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121)
신의 천적, 회귀하다 121화
85. 티알피(3)
‘이게 말이 돼?’
짜아악!
[으으으…….]계속해 맞은 덕분에 뺨이 부어올랐음을 느끼며.
티알피가 이를 바드득 갈았다.
‘이, 이제 고작 열일곱 번째 재앙이 진행 중이잖아…….’
믿을 수 없었다.
고작 열일곱 번째 재앙을 진행하는 플레이어가 자신의 온몸을 옥죄고 있다는 것을.
발 빠르기로 유명한 자신이 잡힌 것도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동안 수많은 신과 플레이어, 마수들이 자신을 잡으려 해도 어떻게든 빠져나가지 않았었는가?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권능’인 ‘빠른 발’을 이용해 상대가 반응도 못 할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고.
헤르메스에게서 배운 스킬로 아이템 대부분을 벗겨내었다.
여기까진 좋았다.
하지만 그 이후가 문제.
믿었던 드라우프니르까지 아스가르드 소속 신인 자신이 아닌 타락왕, 이시현을 선택하면서.
티알피는 그대로 속박될 수밖에 없었다.
“크흑…….”
어떻게든 벗어나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이곳, 고유 회색 지대에선 티알피의 힘이 약해지고 시현의 힘이 강해진 상태.
차라리 몸이 속박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격을 피하면 모를까, 이미 잡힌 상태에선 움직이거나 탈출할 수 없었기에.
제아무리 티알피라도 방법이 없었다.
체크메이트, 외통수.
상대의 대처는 완벽했다.
‘마, 마력을 일으킬 수도 없다…….’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는 촉수들이 마력을 빼앗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빼앗긴 마력은 아이템들을 더 강화했고.
결국 악순환이 이어져 티알피의 몸은 점점 더 무거워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문제는…… 저 눈동자들이야.’
짜아악!
다시 한번 뺨을 맞으며.
티알피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그만…….]“그만은 무슨.”
시현이 눈을 빛냈다.
“협정을 맺으러 왔더니 감히 내 아이템들을 빼앗으려 해?”
[으으으…….]“난 뒤통수 치는 놈들은 절대 내버려 두지 않아.”
자신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시현이 한 번 더 뺨을 후려쳤다.
[커헉……!]강력한 힘이 담긴 따귀에 티알피의 고개가 뒤로 확 젖혀졌다.
타락왕 이시현.
녀석이 플레이어가 된 지 이제 고작 1년 근처이다.
그런데 이만한 힘을 발휘하며 중급 신을 완전히 제압해 버리다니.
‘아무리 상황과 조건이 맞아떨어졌다곤 하지만 이게 가능한 일인가?’
상대의 아이템을 훔쳐 온 다음에 그 아이템들이 반항하고 저항할 수 있다는 사실쯤은.
티알피도 충분히 예상했다.
하지만 그 아이템들을 사용해 자신의 몸이 이렇게 완벽하게 구속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자신은 중급 신.
상대의 힘쯤이야 가볍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방심.
아니, 방심이 결코 아니었다.
인간이 개미 한 마리를 밟아 죽이는데 방심이란 걸 하겠는가?
그냥 너무나 자연스럽게 개미는 죽는 것이다.
‘주, 중급 신이 되어서 이런 수치라니…… 젠장!’
상대는 자신의 뺨다귀를 계속해 때리고 있었다.
아팠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자존심이 너무나 상했다.
‘그래도 상황이 최악은 아니야.’
티알피의 눈은 생기를 잃은 상태가 아니었다.
그가 누구인가?
오랜 세월 동안 살아 인간의 몸으로 무려 중급 신의 지위까지 얻은 존재.
곧 있으면 상급 신까지 노릴 수 있는 ‘발 빠른 신’이 아니던가?
‘이 상황만 버, 벗어난다면…… 한순간만. 한순간만 기회를……!’
아니나 다를까.
기회는 찾아왔다.
‘지금이다!’
신의 아이템들이 내뿜는 속박이 약해진 그때.
티알피가 모든 아이템을 내려놓은 채 발을 굴렸다.
파지지직!
그의 양발에서 푸른 스파크가 튀어 올랐고.
다시 한번 엄청난 속도로 몸이 움직였다.
[꺼져라 븅…….]하지만 그때.
번뜩.
‘무언가’ 티알피의 마력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으윽…… 이게 무슨? 분명 촉수로부터 벗어났는데?’
티알피가 하늘을 올려다보자.
이윽고 보이는 건 밤하늘에 떠 있는 99개의 눈동자였다.
움찔.
뺨이 부어올라 자존심이 상하면서도.
저 눈동자들을 보니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저 눈동자들이 날 바라볼 때마다 마력을 빼앗기고 있어……. 마력을 흡수하는 능력인가? 촉수뿐 아니라 녀석들도? 뭐 이런 사기적인 능력이…….’
파지지지…….
마력이 사라짐에 따라 티알피의 다리에 있던 푸른 벼락과 불이 사그라들었고.
이내 그는 권능을 사용할 수 없는, 평범한 플레이어가 되었다.
“빠른 것 빼면 별것도 아닌 게.”
어느새 티알피에게 다가온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이것만 기억해라. 아스가르드. 너네가 먼저 날 건드린 거다?”
[그게 무슨…….]그 말을 들은 티알피가 멍하니 시현을 쳐다보고 있을 때.
촤아아악!
주변에서 솟아오른 검붉은 촉수들이 티알피의 품을 뒤져 이그드라실의 잎사귀를 꺼냈다.
‘아, 안 돼…….’
현재 이렇게 갇혀 있는 상태에선 헤임달이 바이프로스트를 보내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유일한 탈출 수단인 이그드라실의 잎사귀를 전부 빼앗겨 버리다니.
‘망했다…….’
이제 자신은 상대가 허락하지 않는 한 이곳에서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었다.
“인간에게 사로잡힌 중급 신이라…… 이런 적이 있었나?”
[너…… 이런 짓을 하면 후폭풍 감당할 자신은 있냐?]티알피가 간신히 입을 떼며 말했다.
“뭐 어때. 어차피 제안을 거절한 순간부턴 아스가르드와 전쟁인데.”
[…….]틀린 말도 아니었기 때문에.
티알피는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넌 정신만 잡혀 있는 거지, 육체는 그대로 아스가르드에 있잖아?”
[너…….]“뭐. 알고 있었어. 네가 내 아이템 노릴 것쯤은.”
[근데 어떻게…….]“오히려 네가 내 아이템을 훔쳤기에 가능했던 거지. 아이템을 훔치지 않았다면 이렇게 사로잡을 수도 없었을 텐데 말이야.”
[어차피 훔치는 건 막을 수 없으니까. 훔치게 둔 다음에 아이템을 이용해 사로잡을 생각을 했다고?]티알피의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다.
타락왕 이시현.
이놈은 단순히 강한 게 아니었다.
머리도 잘 굴러갔고, 무엇보다.
‘신의 특성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어. 특히 아스가르드 신들에 대해…….’
물론 시현은 아스가르드뿐 아니라 올림포스나 에덴, 지옥, 베다 등의 신들에 대해 잘 알고 있었지만.
티알피가 이런 사실까지 알 리는 없었다.
“자. 이제 꺼져라.”
[자, 잠깐…….]츠즈즈즉.
티알피의 손에 들려 있던 시현의 아이템들이 다시 그의 손으로 돌아왔다.
그와 동시에.
까드드득.
바닥에서 솟아오른 촉수들이 티알피를 땅바닥으로 끌어 내렸다.
‘흠…….’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본 시현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되길 원했던 건 아닌데 말이야. 역시나 이놈은 일이 틀어지니까 내 아이템을 훔치려 하네.’
설마 아스가르드가 벌써 신이 되라는 제안을 할 줄은 몰랐기에.
시현도 부득이하게 플랜 B를 실행할 수밖에 없었다.
‘신들에게 스카우트당할 정도라는 건가? 내가 벌써?’
그만큼 강해졌다는 건 좋은 일이었지만.
이젠 본격적으로 신들이 자신을 견제할 것이기 때문에.
마냥 기뻐할 순 없었다.
회귀 전과 비교해서는 물론이고.
시현이 계획했던 것보다 모든 일들이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자기 자신이 강해지는 것도, 신들이 움직이는 것도 말이다.
‘일단 네 번째 대재앙과 엘프들부터 어떻게 대비해야지.’
그렇게 중얼거린 시현이 다시 왕좌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곳에 앉았을 때.
[회색 지대에서 퇴장합니다.]파앗.
하얀빛과 함께 다시 현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 1시간이 지나지 않았기에.
시현은 별문제 없이 지구로 돌아올 수 있었다.
“오셨어요? 주인님.”
“응.”
“너, 너 대체 무슨…….”
“됐다. 김현.”
이내 김현의 몸에 생명력 포션을 대충 뿌려놓은 뒤.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앞으로 잘해보자?”
“뭐, 뭣?”
시현은 김현을 타락시키지도, 그를 죽이지도 않았다.
녀석은 랭킹 7위인 데다가 강력한 무력을 가진 플레이어.
어차피 박나은의 명령을 거스를 수 없기 때문에, 네 번째 대재앙 때 요긴하게 이용해 먹을 생각이었다.
‘물론 호드의 명령을 우선적으로 따르겠지만.’
타락시키지도 않고 신의 명령을 거부하게 하는 법?
있었다.
다만 그 효과는 너무 단기적이고, 해당 플레이어에게 너무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지만.
김현은 시현의 권속도 아니었고, 살려두고 오래오래 쓸 만큼 효율적이지도 않았기에.
시현의 알 바가 아니었다.
‘다만 티알피를 가둬놓은 게 조금 마음에 걸리네.’
티알피는 명실상부 아스가르드의 전령.
격은 중급 신에 불과했지만 헤임달이 연결해 주는 무지개 다리, 바이프로스트를 타고 이 세계, 저 세계를 돌아다니며 온갖 중요한 일부터 잡일까지 하는 신이었다.
그뿐인가?
녀석 휘하의 수많은 전령들은 현재도 아스가르드를 위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최종 결정권자인 티알피가 사라진다면?
‘혼란이지.’
아스가르드 정보의 중심지인 ‘전령국’의 모든 업무는 마비, 못해도 딜레이가 될 것이다.
‘어차피 아스가르드와 척 칠거라면…… 이 녀석을 풀어주는 대가로 좋은 아이템이라도 뜯어내야겠어.’
게다가 먼저 시현의 뒤통수를 친 것도 아스가르드 측이다.
티알피가 아이템을 훔치려고 한 걸 보면, 필시 오딘의 명령이 있었을 터.
애초에 아스가르드 측이 자신과 ‘잘해볼 마음이 없었다’라고 생각하는 게 속이 더 편할지도 몰랐다.
‘어차피 똥줄 타는 쪽은 아스가르드 측이야. 티알피가 없으면 올림포스나 베다, 찬란한 태양에 비해 정보력이 후달리게 될 테니.’
씨익.
‘뭐. 신들한테 의리를 바라는 건 무리. 아스가르드가 약해진 틈을 타 올림포스를 이용하면 되겠어.’
시현이 제우스 측의 신과 계약한 플레이어를 타락시키는 건 네 번째 대재앙이 끝난 후.
한국 모든 지역이 통합되었을 때.
이를 이용해 헤라와의 약속을 지키고 신뢰를 형성했을 때.
아스가르드에게 한 방 먹여줄 수 있을 것이다.
‘티알피를 풀어주는 건 그 이후고. 어차피 지금 내 힘으론 녀석들 완전히 죽여 버릴 순 없으니.’
“일단 김현은 계속 가둬놔. 이놈은 쓸 곳이 있을 거야.”
“네. 주인님.”
[아이템, ‘키비시스(A)’가 피어납니다.]이내 김현이 다시 갇히는 걸 확인한 후.
시현이 키비시스를 열어 거대한 잎사귀 하나를 꺼냈다.
[이그드라실의 잎사귀(SS)]#가장 강력하고 거대하다고 알려져 있는 세계수, 이그드라실의 잎사귀입니다.
▶재료 아이템
▶효과
[자연 친화력 +200]잎을 찢을 시, 이그드라실의 나무줄기로 이동합니다.
이그드라실의 잎사귀인 만큼 엄청난 자연 친화력을 가진 잎사귀였다.
꿀렁…… 꿀렁…….
그렇게 잎사귀를 바라보고 있을 때.
타이밍 좋게 유리병과 용액에 담겨 있던 와스넷의 왕홀에서 넥타르가 분리되었다.
“주인님. 넥타르 분리도 완료했습니다.”
“오래도 걸렸다. 그놈 참.”
그걸 바라본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츠즈즉.
이내 박나은이 투명한 유리병에 넥타르 ‘한 방울’을 담아 시현에게 건넸다.
“그럼 가볼까? 우리 아기 세계수 좀 키워주러.”
“네.”
그렇게 시현은 박나은을 데리고 소내섬으로 향했다.
‘그래. 언젠가는 내 세계수도 이그드라실만큼 크겠지. 아니, 그건 무리인가?’
그렇게 중얼거린 시현은 얼마 지나지 않아 세계수 근처로 올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엔.
“하압!”
“느리다.”
마법사이자 정령사인 천유리가 ‘격투술’을 배우고 있는 진귀한 장면이 펼쳐지고 있었다.
“엥?”
편한 트레이닝복을 입고 정권 찌르기와 발차기를 하고 있는 천유리라니.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광경이었다.
“하아압!”
천유리의 주먹이 오크쟌의 팔뚝에 적중되었다.
하지만 오크쟌의 피부는 맨들거렸고, 그의 근육은 상당히 단단하고 탄력 있는 상태.
천유리는 마력을 일체 사용하지 않은 채 주먹질을 하고 있었기에.
천유리의 몸은 탱탱볼처럼 튕겨 나올 뿐이었다.
퉁.
“크흑…….”
그렇게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지려는 찰나.
툭.
뒤에서 누군가가 그녀를 받쳐주었다.
“뭐 하세요?”
“……시현 씨?”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