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11)
신의 천적, 회귀하다 011화
11. 성스러운 영광
‘표정하고는.’
모두의 앞에서 일그러졌던 서영우의 표정을 떠올리며.
시현이 피식 웃었다.
서영우.
그는 회귀 전 시현과 견줄 정도로 강력한 힘과 세력을 가졌던 녀석이었기에.
시현은 녀석과 크고 작은 충돌을 일으키곤 했다.
‘뭐. 결국 내 손에 죽긴 했지만.’
서영우는 라미엘과 계약한 플레이어였기에.
라미엘과 그가 속한 거대한 천사들의 세계, 에덴의 명령을 거부하지 못했다.
녀석의 손에 의해 에덴의 노예나 제물이 되어 고통스럽게 죽어간 플레이어만 수천, 수만.
다시 그런 일이 벌어지게 놔둘 순 없었다.
‘뭐…… 그렇게 되기까진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으니까.’
다행인 점은 지금의 서영우가 아무것도 모르는 평범한 플레이어라는 것이었다.
시현은 녀석이 사고를 치기 전에 어떻게든 막아야만 했다.
‘물론, 그 전에 이 녀석과 세력을 최대한 이용해 먹고 말이야.’
“이곳에서 쉬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멍하니 복도를 걷다 보니.
시현에게 주어진 방이 나타났다.
스르릉.
시현이 받은 방은 최상층에 위치한 곳 중 하나.
침대는 킹 사이즈 네 개를 붙여놓았을 만큼 넓었고.
온갖 장식과 예술품이 있었다.
심지어 이곳 안에는 밖에서 봤던 것처럼 성수가 흘러나오는 분수가 있었다.
‘이건 좀 쓸 만하겠네.’
분수대를 툭툭 친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창문이 없다는 것이었는데, 오히려 좋았다.
시현이 이곳에서 하려는 일은 다른 플레이어들이 몰라야 했으니.
“가장 궁금한 거부터 확인해 볼까?”
갑옷을 입은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미카엘(מיכאל), 겸손의 대천사.
모든 전장의 선봉장이며, 메타트론을 제외하면 에덴의 ‘아버지’를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하는 인물.
‘성스러운 영광’은 그런 천사가 착용하는 것이니만큼 뛰어난 착용감을 갖고 있었다.
분명 성스러운 금속으로 만들어진 갑옷임에도 무게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단단했다.
게다가 살에 닿는 부분도 부드러워서, 마치 면이 닿는 듯한 기분이었다.
[성스러운 영광(E)]#겸손의 대천사 미카엘, 그가 아버지에게서 하사받은 갑옷입니다.
▶한 벌 옷(갑옷)
▶현재 숙련도 LV.1
▶착용 효과
[신성력 + 20] [물리저항 +150] [마법저항 +150]▶찬란한 신의 무기고 특수 효과
아이템을 다루면 다룰수록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숙련도가 상승해 LV.10을 달성하면 다음 등급으로 올라갑니다.
▶E등급 특수 효과
[변환>이 갑옷은 소유자의 몸에 알맞게 변화됩니다.
[신성한 빛>보유한 모든 마력을 ‘신성력’으로 변환시킬 수 있습니다.
*지속시간: 5분.
*재사용 대기시간: 6시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미친 성능이었다.
물리저항과 마법저항이 무려 150.
아스트라페와 키비시스가 합쳐 올려주던 40으로도 평범한 무기엔 상처가 잘 나지 않았는데.
추가로 150 정도를 얻게 되었다.
‘이 정도면 적어도 어지간한 A급. 잘 쳐주면 S급 정도도 되겠어.’
물론 이는 ‘기본적인’ 물리저항과 마법저항만 따졌을 때 이야기였다.
신성력도 20이나 상승시켜 줬으며.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았고, 입고 벗기도 편했다.
‘괜히 미카엘 씩이나 되는 대천사에게 주는 갑옷이 아니란 거겠지.’
갑옷 효과를 본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회귀 전, 시현이 골랐던 갑옷은 발할라의 발키리, 브륀힐드의 것.
그녀의 것도 상당히 좋긴 했지만, 지금 이 갑옷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신의 고유 아이템 3개를 보유하였습니다.] [특성, ‘찬란한 신의 무기고(EX)’의 특수 효과가 개방됩니다.]‘이건 아직 쓸 때는 아니지.’
그렇게 중얼거린 후.
시현이 곧바로 모든 아이템을 챙겨 방 밖으로 나섰다.
남은 시간은 대략 14일.
그동안 할 게 넘쳐났다.
사아아…….
방 한가운데에 있는 분수에선 탁한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원래 그곳을 가득 채운 성수는 새하얀 빛을 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시현이 정체 모를 알을 넣은 상태.
분수의 색은 그때부터 탁해지기 시작했다.
[아이템, ‘정체 모를 알(??)’이 삼킨 ‘탁한 여의주(A)’가 정화되고 있습니다.] [아이템, ‘정체 모를 알(??)’이 성수를 마시고 있습니다.] [아이템, ‘정체 모를 알(??)’의 부화율이 대폭 상승합니다.]시현이 정체 모를 알로 부화시키려는 생명체는 철을 먹으며, 정화된 기운을 내뿜는 존재.
이미 철은 충분히 먹였으니 이젠 정화된 기운을 잔뜩 먹일 차례였다.
그리고 정화된 기운엔 성수만큼 좋은 게 없었다.
‘보약이지 보약. 겸사겸사 탁한 여의주도 정화시키고 말이야.’
어차피 이 분수에선 성수가 거의 무한대로 나오기 때문에, 걱정할 건 없었다.
‘키비시스는 이따 확인해 보고. 지금은 아스트라페의 효과를 활용할 때다.’
시현이 가지고 있는 제우스의 벼락, 아스트라페.
녀석의 C등급 특수 효과, [번개 흡수>는 다른 번개를 흡수해 본인이 성장하는 것.
그렇기에 시현은 이곳에서 번개를 훔칠 생각이었다.
‘보통의 경우라면 번개가 없겠지만, 이곳은 라미엘이 관장하는 곳. 번개가 없을 리 없지.’
라미엘이 가지고 있는 힘은 대표적으로 세 개.
번개, 환상, 그리고 영혼이었다.
라미엘이 사용하는 번개는 신성력이 담긴 하얀 번개.
시현이 착용하고 있는 성스러운 영광, 그리고 최근 획득한 클래스 성기사와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다.
라미엘의 번개가 가장 많은 곳은 백화점 건물 중앙에 있는 라미엘의 조각상.
그곳이었다.
‘좋아. 그럼 이대로 가서…….’
파지직.
그렇게 라미엘의 조각상으로 향하려던 그때.
‘이건?’
시현의 손목에 감겨 있던 아스트라페가 무엇에 이끌리듯 번쩍거렸다.
아스트라페는 회귀 전에도 사용했던 아이템이었기에.
시현은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이 근처에…… 강력한 번개의 근원지가 있어.’
C등급을 달성한 아스트라페는 강력한 번개에 이끌리며, 그것을 흡수하려고 한다.
가장 많은 번개가 있을 거라 생각했던 라미엘의 조각상에서도 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아스트라페였는데.
지금 이곳에선 격렬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아깐 안 그랬는데 왜 이제 와서?’
이유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한 뒤.
시현은 아스트라페가 이끄는 곳으로 따라들어 갔다.
파지지…….
시현이 도착한 곳은 아주 단단하게 잠겨 있는 검은 문 앞이었다.
“열기 쉽지 않겠는데?”
서영우와 동산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시현이었지만.
이런 시설이나 방까진 알 수 없었다.
[아이템, ‘아스트라페(C)’가 ‘금실의 문’과 공명합니다.]파지지지직!
시현의 예상과는 달리.
아스트라페에 닿은 검은 문은 너무나도 쉽게 열렸다.
“이렇게 되면 안 들어갈 수가 없잖아?”
이내 입꼬리를 올린 후.
시현이 방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여긴?’
방 안엔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었다.
있는 거라고는 한 사람이 누울 만한 침대 하나뿐이었는데.
그 위엔 한 여성이 눈을 감고 누워 있었다.
“여자?”
새햐안 백발의 중년 여성.
그녀를 본 순간 시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서영우에게 이런 존재가 있었나? 아니면 포로인가?’
아스트라페가 여전히 중년 여성 쪽으로 향하고 있었기에.
시현은 어쩔 수 없이 그녀에게 다가갔다.
새근새근.
그녀는 시종일관 눈살을 찌푸리며 잠들어 있었는데.
얼핏 보기에도 너무나 고통스러워 보였다.
그녀의 주변으로 하얀 전류가 흐르고 있는 탓이었다.
‘흐음…….’
그녀가 뭘 하고 있는 건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아스트라페가 지금 이 여자를 괴롭게 하고 있는 하얀 번개를 흡수할 수 있다는 것.
그렇게 되면 시현이 저 중년 여성을 고통에서부터 해방시켜 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아스트라페.”
파지직…….
“먹어.”
[아이템, ‘아스트라페(C)’가 라미엘의 번개를 일부 굴복시켰습니다.] [아이템, ‘아스트라페(C)’가 라미엘의 번개 중 극소수를 흡수합니다.] [아이템, ‘아스트라페(C)’의 숙련도가 대폭 상승합니다.]번쩍!
아스트라페의 금빛 번개와 침대 위의 하얀 전류가 부딪쳤다.
둘이 맹렬히 부딪치던 것도 잠시.
이내 아스트라페는 마치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하얀 번개를 모조리 집어삼키고 있었다.
‘대천사. 그중에서도 말단 따위가 견딜 수 있는 힘이 아니지.’
당당히 에덴의 7대 대천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존재인 만큼.
라미엘은 결코 약한 신이 아니었다.
하지만 강함과 약함은 늘 상대적인 법.
아무리 에덴의 7대 대천사라 할지라도 올림포스를 지배하는 왕, 제우스에 비해선 끗발이 딸릴 수밖엔 없었다.
‘제우스를 이기려면 미카엘이나 메타트론을 데려와도 힘드니까.’
번쩍!
그렇게 아스트라페가 하얀 번개를 점점 더 흡수하고 있었다.
원래 신에게 뺏어온 아이템은 C등급부터 숙련도가 상당히 더디게 오르지만.
번개를 흡수한 덕분에 아스트라페가 꽤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이 아줌마.’
덤으로, 하얀 번개가 사라지자 침대 위에 누워 있던 중년 여성의 주름이 사라지고, 피부가 매끈해지고 있었다.
여전히 눈을 감은 상태였지만 그녀는 명백히 젊어지고 있었다.
“이게 원래 모습인가?”
“으으응…….”
얼마 지나지 않아 누워 있던 여성이 눈을 떴다.
“영우…… 영우니?”
갑작스레 눈을 뜨고 묻는 여성의 말에.
시현이 넉살부리며 대답했다.
“영우는 아니고, 친구예요.”
“……영우 친구?”
“정확히 말하면 형이죠. 영우 부탁 받고 치료해 드리고 있었어요.”
거짓말이었다.
시현은 단순히 아스트라페를 강화시키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이 행위를 함으로써 그녀가 치료되고, 젊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서로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약간의 거짓말을 해서 인상을 좋게 남기는 것도 기술이었다.
“그래…… 그래요. 제가 눈을 감은 지 얼마나 된 거죠? 마지막으로 정신을 차렸을 땐 고블린들이…….”
“한 달 정도 되셨어요.”
“그렇군요. 아, 제 소개를 안 드렸네요. 제 이름은 서지혜. 영우 누나입니다.”
“네. 제 이름은 이시현입니다.”
파지지지직.
시현이 하얀 번개를 흡수할 때마다.
서지혜의 상태는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게 의미하는 건 하나였다.
‘설마…… 라미엘 이 미친 새끼.’
시현이 이를 갈았다.
‘서영우의 누나를 볼모로 강제 계약 해버린 건가?’
라미엘은 에덴의 천사들 중에서도 특히 인간을 ‘도구’로밖에 보지 않는 놈.
충분히 이러고도 남을 위인이었다.
“……누나!”
그렇게 시현이 번개를 흡수하고 있을 때.
뒤에서 누군가가 소리쳤다.
“왔냐?”
“……너! 감히 무슨 짓을!”
“영우야!”
“……!”
갑자기 정신을 차리고 자신을 부르는 누나, 서지혜의 목소리에.
서영우가 얼어붙었다.
“누나? 어떻게 정신을…….”
“이분께서 치료해 주셨어.”
저벅저벅.
손을 더듬거리며 다가온 서영우가 서지혜의 얼굴을 만졌다.
“누나…… 누나…….”
“영우야 너 눈이……?”
“누나!”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그렇게 서로 부둥켜안으며.
두 남매가 울음을 터뜨렸다.
‘아…….’
그리고 그 옆에 있던 시현이 머쓱한 듯 뒷머릴 긁었다.
‘모르겠다. 번개나 흡수하자.’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