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Demons, and Humans - Lars RAW novel - Chapter 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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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제목…쩝…그냥 끝까지 이대로 가는 것입니다…
일단 안실 성에 자리를 잡은 고드프리는 싸우게 될 것이 뻔한 라흐만 백작 알의 준비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계속해서 사람을 보냈다. 그러는 한편 본격적으로 람피노가 보내온 곡식과 군수품이 안실 성에 속속 도착했다.
“이 보급품이 승패를 좌우할 것이다. 소중히 보관케 하라.”
마이클 타운리가 보급품을 성 내부의 창고에 나누어 보관하고 있는 사이 고드프리는 레이먼드 위트포트의 무덤을 참배했다. 그 사이 무성하게 자라있는 풀을 직접 손으로 뜯어내며 고드프리는 준비해간 술을 부어준 뒤 다시 안실 성으로 돌아왔다.
5일 정도 안실 성에서 머물고 있으려니 두 겹으로 겹쳐진 종이를 통해서 나탈리아가 직접 고드프리에게 엘버트 델 성으로 진격해 나갈 것을 재촉했다. 며칠 뒤 전령을 통해 똑같은 지시를 받게 되자 고드프리는 2일의 시간을 주고 출전 준비를 지시했다.
“주군! 차라리 안실 성에 있는 용병들로 출전을 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출전 준비가 지시되자 마이클 타운리가 찾아와 걱정을 했다. 고드프리가 안실 성을 마이클 타운리에게 넘겨주고 갔을 때 용병 8천 명을 남겨 두었지만, 이후 전투에서 사망한 사람과 귀향을 원하는 사람들 때문에 많은 수가 이곳을 떠난 상태다.
이후 이곳으로 몰려든 사람들과 새로 얻은 영토에서 병사를 뽑아 받아 5천 명 수준의 병사들을 유지하고 있고, 이들은 고드프리가 거느리고 있는 신병들 보다는 무장 및 훈련 상태도 양호했다.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기는 했지만 고드프리는 묵묵히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자네의 제안은 고맙지만그 병력은 만일의 사태를 위해 남겨둬야 하네. 더욱이 자네가 보급 부대의 운용을 맡게 되었으니 그 병력을 함부로 움직일 수는 없네.”
“그러면 차라리 제가 전장에 나서겠습니다.”
바로 이때 마이클 타운리는 자신이 고드프리를 대신하여 군사들을 이끌고 엘버트 델 성의 북쪽으로 진격해 나가겠다고 나섰다. 듣고 있던 고드프리는 자신이 직접 진격해 나가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미안한 말이지만 기분 상해하지 말게. 자네보다는 이 몸이 직접 가야만 베르트 왕국에서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여줄 것이네. 어차피 정보에 의하면 라흐만 백작의 휘하에는 정규병이 얼마 남아있지 않으니 내가 이끌고 온 병사들만으로도 충분히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이네. 자네가 보급 유지만 제대로 해준다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네. 자네의 마음은 고맙게 받겠네.”
고드프리가 차분한 목소리로 위로를 해주자 마이클 타운리는 한숨을 내쉬면서 나직이 자신 같은 사람이야 얼마든지 죽어도 문제가 없지만 루벤의 왕자 고드프리는 죽어서는 안 된다며 다시 한 번 생각해 줄 것을 권했다.
“그 마음은 고맙네. 이렇게 자네가 뒤에 있으니 안심하고 출전하도록 하겠네.”
계속해서 걱정하는 마이클 타운리의 어깨를 두드려준 고드프리는 매일 같이 전령을 보내겠다고 약속했다.
3일째 되는 날 아침 고드프리는 자신의 숙소에서 아침을 먹고 밤새 몸 안에 쌓인 배설물을 쏟아내 몸을 가볍게 한 뒤 노예들이 길어온 물을 수건에 적셔 깨끗이 몸을 씻었다. 몸을 씻은 뒤 건조된 깔끔한 옷으로 갈아입고 새로 구입해 놓은 가죽 신발을 신었다.
기본적인 옷을 입은 다음 솜을 누벼 만든 가죽 갑옷을 위에 입었다. 그 위쪽으로 사슬 갑옷을 뒤집어쓰고, 팔목 보호대나 각반 같은 보조 방어구를 착용하고 단검을 숨겨 두었다. 가장 위쪽으로 조끼 형식의 가죽 갑옷을 착용한 뒤 발라미르를 허리에 패용했다.
필요한 것을 미리 넣어둔 잡낭과 와인 섞은 물을 채워 넣은 나무 물통을 집어든 고드프리는 가죽끈을 어깨에 교차해서 비스듬히 걸쳐 메었다. 사슬 장갑을 손에 낀 다음 코받침이 있는 정수리 부분만 보호하는 형식의 투구 안쪽에 가죽 모자와 사슬 두건을 집어넣었다.
투구를 들고 밖으로 나오니 조끼 형식의 가죽 갑옷 위에 조끼 형식의 사슬 갑옷을 착용하고 허리에는 한손 장검을 착용한 나탈이 고드프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탈은 정중히 인사를 올리며 모두 성주관 밖에서 기다리고 있음을 보고했다.
“그래, 가도록 하자!”
고드프리는 엄숙한 얼굴로 나탈과 함께 밖으로 나왔다. 성주관의 안뜰에는 가죽 마갑을 씌운 고드프리의 전투마가 대기하고 있었고, 어틀리와 피카디가 준비를 갖춰 기다리고 있었다. 마이클 타운리도 그 자리에서 있다가 고드프리를 보자 군례를 올렸다.
“자! 가도록 합시다.”
정중히 답례를 해준 고드프리는 한 번에 자신의 전투마에 올랐다. 고드프리를 선두로 연달아 말에 오른 기사들은 일단 시가를 가로질러 안실 성의 남쪽 외성문으로 향했다. 시가를 가로지르니 많은 사람들이 나와 고드프리를 배웅했다.
고드프리는 자신의 얼굴이 보이도록 일부러 머리에 아무것도 쓰지 않고 사람들 사이를 지났다. 어느덧 외성문에 도착하니 기다렸다는 듯 굳게 닫혀 있던 성문이 열렸다. 성문이 열리면서 환한 아침 햇살이 정면으로 쏟아졌다.
-끼이이이익~-
‘우와!’
잠시 동안 햇살에 눈이 부셔 앞을 볼 수 없었지만 금새 눈이 익숙해지니 성 밖에 도열해 있는 병사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고드프리가 성밖으로 나오니 미리 대기하고 있던 제르데스, 포드햄, 라시터, 크니블, 애브로스가 일제히 군례를 올렸다.
고드프리는 차분히 사람들 앞으로 나섰다. 모두의 얼굴을 바라보니 결의에 차 있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고드프리는 사람들 앞에 섰다. 잠시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당황했지만 그 시간 동안 사람들은 시선을 모았다. 고드프리의 첫마디가 시작되었다.
“······모두 이 몸을 따라 이곳까지 와준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 지금부터 우리는 우리의 도움을 간절하게 바라고 있는 랑스 대공국을 위해 엘버트 델 성의 북쪽으로 진군할 것이다. 그곳에서는 라흐만 백작 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두려워할 것은 없다. 이 몸은 승리할 수 있는 싸움이 아니면 하지 않는다. 모두가 힘을 합쳐 적을 격파하도록 하자 획득하게 되는 전리품의 절반은 그대들에게 나눠주도록 하겠다.”
“우와아아아아아!”
고드프리가 직접 병사들에게 큼직한 포상을 약속하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크게 환호했다. 간단한 연설을 끝낸 고드프리는 부대에게 출발을 지시했다. 기다리고 있던 병사들 모두 순서에 맞춰 남쪽으로 행군을 시작했다.
가장 선두에 기병 7백 기가 서고, 그 다음으로 제르데스의 1천 5백 명이 뒤따랐다. 그 다음으로 남 · 녀 노예 1천 명과 마차 1백 50대대가 이어지고, 마지막으로 포드햄이 1천 5백 명이 뒤에 서는 형식으로 대열이 이어졌다.
“신의 가호가 함께할 것입니다. 주군의 무운을 빕니다.”
“다시 보게 될 때까지 건강하게. 뒤를 잘 부탁하네.”
마이클 타운리는 못내 불안한 기색을 보이면서도 고드프리의 무운을 빌었다. 고드프리는 뒤를 잘 부탁한다고 대답하며 잠시 동안의 작별을 기약하며 남쪽으로 내려가는 부대를 따라 말을 타고 앞으로 나섰다.
혹시라도 라흐만 백작이 고드프리 군대의 이동을 감지하고 매복을 할 것이 우려되었지만, 다행히 고드프리의 군대가 오스틴 협곡의 남쪽 입구에 도착할 때까지 별다른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실제적으로 오스틴 협곡의 입구까지는 마이클 타운리가 장악을 해둔 상태로 몇 군데 군영이 설치되어 있었으니 라흐만백작이 아무리 용맹하다 하더라도 이런 곳에 군사를 매복시키기는 힘들다고 보아야 했다.
고드프리는 일단 군대를 정지시켜 임시로 군영을 편성해 며칠 동안 계속된 행군에 지친 군사들을 쉬게 하고 다시 정찰병을 보내 행군로를 탐색하게 했다. 고드프리도 간만에 막사를 세워 며칠 하지 못했던 몸을 씻었다.
이날 저녁 고드프리는 주요 기사들과 군영을 지키는 기사들을 모두 자신의 막사로 불러들여 푸짐하게 연회를 베풀고, 모두의 사기를 북돋아 주었다. 다들 피로한 상태라서 이날은 모두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과 정오의 중간 쯤 두 겹으로 겹쳐진 종이를 통해서 미리 소식이 날아왔지만 이것과는 별도로 나탈리아가 보낸 전령이 도착해 국왕 라스가 고드프리에게 보낸 친서을 전달했다.
“국왕 전하의 친서??”
짐짓 놀란 척을 한 고드프리는 급히 국왕의 친서를 받아 보았다. 친서에는 크리스틴 바실리 성과 에드뮬 성의 항구에서 한스 크라젤이 조직한 함대가 목적지로 출발했다는 소식과 더불어 랑스 대공국과 베르트 사이에서 다시 전쟁이 벌어졌다는 사실이 적혀 있었다.
‘······시작되었나?’
씁쓸한 기분이든 고드프리는 카비 왕가가 처음으로 벌이는 대규모 외부 정복전쟁이 성공해 국내를 안정시킬 수 있기를 기원했다. 물론 몇 가지 민감한 소식이 있어 남들이 보지 못하게 친서를 불태웠다.
‘세상이 요동치고 있구나.’
나탈리아가 보낸 서신도 받아본 고드프리는 수고해준 전령에게 큼직한 상을 내려 돌려보낸 다음 사람들을 더욱 재촉해서 진격로를 탐색하게 하는 한편, 군사들을 배불리 먹이고 말도 먹이풀과 잡곡을 든든히 먹였다.
3일 동안 진격로를 살피며 적진을 탐색한 고드프리는 병사들의 여독이 풀렸다고 생각하자 하루 정도의 시간을 들여 준비한 다음 엘버트 델 성 쪽으로 진군을 개시했다. 군사들 모두 적지로 들어가는 것이니 갑옷을 입고 무장을 갖춘 뒤 깃발과 창검을 높이 들었다.
“부대! 앞으로! 자! 가는 거야!”
고드프리는 발라미르를 높게 치켜들며 군사들과 함께 오스틴 협곡을 나섰다.
여러 가지 정보에 의하면 라흐만 백작 알이 엘버트 델 성의 북쪽 지역을 맡아 안실 성에서 루벤 군대가 진격해 내려오는 일을 저지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보고했지만, 고드프리의 군대가 5일 동안 진군해 나가는 동안 적과 접촉하는 일이 없었다.
이는 싸움을 할 수 있는 남자들은 1차로 징집되어 랑스 대공국과의 전쟁을 위해 동쪽으로 이동했거나 2차로 라흐만 백작 알이 징집해 엘버트 델 성 쪽으로 데려간 덕분이었다. 이 덕분에 고드프리의 군대가 나타나자 마을 사람들 모두 도망치거나 자진해서 투항했다.
고드프리는 투항자들이 동요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군사들의 약탈을 엄금하는 한편 직접 항복한 사람들에게 베르트 군대의 행방을 물었다. 모두들 여러 가지 말을 털어 놓았지만 사실상 자신들이 무방비 상태로 방치되었음을 부정하지 않았다.
‘······결전을 시도하려는 건가?’
주위에 있던 기사들은 라흐만 백작이 백성들을 내팽개친 일에 대해 분개했지만 고드프리는 지난해 팩클러 후작 벤자민처럼 라흐만 백작 알이 미리 설정된 전장으로 자신을 끌어들이려 할지 모른다는 걱정이 들었다.
두려운 생각이든 고드프리는 제비히터 강에서부터 반나절 정도 떨어져 있고 오스틴 협곡의 남쪽에서부터 남동쪽으로 6일 정도 거리에 위치한 카이루스라고 하는 인구 1천명 규모의 제법 큰 마을에 자리를 잡았다.
카이루스 마을은 제비히터 강으로 흘러들어가는 제법 수량이 많은 개천을 엘버트 델 성 쪽으로 끼고 있으며, 남서쪽과 북서쪽으로 뜨거운 차를 한잔 정도 마실 정도로 말을 달려야 벗어날 수 있는 규모의 수풀이 우거진 큼직한 평지 숲을 두고 있었다.
마을의 좌우로 농지와 초지를 갖추고 있고 카이루스 또한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이곳에는 노인과 부녀자, 어린애들 밖에는 남아있지 않은 덕분에 고드프리는 아주 쉽게 마을을 점령한 후 자리를 잡았다.
군사들을 뽑아 숲에서 나무를 베어와 마을 주변을 둘러싸듯 목벽과 목책을 쌓는 한편, 곳곳에 군사들을 위한 막사를 세우고 마차를 이용해서 중요한 부분은 성벽을 쌓듯 보강해 두었다. 이것과 함께 기병과 정찰병을 사방으로 내보내 적의 움직임을 파악하려 애썼다.
목책 공사를 계속하면서 고드프리는 군사들에게 백성들을 함부로 대하지 말 것을 엄명하면서 연회를 준비해 카이루스 마을의 노인을 한곳으로 불러 모았다. 의외로 나이든 사람들이 매우 많았다. 고드프리는 가장 앞에 서 있는 머리가 허연 노인에게 질문을 던졌다.
“실례지만 어르신께서는 올해 나이가 얼마나 되시는지요?”
“에······. 이 늙은이의 나이는 올해 70세가 넘었습니다.”
좋은 것을 먹고 마시는 귀족들이 60 ~ 70세까지 사는 일이 많지만, 이런저런 일에 시달리는 일반 서민들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평균 40세를 넘기는 일은 거의 없었다. 고드프리는 존경을 내보이며 자신 때문에 놀라지 않았는지를 물었다. 노인은 차분히 대답했다.
“놀라는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우리 같이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늙은이들이야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지만, 고드프리 왕자님께서 진정으로 백성을 위하신다고 하신다면 이곳의 백성들을 귀하게 여겨 함부로 상하게 하시지 않았으면 합니다.”
“물론입니다. 이 몸의 명예를 걸고 백성들을 내 가족과 형제처럼 여기겠습니다.”
고드프리는 최선의 대답을 고른 다음 노인들을 연회장으로 안내해 직접 술을 따라 죽고 음식을 대접했다. 노인들은 고드프리가 다른 지배자들과는 달리 백성들을 생각하는 모습에 감동하는 듯 했다. 술이 오갈 때 갑자기 한 노인이 울기 시작했다. 의아하게 여긴 고드프리가 물었다.
“아니 어르신께서는 무슨 슬픈 일이 있으셔서 눈물을 보이시는 것입니까?”
“흑흑흑~”
그 노인은 대답 대신 그냥 울기만 했다. 감히 몇 번이나 계속된 주인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고 울기만 하는 노인의 행동이 눈에 거슬렸는지 기사들의 눈빛이 누구라도 베어버릴 듯 험악하게 변했다.
“에궁~ 이 늙은이야 왜 그렇게 울어?”
“에구구~”
분위기가 험악하게 변하자 다른 노인들이 그 노인을 서둘러 달랬다. 그 노인은 한참 만에 눈물을 그치더니 갑자기 안실 성을 기억하는지를 물었다. 고드프리는 무엇인가 좋지 못한 생각이 들었지만 부정하지 않았다.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어르신께서는 무슨 말씀을 해주시려는 것입니까?”
고드프리가 공손함을 잃지 않고 대답하니 노인은 자신은 안실 성의 주민이었다고 대답했다. 듣고 있던 고드프리를 비롯해서 그 자리에 나와 있는 제르데스, 포드햄은 눈을 크게 떴다. 노인은 차분히 한숨을 내쉬며 안실 성에서 있던 일을 털어 놓았다.
“그때 고드프리 왕자님께서 안실 성 바깥까지 군대를 이끌고 진격해 들어오자 안실 성의 지고신교 최고 사제님께서 사람들을 모아 놓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저들은 우리를 모두 죽일 것이며, 살아남는다고 해도 그것 자체가 고통이 될 것이다. 이 고통과 괴로움으로 가득 차 있는 세상에서 우리는 이 만큼이나 살아왔다. 그런데 아무리 노력을 해도 앞으로 남아 있는 결과가 더욱 큰 괴로움과 고통이라고 한다면 차라리 우리 모두 죽음으로서 이 고통과 괴로움을 끊어내 우리의 의지를 보여주도록 하자.] 라고 말이죠. 이때 누가 말을 했습니다. [살아남는다면 조금이라도 현실과는 다른 상황을 만들 기회를 얻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들 중에서 죽기를 각오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살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라고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런데 최고 사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그대의 의견도 옳다. 그렇지만 어차피 살아남아도 상황이 나아질 것은 없다. 지금 성 밖에는 대군이 몰려와 있고 우리의 아이들은 노예가 될 것이다. 우리의 아이들이 노예로 전락해 고통 받고 살아가게 하는 것 보다 차라리 지금 순수한 영혼을 갖고 죽게 된다면 지고신의 구제를 받게 될 것이다. 우리 모두 이 자리에서 죽도록 하자. 여기 독약을 준비했다. 한 두 모금만 마시면 된다. 모두들 기쁘게 이 고통으로 가득 차 있는 이 세상을 떠나 지고신께 구원을 받도록 하자.] 이렇게 대답하셨지요. 결국 사람들 모두 독약을 마시고 죽었습니다. 물론 마시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매우 많았지만 여럿이 붙잡고 강제로 독약을 먹였답니다. 이 미천한 늙은이는 죽는 것이 두려워 성 밖으로 몰래 도망쳤습니다. 경비병들에게 이곳에서의 상황을 모두에게 알리도록 허락 받았다고 거짓말을 하니 나오게 되었고, 그렇게 도망쳐 셋째 아들 내외가 살고 있는 이 카이루스로 오게 되었죠. 지금 이 늙은이가 눈물을 보인 것은 그때 죽은 사람들이 생각나서입니다. 고드프리 왕자님께서 이렇게 사람들을 위하실 줄 아시는 분인 줄 알았다면 분명 그때 많은 사람들이 죽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 구차한 늙은이가 그때 죽지 않은 것은 고드프리 왕자님께서 인자하신 분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라는 죽은 사람들의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허어~ 저런······.”
노인의 말을 듣고 고드프리는 모두의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따지고 본다면 안실 성의 사람들은 모두 희망을 잃고 절망했었음에 틀림없었다. 고드프리가 나직이 탄식하자 제르데스와 포드햄도 작년의 일이 생각나는지 씁쓸히 술잔만 기울였다.
“아참! 얘야~ 집에서 이 늙은 증조 할애비의 상자를 좀 가져오너라.”
갑자기 노인은 자신을 따라온 증손자에게 무엇인가를 가져오라고 보냈다. 7 ~ 8세 정도 되어 보이는 증손자는 마을 안쪽으로 사라져 비슷한 또래 세 명과 함께 나무 상자하나를 통째로 가져왔다.
언뜻 보아도 수상한 물건인 것 같아 모두가 칼자루에 손을 얹은 가운데, 노인은 상자를 열고 그 안쪽에서 금화 1백 개가 담겨 있는 가죽 주머니를 꺼내 보여 주었다. 늙은 촌로가 엄청난 재물을 갖고 있는 것을 보고 주위에 있던 사람들 모두 크게 놀랐다.
“아니? 이것은 금화 아니요? 어르신께서 어떻게 이렇게 큰 재물을??”
나탈이 슬그머니 어틀리와 애브로스에게 부탁해서 노인의 상자를 밖으로 치워버리는 사이 노인은 한참을 우물거리다가 결심을 굳힌 듯 입을 열었는데, 자신이 고드프리가 놓아준 안실 성의 최고 사제를 잡아 죽였다고 대답했다.
“이 금화는 그 최고 사제가 갖고 있던 것입니다. 그 사제는 죽는 순간까지도 금화를 끌어안고 빼앗기지 않으려 하더군요. 써버릴까 하고 생각했지만 도저히 죽은 사람들 때문에 쓸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도로 가져가 주십시오.”
고드프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용기 있게 오랫동안 감춰두었던 돈을 노인에게 남겨 준다면 좋지 못한 일이 벌어질 수 있음을 직감한 고드프리는 나탈에게 돈을 회수해 올 것을 지시했다. 고드프리는 차분한 목소리로 노인을 위로했다.
“저는 어르신을 비난하지 않겠습니다. 이 몸은 팩클러 후작 가문이 안실 성의 사람들에게 소속감을 심어 주고 성안의 곤경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구체적으로 대안도 세워주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노력한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쩌다 일이 그렇게 되어 안실 성을 공격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무고한 많은 사람들이 죽게 되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이 몸은 결코 나 고드프리 때문에 죽어간 사람들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 고드프리는 결코 어르신을 비난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그때 벌어진 일을 잊지 않고 후세에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할 뿐입니다. 안타깝게도 이 세상은 최선은 있지만 최상은 없고, 최선은 존재하지만 차선이 더욱 가치가 있는 세상입니다. 어르신······. 살아남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본래 엘버트 델 성의 성주 무크날 공작 토드는 그 출신이 다그마르 버넌스의 옆에서 칼을 관리하던 종자로 오랜 귀족이던 팩클러 후작 토마스에게 심한 모욕을 당한 적이 있었다. 이러한 기억 때문에 무크날 공작은 지속적으로 안실 성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를 취했다.
이러한 이유에서 다그마르 버넌스 사후 안실 성은 오스틴 협곡 남쪽 평야지대를 엘버트 델 성을 지배하게 된 무크날 공작에게 상실했고, 오스틴 협곡 북쪽의 평야지대도 나이젤의 지속적인 압박으로 모두 잃었다.
결국 국제 무역에서도 소외된 안실 성은 누구나 할 것 없이 궁핍한 삶을 유지하고 있었다. 덕분에 전체적으로 안실 성 사람들은 배고픔에 시달렸다. 영양이 부족한 상태에서 사람들은 크게 지쳐 있었고 이때 고드프리가 대군을 이끌고 쳐들어온 것이다.
이성적인 판단이 마비되어 있고, 사람들 모두 자포자기한 상황에서 종교 지도자가 자살을 권하니 일부 사람들이 이것에 동조했다. 거부하는 사람들도 매우 많았지만 이들에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는 없었다.
단지 죽어가는 앞사람을 따라서 함께 독을 마시고 죽어가는 것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가난해도 평화롭게 살고 싶었지만, 남들이 자신들의 평화를 바라지 않는다면 차라리 죽음으로서 영원한 안식을 얻자는 구호 아래 수많은 사람들은 자살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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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는 마음의 안식을 구하는 것이지요…
…육신의 안녕이 아니라…
오늘도 한 편 올립니다…Next-91…
으흣…^_^;
●‘spoll’님…뭐…고드프리 의외로 속이 좋지 않습니다…그러니 자주 배변을 하는 것이지요…^_^; 뭐 변비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보면 부러워 하겠죠…^0^;
●‘하늘아기’님…어쨌든 간에 안실성에서 집단 자살한 사람들에 대한 단편적인 내용이랍니다…뭐…고드프리도 많이 깨달아 지는 것이 있어야 할텐데 말이죠.
●‘i우천i’님…^_^; 으흐흐…안실 성에서 놓아보낸 나이든 사제의 결말이 나왔답니다…^_=; 어쨌든 간에 이런저런 일이 조금씩 얽혀 있는 것이지요…^0^;
●‘chrhfyd’님…글쎄요…따져보지는 않았지만 한권당 300kb를 잡고 앞으로 남은 부분은 독자분들과의 대화와 잡설로 치부하고 계산하면 음…약 40권 정도는 될것이라고 생각합니다…^_^;
●‘러딘’님…맞습니다…현재 먹을 것은 돼지고기뿐이죠…그런데 날씨가 자꾸 더워진다고…돼지 구제역이 걱정됩니다…그럼 도대체 무엇을 먹어야 할지…ㅠ0ㅠ;
●‘호돌스’님…으흣…고드프리 이놈…많은 것들을 보고 듣는답니다…뭐 어쨌든 간에 이런저런 경험을 많이 쌓으면 나중에 큰 도움이 되겠죠…^_^;
●‘zeple’님…ㅠ0ㅠ; 맞습니다…에휴…2MB 정권…하는 짓거리 보면 참…말씀대로 상위 1%만 잘 살게 하고, 나머지를 더 긁어 버리는…말씀대로 잘못을 더욱 큰 잘못으로 덮어버리려는 것을 보면 참…울 나라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에휴…에휴…
●‘underworld’님…하핫…고드프리는 항우가 아니랍니다…뭐…잔머리의 제왕이며, 쇼맨쉽으로 백성들을 다독인답니다…고드프리 이놈…따지고 본다면 엄청 4가지 없는 놈이죠…쩝…
●‘이가엘’님…고드프리는 유비의 인정에 조조의 용인술을 갖고 있지요. 글쿠…뭐…앞으로 많은 존들이 죽을 것입니다…^_^; 어쨌든 간에…상황 설명이 아주 재미있습니다…^0^; 그나저나 고드프리의 인재들…많이 얻는 만큼, 많이 죽겠지요…^_^;
●‘쭈쭈바’님…흐음…동물성 사료…말씀대로 동물의 성장을 빠르게 하고, 육질을 맛나게 한다고 축산가에서 은근히 사용한다는데 말이죠…따지고 본다면 한우도 엄청나게 위험합니다. 저 작가넘도 후방에서 근무했지만 근처에 있는 축사에 군부대 짬들이 들어가는데…쩝…그나저나 도대체 무엇을 먹어야 할지…걱정합니다…에휴…울 나라나 미국 미친소나…쩝…쩝…
으흣…^_^;
(1차 수정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