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123)
신의 천적, 회귀하다 123화
86. 놀이공원(2)
“좋을 때다.”
시현과 천유리를 본 장도현이 피식 웃었다.
“그림체가 잘 맞네 맞아. 둘 사이에서 아이라도 나오면 되게 예쁘겠어. 뭐, 우리 희수만큼은 아니겠지만.”
시현은 몰라도 천유리는 확실히 상대에게 호감을 보이고 있었다.
유부남 8년 차‘였던’ 그는 이를 잘 알 수 있었다.
‘나도 저랬을 때가 있었는데 말이야.’
이제는 다른 곳에서 활약하고 있는 전 부인을 떠올리며.
장도현 역시 추억에 잠겼다.
주르륵.
아름다웠던 부인 생각에 저절로 눈물까지 흘리는 그였다.
‘현지는 아직 살아 있다고 했었지. 그래…… 잘 지내고 있으려나.’
자신을 배신한 플레이어, 김현을 떠올린 그가 이를 갈았다.
‘그 빌어먹을 놈이 현지 이름만 팔지 않았더라도 믿지 않았을 텐데.’
심지어 그는 실제로 전 부인이었던 김현지와 친분이 있었기에.
장도현은 그를 철석같이 믿을 수밖에 없었다.
“인간. 또 우나?”
“……냅둬라. 이놈아.”
어느새 다가온 오크쟌을 피해 눈물을 훔치며.
장도현이 애써 웃었다.
“그래도…… 이렇게 평화로운 모습을 보니 좋네.”
“저 스핀에 회전력이나 좀 더 넣어줘라. 훈련이 덜 된다.”
“……알았어.”
“……뭐. 놀이공원은 오랜만이네요.”
솜사탕을 대충 베어 물며.
시현이 웃었다.
“그러게요. 전 어렸을 때를 제외하곤 놀이공원을 안 와봐서…….”
“전 놀이공원 아르바이트를 했었어요. 1년 넘게.”
“정말요? 재앙이 터지지 않았다면 2년 동안도 할 수 있었겠네요.”
“아뇨. 2년은 할 수 없어요. 그 전에 짤리거든요.”
“…….”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현과 천유리는 조금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제 천유리는 이따금씩 시현에게 장난까지 칠 정도로 친근하게 굴기도 했다.
회귀 전에는 상상도 못 할 모습이었다.
‘회귀 전엔 몸이 아프고 언제 죽을지 몰라서 일부러 정을 안 줬던 걸까?’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정확한 건 알 수 없었다.
회귀 전의 천유리를 불러다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니.
스윽.
솜사탕을 조금 뗀 시현이 그걸 천유리의 머리 위에 올리며 웃었다.
“가발 멋지시네요.”
“정말! 방금 샴푸하고 왔는데!”
실제로 천유리는 놀이공원이 만들어지는 동안 소내섬에 있는 집에서 샤워를 하고 나왔기 때문에.
재빨리 솜사탕을 치워 버렸다.
“은근히 장난기가 많으시다니까요. 참 내.”
“크크크크. 그래서 싫어요? 제가?”
“그, 그건 아니지만…….”
보기 드물게 당황하는 천유리를 보며.
시현이 계속 장난을 쳤다.
천유리는 몰랐다.
저런 반응을 보이면 보일수록 더 장난을 치고 싶다는 것을.
볼 찌르기부터 시작해 긴 머리로 리본 묶기, 얼음 결정 이용해 서리부족 식 화장해 주기까지.
“아이 참…… 그만하라니까요.”
“에이…… 시현 씨.”
“그만해요…….”
“그만해요. 진짜.”
“야! 이시현!”
장난이 조금 과했던 것일까?
천유리의 표정이 굳고, 금은발이 휘날리기 시작했다.
“어?”
오랜만에 천유리의 몸 주변에서 냉기가 폴폴 흐르며, 주변 놀이기구가 얼어붙기 시작했다.
“자, 장난인데요?”
“거기 안 서!”
이내 강물까지 얼리며 쫓아오는 천유리를 쳐다보며.
시현이 피식 웃었다.
‘앞으론 장난도 정도껏 쳐야겠네.’
현재 랭킹 8위, 빙염화 천유리.
그녀를 진정시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 이제 충분히 놀았으니 할 일을 좀 해볼까요?”
“…….”
“알았어요. 죄송하다니까요.”
그렇게 천유리를 완전히 달래준 후.
시현이 세계수 앞에 섰다.
‘이제 수비는 탄탄해. 적어도 대재앙이 시작될 때까진.’
열여덟 번째 재앙, 블루 엘프들이 오기까지 13일.
슬슬 준비를 해야 할 때였다.
‘이제 세계수를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는 때다.’
놀이기구 겸 방어 시설인 건축물들을 헤쳐 나가며.
시현이 아직 땅에 있는 세계수의 씨앗으로 시선을 옮겼다.
“영우야. 아직도 속 안 좋냐?”
“우우우욱…….”
“……그러게 적당히 데리고 타라니까.”
“에휴. 사내놈이 이것도 못 버티냐? 이래서 날 버틸 순 있겠어?”
“내, 내가 널 왜 버텨야 해…….”
“몰라!”
팡!
“우엑!”
박나은이 볼멘소리를 하며 서영우의 등을 치자.
서영우가 어디론가 달려가더니, 본격적으로 속을 비워내기 시작했다.
‘저러면서도 박나은이 하자면 다 해준단 말이야. 서영우를 그나마 챙겨주는 것도 박나은이 유일하고.’
서영우를 본 시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시현이 없는 틈에 저 둘은 한층 더 가까워진 상태였다.
……그 방향이 좋은 방향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작은 소동이 끝나고.
스윽.
시현이 서영우를 끌고 오며 말했다.
“이제 일할 시간이다.”
“……알겠습니다. 형님.”
속을 완전히 비워낸 서영우가 어떻게 어떻게 시현의 옆으로 왔다.
“시작하자.”
스킬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육체’에 새겨져 있는 스킬과 ‘영혼’에 새겨져 있는 스킬.
시스템상으로는 구분할 수 없지만, 보통 육체에 새겨진 스킬은 ‘종족’의 영향을 받고.
영혼에 새겨진 스킬은 마력, 신성력, 마기 같은 특수 스탯의 영향을 받는다.
즉, 일반-하이 엘프의 육체를 가지고 있는 서영우는 식물을 성장시키는 힘이나 바람을 다루는 스킬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서영우의 몸은 현재 일반-하이 엘프인 엘로아.
같은 행동이나 행위를 해도 서영우가 하면 세계수의 성장률이 더더욱 상승하게 마련이었다.
‘일반 엘프’들이 가진 가장 강력한 재능은 식물을 키우고, 나무와 교감하는 것이었으니.
“시작하겠습니다.”
[스킬, ‘성장, 생장(A)’을 발동합니다.] [스킬, ‘급성장(B)’을 발동합니다.]서영우의 손에 들려 있던 ‘이그드라실의 앞사귀(SS)’가 녹아들고.
세계수의 씨앗이 ‘넥타르(??)’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세계수의 성장률이 대폭 상승합니다.] [현재 성장률: 1.23%.] [세계수가 아이템을 완전히 흡수하면 성장률이 더더욱 상승합니다.] [서브 퀘스트, [세계수 키우기>에 추가 플레이어가 편입됩니다.] [서브 퀘스트: 세계수 키우기>……
▶현재 참여한 플레이어
타락왕 이시현.
꽃감관 천태수.
빙염화 천유리.
타락구원자 서영우.
홀로그램 창을 확인한 시현이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서영우는 시현의 권속.
그가 하는 행위에서 나오는 모든 ‘공헌도’는 시현에게 그대로 들어오기 때문에.
천태수의 경우처럼 공헌도를 뺏길 염려도 없었다.
‘좋아. 이제 새로 생겨난 드라우프니르-복제품도 다시 나눠줬으니…… 남은 건 블루 엘프에 대한 대비책인가?’
블루 엘프들은 해상전의 대가들.
녀석들을 상대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대비가 필요했다.
‘좋아. 그 전에.’
시현이 드라우프니르를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이원정 아저씨…… 그리고 누나랑 삼자대면을 해야겠어.’
왕격.
지금이 시현의 누나인 ‘이시은’에게 왕의 격을 획득하도록 도와주는 데 가장 이상적인 타이밍이었다.
“이야! 이게 얼마 만이야!”
“잘 지내셨어요?”
경복궁.
하남에서 꽤 거리가 있는 곳이었지만, 시현의 이동속도가 느린 편은 아니었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 이곳으로 올 수 있었다.
“뭐.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난 것도 아닌데요. 뭘.”
“섭섭하게 말이야. 하하하.”
이원정이 시현을 반기며 어깨에 손을 올렸다.
“이번에 마력을 이용한 막걸리, 전통주들이 있는데 너에게 가장 먼저 맛보여 주고 싶었다. 자! 가자.”
“……할 말이 있어서 온 건데요?”
“먹으면서 해! 먹으면서. 금강산도 식후경이라잖아.”
“……폐하. 체통을.”
“잔소리꾼! 너도 와!”
“에휴.”
옆에서 서진희가 안경을 치켜올리며 한숨을 내뱉었다.
최근 여유가 생겨서일까?
재앙이 시작되기 전에 보였던 푼수 같은 모습을 종종 보이고는 했다.
특히 서진희 본인이나 김강태같이 ‘등을 맡길 수 있는’ 신하들 앞에선 더더욱 그러했다.
“가자고.”
그렇게 이원정의 안내(?)에 따라 도착한 곳은 으리으리한 기와집.
그 안엔 아직 쌀쌀한 날씨로부터 체온을 지켜주는 온돌과 하얀 쌀밥, 산적, 불고기, 갈비, 간장 게장, 된장찌개 등.
시현이 제일 좋아하는 고기반찬 위주의 한식이 차려져 있었다.
“한잔해.”
“감사합니다.”
시현이 이원정의 잔을 받았다.
“캬하…….”
“오…… 맛나네요?”
이원정이 빚은 술은 회귀 전에도 먹어보지 못한 술이었기에.
시현이 놀라 잔을 쳐다봤다.
어지간한 플레이어들은 이제 신체가 강해지고 알코올에 면역이 늘어나기 때문에.
도수는 상당히 강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첫맛은 달달하고, 목 넘김에 있어 불편함이 없었다.
그렇다고 무작정 단맛만 느껴지는 건 아니었다.
술 끝에는 살짝 씁쓸한 맛이 느껴져 전체적인 풍미를 잡아주었다.
이 정도면 시현이 발할라에서 훔쳐온 벌꿀 술보다 ‘살짝’ 떨어지는 맛.
‘인간 세상에선 이것도 엄청나게 훌륭한 맛인데.’
안 그래도 수많은 세계를 돌아다니며 술을 즐겼던 시현이었기에.
지금 하는 감탄은 진심이었다.
“어떻게 만드신 거예요?”
“하하하. 술맛을 아는구만!”
그렇게 시현과 이원정, 그리고 서진희는 술과 식사를 했다.
“그건 그렇고. 자네도 슬슬 장가를 가야 하지 않겠나?”
“장가는 무슨……. 뭐, 저보다 나이도 그렇게 많지 않으면서 그런 소리를 하세요?”
“후후후. 여기 있는 내 신하, 서진희 양은 어떤가? 귀엽고 예쁘고, 능력까지 있는데 말이야.”
“폐하…… 제발…….”
“…….”
농담식으로 말했지만.
이원정의 말엔 70% 정도 진심이 들어가 있었다.
물론, 서진희가 그의 딸은 아니었지만.
그녀를 시현에게 시집보냄으로써 둘 사이의 관계를 돈독히 할 수 있으면 이득이었다.
‘이런 재앙 상황에서 이시현…… 이놈만큼 믿음직한 놈이 없지.’
시현이 여태까지 해온 업적과 갖춘 세력, 현재 가지고 있는 힘 등을 생각하면.
누구나 그를 탐할 것이다.
그렇다고 시현이 누구 밑에 들어갈 그릇은 아니었기에.
이원정은 이렇게라도 시현을 손에 넣고 싶어 했다.
‘진희만 싫지 않다면 시집보내야 더 가깝게 지낼 수 있어. 다른 여자들은 신뢰하지 못하겠고 말이야.’
이원정은 불안했다.
시현과 자신이 신뢰로 이어진 사이라고는 하지만.
이를 다르게 말하면 둘 사이엔 ‘신뢰’밖에 없다는 것이었으니.
랭킹 2위, 탐욕교주 이시은은 시현의 하나뿐인 혈육이고.
랭킹 4위, 꽃감관 천태수의 딸은 시현과 가깝게 지냈다.
즉, 이원정은 시현과 특별한 ‘연결고리’가 없다는 뜻이었다.
‘그럴 순 없어.’
이런 상황에선 다른 강자들과 연을 맺거나 줄을 대야 하는 법.
‘저번에 탐욕교가 쳐들어온 것처럼 재앙과 다른 플레이어들이 한꺼번에 쳐들어올 때를 대비해 서로 도울 수 있는 관계가 필요해.’
그렇기에 이원정은 시현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고영수는 그와 앙숙이었고.
천태수는 언젠가는 그와 부딪쳐야 했으며.
이시은은 원수였으니.
이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현은 고기와 술을 들이켤 뿐이었다.
“글쎄요. 제가 가정을 이룰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모르겠다니?”
“폐하도 애인 없으시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이원정이 머쓱한 듯 뒷머리를 긁었다.
“나야 뭐, 적당한 때가 오면 혼인해야지.”
“정략결혼이군요.”
“……책임질 사람이 많으니까.”
“…….”
하지만 이원정은 몰랐다.
시현의 어깨 위엔 책임져야 할 ‘인류’ 전체가 있다는 걸.
“서진희 씨가 싫다는 건 아니고 매력도 있으신 분인데.”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아직 제가 부족하네요.”
“크흠……!”
옆에서 서진희가 헛기침을 했다.
“그래요.”
“…….”
“…….”
갑자기 싸해진 분위기에.
이원정이 술잔을 들어 올렸다.
“그래! 그래. 이런 이야긴 나중에 하자고!”
“네. 이런 이야기보다.”
마지막 갈비를 다 씹고 휴지로 입가를 닦은 후.
진지한 눈으로 변한 시현이 이원정에게 말을 꺼냈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시현의 달라진 기세를 알아차린 것일까?
서진희는 안경을 고쳐 쓰며 자신의 스킬 ‘기록(B)’을 발동시켰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