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1)
신의 천적, 회귀하다 001화
1. 회귀자
[마지막 재앙이 시작됩니다.] [마지막 재앙은 ‘신’입니다.]신(神).
재앙으로부터 인류를 보호해 주고, 플레이어들이 강해질 수 있도록 힘을 준 존재들.
그 초월적인 존재들은 마지막 순간에 적으로 나타나 지구의 인류를 멸망시켰다.
반항? 저항?
꿈도 꿀 수 없었다.
압도적인 신위와 무력 앞에선.
인간의 발버둥이란 벌레의 꿈틀거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허억…… 허억…….”
모든 인간과 건물, 심지어 지형까지 완전히 파괴된 이 푸른 행성에 남은 유일한 인간 사내.
그가 거친 숨을 내쉬며 주변을 살폈다.
‘모두 당했나?’
반곱슬 머리와 뽀얀 피부, 금푸른빛 갑옷, 주변을 휘감고 있는 금빛 번개.
주변에 떠 있는 에메랄드빛 삼지창과 푸른 전격을 내뿜는 망치, 그리고 손에 들려 있는 새하얀 대검.
사내의 이름은 이시현.
신에게 맞서 살아남은 유일한 인간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좋지 않았다.
아니, 최악이었다.
목숨도 맡길 수 있었던 동료들은 물론, 인류 전체가 전부 끔찍한 죽음을 맞이했고.
두 다리는 물먹은 솜처럼 무거워 잘 움직이지 않았다.
거기에 더해 왼쪽 팔은 이미 잘려 나간 상태.
그럼에도 사내의 흉흉한 눈빛만은 살아 있었다.
[과연. 저 정도는 되어야 내 벼락을 다룰 수 있겠지.]파지직.
눈이 부실 정도의 금빛 번개와 함께 하늘 높은 곳에서 누군가 내려왔다.
풍성한 턱수염과 월계관.
갈라진 하늘에서 시현을 내려다보고 있는 건 올림포스의 왕이자 절대신, 제우스였다.
[설마 헤라클레스까지 이길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옆에 있는 흑발의 미남자가 빈정거렸다.
첫 번째 타락천사이자 오만의 마신, 루시퍼였다.
[저놈 별명이 뭐라 했지?] [악귀, 최강의 인류 그리고…….]한쪽 눈에 안대를 찬 채 어깨에 두 마리 까마귀를 올리고 있는 남자.
아스가르드의 절대신, 오딘이 루시퍼의 물음에 대답했다.
[‘신의 천적’.] [실로 오만한 이명이군.]스스슥.
루시퍼와 대조되는 금발의 미남자, 대천사 미카엘이 덧붙였다.
[그래도 고작해야 이 정돈가?] [뭐, 인간치고는 잘한 거지.] [그래봤자 우리 중 누구도 이길 수 없었지만.]제우스, 오딘, 루시퍼, 미카엘.
거대한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존재들이 시현을 인정했다.
인간의 몸으로 몇몇 신들을 이겨낼 정도로 강력해졌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네까짓 게 제아무리 최강이라 해도 결국 ‘인간’에 불과할 뿐.
그들은 그야말로 왜 신이 신이라 불리는지 그 격차를 보여주고 있었다.
“하나만 묻자.”
네 절대신을 위시하여 자신을 둘러싼 수백 명의 신들을 보며 시현이 물었다.
“어차피 인간들을 멸망시킬 거라면…… 왜 처음부터 쓸어버리지 않은 거지?”
[…….]“왜 재앙 같은 쓸데없는 걸 만들었냔 말이야.”
[그야…….]잠시 턱을 쓰다듬은 후.
오딘이 대답했다.
[재밌으니까.]“뭐?”
[처음부터 휩쓸어 버리면 재미가 없더라고. 희망을 품은 인간이 발버둥을 치는 모습이 어찌나 웃기던지.] [후후후. 우리가 은총이라도 내려주는 줄 알고 좋다고 받아먹는 꼴이라니.] [그래. 사실 이계에서 재앙을 보낸 게 우린데 말이야.] [덕분에 재밌었어. 그거면 된 거 아닌가?]“하하하…… 하하하. 그랬군. 그랬어.”
신들의 대답을 들은 시현이 웃었다.
허망했다.
인류의 멸망을 막기 위해.
동료들의 죽음을 막기 위해 헤쳐온 수많은 재앙, 죽여온 수많은 마수들, 감당해야만 했던 끝없는 시련들.
그것들이 모두 ‘어차피 멸망해야만 하는 인류’를 상대로 한 유희였다니.
너무나 허탈해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하하하…….”
[정신이 나가 버린 건가?] [멍청하긴. 이래서 인간이 안 된다니까?]제우스가 금빛 창을 들어 올렸다.
[너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이구나. 이시현.]번쩍!
[잘 가라.]제우스의 벼락이 시현의 몸을 감싸는 그 순간.
시간이 멈췄다.
[후. 늦을 뻔했네.]이윽고 시현의 눈앞에 나타난 건 어깨까지 오는 단발과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를 외모의 신.
그는 장난의 신이자 오딘의 아들인 ‘로키’였다.
[넌 이대로 죽으면 안 돼.]“로키? 어떻게…….”
[또 보자.]시현이 상황 파악할 틈도 없이.
로키가 손을 휘젓더니 수많은 메시지가 눈앞을 가득 채웠다.
[경고! 강력한 힘이 시스템을 통제합니다!] [시스템이 #$%^#^$%……]……
[경고! 알 수 없는 힘이 신의 천적 ‘이시현’ 님을 감싸기 시작합니다.]그때부터 시간이 거꾸로 흐르기 시작했다.
근육으로 이뤄져 있던 몸이 다시 앙상하게 변했고, 수많은 흉터들이 사라졌다.
몸에 있던 마력이 점점 줄어들더니 사라졌다.
시현이 장착하고 있던 아이템들이 밝은 계열의 코스튬으로 바뀌었다.
‘여긴……?’
[2022년 5월 5일로 회귀하였습니다.]파스슥.
회귀에 성공했다는 알림과 함께.
멈춰 있던 사람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현, 하나만 기억해라.]시현의 머릿속으로.
로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시스템은 신을 위한 게 아니야. ‘인간’을 위한 거지.]서울 잠실에 있는 한 놀이공원.
“까르륵.”
“엄마! 아빠!”
“야! 거기 안 서?”
“새치기하지 마세요!”
5월 5일 어린이날, 놀이공원의 이곳은 굉장히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마, 말도 안 돼.”
믿을 수 없다는 듯 시현이 말까지 더듬었다.
‘난 분명…… 죽었는데?’
하지만 상황을 파악할 틈도 없이.
시현의 눈앞에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첫 번째 재앙이 시작됩니다.] [첫 번째 재앙은 ‘고블린’입니다.]“크르르륵.”
“키에에엑!”
선택받은 플레이어들의 눈앞에 생겨나는 홀로그램 창의 등장과 함께.
허공이 갈라지며 균열이 생겨났다.
그리고 그 안에서 마수들이 튀어나왔다.
고블린(Goblin).
인류를 덮친 첫 번째 재앙이었다.
“꺄아악!”
“이, 이것들 뭐야?”
“뭐, 증강현실이여?”
갑자기 나타난 고블린.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게 ‘가짜’인 줄 알고 있었다.
그럴 만도 했다.
이곳은 놀이공원.
고블린보다 더 가짜 같은 것들이 넘쳤으니까.
하지만.
콰직.
“꺄아아아악!”
기어코 고블린 떼가 사람 한 명을 난도질하고 나서야.
사람들은 이것이 가짜가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끄르르르…….”
툭 튀어나온 배.
초록빛 피부, 기다란 코와 굽은 등, 조악한 도끼.
성인 남성 허리춤에 오는 키에 불과했지만, 살의로 가득 찬 녀석들 수십이 몰려오니 사람들은 혼비백산할 수밖에 없었다.
녀석들에게 용감하게 맞서려던 일부 시민들은 그대로 죽을 수밖에 없었다.
제아무리 최약체인 고블린이라 해도 녀석들은 엄연한 마수.
총도 잘 안 통하는 녀석들을 이길 수 있을 리 없었다.
촤악!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였을까?
“도망쳐!”
“경찰! 경찰은 뭐 하는 거야?”
“으아아아!”
사방에 피가 튀고 비명 소리가 가득 찼다.
그리고 이들의 눈에는 거대한 홀로그램 창이 생성되어 있었다.
[메인 퀘스트, [고블린 침공>을 획득하였습니다.] [메인 퀘스트: 고블린 침공>▶목표: 제한 시간 내 고블린 10마리 이상 처치
*플레이어 살해 시 고블린 5마리를 처치한 것으로 간주
▶보상: [분배 가능 스탯 +4]
▶추가 보상: 공헌도에 따라 차등 지급.
▶실패 시: 사망
[특성이 개화됩니다.] [첫 번째 재앙 종료까지 남은 시간: 12시간.] [현재 플레이어님께서 계신 지역은 ‘송파구’입니다.] [타 지역으로의 이동이 불가능합니다.]플레이어로 선택받은 일부 사람들은 하나둘 고블린들에게 맞서기 시작했다.
당장 무기는 가지고 있지 않아도 그들에겐 스탯이 주어졌으니까.
“키에에엑!”
“으아아아!”
“어떤 미친놈이 뒤에서…….”
퀘스트 획득과 동시에.
장내는 더욱더 큰 혼란에 빠져 버렸다.
앞에서 고블린을 막아주는 플레이어들.
몇 명의 플레이어들이 망설이다 뒤를 찔렀기 때문이었다.
“두, 둘만 죽이면…….”
“미친 새끼들아!”
“다 같이 힘을 합쳐서 고블린 잡으면 되잖아요!”
“우, 웃기지 마! 저런 괴물을 어떻게 열 마리나 잡아!”
“꺄아악!”
생존자들의 논리도 일리는 있었다.
작은 크기지만, 고블린들은 몸 몇 군데가 찔리고 잘려도 플레이어들을 물어뜯었다.
대다수의 플레이어들은 저런 고블린들에게 기세부터 밀린 상황.
그렇다고 퀘스트를 안 깨면 죽으니, 뒤통수를 치기로 한 것이다.
이기심.
이는 ‘생존’과 관련되어 있을 때 더욱 강하게 드러나는 법이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고블린을 피해 달리며.
시현이 중얼거렸다.
‘일단 안전한 곳으로 가야 해. 특성을 활용해야 저 빌어먹을 놈들을 잡을 수 있을 테니까.’
지금 시현이 가진 힘으로는 이 혼란을 잠재울 수는 없다.
그렇게 판단한 시현이 직원 전용 통로로 몸을 옮겼다.
재앙이 곧바로 시작되었기에, 안전한 곳으로 가 고블린들에 대항할 수단을 갖춰야만 했다.
‘특성.’
영혼에 각인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플레이어들이 재앙 시작과 동시에 획득하는 것으로.
해당 플레이어의 정체성을 나타내 준다.
[특성> [찬란한 신의 무기고(EX)]신의 고유 아이템을 지정해 빼앗아 옵니다.
▶10레벨당 고유 아이템 1개씩, 최대 12개까지 강탈 가능
▶보유한 고유 아이템의 개수에 따라 추가 효과 발동
▶강탈 시 고유 아이템은 E등급으로 조정, 일정 숙련도를 쌓을 시 승격
[특성 효과로 인해 ‘첫 아이템’은 즉시 강탈할 수 있습니다.] [한 신에게서 하나의 고유 아이템만을 빼앗을 수 있습니다.] [같은 종류의 아이템을 빼앗아 올 수 없습니다.]스킬이나 특성, 아이템의 등급은 크게 일곱 가지로 나뉜다.
알파벳 SS부터, S, A, B, C, D, E까지.
시현의 특성은 그중 가장 좋은 ‘SS등급’을 넘어선 EX등급이었다.
EX(Extraordinary).
규격 외, ‘초월’ 등급.
이는 모든 등급을 넘어선 등급을 의미했다.
‘그럴 만도 하지.’
고유 아이템.
신의 특별한 힘이 깃들어 있는 아이템이다.
오로지 ‘신’과 계약한 플레이어들만이 얻을 수 있는 아이템.
시현의 특성은 그런 조건을 무시한 채 다른 신들의 아이템을 빼앗아 올 수 있었다.
게다가 시현이 특성을 통해 고유 아이템을 훔쳐 오면, 원래 신이나 그 계약자는 자신의 아이템을 사용할 수 없다.
이것이 시현이 ‘신의 천적’이라 불렸던 가장 큰 이유였다.
신들의 힘을 100% 끌어낼 수 있는 아이템을 훔쳐오는 것.
그 어떤 신이라도 이를 두려워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먼저 얻어야 할 아이템은…….’
‘찬란한 신의 무기고’는 개화 시 아무런 조건 없이 고유 아이템 하나를 훔쳐 올 수 있다.
그중 가장 파괴적이면서도, 당장 활용 가능하고, 나중에 얻기 어려우며, 초반부터 성장시켜 놨을 때 훗날 엄청난 효율을 발휘하며.
시현의 ‘주적’이 가지고 있는 아이템.
이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아이템이 뭘지, 시현은 고민했다.
‘처음 특성을 개화했을 땐 뭘 골라야 할지 몰랐지만……. 이제는 다르지.’
그리고 그 결론은 하나였다.
[특성, ‘찬란한 신의 무기고(EX)’를 발동합니다.] [*첫 번째 고유 아이템이므로 레벨 10을 달성하지 않아도 빼앗아 올 수 있습니다.] [원하는 아이템을 빼앗아 옵니다.] [하늘의 신, ‘제우스’의 아이템, ‘아스트라페(E)’를 빼앗아 옵니다.]쿠르르릉.
쾅!
시현의 특성 발동과 함께.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졌다.
벼락은 놀이공원 천장을 뚫고 들어오더니, 마치 주인을 만난 새처럼 시현의 손에 안착했다.
파지직…….
아스트라페(Αστραπή).
그것은 손바닥에 들어올 정도의 크기를 가진 구체였다.
‘로키…… 도대체 무슨 속셈이지?’
이 녀석이 어떻게 자신을 회귀시킨 건지.
목적이 뭔지, 바라는 게 뭔지, 아군인지, 적군인지.
현재로선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중요하지도 않아.’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중요한 건 내가 한 번 더 기회를 얻었다는 것. 그게 단순한 로키의 장난인지, 큰 그림을 그린 것인지는 중요치 않아.’
스윽.
‘이렇게 한 번 더 돌아온 이상. 과거와 같은 일이 되풀이되게 두진 않는다.’
올림포스의 지배자, 제우스의 벼락을 손에 쥔 채.
시현이 고블린들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제우스의 올림포스.
오딘의 아스가르드.
미카엘의 에덴.
루시퍼의 지옥.
“기다려라.”
번쩍!
“내가 그 잘난 왕좌에서 끌어내려 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