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129)
신의 천적, 회귀하다 129화
90. 물의 고리
“와 부부 싸움 한번 살벌하네.”
“우리 오크에 비하면 싸우는 것도 아니다.”
“뭔 소리야?”
“우리 오크는 갈등이 있으면 신성한 전투를 통해 해결하지. 부부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미친. 주먹질을 한다고?”
“주먹질이라니? 내 주 무기는 해머다.”
오크 놈들이 전투에 미친 무식한 종족이란 건 진작 알고 있었지만.
부부간에도 주먹질, 아니, 무기질을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난 그게 대련인 줄 알았지.’
회귀 전 오크들을 떠올린 시현이 고개를 저었다.
“허억…… 허억…….”
어쨌거나, 상황은 종료되었다.
장도현은 김현지를 완전히 제압한 상태.
물론 김현지는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몸을 비틀거리고 있었지만.
“으아아아아!”
박나은이 스파르토이와 몸으로 제압하고, 서영우가 블랙 포그를 이용해 정신에 접속하고 있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정신을 차릴 것이다.
시현이 괜히 저 둘을 권속으로 택한 게 아니었으니.
“……후우.”
그 모습을 본 장도현이 못 견디겠다는 듯 품 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아이템, ‘키비시스(A)’가 포션을 분출합니다.]이윽고 시현이 키비시스로 포션을 분출해 장도현에게 난 상처를 치유해 주었다.
팔이 베여 너덜너덜하긴 했지만 아직은 붙어 있는 상태.
포션으로 생명력을 채우고, 조금만 쉬어준다면 제대로 치유될 것이다.
‘이래서 전문 힐러가 필요한 건데.’
전문 힐러가 있었다면 저런 상처쯤이야 스킬 몇 개로 치유할 수 있었기에.
시현이 입맛을 다셨다.
‘힐러가 귀하긴 하단 말이야.’
“아. 시현 씨.”
갑작스레 포션을 날리며 나타난 시현의 모습에.
장도현이 황급히 담뱃불을 끄고 인사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로요.”
“저야 뭐, 한 일도 없는걸요.”
“……알고 있습니다. 시현 씨가 이 많은 사람들을 구해줬다는 걸. 물론 제 사람은 아니지만 제 전 와이프의 사람들 아닙니까.”
“…….”
“이렇게 말하니까 되게 이상하네요. 하하하.”
애써 웃고 있는 장도현의 눈에선 눈물이 흘러내렸다.
“죄송합니다. 또 주책을…….”
“그래도 다행입니다.”
“다행이라뇨?”
“부인, 아니, 전 부인분도 다행히 크게 다친 곳은 없고. 무엇보다 희수가 이 사실을 모르지 않습니까?”
“그건 확실히 다, 다행입니다.”
크흐으으응!
그렇게 말하면서도 장도현은 어디서 나왔는지 모를 휴지로 코를 풀었다.
“현지는 괜찮을까요?”
“괜찮을 겁니다. 제가 보증하죠.”
“시현 씨 말이라면 믿어야죠.”
그 말을 들은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사용하는 힘은 악마의 것 같긴 하지만.’
그런 시현을 보며.
장도현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분은 영웅이야. 영웅…….’
일은 일사천리로 흘러갔다.
플레이어들은 오크쟌을 필두로 합심해 블루 엘프들을 모조리 사냥해 버렸다.
어느새 몰려든 스파르토이와 타락군단이 블루 엘프들을 물리치는 데 도움을 주었기에.
상황은 빠르게 정리될 수 있었다.
천유리가 물의 고리를 모조리 부숴 버린 덕분에 소내섬 주변엔 물의 고리도 없는 상황.
더 이상 블루 엘프는 나오지 않았기에, 이곳은 빠르게 안정되었다.
“허억…….”
“가, 감사합니다!”
얼떨결에 정신 지배에 풀려 블루 엘프와 싸운 인천 플레이어들은 연신 감사의 인사만 하고 있었다.
아무리 세뇌당했다고는 하나 이들은 같은 인간에게 칼을 들이댄 플레이어들.
그런 자신들을 아무렇지 않다는 듯 구해주고, 주변 시설로 이송해 회복시켜 주니 감동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었다.
“……빌어먹을.”
주변 환경을 본 건축가, 오인수가 혀를 끌끌 찼다.
“이거 언제 다 다시 짓냐? 빌어먹을 엘프 새끼들.”
“뭐. 그래도 예상 범주 안이라 다행이네.”
“지금 대장간은 지하에 있어서 피해 없다고 자랑하는 거냐?”
“대피소로 쓰이는 신성한 곳이 무너졌으면 좋겠다는 거냐?”
“……그건 아니지만. 몰라! 재건 도와줄 거 아니면 말도 꺼내지 마!”
“도와줄 거니까 말 꺼내도 돼?”
“으으으…… 얄미운 새끼! 네가 형이냐!”
“평소엔 형 취급도 안 해주는 게!”
오영일, 오인수 형제는 투닥투닥 싸우면서도.
다른 플레이어들을 이끌어 구조 활동을 하고 있었다.
박나은의 명령을 받은 스파르토이는 물론.
서영우가 이끄는 타락 군단의 플레이어들도 이들의 명령을 따랐다.
오씨 쌍둥이는 시현과 천유리, 두 권속을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플레이어였으니까.
“건물을 그렇게 지으면 쓰나!”
“그래! 그렇게 지으라고!”
“이 멍청한 깡통들아! 우리 희수 반만큼만 해라!”
모든 사람들이 구출된 후.
오인수의 고함 소리와 함께 스파르토이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휴…….”
아주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장희수는 솔선수범하며 사람들을 구출하고, 건물 세우는 데 이런저런 도움을 주었다.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리는 바람에 많은 어른들이 이를 안타까워하기도 했지만.
장희수의 능력은 그만큼 쓸모가 많았다.
하트, 다이아, 스페이드, 클로버의 일반 카드는 그렇다 쳐도.
J, Q, K 그리고 조커 카드는 강력한 유틸성과 피해량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아빠는 괜찮을까?”
자신을 섬 밖으로 내보낸 뒤 홀로 소내섬을 지키는 아빠를 떠올리며.
장희수가 먼 곳을 쳐다봤다.
‘나도 빨리 강해져야 해. 아빠나 시현 오라버니, 유리 언니의 보호를 받지 않아도 될 만큼.’
불어오는 피 냄새를 맡으며.
장희수가 울고 싶은 마음을 억눌렀다.
지금은 모두가 힘든 상황.
고작 ‘어린아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칭얼거릴 수도, 가만히 몸을 피해 있을 수도 없었다.
자신에겐 남을 도울 힘이 있으니.
남을 돕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엄마가 그랬으니까.’
[열여덟 번째 재앙 종료까지 남은 시간: 0초.] [현재 남은 물의 고리 수: 0] [메인 퀘스트, [물의 굴레>를 클리어하였습니다.] [아이템, ‘물의 팔찌(C)’를 획득합니다.] [물의 팔찌(C)]#열여덟 번째 재앙 보상입니다.
▶장신구(팔찌)
▶착용 효과
손바닥 위에 생겨난 에메랄드빛 팔찌 역시 대충 던진 후.
시현이 고개를 돌렸다.
‘이제 마무리인가?’
블루 엘프와 인천 플레이어들의 습격이 있은 후, 5일.
소내섬 주변이 어느 정도 정리되었다.
하지만 아직 김현지가 깨어난 것도 아니고, 완벽하게 복구된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할 일이 태산이었다.
뭐, 갑자기 늘어난 인원들에 대한 식량이나 거주 문제 등이 있었지만.
서로가 양보한 덕분에 ‘당분간은’ 잘 지내고 있었다.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건 많이 없으니까. 메시지나 볼까.’
[열여덟 번째 재앙을 극복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블루 엘프들이 원래 세계로 돌아갑니다.] [열여덟 번째 재앙이 끝나 ‘계약’이 이루어집니다.]……
[MVP: 빙염화 천유리.]이번 MVP는 천유리였다.
“오랜만에 받아보는 MVP네요.”
“그래요?”
“네. 그동안은 누구누구 씨가 계에속 독점해서 말이죠.”
“뭐. 그 사람 되게 잘났나 봐요?”
“풉……! 참 내.”
자신이 MVP를 받았다는 사실에.
천유리는 살짝 상기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럴 만도 했다.
이번 열여덟 번째 재앙의 메인 퀘스트는 ‘물의 고리 파괴’.
천유리는 홀로 무려 3개가 합쳐진 물의 고리를 파괴했으니.
MVP를 받는 게 당연했다.
‘나머지 하나, 인천 앞바다에 있는 건 김현지와 플레이어들이 어떻게든 파괴했다 했지.’
정신 세뇌를 당하는 와중에도 어떻게든 물의 고리를 파괴한 걸 보니.
이들이 얼마나 처절하게 싸웠는지 알 수 있었다.
‘안타깝지 뭐.’
MVP 보상을 전부 받은 천유리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시현에게 다가왔다.
“어때요? 이 누나의 MVP는.”
“이야, 다시 보게 되네요. 역시 천유리 누나는 달라요.”
시현의 아부에 천유리의 어깨가 하늘로 솟았다.
‘뿌듯’이라는 글자를 얼굴에 써놓은 것만 같은 표정에.
시현의 마음속에서 그녀를 놀리고 싶다는 욕망이 그득그득 새어 나왔다.
‘뭐, 가끔은 이렇게 기 좀 살려주는 거지.’
시현이 얼마나 욕구를 참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천유리가 웃으며 그에게 아이템을 건넸다.
“자. 미리 약속했던 대로 아이템이에요.”
“고마워요. 그래도 섣불리 주기 쉽지 않았을 텐데.”
“아니에요. 저한텐 별 쓸모도 없……진 않죠, 솔직히.”
이번 아이템은 ‘물’에 관련된 아이템.
불, 물, 냉기 속성을 다루는 천유리에게 도움이 되면 되었지.
악영향을 끼치는 아이템은 절대 아니었다.
[빙염화 ‘천유리’ 님으로부터 아이템, ‘아쿠아 스톤(A)’을 획득하였습니다.]“그냥 누나가 주는 선물이다. 하고 받아요. 후후후.”
“……네네.”
자신의 어깨를 두드리는 천유리를 보며.
시현이 속으로 한숨을 푹 쉬었다.
‘이럴 때 보면 애 같다니까. 회귀 전엔 안 그랬는데 말이야.’
좋은 게 좋은 거라 넘어가며.
시현이 천유리가 준 구체를 확인했다.
[물의 고리(A)]#열여덟 번째 재앙 MVP 보상입니다. 세계수에게 양분을 제공하려는 블루 엘프들의 의지가 깃들어 있습니다.
▶설치형 아이템
▶적용 효과
‘대상’을 선택합니다. 대상 주변으로 일정 거리에 ‘물의 결계’가 형성됩니다.
시현의 예상대로 이번 MVP 보상 역시 ‘세계수’와 관련된 보상이었다.
열여섯 번째 재앙 MVP 보상이 불의 결계를 둘러 세계수를 침범하지 못하게 하는 아이템이었다면.
이번 MVP 보상은 세계수에게 영양분을 공급하는 아이템이었다.
‘물의 결계는 세계수에게 물을 가져다줘.’
말 그대로였다.
이 물의 고리로 세계수의 씨앗을 지정한다면.
세계수의 씨앗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마력을 사용해 주변 물을 흡수할 것이다.
아직 세계수는 씨앗 상태.
소내섬 바닥을 뚫고 한강까지 뿌리를 내려 그 물을 흡수하기까진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그 전까지는.
이 ‘물의 고리’가 도움을 줄 수 있었다.
굳이 다른 사람들이 씨앗에 막대한 양의 물을 주지 않더라도.
물의 고리가 주변 한강의 물을 흡수해 알아서 성장할 것이다.
마력이 부족하다면 마정석을 사용하면 될 일이었으니, 걱정할 건 없었다.
현재 키비시스 안에 넘쳐나는 게 마정석이었으니.
“좋아.”
[아이템, ‘물의 고리(A)’를 사용합니다.] [대상을 설정합니다.] [▶현재 대상: ‘세계수의 씨앗(EX)’.]물의 고리까지 완벽하게 설치해 적용시킨 후.
시현이 등을 돌렸다.
츠즈즈즉.
재앙의 상처는 아직까지도 아물지 않았다.
스파르토이와 플레이어들은 여전히 블루 엘프들의 시체를 꺼내고, 주변 강을 청소하고, 건축물을 세웠다.
그뿐인가?
전문 스킬을 가지고 있는 플레이어들이 재료 손질을 하고.
그 재료들로 대장장이들이 열심히 아이템을 만들고 있었다.
“재앙이 얼른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게요.”
그렇게 천유리와 함께 주변을 멍하니 쳐다보며.
시현이 걸음을 옮겼다.
‘쉴 시간이 없어.’
다음 재앙까지 남은 시간은 15일.
그 상대는 엘로아와 같은 일반 엘프.
‘하지만 계획대로만 되면.’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이번엔 시간이 꽤 많을 수도 있겠어.’
[뒤이어 열아홉 번째 재앙이 시작됩니다.] [열아홉 번째 재앙은 ‘??’입니다.] [열아홉 번째 재앙까지 남은 시간: 15일.]“으으음…….”
소내섬.
세계수의 씨앗을 둘러싼 다섯 개의 집 중 하나.
그 침대에서 한 여자가 오랜 잠에서 깨어났다.
‘꿈을 꿨는데…… 악몽을.’
자신의 손으로 쌍룡검을 들고 한때 사랑했던 사람을 베었던 기억.
잠들어 있는 동안, 김현지는 그 악몽에서 계속해 상대를 베어 넘겼다.
‘그럴 리가 없지. 오래전에 헤어졌던 사람인데. 지금은 어디서 뭘 하고 있을지 모르겠네.’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나며.
김현지가 머리를 부여잡았다.
“으으윽…….”
둔기에 가격이라도 당한 듯.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플레이어가 된 이후로 오랜만에 아파온 머리에.
김현지가 눈살을 찌푸리며 주변을 둘러봤다.
“……여긴 어디지? 분명 에호유 그 빌어먹을 엘프가 마지막에…….”
“일어났어?”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김현지가 고개를 휙 돌렸다.
그러자 그곳엔 눈물을 흘리며 자신을 쳐다보는 남자, 장도현이 있었다.
처음 만났던 그날처럼.
서럽게 울고 있는 그가.
“……오랜만이네?”
“오랜만이야.”
김현지가 차마 말릴 틈도 없이.
장도현이 울면서 김현지의 품에 안겼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