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Demons, and Humans - Lars RAW novel - Chapter 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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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소제목…마지막까지 정하지 못했습니다…쩝…
혹시 갑옷에 마법의 힘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발가벗겨지고 혹여 잘린 머리를 몸통과 이어 붙이면 되살아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일단 소금에 절여 놓았던 쿠블란트 토루인의 목과 시신은 따로 구리 항아리에 넣고 식초를 잔뜩 넣어 단단히 봉해졌다.
구리 항아리는 다시 커다란 나무 상자에 담았는데 주위를 온통 나무를 태워 만든 숯과 소금을 잔뜩 채워 넣어 크리스틴 바실리 성으로 발송되었다. 이와 더불어 수많은 오크의 목이 잘려 소금에 절여진 채 짐마차에 실려 길을 떠났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라스는 고드프리에게 레니스 공작 작위를 수여해주기로 결정했음을 발표했다. 다시 작위를 받게 되니 고드프리는 씁쓸히 웃었다. 그러고 보면 14살 때 처음 알렉산더 후작이었던 부친 나이젤에게 기사 작위를 받았다.
곧 그해 알브레히트 남작을 하사 받았으며 15세 때는 국왕 루드비히에게 몬트리 자작을 수여 받고, 나탄에게 토비아스 남작 작위를 하사 받았다. 이해 겨울 다그마르 버넌스는 참수한 공적으로 크레이머 백작 작위를 받았다.
이렇게 되어 고드프리는 겨우 15세에 백작 작위에 오르는 영광을 안았다. 16세가 된 해 봄 마리우스 성을 함락시키는데 공헌한 고드프리는 곧바로 카데나 후작을 이해 가을에 라스가 왕위에 올라 자이어스 공작을 수여 받았다.
초겨울에는 레나르트 대공이 된 나이젤에게 무트티메 공작 작위를 받았다. 이후 22세가 될 때 까지 별다른 작위의 변동은 없었다. 22세가 되어 모튼 공작 작위를 수여 받고, 이해 겨울 이시르 지역을 개척해 그 지역의 지배권을 인정받았다.
딱히 이시르 지역에는 특별한 작위명이 붙지 않지만 그래도 고드프리가 루벤을 위해서 이룩해 놓은 훌륭한 업적 중의 하나였다. 그리고 이제 이번 전쟁의 마지막에 레니스 공작 작위를 하사 받을 예정이다.
‘그러고 보면 나도 상당히 정신없는 삶을 살아왔군.’
14세 때 처음 세상에 나왔고 지금이 25세니, 겨우 11년 만에 고드프리는 고급 귀족의 자제에서 어느덧 당당한 루벤의 왕자가 되었고, 10개의 작위를 수여 받고, 루벤 각지에 영지를 나눠 갖게 되었다.
‘10개의 작위 중에서 공작 작위가 자이어스 공작, 무트티메 공작, 모튼 공작, 레니스 공작 이렇게 4개인가? 귀국하던 도중 레나르트 대공 작위도 수여 받게 된다면······.’
지금 자신에게 주어진 이런 거창한 작위들은 엄밀히 따진다면 모두 남들이 자신에게 거는 기대를 의미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갑작스레 기분이 이상해 졌다. 고드프리는 복잡한 기분 때문에 의례적인 남들의 축하가 끝나자 성안에 있는 지고신교 신전을 찾았다.
“자네들은 여기에서 기다리게!”
“네?”
고드프리는 호위를 겸하여 함께 따라온 존 스카라와 나탈에게 신전 밖에서 기다릴 것을 지시했다. 두 사람은 깜짝 놀라며 자신들도 함께 안으로 들어가겠다고 대답했다. 고드프리는 혼자서 기도하고 싶다며 두 사람의 청을 거절했다.
“갑옷을 입고 발라미르를 패용하고 있네. 너무 걱정하지 말게나.”
대신 말을 지켜 줄 것을 부탁한 고드프리는 차분히 안으로 들어섰다. 신전은 그다지 찾는 사람이 없는 것인지 사제들이 걸을 때마다 소리 나지 않게 걷는 것인지는 몰라도 고드프리가 한걸음 내딛을 때 마다 사슬 갑옷이 움직이는 소리는 주변을 크게 울렸다.
-촤라락~ 촤라락~-
혼자 시끄럽게 만드는 것 같아 살짝 쓴웃음을 지은 고드프리는 말없이 예배실 안으로 들어섰다. 그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좌우로 늘어서 있는 기다란 의자를 가로지른 고드프리는 가장 앞쪽으로 나서지 못하고 중간쯤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지고신이시여······.’
자리에 앉고 보니 이번에 집계된 오크 전사자가 최소한 30만 이상은 될 것이라는 사실을 떠올랐다. 수백만의 오크들이라고 했지만 대부분이 굶어 죽거나 병들어 죽고, 서로들 잡아먹기까지 했으니 한 번에 그 만큼의 병력을 잃으면 최소 10년 이상은 다시 일어나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
현재 오크들은 아무 것도 없는 황폐한 지역으로 다시 쫓겨 갔고 엘프와 드워프 족이 지속적인 오크 토벌을 약속했으니, 이 에드가 요한슨 성을 지키고 루벤의 다른 곳처럼 발전시키는데 충분한 시간을 번 셈이었다.
‘모든 일을 할 때 필요한 것은······. 시간과 인력, 그리고 돈이지.’
아치볼드는 라스와 고드프리에게 큰일을 하기 위해서 인내하는 시간도 필요하고 자신을 도와줄 인력도 중요하지만, 결국에는 돈이 있어야 세상을 바꿀 힘이 생긴다고 했다. 라스는 아치볼드의 가르침을 철저하게 따랐다. 결국 그 가르침대로 하여 결국 라스는 세상을 얻었다.
자리에 앉아 가만히 지고신교의 상징을 바라보던 고드프리는 그 세상을 얻기 위해서 이제까지 사라진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려 보았다. 지난해 무리를 모아 반란을 일으켰다가 이리나에게 처형된 아우구스트 에셀의 얼굴부터 시작해서 아무도 제대로 기억나지 않았다.
‘허허헛······. 사람은 이렇게 잊혀지는 것인가? 아니면 내가 죄악이 많아서 이렇게 사람들을 쉽게 잊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군.’
고드프리는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문득 자신이 이곳에 있기에는 너무 많은 피와 시체 속에 서 있음을 깨달았다. 지고신에게 기도를 하기에는 왠지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바로 이때 나이든 사제 하나가 다가왔다.
“허~ 성소에 무장을 하고 들어오시다니요.”
고드프리의 얼굴도 알아볼만 한데 사제는 모르는지 아니면 모르는 체 하는지 모를 일이지만 허리에 검을 차고 있는 것을 문제 삼았다. 고드프리는 송구하다는 말을 하며 먼저 용서를 구했다.
“세상이 뒤숭숭하다 보니······. 허리에 찬 검을 푸는 일을 잠시 잊었습니다. 송구합니다. 어서 무장을 풀지요.”
“아니요. 그러실 필요 까지는 없습니다. 아직 시국이 어지러우니······. 그대로 패용하고 계십시오. 다만 신전 안에서는 무기를 뽑아들지 않도록 배려해 주십시오.”
사제의 당부에 벨트에 손을 얹었던 고드프리는 살짝 경의를 표했다. 사제는 잠시 목례를 올린 후 안쪽으로 들어갔고 고드프리는 쓴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밖으로 나갔다. 따지고 본다면 세상을 구했지만, 아직 세상은 변한 것이 없었다.
철군 준비가 한창 진행되면서 라스는 에드가 요한슨 성에 남을 사람들을 선발했다. 남는 사람들은 전국에서 모아온 여자를 아내로 맞게 될 것이며, 이곳에 집과 토지를 갖게 될 것이라고 국왕의 이름으로 공표되었다. 이것뿐만이 아니라 향후 20년간의 세금 면제와 정착금 명목으로 하사금도 지원 받게 되었다.
“향후 20년 간의 세금 면제라······. 너무 파격적인 것이 아닙니까?”
중신들 중에서 몇 사람이 라스가 이곳에 남게 되는 사람들에게 너무 파격적인 대우를 해준다며 우려를 표했다. 라스는 이곳에서 압도적인 다수의 오크들과 싸운 전사들에 대한 보상이라며 자신의 뜻을 끝까지 관철시켰다.
황폐화된 이곳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이상 이곳에 군대를 주둔시켜야 하는데, 에드가 요한슨 성의 혹독한 기후와 오크를 경험한 병사들 중에서 이곳에 남아 있으려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는 것을 라스가 알고 있기 때문에 내린 고육책이었다.
라스가 직접 약속한 많은 하사금과 집, 토지를 하사 받고, 아내를 골라잡을 수 있으며 향후 20년간 세금을 면제 받는다는 조건이 내걸리니 고향에 돌아가 봐야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이나 새로운 희망을 찾은 사람들 중에서 이곳에 남겠다는 자원자가 늘어났다.
약 1만 명 정도의 병력을 남겨둘 요량이기 때문에 아직 남겠다는 많이 부족하기는 했지만 라스는 고드프리에게 레니스 공작 작위를 수여하기 위한 준비를 서둘렀다. 국왕이 직접 작위를 수여하는 것이니 정식으로 수여식 절차를 밟았다.
고드프리는 깨끗이 목욕을 하고 전날 새벽부터 신전에 들어가 하루 종일 기도를 하고 여러 차례 몸을 씻기를 반복했다. 간단히 저녁을 먹은 후 날이 새도록 사제들과 지고신께 철야 기도를 했다.
“지금 여기에 있는 기사가 철야 기도를 마쳤습니다. 지고신시이여. 부디 이 기사의 앞날을 축복해 주십시오.”
기도가 끝나자 고드프리는 찬물로 목욕을 하고 간단히 아침 식사를 마쳤다. 신전에 기도 값으로 많은 금화를 기부한 뒤 예복을 갖춰 입고 성주관으로 향했다. 성주관에 도착한 고드프리는 복장을 점검한 뒤 접견실로 들어섰다.
국왕 라스로부터 정식으로 레니스 공작 작위를 수여 받은 고드프리는 약속한대로 오포트 백작 존 포드햄에게 영지를 수여했다. 다만 라스와 고드프리가 철수할 때까지 성주로서의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존 포드햄은 크게 감격해 눈물을 흘렸다.
“주군! 감사합니다. 저 같은 하찮은 자에게 이런 큰 성을······.”
“미안하네. 자네에게 많은 짐만 남겨 주고 가게 되는 것 같아서 너무 미안하네.”
고드프리는 진심으로 존 포드햄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현한 뒤 레니스 공작령으로 수여된 토지에 대한 위임통치장도 하사했다. 존 포드햄은 공손히 고드프리가 내린 문서들을 받아 들였다.
“성을 통치하고 영지를 관리하는데 필요한 것들이네. 잊지 말고 잘 받아두도록 하게.”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오포트 백작은 눈물로 고드프리에게 고마움을 표했고, 고드프리는 관사에서 크게 연회를 벌여 사람들을 다독였다. 술을 마시던 중 몇 사람은 이곳에 남을 것으로 여겼지만 다른 사람들은 모두 고드프리를 따라서 돌아가겠다고 대답했다.
“그래~ 자네들의 뜻이 그러하다면 어쩔 수 없지. 자네들은 돌아가서 포상을 해 주도록 하겠네. 존을 너무 질투하지는 말게나.”
“설마요!”
“저희들 모두 오포트 백작을 축복하고 있습니다. 하하핫!”
나다니엘과 에드 트림블, 존 크니블 모두 웃으며 잔을 들었다. 고드프리는 돌아서 포상을 해 주겠다는 말을 반복한 다음 사람들에게 술잔을 내렸다. 모두들 기쁘게 잔을 들어 성을 받게 된 오포트 백작 존 포드햄 축복했다.
오포트 백작 존 포드햄이 국왕 라스와 고드프리가 떠난 후 영지를 대신 통치하는 일까지 결정되었으니 귀국을 늦출 이유는 없다는 중신들의 성황에 철군 준비는 생각 외로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표면적으로는 국왕이 오랫동안 왕도를 비우는 것은 좋지 못하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대부분의 중신들 모두 특별한 이익을 얻을 수 없는 에드가 요한슨 성에서 오랫동안 머물고 싶지 않아 했다.
이러한 이유에서 중신들은 21세의 존 포드햄이 에드가 요한슨 성을 맡는 것에 대해 아무런 반대도 하지 않았고, 단지 떠나고만 싶어 했다. 그런 중신들의 행태를 속으로 비웃으며 고드프리도 자신의 군대에게 철수 준비를 명령했다.
“우리도 돌아갈 준비를 하자!”
고드프리 군대의 중추인 존 포드햄이 성주로 이곳에 남게 되니 철군 준비는 나다니엘과 에드 트림블, 존 크니블이 도맡아 했다. 일부 지휘관들과 병사들은 존 포드햄이 남게 된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고아 출신들이 많은지 이곳 에드가 요한슨 성에 남아 새로운 희망의 꿈을 꾸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곳에서 새롭게 시작해 보고 싶습니다.”
“고향에 돌아가 봐야······.”
거듭 말하는 것이지만 남고자 하는 이들은 사실 많은 수가 고향에 돌아가 봐야 아는 사람도 거의 없고 다시 변변찮은 삶을 살아야 하기 때문에, 이곳에 남아 아내도 얻고 집과 토지를 비롯해 하사금과 20년간의 세금 면제 혜택에 강한 매력을 느낀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에서 고드프리가 거느리고 돌아갈 병사들은 1만 명 수준으로 맞춰졌다. 이끌고 온 사람이 2만 5천 명인데 1만 5천 명이나 줄어든 것이다. 전부 전사한 것이 아니라 많은 수가 이곳에 남는 것이지만 고드프리의 크게 줄어든 군대를 보면서 씁쓸해 했다.
철군 준비로 성안이 어수선한 이때 가장 붐비는 사람들은 남아도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는 군인들을 위해 온갖 서비스를 제공하는 매춘부와 도박장 주인, 술집이었고, 병사들의 주머니를 털어댄 돈은 결과적으로 고스란히 라스에게 되돌아왔다.
“고드프리 왕자님.”
“아, 스승님. 어서 오십시오.”
고드프리도 한창 떠날 준비를 서두르고 있을 때 한동안 조용히 지내던 아벨 커스터가 슬며시 찾아왔다. 고드프리는 아벨 커스터가 멀리 떠나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하지 못했다.
“······안타깝습니다. 옛 기록에 의하며 신도 떠나 버린 이 세상에서······. 스승님을 지켜줄 것이 무엇인지 걱정이군요. 더욱이 오크들이 가득한 곳으로 들어가시려 한다니요.”
“안타까울 것은 없습니다. 어차피 사람들은 자신의 그릇에 맞춰 사는 것이니까요.”
안타까운 마음이 가득 드러나는 고드프리를 보면서 미소를 짓던 아벨 커스터는 잠시 무엇인가를 생각하다가 더없이 진지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
“고드프리 왕자님······. 떠나기 전에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부디 노여워하지 말아 주십시오. 지금 이 시대의 잘못된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신이 이 땅을 떠나면서 인간이 마법의 힘을 잃었다고 하지요. 그러나 이것은 근본부터 잘못된 판단입니다. 모두들 그 스스로의 모순에 빠져 마법 그 자체의 의미를 잃어버리게 된 것 때문이지, 신은 이 땅은 떠난 적이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악마도 이 땅을 떠난 적이 없지요. 다만 인간은 그 자리에 남아 그 스스로의 모순을 알지 못하고, 신과 악마, 그리고 인간 자신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던 것이지요.”
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고드프리는 아벨 커스터가 마법사라는 것을 확실히 깨달았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마법사라는 존재가 얼마나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기를 좋아하는지 잘 알고 있으니 굳이 붙잡지 않았다.
“베르트산 말······. 3필을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재물도 충분히 드리지요. 그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신의 가호를 빕니다. 스승님.”
“감사합니다. 고마우신 배려 감사합니다. 고드프리 왕자님께서는 분명 훌륭한 국왕이 되실 것입니다. 신의 가호를 빕니다.”
둘은 굳게 손을 잡으며 서로 진심을 담아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다음날 아벨 커스터는 고드프리가 준비해 준 들풀을 뜯어 먹어도 충분히 살 수 있는 베르트 산 말 3필과 노자로 준비해준 충분한 재물을 갖고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 고드프리는 나탈과 함께 성주관을 찾아가 라스에게 아벨 커스터가 사라졌음을 알렸다.
“······그래~ 그렇구나.”
라스는 단지 고개를 끄덕이며 안타까운 얼굴을 했지만 굳이 다른 말을 할 것 없이 철군 준비를 서두를 것을 지시했다. 고드프리는 정중히 라스의 앞을 물러나왔다. 자신의 관사로 돌아오는데 이상하게 무덥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확실히 따뜻해졌군. 아니, 날씨가 다시 따뜻해지려는 건가?’
문득 고개를 숙이니 자신의 발아래 돌 틈 사이로 새싹이 힘차게 돋아 있는 것이 보였다. 더없이 푸른 그 모습에 자칫 밟아 버릴 수도 있었던 고드프리는 황급히 그 자리를 피했다. 그리고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무릎을 굽혀 한참이나 새싹을 살펴본 후 자리에서 일어섰다.
“주인님. 무슨 새로운 꽃인가요?”
“아니~ 날씨가 참 좋고, 나탈도 너무 아름다워서 말이야.”
고드프리는 빙긋 웃으며 자신의 곁에 서 있는 나탈의 손을 잡고 이마 위에다가 지그시 입술을 가져가 대고 살포시 눌러 주었다.
드디어 철군 준비가 끝나고 예정된 일에 라스는 귀로에 올랐다. 일단 전군은 세 갈래로 갈라질 것이다. 우선 라스와 친위대 병력은 에드가 요한슨 성의 바닷가에서 배를 타고 테이필먼 성으로 향할 것이다.
고드프리는 테오도르 시저 성 쪽으로 군대를 이끌고 진군해 테오도르 시저 성과 디노 맥시밀리엄 성에서 준비해준 배를 타고 프리드리히 마쉘 강을 건너 마커스 조이 성으로 향하는 경로를 택할 예정이었다.
나머지는 레오르카가 에드가 요한슨 성에 병력을 보충해 주기 위해서 이곳저곳에서 끌어온 용병들로 구성되었는데, 우선은 남쪽 강의 하구까지 진군할 것이고 그곳에서 배를 타고 테이필먼 성에 도착하며 그곳에서 해단식을 갖기로 했다.
루벤 최정예 부대인 라스의 친위대는 배를 타고 편하게 이동해 테이필먼 성에 미리 도착해서 시간을 두고 도착하는 용병들의 해단식을 감독할 예정에 있었고, 라스가 함께하니 배로 이동하는 것은 당연했다.
라스는 고드프리가 용병 해단식 같은 사소한 일에 신경 쓰지 않도록 하고 새로운 점령지를 직접 돌아보게 함으로서, 훗날 이곳에 문제가 생겼을 때 보다 현명한 판단을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배려해 일부러 먼 길을 걷게 했다.
“그럼 전하! 마커스 조이 성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소손이 함께 뫼시지 못해 정말로 죄송합니다.”
수하들을 선발시킨 고드프리는 바닷가까지 나와 작은 배로 옮겨 타는 라스를 배웅했다. 라스는 무리하지 말고 걸을 것을 부탁한 뒤 작은 배에 올랐다. 바닷가에 멈춰선 고드프리는 라스를 태운 작은 배가 기함에 붙어 라스가 배에 오르는 것을 지켜본 다음에야 돌아섰다.
라스를 배웅하는데 동행한 오포트 백작을 비롯해 곁에다 두고 부리는 수하들과 함께 성 남쪽에 도착하니 귀국하기 위해서 남쪽으로 걷는 병사들과 바닷가로 향하는 정예병들로 대로가 가득 찼다.
수없이 남쪽으로 향하는 인파의 옆으로 부녀자들을 잔뜩 태운 마차가 연달아 들어왔다. 모두들 똑같이 남루한 옷을 입고 여러 가지 감정이 뒤엉킨 얼굴을 했으며, 손에 작은 짐을 들고 있었다. 바로 이곳에 남게 될 남자들에게 주어질 여자들이었다.
“허~ 누구는 떠나고, 누구는 이곳에 도착하는군. 서로 각자의 희망을 갖고 이렇게 오가는 것인가?”
“희망이라······. 신이 버린 땅이라고 하지만······. 이 오포트 백작 존 포드햄, 주군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고드프리가 살짝 어깨를 들썩이자 옆에 있던 존 포드햄이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그냥 넘어가도 될 일이지만 고드프리는 이상하게 한마디 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우 진지한 목소리로 존 포드햄을 바라보았다.
“존. 자네의 말대로 이 세상에 신이 있다면 이런 현실을 만들지 않았을 것이고, 악마가 있다면 이 세상에 희망을 남겨두지 않았을 것이네. 자네는 인간이지만, 이 에드가 요한슨 성의 하늘을 자신의 세상으로 갖게 되는 사람들에게 신이 될 수 있고, 악마가 될 수도 있네. 어쨌든 이 세상을 이끌어 가는 것은 신이나 악마, 인간 중에서 가장 부족한 인간이니 말이네.”
“명심하겠습니다. 주군!”
존 포드햄은 정중히 군례를 올렸다. 포드햄의 어깨를 두드려준 고드프리는 앞서간 사람들과 합류할 요량으로 말머리를 돌렸다. 존 포드햄에게 오른 손을 들어 손을 흔들어 준 뒤 말에 박차를 가했다.
“이럇~ 그럼 잘 있게!! 또 다시 볼 일이 있으면 보도록 하세!!”
“주군! 살펴 가십시오!!”
고드프리는 등뒤에서 포드햄이 큰 소리로 외치는 것을 들으며 앞으로 달렸다. 그 뒤를 따라서 나탈과 존 스카라가 함께하고 30기의 기병이 함께했다. 어느 정도 말을 달린 고드프리는 타고 있는 승용마가 지치지 않도록 말고삐를 잡아 당겼다.
어차피 자신은 말에 타고 있고 앞서간 사람들은 걷고 있으니 금방 따라 잡을 것이 분명했다. 고드프리는 차분히 길옆을 걷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모두들 남루한 차림으로 터벅터벅 앞쪽만 보고 걷고 있었다.
그렇지만 사람들 모두의 표정에서 자신이 가야할 길이 어디라는 것은 충분히 드러나 있었다. 고드프리는 다시 고개를 들어 정면을 응시했다. 끝도 없이 이어져 가야 하는 길이 눈에 들어왔다.
“······.”
그 길 위를 걷고 있는 셀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 모두 자신의 삶이 이어지는 곳을 향해 나가고 있었다.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 고드프리는 천천히 앞으로 나가려다가 말의 걸음 속도를 높이며 앞으로 나갔다.
이렇게 늦장 부리며 갈 것이 아니라 수하들과 합류해서 영지에 돌아가면 내려줄 작위에 대해서 말해줘야 했다. 굳이 그 이유뿐만 아니라 그래도 이런 곳에서 자신이 알고 있고 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과 함께 걷는 것은 기분 좋은 것이다.
지금 막연한 희망과 함께 길 위를 걷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은 시가 되어 바람을 떠돌 것이고, 삶은 여전히 계속될 것이다. 어디에선가 들었다가 늘 기억해 두고 있던 옛 말이 떠오른 고드프리는 미소를 지으며 말배를 걷어찼다.
“좋아! 자! 가는 거야!!!! 삶은 계속되는 거니까!!”
신, 악마 그리고 인간 – 라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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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 지겨운 소설도 이제 정말로 끝입니다…
오늘도 한 편 올렸습니다…
차기작, “달과 늑대와 잎사귀-늑대는 죽일 수는 있어도 길들일 수는 없다-”는 천재지변이나 전쟁, 귀차니즘, 깜빡잊어버리기신공, 컴고장, 술먹고떡되기신공, 등등의 일이 없으면, 아마 내일부터 연재가 될 것입니다…^_^;;
…그동안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m(_ _)m
에궁…이제 신, 악마 그리고 인간 – 라스 -도 끝이군요…^0^;
●‘i우천i’님…^_^; 첫 시작이…2006년 3월 2일이었군요. 그때부터 천천히 연재를 시작해서 이제 2008년 9월 7일에 종결입니다…우천님의 한결같은 응원에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화팅!!
●‘toyr’님…이제 라스도 이것으로 끝입니다…어쨌든 간에 마음 먹은 것을 끝냈으니 참으로 기분이 좋네요…^_^; 으흐흐…toyr님과도 함께할 수 있어서 정말로 다행이었습니다…만세!!
●‘ytk’님…이제 막판이지요…크라우프 때부터 이렇게 봐주신 분…정말로 고맙고 감사합니다…덕분에 저 작가넘이나 아뒤쥔장님 모두 아시죠? 므흐흐흐…즐겁게 글을 쓸 수 있었답니다…
●‘엘운디네’님…(부비적)…이제 두 번째 소설도 끝났습니다…세번째 소설도 이제 내일부터 연재가 될 것이지요…^0^; 첫 번째는 SF, 두 번째는 판타지, 세 번째는 거의 중세 기사물입니다…ㅠ0ㅠ; 뭐…그렇다는 것입니다…글쿠 이제 마음 먹은 것을 끝까지 해서 끝낸 것…많이 아쉽지만 그래도…화팅입니다…엘운디네님(부비적)…
●‘라임쥬스’님…하핫…저 작가넘의 오타 신공은…냐하하하하…어쨌든 간에 이렇게 자주 찾아와 주시니 정말로 고맙습니다…덕분에 저 작가넘…끝까지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답니다…^_^;
●‘러딘’님…하핫…처음에 계획했던 내용을 거의 그대로 쓸 수 있어서 다행이랍니다…1부와 2부 사이의 이야기 등 그때의 내용도 쓰면 좋겠지만…뭐…어쨌든 간에 마음먹은 대로 글을 썼으니 참 좋지요…러딘님의 응원에 힘입어 열심히 했고 이렇게 왔습니다..화팅!!
●‘호박의정령’님…늘 감사하고 있습니다…저 작가넘…하루 중에 독자분들과 이렇게 만나 글을 쓰고, 읽고 하는 시간이 늘 재미있답니다…화팅입니다…
에궁…허접한 저 작가넘의 글을 읽어 주신 고우신 분들…늘 감사하고 있습니다…(부비적)…
이제까지 신, 악마 그리고 인간 – 라스 -를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좋은 일이 많을 것이라고 믿습니다…만세!!
(1차 수정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