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119)
신의 천적, 회귀하다 119화
85. 티알피(1)
[열일곱 번째 재앙 종료까지 남은 시간: 0초.] [메인 퀘스트, [어둠의 굴레>를 클리어하였습니다.] [아이템, ‘흙의 팔찌(C)’를 획득합니다.] [흙의 팔찌(C)]#열일곱 번째 재앙 보상입니다.
▶장신구(팔찌)
▶착용 효과
[땅 속성 +10] [땅 저항 +20]이번에도 대충 흙의 팔찌를 던져 키비시스에 넣은 뒤.
시현이 계속해서 울려 퍼지는 메시지에 주의를 기울였다.
[열일곱 번째 재앙을 극복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다크 엘프들이 원래 세계로 돌아갑니다.]츠즈즉.
이내 땅 밑에서 균열이 생겨나더니.
수도권에 있던 다크 엘프들이 원래 세계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다콘.”
“예. 주인님.”
“나중에 보자. 내가 지시한 거 제대로 해놓고.”
“……알겠어요.”
새로운 권속이 되었다곤 하나 다콘 역시 다크 엘프.
대재앙이 끝난 것도 아니었기에 원래 세계로 돌아가는 걸 피할 수는 없었다.
‘뭐. 애초에 계획을 위해 보내야만 하기도 했고.’
츠즈즉.
그렇게 다콘까지 전부 이계로 넘어가자.
계약 관련 메시지가 나오기 시작했다.
[열일곱 번째 재앙이 끝나 ‘계약’이 이루어집니다.]…….
오랜만에 계약 내용을 확인한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파괴신, ‘시바’.]-이시현 폼 미쳤다.
[가정의 신, ‘헤라’.]-너 일 안 할래? 자꾸 그러면…….
……
[죽음의 천사, ‘사리엘’.]-타락왕. 이 메시지를 보면 연락 부탁드립니다.
……
[발 빠른 신, ‘티알피’.]-타락왕 이시현. 아스가르드 측에서 그대에게 제안하고 싶은 게 있어. 섣부른 행동은 하지 말길 바라지.
‘물었다.’
메시지를 본 시현의 눈이 빛났다.
발 빠른 신, 티알피(Thialfi).
토르의 시종으로 알려져 있고, 실제로 그의 일을 가장 많이 도와주는 중급 신이라고는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아스가르드의 주신들, 즉 에시르 신들의 심부름꾼 역할을 하는 전령이었다.
물론 아스가르드의 로키나 올림포스의 헤르메스와는 급도, 능력도 훨씬 떨어지지만.
녀석은 발이 굉장히 빠르고, 그 발의 속도만큼 일 처리도 빠른 것으로 유명한 신.
격도 무려 중급 신인 만큼 플레이어가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존재는 아니었다.
‘그래. 함부로 대할 수 없겠지.’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보통의 플레이어들이라면 말이야.’
예상한 대로 로키가 아닌 티알피가 메시지를 남긴 걸 보며.
시현의 머리가 분주히 돌아갔다.
아스가르드, 그중에서도 티알피가 미끼를 문 이상.
이미 일은 절반 이상 정도 성공적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MVP: 탐욕교주 이시은.]한편, 이번 MVP는 이시은이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시현의 친누나, 이시은은 확실히 능력이 넘쳤다.
회귀 전, 모든 MVP를 싹쓸이하고 랭킹 1위에서 벗어나지 않았던 플레이어였던 만큼.
시현이 잠깐 한눈판 사이에 MVP 자리를 홀랑 빼앗아 버린 것이다.
‘이번 MVP는 제일 많은 싱크홀을 처리해야 받을 수 있지.’
시현이 다콘을 상대하고 사람들을 구하는 동안, 이시은이 계속해 싱크홀을 처리했을 터였다.
‘하긴 내가 [왕의 시련>을 진행하는 동안에도 누나가 계속 MVP를 달성했다고 했지? 그래서 랭킹 1위 자리까지 뺏겼고.’
잠시 누나를 떠올린 시현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이시은, 그리고 이원정과는 셋이서 합의 볼 일 때문이었다.
‘뭐. 이건 나중에 생각하자. 우선 처리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뒤이어 열여덟 번째 재앙이 시작됩니다.] [열여덟 번째 재앙은 ‘?? ??’입니다.] [열여덟 번째 재앙까지 남은 시간: 15일.]열일곱 번째 재앙이 끝난 후.
시현이 미리 말해준 대로 천유리, 서영우, 박나은은 싱크홀에 들어가 주 스탯을 야무지게 올려놓은 상태였다.
그리고 이곳, 소내섬은 그동안 다크 엘프들의 공격으로부터 철저히 지켜지고 있었다.
박나은이 설치한 시스템과 여러 벌레들 덕분에 안전했다.
‘원래 다크 엘프들은 싱크홀에 들어가기 전까진 공격을 안 하지만…… 세계수가 있다면 다르지.’
엘프들에게 있어 세계수는 어머니이자 세계이자, 신.
녀석들이 ‘새로운’ 세계수를 노리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엘프들에게 있어 또 다른 세계수가 생긴다는 건.
또 다른 세계이자, 어머니이자, 신이 생긴다는 뜻.
그 힘이 기존 세계수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른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세계수의 ‘영양분’을 흡수한다면 자신들이 가진 세계수의 힘과 영향력, 크기 등을 더욱더 강력하게 만들 수 있다.
즉, 엘프들의 입장에선 새로운 세계수는 ‘불안’과 ‘욕심’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존재였다.
‘그런 만큼 네 번째 대재앙에선 미친 듯이 달려들 거란 말이지.’
그렇기에 끝까지 방심할 수 없었다.
박나은이나 서영우, 오크쟌은 강력한 권속이라고는 하나 이들 역시 완벽하지는 않은 존재.
특히 이들의 특기는 공격이나 지원에 있지 수비에 있지 않다.
‘수비에 제격인 인물은 따로 있지.’
최근 하남시, 시현의 영토에 새로이 편입된 몇몇 플레이어들을 떠올리며.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크흐흑…….”
뒤에서 누군가의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크흐흑…… 여긴?”
뒤에 묶여 있는 사내는 말 그대로 처참한 몰골이었다.
두 선글라스는 거의 다 부서진 채로 덜렁덜렁 달려 있을 뿐이었고.
이빨 몇 개는 빠진 상태였으며, 짧은 머리임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뻗친 상태였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쾅!
분이 도저히 풀리지 않는지.
김현이 쇠사슬을 거칠게 흔들며 소리쳤다.
“이시현! 이 개자식! 아직도 날…….”
“시끄럽네. 진짜.”
“……!”
덥석!
이내 박나은이 김현에게 다가가 그의 입을 거칠게 잡아버렸다.
“우읍…… 우우웁……!”
이상한 일이었다.
김현은 분명 랭킹 7위에 오를 정도로 강력한 하이 랭커.
게다가 그의 주특기는 ‘강한 육체’로 상대를 베고, 짓이기는 ‘근접 전투’였다.
그런데 여리여리해 보이는 여자의 손길에 꼼짝도 못 하다니.
아무리 마력을 쓰지 못한다 해도, 지금 다쳐 몸이 정상이 아니라고 해도.
기본적인 근력에서 이렇게 차이가 날 리 없었다.
“우우우읍……!”
“너무 걱정은 마.”
박나은이 웃었다.
이내 박나은은 한 손으로 김현의 입을 강제로 벌리며.
다른 쪽 손으로 무언가를 꺼냈다.
꿈틀.
‘언제봐도 징그럽단 말이야.’
박나은의 손바닥에 있는 작고 검붉은 벌레들을 보며.
시현이 혀를 끌끌 찼다.
혈마충(血魔蟲).
박나은이 가지고 있는 ‘혈충’에서 조금 더 업그레이드된 버전으로.
플레이어나 마수의 신체에 살며 해당 숙주의 마력과 생명력을 갉아먹으며 생존하는 기생충이었다.
녀석을 관리하는 박나은이 원할 때마다 신체 중요 장기나 단전, 마력 회로 등을 갉아먹을 수 있으며.
원한다면 뇌에 있는 녀석으로 명령까지 내릴 수 있다.
“자. 먹어야지? 그래야 착한 어린이지?”
“……!”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을 정도로 징그러운 벌레였기에.
당연하게도 김현은 이에 저항하며 발버둥 쳤다.
하지만.
콰드드득.
그렇게 약해진 몸으론 온갖 마충(魔蟲)들의 유전자와 피부, 힘의 장점만을 가져온 박나은의 힘을 감당할 순 없었다.
“으으으…… 으으으으!”
자신의 안을 파고드는 벌레의 느낌에.
김현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제 허튼짓할 생각은 하지 마.”
그 모습을 본 시현이 김현의 눈을 바라봤다.
“사람들 뒤통수치고 엘프들을 들인 새끼한테 이 정도면 약과니까.”
그토록 증오하던 시현이 바로 앞에 있었지만.
김현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온몸, 특히 뇌를 갉아먹거나 기어다니는 느낌이 너무 생생했던 것이다.
‘제, 젠장. 지금은…….’
몸의 떨림이 점차 잦아드는 것과는 반대로.
마음의 동요는 점점 더 커져갔다.
‘재앙 중도 아니야. 아스가르드의 신들이 날 보살펴 줄 수도 없어.’
신들이 플레이어들을 볼 수 있는 건 오로지 ‘재앙이 진행되는 동안’ 뿐.
지금 김현을 지켜줄 수 있는 존재는 아무도 없었다.
“크허어억…….”
그렇게 김현이 힘을 잃고 쓰러진 순간.
[발 빠른 신 ‘티알피’가 당신의 회색 지대에 방문을 요청합니다.] [방문 허락 시 타락왕 ‘이시현’ 님께선 고유 회색 지대로 즉시 이동할 수 있습니다.]때마침 메시지가 들려왔다.
“박나은. 이놈 잘 보고 있어. 허튼짓하면 바로 조치해 버리고.”
“네. 주인님.”
“…….”
자신을 향한 싸늘한 두 남녀의 눈빛을 보며.
김현이 몸을 떨었다.
으드득.
‘젠장…… 젠장! 나보고 어쩌라고!’
그 감정이 분노인지, 수치심인지.
두 감정이 모두 섞인 무언가인지는 그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그리고 실감할 수 있었다.
아스가르드의 제안을 받아들인 그 순간부터.
자신은 저들뿐 아니라 인류 전체에게 있어서 배신자에 불과하다는 걸.
“좋아. 가자고.”
시현이 허락한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자.
[경고! 회색 지대로 진입합니다.]파앗!
그의 의식이 저 멀리 어디론가 날아갔다.
[다양한 신의 힘을 쓴다더니. 정말이었어.]시현의 고유 회색 지대.
그곳에 온 한 남성이 신기한 듯 주변을 마구 살피고 있었다.
발가벗은 상체에 마른 근육, 두 발엔 시종일관 스파크와 불꽃을 튀기고 있는 남자.
그의 이름은 티알피.
‘발 빠른 신’이라는 이명을 가진 중급 신이자, 호드의 부탁에 따라 김현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온 전령이었다.
[저 신전에서 나오는 금빛 번개는 제우스 거잖아? 젠장…… 한낱 인간 플레이어가 내 벼락보다 강력한 벼락을 품고 있다니. 저 정도면 토르 님의 힘을 일부 받은 나보다도…….] [옆의 양귀비 정원은 그 아내인 헤라의 것인가?] [저건 루시퍼의? 듣던 대로 불길한 힘을 쓰네…….]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던 티알피가 마른침을 삼킨 후, 거대한 팔찌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위, 위대하신 분의 팔찌…….]전사들의 성전과도 같은 곳에 위치한, 18가지의 룬 문자가 새겨진 팔찌.
드라우프니르.
아스가르드 소속인 티알피에게 있어선 그의 ‘왕’이자 ‘신 중의 신’, ‘지혜 중의 지혜’라고 불라는 오딘의 물건이었기에.
보는 것만으로도 경외감이 들 정도였다.
평소 가벼운 성격을 유지하는 티알피라도 말이다.
‘쉽지 않겠어…….’
티알피가 자신의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렸다.
‘으으으…… 이 임무는 중요한데. 이를 어쩐담.’
타알피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회색 지대에 들어온 순간 ‘오딘의 명령’을 성공시키기엔 무리라는 걸.
‘왕의 격을 벌써 얻었을 줄이야. 이럴 줄은 몰랐지. 하여간 토르 님께선 늘 설렁설렁…….’
‘왕의 격’을 얻은 플레이어는 고유 회색 지대란 걸 형성할 수 있다.
이곳에 온 순간 제아무리 다른 왕이나 신이라도 한 수 접고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고유 회색 지대는 왕의 내면과 무의식, 그 모든 힘이 반영된 장소.
이런 공간에서, 그 주인을 제압하거나 죽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안 그래도 힘든 일인데 지금 이 공간을 보니 있던 의지마저 꺾여 버렸다.
제우스, 헤라, 미카엘, 루시퍼, 스사노오, 닉스, 오딘, 인드라, 솔로몬.
하나하나가 만만히 볼 수 없는 신들이었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나라도 이렇게 페널티를 받고 있는 상황에선 저것들을 감당하기 힘들겠어.’
‘특히 한꺼번에 달려드는 경우엔 말이야.’
‘드라우프니르는 몰라도 다른 아이템들은 나보단 타락왕…… 이시현에게 호의적이겠지.’
‘그렇다면…….’
자신의 발만큼이나 빠르게 머리를 굴린 티알피가 드라우프니르를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파지지지직!
[아이템, ‘드라우프니르(D)’가 저항합니다.] [……이런?]티알피의 예상과는 다르게 드라우프니르는 그의 손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내가 잘못 들인 거 같은데 말이야.”
어느새 들려오는 목소리에.
티알피가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넌?]“난 신을 들였지 쥐새끼를 들인 적은 없었는데.”
티알피의 시선이 닿는 그곳 끝엔.
어느새 왕좌에 앉아 있는 타락왕, 이시현이 그를 쳐다보며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