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104)
신의 천적, 회귀하다 104화
77. 불의 고리(2)
후드드득.
“쏴라! 쏴! 멈추지 마!”
레드 엘프.
붉은색 피부를 가지고 있다곤 하지만 녀석들은 엄연한 엘프.
인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타고난 궁수(弓手)였기에.
목표물을 노리는 화살은 자로 잰 듯 정교하게 목표물을 향해 날아간다.
물론 화살이라는 병장기와 가장 잘 어울리는 속성은 ‘바람’.
‘불’ 속성 화살은 바람 속성에 비해 그 정교함이 떨어지지만.
파괴력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뛰어났다.
특히나 ‘한 목표’를 향해 이렇게 많은 화살을 날릴 때에는 굳이 목표를 맞힐 필요도 없었다.
화살이 근처에 떨어지기만 해도 온갖 화염이 적을 태워 버릴 테니까.
“많다 많아.”
수많은 화살을 보며.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비처럼 내리는 불화살에도 전혀 긴장한 기색이 아니었다.
“유리 씨. 그럼 부탁해요.”
“네. 계획대로.”
“네. 계획대로.”
츠즈즈즈즉!
시현의 말에 천유리의 기세가 변했다.
그녀의 은발이 찰랑이며.
주변으로 냉기가 뿜어져 나왔다.
“운디네.”
-네. 언니.
[아이스 필드(A)]천유리의 주력 스킬, 아이스 필드가 캐스팅되며.
뒤편에 있는 불의 고리를 통째로 얼리기 시작했다.
쩌저적…….
불의 고리는 상당히 강력한 불의 기운을 담고 있었지만.
냉기에 유독 약한 성질을 가지고 있었다.
“운디네를 소환한다!”
“저 인간, 물의 정령과 계약을 한 거야.”
“막아! 불의 고리가 파괴되면 이동 수단이 사라진다!”
16, 17, 18, 19번째 재앙에서 나오게 될 ‘엘프’들은.
이전에 만났던 마수들처럼 시스템이나 신이 만들어준 균열을 통해 오지 않는다.
이들은 이들 스스로가 만든 게이트를 통해 지구를 침공하는데.
레드 엘프들의 경우엔 그 통로가 불의 고리였다.
즉, 이 불의 고리를 완전히 제거해 버린다면.
저쪽 세계에서 레드 엘프들이 올 수 없음은 물론.
이쪽 세계에서도 레드 엘프들은 원래 세계로 돌아가지 못한다.
그리고 이 불의 고리는 냉기에 유독 약했기에.
시현보다는 천유리가 이걸 부수는 게 효율적이었다.
‘간단한 전략이지.’
둘을 향해 쏟아져 오는 화살과 화염 마법을 보며.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천유리가 부수는 동안 내가 막는다.’
서걱.
후드드드득.
시현이 허공에 대고 천총운검을 한 번 휘두르니.
폭풍이 일었다.
후우우웅!
날카로운 예기를 품은 핏빛 폭풍은 화살을 모조리 부러뜨렸고.
이내 그 표면에 있던 불꽃들은 폭풍에 실려 위로, 위로 모여들었다.
“우와…….”
“저게 무슨…….”
“폭풍이다.”
마치 묘기, 아니, 신기와도 같은 시현의 능력에.
레드 엘프들이 넋 놓고 그 모습을 바라봤다.
화르르르륵!
시현이 모아놓은 불꽃이 하늘을 뒤덮었다.
그리고 그 순간.
“가라.”
시현이 천총운검을 이용해 폭풍을 일으키니.
그 수많은 불들이 역으로 레드 엘프들을 향해 쏘아졌다.
“으아아!”
“피, 피해!”
뒤에서 불화살을 날려대던 레드 엘프들이야 그렇다 쳐도.
조악한 방패와 채찍을 들고 있던 전방 레드 엘프들은 저 불꽃에 그대로 노출되었다.
하지만 이들이 누군인가?
레드 엘프.
세계수를 지키는 네 엘프들 중 불 속성에 특화되었으며.
이들 중 일부는 ‘무려’ 불의 중급 정령, ‘플레어’와 계약한 인재들.
저런 불꽃이 전방을 덮친다고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지금이다!”
오히려 불꽃이 자신들을 덮쳐 시야가 교란될 때.
레드 엘프들은 방패를 세우고 서서히 상대에게 다가갔다.
어차피 상대는 불의 고리를 파괴할 때까지 제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을 터.
고정되어 있는 목표였기 때문에, 그렇게 급하게 다가갈 필요가 없었다.
“플레어!”
“플레어.”
곳곳에서 불의 중급 정령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화르르륵!
이내 레드 엘프들 주변으로 작은 도깨비 모습을 한 불의 중급 정령, 플레어가 생성되었고.
녀석들은 오는 불을 이용해 오히려 자신들의 위력을 강화하고 있었다.
‘중급 정령인가?’
방패를 든 채 서서히 다가오는 상대를 보며.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것만 믿고 까불면 안 될 텐데 말이야.”
서걱.
시현이 그 말을 내뱉은 순간.
방패를 들고 오던 레드 엘프 중 하나의 목이 잘려 나갔다.
“어?”
“젠장!”
“불꽃이 끝이 아니다! 다들 방패에 화염 속성 부여해!”
시현이 사방으로 쏘아낸 건 단순한 불꽃만이 아니었다.
핏빛 폭풍.
한층 예리해진 천총운검에서 시작된 바람이 레드 엘프들의 목이나 급소를 노리고 불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예상치 못한 공격에.
레드 엘프들 중 몇몇의 목이 날아가거나, 중상을 입었다.
“젠장!”
“이게 무슨…….”
하늘에 대한 경계를 한층 강화하며.
레드 엘프들은 더 천천히, 신중하게 접근했다.
상대는 하나고 자신들은 ‘사단’.
장기전으로 가면 이쪽이 유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건 녀석들만의 착각이었다.
[아이템, ‘키비시스(A)’가 ‘생명력 포션(B)’을 분출……] [아이템, ‘키비시스(A)’가 ‘마력 포션(B)’을 분출……]시현의 허리춤에 있는 양귀비 모양 자루에서.
계속해 포션이 공급되고 있었다.
시현뿐 아니라 옆에 있는 천유리도 지치지 않았기에.
장기전이라 해서 시현이 딱히 불리한 건 아니었다.
“쏴라!”
“쏴!”
화르르륵!
불의 중급 정령 플레어를 소환한 전방의 레드 엘프들이 걸음을 늦춰 시현에게 다가오고 있을 때.
다시 한번 불화살의 비가 내렸다.
“상대는 하나다! 지칠 수밖에 없어!”
“소모전으로 가!”
후우우우웅!
천총운검이 일으킨 폭풍에 막히는 걸 알면서도.
레드 엘프들은 계속해 화살을 날렸다.
이렇게 화살을 날리는 동안은 다른 걸 할 수 없을 터.
그사이에 플레어의 힘을 모아 강력한 화염을 방출할 계획이었다.
“좋아.”
건너편에서 이 모든 상황을 보고 있던 또 다른 하이 엘프, ‘람미아’가 환하게 웃었다.
“보아하니 렐리온은 죽은 것 같고. 그럼 나밖에 없네.”
전황이 그녀의 예상보단 힘들었지만.
예상 범위 안이었다.
‘하긴 렐리온 그놈이 멍청하긴 해도 암살술까지 익힌 놈이지. 작정하고 숨으면 못 찾아내는데 그 녀석을 죽였을 정도면. 하긴, 거기 있던 인간 플레이어가 3,000 정도라 했으니 수적 우위로 밀어붙였으면 못 할 것도 없지. 녀석은 우리 하이 엘프들 중 최약체니까.’
꿀꺽.
‘그래도 보통은 아닐 거야. 그만큼 우리도 준비해야지.’
“높으신 분이시여.”
“그래.”
옆에서 그녀의 부관이 고개 숙이며 보고했다.
“보병 부대의 사정거리까지 들어왔습니다.”
“좋아. 정령들을 이용해 공격하라고 명령 내려. 그리고 보병 부대가 공격해 방어가 허술해진 틈을 타서 강력한 마법을 전개한다.”
“알겠습니다.”
촤르르륵!
시현의 몸 주변으로 보병 부대의 채찍이 휘감겨 왔다.
천총운검이 일으킨 핏빛 폭풍에 궤도가 살짝 틀어지긴 했지만.
별 무리 없이 시현의 몸을 향해 나아갔다.
“됐다!”
“채찍에 감긴 이상 녀석도 뭘 할 수 없을 거야!”
레드 엘프 보병의 채찍에 닿기만 한다면.
그들이 계약한 중, 하급 불의 정령을 이용해 상대를 완전히 불태워 버릴 수 있었다.
지금이야 상대가 일으킨 폭풍을 방어하는 데 정령의 힘을 사용한다 하지만.
채찍이 닿는 그 순간 자신들의 모든 잠력과 정령을 이용해 상대를 죽여 버리리라 다짐하는 레드 엘프들이었다.
하지만 세상일이 그리 쉽게 풀리진 않았다.
그 대상이 타락왕 ‘이시현’이라면 더더욱.
[아이템, ‘밤의 장막(D)’이 드리웁니다.]사르륵.
시작은 밤의 장막이었다.
그 후.
[아이템, ‘솔로몬의 반지(D)’가 지배력을 드러냅니다.] [불의 하급 정령 ‘샐러맨더’를 지배합니다.] [불의 중급 정령 ‘플레어’를 지배합니다.]반지에서 시작된 [정령 지배>가 마기 형태로 변해 도처에 내리깔렸고.
이 힘에 노출된 샐러맨더들이 몸을 비틀기 시작했다.
“젠장!”
“이게 무슨?”
“불길한 힘이다! 보호해!”
“그럴 순 없어! 이미 늦었어!”
정령들이 워낙 고통스러워했기에.
레드 엘프들은 마음이 아팠지만 이제 와서 채찍을 거둘 순 없었다.
“예상대로네.”
그리고 그 선택은 결과적으로 최악의 선택이었다.
[아이템, ‘타락한 영광(C)’이 이빨을 드러냅니다.]까드득.
레드 엘프 보병들의 채찍은 너무 쉽게 타락한 영광에서 나온 촉수에 막혀 버렸다.
그리고 시현이 왼손을 펼쳤다.
[아이템, ‘아스트라페(A)’가 변형됩니다.] [스킬, ‘라이트닝 티어(S)’를 발동합니다.]번쩍!
왼손에서 시작된 아스트라페가 ‘창’ 형태로 변하더니.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하지만 아스트라페는 형태를 마음대로 변형시킬 수 있는 보조 무기.
이렇게 창 형태로 바꾼 뒤 쏘아내 버린다면.
이동속도와 공격속도에 비례한 대미지를 추가로 줄 수 있었다.
“고개 숙여!”
“큰일이다!”
얼핏 봐도 너무 강력해 보이는 금빛 벼락의 창.
저런 걸 머리에 맞는다면 그대로 감전돼 죽을 게 뻔했기 때문에.
레드 엘프들은 혼비백산해 각자 창을 피했다.
하지만 시현의 목표는 애초에 녀석들이 아니었다.
-계약자여…….
-으으…… 상대가 너무…….
간신히 ‘솔로몬의 반지’에 저항해 버티며 힘을 주고 있던 불의 중급 정령.
플레어들이 금빛 벼락에 몸이 꿰뚫린 상태였다.
“……!”
“프, 플레어!”
제아무리 중급 정령이라 해도 아스트라페의 마법 공격에 당한 이상 역소환 될 수밖에 없었고.
“커헉!”
“쿨럭!”
중급 정령이 강제로 역소환되었을 때의 충격이 그대로 계약자들에게 부담되었다.
“프, 플레어가 모두…….”
“중급 정령이…….”
플레어와 계약할 수 있는 엘프들의 수가 몇 안 되었기에.
시현은 단 한 번의 공격으로 모든 플레어를 역소환시킬 수 있었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스킬, ‘부정한 심판(A)’을 발동합니다.]파지지직!
플레어를 관통했던 아스트라페가 마기로 인해 검게 물들더니.
이내 사방으로 퍼져 나가 레드 엘프들을 뒤덮었다.
“크흐흐흑!”
“저주다! 저주!”
“피해!”
검은 아스트라페에 노출된 그 순간 온갖 상태이상과 디버프에 노출되었기에.
레드 엘프들은 어떻게든 피하려 했다.
하지만 갑작스레 퍼지는 벼락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콰드득!
“크아아아아!”
“사, 살려…….”
그렇게 보병들이 혼비백산한 틈을 타.
촉수들이 녀석들을 물어뜯었다.
콰득! 콰드드드득!
“어쩌냐? 보병들 다 죽어가는데?”
시현이 눈을 빛냈다.
[아이템, ‘타락한 영광(C)’이 레드 엘프들의 피를 흡입합니다.] [아이템, ‘천총운검(C)’이 흡수된 피로 피해량을 4% 상승시킵니다.] [아이템, ‘천총운검(C)’이 흡수된 피로 물리, 마법 관통을 0.31% 상승시킵니다.]타락한 영광에서 나온 촉수가 피를 계속 흡수함에 따라.
천총운검이 계속해 강화되었다.
시현은 천유리를 지키기 위해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은 상태였지만.
그 자리에 서서 천총운검을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상대의 모든 화살과 보병들을 학살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도 더 미친 놈이었어.”
그 모습을 바라보던 람미아가 경악했다.
“저게 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무위야? 아니 무위는 그렇다 쳐도…….”
사실 이 정도 레드 엘프 군단을 처치하는 무위를 가진 인간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상대는 지구의 평범했던 인간.
‘재앙’ 상황과 시스템을 마주한 지 1년조차 지나지 않았는데 레드 엘프들을 이렇게 학살하다니.
‘불가능한 일이야. 특히 인간들은 집념만 가득한 멍청한 족속들인데. 어떻게 이런 단기간에?’
게다가 저 인간이 다루고 있는 힘.
많은 세계를 오고 가며 겪었던 ‘신’의 힘이었다.
“저 정도 힘에, 여러 신의 아이템, 끔찍할 정도로 소름 돋는 마기. 그래 저놈이 여왕대행자가 말했던 놈. 타락왕이구나.”
짝.
“좋아. 우리도 이렇게 당하고만 있을 순 없지. 이그니스.”
화르륵!
-불렀나?
이내 독수리의 형상을 가진 거대한 불의 정령, ‘이그니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놈은…….’
이그니스(Ignis).
명백한 ‘상급’ 정령인 녀석을 소환하는 것만으로도 람미아는 엄청난 마력을 소모하고 있었다.
불과 관련된 ‘하이 엘프’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마력을 소모한다는 건 엄청난 위력을 가진 ‘공격’을 할 수 있다는 뜻.
“네놈이 타락‘왕’이 아니라 타락의 ‘신’이어도.”
람미아의 양손으로 거대한 불속성 마력이 모여들었다.
람미아 그녀 하나만의 마력이 아니었다.
그녀를 따르는 수많은 레드 엘프들의 마력이었다.
“이 공격에선 살아남을 수 없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