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107)
신의 천적, 회귀하다 107화
78. 하이 엘프(2)
“드라우프니르 복제품이 상당히 쓸 만했는데. 아쉽네요.”
“걱정 마세요. 9일 정도 기다리면 또 나오니까요.”
“그때도 저 주시게요?”
“아뇨. 안 주려고요.”
“……정말요?”
“풉.”
실망한 듯한 천유리의 태도에.
시현이 씨익 웃었다.
“꾸르꾸릉!(2호 집사 괴롭히지 마라 이놈아!).”
시현의 머리 위에 있던 가살이 기다란 코를 이용해 머리를 팡팡 쳤다.
“아야.”
“……웃는 거 보니까 또 장난치신 거죠?”
“오? 눈치가 좀 빨라지셨는데요?”
“정말…….”
입술을 내밀며 성큼성큼 걸어 나가는 천유리를 보며.
시현이 다급히 말했다.
“알았어요. 미안해요.”
“그러면서 아직도 웃고 있잖아요?”
“크크크. 하지만…….”
‘하지만 회귀 전엔 한 달에 한 번 이렇게 놀릴까 말까였으니까요.’
뒷말은 차마 하지 못한 채.
시현은 천유리의 화가 풀릴 때까지 그녀에게 웃어주었다.
그렇게 둘이 다시 하남, 소내섬으로 향하고 있을 때.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열여섯 번째 재앙 종료까지 남은 시간: 0초.] [현재 남은 불의 고리 수: 0] [메인 퀘스트, [불의 굴레>를 클리어하였습니다.] [아이템, ‘불꽃 팔찌(C)’를 획득합니다.] [불꽃 팔찌(C)]#열여섯 번째 재앙 보상입니다.
▶장신구(팔찌)
▶착용 효과
[화염 +10] [화염 저항 +20]이내 시현의 손바닥 위에 붉은빛 팔찌가 생겨났다.
‘보상이라길래 받긴 했지만.’
시현이 그걸 대충 던지니.
키비시스가 냅다 낚아챘다.
‘이미 드라우프니르라는 팔찌가 있어서 쓸 수 없으니 뭐.’
방금 얻은 아이템뿐만이 아니었다.
이전에 얻었던 찬란한 충갑이나 추악한 깃털 같은 좋은 아이템들도 못 쓰지 않았는가?
‘저렇게 처박아둔 다음에 하남 무기창고에 넣으면 필요한 사람이 알아서 찾아가겠지.’
시현이 본거지로 삼고 있는 하남 창고엔 수많은 아이템이 있었다.
키비시스로 인해 획득한 수많은 아이템들을 누구나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어차피 이들 모두 시현을 따라 ‘신’에게 대적해야 하는 플레이어, 혹은 존재들이었기에.
아까울 건 없었다.
[열여섯 번째 재앙을 극복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레드 엘프들이 원래 세계로 돌아갑니다.] [열여섯 번째 재앙이 끝나 ‘계약’이 이루어집니다.]…….
“방명록은 사절이야.”
기껏 포인트를 들여 남겨놓은 신들의 메시지는 쿨하게 무시한 뒤.
시현이 들려오는 메시지에 집중했다.
[MVP: 타락왕 이시현.] [MVP 보상으로 160,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개인 보상이 주어집니다.] [타락왕 이시현 님께선 총 ……명의 레드 엘프를 처치하였습니다.] [타락왕 이시현 님께선 총 두 개의 불의 고리를 파괴하였습니다.] [타락왕 이시현 님께선 총 네 명의 하이 엘프를 처치하였습니다.]…….
람미아가 이그니스를 이용해 부순 불의 고리를 포함해.
박나은이 부순 불의 고리까지 총 2개.
거기에 오크쟌이 죽인 2명의 하이 엘프 서영우가 죽인 1명, 시현이 죽인 ‘렐리온’까지 포함되어 총 4명의 하이 엘프를 죽인 것으로 취급되었다.
혼자 5개 불의 고리 중 2개를 파괴하고.
5명의 하이 엘프 중 4명을 죽였으니 MVP는 당연히 시현의 것이었다.
16~20번째 보상은 전부 ‘자연’과 관련된 것.
그리고 그 ‘자연’은 세계수의 성장과 관련이 있었다.
[아이템, ‘불의 고리(A)’를 획득합니다.] [불의 고리(A)]#열여섯 번째 재앙 MVP 보상입니다. 세계수를 지키려는 레드 엘프들의 의지가 깃들어 있습니다.
▶설치형 아이템
▶적용 효과
‘대상’을 선택합니다. 대상 주변으로 일정 거리에 ‘불의 결계’가 형성됩니다.
눈앞에 생겨난 신용카드 비슷한 무언가를 바라보며.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오호.”
시현이 세계수를 키우고 있다는 걸 알아서일까?
마침 딱 필요한 보상이 나왔다.
‘사실 있든 말든 크게 중요한 보상은 아니지만. 있어서 나쁠 건 전혀 없지.’
불의 결계는 실제로 레드 엘프들이 자신들의 세계수를 지키기 위해 만든 아이템이다.
대상을 선택하면 그 주변으로 불의 결계가 생겨나는데.
마력을 많이 부여하면 할수록 결계 크기는 넓어졌다.
불의 결계는 평소엔 보이지 않다가 무언가가 들어오면 그대로 마력을 이용해 대상을 태워 버린다.
‘물론 허락받은 존재라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지만.’
억지로 밀고 들어오면 허락받은 존재들에게 경고성 짙은 메시지도 전송되기 때문에.
여러모로 쓸모 많은 아이템이었다.
‘박나은한테 시켜서 설치하라고 하면 되겠어. 마력을 유지하는 데엔 마정석이 있으면 충분하니까.’
시현은 수많은 마수를 잡고 녀석들의 마정석을 모조리 쓸어오며.
앞으로 마수들을 잡을 때 마정석이 나올 예정이기 때문에.
마력이 부족할 리는 없었다.
‘엘프 같은 이종족 녀석들에게는 마정석이 나오진 않지만…… 이 녀석들에겐 더 좋은 것들이 있으니까.’
씨익.
‘확신할 순 없지만 다크 엘프, 블루 엘프, 일반 엘프들을 잡고 얻은 MVP 보상으로도 이렇게 세계수에게 도움 되는 게 나오겠어.’
그렇게 깔끔하게 보상까지 확인한 후.
시현은 천유리와 가살을 데리고 다시 하남, 소내섬으로 향했다.
[뒤이어 열일곱 번째 재앙이 시작됩니다.] [열일곱 번째 재앙은 ‘?? ??’입니다.] [열일곱 번째 재앙까지 남은 시간: 15일.]“형님!”
“주인님!”
“왔나? 주인.”
주변을 살피고 소내섬으로 온 시현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시현의 예상대로 임시로 세운 목책만 살짝 불에 그을렸고, 어느 정도 벌레들의 희생이 있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선방했다 볼 수 있었다.
“타락 군단은?”
“다행히 플레이어들 중에선 사망자가 없습니다.”
“그래. 고생했다 영우야.”
“주인님! 불의 고리를 부순 건 저라고요오!”
“그래. 너도 고생했다. 박나은.”
“후후후.”
그 모습을 본 서영우가 실실 웃기 시작했다.
“엎드려 절받기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 형님이 가장 먼저 칭찬해 주신 건 나. ‘타락구원자’ 서영우다. 하하하.”
“으으으……. 야! 내가…….”
“뭐! 한판…….”
짝짝.
둘이 본격적으로 싸우려 하기 전.
시현이 박수 치며 장내를 환기시켰다.
“자자. 사랑싸움은 나중에 하고 지금은 더 중요한 게 있으니까.”
시현의 말에 서영우의 표정이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영우야. 그놈의 기억은 다 읽은 거냐?”
“네. 다 읽었습니다.”
“그래. 보여줄 수 있지?”
“네. 어떻게 보시겠어요?”
“쿤달라 잠시 뺄 테니까 악몽 형태로 보여주면 되겠네. 아, 정신 공격은 하지 말고.”
시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형님…… 저 못 믿으세요?”
“믿지. 믿는데 혹시나 해서 그런 거지.”
“푸핫! 그것 봐. 주인님은 너 못 믿는다니까.”
박나은을 한번 째려본 뒤.
서영우는 과시라도 하듯 추악한 깃털을 휘날리며 시현에게 다가왔다.
“자. 그럼 들어가겠습니다.”
“좋아.”
[아이템, ‘쿤달라(D)’ 장착을 해제합니다.] [경고! 당신의 권속, 타락구원자 ‘서영우’의 마기가 정신을 침범합니다.] [악몽이 펼쳐집니다.]츠즈즈즉.
자신의 뇌를 침범하는 마기를 그대로 받아들인 채.
시현이 그대로 눈을 감았다.
‘엘프들의 세계수가 이렇게 생겼구나. 하긴, 회귀 전엔 와본 적이 없어서 알 리가 없었지.’
‘저게 세계수의 심장.’
‘……이런 원리로 차원 이동을 하는 거였어.’
‘엘프 장로들의 대회의라.’
서영우의 악몽 재생은 굉장히 편리했다.
레드-하이 엘프 ‘롤로’의 기억이 마치 동영상처럼 재생되었는데.
서영우의 배려 덕분에 시현은 녀석의 기억을 빨리 감기, 되감기, 5초 스킵 등 다양한 기능을 써 살필 수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지금 이 장면은 의식세계 속에서 펼쳐지는 장면.
시현이 여기서 시간을 얼마나 할애하든 실제로는 하루도 지나지 않을 시간이었다.
‘물론 일어나면 배는 조금 고프겠지만.’
“영우야 됐다.”
시현이 육성으로 말을 내뱉은 그 순간.
눈앞의 풍경이 변했다.
츠즈즈즉.
이윽고 시현의 눈앞에 보이는 건 소내섬 위에 애매하게 지어놓은 집. 그 안이었다.
“형님. 어떠셨어요?”
“뭐. 다 살폈지.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거야?”
“한 16시간쯤 걸렸습니다.”
“그래? 생각보단 별로 안 지났네.”
[아이템, ‘쿤달라(D)’를 장착합니다.]다시 황금 귀걸이를 장착한 후.
시현이 몸을 일으켰다.
“아. 그리고 손님이 와 계십니다.”
“손님?”
“네. 랭킹 11위. 살아 있는 망치입니다.”
“오영일? 생각보다 빨리 왔네.”
“네. 감사 인사하러 온 거 같더라고요.”
“그래야지.”
그 말을 들은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 쌍둥이는 예의를 아는 청년들이니까.”
“흐음……. 어차피 얼굴이 못생겼어서 별 타격은 없겠어.”
“지랄 마. 그래도 너보단 잘생겼어 이 새끼야. 난 탈모는 없거든.”
“크크크. 어떻게 머리칼만 딱 안 탔지?”
“이제 모자 써도 사람들이 우리 둘 구분할 순 있겠는데?”
걱정과는 달리 다소 유쾌한 분위기를 풍기며.
얼핏 보면 똑같이 생긴 두 남자가 세계수 옆에서 농담 따먹기를 하고 있었다.
오영일, 오인수.
어렸을 때부터 늘 함께였던 이 오씨 형제들은.
덩치도, 발달된 근육도, 옷 스타일도 비슷해 얼핏 보면 구분할 수 없었다.
머리를 제외하면 말이다.
‘둘 다 밝아 보여서 다행이네.’
그 모습을 본 시현이 둘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몸은 괜찮으세요?”
“아,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시현의 등장에 오영일, 오인수 쌍둥이가 언제 그랬냐는 듯 깍듯이 인사를 건넸다.
“이 못난 놈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오영수가 고개 숙이며 인사했다.
“플레이어들끼리 돕고 살아야죠.”
“그러게 말입니다.”
오영일이 씩 웃었다.
“오인수 씨는 몸 괜찮으세요?”
“덕분에요.”
그렇게 둘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오영수가 시현을 살폈다.
‘무슨 아이템이…….’
그러곤 경악했다.
오영수의 특성, ‘아이템 분석(A)’.
대장장이와 가장 잘 어울린다고 평가되는 특성으로, 상대 아이템 등급과 효과를 ‘대략적으로’나마 알 수 있었다.
‘내 특성으로도 확인할 수 없는 아이템이라고?’
이런 경우는 둘 중 하나였다.
상대가 걸치고 있는 아이템이 전부 자신의 특성, A등급 이상이거나.
등급이 낮더라도 ‘신’의 아이템인 경우였다.
‘신들의 힘을 사용한다는 소문이 사실이었어. 그렇다면 저 모든 아이템이 다…….’
주머니, 일본도, 귀걸이, 팔찌, 반지 등등.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아이템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었다.
최고의 대장장이라 자부할 수 있는 오영일 자신이 말이다.
‘저건 단순히 템빨이 아니야.’
그가 마른침을 삼켰다.
‘신을 상징하는 아이템들이 만만한 것도 아니고…… 저 정도로 많은 신의 아이템을 한 번에 다루려면 대체 본인이 얼마나 강해야 하는 거지?’
보통 플레이어들은 생각한다.
좋은 아이템이 있으면 자신은 이를 잘 다룰 수 있을 거라고.
심한 경우엔 모든 게 아이템 빨이며 자신들에게 똑같은 아이템이 있다면 능히 랭커에 들 수 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이는 오만하며, 동시에 아는 게 없어 하는 무지렁이들의 말일 뿐이었다.
‘보통 플레이어들은 S는커녕 A급 아이템의 성능 하나도 제대로 끌어내지 못해.’
오영일의 눈빛이 변했다.
‘신의 힘이 들어간 아이템은 일반적인 SS급 아이템보다 다루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지. 그래서 대부분의 신들이 자신의 계약자에게 과외하듯 가르치고. 그런데 이 인간은 대체…… 괜히 랭킹 1위가 아니란 건가.’
그렇게 시현을 살피고 있을 때.
시현의 눈이 오영일과 마주쳤다.
“아. 제가 너무 빤히 쳐다봤군요. 죄송합니다.”
“하하. 아닙니다.”
시현이 웃으며 말했다.
“저희가 이 감사함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해드릴 게 없는 것 같습니다.”
오영일의 말은 사실이었다.
자세한 건 모르지만 지금 시현의 모습을 보면 완벽, 그 이상이었다.
자신이 가장 잘하는 건 ‘아이템’을 제작하는 것인데.
시현에게는 아이템을 따로 제작해 줄 필요가 없어 보였다.
“감사라. 성의 표시를 하면 저도 기쁜 마음으로 받죠.”
“하지만 저희가 어떻게…… 혹시 원하시는 아이템이 있으십니까?”
“아이템이라. 원하는 아이템은 없지만 원하는 건 있습니다.”
“말씀해주십시오. 뭐든 드리겠습니다.”
오영일과 오영수가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타락왕 이시현.
랭킹 1위이자 자신들을 포함한 3,000명의 대장장이들을 구해준 인물.
무리가 되는 걸 요구한다 하더라도.
무엇이든 들어줄 생각이었다.
‘그래야…….’
‘사람 된 도리니까.’
“그쪽 두 명이요.”
“네?”
“예?”
“오영일, 오인수 씨.”
씨익.
“내 밑으로 들어오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