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114)
신의 천적, 회귀하다 114화
81. 하이 엘프 다콘
“자신이 없는 거냐?”
콰아아아앙!
오크쟌이 망치를 휘두르며 중얼거렸다.
“전사라고 들었는데 이런 수나 쓰고 말이야.”
“젠장…….”
오크쟌의 이죽거림에.
그를 상대하던 김현이 이를 악물었다.
“나와의 일대일 승부가 두려워서 검은 뾰족 귀 녀석들을 끌어들이는 꼴이라니. 하긴, 초식 동물이 육식동물을 무서워하는 건 자연의 이치지.”
“닥쳐라!”
콰아아앙!
김현이 소리쳤지만.
오히려 입을 다물게 된 건 그였다.
‘무슨 오크가 저렇게 잘 이죽거려?’
김현은 몰랐다.
오크쟌은 항상 만나기만 하면 이죽거리기 바쁜 두 남녀를 보고 배웠다는 걸.
‘아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야. 원래는 이 녀석을 빠르게 해치우려 했는데…….’
김현과 다콘의 계획은 열일곱 번째 재앙이 터진 즉시 수원에 있는 작은 부품 용인수를 생포하는 것.
하지만 예상치 못한 방해꾼들에 의해 이를 방해받은 상태였다.
‘오크 주제에…… 감히!’
김현은 앞의 상대를 빠르게 해치우고 수원으로 가려 했지만.
상대는 상상 이상으로 강력했다.
그렇다고 그가 계약한 신, ‘호드’의 힘을 끌어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 힘은 아꼈다가 용인수를 사로잡는 데에 써야 하니까.’
결국 일대일 전투라는 전사의 자존심을 포기하면서까지 다크 엘프들을 동원했고.
그렇게 해 녀석을 빠르게 죽이려 했지만.
녀석은 오히려 더 미쳐 날뛰고 있었다.
“와라! 크하하하!”
콰아아앙!
오크쟌이 망치를 한번 휘두를 때마다.
앞에 있던 장애물들이 산산조각 나며 튀어 올랐다.
그 여파로 앞에 있던 다크 엘프들은 물론, 옆에 있던 녀석들까지 갈가리 찢겨 나가고 있었다.
“미친 괴물 같은 놈.”
“극찬 고맙다.”
당황하는 건 김현뿐만이 아니었다.
-이게 무슨…….
-역시 프레데터의 정복자다, 이 말인가?
말 그대로 산산이 찢겨 나가는 동료들을 보며.
다크 엘프들이 마른침을 삼켰다.
대군단 프레데터.
단순 규모로만 보면 대군단 세계수 수호자보다 훨씬 더 거대한 세력으로.
세계수의 축복이 아니었다면 계속된 녀석들의 침공에 결국 무너졌을 것이다.
다크 엘프는 물론이고.
레드, 블루, 일반 엘프들 모두 녀석들의 무서움을 알고 있었다.
애초에 워 비틀을 제작하고.
세계수의 힘을 나눠주면서까지 자이언트 호넷, 자이언트 앤트 등을 이끄는 여왕 ‘와스프’를 휘하로 들인 것도.
녀석들이 이끄는 대형, 중형 마수들을 견제하기 위함이었으니까.
-오크쟌은 프레데터를 정복하고 이끌었던 존재.
-여기서 뭘 하는 건진 모르겠지만 여전히 강력하군.
-아니, 오히려 예전보다 강해진 느낌이 든다.
-장로분들께서 했던 말은…… 역시 진짜였어.
“또 지들끼리 꿍시렁대는군. 음침한 검은 뾰족 귀 놈들.”
“…….”
하이 엘프가 아닌 다크 엘프들은 종교적 이유 때문에 ‘입’을 사용할 수 없었기에.
이렇게 ‘정령의 메시지’로만 의사소통을 주고받고 있었다.
그리고 오크쟌은 그 점을 알고 있었기에.
서영우에게 배운 대로 이죽거리기 시작했다.
“그런다고 날 막을 수 있을 것 같나?”
화르르륵…… 쾅!
이내 오크쟌이 망치를 앞으로 들고 마구 달려나갔다.
굴착기와도 같은 돌진력과 관통력, 파괴력에.
앞을 막고 있던 다크 엘프들의 함정, 마법진, 나무뿌리 등이 닿자마자 모조리 파괴되고 있었다.
“크하하하!”
그렇게 달리면서, 오크쟌은 진심으로 행복한 듯 웃어대기 시작했다.
-큰일이군.
-확실히 우리론 막을 수 없다.
-시간이라도 끌어라. 모든 수를 써서.
-그럼 검은 창이 어떻게든 해줄 거다.
다크 엘프들이 몸을 날렸다.
하지만 녀석들의 몸은 그대로 튕겨져 나갔다.
튕겨져 나가 뼈 한두 군데가 부러지면 다행이었다.
대부분의 경우엔 즉사였으니.
쿠우우우웅……!
그렇게 미친 듯이 돌진한 후.
오크쟌이 그대로 어깨로 김현을 밀쳤다.
“……내가 오만했다.”
그 모습을 본 김현의 선글라스가 햇빛을 받아 빛났다.
“전력을 다했어야 했는데.”
쿠구구구…….
김현의 신체에 문신같이 새겨진 룬 문자에서.
검은빛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말이야.”
“기세 좀 달라진다고 날 막을 수 있을 것 같으냐?”
“보면 알겠지.”
콰아아아앙!
그렇게 둘이 부딪쳤을 때.
충격파로 인해 주변 다크 엘프들이 저 멀리 튕겨져 나갔다.
쿠구구궁.
놀이공원 중심부.
‘흙의 왕좌’ 앞.
다콘은 여전히 다리를 꼰 채 손짓만 대충 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상대는 저들을 뚫어낼 수 없을 테니.
“후후후. 발버둥 쳐보시죠.”
순식간에 수많은 소환물, 소환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람을 묶어놓고 회전시키고, 고속으로 달려와 충돌하는 놀이기구.
세계수가 직접 준 ‘흙’의 힘으로 강화되어 어지간한 C, B등급 스킬엔 흠집도 안 날 만큼 단단했으며.
뱀처럼 움직이는 거대한 몸체에 스치기만 해도, 인간의 연약한 피부와 근육은 그대로 터져 버릴 게 틀림없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귀신의 집에서 나올 법한 언데드들, 동물과 인간을 반반 섞어놓은 듯한 다양한 마스코트들.
정확히 머리를 터뜨리지 않는 한 죽지 않고 무한하게 살아나며, 총이나 화살 등을 마구 쏘아대 화력까지 강력한 저 녀석들은 어지간한 재앙 때 나오는 히든 보스만큼 강력했다.
단순 물량이 많을뿐더러 하나하나가 일당백의 소환물들.
그런 만큼 상대가 이 녀석들을 감당할 수 없을 거라고, 다콘은 확신했다.
“고작 열일곱 번째 재앙을 마주한 플레이어가 감당할 수 있는 힘은 아니죠.”
소환물들에 둘러싸인 채 검을 휘두르는 시현을 보며.
다콘이 붉은 입술을 씨익 올렸다.
그 모습이 더없이 매혹적으로 보였지만, 소환물을 상대하는 시현의 입장에선 저렇게 재수 없을 수가 없었다.
“편하지?”
“그럼요? 가만히 있기만 하면 되는데.”
짝짝.
다콘이 손뼉을 치니.
우드드드득.
바닥에 흙이 뭉치더니, 이내 거대한 골렘의 형상을 이루었다.
‘한 마리도 아니고…… 두 마리?’
녀석들을 본 시현이 표정을 구겼다.
땅의 상급 정령, 클레이.
다른 다크 엘프들이 사용했던 하급 정령, 노움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강력한 힘을 가진 정령들이었다.
쿠우우웅!
아니나 다를까, 녀석들은 지각변동을 일으키며 시현을 압박해 왔다.
츠즈즈즉.
뒤이어 시현이 디디고 있는 땅이 놀이기구가 운행하기 좋은 지형으로 변했고.
그런 시현에게 계속해 놀이기구들이 쇄도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순간적으로 변한 지형을 타고 다크 엘프들이 각자의 힘을 사용해 시현을 습격했고.
녀석들 중 마법사들은 다콘에게 계속해 마력을 전달하며 희생하고 있었다.
“그게 당신의 한계예요.”
다콘이 시현을 비웃듯 내려봤다.
“아무리 강하다곤 하나 그저 인간 플레이어일 뿐. 아, 왕의 격을 얻었다고 했죠? 그래도 달라진 건 없어요. 당신은 그냥 그렇게.”
씨익.
“제 재료만 되면 돼요.”
“재료라.”
번뜩.
순간 빛나는 시현의 눈에.
다콘의 몸에 소름이 돋았다.
‘아, 아니야. 여기서 더 할 수 있는 건 없어.’
그의 주변에서 번쩍이는 금빛, 검은빛 벼락들을 보며.
다콘이 입술을 깨물었다.
‘지금 난 무적에 가까운 상태라고.’
그녀는 현재 2명의 특성을 복사한 상태.
첫 번째 특성은 다른 하이 엘프, ‘정령 복사(A)’로.
플레이어가 소환하는 정령들 중 가장 강력한 정령을 ‘아무런 비용 없이’ 하나 더 소환하는 사기 특성이었다.
두 번째 특성은 ‘어뮤즈먼트(S)’.
이 놀이공원을 자신의 것처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통곡광대는 강력해.’
소문으로만 듣던 꽃감관 천태수가 가진 ‘재앙숲’에 밀리지 않을 전력이었다.
아니, 개인의 무력으로만 보자면 통곡광대가 한 수 위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녀석은 혼자였지.’
수많은 의료진, 전투 플레이어가 있었던 재앙숲과 달리.
이곳은 장도현 혼자만이 이끄는 곳이었다.
다른 플레이어들은 생업에 종사해 전투 능력이 아예 없는 존재들.
그렇기에 김현이 장도현을 배신하고 뒤에서 검은 창을 찔러 넣었을 때.
이곳을 너무나 손쉽게 넣을 수 있었다.
‘난 그런 통곡 광대의 힘과 특성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
물론 그처럼 능숙하게 사용하진 못했지만.
온갖 놀이기구와 소환수들을 이용해 상대를 압박하고 있었다.
심지어 오크쟌보다 거대한 두 진흙 거인이 앞뒤로 그의 움직임을 제한하고 있었다.
‘땅의 상급 정령 클레이를 둘이나 소환했는데에도…….’
이곳의 놀이기구와 소환수들이 너무 많아 반격하진 못하고 있었지만.
저렇게 무리 없이 버티고 있는 것만 해도 엄청난 것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반격까지 한다고?
이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이템, ‘밤의 장막(C)’이 드리웁니다.]츠즈즈즈즉.
시현의 코트가 넓게 확장되더니.
이내 불길한 보랏빛 밤이 생성되었다.
“후후후후, 멍청하긴! 고작 한다는 게 밤을 생성하는 거예요?”
다콘이 배가 찢어질 듯 웃었다.
“우린 다크 엘프라고요! 어둠 속에선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해지는!”
“그래. 알아.”
콰아아앙!
왼손을 들어 클레이의 주먹을 정면으로 받아낸 시현을 보며.
다콘은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저게 무슨……? 아무리 손 주변에 번개가 있다곤 해도 상급 정령의 공격을 정면에서 받아내?’
다콘이 경악하든지 말든지.
시현은 입꼬리를 올릴 뿐이었다.
“그런데 너희가 더 강해질까? 내가 더 강해질까?”
“뭐, 뭣?”
“잘 봐.”
[아이템, ‘키비시스(A)’가 눈을 뜹니다.] [아이템, ‘키비시스(A)’가 총 60개의 눈을 떴습니다.] [마기가 300 상승합니다.] [아이템, ‘키비시스(A)’의 특수 효과를 발동합니다.]……
[60개의 눈: [마력 지배>가 시작됩니다.]울렁.
“크흐으으윽…….”
시현의 머리 위에서 세로로 된 주홍빛 눈동자가 뜨여진 후, 그 눈동자와 눈이 마주친 순간.
다콘의 속이 울렁거렸다.
‘다, 단순히 눈을 마주친 것만으로도 속이 울렁거린다고?’
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번뜩.
번뜩.
보랏빛 밤 이곳저곳에서 눈동자가 마치 별처럼 모습을 드러냈고.
그 눈동자들이 소환물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츠즈즈즈즈즉.
“으으으…….”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마력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게 되자.
다콘이 몸을 비틀거렸다.
“이, 이건?”
하지만 당황스러운 건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아이템, ‘타락한 영광(C)’이 이빨을 뻗어댑니다.]까드드득.
어느새 땅, 하늘, 어두운 허공에서 생겨난 촉수들이 소환물들을 물어뜯고, 집어삼키고 있었다.
그 수가 그리 많다고는 할 순 없지만.
하나하나가 날카로운 이빨과 단단한 피부, 검은 번개까지 두른 채 포식하고 있었기에.
다콘이 소환한 소환물들이 힘없이 바스러지고 있었다.
‘어, 어뮤즈먼트로 소환한 놀이기구들이…….’
언데드, 마스코트 할 것 없이 모든 게 찢기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아이템, ‘솔로몬의 반지(D)’의 표식이 떠오릅니다.]지이이잉!
보랏빛 밤하늘, 눈동자 사이로.
빛을 내며 육망성 모양의 무언가가 떠오르고 있었다.
‘저건 마치…….’
꿀꺽.
‘달?’
그 문양을 자세히 보니 시현의 반지에 있는 육망성과 완전히 일치하는 움직임이었다.
콰아아아앙!
이내 다콘의 지배를 벗어난 클레이가 옆에 있는 녀석을 후려쳤다.
“마, 말도 안 돼! 하급도 중급도 아닌 상급 정령이 지배당했다고!”
다콘이 흥분해 소리쳤다.
“이 촉수는 다 뭐고! 저 눈동자는 대체…….”
거기에 검은 벼락과 핏빛 바람까지 다콘을 노리며 날아들었기에.
그녀는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다른 다크 엘프들이 시간을 끌어주는 사이.
방어 마법을 전개하는 것.
그뿐이었다.
-높으신 분이시여!
-부디 대업을…….
-꺄아아아!
촉수에 뜯기고, 검에 베이는 다크 엘프들.
그리고 자신에게 과도한 마력을 줘 탈진해 죽어가는 뒤편의 다크 엘프들을 보며.
다콘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이건 그냥…… 재앙이잖아.”
분명 자신은 열일곱 번째 재앙으로서 인류를 멸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그런데 다콘, 그녀 자신은 결코 재앙이 아니었다.
진짜 재앙은 바로 저 남자.
타락왕 이시현이었다.
“그래. 아직도 여유롭냐?”
“으으으…….”
서서히 다가오는 시현을 보며.
다콘이 겁에 질려 뒷걸음질 쳤다.
“으으으!”
이왕 이렇게 된 거.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이, 이 방법을 사용하면 페널티 이전으로도 감당할 수 없겠지만.’
으드득.
‘지금 개죽음을 당하는 것보단 나아!’
[스킬, ‘페널티 이전(EX)’의 두 번째 효과를 발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