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130)
신의 천적, 회귀하다 130화
91. 부부(1)
“……왜 또 울고 있어?”
자신의 품에 안겨 서럽게 우는 장도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김현지가 어색하게 웃었다.
상황을 보아하니 그가 세뇌당한 자신을 구해준 모양.
이 정도 어리광 정도야 부릴 수 있게 해줄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김현지 또한 그에게 마음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매정하게 내칠 수 없었다.
해상전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여준 것과는 괴리감이 느껴질 정도로 따듯한 모습이었다.
“희수는?”
“엄마!”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
장도현의 울음소리를 들은 장희수가 문을 열고 들어와 김현지의 품에 안겨 버린 것이다.
“크헉!”
김현지는 아직 환자.
시종일관 머리가 울리는 탓에 꽤나 고통스러웠지만.
오랜만에 보는 딸이 안겨오는데 뿌리칠 순 없었다.
“부녀가 똑같다니까. 참 나…….”
씨익.
“둘 다 울보야. 울보.”
그렇게 둘이 진정되고 있을 때.
방문이 열리더니 누군가 들어왔다.
“아! 시현 씨.”
“시현 오라버니.”
‘저 사람은……?’
들어오는 사람을 쳐다본 김현지의 눈이 커졌다.
예쁘장하면서도 남자답게 생긴 미남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자신의 전 남편인 장도현과 딸인 장희수도 그를 상당히 따르는 걸로 보아.
예사 인물은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덜덜덜.
‘시현’이라 불린 사내가 들어온 그 순간부터.
옆에 있던 쌍룡검이 떨고 있었다.
‘두려움? 아니야. 이건…… 분노? 대체 왜…….’
“그 현지…… 아니, 희수 엄마. 인사드려. 우릴 구해주신 분이야.”
장도현과 장희수에게 모든 사정을 듣고 난 뒤.
김현지가 시현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아. 정말 감사합니다. 제 남편, 아니, 도현 씨와 딸을 구해주신 것도 모자라 저까지…….”
“아닙니다. 플레이어들끼리 돕고 살아야죠.”
시현이 웃었다.
“그건 그렇고. 몸은 괜찮으세요? 부부 싸움을 좀 심하게 하시던데?”
“……심하게요?”
“하하하하하. 다른 주제로 넘어갈까요?”
장도현이 손을 휘저으며 어색하게 상황을 무마했다.
자이로드롭 하나를 소환해 상대 머리를 찍어버렸다고는.
절대로 말할 수 없었다.
‘여긴…… 평화롭네.’
몸이 다 나은 후.
주변을 둘러본 김현지가 중얼거렸다.
“헤헤. 엄마 아빠랑 오랜만에 나오니까 좋다.”
“아이구. 우리 희수. 행복해요?”
“응! 엄마 아빠가 친해 보이니까 행복해!”
장희수의 말에 장도현의 눈가에 살짝 눈물이 맺혔다.
“……아직도 그렇게 울어?”
“미안.”
“미안할 건 없어. 우린 이제 아무 사이도…….”
꽈악.
자신의 손을 꽉 움켜쥐는 조막만 한 딸의 손에.
김현지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아직도 엄마 아빠랑 같이 살 수 있다 생각하는 건가?’
장도현, 김현지.
둘 다 본인의 딸인 장희수의 손을 잡고 있었지만.
둘 사이는 다소 어색한 사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둘은 2년 전 헤어진 이후로 단 한 번도 얼굴을 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서로에 대한 마음은 늘 가지고 있었지만.
떨어져 있는 시간이 너무 길었을 뿐 아니라.
그동안 ‘재앙’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 이전과는 너무 달라진 ‘플레이어’들이었기 때문에.
그 어색함은 배가 되었다.
“…….”
“…….”
합의 이혼으로 싸우지 않고 헤어졌다곤 하지만.
세상에 좋은 이별은 없었다.
특히, 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혼한 사이라면 더더욱.
“와아!”
엄마 아빠 사이에 흐르는 어색한 기류를 눈치챈 걸까?
오랜만에 애다운 모습을 보여주며.
장희수가 가살과 함께 놀이공원 주변을 뛰어놀았다.
둘을 이어주는 딸이 어디론가 가버려서일까?
장도현과 김현지 사이엔 더더욱 어색한 공기가 흘렀다.
“도장은 어떻게 된 거야?”
“……망했지 뭐. 고블린 때문에.”
“아…….”
김현지의 말에 장도현이 미안하다는 듯 사과를 건넸다.
“미안. 그런 줄도 모르고…….”
“아냐. 네 잘못도 아닌데. 그건 그렇고 어머닌…….”
“엄마? 돌아가셨어.”
“……미안.”
“아니야. 어쩔 수 없었지.”
자신의 노모(老母)를 떠올린 장도현이 고개 숙였다.
“너한텐 미안한 마음뿐이야. 이제 와 생각해 보면 내가 중재를 잘했어야 했는데.”
“이제 와 하는 말이지만 그 어머니 상대로 중재를 어떻게 하겠어?”
“크크크. 그건 그래. 우리 엄마가 한 성깔 했었지.”
대기업 직원이었던 장도현.
그의 늙은 어머니는 며느리인 김현지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일단 고아인 데다가, 벌이가 안 되는 검도 도장이나 다닌다고.
여자가 선머슴처럼 쓸데없는 짓이나 하고 다닌다 생각했던 전형적인 ‘옛날 사람’이었으니.
문제는 김현지가 결코 물러서지 않는 성격을 가지고 있단 것이었다.
검술에 대한 그녀의 집착은 그야말로 대단한 것이었다.
아니, 오히려 시어머니의 거센 반대가 김현지의 오기에 불을 붙였다.
‘여자라고 집에만 박혀 있으라고? 절대 그렇게는 못 해!’
결국 매일 집을 찾아오는 시어머니의 참견, 간섭을 참지 못한 김현지는 그녀와 크게 싸웠고.
홧김에 이혼 도장까지 찍게 되었다.
양육권은 벌이가 좋은 장도현에게 갔고, 그 이후론 남편과 딸을 볼 수 없었다.
남편과 딸을 싫어하기는커녕, 오히려 그를 사랑하는 마음이 컸기에.
김현지는 이혼하는 그 순간에도 후회했다.
하지만 되돌리진 않았다.
대신 그녀의 모든 일상과 집착은 ‘검’에 집중되었다.
김현지, 그녀는 검술에 있어 천재였다.
검도 대회를 나가 1등을 타는 건 물론.
친선 대결에서 유명한 남자 검도 선수들을 이긴 적도 많았으니까.
한국 검술뿐만이 아니었다.
이윽고 바다와 땅을 넘어간 그녀는 일본, 중국, 유럽 등의 선수들을 ‘검술’ 하나만으로 쓰러뜨렸고.
언론에 대서특필되기에 이른다.
검에 대한 비정상적인 집착, 상대가 누구든 꺾고, 베어버리는 아집.
무술에 대한 압도적인 재능과 노력.
이러한 점 덕분에 김현지는 첫 번째 재앙이 끝나자마자 충무공 ‘이순신’과 계약할 수 있었고.
인천 전 지역을 휩쓸며 통합시켰다.
“현지야. 희수는 우리가 이혼한 걸 몰라.”
“어떻게? 내가 집엘 한 번도 안 갔는데?”
“티브이에 많이 나왔잖아. 한국의 자랑이라고. 그래서 그냥 출장 중이라 했지.”
“……그래도 알겠지. 언론에서 이혼의 아픔을 극복했다느니 뭐니 엄청 떠들어댔는데.”
“그런가…….”
“내가 살아 있단 건 알고 있었어?”
“알고 있었어. 하지만…… 찾아갈 용기가 안 났어.”
그 말에 김현지가 피식 웃었다.
장도현은 울보에다 겁쟁이였지만.
적어도 자기감정에 솔직했고, 섬세했다.
그 섬세함으로 철처럼 단단한 자신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지 않았던가?
‘비 맞으면서 울었던 바보지만 말이야.’
하지만 김현지에겐 오히려 그런 약한 모습이 좋았다.
그녀 곁에 있던 거친 남자들에게선 보지 못했던 모습이었으니.
“현지야. 이제 우리 어머니도 돌아가셨으니까…….”
“생각해 볼게.”
김현지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우린 우선 할 게 많잖아? 다음 재앙도 준비해야 하고. 서로 책임질 사람들도 많아졌고.”
“그렇지. 하지만 이것만 알아줬으면 좋겠어.”
“뭘?”
“난 그렇게 생각해. 아무리 책임질 사람이 많아졌다 해도 우리 딸이 최우선이라고.”
“……집구석에 2년 동안이나 안 돌아간 못난 엄마가 그 소릴 들을까?”
“지금부터라도 잘하면 돼.”
훌쩍.
“기다릴게.”
“…….”
‘후우…….’
그렇게 장도현을 내버려 둔 채.
김현지는 오랜만에 딸의 손을 잡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평화로워. 정말로.’
보면 볼수록 신기한 광경이었다.
희망.
사람들의 얼굴엔 희망만이 가득했다.
재앙이 하나 덮쳤음에도 불구하고 사상자는커녕, 부상자도 없었고.
시설도 워낙 단단해 별로 부서지지 않았다.
게다가 모든 건축물이 빠르게 세워졌다.
스파르토이.
인간을 대신해 거대한 마력을 담고 있는 용아병들이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인천 플레이어들이 순한 양처럼 녹아든 게 신기해.’
김현지가 모은 인천 플레이어들은 거친 뱃사람들이나 조폭들이 대부분.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이미 다 죽음을 맞이한 상황이었다.
그런 그들이 이렇게 고분고분하게 지내다니.
신기한 일이었다.
‘……하긴. 문제 일으키면 저 용아병들이 가만히 안 놔두겠지.’
역시.
언제나 그렇듯 힘의 논리가 가장 직관적이고 뚜렷한 법이었다.
“헤헤. 엄마 오랜만에 보니까 좋아!”
“……그래?”
“웅! 엄마가 여태까지 해외 돌아다니느라 바빠서…….”
“서운하진 않았어?”
“아냐. 전혀.”
장희수가 웃었다.
“엄마도 바빠서 그런 건데 뭘. 다 날 위해서 그래준 거잖아.”
‘……도현이가 나에 대해 잘 말해준 건가?’
그렇게 혼자만의 생각에 빠진 채.
딸과 놀아주는 사이.
누군가를 발견한 장희수가 크게 소리쳤다.
“오인수 아저씨! 안녕하세요!”
“어여. 희수 왔냐? 옆엔 누구……?”
“안녕하세요. 희수 엄마, 김현지입니다.”
“하하하! 전 희수 누나인 줄 알았죠. 엄마셨구나.”
넉살 좋게 웃으며.
오인수가 껄껄 웃었다.
“그래. 희수야. 엄마 말씀 잘 들어야 한다?”
“네!”
오인수 이외에도.
장희수는 많은 사람들에게서 칭찬을 받고 있었다.
“희수가 얼마나 어른스럽고 착한지…….”
“희수가 없으면 이 판이 안 돌아가요. 안 돌아가.”
“희수의 카드 능력은 확실히 쓸모가 많죠.”
“저 작은 인간이 큰 인간 수십보다 낫다. 훌륭한 인재지. 하나 안타까운 건 내가 직접 대련해 줄 수 없다는 거다.”
하지만.
그 누구도 희수가 ‘어린애답다’, ‘귀엽다’라는 칭찬은 하지 않았다.
이들의 주된 평가는 ‘어른스럽다’, ‘철이 일찍 들었다’, ‘나이에 비해 강하다’ 등이었다.
재앙이 벌어지는 이런 상황에선 더 없이 좋은 성장이고, 좋은 방향으로 자라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어린아이들이 자신을 지킬 힘이 없어 죽어 나간다는 걸 생각해 보면 말이다.
하지만 너무 어른스러운 딸의 모습을 본 김현지의 속은 아려왔다.
자신의 딸이 너무 어렸을 때부터 엄마 없이 살아 이런 성격을 가지게 되었단 생각에.
죄책감이 밀려왔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몰랐다.
현재 장희수는 평소에 비해 엄청나게 애교를 피우고 있다는 것을.
“희수야.”
“응. 엄마.”
잠시 장희수의 눈높이에 맞춰 무릎을 꿇은 김현지는.
이윽고 딸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안 힘들었어?”
“힘들긴. 난 어리다고 배려도 많이 받는걸?”
“어린아이가 배려받는 건 당연한 거야.”
“아니야. 나보다 더 힘든 분들도 많은데 찡얼거리면 안 돼. 시현 오라버니는 하루에 세 시간만 자고, 유리 언니는 맨날 마법진 공부하고…….”
재잘재잘 떠드는 딸을 보며.
어느새 김현지의 눈에선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어……?’
김현지가 눈물을 닦았다.
‘울어? 내가?’
일곱 살 때 이후론 한 번도 울지 않았던 그녀였기에.
자신의 눈가에 맺혀 흘러내리는 액체가 굉장히 낯설었다.
“엄마…… 울어?”
장희수의 눈이 커졌다.
“엄마 슬퍼?”
그러곤 자신의 엄마를 꼭 안아주었다.
“울지 마…… 엄마.”
“흐흑…… 흐읍…….”
오히려 자신을 끌어안아 주는 딸의 모습을 보며.
김현지는 미친 듯이 훌쩍였다.
어떻게든 울음을 참아보려 했지만.
눈물샘은 마치 터져 버린 수도꼭지처럼 멈출 줄을 몰랐다.
“흐읍…….”
그렇게 한참 동안이나 딸에게 안긴 채 울던 김현지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장희수에게 말했다.
“희수야. 엄마랑 갈까?”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엄마랑 가서…… 편하게 살까? 아무것도 안 해도 돼.”
“아니. 그럴 순 없어.”
장희수가 똑 부러지게 말했다.
“나도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나도 어엿한 어른이라고.”
“…….”
“오늘은 즐겁게 놀자. 엄마.”
“그래. 그러자……. 노는 김에 아빠도 부를까?”
“응! 좋아!”
그렇게 두 모녀가 남양주에서 소내섬으로 다시 이동했다.
하지만 김현지는 몰랐다.
인천에서 생활했던 모든 터전은 다른 누군가에 의해 완전히 장악되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