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13)
신의 천적, 회귀하다 013화
13. 성유물 방어
네 번째 재앙 시작까지 남은 시간 1분.
동산에 있는 성기사들이 알 수 없는 두려움에 휩싸여 몸을 떨고 있었다.
이미 세 번이나 겪은 재앙이었지만, 오히려 세 번 겪었기에 더 두려웠다.
아무런 대비도 못 한 채 마주했던 고블린.
작은 크기로 갑옷 사이사이로 들어와 신경독으로 수많은 플레이어들을 죽였던 그린 스네이크.
어지간한 무기는 통하지도 않았던 데다 끈질기고, 재빨랐던 프로그맨까지.
하나같이 진절머리가 나는 상대였다.
“그래도 재앙 상대를 미리 알 수 있어 다행이야.”
“맞아. 이번엔 충분히 대비했으니 이겨낼 수 있어.”
성기사와 병사, 그리고 사제들이 서로를 쳐다보며 격려했다.
이전 재앙과는 달리 이곳도 준비를 많이 한 상태였기에.
그래도 희망적인 상황이었다.
“이게 다 그분 덕분이지.”
“맞아. 이시현 님.”
플레이어들이 한 사내를 쳐다봤다.
새하얀 신성력으로 이글거리는 태양과도 같은 후광.
그와 거의 같은 하얀 피부, 커다란 눈.
그와 대비되는 검은 머리와 붉은 입술.
손에 들려 있는 새하얀 장검.
최근 동산에 들어와 강력한 무력과 카리스마, 리더십으로 모든 성기사들을 휘어잡은 존재.
이시현이었다.
그의 활약은 대단했다.
아무도 몰랐던 예언자 특성으로 다음 상대에 대해 알려준 뒤 대비시켰으며.
이따금씩 성기사들을 찾아가 대련하며 검술을 지도해 주기도 했다.
그뿐인가?
사제들이 난해한 마법 공식으로 어려워하고 있을 때 해답을 찾아 설명해 주기도 했고.
병사들을 훈련시키기도 했다.
어린 나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다재다능한 모습이었다.
‘대체 부족한 게 뭔지?’
‘심지어 얼굴도 잘생겼어.’
‘구원자님께서 저 인간만 싸고도는 것도 놀랄 일이 아니지.’
일부 플레이어들은 이를 질투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시현을 좋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런 재앙 상황에선 저런 강력한 힘을 가진 리더가 꼭 필요했으니까.
“긴장하지 마세요.”
시현이 입을 열자.
모두가 그에게 집중했다.
“재앙 따위는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뭉치기만 한다면. 이제 여러분들의 곁엔 제가 있지 않습니까?”
시현은 이들 중 떨지 않는 유일한 인물이었다.
그의 차분한 모습에.
성기사들은 물론 곁에 있던 병사와 사제들도 덩달아 용기를 얻고 있었다.
“맞습니다. 저희에겐 이시현 님이 계십니다!”
“대천사 미카엘의 선택을 받은 자!”
“삼 연속 MVP!”
“그래요. 이제.”
[네 번째 재앙까지 남은 시간: 1초.]화르르륵.
[네 번째 재앙까지 남은 시간: 0초.]“갑시다.”
[네 번째 재앙이 시작됩니다.] [네 번째 재앙은 ‘그렘린’입니다.] [메인 퀘스트, [성유물 방어>를 획득하였습니다.] [메인 퀘스트: 성유물 방어>▶목표: 지역 내 모든 성유물 방어.
▶보상: [분배 가능 스탯 +4] [레벨 +1]
▶추가 보상: 공헌도에 따라 차등 지급.
▶실패 시: 그렘린들이 무한히 생성됩니다.
*‘서울 동부 지역’에 남은 플레이어가 절반 아래로 되어야 생성을 멈춥니다.
[네 번째 재앙 종료까지 남은 시간: 2일.]쿠구구구…….
땅이 흔들리더니.
작은 피라미드 세 개가 솟아나기 시작했다.
각각의 피라미드 위엔 분홍빛 구체가 있었는데, 저 안에 메인 퀘스트의 보호 대상인 ‘성유물’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츠즈즈즉.
언제나 그랬듯 이번에도 서울 곳곳에 균열이 생겨났다.
파르르르.
“키르르르!”
“카르르르!”
튀어나온 마수들은 초록빛 피부를 가진 악마들이었다.
머리엔 짧은 귀가 진동하듯 팔락이고 있었고, 이마 가운덴 작은 눈이 돋아나 있었다.
기다란 손톱은 어지간한 벽돌은 잘라 버릴 듯 날카롭고 단단했으며.
시시각각 뿜어대는 음파는 플레이어들의 고막을 직접적으로 타격해 혼란을 주고 있었다.
성인 남성 무릎까지 오지도 않는 작은 몸으로 이리저리 뛰어다니거나 날아다니는 저 악마들의 이름은.
그렘린(Gremlin).
“크라라라!”
작은 크기와 압도적인 물량.
녀석들은 지체하지 않고 성유물을 향해 몸을 날리기 시작했다.
성유물과 이를 보호하는 작은 피라미드가 생겨난 곳은 회귀 전과 같았다.
그중 하나는 서울 어린이 대공원 근처에 있는 대학교였다.
‘회귀 전대로라면 다른 한 곳은 광진구 플레이어들이 무난히 막는다. 거긴 천유리가 있으니까.’
남은 두 곳은 공교롭게도 겹쳐져 있었다.
서울 강동역.
동산이 점거하고 있는 천호역에서 아주 가까운 곳이었다.
“막아야 합니다.”
성유물의 위치를 파악한 동산 플레이어들이 재빨리 그곳으로 이동했다.
강동구에 있었던 시현과 성기사들은 졸지에 두 개의 성유물을 지키게 되었다.
“지금!”
시현의 외침에.
미리 계획한 대로 성기사들은 세 진영으로 나뉘어 움직였다.
첫 번째 진영은 시현과 함께 그렘린들을 가장 앞에서 처리하는 진영이었다.
가장 고생하고 있는 진영이며, 가장 앞에서 그렘린을 죽여야 했기에 심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가장 힘든 진영이었다.
두 번째 진영은 사제들을 보호하는 이들.
이따금씩 첫 번째 진영이 놓친 그렘린들로부터 사제와 성유물을 지켜주는 진영으로.
최종 저지선이라 볼 수 있었다.
마지막 진영은 사체 처리반.
그렘린들은 목을 베거나 심장을 찔렀다고 방심할 수 없었다.
녀석들의 사체는 한곳에 뭉쳐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 있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사체만 전문적으로 잘게 다져놓는 플레이어들이 필요했다.
그 수가 가장 적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친 첫 번째 진영과 교대해야 했지만.
꼭 필요한 존재들이었다.
“포기하지 마! 포기하는 순간 뒤지는 겁니다!”
그렘린 한가운데서.
시현이 새하얀 검을 들고 소리쳤다.
[에덴의 성검(C)]#에덴의 천사들이 플레이어에게 부여한 검입니다.
▶주 무기(한 손 검)
▶효과
[공격력 +10] [신성력 + 5]에덴의 성검.
동산 무기고에서 찾은 것들 중 그나마 가장 쓸 만한 검이었다.
[스킬, ‘홀리 웨폰(E)’을 발동합니다.]시현의 검에 신성력이 덧씌워졌다.
신성력은 악마종을 상대하기엔 더없이 좋은 힘인 만큼.
이것에 닿은 그렘린들의 피부가 새까맣게 타버리고 있었다.
‘역시…….’
‘역시 대단하셔.’
‘혼자서 세 진영의 모든 역할을 수행하다니.’
시현은 이 모든 진영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아이템, ‘아스트라페(C)’가 스며듭니다.] [아이템, ‘아스트라페(C)’가 변형됩니다.]서걱.
신성력이 덧씌워진 검에 다시 금빛 번개가 덧씌워졌다.
시현이 그 상태의 검을 휘두르니 최전방에 있는 그렘린들 몇 마리가 베어져 나갔다.
[아이템, ‘아스트라페(C)’가 분열합니다.]금빛 번개가 사제와 성유물 근처에 있는 그렘린들을 감전시켜 죽여 버렸고.
화르륵.
시현의 뒤에 펼쳐진 하얀 태양이 그렘린들의 사체를 태워 버렸다.
“캬아아악!”
“카르르르!”
수많은 플레이어들 중 시현이 가장 위험하단 사실을 본능적으로 깨달은 그렘린들이 그에게 몰려왔다.
까드드득.
하지만 소용없었다.
녀석들의 손톱은 시현의 갑옷을 뚫을 수 없었다.
미카엘의 갑옷, 성스러운 영광.
약한 데다가 ‘악마’인 녀석들이 이 갑옷을 뚫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렘린을 처치하였습니다.] [4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가 상승합니다.]…….
녀석들에게서 입는 피해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시현은 ‘홀리 웨폰’만을 사용한 채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렇게 시현 한 명에 의해 그렘린 수십, 수백이 죽어가기 시작했다.
이런 시현의 활약에도.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었다.
“크흑…….”
“이, 이건?”
“젠장……. 언제 끝나는 거지?”
그렘린은 다른 마수들에 비하면 굉장히 약한 편이었다.
몸집이 작아 전부 파악하기 힘들고, 손톱이 강하고, 이리저리 날아다닌다는 특성이 있다고는 하나.
그게 다였다.
그린 스네이크나 프로그맨보다는 물론, 고블린보다도 약한 정도.
하지만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수가…….”
“너무 많아.”
그렘린은 죽여도 죽여도 끝이 나질 않았다.
한 번 균열이 열린 후 사라졌던 이전 재앙들과는 달리.
그렘린들을 쏟아내는 균열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게 그렘린의 가장 무서운 점이지.’
주변에 있는 성기사들과 함께 그렘린을 베며.
시현이 중얼거렸다.
녀석들은 약한 대신 많았다.
아마 조금만 방심해도 압도적인 수에 의해 갑옷과 온몸이 갈가리 찢겨나갈 것이다.
그나마 시현의 정보로 미리 무장한 덕분에 어찌저찌 버티고는 있었으나.
이것도 잠시.
이내 하늘을 포함한 주변 다른 것들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그렘린이 쏟아지기 시작하자.
플레이어들이 질린다는 듯 뒷걸음질 쳤다.
[스킬, ‘블레스(D)’로 인해 모든 주 스탯이 1씩 상승합니다.] [스킬, ‘천상의 찬가(C)’로 인해 체력 스탯이 5 상승합니다.] [스킬, ‘영광의 축복(C)’로 인해 마력과 신성력 스탯이 5 상승합니다.]그리고 그 순간.
아아아.
노랫소리와 함께.
서영우를 필두로 한 사제들의 버프가 플레이어들의 몸에 스며들었다.
콰직!
버프를 받은 성기사들이 무기를 휘둘렀고.
동산 소속이 아닌 플레이어들도 힘을 합쳐 싸웠다.
“가는 길을 막아!”
“저거 깨지면 끝이야!”
그렘린으로부터 성유물을 직접 지키지는 못하더라도, 플레이어들은 쏟아져 나오는 그렘린들을 최대한 많이 죽이고 있었다.
서영우의 활약도 대단했다.
녀석에게서 나온 하얀 번개는 그렘린들을 휩쓸었고.
신성력을 담은 안개는 그렘린들을 환각 상태에 빠뜨려 서로 죽이게 만들었으니까.
“허억……. 허억…….”
“이제 더 이상…….”
동산 플레이어들이 지쳐 숨을 헐떡거렸다.
이곳엔 두 개의 성유물이 있는 만큼 다른 곳의 두 배가 되는 그렘린들이 몰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크르르르?”
“케엑?”
하지만 녀석들은 집요했다.
동족이 얼마나 죽든지 말든지 상관하지 않고 계속해 시현과 성유물을 노렸다.
‘징그러운 것들.’
그렇게 중얼거린 시현이 다시 검을 휘둘렀다.
다칠 걱정도 없고, 상대가 강하지도 않았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성유물의 수호.
그리고 적절한 체력 안배였다.
‘그렘린들을 상대하는 데엔 큰 힘이 필요 없어. 정말 중요한 건 체력 안배다.’
서걱.
그렇게 시현은 베고, 베고, 또 베어나갔다.
“와…….”
“역시는 역신가?”
“차원이 다른데?”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최소 열 몇 마리야…….”
“공격은 통하지도 않고.”
시현의 모습을 바라본 다른 플레이어들이 입을 벌렸다.
“집중해!”
“우리만 잘하면 이길 수 있어!”
“그래! 이시현 님을 따르자!”
시현은 존재 자체가 희망이었다.
그는 홀로 서 검 하나로 이곳에 오는 그렘린들의 3분의 1 정도를 상대하고 있었다.
‘명성이 헛된 게 아니었어.’
‘천사의 눈’으로 그 모습을 확인한 서영우가 내심 감탄했다.
앞은 보이지 않아도 대충 돌아가는 상황은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서영우는 소문이나 천사의 눈을 통해 시현에 대한 정보를 파악해 왔다.
‘형님의 가장 큰 힘은 역시 금빛 번개. 이상한 주머니는 지금은 쓰지도 않아. 그런데 그렘린을 저렇게 학살하다니,’
심지어 시현은 그렘린들을 썰어버리는 와중에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성기사나 사제들에게 힐이나 배리어를 주기도 했다.
‘세심하게 사람들을 챙기기까지……. 아무도 죽게 놔두지 않겠다는 건가? 혼자서 그런 미친 짓을 할 수 있다고?’
서영우가 마른침을 삼켰다.
‘오만해. 하지만 되기만 한다면. 이 수많은 사람들 중 아무도 죽지 않을 수 있다. 내가 모은…… 나를 믿고 따르는 사람들이 한 명도 죽지 않는 거야.’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안 그래도 재앙이 덮칠 때마다 사람들이 죽어 속이 쓰렸던 서영우였는데.
시현과 함께 있으니 그 속 쓰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
‘……완벽에 가까운 시현 형님과 함께라면…… 정말로 가능할 수도 있어.’
주 스탯, 체력 분배.
전투 센스, 상황 판단 능력, 자신감, 두뇌, 리더십까지.
무엇 하나 부족한 게 없었다.
“지친 성기사들은 뒤로 빠지십시오. 진형을 한 번 바꾸겠습니다.”
그렇게 ‘천사의 눈’으로 간간이 전황을 살피며.
서영우가 일사불란하게 플레이어들을 지휘했다.
“우리도 뒤처지면 안 된다!”
“네!”
꾸드드득.
그리고 그때.
아무도 모르는 그사이.
기어코 남아 있던 그렘린들의 사체가 어느 곳을 중심으로 기어가기 시작하더니.
이내 한곳으로 뭉치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