 했던 것을 한꺼번에 물어왔다.
“뭐,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면 상관없지만 말이야. 내가 궁금한 것은 네가 정말로 마녀를 죽였는지 여부고, 또 작년에 보았을 때는 지난번에 브랜트 코날드와 싸울 때처럼 대검을 쓸 줄은 몰랐었던 것 같아서 말이지. 내 기억이 정확하다고 한다면 그 대검은 팔 물건이라고 말했으니까. 갑자기 대검을 쓰는 것부터 시작해서 여러 가지로 보면 궁금한 게 많아······”
질문이 여러 개였지만 라스는 그녀의 물음에 착실히 대답을 해 주었다. 물론 그 어조는 상당히 퉁명스러운 것이어서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상당히 기분이 상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어쨌거나 정말로 마녀를 죽였냐는 질문을 받게 되자 라스는 솔직하게 자신과 아치가 함께 죽여 버렸다고 대답해 준 뒤, 검을 쓰는 법은 마법사인 아치에게 배웠음을 인정했다. 원하는 대답을 듣게 되자 발레리아는 몇 번 고개를 끄덕이다 갑자기 생각 난 듯 자신의 의견을 덧붙였다.
“검술은 하루 이틀에 제대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닌데······검을 모르던 자가 거의 반년 만에 브랜트 코날드와 그렇게 싸우게 되다니 말이야. 뭐, 솔직히 말하자면 그건 검술이 아니라 힘과 무모함으로 상대를 한순간만 밀어 붙였을 뿐이지만 말이지.”
고급 전투 기술을 갖고 있는 발레리아는 지난번에 라스가 브랜트 코날드를 한순간이나마 밀어 붙였던 사실이 가지는 의미를 정확하게 짚어냈다.
처음 듣기에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었지만 두 번 생각해 보니 발레리아가 지금 건네는 말은 다분히 라스를 비하하는 뜻이 다분했다.
그녀의 말뜻을 이해한 라스는 이내 기분이 상하기는 했어도 굳이 매우 뛰어난 검투사의 눈으로 본 부족한 자신의 검투 실력에 대한 평가를 애써 부정하며 쓸데없는 자존심을 챙기려 들지 않았다.
“뭐······제대로 보셨습니다.”
의외로 쉽게 라스가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발레리아의 비아냥을 솔직한 지적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이자 그녀는 라스의 대답을 보고는 예상했던 반응이 아니었는지 일순간 샐쭉해 졌다. 하지만 아예 작정을 하고 왔는지 곧 다른 시비 거리라도 찾으려는 듯 갑자기 깊게 호흡을 하더니 라스에게 어느 정도 검술을 하는지를 물었다.
솔직하게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했으면 발레리아가 귀찮게 물고 늘어지지 않고 그냥 한 번에 모든 것을 넘어가 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라스의 기대가 여지없이 무너진 순간이었다. 게다가 듣고만 있다 보니 발레리아가 자신을 너무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어 불쾌한 기분이 들어 아무렇게나 소리를 지르려 했다. 하지만 가볍게 한숨을 쉰 라스는 상대의 도발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후우······검기는 분명 제가 기사님보다 떨어질 겁니다. 하지만 기사님도 알고 계시겠죠? 실전에서는 화려한 검술같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대를 쓰러뜨릴 수 있는 한 번의 필살기만 있으면 된다는 것을 말입니다.”
물론 이 말은 라스가 생각해 낸 말이 아니라 아치가 들려준 말이기는 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정확하게 발레리아의 오만함을 무너뜨려 귀찮게 말을 거는 그녀의 입을 다물게 해 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고 스스로도 대견한 대답이었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헛~ 그런가?”
라스가 예상했던 대로 발레리아는 일순간 무안한 얼굴이 되었지만 이내 이제까지 라스가 마주치면서 만나 보았던 귀족 특유의 자신감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아치의 설명대로라고 한다면 남을 불쾌하게 만드는 오만한 마음이 가득 찬 모습으로 돌아 왔다.
“그럼 그 필살기를 나한테도 가르쳐 줄 텐가?”
그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승부욕에 가득 차 도발적으로 자꾸 라스를 자극하는 발레리아를 지켜보고 있던 라스는 현실에서 벗어나고픈 생각이 들어 갑자기 어깨를 들썩이며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이! 뭐가 우스워!”
대결을 한 번 해보자고 했는데 라스가 웃음을 터트려 버리자 발레리아는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했는지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발레리아가 목소리를 높이자 그녀의 심기를 건드려 보아야 자신만 불편해 질 것이라는 데 생각이 미치자 라스는 이내 웃음을 거두었다.
“아니요······싸워 봐야 어차피 제가 질 것인데 지금 눈앞에 계신 기사님과는 적으로 만나고 싶지가 않네요.”
한 순간만 물러서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 자신을 너무 낮추고 상대를 높여 주었다는 생각이 들자 썩 잘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당장의 귀찮음을 피하는 일이었다. 물론 발레리아는 이것 또한 자신에 대한 비아냥으로 받아들였는지 라스가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또 화를 내 버렸다.
“뭐라고? 지금······겁이 나서 피하는 거야?”
꽤나 도발적으로 자신과 검술을 겨루고 싶어 안달하는 발레리아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은 라스는 어딘지 모르게 지금 발레리아와 싸우게 된다면 자신이 질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어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맞습니다. 당신이 두렵네요.”
그냥 피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자 상대에게 분노를 느끼는 것도 잠시 이내 귀찮다는 듯 한숨을 곁들이는 라스의 모습을 보게 되자 발레리아는 어이없다는 웃기만 하다가 슬쩍 목소리를 낮추었다.
“어디에서 굴러먹다 온 녀석인지는 모르겠지만······딴 뜻이 있는 날에는 네놈의 목에 칼을 처박아 주겠다.”
그 순간 발레리아가 자신을 이렇게 도발한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차린 라스는 살짝 등골이 오싹해져 왔지만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고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그녀의 말을 받았다.
“뭐······저야 상금을 받았으면 된 것 아니겠어요? 그나저나 저랑 아치를 데려가는 것······지금 하는 일은 기사님의 주군께서 하시는 일인데······지금 주군의 일에 반대를 하시는 겁니까?”
제대로 발언을 했는지는 몰라도 전에 보았던 기사 이야기라는 책에서 읽었던 내용을 그대로 발레리아에게 되돌려 주니, 네깟 놈이 나를 가르치려 드는 것이냐는 불쾌감이 그녀의 얼굴에 순식간에 가득 차 보였다.
라스는 브랜트 코날드나 레이븐 코날드가 사형을 당하기 위해 처형장 위로 끌려 나온 사람들을 바라보는 느낌과 똑같이 자신을 벌레 보듯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얼굴 표정이 뜻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만약에 계속해서 시비를 걸면 화를 벌컥 내어 소리라도 질러야 하겠다고 마음을 먹는 순간, 팽팽히 당겨졌던 상황은 어이없게 끝이 났다.
“뭐, 좋아······주군께서 하시는 일이니 내가 뭐라 할 수 없지. 맞는 말이야.”
기세로 보아서는 앞뒤 가릴 것 없이 최악의 선택도 서슴지 않을 것 같던 발레리아가 의외로 쉽게 납득을 해 버리며 언제 갈기를 세웠냐는 듯 차분한 모습으로 돌아오자 라스는 그녀의 순간적인 표변이 무섭게 생각 되었다. 하지만 누그러진 그녀의 표정과 말투에서 지금 당장은 다행히 별 일 없이 넘어가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발레리아가 떠나고 다시 혼자가 된 라스는 조용히 자신의 앞에 있는 모닥불에 땔감을 몇 개 더 넣으며 기회가 닿으면 재수 없는 발레리아를 혼내 주겠노라고 마음속으로 결심했다.
별다른 큰일 없이 디노 맥시밀리엄 성을 떠난 토벤 보직의 일행은 모건 캄블레스 협곡, 즉 서쪽으로는 자쿠림 산맥의 끝 그리고 동쪽으로는 필립 리고리스 산맥의 남쪽 끝부분 사이에 펼쳐진 거대한 협곡 안으로 들어섰다.
이 모건 캄브레스 협곡 안쪽에 위치한 퀸터 매트 성으로 향하다 보니 문득 지난번 정해진 급료를 받고 산을 내려와 무작정 디노 맥시밀리엄 성을 목표로 잡고 걸었던 때가 생각났다. 정신없이 걷기만 했던 그때와는 달리 다소 느긋하게 걷는 지금, 스쳐지나가는 풍경은 사뭇 다르게 보이고 있었다.
다시 한 참을 걷다 보니 미리 전령을 보내었기 때문인지 퀸터 매트 성에서 마중 나온 일단의 기사와 10여 명의 무장병이 마중 나와 있었고, 토벤 보직은 그들과 즐겁게 인사를 나눈 다음 다시 퀸터 매트 성으로 향하는 귀로를 재촉했다.
큰 무리 없이 퀸터 매트 성에 도착하게 된 라스는 토벤 보직의 손에 이끌려 영주관에 있는 방 하나를 얻어 목욕도 하고 며칠 동안 푹 쉬며 그 동안 오랜 여행에 따른 피로함을 말끔히 씻어 냈다.
하지만 라스는 그 며칠간이 매우 지루하게 느껴졌는데, 그 이유는 같이 온 아치가 매우 바빴기 때문이었다. 퀸터 매트 성에 머무는 동안 북쪽의 현자로 불리 우는 아치는 이곳저곳을 불려 다니며 모두의 존경을 받고 그의 마법과 높은 학력에 대해 경의를 표하는 사람들을 만나며 매우 바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렇지만 함께 따라온 라스는 비록 아치만큼 좋은 대우를 받기는 해도 제법 지체 있는 귀족이라는 분들은 글도 제대로 읽을 줄 모르는 출신도 비천한 천박한 무식쟁이라며 함께 하기 조차 꺼려해 많이 무안해 해야만 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저녁, 어쩔 수 없이 초대된 것이 역력한 저녁 식사를 하러 가니 식당 바닥에 건초가 깔려 있는 것이 제일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위로 수십 명은 족히 앉을 네모지면서도 한쪽 면이 기다란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일단 맨 끝에나마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으려니 잠시 뒤 차례차례 사람들이 들어와 그들이 다 들어오는 내내 일어서 있어야만 했다. 이윽고 테이블의 끝에 가장 지위가 높은 영주가 앉고 그 좌우로 영주의 가족들이 앉으며 차례대로 성 안에서의 지위 높은 사람들이 영주에게서 가장 가까운 쪽으로 각자의 자리를 찾아 앉았다.
“자······다들 모였는가?”
물론 지위가 가장 낮고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는 모두가 알기로 변변찮은 귀족 작위도 없는 라스는 다른 귀족들이 함께 앉는 것조차 꺼려했지만, 토벤 보직의 배려로 가장 끝자리에나마 앉게 되었다.
귀족들이 자신을 싫어 한다는 사실을 단번에 느끼게 된 라스는 표면적으로 그들에게 대항하는 대신 자신의 앞에 놓여 있는 처음 보는 먹음직스러운 음식에 집중해 모든 것을 잊으려 했다. 하지만 그래도 영주가 말을 하는데 고개만 숙이고 있을 수만은 없는 법이어서 되도록 상대방과 눈을 마주치지 않도록 주의하며 눈만을 요리조리 움직여 이곳에 모여 있는 사람들의 면면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영주의 왼쪽에 앉아 있는 영주의 딸에 시선이 갔다. 화려한 옷 위에 금발을 치렁치렁 늘어뜨리고 있는 채 아치를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고 있는 그녀는 바로 작년 여름 디노 맥시밀리엄으로 가는 도중 숲속에서 발레리아와 함께 마주쳤던 그녀였다.
‘맞아! 그 여자다!’
마차를 타고 가다가 숲으로 들어와 소변을 보았던 금발 머리의 아가씨에게 눈이 한번 가니 그녀의 핑크빛으로 빛나던 은밀한 곳과 시원스레 쏟아져 나오던 물줄기의 모습이 바로 눈앞에 있는 것처럼 연달아 떠올랐고, 이내 음식 같은 것은 아무 상관도 없어져 버렸다.
물론 라스도 영주의 딸은 감히 자신 같은 사람이 쳐다보기 힘든 상대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힐끔거리며 쳐다만 볼 뿐, 그녀를 어쩌겠다는 생각 같은 것은 전혀 하지 않았다. 게다가 언제 눈치 챘는지 발레리아가 라스를 똑바로 바라보며 인상을 쓰자 라스는 이내 시선을 딴 곳으로 돌려 버렸다.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쳐도 얻지 못할 아름다운 인형은 그냥 쳐다 볼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영광일 뿐이라는 것을 라스는 매우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라스가 겨우 마음을 다잡고 다시 음식에 정신을 쏟으려 한 순간 더욱 놀라운 사실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처음에는 그냥 무심히 넘겼던 것으로서 퀸터 매트 성의 무관들 중에서 발레리아가 차지하는 위치였다.
라스가 알고 있기로는 귀족 여자라는 존재는 다른 평범한 여자들과는 그 격이 다르지만 그녀들의 역할은 매우 단순하다고 했다. 간단히 말하자면 그녀들은 지체가 높은 귀족이나 돈 많은 부자와 결혼하는 것만을 꿈꾸는 존재라고 정의되어 지는 것이 보통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식과는 달리 여자인데다 나이도 자신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보이는 발레리아는 엄연하게 무관들 중에서 상위 계급을 차지하고 있었고, 겨우 끝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아무의 주목도 받지 못하며 앞에 놓여 있는 음식 접시나 하나씩 비워가고 있는 라스는 자신과 그녀의 차이를 실감하게 되자 마음이 좋지 못했다.
발레리아의 위치 때문에 주눅이 들고 식사 분위기도 겉으로는 대화가 많았지만 자신에게는 일언반구 말이 없는, 아니 아예 눈길조차 주는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음식이 제대로 넘어갈 리가 없었다. 카비 마을에서 가족들과 함께 둘러 앉아 웃고 떠들며 먹던 것과는 달리 너무 엄숙하게 진행된 탓에 너무 긴장해 음식이 목구멍으로 제대로 넘어가는지 조차 모를 것 같을 정도였다.
하지만 엄숙하면서도 제법 긴 식사 시간 동안 라스도 어느덧 분위기에 적응하게 되어 생각할 시간이 많아졌다. 가만히 식사 분위기를 살피고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며 하나씩 따져 비교해 보니, 지금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처럼 대단한 사람들이 넘치고 많은 레나르트 왕국인데 자신과 같은 사람이 있어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 같았다.
스스로 주제를 알아버린 라스는 토벤 보직의 손에 이끌려 프란시스코 성으로 따라가도 좋은 일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론 혼자만의 세계에서 고민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라스와는 달리 아치는 테이블의 중간 정도에 자리가 마련되었고, 식사 시간 동안 내내 모두의 주목을 받았다. 게다가 이런 저런 공부한 것이 많으니 아치는 물 흐르듯 막힘없이 뛰어난 변설로 좌중을 압도했고 늘 분위기를 주도했다.
이런 아치 때문에 더욱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게 된 라스는 자신이 아치 때문에 너무 푸대접을 받는다고 생각해 처음에는 이유 없이 화가 나기도 했지만, 결국 라스는 문득 자신이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다는 사실만을 절실히 느낄 뿐이었다.
식사 시간 내내 가졌던 어색함이 갑자기 불쾌한 기분으로 바뀌게 되자 라스는 마지못해 식사 초대를 받아 나오기는 했어도 이런 저런 따지는 것들이 많고 아무도 자신에게 말을 건네주지 않는 이런 곳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숨을 막아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특히 라스가 당황했던 일은 와인 때문에 벌어졌다. 평소 와인 같은 것과는 거리가 멀었던 라스는 이곳 퀸터 매트 성의 저녁 식사 메뉴로 나온 와인을 잔에 받아들게 되자 순간적으로 당황해야 했다. 라스는 잔에 담긴 진한 붉은 색의 포도주를 처음 보고 처음에는 핏물인 줄 알고 당황했던 것이다. 그동안 카비 마을에서 어른들을 통해 몰래 조금씩 맛보았던 독한 냄새가 나는 증류주와는 달리 은은한 향이 포도를 원료로 해서 만든 와인이라는 술을 처음으로 접하게 되니 신기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 술이 식사에 곁들여 마시는 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라스는 카비 마을에서 여러 사람들이 마셨던 것처럼 잔을 집어 들고는 단숨에 마셔 버렸다. 마을 어른들이 증류주를 마시는 것처럼 단숨에 와인을 마시고 나니, 처음 먹어보는 종류의 술이지만 그래도 술이라고 마시면 약간 목이 칼칼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증류주 보다는 맛도 순하고 향기도 좋으니 물 대신 마셔도 좋을 것 같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라스는 이내 모든 사람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훗······”
“어머, 입도 크셔라.”
다른 것도 아니고 와인을 벌컥벌컥 물처럼 마신 것으로 모두의 주목을 받게 된 라스는 다른 사람들이 모두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역시 천민은 기본적인 예의범절도 할 줄 모르는 무식한 것이라고 비아냥거리기 시작함을 느껴 얼굴이 달아 올랐다.
다행히 옆에 앉아 있던 남자가 작은 목소리로 친절하게 와인 마시는 법을 가르쳐 주고 아치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무어라 이야기를 해 무사히 넘어가게 되었지만 라스의 기분은 이미 상할 대로 상한 후 였다.
‘쳇! 그깟 술 한 잔 먹는데 까다롭기는!’
하지만 역시나 라스를 힐끔거리며 바라보면서 모두 약간 웃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는 그들의 생각은 처음과 달라지지 않은 것이 뻔했다. 단지 북쪽의 현자라 불리는 아치의 일행이라고 하니 그의 얼굴을 보아 그냥 참고 있는 것이 라스의 눈에도 보일 지경이었다. 단지 무표정한 얼굴을 유지한 채 말없이 앉아 있는 발레리아와 미안한 듯 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치만이 그들과 다른 것 같았다. 아니, 아치는 그렇다고 칠 수 있지만 시선조차 주지 않는 발레리아는 속으로 자신을 비웃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다시 아치가 재미있는 말을 했는지 식당안은 금새 활기찬 웃음소리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아치가 무어라 이야기를 해 분위기가 좋아지고, 처음 느꼈던 무안함이 차츰 사라지자 라스는 차츰 안정을 되찾았다. 물론 여전히 그에게 관심을 두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 덕분에 라스는 그들이 하는 양을 천천히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뭐야? 가만히 보니 별 것 아닌 것 같은데?’
잠깐이나마 살펴보니 기사의 예절이나 귀족의 법도 같은 것은 자꾸 접하고 자세히 살펴보면 충분히 익힐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그러는 동안 계속 무시, 아니 멸시를 당하겠지만 그것은 참으면 그만이었다.
조금 전에 배운 대로 와인을 조금씩 홀짝이다 보니, 계속해서 이들과 지낸다면 자신도 이들과 같아질지도 모른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라스는 미소를 지었다.
······물론 이것이 술기운 때문에 생긴 객기였다는 것을 라스는 다음날 아침이 되어 술이 완전히 깨고 나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아주 잠깐 동안 생겼던 쓸데없는 자신감이 눈 녹듯이 사라지자, 라스는 지금 자신은 자신의 몸에 맞지 않는 물을 먹으려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참을 생각을 해 보아도 자신의 몸에 맞지 않는 계속 먹게 되면 결국에는 자신만 병에 걸려 죽게 될 것이 분명해 보였다. 조금만 길게 생각을 해 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이었는데 깨닫는데 시간이 걸렸다며 라스는 스스로 머리를 쥐어박았다.
불쾌한 기분을 접고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본 끝에 이곳을 떠나야 하겠다는 생각만이 남게 되었다. 하지만 막상 떠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그동안 나름대로 잘 대해주고 무엇보다 대단찮은 일 때문에 은화 150개까지 내려준 토벤 보직에게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
아치에게 조언을 구해 보려 했지만 아치는 이 사람 저 사람을 만나고 있던 탓에 라스에게 예전처럼 시간을 내어줄 수 없었다. 결국 혼자가 된 라스는 무작정 토벤 보직을 찾아가기 보다는 갑자기 떠나는 자신을 변명하기 위해 몇 번이고 앞뒤 말을 맞추어 보았다.
오랜 시간 동안의 고심 끝에 어느 정도 앞뒤 말이 맞고 스스로 납득할 정도가 되자 라스는 다음 기회를 보아 토벤 보직을 찾아가 대단찮은 일을 가지고 감사하게도 은화 150개를 내려 주었으니 자신은 이만 만족하고 그 돈을 가지고 조용히 시골로 물러나 농사나 짓고 사냥이나 하며 살게 해달라고 간청하려 했다.
사실 지금 이렇게 떠나려 결정하게 된 라스의 마음은 식사 시간 때 느꼈던 분함만이 아니라 거북하게 프란시스코 성으로 따라 가는 것에 심한 부담감 때문이었다. 어찌 될지 모르는 불안한 길을 가는 대신 이제 자신에게 맡겨진 임무대로 충분히 돌아볼 만큼 루벤 내부를 돌아보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이정도면 루드비히가 내려준 임무를 충분히 수행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였다.
특히 북쪽 레이븐 코날드의 일은 자신이 직접 겪었으니 그 일을 보고하면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는 완수될 것으로 여겼다. 여러번 생각해 보아도 스스로 생각하기에 주어진 임무를 나름대로 끝마쳤으니 이제는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루벤으로 돌아가 루드비히를 만나고 고향으로 돌아갈 요량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늘 라스를 만나 주던 토벤 보직이 떠나고 싶어 하는 라스의 속마음을 알아차린 것인지 그가 만나러 갈 때 마다 몹시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 다시 프란시스코 성으로 떠날 때까지 라스를 만나주지 않았다.
물론 바쁘다는 핑계로 라스를 푸대접 한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좋은 음식을 내어 주고 아울러 좋은 옷을 몇 벌과 함께 그가 가지고 있던 사슬 갑옷과 가죽 갑옷을 새것처럼 수리해 주니, 라스는 떠날 기회를 제대로 찾지 못했고 결국 라스는 프란시스코 성으로 향하는 일행에 합류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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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허…코 꿰인 듯…
그나저나…식사시간에 무슨 이벤트가 있을 것이라 기대는 마세요…저들 입장에서 보면 라스는 동물원 원숭이 정도 밖에는 되지 않으니까요…
그나저나…저는 저렇게 밥을 먹으면 꼭 체하던데…쿨럭~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Next-78…
비가 참 지겹게도 내리네요…~3~;
●‘하얀백작’님…으음…어차피 라스의 인생은 쥔공이기 때문에 명성과…부와…지위와…그리고 그 명성과 부 그리고 지위를 보고 달라붙는 여자들 때문에 고생하는 그런 인생이 될 것이랍니다…^_^; 당연히 라스 넘이 고생해서 퀘스트 깨면…여자들이 붙게 되어 있지요…냐핫…
●‘아텐하라’님…라스 넘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이 시대 사람들의 영웅이 되기 위한 필수 조건…바로 승마 기술이 전혀 없다는데 있답니다…이제 전투 기술과 함께 승마 기술만 갖춘다면…라스 넘을 당해낼 놈이 별로 없을 텐데 말이죠…음…
●‘호박의정령’님…얼른 라스 넘이 출세를 해서 지위와 명성 그리고 부를 얻도록 기원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바로 라스 넘이 출세를 하게 되면 여자야 알아서 달라 붙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누구를 먼저 잡수실까 고심하는 라스가 될 테니 말이죠…~3~;
●‘마적’님…으음…하지만 모든 여자가 다 라스 꺼라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문제는 라스 녀석이…평민이라는 것이죠…~3~; 신분제 사회에서 이 근본적인 한계는 쉽게 극복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그래도 영웅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요…
●‘damian7’님..이제 폭렙을 두 번 한 라스는 호거아 수준의 무력 빼고 나머지는 전부 안구에 습기차는 상태에서 이제는 조인 수준의 어마어마한 싸움꾼으로 변하게 되었답니다…라스 넘…바로 이제 쥔공으로서 출세 길을 달리는 중이구요…므흐흣…
●‘slimeball’님…아치는 북쪽의 현자로…어마어마한 사람입니다…이 시대 마법사들이 1서클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것이 보통이고 간단한 마나에 대한 이해도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아치 정도의 마법사는 현자도 부족하지요…음…
●‘Hyperion’님…으음…라스 넘과 발레리아 양과의 만남은 심상치가 않지요…소변 보는 것을 보고 산위에서 탈영병으로 죽을 뻔 하고…뭐…이런 질긴 인연의 끈은 바로 발레리아가 보통 캐릭터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랍니다…
●‘블래스터’님…으음…어쨌든 간에 오늘은 비가 좀 얌전하게 내렸으면 합니다…폭풍우가 몰아치고 흔들리면…저 작가넘네는 지대가 조금 높은 곳에 있어서 다소 불안하답니다…Y_Y; 우에에엥…
●‘가연을이’님…으음…많은 캐릭터들이 죽기는 할 것입니다…그나저나 이제 라스 넘…지금 집에 돌아가 봐야 그냥 이름 조금 있는 칼잡이 수준 밖에는 되지 못합니다…지휘관이 되고…공이 되려면 조금 더 고생을 해야지요…~_^;;
●‘스킬팝’님…음…어제…MBC에서 저 작가넘이 진실 혹은 거짓 이라는 프로그램을 늘 시청하는데…3, 4위전 때문에 프로그램이 취소되어서…짜증이 나더라구요…ㅠ0ㅠ; 글쿠…울 나라도 땅덩이 좁기는 하지만…의외로 넓기도 하답니다…의외로 말이죠…음흠…
●‘산을미는강’님…에궁…비가 갑자기 마구 쏟아졌다가 그만 두었다가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간에…너무 짜증이 마구 나는 군요…집안이 눅눅해 지기도 하고 땀이 잘 마르지 않으니 끈적이기도 하구요…쭈압…쭈압…
●‘英雄’님…으음…발레리아는…소위 다른 판타지에서 나오는 최강의 기사랍니다…만드레일 대륙에서 발레리아를 당해낼 사람은 없답니다…물론 힘은 여자라는 한계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보통 건장한 남자 병사 보다 힘이 약할 수도 있지만 총합적으로 따지면…무력 100이랍니다…^_^; 글쿠 처음부터 렙 99 만렙이구요…
●‘soulschaos’님…으음…라스 넘…렙 99짜리 만렙이 옆에서 도와준 탓에 폭렙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랍니다…냐하하하하핫…라스 녀석…그러고 보면 늘 고렙이 옆에서 상대를 마구 잡아 주면…마지막이 숨통을 끊어서 경험치 스틸을…~3~;;
●‘지옹’님…으음…파괴신의 검에 대한 내력은 뭐 요하네스 왕국에서 레나르트의 독립 전쟁이 일어날 때 현재 디노 맥시밀리엄 성의 잘탄 부족의 수장이 사용하던 검으로 레나르트 북쪽 지방의 영웅이 쓰던 검이랍니다…만드레일 3대 마법검 중 하나구요…^_^;
●‘B612’님…뭐…이제는 새로운 퀘스트를 받기 전에…그 있잖습니까? 지독하게 많이 나오는…대화들 말이죠…물론 처음 깨는 것으로 대화를 스킵해 버릴 수 없으니…빨리 지나기기 버튼을 누르고 있는 중이랍니다…
●‘룬마스터’님…뭐 어쨌든 간에 임요한 수준의 최강 브랜트 코날드가 비슷한 수준의 유저와 피터지게 싸우다가 중 3학생인 라스 넘에게 빈집털이 당해 gg 친 것이나 마찬가지랍니다…물론 숨통을 끊은 것은 라스니…경험치와 명성은 몽땅 라스넘이 갖고 가는 것이지만요…음…
●‘우유동자’님…으음…발레리아와 라스의 관계는 뭐…그나저나 라스 넘 아치와 헤어진 것이 아니라 함께 가는 중입니다…지금은…아치가 토벤 보직 하세 같은 사람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고 있고 라스 넘은 브랜트 코날드를 죽여 버린 괴물로 인식되어…사람들이 꺼려하는 왕따 녀석이 되어 있는 중이구요..~_^;;
●‘흑마법사닉’님…으허허허…라스 녀석과 발레리아의 관계라…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발레리아는 라스 넘이 넘을 수 없는 3차원의 벽이랍니다…뭐…이것은 다른 캐릭터 들도 마찬가지이지만 말이죠…으허허허허…
에궁..모든 독자분들 태풍에 큰 피해 없으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