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101)
신의 천적, 회귀하다 101화
75. 대장간
여주 어딘가.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 지하 동굴 안, 일명 ‘대장간’.
경기도 모든 플레이어의 무기 중 절반 이상이 이곳에서 만들어졌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이곳에선 엄청나게 많은 아이템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인간 플레이어들을 위한 각종 무기부터, 갑옷, 로브, 장신구 등.
이들이 만드는 아이템은 등급에 비해 준수한 성능을 가지고 있으며.
더 저렴했기 때문에,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이를 이용하고 마수들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 어떤 플레이어도, 어떤 마수도 이곳을 찾을 순 없었다.
이곳엔 수많은 마법진과 기관, 경비대들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츠즈즈즉.
어디서 나타난지 모를 레드 엘프들이 대장장이 플레이어들을 하나둘 제압하고 있었다.
휘리리릭!
“커헉!”
녀석들이 휘두른 채찍이 대장장이 하나의 목을 감은 그 순간.
다른 대장장이들의 시선이 녀석에게 향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분명 이곳엔 마수가 올 수 없을 텐데?”
“마법진이 뚫린 건가?”
“경비대에서도 연락은 없었다고!”
파앗!
레드 엘프들은 계속해 어디선가 튀어나왔다.
“저기다!”
“저긴 설마…….”
강처럼 흐르는 용암.
이곳 대장간의 ‘용암강’이라 불리는 그곳에서.
불의 고리가 하나둘 생겨나더니 레드 엘프들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무슨 방법을 쓴 거지?”
“그건 나중 일이야! 일단 이 마수 새끼들 죽여! 죽여야 한다고!”
“맞는 말이야!”
“다들 망치 들어!”
누군가의 명령에 따라.
대장장이들은 만들던 무기, 혹은 망치를 집어 들고 갑작스레 나타난 적을 향해 그것들을 던지거나 휘둘렀다.
후우우웅!
대장장이들은 비전투 계열 플레이어였지만.
이들에게 있는 힘을 간과해서는 곤란했다.
대장장이 클래스를 선택한 플레이어들은 아이템을 만들기 위해 힘과 체력 스탯에 몰빵한 플레이어들이었고.
뜨거운 불에 견디기 위해 화염 저항에도 상당한 투자를 했다.
그런 대장장이들의 망치에 맞는다면.
제아무리 열여섯 번째 재앙인 레드 엘프들이라도 그대로 뚝배기가 터져 버릴 것이다.
하지만.
“하찮은 인간들.”
“느리군.”
이곳에 온 레드 엘프들은 수많은 전투로 합을 맞춰온 개체들.
전투를 거의 해본 적 없는 대장장이들의 힘으로는 이들에게 대항하기 힘들었다.
여태까지 생겨난 레드 엘프들은 고작 10명 남짓.
이곳에 있는 대장장이들의 숫자는 3,000명.
압도적인 수적 우위에도.
대장장이들은 별다른 힘을 못 쓰고 레드 엘프들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잡기는커녕 오히려 녀석들에게 제압당해 포박당하고 있었다.
“저 불의 고리를 부숴!”
“그, 그래!”
일부 대장장이들이 불의 고리를 부수려 다가갔지만.
화르르륵!
그곳에서 나오는 열기에 뒤로 물러날 뿐.
무엇도 할 수 없었다.
“이, 이건……?”
“같은 불 속성으론 절대 부술 수 없어.”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불의 고리를 부수려 했지만.
고작 망치 몇 개로 불가능한 일이 가능해질 리는 없었다.
파앗.
대장장이들이 애쓰는 사이에 레드 엘프들이 더 튀어나왔고.
“크악!”
불의 고리 근처에 있던 플레이어들은 그 즉시 제압당할 따름이었다.
“젠장! 이게 무슨……?”
현장 관리자, 오인수가 갑작스럽게 일어난 상황을 살폈다.
“무기를 들어라! 대장장이들이 약하지 않다는 걸 보여줘라!”
“귀때기 귀신들 싹 쓸어버려!”
대장장이들도 예상보다는 잘 싸우고 있었지만 그뿐.
애초에 전투원이 아닌 이들은 하나둘 죽어가고 있었다.
화르륵!
열여섯 번째 재앙, 레드 엘프.
불길에 휩싸인 채찍과 단도, 그리고 불의 정령과 불화살을 주로 쓰는 저 녀석들은.
대장장이들이 맞이하기엔 너무나 강력한 적이었다.
“이 개자식들이!”
오인수가 이를 악물고 허리춤의 망치를 들어 올렸다.
부우우웅!
콰아앙!
무언가를 ‘짓는 데’ 사용되던 망치가 불을 내뿜으며 레드 엘프들의 머리로 향했다.
하지만.
“하찮은 인간 주제에.”
휘리릭.
불길에 휩싸인 레드 엘프의 채찍 하나가 뒤에서 오인수의 다리를 휘감았다.
“크흑……!”
오인수의 능력으로는 빠르게 휘감겨 오는 채찍을 피할 수 없었기에.
털썩.
이내 그는 볼품없이 바닥에 고꾸라졌다.
‘빌어먹을…… 하필 영일이가 없을 때.’
오인수의 랭킹은 무려 278위.
수도권 랭킹 12위, 살아 있는 망치 ‘오영일’을 제외한다면.
유일한 500위권 이내 대장장이로.
이곳에선 가장 뛰어난 전투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이렇게 쉽게 무너져 내리고 제압당할 정도라면.
다른 대장장이들이 어떨진 뻔했다.
“크아아악!”
“커헉!”
아니나 다를까.
다른 대장장이 플레이어들도 하나둘 쓰러져 제압되고 있었다.
그렇게 모든 대장장이들이 제압당하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30분.
레드 엘프는 고작 서른이었다.
대장장이들의 맷집과 힘이 좋고, 그 숫자가 대략 3,000명이라는 걸 생각해 보면.
저들이 얼마나 압도적인지 알 수 있었다.
“쉽군. 쉬워.”
레드 엘프 하나가 주홍빛 장발을 뒤로 쓸어넘기며 오인수에게 다가왔다.
얼핏 보면 흔한 레드 엘프처럼 생겼지만.
녀석의 눈 밑엔 하얀 분진 같은 게 발려 있었다.
‘저놈은…….’
엎드린 채 간신히 고개를 들어 상황을 본 오인수는.
녀석이 가장 높은 ‘무언가’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나머지 레드 엘프들이 녀석을 향해 고개를 조아리고 있었던 것이다.
[경고! 하이 엘프 ‘렐리온’을 마주합니다.]‘하이 엘프?’
오인수가 입술을 깨물었다.
“네가 여기 책임자인가?”
“크흑……. 젠장! 이 빌어먹을 마수 놈이!”
오인수가 흥분해 몸을 마구 뒤틀었다.
“다시 한번 묻지. 네가 여기 책임자인가?”
대답을 피하면 다른 대장장이들이 고통스러워질 걸 알았기에.
오인수는 분노를 간신히 꾹꾹 참으며 대답했다.
“그래. 내가 책임자다.”
“흠……. 그 눈빛. 마음에 안 든단 말이지.”
화르륵.
렐리온의 손에서 불길이 일더니.
오인수의 얼굴을 그대로 태워 버렸다.
“노예로 부려질 벌레 주제에 반항적인 눈빛을 하면 쓰나?”
“크아아악……! 크아아아아!”
불길이 주는 고통에 휩싸인 오인수가 바닥을 마구 뒹굴었다.
“으아아아!”
“이, 인수 형님!”
“이 개자식들……. 놔라! 놔!”
이내 오인수가 죽기 직전.
우두머리로 보이는 레드 엘프 하나가 손가락을 튕겼다.
“샐러맨더.”
스르륵.
그러자 신기하게도 오인수의 얼굴에 있던 불꽃이 그대로 레드 엘프의 몸속으로 흡수되었다.
“불 따위에 이런 추한 모습이라니. 나약해.”
레드 엘프가 그의 머리칼을 잡아 올리더니.
이내 화상으로 흉측해진 오인수의 얼굴을 보며 혀를 끌끌 찼다.
“안 그래도 못생긴 얼굴이 더욱더 못생겨졌구나.”
“크으으으…….”
“다음 책임자는 누구냐?”
오인수의 머리를 대충 바닥에 던진 뒤.
레드 엘프가 대장장이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죽어! 죽으라고!”
“이거 놔라! 으아아아아!”
“하……. 시스템이란 게 있어도 말이 안 통한다니까. 이런 흉측한 것들하곤 말이야. 좋아.”
짝.
“이 새끼들 두 다리 모두 잘라 버려. 다리가 없어도 아이템 만드는 데엔 문제가 없겠지. 아! 그냥 하면 재미없겠어. 우선 내 발밑에 있는 이 추악한 녀석의 다리부터 잘라. 그리고 한 명씩 무릎 밑으로 잘라 버려. 그래야 절망감이 커져 내 말을 잘 들을 테니까.”
“예. 높으신 분이시여.”
“예. 높으신 분이시여.”
그렇게 명령을 내린 뒤.
렐리온이 등을 돌렸다.
서걱!
“크아아아!”
“으아아…….”
이내 레드 엘프들은 대장장이들이 도망칠 수 없게.
그들의 아킬레스건을 하나하나 자르기 시작했다.
“으흐흑…….”
“젠장…… 젠장……!”
동시에 용암으로 이뤄진 거대한 강에 있는 불의 고리 안에서.
다른 레드 엘프들이 하나둘 튀어나오고 있었다.
“높으신 분을 뵙습니다.”
“높으신 분을 뵙습니다.”
계속해 나오는 레드 엘프들을 바라보며.
렐리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후후……. 멍청한 인간들. 우리에겐 ‘불의 고리’가 있다. 열기와 불이 있는 곳이면 어느 곳이든 갈 수 있단 소리지.”
부글부글…….
“그래. 열기도 많고 대장장이들도 많은 이곳에서 우리 레드 엘프들을 위한 아이템을 제작해서…… 수도권을 장악하고 세계수를 얻어야지. 새하얀 놈들, 시퍼런 놈들, 꺼먼 놈들이 설치기 전에 말이야. 하하하.”
그렇게 모든 게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을 때.
휘이잉…….
불길한 ‘냄새’가 등장했다.
평범한 인간, 혹은 감각이 보다 예민한 다른 엘프들이라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미세한 냄새였지만.
하이 엘프인 렐리온은 느낄 수 있었다.
‘바람? 새하얀 놈들이 온 건가? 아니야. 그렇다기엔 너무 불길해. 피 냄새가…….’
눈살을 찌푸린 렐리온이 부하 하나를 불러 물었다.
“분명 대장장이는 이걸로 끝 아니었나?”
“맞습니다. 높으신 분이시여.”
“그런데 이상한 쥐새끼가 있는 거 같군.”
용암으로 된 강 가까이로 가며.
녀석이 혀를 찼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
이윽고 용암의 강에서.
파지지직…….
검은 스파크가 튀어 올랐다.
그러곤.
덥썩.
몇 개의 촉수가 나오더니 녀석의 온몸을 휘감았다.
[아이템, ‘타락한 영광(C)’이 이빨을 드러냅니다.]“이 무슨……?”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불길한 기운을 담고 있는 촉수.
그것들의 검붉은 표피와 뿔, 톱니 같은 이빨들을 미처 피할 틈도 없이.
대장간을 습격한 레드 엘프 우두머리, 렐리온은 녀석들에게 몸을 내주고 말았다.
아니, 사실 피할 틈은 있었다.
하지만.
번쩍!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벼락이 그의 온몸을 휘감았기에.
온몸의 근육이 굳어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게 무슨?’
휘리리릭.
이내 자신들이 대장장이들에게 채찍을 휘둘러 감싼 것처럼.
렐리온의 온몸도 검은 촉수로 휘감겼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까드득.
레드 엘프들의 채찍이 대장장이들의 온몸을 불로 태워 버려 상처 냈듯이.
검은 촉수들은 이빨로 렐리온의 피부를 뜯어 먹었다.
“크아아아아!”
오인수가 그랬던 것과 달리 높고 날카로운 비명 소리를 낸 렐리온은.
이내 온몸으로 불꽃을 피워 올렸다.
[정령술: 파이어 바디(C)]샐러맨더와 한 몸이 된 녀석의 몸이 순간 불로 변했다.
실체가 없어졌기에 촉수들은 허공을 멤돌 뿐이었다.
콰득!
그 틈을 타 다른 레드 엘프들이 렐리온을 부축함과 동시에.
샐러맨더와 화염 마법을 사용해 촉수를 태워 버리려 했다.
[아이템, ‘타락한 영광(C)’이 이빨을 들이밉니다.]콰드드드득!
녀석들의 화염 따위는 가소롭다는 듯.
촉수들이 미쳐 날뛰며 레드 엘프들을 짓이겼다.
“막아! 어떻게든 막아!”
“크아아아!”
콰드득. 콰드득.
레드 엘프들은 급기야 단검과 채찍까지 사용해 촉수들을 어떻게든 해보려 했다.
하지만 이는 말처럼 쉽지 않았다.
번쩍!
촉수들에게선 이따금씩 금빛, 검은빛 스파크도 튀고 있었는데.
이 때문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크아아악!”
츠즈즉.
이윽고 한바탕 소란이 일어난 후에.
레드 엘프들은 용암의 강에서 나온 촉수들을 간신히 제압할 수 있었다.
“허억…… 허억…….”
“이게 해괴한 건 대체…….”
“마족의 힘 같긴 한데…….”
레드 엘프들이 촉수를 천천히 보는 사이.
츠즈즈즉.
촉수들은 처음부터 자리에 없었다는 듯 사라져 버렸다.
“뭐, 뭐야 이거?”
“귀신인가?”
이들이 그렇게 혼비백산하고 있을 때.
서걱.
누군가의 목이 잘려 나갔다.
“크아아악!”
“렐콘!”
서걱.
이내 또 하나의 레드 엘프의 목이 잘려 나가고 나서야.
녀석들은 무기를 든 채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대장장이들은 이미 제압당한 채 아무런 행동도 못 하고 있는 상태.
자신들을 위협할 만한 존재는 없었다.
서걱.
그렇게 한 번 더 레드 엘프의 목이 잘리고 나서야.
“……!”
녀석들은 목이 잘려 나간 원인을 파악할 수 있었다.
“피 냄새?”
서걱.
원인을 파악했을 땐 이미 또 하나의 목이 잘려 나갔고.
서걱. 서걱.
그 핏빛 바람을 일으킨 주인을 찾아냈을 땐.
두 개체의 목이 잘려 나갔다.
“이제 알았냐?”
그리고 그곳엔.
“멍청한 새끼들아.”
보랏빛 코트를 휘날리며, 기다란 도를 들고 있는 한 인간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