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115)
신의 천적, 회귀하다 115화
82. 구출
시현이 보랏빛 재앙을 소환하기 전후 몇 분.
온몸으로 시간을 끌고 있는 사이.
‘오라버니께서 나에게 시간을 벌어주셨어.’
조막만 한 손으로 카드 뭉치를 쥔 채.
장희수가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였다.
아주 좁은 통로.
묶여 있던 자신이 나왔던 이 통로로.
장희수는 다시 들어가고 있었다.
‘우, 운이 좋았는데……. 내가 여길 다시 들어가다니. 미친 짓이야. 아빠가 알면 싫어할까?’
마른침을 삼키면서도.
불안감에 휩싸이면서도.
장희수는 계속해 기어갔다.
장희수는 다크 엘프들의 감시가 느슨해진 틈을 타 아빠인 장도현 덕분에 이 통로로 도망갈 수 있었다.
열일곱 번째 재앙이 시작되고, 주변에 새로운 씽크홀이 생기면서 기적처럼 생겨난 통로였다.
물론 워낙 작은 통로였기에 몸집이 작은 장희수만이 드나들 수 있었다.
그렇게 통로로 빠져나간 장희수는 외부의 도움을 찾아 몇 시간 동안이나 숨죽이며 이동했다.
다행히 흑백 조커에서 ‘절대 은신’이라는 효과가 나타난 덕분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흑백 조커의 지속 시간은 끝나 버렸고.
꼼짝없이 다크 엘프들에게 발각되어 죽을 위기였다.
하지만 정말 좋은 타이밍에 시현이 장희수를 먼저 발견했고.
그 덕분에 별문제 없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시현 오라버니께서 시간 벌어주실 때 빠르게 구출해 나가야 해.’
엉금엉금.
‘얼른.’
그렇게 장희수는 다시 지하 동굴로 올 수 있었다.
주변엔 다크 엘프들이 몇 있었는데, 이전보단 훨씬 경계가 느슨한 상태였다.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지금 ‘타락왕’이라는 재앙이 위쪽을 덮친 상태였으니까.
-반드시 이놈들을 지켜야 한다.
-그래. 녀석들이 있어야 다콘 님께서 페널티를 안 받으시니까.
천장에 있는 구멍으로 고개를 빼꼼 내민 채.
장희수가 상황을 살폈다.
지하 동굴 중앙엔 놀이공원 바로 옆, 수영장에서 끌어온 물이 있었고.
그곳에 수많은 인간 플레이어들이 묶여 있었다.
‘나갈 때보다 물이 많아졌어.’
다크 엘프들은 철저했고, 집요했다.
인간들을 묶어놓은 것도 모자라, 도망가면 소리가 날 수 있게 물 안에 놓은 상태였고.
주변으론 거대한 흙의 장벽을 세워 관리하고 있었다.
그뿐인가?
흙으로 여러 장애물과 그늘, 그림자 등을 만들어 자신들이 어둠 속에 잘 녹아들 수 있게 조치를 취했다.
그야말로 집요하고, 철저하다고밖에 볼 수 없었다.
파지지직!
“크아아아아!”
“으으으…… 으으으으!”
조용히 인간들을 감시하던 다크 엘프들의 눈에.
다시 한번 푸른 스파크가 튀어 오르는 장면이 보였다.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
“제 아내라도! 여자랑 환자들만이라도…… 제발!”
인간들이 비명을 지르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다크 엘프들은 그저 한심하다는 눈으로 그들을 쳐다볼 뿐이었다.
-하찮은 벌레와 다를 것 없는 인간들이 높으신 분, 다콘 님의 짐을 덜어서 부담하는데.
-어차피 그냥 죽일 거였는데 이런 식으로라도 소비되는 걸 영광으로 알아야지.
-그것도 모르고 저렇게 묶인 채 비명이나 지르는 꼴이라니.
-한심한 놈들. 역겨워. 그러니까 자연이나 파괴하고 있지.
-어느 세상이든 인간들은 다를 게 없구나.
상황을 보아하니 인간들은 얼마 못 가 죽을 것이다.
아직 날씨도 추운데 계속 이렇게 물에만 있다면 저체온증에 걸릴 테니까.
게다가 저들은 다콘을 비롯한 여러 다크 엘프들의 페널티를 대신 지고 있는 상태.
이미 몸은 약해질 대로 약해진 상태였다.
하지만 인간들이 죽든지 말든지, 이건 다크 엘프들의 알 바가 아니었다.
어차피 이들의 페널티는 열일곱 번째 재앙이 끝나면 사라질 것이고.
인간들은 그때까지만 살아남아 페널티를 대신 짊어지면 되었으니까.
-쯔쯔. 어차피 지금 살려준다 해도 의미가 없는데.
-그래. 우리 다음에 오는 놈들은 물속에서 거의 날아다니는 블루 엘프들이니까.
-멍청하긴.
그렇게 다크 엘프들이 주변 경계를 하고, 인간들을 깔보고 있을 때.
스르륵.
저 멀리서 보랏빛 카드 2장이 날아왔다.
-이건……?
-뭐지?
-위에서 날아온 것 같은데.
다이아몬드 9.
스페이드 7.
그 카드가 날아온 곳을 찾기 위해 다크 엘프들이 고개를 올린 채.
천장을 바라봐 장희수와 눈을 마주친 그 순간.
서걱.
카드에서 나온 일곱 개의 검이 녀석들의 목을 꿰뚫었다.
즉사였다.
“…….”
마수가 아닌 인간과 비슷한 이종족을 죽인 건 처음이었기에 손이 덜덜 떨렸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지만.
장희수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잘 아는 어린이였다.
“저 카드는……?”
“희수? 희수인가?”
시끌벅적한 주변 소리에.
의식을 잃은 채 널브러져 있던 장도현이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봤다.
“아, 안 돼……. 희수가 왜 다시.”
마력구속구로 완전히 제압된 상태였기에.
장도현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철벅. 철벅.
-적이다!
-습격이다!
열댓 명의 다크 엘프들이 순식간에 이곳을 덮쳤다.
위이잉.
동시에 장희수가 미리 뿌려놨던 다이아몬드 9 카드에서 보호막이 생성되었다.
지이잉…….
탁!
장희수가 천장에서 뛰어내림과 동시에 다이아몬드 카드에서 나온 배리어가 사방을 뒤덮었고.
쾅!
그 위를 다크 엘프들이 공격하기 시작했다.
“희수야! 너…….”
“아, 아빠.”
“대체 왜 여기 다시 돌아왔어!”
보기 드문 아빠의 호통에.
장희수가 잠시 어깨를 움찔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다는 걸 직감한 장도현이 장희수에게 말했다.
“지금은 사람들부터!”
“으, 응!”
스윽.
장희수가 꺼낸 스페이드 10 카드에서 10개의 단검이 소환되었다.
“고마워. 희수야.”
“크, 큰일 한번 했네.”
“정말 고마워.”
장희수가 풀어준 플레이어들은 단검을 사용해 서로를 풀어줬고.
덕분에 순식간에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었다.
“크흐흑…….”
“토, 통곡광대 님…….”
하지만 이곳에 모인 플레이어들조차도.
장도현을 구출해 낼 순 없었다.
장도현을 구속하고 있는 거대한 구체, 마력구속구는 무려 A급 구속 아이템.
어지간한 힘으론 파괴시킬 수조차 없는 것이다.
“난 여기까지야.”
장도현이 애써 웃으며 말했다.
“희수야. 이 아빠는 네가 자랑스럽다. 두려움을 딛고 우리 모두를 구하러 오다니…….”
“어떻게든 방법이 있을 겁니다!”
“맞아요! 이대로 혼자 두고 갈 순 없습니다!”
“가세요.”
장도현이 사람들에게 말했다.
“저까지 지키면서 다크 엘프들을 뚫고 갈 순 없을 겁니다. 제 딸을…… 잘 부탁합니다. 여러분.”
“그런…….”
“희수야. 사랑한다. 늘. 엄마가 없어도 잘 자라줘서 고맙…….”
“아빠.”
장도현의 말을 자르고.
장희수가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장도현에게 장착시켰다.
“응? 이게 뭔…….”
지이잉…… 철컥!
이내 자석처럼 자신의 손목에 안착되는 노란빛 팔찌를 보며.
장도현의 눈이 커졌다.
[아이템, ‘드라우프니르-복제품(D)’을 장착하였습니다.] [아이템, ‘드라우프니르-복제품(D)’의 특수 효과, [고대의 지식>으로 오딘의 18가지 룬 중 두 개를 습득할 수 있습니다.] [1. 정신 정화의 룬.] [2. 치유의 룬.] [3. 방어의 룬.]…….
“이건?”
아이템 효과와 메시지를 본 장도현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뭐 이런 사기 아이템이 있지? 게다가 희수가 이런 아이템은 어떻게 가지고 있고…….’
스윽.
‘복제품이라. 힘을 사용하면 원래 주인에게 공간 이동까지 할 수 있는 효과도 있어. 뭐 이런…….’
하지만 지금은 깊게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오딘의 4번째 룬 마법, ‘룬 마법: 탈출의 룬(??)’을 획득합니다.] [아이템, ‘드라우프니르(D)’의 지식이 빛나기 시작합니다.] [오딘의 4번째 룬 마법, ‘룬 마법: 탈출의 룬(??)’을 발동합니다.]츠즈즈즉!
탈출의 룬을 발동한 그 순간.
장도현은 마력구속구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빠져나올 수 있었다.
“아빠!”
장도현이 나온 걸 확인한 장희수가 그대로 그의 품에 안겼다.
“희수야.”
자신의 딸을 있는 힘껏 끌어안은 뒤.
장도현이 상황을 살폈다.
“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응. 시현 오라버니께서 날 구해줬어.”
“시현 오라버니?”
알 수 없는 소리였기에.
장도현이 일단 건너편의 다크 엘프들을 쳐다봤다.
쿠구궁! 쿵!
장희수가 다이아몬드 9부터 차례로 보호막을 전개한 덕분에 카드는 이미 동난 상태.
벌써 녀석들은 다이아몬드 A가 전개한 방어막을 두드리고 있었다.
“내가 시간이라도 끌어줄…….”
쿠궁!
장희수가 그렇게 중얼거린 순간.
“……!”
“…….”
지하 동굴 천장이 무너지더니 촉수 몇 개가 다크 엘프들의 머리를 뜯어 먹었다.
-이, 이런 미친!
-이게 뭐야!
-으아아악!
소리 없는 비명과 함께.
이곳에 있는 모든 다크 엘프들이 그대로 죽음을 맞이했다.
“이게 무슨……?”
잠시 위를 올려다본 장도현이 식은땀을 흘렸다.
‘미친…….’
불길한 보랏빛 하늘과 눈동자, 촉수, 그리고 거대한 육망성.
흡사 아포칼립스와 같은 그 모습에.
온몸에 소름이 돋고, 불길함이 온 감각을 지배했다.
“시현 오라버니께서 그냥 도망치랬어.”
“그냥 도망치라고? 그럴 수는 없어. 다크 엘프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는 몰라도 저런 끔찍한…….”
“아빠가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고 하던데.”
장희수가 장도현의 품에서 나와, 그와 다른 플레이어들을 재촉하며 말했다.
“다른 길이 있으니까 얼른 오세요! 시현 오라버니께서 저희가 멀어져야 ‘페널티 이전’ 스킬이 약화된다고 했어요! 저희가 멀어지면 다콘이 페널티를 그대로 받고 인질도 없어지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도움이라고!”
“…….”
“…….”
워낙 물샐 틈 없는 완벽한 논리였기에.
놀이공원 플레이어들은 순간 멍하니 얼어붙었다.
“빨리요!”
“그, 그래!”
“일단 벗어납시다.”
“가는 게 도와주는 거니까.”
“그, 그래요!”
“…….”
이렇게 그냥 ‘시현 오라버니’란 사람을 두고 가는 것에 대해 너무 미안했지만.
힘이 회복되지 않은 지금은 어쩔 수 없었다.
‘젠장…… 이 빚은 어떻게든 갚겠습니다.’
자신에게는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과 딸이 있었기에.
장도현은 무거운 발걸음을 재빨리 움직였다.
“그나저나 어디로 가야 할까요?”
“광주요!”
제일 앞에서 앞장서며, 클로버 J 카드를 든 장희수가 외쳤다.
“제 카드가 길을 인도해 줄 거예요!”
‘너도 끝이다!’
다시 현재.
다콘이 시현을 노려보며 웃었다.
‘페널티 이전의 두 번째 효과. 다음번에 2배의 페널티를 받는 대신, 내가 받아야 할 페널티를 표식이 없는 상대에게 강제로 이전시킬 수 있고…….’
씨익.
‘그 페널티만큼 능력치를 상승시킬 수 있어!’
[일시적으로 모든 페널티를 무효화합니다.] [페널티를 대신 받아줄 존재가 없습니다.] [더 이상 ‘시스템 규칙’을 거스를 수 없습니다.]“어? 어어어……?”
“왜? 예상 못 했냐?”
서걱.
천총운검으로 앞을 막는 다크 엘프 하나를 베며.
시현이 웃었다.
“네가 놓친 어린아이가 이미 인간 플레이어들을 빼냈을 거라곤?”
‘내, 내가 놓친 어린아이? 잠깐만…….’
그러고 보니 시현의 옆에 어린 인간 아이가 없었다.
특별한 힘을 가지지 못한 녀석이라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있었는데.
‘그 쪼끄만 녀석이…… 다크 엘프 수십을 뚫고 구출해 냈다고?’
그게 실책이었다.
‘내, 내가 직접 가서라도 막아야 했는데!’
뒤늦게 후회해 봤자 늦었다.
“자. 이제 어떻게 할래?”
“자, 잠깐만요!”
공포.
시현의 얼굴과 주변에 펼쳐진 보랏빛 재앙을 보며.
다콘이 손을 덜덜 떨었다.
[아이템, ‘천총운검(C)’이 핏빛 폭풍을 일으킵니다.]“자, 자, 잠깐만요!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
모든 수가 막혀 버린 이상.
다콘은 감히 도망칠 생각도 하지 못했다.
상대가 펼친 밤이 워낙 광범위하고 끔찍했으니까.
“넌 다른 사람들이 살려달라 했을 때 살려줬냐?”
“죽이진 않았어요! 정말요! 제발…… 뭐든지 다 할게요!”
“뭐든지?”
그 말을 들은 시현이 속으로 웃었다.
다콘.
다크-하이 엘프들 중 가장 강력한 세 하이 엘프 중 하나이자.
세계수의 뿌리를 수호하는 인물.
그녀가 드디어 미끼를 물었다.
“그래. 어떤 것까지 할 수 있을까 네가?”
녀석이 가진 EX등급 스킬, 페널티 이전.
그건 확실히 탐나는 스킬이었다.
“그럼 내 스킬 하나만 맞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