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116)
신의 천적, 회귀하다 116화
83. 변환자 다콘
속으로는 온갖 욕을 내뱉고 있었지만.
다콘은 겉으로는 비굴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어쩔 수 없어.’
다콘이 이를 갈았다.
‘이 녀석에게 죽으면…… 엘로아를 구해낼 수 없어. 일단 협력하는 척하고 기회를 봐서 엘로아를 구출해야 해.’
엘로아.
과거 그를 짝사랑했던 다콘은 아직도 그를 잊지 못했다.
그가 죄를 짓고 목각 인형에 갇혀 있을 때에도.
엔트들과 함께 지구로 넘어갔을 때에도.
다른 모든 엘프들이 그를 ‘배신자’로 낙인찍고 척살령을 내렸을 때에도.
그를 잊지 못했다.
‘내가 여기서 죽어버리면…… 그 누구도 엘로아의 누명을…….’
엄밀히 따지면 엘로아가 쓴 건 ‘누명’이 아니었지만.
그건 다콘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엘로아의 안위.
그뿐이었다.
“지금부터 너한테 스킬을 하나 쓸 거야.”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저항하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여.”
“네. 알겠어요.”
“걱정 마. 죽이진 않을 테니까.”
“아, 알겠습니다.”
크르륵…….
주변 촉수들이 위협적으로 으르렁대고.
눈들이 계속해 다콘에게 시선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잔뜩 겁에 질린 채 양손을 올렸다.
“다, 다들 멈추세요!”
다콘의 말에.
다크 엘프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움직임을 멈췄다.
이들에게 있어서 ‘높으신 분’, 하이 엘프의 명령은 절대적인 것.
감히 거부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스킬 하나만 쓰면 절 풀어주시는 건가요?”
“그럼.”
씨익.
“당연하지.”
“아, 알겠어요. 그럼.”
츠즈즉.
하늘에 떠 있는 눈들의 시선을 간신히 외면하며.
다콘이 눈을 감았다.
[스킬, ‘신격 말살(EX)’을 발동합니다.]자신의 머리 위에 살포시 얹어진 시현의 손에서.
마기가 흘러나왔다.
‘이, 이건?’
마기.
악마들이 사용하는 힘에 다콘이 몸을 떨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마기를 받아들였다.
‘으으으…….’
무언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애써 그 느낌을 무시한 채 마기를 받아들였다.
그래서일까?
‘쉽네.’
시현은 그 어느 때보다도 손쉽게 다크-하이 엘프, 다콘을 타락시킬 수 있었다.
‘하이 엘프들은 기본적으로 싹 다 타락시킬 수 있지.’
하이 엘프들은 태어날 때부터 ‘세계수’와 계약해 그 힘을 끌어다 쓰는 플레이어들.
엘로아의 몸을 차지한 서영우 같은 특이 케이스가 아니면.
이렇게 타락시키는 것쯤이야 별일도 아니었다.
“으으으…….”
다콘의 검은 마력이 한층 더 검게 물들었다.
세계수가 애써 빚은 하이 엘프의 영혼은 더럽혀졌고.
두 동공이 풀렸다.
그리고 두 동공이 다시 빛을 되찾았을 땐.
번뜩.
그녀는 시현의 충실한 권속이 되어 있었다.
[스킬, ‘신격 말살(EX)’이 성공하였습니다.] [변환자, ‘다콘’이 타락하였습니다.] [변환자, ‘다콘’의 특성이 변화됩니다.] [기존 특성, ‘특성 가면’이 ‘타락한 가면’으로 변화됩니다.] [변환자, ‘다콘’이 이시현 님의 네 번째 권속이 되었습니다.] [모든 권속은 그 주인에게 절대 충성합니다.] [믿을 수 없습니다! 변환자, ‘다콘’을 생포하였습니다!] [변환자 ‘다콘’을 처치한 것으로 간주합니다.]수많은 메시지와 함께.
다콘이 시현을 쳐다보며 말했다.
“주, 주인님…….”
“그래.”
씨익.
“이제 반항할 마음이 싹 사라졌지?”
“네. 그럼요.”
신기한 일이었다.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어떻게 시현의 뒤통수를 칠까 고민하던 그녀였는데.
권속이 된 이후로는 그런 마음이 싹 사라져 버렸다.
아니, 오히려 이렇게 권속으로 만들어 타락시켜 준 시현에게 고마움을 느낄 정도였다.
까드드득.
시현의 시선을 느낀 것일까?
여기저기서 삐져나와 있는 촉수들이 다크 엘프들을 살폈다.
‘이것들도 슬슬 넣어놔야겠네.’
“얘들아.”
시현의 명령에.
츠즈즈즉.
촉수들이 놀이기구와 언데드, 마스코트 등을 하나둘 보랏빛 밤 안쪽으로 끌고 사라졌다.
밤의 장막의 C등급 특수 효과, [밤의 손아귀> 효과 덕분이었다.
“좋아.”
그 모습을 본 시현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C등급으로 승격한 ‘밤의 장막’과 나머지 아이템들의 시너지 효과는 성공적이었다.
[밤의 손아귀>의 설명을 보면, 마력 사용 시 밤이나 어둠 속에서 ‘손’이 나와 상대를 어둠 속으로 끌고 갈 수 있다고 표시되어 있다.‘하지만 이걸 타락한 영광의 [식탐>, 즉 촉수들과 사용하면…… 손아귀 대신 촉수들이 나오지.’
그동안 타락한 영광에서 나오는 촉수는 사실 불편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촉수가 생겨나는 장소는 타락한 영광인데.
이런 사실이 자유롭게 움직여야 하는 시현의 몸을 종종 방해할 때가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 어둠 속에서, 혹은 ‘밤의 장막’을 펼치고 난 이후라면.
타락한 영광의 촉수는 어디서든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밤의 손아귀>의 뒤쪽에 있는 효과, ‘그 후, 손아귀들은 밤 속으로 상대를 끌고 갑니다’.
여기에도 숨겨진 시너지 효과가 있었다.
‘원래 닉스의 손아귀에 당한 상대는 닉스 소유의 끝없는 밤으로 끌려가지.’
올림포스 소속, 망자들의 세계 타르타로스.
그 안, 하데스조차 함부로 갈 수 없는 깊은 곳 ‘끝없는 밤’.
닉스가 관장하는 이곳은 하데스조차 함부로 가지 못하는 어둡고 깊은 곳이었다.
“하지만 키비시스가 있다면.”
씨익.
“상대는 끝없는 밤이 아니라 키비시스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시스템은 설명해 주지 않지만.
시현은 이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실제로 올림포스가 참전했던 전쟁 당시, 닉스와 헤라가 이 힘을 이용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냈던 장면을 시현의 두 눈으로 똑똑히 봤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죽이지 않고 키비시스 안에 처넣는 것도 나쁘지 않지.”
키비시스 내부는 ‘무한한 공간’.
시현이 다시 찾거나 꺼내줄 때까지 그 누구도 나올 수 없었다.
그게 살아 있는 생물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이번엔 그럴 일이 없었지만 여차하면 키비시스에 가둬 버릴 수도 있어.’
이내 정리되는 주변을 보며.
시현이 밤의 장막을 거두어들였다.
이 녀석들을 지속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마기가 소모되었기 때문이었다.
[아이템, ‘밤의 장막(C)’이 물러납니다.] [아이템, ‘키비시스(A)’가 눈을 감습니다.] [아이템, ‘솔로몬의 반지(D)’가 지배력을 거둡니다.]츠즈즈즉.
불길한 밤하늘이 사라지고.
이내 폐허가 되어버린 놀이공원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 다콘.”
“네. 주인님.”
“권속이 된 김에 날 위해 일해줘야겠다. 우선.”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이것부터 해야지.”
[스킬, ‘권속 착취(S)’를 발동합니다.] [현재 보유한 권속으로부터 스킬을 빼앗을 수 있습니다.] [변환자 ‘다콘’의 스킬, ‘페널티 이전(EX)’을 빼앗아 옵니다.]다콘을 타락시켜 권속으로 만든 첫 번째 이유.
무려 EX등급 스킬, ‘페널티 이전’을 얻기 위함이었다.
[페널티 이전(EX)]▶ 첫 번째 효과: 스킬 사용 시, 자신이 받는 모든 페널티를 ‘다른 종족’에게 부과할 수 있습니다.
*단, 미리 표식을 남겨놔야 합니다.
▶ 두 번째 효과: 본인이 받아야 할 페널티를 ‘원하는 상대’에게 강제로 이전시킵니다.
그 후, 그 페널티만큼 능력치를 상승시킵니다.
*단, 다음 재앙 때 2배의 페널티를 받습니다.
▶세 번째 효과: 별도의 비용 없이 모든 페널티를 무효화시킵니다.
*단, 이 효과는 대재앙 시에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세계수가 가지고 있는 네 가지 EX등급 스킬 중 하나.
‘페널티 이전’.
등급이 등급인 만큼 엄청난 효과를 자랑하고 있었다.
‘엘프들이 모시는 세계수 하이트리. 녀석이 레드, 다크, 블루, 일반 하이 엘프들 중 가장 유망한 녀석들에게 준 네 개의 EX등급 스킬. 그중 하나.’
씨익.
‘나한테는 이게 제일이지.’
시스템은 공정하다.
그렇기에 시현은 온 힘을 발휘할 수 없다.
훗날 시현이 ‘재앙’이 되어서 다른 세계를 침공해야 할 때에도 언젠가는 페널티를 받아야 할 때가 있다.
‘페널티를 감수하고 넘어가야 해서 곤란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말이야.’
스킬 설명이 나타나 있는 홀로그램 창을 보며.
시현이 싱글벙글 웃었다.
‘좋아. 이러면 완벽하게 내 힘을 사용할 수 있겠어.’
그뿐만이 아니었다.
시현이 세계수를 만든 뒤 신들의 세계를 침공하거나 돌아다닐 때에도.
이 스킬만 있으면 페널티를 최소화하거나 무효화시킬 수 있다.
EX등급 스킬인 데다가 세계수의 계약자가 아니라면 얻을 수 없는 스킬이었기에.
얻기 극도로 힘들거나 못 얻을 수도 있는 스킬을 얻었기에.
시현은 굉장히 만족한 상태였다.
‘있으면 굉장히 편리한 스킬이야.’
자신의 가장 좋은 스킬을 뺏겼음에도.
다콘은 반항할 생각도 못 한 채 불안한 눈빛으로 시현을 쳐다볼 뿐이었다.
“다콘. 일 하나 하자.”
“알겠어요. 주인님.”
잠시 다콘을 바라본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녀가 있다면 네 번째 대재앙을 조금 더 손쉽게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엘프들은 타락의 힘을 감지해 낼 수 없어. 철저히 숨긴다면 말이야.’
이는 사실이었다.
이미 증명까지 한 상태였다.
‘실제로 롤로라는 레드-하이 엘프는 엘로아와 영우를 구분하지 못했다고 했지. 타락한 힘을 써도 단순히 배신한 줄 알았고 말이야.’
그렇기에 네 번째 대재앙에 앞서 다콘이 해줄 일이 있었다.
“다콘. 우선 돌아가라. 열일곱 번째 재앙의 메인 퀘스트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다크 엘프들이 돌아갈 테니.”
“그렇다면 주인님께선…….”
“난 여기 남는다. 앞으로 네가 해야 할 일을 알려주마.”
그렇게 시현에게서 한참 동안이나 이야기를 듣고 숙지한 후에야.
다콘이 고개를 숙였다.
“알겠어요.”
“그리고 여기 있는 다크 엘프들이 널 배신할 가능성이 있나?”
“……있어요. 다크 엘프들끼리는 ‘정령의 메시지’를 통해 대화하기 때문에 제가 전부 감시할 틈이 없어요.”
“어쩔 수 없네. 그럼.”
스르릉.
시현이 천총운검을 들어 올렸다.
“이것들 모두 경험치로 만드는 수밖에.”
“제가 잘해볼게요!”
다콘이 다급하게 말했다.
“애들이 있어야 제가 좀 더 임무를 수행하기 쉬워요. 정말요!”
“그래? 알았어.”
시현이 다콘의 어깨를 툭 쳤다.
“가서 준비하고 대기하고 있어.”
“네.”
그렇게 다콘과 다크 엘프들을 내버려 둔 채.
어깨에 천총운검을 올린 시현이 걸음을 내디뎠다.
“오크쟌 이놈은 잘하고 있으려나.”
콰아아아아아앙!
놀이공원.
가장 높은 롤러코스터가 있었던 이곳은 이미 주변이 완전히 박살 난 상태였다.
“흐흐흐…….”
“…….”
한 거대한 오크의 검붉은 혈기와.
룬 문자에서 새어 나오는 어두운 마력이 부딪치며 사방에 균열을 일으켰다.
“맹인 전사! 제법이군!”
“이러고도 내가 승기를 잡지 못하다니. 넌 정말로 괴물이구나.”
김현이 이를 갈았다.
‘난 아직 멀었다 이건가?’
눈이 보이지 않는 대신 다른 감각이 무섭도록 발달했기에.
김현은 더 잘 알 수 있었다.
상대방의 힘은 ‘진짜’였다.
지금 있는 플레이어들 중 녀석을 이길 수 있는 존재가 있을지 의문일 정도였다.
타락왕? 탐욕교주? 조선왕검?
셋 모두 자신보단 강하더라도 눈앞에 있는 저 괴물을 상대로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거라고.
김현은 확신했다.
“대미지를 그대로 돌려주는 스킬, 미친 듯한 맷집, 그렇다고 후달리지 않는 속도와 공격력에…… 공중전까지 있다니.”
이미 자신을 돕던 다크 엘프들은 전부 죽은 상황.
게다가 몸과 갑옷, 무기에 있는 룬 문자들도 점점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호드의 힘을 극한으로 끌어내 힘, 체력, 민첩 스탯이 평소의 3배가 되었음에도.
오크쟌에게 순수 스탯이 밀렸던 탓이었다.
그렇다고 자신의 무위가 상대를 압도하는가?
그것도 아니었다.
물론 상대가 단단한 몸을 믿고 전투를 하는 타입이긴 했지만.
같은 스탯, 시야, 몸집을 가지고 있더라도 이길 자신이 없었다.
‘이렇게 거대한 벽을 느껴보는 건…… 어렸을 때 도장에서 현지와 싸웠던 것 이후로 처음이야.’
그렇게 중얼거린 김현이 잠시 뒤로 물러났다.
그러곤 양손으로 창을 부여잡았다.
츠즈즈즉…… 파앗!
갑자기 빛나는 검은 룬 문자를 보며.
오크쟌이 웃었다.
“그래. 최후의 한 수를 쓰겠다 이건가?”
오크쟌도 피하지 않고.
오른손으로 하얀 불꽃의 망치를 잡았다.
“그래. 와라.”
[스킬, ‘최후의 일격(SS)’을 발동합니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