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102)
신의 천적, 회귀하다 102화
76. 하이 엘프 렐리온
“…….”
“…….”
레드 엘프들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눈앞의 인간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은 채 피 냄새가 나는 바람만 일으켜 ‘다섯’ 레드 엘프를 죽여 버렸다.
격의 차이.
지금은 서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상대가 마음만 먹는다면 자신들 모두 죽는 건 시간문제였다.
‘게다가…….’
‘지원군이 오지 않는다.’
이상한 일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분명 화기가 있는 저 용암의 강을 통로 삼아 다른 레드 엘프들이 하나둘 넘어와야 했는데.
저 인간이 나타난 이후로 그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뭣들 하고 있어!”
화르륵.
화염의 몸을 꺼뜨린 렐리온이 미친 듯이 소리쳤다.
“인질이 있는데 뭘 멍하니 있어!”
그때서야 레드 엘프들이 주변을 둘러보며 인간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레드 엘프들은 촉수를 상대하느라 용암의 강 주변으로 온 상태.
애초에 인질, 대장장이들을 잡고 있는 개체는 거의 없었다.
그나마 대장장이들을 인질로 잡고 있는 녀석들도 눈앞의 인간이 일으킨 핏빛 바람에 목이 잘려 나간 상태.
파앗.
그렇게 레드 엘프들은 다른 대장장이들을 인질로 잡으려 몸을 던졌다.
“내가 아주 만만해 보였나 보네? 대놓고 인질까지 잡으려 하고.”
보랏빛 코트를 펄럭이며.
시현이 몸을 일으켰다.
[아이템, ‘밤의 장막(D)’이 드리웁니다.]사르르륵.
보랏빛 코트에서 시작된 ‘밤’이 대장간 전체를 뒤덮었다.
그리고.
[아이템, ‘키비시스(A)’가 눈을 뜹니다.] [아이템, ‘키비시스(A)’가 총 60개의 눈을 떴습니다.] [마기가 300 상승합니다.] [아이템, ‘키비시스(A)’의 특수 효과를 발동합니다.] [60개의 눈: [마력 지배>가 시작됩니다.]번뜩.
시현의 머리 위에 생겨난 주홍빛 눈을 필두로.
총 60개의 눈동자가 레드 엘프들을 쳐다봤다.
“크흑…….”
“이, 이건?”
시현의 마기에 노출된 레드 엘프들은 움직일 수가 없었다.
녀석들은 인간에 비해 ‘마력’에 특화된 종족들.
그런 만큼 특수 효과 [마력 지배>에 몸까지 굳을 수밖에 없었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아이템, ‘솔로몬의 반지(D)’가 지배력을 드러냅니다.] [불의 하급 정령 ‘샐러맨더’를 지배합니다.] [불의 하급 정령 ‘샐러맨더’를…….]밤의 장막에서 떠진 눈이 솔로몬의 반지와 공명해 정령들까지 완벽하게 지배하고 있었다.
-으으으…….
-명령을…….
화르르륵!
“크아아아악!”
“크허어억…….”
솔로몬의 반지, [정령 지배>에 노출된 샐러맨더들은 이제 계약자인 레드 엘프들을 위해서 움직이지 않았다.
[샐러맨더들은 들어라.]그들의 새로운 지배자이자 왕, 이시현의 명령을 들을 뿐이었다.
[너희의 계약자를 불태워 죽여라. 아주 고통스럽게.]화르르륵!
시현의 마기에 지배당한 샐러맨더들이 검붉은 불을 토해냈다.
녀석들의 불은 오히려 계약자의 온몸을 태워 버렸고.
그렇게 동시에.
수많은 레드 엘프들이 불에 타 허무하고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했다.
‘빌어먹을……! 절대 못 이긴다. 저건 그냥 괴물이야.’
하이 엘프(High Elf).
세계수를 지키는 엘프들 중에서도 ‘고귀한 피’, 즉 신성력이 담긴 피를 타고난 이들은.
타고나길 세계수를 위협하는 마기에 ‘저항’할 수 있는 속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 덕분에 이런 상황 속에서.
렐리온은 자신이 계약한 샐러맨더를 역소환시킨 뒤.
허리춤에 있는 단검을 들어 시현에게 다가갔다.
‘지금이 기회야. 녀석은 눈이 팔려 있어.’
시현의 눈동자가 자신을 전혀 보고 있지 않았기에.
렐리온은 확신했다.
녀석이 자신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눈치챘어도 상관없었다.
수많은 대장장이들 사이로 숨어들어 이렇게 ‘가까워진’ 거리라면.
저 녀석이 누구든 이 일격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엘로아 멍청한 놈. 다크 엘프도 아니고 레드 엘프가 왜 암살 기술이나 배우냐고 꼽주더니. 그래. 이럴 때 쓰려고 배운 거지.’
잠시 다른 하이 엘프들을 떠올린 렐리온이 눈살을 찌푸렸다.
‘어머니 말을 듣길 잘했어.’
화르르륵.
시현이 전혀 눈치 못 챘다고 생각하며 렐리온이 단검을 역수로 쥔 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화염의 기운을 끌어모았다.
‘후후…… 그래 인질? 소중하겠지. 너네 인간은 서로 도우면서 살아남아야 하는 나약한 존재니까.’
시현이 요란하게 밤을 펼치고 눈을 부릅뜨며 다른 엘프들을 제압하는 이유?
간단했다.
인질들을 최대한 안전하게 구출하기 위함이었다.
‘난 그 틈을 노린다.’
화르르륵.
[쉐도우 플레임(A)]이내 렐리온의 단검이 소리 없이 시현의 심장을 향해 쏘아져 갔다.
스킬 등급은 A라고 해도.
그의 단검엔 레드-하이 엘프로서 평생을 갈고닦아 온 모든 화염과.
불의 상급 정령, ‘이그니스’의 화염 중 일부가 깃들어 있다.
거기에 소리와 기척까지 없는 기습이니.
저놈이 아니라 저놈 할애비가 와도 이 공격에 대처할 순 없을 것이다.
화아아악!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단검으로 상대의 뒤쪽으로 단검을 찌르고 있을 때.
“왔냐?”
“……어?”
시현이 여유롭게 고개를 돌리며 웃었다.
“내가 모를 거라 생각했냐?”
번뜩.
그 순간 밤의 장막에 피어난 60개의 눈이 일제히 렐리온을 쳐다봤다.
그 시선만으로도 온 피부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젠장!’
그렇다고 이제 와서 멈출 순 없는 법.
상대가 여유롭게 자신을 보고 있다곤 해도 지금 속도라면 공격을 피할 순 없었다.
[아이템, ‘타락한 영광(C)’이 이빨을 드러냅니다.] [스킬, ‘라이트닝 티어(S)’를 발동합니다.]시현의 검은 와이셔츠에서 촉수들이 튀어나와 렐리온을 덮쳤다.
촉수들은 렐리온이 모은 화염까지 그대로 뜯어 먹고 있었다.
‘빌어먹을 촉수!’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렐리온의 눈앞에서 금빛 벼락이 번쩍이더니.
“크아아악!”
이내 녀석이 정신을 잃었다.
“으으으……으으으…….”
이윽고 렐리온이 정신을 차렸을 땐.
“여긴?”
그는 여전히 대장간 안이었다.
‘그래. 난 번개를 맞고…… 아직 살아 있어! 그래. 살아 있기만 하면 뒷일을 노릴 수 있어.’
그렇게 중얼거린 렐리온이 두 다리를 움직여 이곳을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응?”
두 다리 밑으로 감각이 없었다.
“이, 이런 빌어먹을…….”
렐리온의 두 다리는 까맣게 괴사한 상태.
상황을 보아하니 정신을 잃기 전 금빛 벼락에 당한 모양이었다.
“정신이 드냐?”
“너 이 빌어먹을…….”
“크아아악!”
“으아…… 으아아아!”
샐러맨더들은 여전히 레드 엘프들에게 타락한 불꽃을 내뿜고 있었고.
레드 엘프들은 고통스럽게 죽어가고 있었다.
“인간들 괴롭힐 땐 재밌었지?”
“너…….”
“그래. 재밌었겠지. 그런데 나도 여기까지만 즐기려고.”
[아이템, ‘아스트라페(A)’가 변형됩니다.] [스킬, ‘라이트닝 티어(S)’를 발동합니다.]번쩍!
시현의 머리 위로 금빛 번개가 휘몰아쳤다.
‘잠깐? 왜 날 노리지 않고? 설마?’
쿠구궁.
렐리온이 예상한 최악의 상황이 펼쳐졌다.
창 형태로 변한 시현의 아스트라페들이 각각 레드 엘프들의 머리를 꿰뚫어 버린 것이다.
녀석들은 고통받고 있던 상황.
“……!”
“…….”
저것을 막을 수 있는 힘도, 반응할 틈도 없었다.
아스트라페는 이제 무려 A등급에다가 ‘라이트닝 티어(S)’라는 고위 스킬까지 입혀진 상태.
재앙 초창기, 시현이 ‘투창(D)’ 스킬로 던지는 것과 차원이 달랐다.
“……세계수 맙소사.”
믿을 수 없다는 듯 렐리온의 눈이 커졌다.
대장장이들을 인질로 삼아 상황을 타개하려 했던 계획도 실패했다.
이제 남은 건 자기 자신 혼자뿐이었다.
“너, 넌 대체 누구냐!”
“나? 인간.”
“빌어먹을! 누가 종족 물어보는 줄 알아!”
렐리온이 이를 갈았다.
“이제 고작 열여섯 번째 재앙을 치르는 플레이어가 내가 이끄는 레드 엘프 분대를 혼자 몰살시킨다고? 이건 말도 안 되는…….”
“왜 말이 안 돼? 결과가 이런데.”
저벅저벅.
시현이 렐리온에게 다가오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인간들을 불에 태워 버리니 재밌었냐?”
“으으으……. 너 내가 누군지 알아!”
렐리온이 발악했다.
“난 하이 엘프다! 날 죽이면 우리 레드 엘프뿐만이 아니라 모든 엘프들이 널 주적으로 삼을 거다.”
“…….”
여전히 말이 없는 시현을 향해.
렐리온이 다급하게 외쳤다.
“나, 날 살려둬라. 아는 게 많아! 우리 동족들이 뭘 꾸미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
“거 참. 말 많네.”
[스킬, ‘라이트닝 티어(S)’를 발동합니다.]번쩍!
“크아아아아아!”
“생각해 보니까 넌 레드-하이 엘프잖아? 불태워 죽이면 그만큼 고통스럽진 않을 것 같아서.”
씨익.
“감전시켜 죽여 버리려고.”
[스킬, ‘라이트닝 티어(S)’를 발동합니다.]번쩍!
파지지지지직!
그렇게 완전히 온몸이 타 죽을 때까지.
하이 엘프, 렐리온은 끝없는 벼락의 고통 속에서 절규할 뿐이었다.
[훌륭합니다! 하이 엘프 ‘렐리온’을 처치하였습니다.] [160,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아, 압도적이다.’
오인수가 바닥을 기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흐릿한 시야 속.
보랏빛 코트를 입고 있는 사내가 그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괜찮으세요?”
“정……말…… 감……사…….”
툭.
과한 충격을 받았던 탓일까?
그는 이윽고 정신을 잃은 채 고개를 떨궜다.
능숙하게 포션과 각종 치유 아이템으로 오인수를 응급처치 한 뒤.
시현이 다른 대장장이들을 풀어주며 말했다.
“이분 쉴 곳이 있을까요?”
“네? 네! 그럼요.”
그렇게 가장 큰 고통과 타격을 받은 오인수를 부축해 준 뒤.
시현이 나머지 대장장이들을 풀어주었다.
“꾸르릉!(나도 도울게! 집사!)!”
어느새 시현의 머리 위에서 나타난 가살이 시현을 도와 대장장이들을 풀어줬다.
“고마워. 귀여운 친구.”
“녀석…….”
불가살이는 철을 다룰 줄 아는 신수.
녀석은 기다란 코끝을 마치 단검처럼 바꿔 포박을 풀어주었다.
그렇게 풀려난 대장장이들은 하나둘 다른 대장장이들을 풀어줬고.
서로를 풀어주니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가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었다.
[아이템, ‘키비시스(A)’가 ‘생명력 포션(C)’을 분출합니다.] [아이템, ‘키비시스(A)’가 ‘생명력 포션(C)’을 분출합니다.]…….
키비시스를 이용해 빠르고 효율적으로 생명력 포션까지 나눠주니.
다행히 대장장이들은 금세 기운을 차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 중 일부는 아킬레스건이 이미 끊어진 상태.
이제는 평생 제대로 걸을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다.
“감사합니다. 정말로.”
“정말로 감사합니다!”
“저희 ‘대장간’은 은혜를 절대 잊지 않습니다!”
근육이 우락부락한 대장장이들이 고개 숙여 소리치니.
시현은 자기도 모르게 굉장히 머쓱해졌다.
“저는 나중이고. 우선 여기부터 정리하시죠.”
“네! 알겠습니다!”
‘조금만 더 일찍 왔더라면…….’
최대한 빨리 올 수 있는 방법으로 왔지만.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
그렇게 복잡한 심경으로 다른 대장장이들을 풀어주고 있을 때.
촤아아악!
불의 고리가 크게 확장되더니.
그 안에서 누군가 튀어나왔다.
“으으으…….”
“또 레드 엘픈가?”
“애들 지켜!”
화르륵.
이전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넓어진 불의 고리에.
대장장이들이 창백한 안색으로 무기를 들어 올렸다.
하지만.
사르륵.
불의 고리 안에서 나온 건 로브를 입고 있는 은발의 여성.
외모만 보자면 엘프 못지않게 아름다운 누군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