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120)
신의 천적, 회귀하다 120화
85. 티알피(2)
[타락왕…… 이시현.]멍하니 시현을 바라보는 척하면서도.
티알피는 상대를 살폈다.
그가 여태까지 살아남아 중급 신이라는 위치까지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빠른 발’과 ‘상대 파악’ 덕분.
상대를 보자마자 그 힘을 파악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견적을 내는 건.
이제는 본능처럼 되어버린 티알피만의 습관이었다.
쿠구구구.
‘크흑……!’
검은 시현의 눈동자에 금빛 이채가 번뜩였다고 느껴진 그때.
상당한 압박감이 티알피를 덮쳤다.
[멈춰라!]티알피가 외쳤다.
[감히 인간 주제에 신에게 이런 짓을 해도 무사할 줄 아느냐!]나름 근엄하게 소리쳤지만.
상대의 기세는 멈출 줄 몰랐다.
‘단순한 기세가 아니야!’
파지지직.
아스트라페에서 뿜어져 나오는 금빛 벼락을 보며.
티알피가 이를 악물었다.
‘신들의 힘으로 그 기세가 실체화되고 있어.’
특히 제우스의 금빛 벼락이 자신을 옥죄고 있었다.
티알피는 눈치가 상당히 빠른 만큼, 상대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젠장! 내가 번개의 힘을 조금 쓸 줄 아니까 같은 속성으로 눌러 버리겠다는 거냐!]으드득.
[인간 주제에!]“인간 주제에라…….”
쿵.
갑자기 시현의 기세가 눈 씻은 듯 사라졌다.
“그러는 너도 인간 아니었냐?”
[…….]“토르의 분노를 사고 죽기 싫어서 시종으로 따라갔잖아. 그러면서 신이 된 거고.”
그 말에 티알피는 할 말이 없었다.
사실이었으니까.
“한국엔 이런 속담이 있어.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고. 너도 똑같네.”
[……우리가 선문답이나 하려고 만난 건 아닐 텐데?]티알피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타락왕 이시현은 들어라! 위대하신 오딘께서 말씀을 내리셨다.]‘오호. 역시.’
그 모습을 본 시현이 감탄했다.
‘지가 도둑질하는 걸 걸리니까 오딘을 팔아 화제를 돌리네. 더 이상 도둑질에 대한 책임을 묻지 못하기 위해서 말이야.’
오딘.
아스가르드를 포함한 아홉 세계의 왕인 그의 ‘말씀’은 단순히 구강구조로 나오는 소리가 아니다.
이는 강력한 마력과 의지가 담긴 말이었기 때문에.
제아무리 시현이라도 각을 잡고 들을 수밖에 없었다.
쿠구구궁…….
다른 아이템들이 만들어놓은 영역이 울림과 함께.
가운데 있는 콜로세움, 그 위에 세워진 거대한 왕관 모양의 궁전이 흔들렸다.
스르릉.
그 위로 각자 영역에서 아이템들이 튀어나오더니.
왕좌로 달려가 각자 위치를 잡았다.
“그래.”
그리고 그 왕좌 위에 앉은 채.
타락왕, 이시현이 티알피에게 말했다.
“말해.”
‘……이런. 드라우프니르도 완전히 넘어간 건가? 아니야. 아닐 거야. 다른 신들이라면 몰라도 위대하신 오딘님의 아이템이 그렇게 쉽게 넘어갈 리 없어.’
그렇게 잠시 한숨을 고른 뒤.
티알피가 오딘의 ‘말씀’을 전했다.
[타락왕은 들어라. 그대는 다양한 힘을 가진 신들의 힘을 사용할 수 있는 이레귤러(irregular). 동시에 미카엘, 라미엘과 같은 천사들, 그리고 헤라를 비롯한 신들에게도 굽히지 않는 용맹스러운 기개를 가진 자. 무엇보다 인간의 몸으로 신, 직접 방탕남작을 베어버리기까지 한 전사 중의 전사!]꿀꺽.
[그런 존재인 만큼 우리 아스가르드와 함께할 수 있는 영광을 주겠다. 타락왕. 드라우프니르를 반납하고, 신이 되어라.]‘이건?’
제안을 들은 시현의 눈이 커졌다.
그답지 않게 당황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이는 당황이라기보단 놀람에 가까웠다.
‘신이 되라고? 나보고?’
신(神).
초월적인 힘을 발휘하며 영생을 살 수 있는 존재들이었다.
[오딘의 말씀은 여기까지다. 인간.]티알피가 가슴을 쭉 펴며 웃었다.
[뭐. 당연히 응해야 하지만 여러 가지 혜택에 대해 말해주지. 영광으로 알아라. 강제로 안 데려가는 걸 말이야.] [우선 신이 되면 저런 하찮은 인간들처럼 살려고 발버둥 칠 필요가 없어. 너의 전투력과 아이템을 본 오딘께선 바로 발할라로 데려갈 예정이거든.] [목숨의 위협을 받지 않는다는 건 아니지만 재앙이니, 마수니, 이종족이니 저런 것들과 함께 안 해도 된다는 거야.] [그뿐이야? 발할라의 전사들은 라그나로크를 대비해 서로 수련한다. 이곳에 있는 전사, 신들은 그 어떤 세계를 뒤져봐도 최고의 수준이니까. 타락왕? 강해지고 싶지? 아스가르드에 합류해라. 뛰어난 전사들이 너를 단련시켜 줄 테니.] [술? 음식? 여자? 돈? 포인트? 네가 원하는 건 뭐든지 다 있다. 발할라와 아스가르드의 음식은 다른 세계들에 비해 제일이며, 벌꿀 술은 너도 먹어봤으니 알겠지. 여자? 온 세상을 정복하는 발할라의 전사들에겐 전리품으로 다양한 취향의 아름다운 여자들이 넘쳐난다. 포인트? 이 역시 전투로 인해 엄청나게 벌 수 있어.] [자, 타락왕 이시현. 저딴 하등한 인류는 버려라.]씨익.
[그리고 신이 되어 모든 걸 취해라.]티알피는 확신했다.
시현뿐 아니라, 인간이라면 이를 거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심지어 오딘께서 제안하신 조건은 나보다도 좋아.’
수락 즉시 모든 걸 초월해 신을 만들어주겠다는 제안.
파격적이었다.
이를 위해선 상당한 페널티를 감수하고, 천문학적인 금액의 포인트가 들겠지만.
이를 감수하고서라도 오딘은 시현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고자 했다.
‘타락왕 이시현’이라는 전사는 그만한 가치가 있었으니까.
[뭘 고민하는 거냐?]반응이 없는 상대를 보며.
티알피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이런 말 하기 그렇지만 넌 상당히 좋은 조건으로 신이 되는 거다. 뭐, 아직 모르겠지만…….]“아니.”
티알피가 언제까지 떠드나 봤던 시현이 단호하게 말했다.
“거절한다.”
[뭐, 뭣?]그 말을 들은 티알피가 번쩍 뛰었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 거절한다고? 이 조건으로? 넌 가장 좋은 조건으로 신이 된 인간인 나보다도 좋은 조건인데? 그리고 거절하면 그걸로 끝일 줄 알아? 우리 아스가르드가 그렇게 만만해 보이냐?]시현은 알고 있었다.
지금 신이 되겠다는 조건을 거절하면 아스가르드 측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는 걸.
신들의 자존심과 오만함은 인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력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아주 조금의 거절에도 거품 물고 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즉, 도발에 취약했으며.
도발하려 하지 않았음에도 도발당하는 경우도 많은 것이다.
‘내가 여기서 오딘의 제안을 거절하면 아스가르드는 가만히 있지 않겠지.’
드라우프니르를 줘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지만.
이 정도면 아스가르드는 시현에게 엄청난 호의를 베푼 것이다.
‘물론 이 녀석들 입장에서겠지만.’
하지만 오딘이나 티알피, 다른 아스가르드 신들은 몰랐다.
시현이 ‘왜’ 회귀를 선택했는지.
그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 말이다.
“웃기고 있네.”
[뭐? 웃겨……?]티알피의 표정은 이내 당황을 넘어 창백해졌다.
눈앞의 인간이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너 같은 놈들의 제안은 이전에도 들었지.”
‘아니. 정확히는 같은 놈한테서 들었지.’
회귀 직전 상황을 떠올린 시현이 웃었다.
마지막 재앙, ‘신’이 지구에 대대적인 침공을 실행하기 직전.
오딘과 제우스는 각자의 사자를 보내 시현에게 제안했었다.
아스가르드 측에선 로키가.
올림포스 측에선 헤르메스가.
당연하게도 시현은 둘 모두의 제안을 거절하고 인류를 위해 맞서 싸우는 쪽을 택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같아.’
시현의 검은 눈동자가 티알피.
그 뒤의 오딘과 에시르 신족을 꿰뚫어 보듯 반짝였다.
‘난 인류를 멸망시키려는 신들을 말살하고…… 인류를 해방시킨다.’
이런 궁극적인 목표가 있는 한.
시현은 신들에게 굴복할 수도, 이들의 밑으로 들어갈 수도 없었다.
아니, 그러지 않았다.
[미친…….]설마 거절당할 것이라곤 상상도 못 한 티알피가 뒷머리를 긁었다.
‘안 그래도 머리 빠지고 있는데…… 스트레스…… 스트레스가…….’
하지만 이미 거절은 이뤄진 일.
보아하니 상대는 제안을 받아들일 생각도 없어 보였다.
‘그럼 어쩔 수 없지.’
티알피의 시선이 시현의 팔찌로 향했다.
이제 이곳으로 온 목적 달성과 플랜 A는 실패.
플랜 B를 실행할 차례였다.
‘왕의 격을 가지고 있고, 지역 내에서 MVP를 놓치지 않는 랭킹 1위 플레이어라지만…….’
씨익.
‘못 할 건 없겠어.’
티알피의 플랜 B는 ‘타락왕 이시현을 제압한 후, 최대한 많은 신의 아이템들을 가지고 가는 것’.
호드의 계약자인 김현은 깔끔히 죽도록 내버려 둔 뒤 실리를 챙기겠다는 의도였다.
물론 시현이 가지고 있는 아이템을 전부 가져간다면 올림포스, 에덴, 베다 등의 세계에서 이를 눈치채고 항의할 게 틀림없었지만.
그가 획득한 신의 아이템들은 이를 감수하고서라도 가져올 가치가 충분한 것들이었다.
파지지직!
아무도 모를 만큼 빠른 속도로 티알피의 발이 움직였다.
어찌나 빨랐으면 녀석의 발에서 피어오른 스파크와 불꽃이 발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였다.
과연 ‘발 빠른 자’라는 이명이 붙을 만큼 엄청난 속도의 이 달리기는.
신들조차 반응할 수 없는 속도였다.
‘그것뿐만이 아니지.’
온몸이 시현을 스치고 있음과 동시에.
티알피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S등급 스킬 ‘헤르메스의 손놀림’.
어떤 상황에서도 손을 놀려 아이템을 훔쳐 올 수 있는 이 스킬은.
시전자의 격이 높으면 높을수록 뛰어난 효과를 발휘했다.
‘인간 플레이어 상대로는 무려 10개의 아이템을 훔쳐 올 수 있어. 눈 깜빡할 사이에 말이야.’
씨익.
‘멍청한 다른 신들은 자존심 때문에 스킬을 안 사용한다곤 하지만 난 달라. 역시 거금의 포인트를 주고 이 스킬을 사길 잘했어.’
파파팟.
3초.
아니, 어쩌면 1초도 안 되는 시간 안에 티알피의 몸이 왕좌를 스치고, 시현의 품 안에 있던 아이템들을 빼앗았다.
[크크크…… 멍청하긴.]손에 들린 아이템들을 본 티알피가 웃었다.
옷에 달라붙어 있는 와이셔츠와 코트는 빼앗지 못했지만.
나머지 작은 아이템들.
주머니, 검, 팔찌, 반지, 귀걸이는 이미 싹 다 턴 상태였다.
[그러게 우리 제안을 거절하지 말았어야지.]“그래?”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모든 아이템이 털렸음에도 상대의 태도가 더없이 여유로웠던 것이다.
‘뭐지?’
알 수 없는 기시감이 들었지만.
티알피는 상관 안 했다.
자신은 이대로 바이프로스트를 타거나 이그드라실의 잎사귀를 찢고 도망가면 그만이었으니.
[잘 있어라. 아니, 잘 있진 못하겠지. 넌 이제 아스가르드의 미움까지 받게 되었으니…….]번쩍!
티알피의 말이 끝나기도 전.
금빛 벼락이 녀석의 몸을 덮쳤다.
[크아아아아악!]항상 두 발에 번개를 품고 다니는 티알피는 번개에 대한 내성이 있었다.
그런데도 이런 고통이라니!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크흐흑…… 크흑!]티알피가 몸을 비틀거림에도.
금빛 벼락은 쉬지 않고 녀석을 두드렸다.
“멍청한 건 너 아닐까?”
저벅저벅.
티알피가 금빛 벼락에 저항하며 정신을 못 차리고 있을 때.
시현이 가만히 그에게 걸어왔다.
“아직 일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짖는 걸 보면.”
‘지, 짖어? 이 새끼가…….’
자신을 쥐새끼에 이어 개새끼 취급 하는 인간을 보며.
티알피가 그대로 고개를 올렸다.
짜악!
하지만 그 타이밍에 맞춰 시현의 손이 티알피의 뺨을 갈겼다.
[……어?]인간에게 맞아본 게 너무 오랜만이라 그런지.
티알피는 잠시 동안 상황파악을 못 한 채 멍하니 시현을 바라봤다.
[너 방금 무슨…….]쫘악!
하지만 이내 시현은 티알피의 반대쪽 뺨을 갈겼다.
“왼쪽 뺨을 처맞았으면 오른쪽 뺨도 내밀어라. 몰라?”
[이 개자식이!]이내 흥분한 티알피가 그에게 달려들려 했지만.
번쩍!
금빛 벼락이 계속해 티알피의 몸을 두드렸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바닥에서 솟아난 검은 촉수가 녀석의 몸을 뒤덮었고.
천총운검에서 시작된 풍압이 온몸을 짓눌렀다.
귀걸이는 계속해 정신을 파고들었고, 반지는 육망성을 그리며 근육의 기능을 저하시켰고.
‘젠장…….’
제일 믿음직했던 팔찌는 룬 문자를 밝히며 다른 아이템들의 힘을 증폭시켰다.
“너 같은 놈들이 그래.”
씨익.
“지만 머리 굴리는 줄 알고, 발이 빨라서 누구도 자길 못 잡는 줄 알지.”
콰드득.
“자. 완전히 사로잡힌 것 같은데. 이제 어쩔래?”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