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Demons, and Humans - Lars RAW novel - Chapter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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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는데요…소제목은 그냥 이 스타일로 가려구요…^_^;
주둔하고 있던 마리우스 성의 항구를 힘차게 빠져 나온 레나르트 왕국의 9천 군대는 어니어스 보직 하세가 이끄는 3천 명의 병력과 파울젠 왕국의 필립 가르반 리스터가 이끄는 200명이 채 되지 않는 병력을 선두로 내세워 마리우스 성까지 진격해 나갔다.
따스하게 내리쬐는 머리위의 햇살과는 달리 대지는 가득 습기를 머금고 있었고, 파릇파릇한 향기를 내뿜고 있던 풀들은 잘 정돈된 길 위를 가득 채운 채 진군하고 있는 대군에 마구잡이로 짓밟혔다.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습기가 많은 대지는 대군의 발아래 신음하면서도 별다른 흙먼지를 일으키지 않았다.
명색이 기사이기 때문에 전투마에 올라탄 라스는 만약 자신이 지나고 있는 토지가 건조하기라도 했다면 어마어마한 흙먼지가 피어올라 익숙하지 않은 말위에 있는 자신은 제대로 숨도 쉬지 못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면 지금 라스가 타고 있는 전투마는 전의 주인을 자신이 직접 죽였는데 그것을 알고 있는지 모르는지 너무나도 온순하게 별다른 거부 반응을 보이지 않고 발레리아에게 배운지 오래 되지 않은 라스의 부족한 승마 기술을 잘 보완해 주고 있었다.
‘그나마 먼지가 없어서 다행이군.’
새로운 주인을 거부하는 말이 있다는 것을 누군가에게 들어 이 말이 자신을 거부하면 어쩌나 하고 내심 고민하던 것과는 달리 너무 순수하게 자신에게 등을 내어 준 내심 고마웠다. 얌전하고 착한 이 말 덕분에 병사들이 보는 데서 명색이 기사인 자가 말에게 거부당하는 망신을 당하지 않아도 되었으니 라스는 전쟁을 하러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분이 한껏 좋아진 상태였다.
강에서 오는 적을 경계해서인지 그렇지 않으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마리우스 성은 항구를 가지고 있는 다른 도시, 즉 파울젠 왕국의 애티오스 성이나 레나르트의 마커스 조이 성과는 달리 항구와 조금 거리를 두고 있었다.
왜 이런 형태로 항구를 만들었는지 라스는 잘 모르고 있었지만 그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본디 이 마리우스 성이 항구를 가질 것을 생각하지 않고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 성을 처음 만든 나라인 루벤은 그 당시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던 세 나라로 갈라지기 전의 요하네스 왕국의 침공을 대비해 이 성을 만들었었다.
수군이 강한 요하네스 왕국의 군대에게 쉽게 점령되는 사태를 막고 자기들이 자신있어 하는 육상전투로 전쟁을 유도하고자 강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성을 만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중에 이 성을 점령한 베르트 왕국은 항구가 필요했다.
즉 파울젠과 레나르트, 그리고 루벤 왕국 사이에서 발생하는 무역을 독점하기 위해 항구거 절실히 필요 했고, 그제야 베르트 왕국은 늦게 항구를 만들었던 것이다. 이 사실을 알리가 없는 라스는 그저 길을 따라 묵묵히 걸어갈 뿐이었다.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서, 아니 전투를 앞에 두고 천천히 박동이 빨라지는 심장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누군가 이야기 할 사람을 찾던 라스는 자기가 찾던 사람, 즉 아치가 어떤 30살 쯤 되어 보이는 기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을 보고 가볍게 혀를 찼다.
아무래도 아치가 그 기사한테 붙잡혀 하기 싫은 이야기를 억지로 하고 있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아치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지만 그와 오래라면 오래 지낸 라스는 고삐를 세게 쥐고 있는 아치의 손에서 이 기사와 말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눈치 챌 수 있었다.
‘쩝······’
하지만 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는 라스는 아치를 도와주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다. 애써 고개를 돌린 라스의 눈에 길가에 서서 레나르트와 파울젠의 군대가 진격하고 있는 장면을 삼삼오오 모여 보면서 박수를 치고 있는 주민들의 모습이 보였다.
“와~ 레나르트 만세~”
천천히 그들의 옆을 지나가다 보니 레나르트 만세를 외치고 있는 그들의 표정은 겁을 먹고는 있을지언정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표시한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 적대감을 드러냈다가는 바로 죽임을 당할 것이니 그렇겠지만 말이다.
불현듯 지금의 상황과 비슷한 상황, 그러니까 지난번 디노 맥시밀리엄 성에서 라스가 보았던 주민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들은 자신들의 눈앞에서 영주인 레이븐 코날드가 죽고 장남인 브랜트 코날드가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드러내 놓고 저항을 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국왕의 칙사인 토벤 보직을 반기기까지 하는 눈치였다.
물론 이러한 모든 행동들이 이미 손쓸 틈도 없어 죽어 버린 레이븐 코날드와 브랜트 코날드를 위해 자신들이 저항해 보아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도 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오랜 시간 동안 자신들을 지배했던 레이븐 코날드가 반역자로 몰린 상황에 대해 최소한 무엇인가 항변이라도 해 주는 사람도 없다는 것은 라스의 마음속에 무엇인가를 와 닿게 했다.
‘그게 단지······흑마법과 세금 때문일까?’
레이븐 코날드는 갑자기 흑마법에 빠져 막대한 세금을 거두어 들였고, 이를 견딜 수 없었던 많은 주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그리고 이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무자비한 보복을 택해 많은 원성을 사고 있었으니 어찌보면 당연히 레이븐 코날드를 위해 목숨을 걸 사람이 없는 것이 당연할지도 몰랐다.
‘세금이라······조금만 걷어도 문제, 많이 걷어도 문제인가······’
라스가 쓸데없는 생각을 이리저리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찰나, 갑자기 선두 쪽에서부터 사슬 갑옷을 걸치고 금속 투구를 쓴 기사 한 사람이 빠른 속력으로 말을 몰며 대열의 옆을 지나쳐 라스가 지금 가고 있는 곳의 반대 방향, 즉 선두 부대의 본진이 있는 쪽으로 달려갔다.
“어?······아!”
전쟁터로 향하고 있는 자신의 뒤쪽 방향, 즉 선두 부대 사령관인 어니어스 보직 하세가 있는 쪽으로 전령의 임무를 가진 것이 분명한 기사가 황급히 달려가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라스는 자신이 전쟁터에 와 있음을 퍼뜩 깨달았다.
뒤쪽으로 달려가는 그 기사의 모습이 무척이나 다급해 보였기 때문에 의아한 기분이 들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기마 기사를 자신의 궁금증을 풀어 보기 위해 불러 세울 정도의 위치에도 있지 않으니 모든 것을 짐작으로만 해결할 뿐이었다.
‘적이 성을 나오기라도 한 건가? 아니야······지금은 쓸데없는 생각을 할 때가 아니야! 최선을 다해야 할 때지!’’
언뜻 전방에 무언가 일이 생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런 것은 직접 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것이었다. 괜히 현재와는 상관없는 쪽으로 자꾸 생각이 옮겨가는 자신이 한심해 라스는 이제는 보이지 않게 된 전령이 지나간 쪽을 바라보았다가 다시 고개를 전방으로 돌렸다.
곧 대규모 전투가 벌어지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라스는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한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아니, 씁쓸하다기 보다는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작년에는 성벽 위에서 공격해 들어오는 적을 향해 화살을 날리는 정도의 일을 할 뿐이었는데 이제는 자신이 말까지 올라타고 거대한 성을 공격하기 위해 접근해 가고 있으니 무엇인가 그 사이에 있었던 엄청난 변화가 있었음은 틀림이 없는 것 같았다.
괜스레 주변을 둘러보니 얼굴을 잔뜩 굳힌 채 길을 따라 걷고 있는 병사들이 눈에 들어왔다. 말을 타고 있어서인지 조금 떨어져 있는 사람들의 표정까지 하나하나 눈에 들어왔고, 그제야 라스는 자신이 그들보다는 높은 위치에 올라갔음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 지금보다 더 높이!’
바로 이 순간 라스의 눈앞으로 거대한 성벽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타무로 산맥을 등 뒤에 두고 오스틴 협곡의 끝에서 제비히터 강과 카넬리스 에디 강이 만나는 지점을 감제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는 성, 레나르트와 파울젠, 루벤 사이에 벌어지는 무역의 중심지인 마리우스 성이었다.
지난 번 라스가 기사 수행을 겸해서 레나르트와 파울젠 왕국의 내부를 정찰하고 돌아오라는 루드비히의 명령을 받고 페밀 니콜라 성의 항구에 도착했을 때 베르트와의 전쟁에 참가했다가 레나르트와 파울젠으로 돌아가던 용병들이 두려워하던 베르트의 마리우스 성이 눈앞에 있으니 잠시 동안 할 말을 잊었다. 그러나 곧 단 하나의 단어만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크군.’
그 내부가 어찌 되어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정면으로 도시를 포함하고 있는 넓은 긴 성벽과 그 안쪽으로 타무로 산맥의 산 중 하나를 뒤로 둔, 영주관이나 군사적인 요충지가 분명해 보이는 한층 더 높고 넓어 보이는 성벽이 어렴풋이 보였다. 그 거대한 규모는 가뜩이나 높아 보이는 성벽이 더욱 높게 보이게 만들고 있었다.
‘허이구······그나저나 저걸 어떻게 점령하겠다는 거야?’
낮은 자리에 있는 라스가 듣기에도 마리우스 성 안쪽에 최저 2천 명 이상의 병력이 집결해 있다고 했으니 점령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전쟁 중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마구잡이로 성벽 위로 끌어올려 방어에만 전념하도록 만든다면 한다면 1만 명도 되지 않는 정도의 병력으로 함락시킨다는 것은 완전히 불가능해 보였다.
그 성벽을 보며 천천히 말을 몰던 라스는 아치가 빌려 주었던 기사 이야기라는 책에서 본 내용을 떠올렸다. 그 책에 따르면 요새화된 성벽에서 결사 항전을 다짐한 600명의 기사들이 당연히 과장이 섞여 있겠지만 10만이 넘는 대군을 일 년 가까이 붙잡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또한 1만 명이 채 되지 않는 방어 병력으로 거의 100년 가까이 엄청난 대제국의 거듭된 공격을 견뎌 내 결국은 대제국의 침공의사를 완전히 꺾어 버렸다는 내용도 있었다. 분명 과장되었을 것이겠지만 아치도 그 책의 내용이 어느 정도는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 했으니 완전히 거짓은 아닐 것이라고 라스는 생각했다.
‘그러면 힘들지도 모르겠네······못해도 2천 명 이상이 있다고 하니까 말이야······겨우 이런 정도의 병력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건지······’
불과 얼마 전까지 엄청난 대군이라 생각했던 것이 막상 성을 눈앞에 두고 있으니 그다지 많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성을 공격하게에는 터무니없이 작아 보였다.
라스는 이번 원정에서 반드시 레나르트의 군대가 마리우스 성을 함락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이 상황이 썩 그렇게 자신들에게 유리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어느덧 레나르트와 파울젠 왕국의 선발대인 3천 병력은 마리우스 성 앞쪽으로 진군해 포진을 했고, 공격의 기세를 드높이기 위해 창검을 곧추 세우고 깃발을 높이 치켜들며 군악대가 뿔피리와 나팔, 그리고 북을 요한하게 울려대기 시작했다.
“둥! 둥! 둥!”
“우와아아아!!!!”
3천 명이 대지가 떠나갈 듯 일제히 함성을 내지르며 발을 구르기 시작했고 특별히 지휘하는 병력이 있지 않은 라스도 다른 사람들 사이에 서서 고함을 질러대며 성벽 위를 살폈지만, 이상하게도 마리우스의 성벽 위에서는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아니, 아예 사람의 그림자 자체가 보이지 않았다. 소리를 지르다가 그 모습을 본 라스는 성이 비어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뭐지?’
하지만 이런 의아함도 잠시, 갑자기 성벽 위로 조잡해 보이는 판금 갑옷을 걸친 기사 한 사람이 귀찮다는 듯 느릿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아 씨발! 뭐야? 네놈들은 어디에서 온 놈들이야? 우리 성주님께서 낮잠을 깨시면 네놈들은 모두 한 싸움에 물리쳐 버릴 테니 주인님의 낮잠을 깨우지 말고 어서 썩 물러가라!”
조잡해 보이는 판금 갑옷을 입은 기사는 성벽 위에 걸려 있는 화살을 막아 주는 나무판자에 손을 얹은 다음 아래쪽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너무나도 자신 있게 행동하는 그 기사를 보고 있던 사람들이 동요해 웅성이자 라스가 가만히 활을 꺼내 화살을 얹었다.
“······내 저 놈을 그냥 두지 않겠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화살을 날린다면 분명 지난번에 전투마를 상으로 받은 것처럼 자신에게 좋은 일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 라스는 주저 없이 활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질 좋은 보상에 대한 약간의 기대감과 기사로서의 동요하는 병사들을 진정시켜야 한다는 묘한 의무감이 라스를 감싸고 돌았다.
이내 그는 성벽 기대있는 버릇없는 베르트 기사를 겨냥한 후 반드시 상대를 맞추어야 한다는 굳은 의지와 함께 화살을 날렸다.
“퉁!!”
경쾌한 음과 함께 라스가 들고 있는 엘프의 활을 떠난 화살을 쏜살같이 날아가 우연찮게도 성벽 위에서 화살을 막기 위해 걸쳐 놓은 나무판자에 얹은 기사의 오른손 손등을 정확하게 꿰뚫어 버렸다.
“퍽!!!”
“우악!!”
순식간에 무엇인가가 번뜩 하더니 자신의 손등이 꿰뚫어 버리자 베르트의 기사는 비명을 지르며 판자 위에 엉겨 붙어 버렸고, 동시에 어디에서 나타난 것인지 두어 사람의 무장병이 황급히 나타나더니 재빨리 그 기사를 끌어안고 성벽 안쪽으로 사라져 버렸다.
“와!!!!!”
라스가 활을 거두자 갑자기 그의 주변으로 서 있던 병사들을 중심으로 3천 명의 퀸터 매트 성 소속의 장병들 모두 일제히 함성을 질러대며 사기를 드높였다.
솔직히 몸통을 노리고 쏜 것이었지만 우연찮게, 아니 다른 사람들이 바라보기에는 처음부터 손을 노리고 쏜 것이 같은 라스의 활솜씨 때문에 사기가 크게 오른 3천 명이 땅을 구르며 내지르는 고함 소리가 하늘을 찌를 듯했다.
더 이상 레나르트 군의 사기를 드높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는지 갑자기 성벽 위에서는 미리 준비된 듯 일제히 숨어 있던 병력들이 몸을 일으키더니 레나르트와 파울젠 군대의 공격에 대비하려는 듯 부산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갑자기 적이 모습을 드러내자 소리를 지르던 병사들은 잔뜩 긴장했다. 사기가 높아지기는 했어도 겨우 3천 명의 병력으로 적을 공격할 수도 없고 더욱이 숫자만 많다 뿐이지 높은 성벽을 뛰어 넘거나 뚫을 수 있는 전투 장비를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무리해서 높은 성벽 위에 기대어 잔뜩 벼르고 있는 베르트 군을 향해 돌진해 나가며 성을 공격하지는 않았다. 대신 레나르트와 파울젠의 3천 군대는 적의 화살 사정거리 밖으로 조금 물러난 뒤 나무로 방책을 쌓으며 장기적으로 성을 공격하기 위한 진지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3천 명의 병력이 마리우스 성 앞에서 나름대로의 방어 진지를 구축했을 무렵, 가지고 온 공성 병기 때문에 움직임이 늦어 느릿느릿 전장에 도착한 국왕 죠셉 레이야드 3세는 잠시 병력을 쉬게 한 후 성을 공격할 준비를 단단히 갖추도록 명령했다.
국왕이 휴식을 명하자 기사들은 이곳저곳을 뛰어 다니며 아침을 먹고 출발하기는 했지만 그곳까지 따라온 잡병들에게 말을 돌보게 하며 성을 향한 공격에 나설 병력들에게 재차 식사를 지시하며 음식을 배분하도록 지시했다.
라스도 자신의 전투마를 잡병들에게 맡겨 돌봐 주도록 요구한 후 성 쪽을 바라보며 잡병들이 나누어준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가지고 온 물주머니를 꺼내 물을 한 모금 마시려 하니 갑자기 누군가 라스의 손에 들린 물주머니를 빼앗았다.
깜짝 놀라 올려보니 다른 사람이 아닌 발레리아였다. 상체만 가리는 흉갑 안쪽으로 사슬 갑옷만 걸치고 있던 그녀는 목이 말랐던 듯 물주머니의 물을 마신 후 물 주머니의 물로 얼굴을 씻기까지 했다.
왼쪽 허리 어름에 대검을 차고 뒷 허리에는 작으면서도 탄력이 강한 활과 화살을 차고, 오른쪽 허리춤에는 철퇴와 채찍을 차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전설속에 나오는 여전사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한 모습이었다. 물을 마시고 얼굴까지 씻은 그녀는 양해를 구할 것도 없이 라스의 옆에 주저앉은 후 자신이 가지고 온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무슨 이유에서 자신을 찾아왔는지 몰라 당황하고 있는 라스와는 달리 별다른 말없이 손에 들려 있던 음식을 모두 먹은 후 라스의 물까지 빼앗아 마신 발레리아가 건넨 첫 마디는 예상과는 달리 너무나도 어이없는 것이었다.
“흠. 첫 전투는 아니겠지만 조금 떨리지 않아?”
갑자기 첫 전투도 치르지 못한 애송이 취급을 하자 라스는 화가 난 표정으로 그렇게 떨리지는 않는다며 목소리를 높였고, 피식 웃던 발레리아의 손에 들려 있던 물주머니를 기울여 다시 한모금의 물을 마셨다.
“그런가? 뭐 그럼 되었고······잘 싸워라······허무하게 이름 없는 병사의 칼에 목숨을 잃지 말고······”
상황 상 나름대로 라스를 격려해 주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 분명해 보였지만 이상하게도 라스가 느끼기에 발레리아가 자신에게 다가와 건넨 말은 모두 듣기만 하면 화를 돋우는 말로만 들렸다. 그리고 그 알 수 없는 이유 때문에 갈수록 그녀가 마음에 들지도 않았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듯 발레리아도 길게 라스의 옆에 있으려 하지는 않았다. 분명 그녀도 라스가 자신을 싫어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고 본인도 라스를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마음을 감추려 하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마음 때문인가 조금은 삐뚤어진 라스는 갑자기 기사라고 한다면 보통 상반신만 갑옷으로 몸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하반신도 보호하는 보호대를 착용하는데 기사 작위를 가지고 있는 발레리아가 상반신만 갑옷으로 가리고 있음을 문제 삼았다.
솔직히 라스도 알고 있듯 발레리아가 익히고 있는 전투 기술이 별다른 갑옷을 입지 않고 싸우는 것이었기 때문에 라스가 무엇이라고 할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돈이 없는 시골 기사는 발레리아보다 무장이 덜할 경우도 많았기 때문에 라스의 질문은 사실 억지로 트집잡기에 가까웠다.
그저 모든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불쾌한 기분을 어떻게 해서라도 표현하고 싶은 탓에 다른 기사들의 빈정거림, 즉 발레리아가 가장 취약한 부분인 하체를 보호하는 갑옷을 입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 비꼬아 그녀를 화내게 하고 싶었을 뿐 일지도 몰랐다.
“다들 앞으로 나갈 때 뒤쪽에만 있을 테니 그냥 폼으로만 갑옷을 입으면 된다······이건가요?”
제대로 뜻을 짚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온갖 주어가 생략된 그 의미가 모호한 문장이 튀어 나오자, 라스는 아치로부터 지적 받은 자신의 부족한 문장 구성 능력을 떠올렸다.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아치로부터 개인 교습을 받아 겨우 글을 읽고 쓰고 할 정도의 능력 밖에는 되지 못하는 라스는 순간 자신이 빈정거리는 것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 부끄럽게 생각 되었다.
정작 그 의미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라스의 모호한 말뜻을 제대로 알아들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발레리아는 입술을 조금 삐죽거리기만 했을 뿐 생각보다 그렇게 크게 화를 내지는 않았다.
“흥······하고 싶은 말이 뭐야? 나는 원래 이 정도 갑옷도 잘 입지 않아. 원래 배운 전투 기술이 방어 대신 공격을 지향하는 쪽이거든.”
늘상 하는 이야기이지만 절반은 자기 자랑이 뒤섞인 발레리아의 자신감이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라스는 도저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라스는 그녀의 말에서 자신의 의도를 발레리아가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서둘러 말을 돌렸다.
“아니요. 다른 사람들은 하반신에도 갑옷을 입는데 그냥 기사이시면서 상체만 대충 갑옷을 걸치고 계신 것이 궁금해서요.”
이번에도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뜻으로 말을 얼버무리려 했지만 발레리아는 라스의 뜻을 알아차린 듯 쓴웃음을 지었다.
“별로야~ 나는 나중을 위해서 질염으로 고생하고 싶은 생각은 없거든?”
순간 발레리아가 말을 한 단어 중에서 질염이 무엇을 뜻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라스를 그대로 두고 그녀는 총총히 뒤쪽으로 걸어가 버렸다.
의아하다는 생각도 잠시 라스는 또다시 발레리아가 자신의 대답도 듣지 않고 안쪽으로 들어가 버리자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어 썩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문득 나중을 위해서라는 말이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아 저절로 의문이 들었다.
물론 생각을 한다고 해서 반드시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침 식사를 하고 한참을 쉬고 난 레나르트와 파울젠의 군대는 북소리와 뿔피리 소리, 그리고 나팔 소리에 맞추어 전열을 정비했고 공격 준비를 갖추었다. 바로 이 순간 갑작스레 마리우스 성의 성벽이 열렸다.
“뭐지?”
모두들 갑자기 열린 성문의 모습에 당황하고 있는 사이 라스는 본능적으로 지난해 길버트 프리즈마크 성에서 루드비히가 보여 주었던 모습이 생각나 자신도 모르게 활을 꺼내 화살을 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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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발레리아가 라스에게 질염….뭐시기 이야기 한 것은 다른 뜻이 아니랍니다…자신이 여자임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하는 심리적인 표현(??)이라네요…하지만 여자임을 완전히 거부하지는 않은 그런 상태…그게 발레리아랍니다…
…라스에게 호감이 있다거나 한 것은 아니랍니다…-ㅅ-;;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Next-90…
간만의 따뜻한 햇살에…참…땀이 줄줄줄…~ㅁ~;;
●‘가연을이’님…^0^)乃 1타 만쉐이!!! 냐하핫…햇볕이 뜨니 좋기는 좋습니다…그런데 문득 8월 22일부터 24일까지 있을 동원 훈련 때 무더울 것 같다는 생각이…~ㅁ~;; 글쿠 라스가 이곳에서 열심히 무용(!)을 쌓아야…나중을 위해서도 좋지요…결과적으로 쥔공인 라스 녀석의 출세가 목표니 말이죠…냐하핫…
●‘지옹’님…음…레나르트 국내 사정은…다소 복잡하다면 복잡하고 간단하다면 간단합니다…뭐 한 마디 귀뜸을 해 드리면…레나르트 왕실의 재정은 이미 바닥이 났습니다…왕은 빚이 많지요…헐헐…(너무 많이 가르쳐 드린 것은 아닌지…@_@;)
●‘스킬팝’님…관점에서의 차이…맞습니다…저 작가넘도 관점의 차이를 느낀 것이 바로 군대에서 이었습니다…그 전까지는 저와 비슷한 사람들만 만나다 보니 관점의 차이를 느끼지 못했는데…군대에서 저와는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을 많이 보니…참…섬뜩하기도 하고…역시나 여자들을 만나 보면…여자들은 남자와는 달리 비슷한 관점을 가진 사람들만 주구장창 보다 보니…생각들이 편협해 지는 것 같더라구요. 이 차이를 한 번 생각해 보고 싶었답니다…
●‘호박의정령’님…이제 쥔공 녀석은 쓸데없는 곳에서 싸우지 않습니다…수많은 군인들과 이름 없는 기사들 사이에서 라스 넘이 출세하려면 단연 눈에 띄는 공적을 세워야지요…그러면 출세하게 되고 그렇게 출세하면 곧 많은 여자들이…^ㅠ^; 츄릅…츄릅…
●‘英雄’님…라스 녀석…제 아무리 피터지게 싸워봐야 자기만족과 위안으로 밖에는 생각 못하게 될 보통 병사가 아닌 드디어 국왕의 뇌리속에도 이용 가치가 큰 놈으로 각인 되었답니다…^_^; 뭐 어쨌거나 토사구팽당하지 않으려면 라스 녀석이 더 날뛰고 출세를 해야 하겠지요…므흣…^3^;
●‘검은묵시록’님…하핫…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어쨌든 간에 대의로 포장을 해도 자신을 위해서 이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레나르트 국왕은 나약(?)한 레나르트 왕국의 사활을 걸고 보다 안전한 재정적인 안정성을 도모해 당장은 어렵더라도 장기적으로 레나르트를 강국으로 만들어 백성들의 살림을 걱정해 주려는 생각을 갖고 있답니다…뭐…보통 사람들에게는 당장의 과중한 세금과 무리한 징병이 더 문제가 될 것이고…레나르트 국왕 생각이야 어찌 되었든 검은묵시록님이나 저 작가넘이나 나름대로 객관적으로 보면 제 자신을 위한 일이며 핑계일 뿐이니 말이죠…^_^;
●‘slimeball’님…무슨 말씀이신지…긁적…긁적…뭐 어쨌든 간에 라스 녀석…국왕의 눈에 들어 몇 가지 더 눈에 띄는 활약을 하게 된다면 당연한 말이지만 출세라는 공식에 상당히 근접하게 된답니다…하다못해 용맹하다는 명성은 쌓게 될 것이구요…냐핫…
●‘흑마법사닉’님…옳으신 말씀입니다…라스 녀석이 열심히 잘 싸워 줘야 국왕이 웃을 수 있답니다…냐하하핫…^0^; 왜냐면 라스 녀석은 쥔공이기 때문에 쥔공이 잘 싸워야 결과적으로 주변 사람들이 자신이 얻을 수 있을 것을 얻을 수 있으니 말입니다…므흐흣…^ㅁ^;
●‘underworld’님…반갑습니다…그 동안 잘 지내셨는지요…냐핫…어쨌거나 이번에 새로 올리고 있던 라스는 뭐 별 다른 공지 없이 처음에는 2월 쯤에 올리려다가 아뒤쥔장님이 너무 허접하다고 해서 1개월 간 다시 써서 올리기 시작한 것이랍니다…@_@; 어쨌거나 다시 뵙게 되어서 영광이구요…지난 수해에는 별 문제 없으시겠죠? 저 작가넘은 그 기간 동안 감기에 시달렸답니다…Y3Y; 여름 감기는 개도 걸리지 않는다는데…쭈압…
●‘블래스터’님…허걱…@3@; 돈 벌겠다는 생각에…특전사를요? 헐헐…차라리 하사관을 가면 더 좋았을 텐데…고생도 좀 덜 하고 돈 모으겠다고 작심하면…뭐…하지만 남자의 로망 특전사를 들어갔으니…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친구분이 뜻을 이루기를 빌며 블래스터님도 더불어 화팅!!
●‘마적’님…라스 넘 지력이 책을 읽을 때 마다 경험치가 쌓여 조금씩 올라간답니다…뭐…제법 일단 당장은 모르더라도 그냥 마구 읽어 두고 외워 두는 것이 라스 넘의 나중을 위해서 좋으니 말이죠…으흐흐흐…^ㅁ^; 일단 그냥 책 읽는 것에 취미 붙였다고 생각해 주시면 된답니다…@_@;
●‘Hyperion’님…그렇습니다…레이븐 코날드 녀석이 결코 나쁜 녀석은 아니었죠. 하지만 국왕 입장에서는…당장은 모두 말씀 드릴 수 없지만 국왕의 행동 또한 나쁜 일은 아니랍니다…당장은 어려워도…레나르트가 부강해 지고 그렇게 되면 백성들의 살림도 휠씬 나아질 수 있고 약해진 왕권도 강화될 수 있다는 계산이 있는 것이지만요…(에궁 이런…) 하지만 뭐 반대 입장에서는…
●‘양구리공작’님…라스 녀석이 이제 확실하게 국왕에게 그 존재를 알렸으니 이제 열심히 국왕의 눈앞에서 싸우는 일 밖에는 남아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뭐…열심히 싸우고 그런다면 최소한 명성과 상금이라도 받아 돈은 벌겠지요…당장 잘 훈련된 전투마 한 마리를 얻었지 않았습니까? 므흣…
●‘soulschaos’님…뭐 라스 녀석의 출세 이면에는 라스 녀석의 굉장히 빠릿한 눈치(!)가 있답니다…뭐 살다 보면 눈치 없이 제 생각만 옳다고 굳게 믿고 떠들어 대는 친구들이 있기는 하지만…~ㅁ~; 그나저나 레이븐 코날드 말씀대로 국왕이 하도 개처럼 군비 모은 다 병사 모은 다 지랄 거리며 한계 이상으로 돈을 뜯어내지 못하게 하려는데…그것도 몰라주는 어리석은 백성놈들은 반란이나 일으켜 대고…글쿠…아치볼드가 세상에 나온 것은…나는 다 알고 있어~ 가 아니라…레이븐 코날드 성주에게 반란을 일으키려던 사람들이 아치를 끌어들인 것이랍니다…아치는 단지 산속에 은거해 마법 연구나 하려던 사람이지요…뭐 은톨이가 세상에 나와 큰 일 한 번 한 것이나 마찬가지랍니다…~3~;;
에궁…내일 또 비온다네요…~3~)y-~~ 후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