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Demons, and Humans - Lars RAW novel - Chapter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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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는데요…소제목은 그냥 이 스타일로 가려구요…^_^;
베르트 군의 추격을 피해 허겁지겁 도망치던 라스와 발레리아는 부상을 입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치료할 시간도 갖지 못한 채 말을 달려야 했다. 그리고 도망치는 용병들 사이에 끼어서 간신히 마리우스 성을 포위하고 있던 레나르트와 파울젠 왕국 군대의 주둔지 쪽으로 도망쳐 올 수 있었다.
먼저 도망쳐온 토벤 보직이나 몇몇 살아남은 무장병과 용병, 그리고 급하게 토벤 보직으로부터 지원병 요청을 받고 달려오던 병력들이 힘을 합쳐 베르트 군이 앞세웠던 소떼를 처리하기는 했지만, 라스와 발레리아가 탄 말이 내는 소리에도 놀라 호들갑을 떠는 것을 보아하니 적잖은 충격과 공포에 사로잡힌 것은 사실인 듯 했다.
급하게 토벤 보직을 지원하기 위해 달려갔던 군대를 포함해 베르트 군의 소떼 공격에 어림잡아 4백 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었고, 베르트 군의 허를 찌르는 전술에 당황한 레나르트와 파울젠 왕국의 군대는 마리우스 성을 공격하려던 것도 멈춘 채 몹시 당황한 듯 한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갑자기 나타나 막대한 피해를 입힌 소떼는 안실 성의 배후인 엘버트 델 성의 남쪽, 즉 퀴트켄달 산맥과 셰일 산맥 사이에 펼쳐져 있는 평야 지역에서 서식하는 검은 물소들로 미힌데 성과 프리버 성 주변에서 흔하다면 흔하게 볼 수 있는 종류였다.
온순하기는 하지만 워낙 덩치가 크고 힘이 좋은데다가 무엇보다 지구력이 매우 뛰어나 말처럼 거세게 달릴 수도 있기 때문에 경작을 하거나 짐수레를 끈다거나 하는 일에 자주 이용되고는 했다.
이 소는 과거 엘버트 델 성 남쪽을 공략하던 베르트 기마대가 현지에서 거주하던 물소를 타고 전쟁을 벌이던 부족민들에게 호되게 당한 적이 있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군사용으로도 사용이 가능한 듯 했다.
물론 이 사실은 그냥 입소문으로만 전해진 것일 뿐 정확하게 그 사정을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소문이 어찌되었든 결국 베르트는 엘버트 델 성을 중심으로 미힌데 성과 프리버 성 주변을 완전히 정복해 곡창 지대로 확보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갑자기 소떼를 앞세운 공격을 감행한 베르트 군을 두고 레나르트와 파울젠의 장병들은 흑마법을 의심하기 시작했고, 공공연히 떠돌던 이 입소문은 베르트 군 쪽에 어마어마한 흑마법사가 있다는 사실이 어느 순간부터 엄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게 만들어 버렸다.
소문이 사실이건 아니건 무사히 도망쳐 오는데 성공한 라스와 발레리아는 경계를 서는 용병들 사이를 지나쳐 레나르트 군의 진영 안으로 들어섰다. 허벅지를 칼에 찔린 발레리아가 비틀거리며 자신의 전투마에서 내려섰고 겉으로는 그렇게 다친 것 같지 않지만 여러 군데 철퇴로 얻어맞고 상처를 입은 라스도 무거운 몸을 숙이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비단 라스나 발레리아만 부상을 입은 것이 아니라 어떻게 다쳤는지는 모르겠지만 토벤 보직도 부상을 입고 이곳에 도착해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었고, 그 외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크고 작은 상처를 입고 있는 중이었으므로 라스는 겉으로 드러난 상처를 입고 있지 않은 자신을 우선해서 치료해 달라고 말할 수 없었다.
상태가 심한 사람부터 치료해야 한다며 아치가 마법의 힘을 사용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라스는 갑자기 자신의 어깨를 두드리는 누군가 때문에 고개를 돌렸다. 누군가 싶었는데 머리카락을 잔뜩 헝클어뜨린 스펜서가 마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
다소 황당하기는 했지만 침착하게 스펜서의 상태를 확인해보니 그는 화살을 뽑고 상처를 치료했는지 화살 맞은 곳에 붕대를 감고 다리를 절고 있었다. 곧 스펜서는 표정을 굳히며 라스의 얼굴을 보면서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네 말을 나한테 내어 주다니······정말로 고맙다. 원한다면 내 목숨이라도 다해 너를 싸워 주겠어!”
지금 이 자리에서 라스는 엄연히 레나르트 국왕의 기사였고 스펜서는 일개 용병이며 평민이었다. 전장에서 버리고 갈 수 있었는데 일부러 자신을 위해 말을 내어 준 라스에게 목숨을 다하겠다는 말을 하는 스펜서를 보고 라스는 굳은 얼굴로 그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알겠어요. 하지만 지금은 어서 상처부터 회복하세요. 아치가 치료해 줄 꺼에요.”
라스는 좋은 말로 발레리아처럼 되돌아오지 않고 라스가 태워준 전투마에 올라 무작정 도망치는데 전력을 다했던 자신을 부끄러워하는 스펜서를 다독여 준 후, 적이 온다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병사들 사이를 지나 대충 좀 쉴 만 한 곳을 찾았다.
적병에게 얻어맞은 몸의 여러 군데가 견디기 힘들 정도로 욱씬거렸기 때문에 자리에 앉아 옷을 벗고 보니 역시나 몸 곳곳이 심하게 멍이 들고 부어 있었다. 생각보다 상처가 심한 듯 보이자 라스는 이곳에서는 더 이상 구할 수 없을 것 같아 아끼려고 숨겨 두었던 플라비아를 꺼내어 들었다.
물에 개어 바르면 금방 붓기가 가라앉고 가벼운 상처 정도는 금방 피를 멎게 해 주는 효능이 있는 약초인 플라비아를 꺼낸 라스는 이번에는 조금 큰 그릇에다가 그것을 탔다. 이내 금방 약초의 파란 물이 배어 물이 퍼렇게 변해 버렸고, 라스는 그 물을 조금씩 찍어 부어오르고 멍이든 부위에다가 발랐다.
“후읏······”
금방 시원해진다는 느낌과 함께 상처가 난 부위 전부에 충분히 플라비아를 개어 놓은 물을 바른 라스는 더 이상 바를 곳이 없자 많이 남아 있는 물을 그냥 버릴까 하다가 왠지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버렸다.
카비 마을에서야 집집마다 상비약으로 조금씩 기르고 있으니 흔했지만, 지금은 구할 수 없을 것 같은 플라비아를 혹시 한 번 마셔 보면 어떤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러고 보면 의외로 카비 마을 사람들 중에서는 플라비아를 먹었다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물론 시험 삼아 먹어 보았던 사람들이 있어 주변 사람들에게 그 효능을 알려주곤 했는데, 대부분 플라비아가 바르면 몸이 시원해지고 상처가 금방 낫는 약초이기는 한데 먹으면 뱃속을 한 번 뒤집어 놓아 설사를 하게 만든다며 먹지 않기를 권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카비 마을 사람들은 체했을 때만 이 약초를 물에 조금만 타서 마실 뿐이었다. 어른들을 통해 말로만 플라비아를 마시면 설사를 한다는 사실만 알고 있던 라스는 직접 플라비아가 섞인 물을 마셔 본 적이 없었다. 다시 한 번 버릴까 싶었지만 라스는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어 파란 물을 한 모금 마셔 보았다.
“······꿀꺽······”
내심 잔뜩 긴장하고 마셨건만 막상 한 모금 마시고 보니 목을 타고 넘어가는 것이 너무나도 시원하게 느껴졌고, 뱃속에서 무언가가 슬쩍 뚫리는 것 같은 느낌, 아니 온몸이 깨끗이 정화되는 것 같이 느껴졌다. 무엇보다 너무 지치고 힘들었는데 피로함이 완전히 가시며 기운이 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야······이거 뭐지?”
의아하다는 생각을 하던 라스는 팔을 몇 번 움직여 보고 앉았다 일어섰다 하기를 두어 번 해 보았다. 아까 바른 것이 약효를 발휘하는지 쑤시거나 결리는 곳도 별로 없었고 기분 같아서는 다시 전투 도끼를 들고 휘저으며 적진을 향해 달려 나가도 될 것만 같았다.
어른들에게 들었던 것과는 다른 느낌 때문에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진 라스는 남아 있던 플라비아를 탄 물을 한껏 들이켰다. 역시나 금방 속이 시원해지기는 했는데 잠시 뒤 갑자기 뱃속에서부터 무엇인가가 마구 창자를 뒤트는 것 같은 느낌이 올라왔다.
“우욱!!!”
순간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지만 이미 설사가 시작되었다는 신호가 라스의 몸을 타고 흘렀고, 재빨리 구석진 곳에 가서 온몸의 노폐물을 쏟아 내며 옛 어른들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밤새 힘겨운 시간을 보낸 라스는 대장장이와 가죽 수선공에게 자신의 사슬 갑옷과 가죽 갑옷 두벌, 그리고 짐승 가죽 덧옷을 수선해 달라고 부탁했다. 물건들이 수선되기를 기다리려던 라스는 시간이 조금 걸린다는 말에 근처에 있던 물통에서 물을 떠서 자신의 몸 위에서부터 쏟아 부었다.
시원하다는 느낌에 아까의 기억을 떠올린 라스는 앞으로는 플라비아를 한 모금 이상 마시지 않겠노라고 다짐했다. 괜히 욕심을 부려 많이 마셨다가 밤새 설사에 시달리기는 했지만 이상하게 아침에 일어났을 때에는 몸은 개운했고 상처도 금방 회복되었다.
라스가 몸에 묻어 있는 물기를 털어내고 있을 때 장이 다가오더니 지난번 오스틴 협곡에서 발레리아처럼 자신도 라스를 구하러 가지 못했음을 미안해하며 용서를 빌었다. 솔직하게 그때는 자기 생각 밖에는 하지 못했다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고개를 숙였던 것이다.
“아뇨······괜찮습니다.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그는 장을 다독여 주다가 갑자기 장의 딸아이가 생각났다. 너무 귀여웠던 소녀라는 생각도 잠시 그 마음을 슬그머니 감추어 버린 라스는 가족들은 잘 지내는지를 물었다.
“물론이죠. 라스의 가족들은 잘 지내요?”
갑자기 가족 이야기가 나오니 장도 대수롭지 않게 물었고 라스는 그냥 피식 웃어 주기만 했다. 두 사람의 대화에서 무엇인가의 평행선이 그어지려 했을 때 대장장이가 사슬 갑옷을 고쳐 라스에게 건네주었다.
“기사님 꽤 좋은 갑옷이네요. 어디에서 구입하신 거에요? 좋은 쇠로 솜씨 있는 장인이 만든 좋은 거네요.”
대장장이는 갑자기 라스의 사슬 갑옷을 건네주며 갑옷의 품질을 칭찬하자 라스는 순간 자신이 해야 할 말을 잊어 버렸다. 이 갑옷은 아치와 산속 마을에서 도망칠 때 추격해 왔던 무장병이 입고 있던 것으로 라스가 돈을 주어 구입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요? 하하하 대충 산 것인데 운이 좋았나 보네요.”
대충 얼버무린 라스는 가죽 갑옷도 찾고 돈을 지불한 후 장과 헤어졌다. 갑자기 자신을 구하러 와 주었다가 허벅지를 칼에 맞은 발레리아 생각이 난 그는 몇 사람에게 물어 발레리아가 머물고 있는 개인용 천막을 찾아갔다.
“안에 있어요?”
인기척을 내고 안으로 들어서니 가벼운 옷차림을 하고 있는 발레리아가 다리 부상 때문인지 자리에 반쯤 누워 있었다. 부상을 입은 하체만 이불로 가린 채 책을 읽고 있던 그녀는 라스가 들어오자 책을 덮어 놓더니 자리에 앉을 것을 권했다.
대충 보니 칼에 찔린 허벅지 부분이 불룩한 것이 상처의 치료는 끝난 듯 보였다. 물론 상처를 치료받았으니 한동안 요양을 하면 다시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지만 당장은 이렇게 움직이지 않는 것이 최선이었다.
“어서 와. 너도 많이 다친 것 같았는데 쌩쌩하게 돌아다니는 것을 보아하니 몸이 많이 나은 것 같네?”
그냥 무시하고 도망쳐도 될 것인데 굳이 자신을 구하러 왔다가 이렇게 상처를 입은 발레리아를 두고 라스가 평소의 약간을 껄끄러운 감정을 접어 두고 진심으로 미안해하자 그녀는 대수롭지 않은 듯 웃었다.
“뭘······너 같은 녀석이 죽으면 좀 아깝잖아!”
발레리아는 대수롭지 않게 웃었고 부상을 입은 것에 대해 라스가 미안해하자 괜찮다며 그래도 용감하게 아군의 뒤에 남아 싸우고 있는 라스를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었다는 말로 이제야 자신이 되돌아갔던 이유를 은연중에 설명했다.
‘······’
그녀의 말을 들은 라스의 머릿속에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발레리아 또한 자신이 마지막까지 뒤에 남아있던 것이 아군의 퇴로를 열어 주기 위해 그리 했다고 오해하기는 했어도 자신을 구하러 와 주었으니, 그녀 자신이 대단한 용기를 지닌 사람이 아닌 이상 그런 일을 할 수 없음을 이해했다.
길게 이야기 할 것 없이 라스는 자신을 도와주러 온 그녀에게 고마움을 표시한 후 그 답례로 근처에 있던 물병을 집어 들고 물 컵을 찾아 물을 따른 후 플라비아 가루를 조금 탔다. 이내 물이 퍼렇게 변하자 그는 그 물 컵을 내밀었다.
“······뭐야?”
의아한 표정으로 눈을 크게 뜨는 발레리아를 보고 라스는 자신의 고향에서 상처 치료에 잘 듣는 약초라면서 상처에 발라주면 금방 낫는다며 직접 상처에 바를 것을 권했다.
“그래?”
발레리아는 의심할 것도 없이 대뜸 그 물 컵을 받아 침대 옆에 있는 테이블에 올려놓더니 하체를 가리고 있던 얇은 이불을 걷어 버렸다.
“으왓!”
“훗······뭘 그리 놀래? 한 두 번 본 것도 아닐 텐데.”
거침없이 걷어지는 이불의 밑에는 거뭇거뭇한 무언가가 슬쩍 비치는 새하얀 천쪼가리 하나만 걸친 채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은 그녀의 탄력적인 맨다리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두 눈을 크게 뜨며 경악성을 내는 라스를 가볍게 핀잔한 발레리아는 허벅지를 묶고 있던 붕대를 능숙한 솜씨로 풀었다.
잠시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있는 라스를 힐끗 바라 본 후 귀엽다는 표정으로 피식 웃더니 그가 건네준 약초 탄 물을 붕대 남은 것으로 찍어 상처 부위에다가 바르기 시작했다.
“······아니 의심도 안 해요? 혹시 독약이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하려 구요?”
꼴에 남자라고 그녀가 하는 양을 힐끔거리며 훔쳐보던 라스가 너무나도 태연하게 상처에 약초를 바르는 발레리아의 모습을 보고 오히려 당혹스러워 했지만 발레리아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뭐······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일단 죽으면 그만이지 뭐.”
쉽게 죽음을 대답하는 발레리아를 두고 라스는 약간 기분이 상하기는 했지만 상처에 바르고 난 후 한 모금 정도 약초 탄 물이 남자 그것을 마실 것을 권했다. 생각 같아서는 한 컵 정도 타 먹여 하루 정도는 설사에 시달리게 하고 싶었지만 괜한 오해를 사기 싫어 간신히 참았다.
“발레리아님, 말씀하신 것을 구해······어머!”
그때 갑자기 천막의 휘장이 열리면서 어디선가 보았던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라스와 발레리아의 모습을 보더니 손에 들고 온 것이 바닥에 떨어지거나 말거나 입을 가리기에 바빴다.
“아······이건······”
“구했나? 이쪽에 놔둬!”
침대에 반쯤 누워있는 반라의 젊은 여기사와 덩치가 커다란 젊은 남자 기사라는 그림이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 라스가 무어라 변명을 하려고 입을 여는 사이, 발레리아가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과 어투로 여전히 입을 두 손으로 가린 채 두 눈을 크게 뜨고 있는 여자에게 말했다.
“앗! 내 정신 좀 봐······호호호~ 그럼 여기에 놓을 테니 재미있게 지내세요~”
입을 가렸던 손으로 떨어뜨렸던 것을 주워 테이블에 올려놓은 그녀가 다소 호들갑스럽게 이야기를 하더니 밖으로 나가가 천막의 내부는 깊은 침묵에 휩싸였다.
“아······저도 그만 가보겠습니다. 몸조리 잘 하세요.”
분위기가 영 어색하자 라스가 얼른 회복하라는 말을 남긴 채 재빨리 밖으로 나왔다.
물론 라스는 창녀들과 일부 병사들, 그리고 일부 기사들 사이에서 라스와 발레리아가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소문이 돌았던 것을 이 전쟁이 끝날 때까지, 아니 그가 죽을 때까지 알지 못했다.
“후아아아아······”
천막을 빠져 나와 정신없이 걷다보니 오니 어느새 자신이 묵고 있는 천막의 앞이었다. 괜히 붉어졌던 얼굴을 식히느라 깊게 숨을 들이마셨던 라스는 그래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면 발레리아는 다리 부위에 갑옷을 입지 않아서 찔린 것 아닌가?’
잠시 다른 생각을 하려하다 보니 허벅지나 무릎 같은 적의 공격에 쉽게 노출되는 부위를 금속판으로 보호하는 다른 기사나 기마병들과는 달리 그냥 바지만 입고 다니는 발레리아가 다치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다······내가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되지!’
갑자기 발레리아에게 무엇인지 모를 화를 내고 싶은 마음이 솟아올랐지만, 자신 때문에 부상을 입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그녀를 생각해 고개를 좌우로 저은 후 자신의 천막안으로 들어섰다.
느긋한 마음으로 좀 쉬려고 옷과 신발을 새것으로 바꾸어 입고 갈아 신었을 때 저 멀리에서부터 뿔피리 소리와 북소리가 은은히 퍼져왔다. 베르트 군의 공격이 시작되는 것을 알리는 소리인 듯 했다.
“쯧~ 오는 군······”
라스는 자신도 모르게 혀를 차며 혹시 베르트 군이 또다시 소떼를 이용해 공격을 감행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씁쓸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설마 한번 했던 것을 또 하려고······’
잠시 불안한 마음이 들자 라스는 다시 갑옷을 걸치고는 밖으로 나왔다. 그런 라스의 옆으로 판금 갑옷을 걸친 기사들이 지나쳐 갔다.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라스는 기사들이 입고 있는 판금 갑옷을 유심히 살펴보다가 그 중에서 칼날도 잡을 수 있도록 금속판이 덧대어져 있는 장갑에 시선을 돌렸다.
‘흠······’
갑자기 저 장갑을 차고 있으면 손을 다칠 일은 없을 것이고, 만일의 경우 적과 근접해 붙었을 때 금속이 섞인 장갑으로 후려치면 더 크게 타격을 줄 것 같았다. 전투가 시작되기 전 기사들이 손에 끼는 장갑을 구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 라스는 이내 전투가 시작되려 하자 슬그머니 주둔지에서 빠져나와 항구 쪽으로 가려는 대장장이를 찾아갔다.
의외로 쉽게 대장장이는 금속이 박혀 있는 장갑을 내 주었다. 손등과 손바닥 안에 금속 부분이 있기 때문에 칼날을 잡아도 손이 다칠 것 같지 않았다. 한 눈에 장갑이 마음에 든 라스는 값을 치른 후 기존에 자신이 끼고 있던 가죽 장갑 대신 금속이 박혀 있는 장갑으로 대신 착용했다.
마리우스 성에서도 베르트 군의 지원 병력을 알리는 북소리를 들었는지 갑자기 성벽 위에서 움직임이 분주해 졌고, 이에 대응하듯 레나르트와 파울젠 왕국의 군대도 전열을 정비해 전투 준비에 들어갔다.
모두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을 때 라스는 스펜서에게 빌려준 자신의 전투마를 돌려받고 자신이 타고온 베르트 군의 전투마는 스펜서에게 빌려 주었다. 어딘지 모르게 상으로 받은 전투마가 더 마음에 들기도 했지만 스펜서도 제법 말을 잘 탄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그도 말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니 이 귀한 말을······”
“그냥 써요. 대신 죽지나 말고요.”
어차피 스펜서에게 자신이 타고 온 말을 건네주지 않는다고 한다면 국왕의 기사나 무장병 중에서 말을 탈 줄 아는 사람이 올라타 버릴 것이니 말에 대한 자신의 소유권을 명확하게 해 두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솔직히 발레리아가 사주었던 말은 오스틴 협곡에서 잃어 버려 지금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 없게 되었으니, 자신이 적에게서 빼앗은 전투마로 그 말을 대신하는 것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라고 스스로를 위안하면서 말이다.
전투 준비가 한창일 때 라스도 명색이 국왕의 기사인지라 국왕이 있는 작전 회의장에 출입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참석해 자리에 말석이나마 참석을 해서 전체적인 작전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작전 회의 중 몇 몇 기사와 군사 전략에 밝은 참모들이 마리우스 성에서 적이 나오지 못하도록 성을 견제하면서 동시에 오스틴 협곡의 입구 쪽으로 대병력을 내려 보내 적을 봉쇄하는 방법을 사용하도록 권했다.
어니어스 보직 하세가 이러한 방안을 지지해서 병력을 나누어 협곡을 봉쇄할 것을 주장했지만, 의외로 국왕과 언제 이곳에 왔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이 자리에 나와 있던 발레리아의 아버지인 라빈 바가렛사 카르타스가 어니어스 보직 하세의 의견에 반대를 표시했다.
‘저 사람이 발레리아의 아버지인가······’
나중에 들어 알게 된 것인데 라빈은 전국에서 모아들인 군수품을 싣고 전장을 방문하공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튼 라빈은 어니어스 보직 하세의 의견도 물론 합당하기는 하지만 만일의 경우 마리우스 성 쪽에서 보병 위주로 적이 공격해 나오고 오스틴 협곡을 봉쇄하는 일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앞뒤로 적을 맞을 수 있어 몹시 위험하다는 사실을 들어 그의 의견에 반대했다.
물론 라빈은 무조건 어니어스의 의견에 반대만을 한 것이 아니라 대안도 제시해 주었는데, 그의 의견은 지금은 주둔지 앞쪽으로 도랑을 파서 병력을 온존시키며 상황의 변화를 보아가며 적의 공격을 저지해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지난번 처음 1천 명 정도의 잡병들이 희생된 공성전 이후 거의 이렇다 할 전투가 벌어지지 않았으니 레나르트와 파울젠 왕국 소속의 병력은 손상 없이 제대로 보존되어 있었고, 무기와 식량도 그다지 부족함이 없어 공격해 나가도 될 것이었다. 하지만 오스틴 협곡을 돌파해 기세가 올라 있는 베르트 군을 상대로 쓸데없는 인력 낭비는 필요 없다는 것이 라빈의 설명이었다.
듣고 있던 어니어스 보직 하세도 말이 부족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자연히 라빈과 주고받는 논박이 많아졌다. 두 사람의 논쟁이 길어질 것 같아 보이자 국왕 죠셉 레이야드 3세가 어니어스 보직 하세를 비롯한 오스틴 협곡을 봉쇄하자는 의견을 묵살한 후 단순히 주둔지의 진채를 중심으로 농성하자는 쪽으로 대응하기로 못을 박아 버렸다.
“상황이 변화되기를 기다려 단숨에 적의 지원군을 물리친다면 마리우스 성을 지키는 수비군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항복할 것이오. 일단 적을 성 밖으로 끌어낸다면 승리는 우리들의 것이 될 것이니 모두들 아무 말 말고 전투 준비를 갖추는데 최선을 다하라!”
회의가 끝이 나고 그 자리에 참석했던 기사들이 각자의 부대로 되돌아갔을 때 사병이 없는 라스는 슬그머니 회의장을 빠져 나와 유유자적하게 진영 내부를 거닐었다. 나중에 잔소리야 듣겠지만 뭐 대충 어디에서 섞여 싸우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걷던 라스는 회의에 참석해 여러 사람들이 논쟁을 계속해 듣고 있다 보면 많이 피곤하다는 생각을 했다.
공성 병기를 다루는 병사들이 서둘러 준비를 계속하고 있는 사이를 지나쳐 걷던 라스는 어느새 진영의 맨 앞으로 나올 수 있었고, 그곳에서 베르트의 군대가 오스틴 협곡을 빠져나와 마리우스 성의 남쪽 부근에 서서히 자리를 잡는 것을 지켜보았다.
전방을 경계하는 임무를 맡고 있던 기사들 중 하나가 기마대를 이끌고 적이 자리를 잡기 전 공격해 쓸어버리자고 하기도 했지만 라스는 그저 국왕의 뜻을 따르자는 말로 대충 얼버무려 버렸다.
나름대로 녹색을 띄고 있던 풀잎이 사라지고 모두 베르트 군의 그림자로 가득 찬 평지를 바라보니 어림짐작으로 보아도 1만 명은 족히 되어 보였다. 모두들 엄청난 숫자의 베르트 군을 보니 적을 맞을 것이 걱정을 했고 라스도 불안한 마음을 억누르지 못했다.
“많군······.”
씁쓸한 한 마디를 내뱉자 베르트 군의 북소리와 뿔피리 소리는 더욱 요란하게 모든 것을 휘감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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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야시꾸리한 상황이 벌어졌다지요…
저 방면은 작가넘의 반대를 무릅쓰고 제가 넣어 두었습니다…흐흐흐…
…응? 어째서 12推가 아니냐구요?…흐음…
…이 소설은 건전~ 발랄~을 추구합…퍽!!
으윽…오늘도 한편 올립니다…Next-00…
잇힝…오늘 영화 괴X을 보았답니다…^0^)乃
●‘스킬팝’님…으음…발레리아는 별 속셈은 없답니다..^_^; 뭐…라스 녀석을 구하기 위해 되돌아 온 것이고 그를 구해 도망치는 것이지요…뭐 실제로 발레리아가 저렇게 되돌아 올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발레리아>>>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라스 이하 떨거지의 공식이 계속 적용되는 캐릭터이기 때문입니다…
●‘가연을이’님…에궁…얼른 수정했습니다…ㅠ0ㅠ; 오타 지적 감사합니다…^0^)乃 그나저나 날씨가 너무 좋네요…그냥 34도 이상으로 푹푹 올라가니 앉아만 있어도 땀이 줄줄 쏟아집니다…이번달 22일부터 24일까지 동원예비군 훈련인데…벌써부터 짜증날라 그러네요…~ㅁ~;
●‘마적’님…^0^; 뭐…예전에 울 나라 장수들…뭐…말은 작아도 과하마 인가요? 뭐 삼국지 10에도 나오는데 작은 품종이지만 지구력이 굉장히 좋다고 하던데 말입니다…^3^; 어쨌거나 작은 말이지만 그 말이라도 없었다면…~0~;
●‘godrase’님…감사합니다…저 작가넘의 동원 훈련 기간 동안에는 아뒤쥔장님이 올려 주셔서 최소한 성실 연재를 계속해서 이어 나갈 것입니다…뭐 물론 마지막 날이야 귀가해서 저 작가넘이 올리면 되겠지만요…^_^;
●‘英雄’님…소떼 꼬리에 불을 붙여서 하는 전투는 바로 장동건 나왔던 무극에서 따온 것이랍니다…^0^; 뭐 그 영화 보고 참 재미없어서 눈물이 다 났는데…~ㅁ~; 그래도 좋은 소재는 많이 내어 주더군요…잇힝…글쿠…처음 나온 전술이니 사람들 모두 당황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어차피 낙석을 하더라도 피해가 계속될 것은 마찬가지겠지만요…^_^;
●‘underworld’님…뭐…당장은 발레리아가 후작 가문의 후계자인데…겨우 성만 있는 기사 나부랭이한테…어쨌거나 라스 녀석과 발레리아의 차이는 생각 외로 어마어마하답니다…^ㅁ^; 물론 라스는 쥔공이구요…^0^;
●‘쇼용’님…뭐…전투마에 두 사람이 타도되지만 라스 녀석이 새로 말 한필 빼앗는 것이 더 폼나 보여서 말이죠…~ㅁ~; 일부러 그렇게 말을 뺏는 것으로 했답니다…삼국지 읽으면서 방덕이 조조와 싸울 때 위나라 장수를 하나 목베고 얼른 말을 뺏어 타고 도망치는 광경이 참 인상 깊었거든요…^_^;
●‘창조그리고’님…에궁…많이 힘드신 일이 많으신가 봅니다…저 작가넘은 무더위에 차츰 지쳐가고 있습니다…~ㅁ~;; 무더위가 얼른 물러나야 할 텐데…조금 짜증이 나기도 하고…어쨌거나…좋은 일 많으시길 빌며…오늘 본 영화 괴물…그럭저럭 볼만 하더군요…한국 영화치고는…굉장히 말이죠…허헛…
●‘slimeball’님…저 작가넘은 스티븐 시걸 처럼 영화 내내 한 대도 맞지 않고 이기고 세상 모든 것을 다 아는 사람이 아니라…부르스 윌리스 처럼 피터지고 자신 보다 강한 상대들이 끊임없이 나와도 결국에는 이기는 사람이 좋거든요…글쿠…라스 녀석 저 맷집으로 어마어마한 일들을 계속 한답니다…^0^)乃 바로 쥔공이니 말이죠…^_^;
●‘호박의정령’님…으허허허…그나저나 영화 괴물 괜찮아 보였습니다…^0^)乃 맨날 괴물 영화 하면 밤에만 괴물이 나오고 하는 것이 아니라…그냥 낮에 괴물들이 뛰어 다니면서…@_@; 돈 내고 후회 안 해 본 영화니…괜찮더군요…^_^;
●‘블래스터’님…이히힛…^_^; 96편에 보니까…40일된 강아지를 구입하셨다면서요…헐헐…저 작가넘네 개는…밖에 나가고 싶어 안달하더니…어느날 밖에 나간 후 돌아오지 않더군요…~ㅁ~;; 쭈압…그나저나 이번 강고(혹시 몰라서 말씀드리지만 냥이랍니다…^_^;)는 아예 밖을 나갈 생각을 하지 않고 방구석에서 뒹굴거리네요…덩치가 꽤 커졌지만 그 전의 짜장이처럼 담을 뛰어넘을 생각도 안하고 그냥…~_~;
●‘양구리공작’님…이히히히…^0^)乃 그나저나 영화 괴물 괜찮았습니다…송강호의 연기도 그렇고…마지막 부분의 CG가 좀 어색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무난해 보였다고 생각합니다…^_^;; 볼만하네요…이히히히…
●‘지옹’님…^_^; 이제 라스 녀석은 난전을 좀 경험해 본 것입니다…^_^; 뭐 앞으로 라스 녀석이 헤쳐 나갈 지금 보다 더 지독한 상황이 있지만요…그 난전을 뚫고 라스 녀석은 이제 영웅이 되는 것이랍니다…^0^)乃
●‘acehelp’님…저 작가넘도 많이 반갑고 고맙답니다…ㅠ0ㅠ; 어쨌든 간에…오늘 본 영화 괴물의…내용이 참…개봉 전에는 제목이 유치하다…뭐…설정이 빈약해 보인다 등등이 많았는데…무난하더군요…진행도 빠르고…^_^;
●‘쵸코파이’님…글쿤요…~ㅁ~; 그리고 베르트 증원군은 레나르트 군이 단단히 준비한 진영을 단숨에 돌파하지 못하면 시간을 끌게 되고 지형적인 특성상…방어하는 쪽이 적의 1/10 병력으로도 가능하니…~0~;; 이런 신속한 움직임이 생명이라고 생각합니다…므흐흐흐…
●‘soulschaos’님…^_^; 이히히 글라디에이터 초기 그 엄청난 덩치의 게르만 족장은…~3~; 참 대단해 보이기는 대단해 보였답니다…물론 라스 녀석도 족장처럼 덩치도 크고 짐승 가죽을 입고 있으며 엄청난 힘으로 도끼를 휘둘러 대고 활도 쏘고 있지요…~ㅁ~; 글쿠 이제 라스 놈은 중첩 갑옷을 더 입고 다니며…차츰 이런 상황을 지나치며 렙업과 발전을 거듭한답니다…그래야 쥔공이고…결국 쥔공이 단순히 소소한 모험만 하고 다니면서…자그마한 명성과 아이템만 얻는 것이 아니라…엄청난 용맹으로 이름날리는 명성과…아울러 막대한 재산 그리고 여자를 얻는 것이랍니다…^ㅠ^;
한국 영화 화팅!! 돈 내고 본 것을 몹시 후회하게 만들었던 태X과…작X의 정X…한X도 같은 보고나서 짜증났던 영화에 실망했던 저 작가넘의 마음을 영화 ‘괴X’이 달래 주었네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