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113)
신의 천적, 회귀하다 113화
80. 다크 엘프(3)
파지지직!
놀이공원 중심부쯤에서 파랗게 튀는 스파크를 본 후.
시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시작인가?”
타앗!
시현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페널티를 강제로 이전하다니…… 역시 사기 스킬이란 말이야.’
다콘이 가진 EX등급 스킬, 페널티 이전.
EX등급 스킬인 만큼 격의 차이는 물론, 시스템이 정해놓은 규격까지 초월하고 있었다.
“이래서 다콘, 그 여자가 오면 곤란했는데 말이야.”
다콘은 원래 지금 등장하지 않고, 한국에 등장하지도 않는다.
그녀가 등장하는 곳은 원래 척박한 사하라 사막.
그곳에서 통합된 레드-다크 엘프 군단을 이끌며, ‘대재앙’ 때 등장하는 최종 보스 격 다크 엘프였다.
‘내 일이 아니었어서 잘 모르지만, 훗날 이집트 소속 플레이어들의 말에 따르면 그런 괴물이 따로 없다고 했지.’
당시 다콘은 무려 세 플레이어의 특성을 훔쳐와 다루며 수많은 사상자를 낸 강력한 존재.
이집트에 호루스, 오시리스, 네프티스, 토트 등 강력한 신들과 계약한 플레이어가 많았어서 다행이지.
어지간한 나라였다면 제대로 힘도 못 쓰고 멸망당했을 것이다.
‘지금 중요한 건 그런 사실이 아니지.’
시현이 재빨리 걸음을 옮겼다.
‘사람들부터 구해야 한다. 특히 장도현을.’
통곡광대 장도현과 그가 이끌던 사람들. 그들을 구하는 게 우선이었다.
시현이 자선사업가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이곳 놀이공원에 있던 플레이어들은 다콘의 페널티를 그대로 받고 있는 상태.
그들을 다콘으로부터 최대한 떨어뜨려 놔야 다콘과 다크 엘프들이 열일곱 번째 재앙이 진행되는 동안 페널티를 온전하게 받을 수 있었다.
즉, 다콘을 좀 더 쉽게 공략하기 위해선 그들을 구해야 했다.
‘최악의 상황엔…… 그냥 죽이거나.’
이왕 페널티를 받지 못하게 할 거, 같은 인간을 죽이고 싶진 않았지만.
최악의 상황엔 죽이는 수밖에 없었다.
그들에게 다크 엘프의 표식이 남아 있는 한, 다콘은 언제든지 페널티를 이전할 수 있었고.
계속해 시스템을 어기며 이계에서 힘을 끌어올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페널티 이전이 안 되게 하기 위해선 단순히 ‘멀리 떨어뜨려 놓으면’ 되었기에.
시현은 되도록 이들을 구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이들을 구하든, 못 구하든 시간이 별로 없어. 다콘이 또 무슨 개짓거릴 할지 몰라.’
게다가 다콘이 사람들을 어디에 숨겨놨는지도 모를뿐더러.
오크쟌이 시간을 얼마나 끌어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오크쟌이 김현을 그냥 죽이거나 제압한 다음 끌고 오는 것이었지만.
녀석 또한 아스가르드의 주신이자 에시르 신족 중 하나와 계약한 플레이어.
단번에 제압할 정도로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스으윽.
그렇게 다콘이 있는 곳, 놀이공원 중앙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을 때.
아니나 다를까 수많은 그림자들이 일렁였다.
“그래.”
달라진 분위기와 주변 풍경에.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환영 인사가 생각보다 늦었네.”
[아이템, ‘천총운검(C)’이 핏빛 폭풍을 일으킵니다.]사아아아!
이젠 엑스칼리버보다도 손에 익게 된 일본도, 천총운검이 핏빛 폭풍을 일으키며 그림자를 베었다.
“……!”
“…….”
그러자 말없이 그곳에서 그림자 마법을 날리고, 암습을 하려던 다크 엘프들이 썰려 나갔다.
[레드 엘프 플레이어, ‘코루’를 처치하였습니다.] [플레이어가 보유한 포인트의 절반(10,291)을 획득합니다.] [경험치가 상승합니다.]…….
땅의 하급 정령, 노움을 이용해 시현을 옥죄려 해도 소용없었다.
시현의 움직임은 하급 정령 따위에 막힐 정도가 아니었을뿐더러.
[아이템, ‘솔로몬의 반지(D)’가 지배력을 드러냅니다.]정령들은 시현의 지배력에서 벗어나는 데 집중하기 바빴다.
“……!”
확실히 다크 엘프들은 상대하기 ‘피곤했다’.
기척도, 소리도 없이 시현에게 다가왔을 뿐 아니라.
죽기 직전까지도 온갖 암기를 뿌리거나, 시현의 시야를 가리는 연막탄을 터뜨려 동료에게 도움을 주거나, 독성 폭탄이나 침을 발사했으니까.
말 그대로 ‘치사해 보이지만 효율적으로’ 시현을 공략하고 있었다.
‘키비시스와 포션이 아니었다면 홀로 상대하기 체력이 부족했겠지만.’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이 정도로는 소용없지.’
츠즈즈즉.
서걱!
키비시스가 계속해 생명력 포션과 해독 포션을 섭취시켜 준 덕분에 시현은 뒤 없이 녀석들을 죽일 수 있었지만.
여기에도 엄연히 한계는 있는 법.
그렇기에 시현은 천총운검만을 사용하며 상대를 베고 있었다.
[아이템, ‘타락한 영광(C)’이 피 냄새를 맡았습니다.] [아이템, ‘타락한 영광(C)’이 피 냄새를 추적하기 시작합니다.] [대상: 인간 플레이어의 피.]그렇게 이곳저곳을 뒤지던 시현의 눈이 빛났다.
‘예상대로 사람들은 다콘이 데리고 있어. 벌레들이 알려준 대로야.’
무심하게 다크 엘프들을 썰어 넘기며.
시현이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근데 이 사람들을 어떻게 안전하게 빼낼 수 있지? 여차하면 어쩔 수 없지만…….’
그렇게 고민에 빠진 사이.
귓가에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아이템, ‘타락한 영광(C)’이 대상을 발견하였습니다.]‘벌써? 다콘이 있는 곳까지 가려면 거리가 꽤 남았는데?’
촉수들이 가리킨 곳엔 ‘사람들’이 모여 있지 않았다.
녀석들이 가리킨 곳에 있는 사람은 작은 여자아이 한 명이었다.
주르륵.
두려운 탓일까?
아무도 모르게 몸을 웅크린 여자아이는 헛구역질을 간신히 참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젠장.”
여자아이는 꽤나 잘 숨어 있었지만.
다크 엘프들에게 발각된 건 순식간이었다.
츠즈즉.
시현을 본 다크 엘프들이 여자아이에게 다가갔다.
-인간들은 본능적으로 어린 개체에게 약하다.
-저 어린 인간 여자를 인질로 삼으면 전황을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어.
-못해도 다콘 님께서 페널티를 이전하는 시간을 더 벌 수 있어.
-좋아.
그렇게 다크 엘프들이 단검을 역으로 쥐고 아이에게 다가가려는 찰나.
시현이 다시 한번 왼손의 반지를 치켜들었다.
[아이템, ‘솔로몬의 반지(D)’가 지배력을 드러냅니다.]지이이잉!
솔로몬의 반지에서 나온 힘이 노움의 힘을 제약시켰고.
주변 모든 다크 엘프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원래라면 노움 정도의 하급 정령은 완벽하게 지배할 수 있었겠지만.
워낙 넓은 범위로 뿌렸기 때문에 지배까진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렇게 녀석들의 움직임을 ‘잠시 제한’한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스킬, ‘라이트닝 티어(S)’를 발동합니다.]번쩍!
이내 녀석들 하나하나에게 금빛 벼락이 쏘아져 나갔고.
콰직!
녀석들의 머리, 혹은 가슴에 거대한 구멍이 뚫리며 새까맣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녀석들이 완전히 죽은 걸 확인하기도 전.
시현이 재빨리 여자아이에게 달려가 물었다.
“괜찮니?”
“……오, 오빠는 누구…… 누구세요? 어떻게…….”
“구하러 온 사람.”
시현에게 아이를 다독여 주거나 안정시켜 주는 재주는 없었지만.
아이는 시현의 존재만으로도 안심이 되는지 울음을 그치고 재빨리 상황을 파악했다.
“후우…….”
모든 다크 엘프들이 죽은 걸 확인하고 나서야.
아이가 손을 덜덜 떨었다.
이제 10살 정도 되는 아이치고는 굉장히 어른스러운 모습이었다.
‘어렸을 때 너무 어른스러운 것도 좋지 않기는 한데…….’
그렇게 중얼거린 시현이 아이에게 물었다.
“이름이 뭐니?”
“장희수…… 장희수예요.”
‘장희수?’
그때서야 아이의 얼굴과 누군가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장도현하고 좀 비슷하게 생긴 거 같은데?’
장희수라는 이름은 장도현에게 몇 번 들어 알고 있었다.
애지중지 키운 그의 하나뿐인 딸.
전투할 땐 살벌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딸 이야기만 하면 팔불출 같은 모습을 보이고는 했다.
‘부인이 죽었음에도 밝게 자라줘서 고맙고, 기특하다고 자랑스럽다고 했었지.’
딸 가진 부모 마음이야 다 똑같다지만.
장희수는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꽤나 귀여운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간신히 우는 장희수를 달랜 후.
시현이 그녀에게 물었다.
“그래. 희수야. 혹시 다른 사람들이 어디 있는지 알아?”
“네, 네! 아빠가…… 저희 아빠가!”
“너무 걱정 마.”
시현이 장희수의 손을 잡고 말했다.
“아빤 내가 어떻게든 구해줄게.”
시현의 물음에 장희수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그녀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버팀목이자 희망은 같은 인간인 시현.
그가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다크 엘프들보다 안전하리란 건 확실했다.
“안내해 줄 수 있어?”
“……네. 따라오세요.”
스르륵.
품 안에서 카드 뭉치를 꺼낸 장희수가 시현에게 말했다.
“카드들이 길을 인도해 줄 거예요.”
‘이 카드는?’
그녀의 아빠인 장도현이 놀이기구나 귀신의 집에서 나오는 언데드 등 소환물이나 소환수를 전문적으로 다룬다면.
장희수는 카드를 활용해 다양한 수를 사용할 수 있었다.
생명력 회복의 하트(♥).
방어의 다이아몬드(♦).
버프의 클로버(♣).
공격의 스페이드(♠).
랜덤한 효과를 드러내는 흑백의 조커(JOKER)까지.
강력한 인물을 소환하는 J, Q, K를 제외하면, 숫자가 작을수록 마력을 많이 소모하며 그 위력이 강력하다.
실제로 장희수가 나이를 조금 먹고 난 뒤.
그녀는 다재다능한 서포터로서 여러 곳에 도움이 되었다.
‘소문으로만 들었지만 말이야.’
어쨌거나, 그녀가 가지고 있는 카드들이라면 시현에게도 도움이 많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콘이라는 그 여자는 거대한 의자를 만들었어요. 사람들은 그 의자 밑에 있는 동굴에 있고요.”
“동굴?”
“네. 원래는 지하실로 쓰였다는 것 같은데 정령들을 이용해 개조한 모양이에요.”
“흠…….”
장희수의 설명을 들은 시현이 머리를 굴렸다.
‘혼자선 불가능하겠지만.’
서걱.
그 와중에도 다크 엘프들을 베어나가며.
시현은 계속해 다콘에게 다가갔다.
‘희수가 있으면 다를 수도 있겠어. 천유리라도 데려올 걸 그랬나.’
이내 시현이 고개를 저었다.
이미 천유리나 다른 권속은 이곳에 없는 상태.
드라우프니르-복제품 효과로 인해 이곳에 올 수 있지만.
이들은 시현이 말한 대로 메인 퀘스트를 진행하고 있을 것이다.
‘메인 퀘스트 도중에 불러내면 위험하니까.’
“어쩔 수 없어. 희수야. 아빠 구하고 싶지?”
“네.”
“얼마큼?”
“엄청요.”
“그래. 그렇다면 우리 힘을 합치자. 내가 다콘과 일대일로 직접 싸울게. 넌 그 틈에 다른 사람들을 구하는 거야.”
“저, 저 혼자서요?”
“응. 할 수 있어. 내가 시선을 완벽히 끌어줄 테니까.”
잠시 고민하던 장희수는.
이내 큰 결심을 했다는 듯 표정을 굳혔다.
“해, 해볼게요.”
‘10살짜리 애한테 주기는 조금 큰 부담이지만.’
시현이 씁쓸하게 웃으며 장희수의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지금 상황에선 어쩔 수 없지.’
이제 시현이 해야 할 일은 하나.
최대한 거대한 깽판을 쳐 시선을 돌리는 일.
즉, 화려하게 어그로를 끄는 일이었다.
“가자.”
“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시현은 홀로 다콘 앞에 올 수 있었다.
“어서 오세요.”
거대한 바위로 이뤄진 왕좌.
그곳에 다리를 꼬고 앉은 다콘이 각선미를 드러내며 웃었다.
타악!
이내 다콘이 손가락을 튕기니.
드드득.
주변에 잠들어 있던 놀이기구들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이전에 봤던 철로부터 시작해.
조금 옆에 있는 정원에서 피어난 꽃들, 귀신의 집에 있을 법한 언데드들, 동물의 탈을 쓴 인간 모습의 마스코트들.
무엇보다도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며 거대 마수처럼 각자 몸을 돌려대는 놀이기구까지.
“오세요.”
씨익.
“제 힘의 50% 정도만 사용해 드릴게요. 특별히 말이죠.”
“건방지긴.”
그 모습을 본 시현이 검을 움켜쥐었다.
“이 꽉 물어라. 평생 틀니 찰 수도 있으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