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125)
신의 천적, 회귀하다 125화
88. 블루 엘프(1)
[열여덟 번째 재앙까지 남은 시간: 6일.]그렇게 이시은을 어좌에 앉힌 후.
시현은 소내섬으로 다시 돌아와 이것저것 살피고 있었다.
이시은이 언제까지 왕의 시련을 진행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계속해 그곳에서 중재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승자는 하예라인가?’
서진희와 하예라의 협상은 하예라의 근소한 이득이었다.
그녀를 제외한 두 사도가 추가로 경비를 서게 되었으며.
배상해야 하는 포인트 액수도 상당히 깎은 상태였으니.
제아무리 서진희라 해도 산전수전 다 겪은 하예라를 이길 순 없는 노릇이었다.
‘은근히 할 게 많단 말이지.’
남은 시간 동안 시현의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우선, 그는 오크쟌을 대신해 천유리에게 몸 쓰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오크쟌은 완벽한 탱커인 데다가 강한 육체와 물리, 마법 저항을 믿고 들이박는 스타일.
요리조리 피하면서 마법을 난사해야 하는 천유리와는 맞지 않았다.
그렇다고 서영우나 박나은이 시현보다 뛰어난 몸놀림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기 때문에.
결국 그녀를 가르치는 건 시현이 적격이었다.
“끄응…… 생각보다 어렵네요.”
“주 스탯이 낮아서 그래요. 지능만 높아서.”
“그러게요. 언제 한번 올려야겠어요. 아이템을 쓰든, 스킬을 구하든지 해서요.”
운동보단 스탯을 올리는 데 집중해야겠다는 천유리의 깨달음을 보며.
시현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래. 이게 자연스러운 반응이지. 아무리 운동해 봤자 주 스탯은 오르지 않으니까.’
이는 일명, ‘시스템의 저주’라고 불리는 현상이었다.
시스템이 있기 전, 인류는 운동이라는 행위를 통해 몸을 단련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시스템과 상태창이 생겨난 후.
대부분의 인간 플레이어들은 운동을 하지 않았다.
‘할 필요가 없으니까.’
운동할 시간에 스킬이나 아이템을 얻거나, 레벨업 해서 주 스탯을 올리는 게 훨씬 효과적이고, 효율적이었다.
‘근육의 시대는 갔어.’
근육을 늘리고, 좀 더 몸에 익숙해지기 위해 운동하는 건 말 그대로 비효율적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운동이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었다.
“천유리 씨.”
“네. 시현 씨.”
“운동은 중요합니다. 지금은 아닌 것 같아 보여도요.”
“그래요?”
“네. 이런 말 하면 와닿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자신의 스탯에 맞는 최적의 몸놀림을 찾는 것도 중요하거든요.”
“최적의 몸놀림이라…….”
이해력이 빠른 천유리는 대충 시현이 무슨 말을 하는지 단번에 파악해 버렸다.
“운동을 통해 현재 주 스탯에 맞는 움직임을 찾아야 한다는 거죠?”
“네. 마수나 이종족을 때려잡으려면 헬스 같은 정적인 운동보단 대련 같은 동적인 운동이 좋겠죠.”
마법 계열 스킬은 물론.
거의 모든 무기를 다룰 줄 아는 시현의 조언이었기에 틀린 말은 아니었다.
“네. 알겠어요.”
그렇게 운동 시간이 끝나면.
천유리는 가살, 혹은 장희수와 놀아주었다.
운디네, 샐러맨더에 이어 돌봐야 하는 아이가 하나 더 생겨 부담스러울 수 있었지만.
천유리는 별 무리 없이 이들을 다루고 있었다.
오랜만에 찾아간 오영일, 오인수 쌍둥이도 각자 할 일을 잘하고 있었기에.
상황은 순조로웠다.
‘좋아. 이대로만 가면 되겠어.’
“시현 오라버니! 오세요! 같이 놀아요!”
“꾸르르르릉!(빨리 와라!)”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피식 웃은 뒤.
시현이 녀석들에게 걸어갔다.
‘잠깐은 이런 여유를 부려도 되겠지.’
[열여덟 번째 재앙이 시작됩니다.] [열여덟 번째 재앙은 ‘블루 엘프’입니다.] [메인 퀘스트, [물의 굴레>를 획득하였습니다.] [메인 퀘스트: 물의 굴레>▶목표: 제한 시간 내 해당 지역에 생겨난 모든 ‘물의 고리’ 파괴
▶보상: [물의 팔찌(C)]
▶추가 보상: 공헌도에 따라 차등 지급.
▶실패 시: 재앙이 끝나도 블루 엘프들이 돌아가지 않으며. 물의 고리는 계속해 지속됩니다.
[열여덟 번째 재앙 종료까지 남은 시간: 7일 12시간.] [현재 남은 물의 고리 수: 5]촤아아아악!
수도권 지역에 있는 인간 플레이어들에게 동시에 보이는 홀로그램 창.
어느덧 18번째 재앙이 시작됨과 동시에.
수도권 지역에 있는 모든 물에서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서울 한가운데를 가르는 한강부터 곳곳에 있는 호수까지.
그곳에서 푸른 피부와 턱 밑에 아가미를 단 블루 엘프들이 헤엄치며 모습을 드러냈다.
“가자.”
“알겠다.”
콰직!
재앙.
언제나 그렇듯 이 시퍼런 피부를 가진 엘프들도 인간에게 있어선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녀석들은 관통력이 높은 작살을 이용해 순식간에 인간들의 몸에 구멍을 냈으며.
물의 정령을 이용해 물의 흐름을 바꿨고.
여차하면 물속에 숨어 도망치거나, 기습하기도 했다.
“크흐흑…….”
“젠장, 이놈들…….”
인간 플레이어들이 재앙으로 맞이했던 해상전은 세 번째 재앙 당시에 나왔던 프로그맨이 유일했다.
그런 만큼 이들은 해상전에 익숙지 않았다.
엎친 데 겹친 격으로 이번 상대는 프로그맨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력한 이종족, 블루 엘프.
그때보다 훨씬 영악하고 강하며, 물의 흐름까지 바꿔대었으니.
이렇게 까다로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수도권의 ‘모든’ 플레이어가 해상전에 약한 건 아니었다.
“발포하라!”
인천 앞바다.
블루 엘프들이 가장 많고, 가장 강력한 개체들이 있는 이곳에서 한 여장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수도권 랭킹 5위.
풍파함대(風波艦隊) 김현지.
그녀의 목소리였다.
“물러서지 마라!”
펑! 펑!
김현지의 목소리와 함께.
그녀가 타고 있는 배, 그리고 옆에 있는 수많은 배에서 수많은 대포가 쏘아졌다.
단순한 화약으로 된 대포가 아니었다.
마력 대포.
플레이어의 마력을 동력원 삼아 발사되어 목표 지점에 닿으면 완전히 폭발해 버리는 이 대포는.
어지간한 마수는 물론, 블루 엘프 같은 강력한 이종족들도 정면으로 맞으면 온몸이 갈기갈기 찢어질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물러서라.”
“물속으로 잠입해.”
이 사실을 안 블루 엘프들은 마력 대포를 피하기 위해 바다 깊숙한 곳으로 숨었다.
‘보통 상대가 아니야.’
멀리서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블루-하이 엘프, 에호유가 혀를 끌끌 찼다.
‘세계수를 지키고 있는 지역이라 그런지 만만치 않아. 일단 물의 기운이 제일 많이 느껴지는 곳으로 왔는데. 정작 세계수가 있는 곳하고는 꽤 멀기도 하고.’
블루 엘프답지 않게 하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그의 시선은 한 군데에 고정되어 있었다.
가시가 난 듯한 거북이 모양 배 위에서 다른 배들에게 소리치며.
전장을 지휘하고 있는 여자.
‘저 여자가 우두머리다.’
그렇게 중얼거린 에호유가 두 팔을 들어 올렸다.
그 역시 하이 엘프.
어릴 적 자신의 친구들처럼 블루 엘프 중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아 꽤나 중요한 요직을 차지한 엘프였다.
“엔다이론.”
촤르르르륵!
에호유의 부름에.
작은 용의 형상을 한 물의 상급 정령, 엔다이론이 모습을 드러냈다.
-불렀는가?
“그래. 호흡 한번 맞춰보자고.”
-후후. 건방진 계약자.
“저기 거북이같이 생긴 배 있지? 저것 좀 부숴야겠어. 저게 그 말로만 듣던 ‘거북선’이라네.”
-그 옆에 있는 ‘판옥선’들은?
“어차피 우리 둘의 힘이면 알아서 쓸려 나갈 거야.”
-좋다.
촤아아아악!
그렇게 엔다이론이 바닷속으로 다이빙하듯 내려갔다.
“음…….”
두 개의 검을 찬 채 지휘를 하고 있던 김현지가 침을 삼켰다.
그녀 역시 상대의 우두머리를 보고 있었다.
‘별안간 용이 나오더니 대화를 하고 바닷속으로 숨어들었다.’
상황을 파악한 김현지가 활을 잡았다.
각궁(角弓).
영어로는 ‘컴퍼짓 보우(composite bow)’라고 불리는 이 활은 조선의 뛰어난 활이었다.
김현지의 활은 여기에 용의 뼈까지 들어가 있는 상등품.
‘지금이 기회다.’
활시위를 잡은 김현지가 정신을 집중했다.
‘장군님. 제게 힘을…….’
김현지가 계약한 신은 중급 신.
충무공(忠武公) ‘이순신’.
해상전에서는 따라올 자가 없을 정도로 뛰어난 신이며.
인간 출신 신들의 한계라고 알려져 있는 ‘하급 신’이라는 벽을 단순 무력만으로 부숴 버린 존재였다.
그런 이순신의 계약자인 만큼.
김현지가 가지고 있는 각궁의 재료엔 무려 ‘용의 뿔’이 들어가 있는 상황.
그런 만큼 아주 먼 거리까지 뛰어난 정확도로 상대를 노릴 수 있었다.
파아아앗!
정신을 집중한 지 몇 초 지나지도 않았거늘.
김현지의 손에 있던 화살이 활시위를 떠났다.
“응?”
어느덧 자신에게 날아오고 있는 화살을 본 에호유의 눈이 커졌다.
‘……빨라!’
휘익.
에호유가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젠장…… 인간 따위한테 고개를 숙이다니.’
하지만 자존심이 상한 것도 잠시.
이내 추가로 날아오는 화살에 에호유는 다시 볼품없게 몸을 구를 수밖에 없었다.
‘화살이 방금 날아왔는데 또 온다고?’
콰직!
상대가 날린 화살은 에호유가 배처럼 타고 있던 거대한 뱀, 씨-써펜트의 가죽을 뚫고 그 안으로 파고들었다.
“크워어어어어!”
씨-써펜트야 별것 아닌 마수라곤 하지만.
녀석들의 가죽은 고작 화살 따위로 뚫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바람의 정령의 힘이 없는 인간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일반 엘프들만큼 화려하게 이리저리 날아다닌다거나 수십 개씩 날아오는 건 아니지만.’
콰드드득!
‘그만큼 강력하다.’
정직한 직선으로만 날아온다곤 하지만.
인간의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강력했다.
‘젠장! 흔들리는 배 위에서 이런 위력과 정확도의 화살을 계속해 쏠 수 있다고? 인간 주제에?’
“크워어어어!”
그가 타고 있었던 씨-써펜트가 죽음을 맞이하며 쓰러졌기 때문에.
결국 에호유가 물속으로 몸을 던졌다.
계속해 날아오는 화살을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건방진 인간. 너만 한 수가 있는 게 아니다.”
그렇게 물속으로 들어간 에호유가 소리쳤다.
“엔다이론!”
-그래.
촤아아아아악!
인천 앞바다 깊숙한 곳.
엔다이론이 일으킨 물줄기와 함께 에호유가 솟아올랐다.
“……!”
그 위치는 정확히 거북선 앞.
김현지가 있는 곳이었다.
“으아아아!”
“뒤, 뒤집어진다!”
“버텨!”
제아무리 이순신의 힘을 받은 판옥선이라지만.
물의 상급 정령이 바다에서 일으키는 거대한 급류에 버틸 순 없었다.
콰드드득.
이내 판옥선 대부분이 완전히 파괴되었고.
운이 좋다면 뒤집히는 것에 그쳤다.
“푸합!”
“아가미 풀! 아가미 풀 먹어!”
플레이어들은 아이템을 사용하며 끝까지 버텼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김현지의 등줄기엔 식은땀이 흘렀다.
“……빌어먹을.”
단언컨대 지금 이 순간이 ‘재앙’이 벌어지고 난 후 가장 큰 위기였다.
-간다.
촤아아악!
별안간 생겨난 용 형태의 상급 정령, 엔다이론이 일으키는 물줄기에.
거북선마저 위태롭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닻부터 내려라!”
“네!”
배를 몰고 있는 김현지의 말에 플레이어들이 재빨리 움직였다.
그리고 김현지는.
“와라.”
“건방지긴.”
각궁을 등에 멘 채, 허리에 있던 두 개의 환도(環刀)를 빼어 들었다.
“좋은 검이구나.”
에호유의 말은 맞았다.
저 두 개의 환도, 이순신의 쌍룡검(雙龍劍)은 용의 힘이 깃들어 있는 아이템.
[스킬, ‘칼의 노래(A)’를 발동합니다.] [아이템, ‘쌍룡검(S)’이 승리를 울부짖습니다.] [특성, ‘불멸의 장군(A)’ 효과로 인해 모든 효과가 증폭됩니다.]사아아아아!
주변 해류가 양쪽 환도에 감기며.
김현지가 용의 형상을 한 엔다이론에게 달려들었다.
“죽어!”
“풉.”
그 모습을 본 에호유가 웃었다.
“그 정도로 되겠어?”
그 모습을 본 김현지가 눈을 빛냈다.
그러곤.
서걱.
이내 에호유와 엔다이론의 몸에 두 개의 실선이 그어졌다.
“어림도 없다!”
그 공격을 피한 에호유가 소리쳤다.
하지만.
[훌륭합니다! ‘물의 고리’를 파괴하였습니다.]“이런…….”
애초에 김현지의 목표는 에호유가 아닌 물의 고리.
저 빌어먹을 ‘게이트’를 파괴함으로써 더 이상 추가 병력이 오는 걸 방지하는 것이었다.
“그래. 한 방은 있네. 그런데 말이야.”
지이잉.
“방금 그 일격으로 힘을 다 써버렸지 아마?”
이윽고 에호유의 눈에서 푸른 안광이 뿜어져 나왔다.
[스킬, ‘정신 지배(S)’를 발동합니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