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128)
신의 천적, 회귀하다 128화
89. 하이 엘프 에호유
콰드드득!
“아아아…… 아아아!”
검붉은 촉수가 인간들을 휘감아 끌어내렸다.
다소 끔찍한 광경일 순 있지만.
일단 키비시스 안에 가둔 다음에 정신 지배를 차차 풀어나가는 게 효율적이었으니.
시현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이 일을 처리했다.
“……젠장. 설마하니 동족을 가차 없이 먹어버릴 줄이야.”
에호유의 입장에선 시현이 촉수를 이용해 피아(彼我)를 가리지 않고 싹 다 죽여 버리는 걸로 보일 뿐이었다.
‘생각보다 냉정하고…… 가차 없는 놈이다. 다콘을 살려 보냈기에 인정이 있는 놈인 줄 알았는데.’
상황이 좋지 않았다.
가장 강력한 플레이어인 김현지를 제외한 인간 플레이어들은 대부분 제압당했으며.
하늘에 그려진 육망성 때문에 엔다이론도 제대로 힘을 쓰지도 못하고 있었다.
“흐음…….”
잠시 상황을 바라보던 에호유가 여유롭게 팔짱을 꼈다.
애초에 그의 목적은 세계수를 빼앗는 게 아니었다.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어가는 것.
그뿐이었다.
그렇기에 김현지를 죽이지 않고 세뇌시켜 녀석들에게 던져놓은 것 아니었던가?
‘어떻게 한담.’
하지만 물러설 정도로 상황이 안 좋은 건 아니었기에.
그는 살짝 고민에 빠졌다.
‘이대로 더 밀어붙이면 여기를 초토화시킬 수도 있겠어. 하지만 그러면 우리 쪽의 피해도 커질 텐데. 자칫 잘못하다 세계수에 손상이라도 가면 부담스럽고.’
그렇게 에호유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을 때.
스윽.
그의 뒤로 누군가 다가왔다.
“……!”
기척을 전혀 느끼지 못했기에.
에호유가 화들짝 놀라며 마법을 전개했다.
순식간에 생겨나는 물 화살과 창들.
“여전히 빠르네.”
그 모습을 본 한 사내가 피식 웃었다.
“……누구냐. 얼굴을 드러내라.”
“나야. 친구.”
검은 깃털이 달린 로브를 내리자.
그 모습이 드러났다.
“……엘로아? 너 엘로아냐?”
“어. 나야.”
“녀석!”
그를 본 에호유가 덥석 끌어안았다.
“이 새끼! 살아 있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누구한테?”
“다콘이지! 걔가 널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알아? 다른 애들도 마찬가지고. 근데…….”
“알아.”
엘로아, 아니, 그 안에 있는 서영우가 고개를 저었다.
“렐리온과 롤로는 당했어. 저 빌어먹을 타락왕에게 말이야.”
“……알고 있었구나.”
오랜만에 친구를 봐서일까?
에호유는 기쁜 듯하면서도, 마냥 기뻐할 순 없었다.
같은 하이 엘프 친구들 중 둘이 이미 당했고.
하나는 간신히 목숨만 부지한 채 온 상태.
‘감히’ 높은 자신들을 건드린 저 타락왕, 이시현을 가만히 놔둘 순 없었다.
“너까지 왔으니 힘을 합치면 돼.”
에호유의 눈이 빛났다.
“내가 저 인간에게 정신 지배를 걸 테니 보조해 줘. 네 궁술 실력이면 충분할 거야.”
어딘지 모르게 많이 변해 있는 상태였지만.
에호유는 그를 믿었다.
하이 엘프 엘로아.
‘활’에 관한 그의 명성은 엘프들 사이에서도 굉장히 유명했으니까.
“우리 둘이면 충분해. 저 인간을 지배시킨 다음, 세계수를 얻고 고통스럽게 죽여 버리자. 감히 우리 친구들을 죽인 대가를 치르게 해야지.”
“아니.”
에호유의 말에.
엘로아, 서영우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그냥 가.”
“가라고? 그게 무슨…….”
“나에게 계획이 있어.”
서영우의 입에서 수많은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내가 목각 인형에 갇혀 있었던 건 알지?”
“알지. 장로회 명령을 어기고 세계수의 잎을 일반 엘프들에게 나눠줬다가…….”
“우연한 계기에 난 목각 인형에서 나올 수 있었어. 멍청한 쥬레이 놈 덕분이었지. 그 이후로 저 인간하고 지내며 약점을 파악했어.”
“……저 인간하고 지냈다고? 그럼 렐리온과 롤로는?”
“내가 개입하기 전에 죽어버려서 어쩔 수 없었어.”
그 말을 들은 에호유의 표정이 일그러진 것도 잠시.
이내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일부러 보고만 있을 성격은 아니지. 엘로아가.’
그에 대한 신뢰가 상당했기에.
에호유는 서영우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있었다.
“저 녀석의 약점은 네 말대로 ‘정신 공격’이 맞아. 하지만 지금은 옆에 오크쟌이 있어 쉽지 않을 거야. 오크쟌이 있는 한 정신 공격에 당해도 육체적으로 이기기 힘드니까.”
“그래. 확실히…… 오크쟌은 이기기 힘들겠지.”
“이제 두 번만 더 있으면 대재앙이지? 그때 와. 내가 함정을 준비하고 있을 테니.”
서영우의 말을 들은 에호유가 잠시 눈살을 찌푸렸다.
‘그래. 어차피 이 병력으로 저것들을 뚫어버리는 건 무리야. 그렇다면 대재앙 때 제대로 일을 치르는 게 나아.’
“너도 같이 가자.”
에호유가 엘로아에게 말했다.
“나에겐 세계수의 잎이 있어. 이걸로 넌 돌아와. 난 이번 재앙이 끝나면 시스템에 의해 알아서 돌아갈 수 있으니까.”
“아니. 난 괜찮아. 너부터 돌아가.”
씨익.
“이곳에 남아 저놈을 감시하고, 정보를 더 알아내야 하니까.”
“후우…… 알았어.”
그 말을 마지막으로 에호유가 세계수의 잎을 들어 올렸다.
“……그래도 이대로 그냥 가기엔 짜증 난단 말이야. 엿이라도 한 번 먹여야겠어.”
“그게 무슨?”
파앗!
서영우가 말릴 틈도 없이.
에호유가 손가락을 튕겼다.
[모든 플레이어들의 ‘정신 지배’가 풀립니다.] [경고! 대신 모든 마력이 풍파함대, ‘김현지’에게 집중됩니다.]-김현지. 어떻게든 장도현을 죽이고 저 방어 시설을 무력화시켜라.
그렇게 마지막 명령을 내린 뒤.
에호유가 세계수의 잎을 찢었다.
“엘로아. 나중에 보자.”
파앗!
이내 녀석의 몸이 완전히 사라진 후.
엘로아-서영우의 표정이 휴지 조각처럼 구겨졌다.
“이 개X끼가 가려면 곱게 갈 것이지 똥을 처뿌리고 가네.”
스으윽.
“일단 형님이 말해놓으신 대로 떡밥은 뿌렸으니까…… 다른 녀석들이나 도우러 가야겠어.”
“어?”
“여긴 어디지?”
“……강? 바다가 아닌데?”
에호유의 정신 지배에 당했던 플레이어들이 하나둘 정신을 차렸다.
“크흐흑…….”
그렇게 사람들이 제정신을 차렸을 때.
“뭘 가만히 있어? 빨리빨리 블루 엘프들 잡아!”
저 멀리서 서영우가 로브를 쓴 채 달려오며 외쳤다.
[윈드 스프레드(C)]서영우의 양손에서 바람이 일며, 검은 구름이 퍼져 나갔다.
후우우웅!
이내 검은 구름에 노출된 플레이어들이 정신을 차렸다.
서영우가 ‘블랙 포그(S)’를 이용해 정신에 살짝 자극을 준 덕분이었다.
“……참 나. 진작 올 것이지.”
전장에서 활약하는 서영우의 모습을 보며.
박나은이 웃었다.
“주인님. 계획했던 대로 다 처리했습니다.”
“좋아.”
끄드득.
[아이템, ‘밤의 장막(C)’이 물러납니다.] [아이템, ‘키비시스(A)’가 눈을 감습니다.]‘쉽지 않네.’
시현이 땀을 닦으며 주저앉았다.
온몸의 근육과 장기가 뒤틀리는 느낌.
속도 좋지 않은 듯 시종일관 구역질이 났다.
“사망자랑 부상자 파악해. 바로 키비시스를 이용해 기존 플레이어들도 꺼낼 테니까.”
“네.”
[아이템, ‘키비시스(A)’가 피어납니다.]제아무리 시현이라도 수백에 달하는 사람들을 제압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타락한 영광의 촉수들 중 일부를 직접 컨트롤 하기도 했고.
많은 신의 아이템을 동시에 다루니 정신력도 소모되었다.
이전엔 이렇게 광범위한 지역을 다룬 적이 없었기에.
시현으로서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발록을 흡수하고 얻은 타락한 영광의 특수 효과 [마기 순환>이 아니었다면.
시현이 회귀를 하지 않아 경험이 부족했거나, 정신력이 조금 부족했다면.
몸이 버티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시현 씨!”
재빨리 다가온 천유리가 시현에게 냉기를 순환시켜 주었다.
현재 시현은 과한 마기를 운용한 덕분에 온몸이 뜨거워진 상태.
재빠르게 이를 식혀줄 필요가 있었다.
과연 천재 마법사라 불리는 천유리는 순식간에 시현의 마기 회로를 찾아 이를 식혀주었다.
“고마워요.”
“별말씀을…….”
키비시스의 [분출> 특수 효과로 포션을 섭취해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기에.
천유리의 도움은 아주 큰 힘이 되었다.
“이제 다 끝난 건가요?”
그렇게 마기 회로와 육체를 안정시키고 있을 때.
시현이 물었다.
그리고 천유리는 고개를 저었다.
“블루 엘프들은 정리되고 있어요. 거의 다 됐고요. 물의 고리는 제가 틈틈이 위치를 파악해 전부 파괴했어요.”
“……그럼 천유리 씨도 마력 소모가 상당하셨을 텐데요?”
“키비시스가 도와줬죠. 아무튼.”
천유리의 시선이 소내섬 어딘가로 향했다.
“저쪽이 걱정이네요.”
“으아아아아!”
후우우우웅!
쾅!
풍파함대 김현지.
그녀의 주변으로 물이 소용돌이치고, 실선이 그어졌다.
서걱.
두 마리의 용 표식이 새겨진 쌍룡검이 빛을 발했다.
‘그나마 다행이라 해야 하나?’
정면에서 이에 맞서는 장도현이 이를 악물었다.
‘현지의 스킬이 그렇게 위협적이진 않아.’
장도현도 닳고 닳은 플레이어였기에.
상대의 스킬, ‘칼의 노래(S)’가 제대로 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알 수 있었다.
‘오크쟌은 다른 사람들을 구하고 블루 엘프들을 죽이러 뛰어든 상태.’
으드득.
‘내가…… 내가 해야 해.’
후우웅!
에호유가 발휘했던 ‘정신 지배’의 효과를 홀로 온전히 받고 있는 탓에.
김현지는 이성을 잃은 채 장도현에게 계속해 검을 휘둘렀다.
‘그나마 다행이야.’
난중일기의 구절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고.
거북선을 사용하지 못해 진정한 해상전을 사용할 수도 없었다.
블루-하이 엘프들의 특기인 ‘정신 지배’ 스킬은 상대의 이성을 잃게 한 뒤 조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 지속 시간이 3일 정도로 굉장히 짧고, 정신을 지배시킨 대상의 힘을 온전히 끌어낼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김현지의 힘은 강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장도현은 전 부인이자, 희수의 얼굴이 떠오르는 김현지에게 거칠게 대할 정도로 모질지 못했다.
오죽했으면 ‘통곡’광대라는 이명이 붙었겠는가?
“크흑……!”
쌍룡검이 마스코트 하나의 가슴팍을 벰과 동시에 장도현의 팔을 스쳤다.
절대신인 ‘스사노오’급은 아니었지만.
쌍룡검 또한 상당한 물리, 마법 저항 관통력을 지닌 아이템.
검이 ‘두 개’라는 점에서 변화무쌍한 검로를 지니고 있기도 했고.
연계가 끊이지 않기도 했다.
사아아아!
쌍룡검 하나가 머리를 노리고.
하나는 하단을 노리며 장도현을 압박해 왔다.
하지만.
“화려한 건 너뿐만이 아니라고!”
촤르르륵.
장도현의 얼굴 위로 하얀 광대 가면이 덧씌워졌다.
그 주변에 작은 단검이 생성되어 김현지에게 쇄도했다.
“……!”
김현지는 뛰어난 반사신경으로 단검을 모두 쳐냈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퍼퍼펑!
단검에서 흩뿌려진 폭죽들이 김현지 주변에서 터졌고.
그 충격으로 김현지가 몸을 비틀거렸다.
그리고 그 순간.
부우웅.
김현지의 발밑에서 거대한 공 하나가 튀어 올랐다.
“어어어…….”
김현지가 중심을 잃고 볼품없이 쓰러진 그 순간.
‘지금이다!’
장도현이 눈을 빛내며 모든 힘을 내뿜었다.
드르르륵!
이내 머리 위에서 소환된 청룡열차가 굉음을 내며 김현지의 몸을 덮쳤고.
범퍼카 여럿이 그녀를 여기저기서 때렸다.
“크흑…….”
하지만 장도현의 상태도 좋지 않았다.
우선 마력을 너무 많이 사용했으며, 김현지의 검에 당한 상처도 치료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왜 이리 강해?’
이렇게 온 힘을 쏟아부었음에도.
김현지는 기어코 장애물들을 베고 장도현에게 도달하고 있었다.
상대를 완벽히 제압하려면 무언가 대가로 치러야 했다.
‘어쩔 수 없어. 이대론 안 돼.’
그렇게 중얼거린 장도현의 눈빛이 변했다.
“흐읍!”
이내 장도현이 스스로 빈틈을 만들었다.
번뜩.
뛰어난 무인이지만 ‘이성’이 없는 김현지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고.
그대로 장도현의 팔을 베었다.
“크흑…….”
그리고 그 순간.
‘미안해, 현지야.’
콰아앙!
장도현이 자이로드롭 하나를 소환해 김현지를 찍어 눌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