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126)
신의 천적, 회귀하다 126화
88. 블루 엘프(2)
“다들 육지로 가!”
“네!”
[아이템, ‘아스트라페(A)’가 변형됩니다.] [스킬, ‘라이트닝 티어(S)’를 발동합니다.]번쩍!
금빛과 검은빛이 한데 뒤섞인 창 형태의 벼락.
그것들이 소내섬 주변 강가에 내리꽂혔다.
파지지지직!
“크아아악!”
“커헉……!”
이미 이곳에 인간 플레이어는 없는 상태.
단순히 시현이 왼손을 하늘로 뻗는 것만으로도.
강 안에 있던 블루 엘프들은 전부 감전되어 버렸다.
“시, 신의 힘이다!”
“이, 이럴 수가…….”
손짓 한 번에 완전히 감전되는 동료들을 보며.
블루 엘프들의 표정이 굳었다.
‘지원이 필요하다.’
‘번개 속성 저항도 필요해.’
‘에호유…… 에호유 님이 오셔야 해.’
블루 엘프들은 최대한 소극적으로 강가 아래에 숨어 있었다.
‘그래도 물의 고리가 강 깊숙한 곳에 있으니 여기까진 올 수 없을 거야.’
‘그래. 여기는 깊숙하니까. 저 빌어먹을 벼락도 닿지 않겠지.’
수도권 지역에 생긴 5개의 물의 고리.
그중 하나는 ‘인천’ 앞바다에 생성되었고.
나머지 4개는 전부 다 이곳, 소내섬 주변 한강에 생성되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레드, 다크 엘프들이 목숨 걸고 찾아낸 정보.
특히, 다크-하이 엘프 ‘다콘’의 활약 덕분에 또 다른 세계수의 행방을 찾았기 때문이었다.
츠즈즈즉.
물의 고리가 무려 4개나 있는 만큼 이곳엔 수많은 블루 엘프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아직 나가면 안 된다.’
‘그래, 많은 수가 모이면 한 번에 나가자. 그럼 벼락으로 된 창으로 우릴 전부 죽일 순 없겠지.’
‘좋아.’
그렇게 동족들이 어느 정도 모이길 기다리며.
블루 엘프들이 숨죽여 때를 기다렸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블루 엘프들은 삼삼오오 모여 지난 전투를 복기했다.
‘분명 유리했어.’
메인 퀘스트가 시작되고 2시간 정도.
블루 엘프들은 분명 유리했다.
상대 인간들이 수중전에 익숙하지 않은 점을 살려.
블루 엘프들은 그들을 위협했다.
‘스파르토이…… 그러니까 용아병과 우리가 노예로 삼았던 벌레들이 있는 건 확인했다.’
‘그래. 그 전까진 할 만했다. 스파르토이와 벌레들은 세계수가 있는 섬이 아니라 일반적인 플레이어와 건물을 지키는 데에만 집중했으니.’
‘맞다. 녀석들은 그것들을 지키는 데 급급했지.’
‘프레데터의 정복자 오크쟌과 용도를 알 수 없는 장치들.’
‘그래. 그 두 개만으로 전부 막았지.’
그래도 상황은 긍정적이었다.
제아무리 오크쟌이라 할지라도 혼자의 몸으로, 물에서 블루 엘프들을 전부 감당할 순 없었기 때문이었다.
‘놀이기구’라 불리는 장치들도 수많은 블루 엘프들을 막아내는 데엔 한계가 있었으니까.
블루 엘프들은 자신들이 죽든지 말든지 놀이기구 틈을 파고들었고.
그 결과 ‘거의 다 뚫을 수’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타락왕, 이시현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놀이기구들은 정면으로 뚫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타락왕과 저 수비 장치들이 같이 있으면 절대 뚫을 수 없어. 우회하는 건 꿈도 꿀 수 없고.’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있는 거 아니냐. 다음 계획을 모색하려고.’
‘……그렇지.’
‘그때까지 물의 고리를 지켜야 한다. 높으신 분, 에호유 님께서 오시면 저것도 별거 없어.’
누군가의 말에 블루 엘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들이 모시는 ‘높으신 분’, 즉 하이 엘프가 온다면 제아무리 타락왕이라도 힘을 못 쓸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은 살아 있는 생명체, 특히 인간들에게 더 잘 먹히는 능력이었으니.
‘좋아. 그럼 이대로…….’
스스슥.
그렇게 블루 엘프들이 하나둘 강 밑에서 대기하고 있을 때.
어딘지 모를 곳에서 한기가 느껴졌다.
‘……이건?’
‘젠장! 함정이다!’
피부에 느껴지는 한기가 보통이 아니었기에.
블루 엘프들은 재빨리 전투 태세를 갖췄다.
[아쿠아 애로우(E)] [아쿠아 스피어(C)] [물의 흐름(B)] [급류(A)]블루 엘프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강가의 물살을 마구 회전시켰다.
원래 흐르는 물은 잘 얼지 않는 법.
이렇게 물을 순환시켜야 자신들이 바깥으로 나갈 때까지 얼지 않을 수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지금 이대로 가만히 있다간 4개나 되는 물의 고리들이 한 번에 박살 날 판.
이렇게 가만히 있다 허무하게 물의 고리들이 박살 나고 자신들이 얼어붙느니.
빨리 밖으로 나가 대비하는 게 훨씬 나았다.
‘나갈 놈들은 나가라!’
‘우린 여기서 물을 순환시키며 고리를 지키겠다.’
상대가 얼음 계열 마법을 사용한다고 해도.
블루 엘프들은 낙담하지 않았다.
애초에 ‘얼음’ 속성을 다룰 수 있는 마법사가 극히 드물다는 게 그 이유였다.
‘우리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내에서 얼음을 주력으로 사용하는 플레이어는 50명 안팎.’
‘그 녀석들이 전부 모여도 강 전체와 빠르게 순환하는 물의 고리를 다 얼릴 순 없다.’
그렇게 블루 엘프들 몇몇이 재빨리 물 밖으로 나왔다.
촤악!
그렇게 정령과 마법으로 물 밖으로 나온 순간.
“월척이군.”
콰아아아아앙!
누군가의 망치질에 블루 엘프 한 명의 머리가 터져 나갔다.
“저, 정복자!”
“오크쟌!”
“대기하고 있던 건가!”
오크쟌은 오리배 천장에 탑승한 채 바깥으로 나오는 블루 엘프들의 머리를 터뜨리고 있었다.
콰아아아앙!
원 샷 원 킬.
오크쟌이 망치를 한 번 휘두를 때마다.
블루 엘프 하나의 머리가 터져 나갔다.
블루 엘프들이 어디서 나오든 상관없었다.
장도현이 조종하는 오리배가 오크쟌의 디딤돌 역할을 충분히 해주었을뿐더러.
‘찬란한 충갑(SS)’에서 생겨난 붉은 곤충 날개가 있었으니까.
‘짧은 시간이지만 오크쟌은 날 수도 있고 강 사이사이에 있는 디딤돌이 확실히 많아.’
오크쟌의 활약을 지켜본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나도 질 순 없지.”
소내섬 위에 앉은 시현이 왼손을 휘젓자.
[아이템, ‘아스트라페(A)’가 변형됩니다.]번쩍!
수많은 창으로 변한 아스트라페가 블루 엘프들에게 쏘아져 나갔다.
파지지직!
“크아아악!”
“으헉!”
오크쟌의 탱킹을 믿은 시현은 녀석이 감전되든지 말든지 계속해 아스트라페를 날렸다.
“으으으…….”
아스트라페에 관통당한 블루 엘프들은 즉사.
그 근처에 있던 블루 엘프들은 물을 타고 퍼지는 벼락에 감전되어 침을 질질 흘렸다.
그리고 그렇게 가만히 있는 블루 엘프들에겐.
부우우웅!
하얀 불꽃이 휘감겨 있는 망치가 적중했다.
“흐으음…….”
블루 엘프들의 몸이 뚫리고, 감전되며 머리가 터지고 있었다.
다소 그로테스크한 장면에 천유리가 눈살을 찌푸렸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자신이 할 일에 집중했다.
[아이스 필드(A)]이제는 천유리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되어버린 스킬, ‘아이스 필드(A)’가 계속해 펼쳐졌다.
츠즈즈즉.
천유리의 머리 위로 씨앗이 발아하더니 이내 성장해 꽃을 피워냈다.
장미.
얼음으로 된 장미 한 송이였다.
“마력은 잘 가고 있어?”
“네.”
어느새 말을 놓게 된 박나은이 계속해 천유리에게 마력을 주입하고, 증폭시켜 주고 있었다.
박나은이 계약한 신, 메데이아의 황금 양털 효과 덕분이었다.
츠즈즈즈즉!
첫 번째 대재앙 때 빅 프로그와 바실리스크를 상대로, 수많은 마법사들의 마력을 흡수해 스킬을 발동시켰듯.
이번에도 천유리는 엄청난 마력으로 강 전체를 얼리고 있었다.
[마력이 증폭됩니다!] [스킬, ‘아이스 필드(A)’의 위력이 강해지며, 추가 효과가 부여됩니다.] [스킬, ‘아이스 필드(A)’를 발동하는 데 필요한 수식이 추가로 주어집니다.]마법사 클래스들은 같은 마법을 사용하더라도 위력이 증폭되면 추가로 ‘마법 수식’을 풀어내야만 했다.
주로 기하와 벡터, 미적분으로 되어 있는 마법 수식들은 평범한 인간들이라면 풀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난해해져 갔지만.
천유리의 뇌는 이를 전부 따라잡으며 풀어내고 있었다.
회귀 전 ‘빙화여제’라는 이명을 얻었던 천유리.
원래도 대한민국 최고 의대에 합격할 정도로 머리가 좋았던 그녀는.
높아진 지능 스탯과 반복된 행동.
거기에 마법사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수식 풀이’ 스킬을 E에서 C등급까지 올린 덕분에.
A등급 스킬의 추가 연산, 수식 풀이 등은 무리 없이 해낼 수 있었다.
‘대단하긴 하단 말이야.’
이제는 곤충인간이 된 박나은이 감탄하며 천유리의 뒷모습을 쳐다봤다.
‘마력을 부여받는 와중에도 계속해 수식을 풀어대다니…… 평범한 플레이어라면 뇌가 터져 버렸을 텐데 말이야.’
공학도 출신인 박나은도 어려워하는 마법 수식 풀이를 저렇게 간단히 해버리다니.
역시 범상치 않았다.
‘천재……란 건가? 마법사도 머리 나쁘면 못 해먹는다니까.’
물론 박나은은 마법 전투보단 ‘제작’ 쪽에 몰빵한 상태였지만.
그렇다 해도 저런 천유리의 연산 속도는 가히 괴물 같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츠즈즈즈즉!
그렇게 박나은이 천유리의 실력에 감탄하고.
소내섬 주변이 완전히 얼어붙고 있을 때.
-찾았어요. 언니.
자신을 언니라 부르며 잘 따라주는 운디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쪽이에요.
강 안에 있던 운디네의 기운을 따라 천유리가 ‘아이스 필드(A)’의 냉기를 집중시켰다.
[스킬, ‘아이스 필드(A)’의 냉기가 집중됩니다.] [스킬, ‘얼음꽃(S)’을 발동합니다.]스스스스!
극저온의 냉기가 집중된 곳에 사용할 수 있는 S급 스킬, 얼음꽃.
복잡한 연산을 끝나친 천유리가 이 스킬을 발동시킨 그 순간.
쩌어억!
소내섬 안에 있던 물의 고리 중 하나가 얼어붙더니, 거대한 장미가 피어났다.
‘이건……?’
‘얼음으로 된 장미?’
‘……젠장!’
그 주변에 있던 모든 물은 물론, 블루 엘프들까지 얼어붙었다.
블루 엘프 마법사들이 아무리 마력을 모아 저항하려 해봐도 소용없었다.
가장 차갑게 피어오른 장미는.
주변 모든 것을 집어삼켜 자신의 영양분이 될 뿐이었다.
쿵!
‘지금이다. 천유리가 해냈어.’
멀리 있음에도 느껴지는 냉기에.
시현의 눈이 빛났다.
[아이템, ‘천총운검(C)’이 핏빛 폭풍을 일으킵니다.] [아이템, ‘아스트라페(A)’가 스며듭니다.]후우우웅!
시현의 천총운검에 벼락과 핏빛 폭풍이 모여들었다.
후웅.
천총운검을 양손으로 잡은 시현이 허공으로 뛰어오르더니.
서걱.
천유리가 생성한 얼음꽃을 베어버렸다.
[훌륭합니다! ‘물의 고리’를 파괴하였습니다.]‘……!’
‘이런…….’
물속에 있던 블루 엘프들이 경악했다.
그러곤 깨달았다.
상대는 진정한 강자.
지금 이렇게 여유 부릴 때가 아니었다.
‘어쩔 수 없다. 그 작전을 실행한다.’
‘……동의한다.’
‘상대가 생각보다 너무 강해.’
‘그럼……!’
후우우우웅!
[경고! ‘물의 고리’가 모여듭니다.]블루 엘프들이 마력을 합치니.
나머지 세 개의 물의 고리가 한 번에 합쳐지기 시작했다.
“시현 씨!”
제일 먼저 이를 눈치챈 천유리가 소리쳤다.
“물의 고리가 합쳐져요!”
“다들 모여!”
시현의 고함에 천유리와 박나은, 그리고 오크쟌이 시현에게 모여들었다.
후우우우웅!
아니나 다를까.
시현이 소리친 그 순간 소내섬 정면에 엄청난 물의 소용돌이가 생겨났다.
츠즈즉.
옆에서 느껴지는 냉기에.
시현이 조용히 천유리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시현 씨?”
“괜한 짓 안 하셔도 됩니다. 어차피 저건 못 막아요.”
시현의 말에 천유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저 소용돌이는 심상치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제 하이 엘프가 올 겁니다. 그때를 위해 대비해야죠.”
천유리는 마력을 순환시키며 안정시키기 시작했다.
언제 어디서든 마력을 사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오크쟌은 이미 몸이 다 풀린 듯 금방이라도 뛰어나갈 자세를 하고 있었고.
박나은은 황금 양털을 매만졌다.
“시현 님!”
“네.”
저 멀리 놀이기구들을 조종하던 장도현도 재빨리 달려왔다.
“이게 무슨……?”
“여태까지 그랬던 것처럼 수비해 주시면 됩니다.”
“아, 알겠습니다.”
[경고! ‘물의 고리’에서 강력한 마력이 느껴집니다.]쿵!
세 개의 물의 고리가 합쳐진 곳에서 나온 건 수많은 배들이었다.
‘배?’
예상치 못한 상황에.
시현이 눈살을 찌푸렸다.
‘……수많은 판옥선과 거북선. 잠깐 설마 이거?’
물의 고리에서 나오는 건 블루 엘프들만이 아니었다.
“으으으…….”
수많은 배들 사이에서.
시현의 눈에 누군가가 들어왔다.
“…….”
아니나 다를까.
상대는 ‘정신 지배’를 당한 랭킹 5위, 풍파함대 김현지였다.
‘……에호유에게 당한 건가.’
그 모습을 본 시현이 재빨리 고개를 돌려 장도현을 쳐다봤다.
‘좋지 않아. 이건 정말로 좋지 않아.’
시현의 시선을 느낄 틈도 없이.
장도현은 멍하니 중얼거릴 뿐이었다.
“……희수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