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117)
신의 천적, 회귀하다 117화
84. 싱크홀(1)
[열일곱 번째 재앙 종료까지 남은 시간: 5일.]쿵.
“왔나. 주인.”
“이야.”
주변을 본 시현이 박수까지 치며 감탄했다.
“아주 쑥대밭을 만들어놨네. 손에 그건…….”
“아. 흑창이라 불리는 놈이다.”
“이런 말 하기 뭐하지만, 애를 아주 곤죽으로 만들어놨네.”
시현의 말대로 김현의 상태는 매우 좋지 않았다.
선글라스는 박살 난 상태였고.
한쪽 팔은 너덜너덜해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한반도를 위협했던 다섯 명의 플레이어 중 하나였던 김현을 저런 꼴로 만들어놓고 여유롭게 앉아 있다니.
역시 오크쟌, 이 녀석도 만만한 존재는 아니었다.
아니, 만만하긴커녕 지금의 시현이라도 녀석을 상처 없이 제압하는 건 굉장히 애먹을 일이었다.
‘권속이라 다행이지. 이 무식한 놈.’
쿵.
오크쟌이 손에 들려 있던 김현을 대충 던지자.
“으으으…….”
바닥에 닿은 충격으로 녀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 여긴…….”
“정신이 드냐?”
“으으…… 이 목소리…… 타락왕?”
“그래.”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이는 모종의 계획이 있어 김현을 이용해 먹겠다는 암시였지만.
불행히도 녀석은 이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나랑 일 하나 하자.”
“일이라니 무슨 개소…….”
“감히 주인에게.”
쾅!
김현이 허튼소리를 하기 전.
오크쟌이 녀석에게 다가와 머리를 짓눌렀다.
“살살해라. 그러다 애 죽겠다.”
“으으으……. 빌어먹을! 이시현! 내가 너한테 뭘 했다고 이러는 거냐!”
“뭘 했냐고?”
김현을 본 시현이 녀석에게 다가갔다.
“네가 인간들 배신하고 다크 엘프 편에 선 거. 내가 모를 줄 알았냐?”
“네가 피해 본 것도 아니면서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
“뭐. 내가 피해 보진 않긴 했지. 그런데 말이야.”
씨익.
“그냥 괘씸해.”
“뭐……?”
“넌 이유가 없어. 그냥 당하면 돼.”
저벅저벅.
“자, 가자. 싱크홀로.”
시현은 놀이공원으로 와 오크쟌과 함께 이곳에 있는 다크 엘프들을 죽이거나 제압하고.
미리 잡혀 있던 인간 플레이어들도 안전하게 구해냈다.
하지만 아직 열일곱 번째 재앙은 끝나지 않았다.
끝나긴커녕,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이쪽이에요. 주인님.”
어느새 다크 엘프들을 정리하고 온 다콘의 안내를 받아.
시현은 녀석들이 지키는 거대하고 깊은 구멍, ‘싱크홀’ 앞에 올 수 있었다.
“다콘! 뭐 하는 짓이냐! 아스가르드와 스바르트알파헤임을 배신하는 거냐?”
“말 많네. 오크쟌.”
스윽.
오크쟌이 주먹을 들어 올리니.
그걸 느낀 김현이 움찔했다.
오크쟌에게 패배한 후 상당히 많은 구타를 당한 상태였기 때문에.
녀석은 본능적으로 움츠릴 수밖에 없었다.
“좋아.”
그렇게 싱크홀 앞에 선 시현이 눈을 빛냈다.
[메인 퀘스트: 어둠의 굴레>.이 퀘스트의 목표는 싱크홀 내부로 진입해 살아남는 것이다.
‘회귀 전엔 의문이었지. 굳이 먼저 공격하지 않는 다크 엘프들을 뚫고 가면서까지 이 싱크홀에 진입해야 하는지.’
하지만 그럴 이유는 충분했다.
싱크홀에 입장하면 다크 엘프들의 세계, 스바르트알파헤임에 도착할 수 있는데.
그곳에서 나오는 서브 퀘스트를 클리어하면 스탯을 올릴 수 있다.
‘그것도 레벨과는 별개의 스탯이지.’
그 안에서 나오는 퀘스트를 클리어하지 않으면 경험치가 오르지 않는 대신 스탯이 오른다.
얕게 생각하면 ‘경험치도 오르지 않는데 뭐 하러 잡아?’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조금만 깊게 생각하거나, 베테랑 플레이어들이라면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플레이어들에겐 레벨 제한이란 게 존재한다.’
소위 말하는 만렙(滿-Level)은 120.
시현의 특성 ‘찬란한 신의 무기고(EX)’가 신의 아이템을 12개밖에 가져오지 못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모든 ‘플레이어’들은 이 이상 레벨을 올릴 수 없다.
이 말인즉 더 이상 레벨로 인한 스탯 증가를 기대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 말인즉…… 레벨과 상관없는 스탯은 올리면 올릴수록 좋다는 거지. 플레이어에게는 한계란 게 명확하니까.’
그렇게 중얼거린 시현이 상태창을 열어 확인했다.
[이시현>레벨: 84
클래스: 타락을 부르는 자(Hidden)
칭호: 가챠의 제왕(EX)
[특성>찬란한 신의 무기고(EX)
[주 스탯> [힘 65] [체력 65] [민첩 68] [지능 117] [특수 스탯> [마기 962] [공격력 377] [물리저항 400] [마법저항 400] [물리저항 관통 +40%] [마법저항 관통 +40%] [공격속도 +250%] [이동속도 +100%] [캐스팅속도 +100%]시현은 그동안 수많은 계획을 세우고 아이템을 얻어 스탯을 강화시켰다.
그 결과 레벨이 높을 뿐 아니라, 동 레벨에 비해서도 가장 높은 스탯을 가지고 있었다.
100을 넘어 117까지 오른 지능 스탯은 말할 것도 없고.
그동안 레벨 보상으로 얻은 모든 스탯을 체력에 투자하니 힘, 체력, 민첩 스탯이 얼추 비슷해졌다.
‘특히 마기가 많이 올랐어.’
시현이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마기, 마력, 신성력 등 특수 스탯은.
시현이 여러 힘을 가진 신의 아이템들을 다루는 데에 가장 중요한 요소.
그렇기에 상당히 높은 수치를 가지고 있었다.
‘이러면 마법 공격이 엄청나게 강해지겠어.’
아스트라페와 같은 벼락, 라이트닝 티어, 부정한 심판 등의 ‘마법 계열 공격’은 지능과 마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지능 스탯이 높으면 높을수록 대미지가 상승하여 강력한 피해를 줄 수 있다.
그리고 마력, 신성력 마기와 같은 특수 스탯은 일종의 그릇.
스탯이 높으면 높을수록 많은 스킬을 사용하고, 지속시킬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같은 스킬이라도 얼마만큼의 마기를 사용해 발현하느냐에 따라 그 위력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스킬마다 다르긴 하나 소요한 마기에 비례해 강력해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마기 스탯은 필수라고 볼 수 있었다.
‘내 입장에선 가장 중요한 스탯이지.’
더불어 신의 아이템들을 ‘연계’하는 데 엄청난 마기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마기 스탯이 높아야 뭐라도 할 수 있었다.
‘내 마기 스탯은 거의 1,000에 육박해. 지금 당장은 써도 써도 줄어들지 않는다는 뜻.’
물론 키비시스를 이용해 포션을 계속 섭취하는 방법도 있지만.
애초에 마기 통이 넓어야 이전에 다크 엘프들에게 사용했던 것처럼 여러 아이템 간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
멀티캐스팅.
그 근간이 되는 건 뛰어난 두뇌도, 여러 일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멀티테스킹도 아니었다.
아무리 퍼 올려도 꿈쩍하지 않는, 바다와도 같은 마기의 그릇이었다.
“가자고.”
확인을 끝낸 시현이 김현의 목덜미를 잡고 싱크홀로 걸음을 옮겼다.
“놔, 놔라!”
김현이 하는 말은 깡그리 무시한 채.
시현은 깊은 어둠 속으로 뛰어들었다.
“으아아아!”
[경고! 싱크홀에 입장합니다.] [경고! 싱크홀에 입장할 수 있는 최대 인원수는 2명이며, 인원수가 늘어날수록 난이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혼자 입장하시길 권장드립니다.]“다 들어오고 난 다음에 이런 메시지를 주다니. 악취미야 참.”
싱크홀 내부는 말 그대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었다.
그 어둠 속에서 제대로 보이는 건 안내를 도와주는 홀로그램 창뿐이었다.
[서브 퀘스트, [싱크홀 생존>을 획득합니다.] [서브 퀘스트: 싱크홀 생존>▶목표: 제한 시간 동안 생존.
▶보상: 공헌도에 따라 차등 지급.
▶실패 시: 모든 주 스탯 20 하락.
[남은 시간: 10시간.]“주 스탯 20 하락이라고?”
실패 페널티를 본 김현의 눈이 커졌다.
“이건 그냥 뒤지라는 것과 다름없잖아?”
“그치. 그러니까 성공하면 돼. 너랑 내가 말이야.”
“그게 뭔…….”
김현의 의문이 풀리기도 전.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경고! 스바르트알파헤임의 거주민들이 나타납니다.] [경고! 페널티로 인해 랜덤한 오감 중 하나가 제한됩니다.] [타락왕 ‘이시현’, 흑창 ‘김현’ 님의 시야가 제한됩니다.] [생명력이 100%로 회복되며, 모든 부상이 치유됩니다.] [스바르트알파헤임의 거주민들로부터 살아남으십시오.]츠즈즈즉.
‘시야’가 제한된 건 시현과 김현에게 있어 좋은 상황이었다.
김현은 어차피 앞을 못 보는 맹인.
그런 그에게 시야가 제한되는 것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었다.
‘다만 문제는…….’
주변에서 느껴지는 기운에.
김현이 마른침을 삼켰다.
‘타락왕. 이놈이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있느냐지.’
원래 시야가 있던 인물이 시야가 가려졌다고 했을 때.
이를 극복하기 쉽지 않다.
‘잘 헤쳐 나갈 수 있을까?’
느껴지는 기운을 보니 다크 엘프들이 꽤 많았다.
이시현이 왜 자신을 이곳으로 데리고 왔는지는 이해가 가질 않았지만.
서브 퀘스트 실패 시 무려 주 스탯이 20씩이나 하락한다.
‘결코 실패해선 안 된다.’
지이이잉!
그렇게 김현의 몸 주변으로.
검은 룬 문자가 다시 한번 빛나기 시작했다.
“좋아.”
천총운검을 들어 올린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촉각이나 미각이 마비되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시각이 마비된 건 그래도 3등상 정도는 되었다.
청각이나 후각이 마비되었으면 김현이 제힘을 쓰지 못했을 테니까.
‘싱크홀 안에서 벌어지는 서브 퀘스트는 스탯을 올려준다. 하지만 주의할 점이 있지.’
싱크홀 내부에서 스탯을 올려주는 방식은 다음과 같았다.
우선, 스탯이 ‘낮을수록’ 더 큰 폭으로 상승했으며.
끝없이 몰려오는 적을 상대로 ‘어떤 스탯’을 사용해 버티느냐에 따라 스탯이 상승된다.
‘난 지금 지능과 마기 스탯을 올릴 필요는 없어. 충분하니까.’
시현이 양손으로 천총운검을 쥐었다.
‘이번 서브 퀘스트에선 마기와 지능의 영향을 받는 다른 모든 아이템과 스킬을 일체 쓰지 않는다.’
스윽.
힘, 체력, 민첩 스탯을 높이기 위해.
시현이 선택한 방법은 ‘천총운검’만을 써 근접전을 하는 것이었다.
“야, 김현. 그거 아냐?”
“……뭘 말이냐?”
쿵. 쿵.
점점 더 다가오는 다크 엘프들.
그리고 보이진 않지만 상당한 덩치를 가진 ‘무언가’들 앞에서 시현이 하는 말을 들은 김현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이 녀석이 무언가 사고를 칠 것 같은 직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널 데리고 온 이유.”
“그게 중요한 건 아닌 거 같은데?”
“중요해. 이 서브 퀘스트는 난이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보상을 많이 주거든.”
“난이도가 높아지면 실패 확률도 높아지지 않겠나?”
“실패 확률?”
피식.
“그딴 건 없어.”
“…….”
“그러니까 난이도를 극도로 높이는 게 유리하다 이 말이지.”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난이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은 3가지.
첫 번째는 현재 지역에서 랭킹이 높은 플레이어를 데리고 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더 많은’ 인원을 데리고 오는 것이었다.
하지만 2명이 최대였기에.
난이도는 랭킹 7위인 김현 정도가 현실적으로 데리고 올 수 있는 가장 높은 하이 랭커였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다크 엘프들의 증오심을 끌어내는 것이었다.
이 녀석들이 실제와 비슷한 환영에 불과하다곤 해도.
녀석들이 가지고 있는 ‘감정’은 진짜였다.
즉, 이 녀석들에겐 도발이 먹혔다.
“멍청한 뾰족 귀 새끼들아!”
시현의 외침에.
다크 엘프들이 순간 멈췄다.
시현도 현재 앞이 보이진 않았지만.
녀석들이 멈췄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여기 있는 흑창, 김현! 이놈이 너희를 배신한 덕분에 내가 이득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너, 너? 이게 뭔…….”
“그리고 잘 들어라! 호드!”
씨익.
“네 계약자는 이제 내 편이다. 알고 있나? 이 녀석이 배신해 오크쟌에게 패배한 덕분에 수많은 다크 엘프를 죽이고, 인간들을 구하고, 다콘까지 제압할 수 있었지. 하하하. 다콘 녀석이 불쌍해서 목숨만은 살려줬으니 나한테 개처럼 기기라도 해야 하지 않겠어?”
“이런 미친놈이…….”
시현의 말을 들은 김현은 반박할 생각도 못 한 채 입을 벌렸다.
“호드, 너 개 약하잖아.”
어두운 전쟁의 신, 호드.
오크보다도 호전적이라 알려져 있는 이 에시르 신은.
이런 도발에 그 누구보다도 취약한 존재였다.
그리고 이 사실은 김현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경고! 서브 퀘스트 난이도가 급격히 상승합니다.] [경고! 서브 퀘스트 난이도가 급격히 상승합니다.]츠즈즉.
아니나 다를까.
수많은 메시지와 함께 시험 난이도가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경고! 페널티로 인해 랜덤한 오감 중 하나가 더 제한됩니다.] [타락왕 ‘이시현’, 흑창 ‘김현’ 님의 미각이 제한됩니다.]“야 이 개X끼야!”
김현이 침까지 튀기며 시현에게 외쳤다.
“죽으려면 혼자 죽지 왜 나까지 끌고 와서…….”
“그게 중요한 건 아닌 거 같은데?”
시현이 피식 웃었다.
“살아남아야지. 주 스탯 떨어지기 싫으면.”
“젠장!”
상황이 어쩔 수 없었기에.
김현이 검은 창을 들어 올린 채 앞으로 튀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