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12)
신의 천적, 회귀하다 012화
12. 형님
[아이템, ‘아스트라페(C)’의 숙련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아이템, ‘아스트라페(C)’의 숙련도가 소폭 상승합니다.]…….
“……그래서 누나가 정신을 잃고 있었던 거야.”
“그런 일이…… 나 때문에 네가 눈을.”
“내 눈보단 누나가 소중하니까.”
두 남매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시현은 뻘쭘하게 옆에 서 있을 뿐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아스트라페로 번개를 흡수하지 않으면 서지혜는 그 즉시 정신을 잃어버렸으니까.
‘라미엘의 농간이지.’
그렇게 하얀 번개를 모두 흡수하자.
서지혜는 더 이상 늙어 있는 상태도, 정신을 잃은 상태도 아니었다.
“힘이 넘치는데? 움직여도 되겠어.”
“누나. 무리하지 마.”
“나도 조금 나가고 싶어서…… 답답하네.”
“그래 그럼.”
서영우는 익숙하게 휠체어를 끌고 왔다.
하지만 그뿐.
앞도 보이지 않는 그가 휠체어를 밀 수 있을 리 없었다.
“내가 밀게.”
“……정말입니까?”
“그래. 인마. 그리고 너 아까 형한테 반말하더라?”
“…….”
“그래. 형한테 그러면 쓰니 영우야? 누나도 이렇게 치료해 주신 분인데.”
“죄, 죄송합니다……. 혀, 혀…… 형. 형님.”
어색하게 따라붙는 서영우를 뒤로.
시현이 서지혜를 옮겨 휠체어에 태워주었다.
“일은 이렇게 된 겁니다. 형님.”
어쨌거나 시현이 자신의 누나를 치료해 주고, 구해준 건 사실이었기에.
서영우는 그를 형님이라 부르며, 깍듯이 모시고 있었다.
물론 이게 누나 앞에서만 그러는 건지, 뒤에서도 그럴지는 모르는 일이었지만.
지금 당장은 그랬다.
“우와…… 예쁘다. 유럽 성당 보는 거 같아.”
“그래요?”
그렇게 시현의 안내를 받으며 동산 투어를 마친 뒤.
서지혜는 다시 방으로 돌아와 누웠다.
“너무 걱정 마세요. 제가 주기적으로 와서 치료해 드릴 테니까.”
“정말…… 정말 감사해요.”
서지혜가 시현의 손을 꼭 잡았다.
서영우와 비슷하게 생겨서 그럴까?
젊은 모습으로 돌아온 그녀는 상당한 미인이었다.
“이 은혜는 어떻게든 갚을게요.”
“갚긴요. 제 동생 누나면 저랑도 남맨데요 뭘.”
자연스럽게 어깨에 손을 올리며 웃는 시현을 보며.
서영우가 어색하게 웃었다.
“그, 그렇죠. 형님. 감사합니다.”
“그럼 쉬세요.”
“따라오시죠.”
방 안을 나오자마자.
차갑게 굳은 표정으로 서영우가 말했다.
“조용히.”
“네네. 아무렴요.”
이윽고 서영우를 따라 들어온 곳은 그의 개인 집무실.
온갖 하얀 십자가로 가득한 곳이었다.
집무실 안은 뿌연 안개로 가득 차 있었는데.
그 안개마저 신성력을 담고 있는 것인지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환상 안개.’
물론 시현은 이 안개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환상 안개.
이 안개가 플레이어나 생명체의 호흡기로 들어오면 환각과 함께 모든 스탯이 하락한다.
“무슨 속셈이지?”
집무실 문이 닫히자마자.
서영우가 물었다.
“와. 나오자마자 반말하는 거 보소? 영우야. 앞뒤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마치 회귀 전처럼 말이야’라는 말을 속으로 하고 있을 때.
서영우의 몸 주변으로 하얀 번개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장난할 때가 아니란 것 정도는 알 텐데?”
파지지직.
동시에 집무실 주변에 있던 안개가 점점 더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누나가 있는 건 어떻게 알았고, 누나를 이용해서 뭘 할 속셈이지?”
“속셈은 무슨.”
[아이템, ‘아스트라페(C)’가 변형됩니다.]번쩍!
시현의 손목에 있던 아스트라페가 변하더니.
이내 거대한 검 형태를 띠었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시현도 최소한의 무장을 한 것이다.
“구해준 사람한테 너무하네.”
“…….”
적어도 시현이 자신의 누나를 구해준 건 사실이었기에.
사실, 서영우의 입장에선 고마워하는 게 맞았다.
“……고맙, 아니, 감사합니다.”
여기까지 생각한 서영우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숙였다.
동산이라는 한 세력을 이끄는 수장이 이렇게 쉽게 고개를 숙이니.
시현의 입장에서도 의외였다.
“오호…….”
“왜 그러십니까?”
“그냥. 진심으로 고맙다고 한 게 처음이라.”
“……?”
회귀 전.
시현의 인식 안에서 서영우는 잘난 척하는 밥맛 덩어리였다.
재앙에 맞서 협력할 때도 결코 고개를 숙이지 않았고.
독단적인 행동도 많이 했으니까.
그런 주제에 능력과 힘은 있어 결국 다른 플레이어들을 한꺼번에 상대하며 전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뭐. 마지막엔 내 손으로 죽였지만.’
어쨌거나 시현이 녀석의 누나, 서지혜를 치료해 준 건 사실이다.
“원하는 게 있으십니까?”
때마침 묻는 서영우의 질문에.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있지.”
꿀꺽.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생각에.
서영우가 마른침을 삼켰다.
상대는 가족을 버리고 간 엄마 대신 자신을 평생 키워준 누나.
시현은 그런 서지혜를 구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었다.
그렇기에, 그가 무엇을 말하든 어지간하면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형이라 불러.”
“……네?”
“형이라 부르라고.”
어느새 다가온 시현이 피식 웃으며 서영우의 이마를 툭 쳤다.
회귀 전 죽일 듯이 싸웠던 원수 같은 놈이었기에.
동시에 녀석의 능력과 강함, 치밀함을 알고 있기에.
서영우가 형님형님 거리면서 깍듯이 대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재밌겠네.’
그렇게 중얼거린 시현이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덧붙였다.
“알았지?”
“……네. 형님.”
“그리고 이렇게 뭉친 김에 뭐 하나만 더 하자. 이건 부탁은 아니고. 너랑 나랑 꼭 해야 할 일이야.”
“뭔데요?”
“네 번째 재앙.”
이전의 장난스러운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시현의 표정이 한껏 진지해졌다.
“대비해야지.”
“네 번째 재앙 상대에 대해 알고 계신 거예요?”
“알고 있지. 내 특성이 예언자거든.”
“예언자라…….”
예언자(豫言者).
원래는 미래를 보고 상황을 대비하는 존재를 일컫지만.
현실이 재앙처럼 변한 이런 상황에선 다른 의미로 불리고 있었다.
예언자가 가지고 있는 특성은 ‘정보’.
미래에 펼쳐질 ‘일’까지는 알 수 없지만.
다음 재앙 상대가 누군지, 어떤 퀘스트나 보상이 숨어 있는지, 누가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 등은 볼 수 있었다.
“다음 재앙 상대는 그렘린이다.”
“그렘린이요?”
“그래. 녹색 피부를 가진 마수로, 악마종이지. 몸집은 고블린보다 작고, 맷집이 약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고블린보다 약하다라…….”
그 말을 들은 서영우가 내심 안도했다.
현재 동산의 병력으론 고블린 따위는 그냥 쓸어버릴 수 있다.
그런데 그런 녀석들보다 약한 녀석들이라니.
‘게다가 악마종이면 신성력을 사용하는 우리 입장에선 더없이 쉬운 녀석들이야.’
서영우의 입장에선 다행이었다.
“방심하진 마.”
서영우가 방심했다는 걸 알아챈 걸까?
시현이 바로 그 사실을 지적했다.
“물론 악마종이라 우리같이 신성력을 사용하는 플레이어들이 쉽게 잡을 수 있지. 하지만 녀석들의 가장 무서운 점은 물량이야.”
“물량 말입니까?”
“그래. 물량. 못해도 고블린 새끼들 10배 이상은 쏟아져 나올 거다.”
“……그런.”
고블린의 10배라는 무식한 숫자를 들은 그 순간.
서영우의 표정이 굳었다.
“메인 퀘스트 클리어에 실패해서 좋을 게 없단 건 알겠지?”
“그럼요.”
재앙 때마다 나오는 메인 퀘스트.
이에 실패하면 그가 이룬 세력과 거둔 모든 플레이어들은 물론.
하나뿐인 가족인 누나도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렇기에 메인 퀘스트를 클리어하고 대비하는 건, 서영우에게도 굉장히 중요한 일이었다.
“어떻게 대비하면 되겠습니까?”
“그렘린들에게서 대비해야 할 건 딱 두 가지야. 방어, 그리고 체력.”
“방어와 체력이요?”
“그래. 녀석들은 별다른 공격력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날카로운 손톱을 가지고 있어. 그걸 좀 대비해야 해.”
“……성기사들의 갑옷을 강화시키겠습니다.”
“그것도 중요하지. 근데 더 중요한 건 체력이야. 그렘린들 숫자가 많다 보니까 재앙이 진행되는 내내 녀석들과 싸우게 될 거야.”
“체력전이 된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래. 포션 넉넉히 챙기고, 성기사들 교대할 수 있게 한 다음에, 가장 중요한 거.”
시현이 주먹을 쥐었다.
“사제들. 사제들을 지켜야 해.”
“알겠습니다.”
시현은 그 외에도 이것저것 사소한 것들을 알려주었다.
‘……이건?’
철두철미한 시현의 모습에 서영우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철저하다. 이래서 계속해 MVP를 받았다던 거였나.’
3번 연속 MVP.
거저 얻은 명성이 아닌 모양이었다.
예언자라는 특성을 활용해 정보를 아는 건 솔직히 운이 좋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현은 달랐다.
한 발짝 더 나아갔다.
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어떻게 하면 피해를 최소화하고 이득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래…… 이건 마치 전문가 같은 솜씨야. 전쟁터에 다녀오기라도 했나?’
서영우 역시 군필이었지만, 시현의 작전 수립 능력은 정말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너무 걱정은 말고. 내가 맨 앞에 있을 거니까.”
“걱정은 전혀 안 합니다. 저희 동산도 강하거든요.”
“그러면 다행이고.”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배고프다. 밥이나 먹자.”
“네. 형님.”
“형님 말고 형이라 부르라니까.”
“네. 형님.”
“새끼 고집은.”
“형님. 근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말해.”
“예언자들은 정보를 얻는 대가로 엄청난 것들을 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저같이 눈을 바치는 게 작은 대가라고 느껴질 정도로요.”
“…….”
“형님은 어떤 걸 바치신 겁니까?”
“그건 비밀이지.”
시현이 웃었다.
“나중에 알게 될 거야.”
무언가 수상했지만.
서영우는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야기 나누는 김에 여기로 밥 좀 가져오라 시키겠습니다. 메뉴는 무엇으로……?”
“뭘 물어?”
씨익.
“무조건 고기지.”
그렇게 서영우와 식사를 마친 후.
시현은 웃으며 방에 들어왔다.
‘묘하네.’
지금 기분을 표현하기엔 이만한 말이 없었다.
묘했다.
회귀 전, 서영우와는 평생을 라이벌 비슷하게 살아왔다.
‘라이벌이라기엔 서영우가 초반엔 나보다 훨씬 강했을뿐더러 가진 세력도 엄청났지만.’
어쨌든 그렇게 서로 으르렁거리던 서영우와 이렇게 잘 지내게 되었기에.
기분이 이상했다.
‘회귀하고 나서도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나며 지낼 거라 생각했는데. 서지혜 덕분인가?’
서영우에게 누나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기에.
이를 활용할 방안을 생각하지 못했던 시현이었다.
‘당분간 이용해야겠어.’
이용이라고 표현은 했지만.
서로에게 좋은 일이었다.
시현은 번개를 흡수하며 아스트라페의 숙련도를 올리고, 서지혜를 치료해 신뢰를 얻을 수 있었으며.
서영우와 서지혜는 치료를 받아 좋았으니까.
‘이 정도 정보면 동산은 재앙 준비를 알아서 할 거야.’
서영우는 괜히 서영우가 아니었다.
애초에 시현이 없더라도 엄청난 세력을 갖출 녀석이었기에.
시현은 정보를 알려준 것만으로 할 일을 다 했다고 볼 수 있었다.
‘그렘린이라.’
원래라면 자신도 다음 재앙에 대한 준비를 해야 했지만.
그럴 필요도 없었다.
‘이거 하나로 충분하지.’
미카엘의 갑옷, 성스러운 영광을 툭툭 친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렘린은 악마 종족이었다.
악마 종족은 특성상 신성력에는 더 큰 피해를 받는다.
성스러운 영광엔 모든 마력을 신성력으로 바꿀 수 있는 힘도 있으니, 걱정은 없었다.
그렘린들이 소형 마수인 점을 생각해 보면 [고블린 슬레이어(S)> 칭호도 엄청난 힘이 되어줄 것이다.
게다가 물리, 마법 저항이 무려 150인 성스러운 영광은.
그렘린의 발톱 따위로 뚫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좋아. 이제 해야 할 일은 끝났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