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132)
신의 천적, 회귀하다 132화
92. 폐관 수련(1)
폐관수련(閉關修鍊).
말 그대로 문을 걸어 잠그고 외부와 모든 연락을 끊고 특정한 곳에 머물며 오로지 수련에만 집중함을 의미하는 단어 그대로.
시현은 오인수가 손수 만들어준 깊숙한 굴 안으로 들어갔다.
“더 필요한 건 없으세요?”
“다 여기 있죠.”
시현이 허리춤에 있는 키비시스를 툭 건드렸다.
무한한 아공간을 제공해 주는 키비시스라면 필요한 물품이 부족할 리 없었다.
“잘 다녀오세요. 형님.”
“잘 가요. 주인님.”
“나오면 다시 한판 대련이다. 주인.”
“이곳은 저희가 잘 맡고 있겠습니다.”
“네. 저희만 믿으세요.”
서영우, 박나은, 오크쟌, 장도현, 김현지가 차례로 시현에게 인사했다.
그렇게 인사를 나누는 사이.
장희수가 허벅지에 와 달라붙었다.
“……조심히 다녀오세요. 오라버니.”
“누가 보면 내가 죽으러 가는 줄 알겠다.”
한껏 웃은 시현이 장희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엄마 아빠 말 잘 듣고. 유리 언니한테 마법 잘 배우고 있어.”
“네! 오라버니.”
“시현 씨…….”
시현에게 다가온 천유리가 시현의 코트, 밤의 장막의 옷깃을 만져주었다.
“몸조심해요. 절대 무리하지 말고요.”
“네. 걱정 마세요.”
그 모습을 지켜본 장도현이 김현지에게 팔짱 끼며 속삭였다.
“우리 연애 초 보는 것 같네. 저렇게 알콩달콩…….”
“가만있어.”
“넵.”
“엄마. 아빠 혼내지 마.”
“응…….”
그렇게 모두의 배웅을 받으며.
시현은 어두운 굴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역시. 제작 실력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남은 시간 54일.
“꾸르르릉!(여긴?)”
“맘에 드냐?”
시현의 어깨 위에서 잠들어 있던 가살이 정신을 차린 후 주변을 둘러봤다.
디자인은 단순했다.
석실.
그저 넓기만 한 석실이었다.
“꾸르르……?(난 여기서 잠들어 있으면 되겠네?)”
“맞아. 저기야.”
시현은 손수 가살을 들어 올려 움푹 파인 곳에 내려다 주었다.
저곳은 대장간에서 아이템을 제작하는 동안 모든 열기와 철의 기운이 모이는 곳.
일종의 아랫목 같은 장소였다.
‘가살이는 저기서 자고만 있어도 충분히 강해질 테니 걱정할 건 없고.’
가살이 본격적인 활약을 하는 건 네 번째 대재앙이 끝난 뒤.
스물한 번째 재앙부터.
그때까지 성장한 이 녀석은 그때 나오는 마수들을 상대로 가히 재앙과 가까운 힘을 낼 수 있었다.
‘물론 블루 엘프들의 정신 공격을 막는 데에도 사용해야지. 녀석의 포효는 정신 계열 공격을 막아주니까.’
가살이 자는 걸 확인한 후.
시현은 녀석을 쓰다듬고 석실 중앙으로 나왔다.
“후우…….”
잠시 심호흡을 한 시현이 아이템과 상태창을 하나하나 살폈다.
[이시현>레벨: 85
…….
[주 스탯> [힘 79] [체력 85] [민첩 80] [지능 117]……
[찬란한 신의 무기고(EX)>……
[현재 소유한 신의 아이템] [아스트라페(A)]: LV. 2 [키비시스(A)]: LV. 2 [타락한 영광(C)]: LV. 5 [천총운검(C)]: LV. 4 [밤의 장막(C)]: LV. 2 [드라우프니르(D)]: LV. 5 [쿤달라(D)]: LV. 4레벨은 하나가 올라 힘 스탯에 추가한 상황.
아이템들은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었다.
‘이제 슬슬 S등급 아이템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해.’
열여덟 번째 재앙, 다크 엘프들이 등장했을 때.
시현은 김현을 이용해 씽크홀을 돌아다니며 주 스탯을 상당히 많이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했다.
신의 힘이 서린 S등급 아이템을 사용하기 위해선 그만한 육체가 받쳐줘야 했기에.
더더욱 주 스탯에 집중할 필요가 있었다.
‘난 다른 녀석들과는 다르니까.’
신의 아이템을 사용하는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이렇게 육체 단련을 할 필요가 없었다.
물론 주 스탯이라는 게 무조건 높으면 높을수록 좋아 모든 플레이어들이 이를 높이려고 노력하지만.
단순히 ‘신의 힘이 들어간 S급 아이템’을 사용하는 데엔 주 스탯을 올릴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다.
‘보통 신의 아이템을 쓰는 녀석들은 계약한 신에게 축복과 버프, 스킬을 받으니까.’
신과 계약한 플레이어는 축복을 받는다.
현 랭킹 5위, 풍파함대 김현지를 예시로 들어보자면.
그녀가 사용하는 쌍룡검은 현재 S급 아이템.
하지만 그녀는 이 아이템이 주 스탯 평균 50이 안 될 때에도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녀와 계약한 충무공 이순신이 ‘자신의 아이템’에 한해서는 어떤 페널티도 받지 않는 스킬을 주었으니까.
‘계약한 신 이외의 아이템을 쓰는 건 나 아니면 미국의 브라이언 정도.’
회귀 전, 시현의 라이벌임을 자처하던.
그만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던 미국의 1인자, 브라이언을 떠올린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꽈악.
‘그래서 더 중요하다.’
‘힘’ 스탯은 순수한 근력.
말 그대로 신의 아이템을 다루는 데 들어가는 ‘힘’을 결정해 주는 요소이다.
신의 아이템을 한두 개만 다루면 모를까.
여러 개를 휘두르고, 다루고 통제하기 위해선 근력 자체가 필수적이었다.
‘체력’ 스탯은 말 그대로 지구력과 관련된 스탯.
신의 아이템을 얼마나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는지 결정해 주는 요소이다.
‘민첩’ 스탯은 반응속도.
신의 아이템을 얼마나 빠르게 바꿔 사용하는지.
혹은 얼마나 멀티태스킹을 잘할 수 있는지 결정해 주는 요소이다.
즉, 이 스탯은 ‘다양성’과 관련이 있다.
‘지능’ 스탯은 위력.
신의 아이템이 가진 잠재력과 파괴력, 유틸성을 얼마나 끌어다 쓸 수 있는지 결정해 주는 요소이다.
“체력 스탯은 뻥튀기할 방법이 있고, 지능 스탯은 이미 뻥튀기된 상태니.”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지금은 힘과 민첩에 집중해야겠어.”
[아이템, ‘키비시스(A)’가 피어납니다.]시현의 주변을 통통 튀어 다니던 키비시스가 양귀비 모양으로 피어났다.
스르륵.
이윽고 나온 건 두 개의 구슬.
흔히 내단이라 불리는 것들이었다.
“내단은 또 오랜만이네.”
내단(內丹).
마수들의 기, 혹은 마력이나 특수한 힘이 축적되어 만들어진 일종의 결정체로.
두 번째 재앙, 그린 스네이크들과 히드라를 잡고 얻었던 B등급의 독단이 그 대표적인 종류였다.
‘붉은색과 노란색이라.’
그렇게 양손에 내단을 쥔 시현이 아이템 정보를 살폈다.
[오우거단(A)]#마충여인, 박나은의 힘으로 정제된 단입니다.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는 마수, 오우거의 힘이 깃들어 있습니다.
▶재료 아이템
▶효과
[힘 +10]*스킬을 이용해 섭취하면 추가 효과가 드러납니다.
[벌단(A)]#마충여인, 박나은의 힘으로 정제된 단입니다. 재빠른 ‘비행 능력’을 가진 마수, 자이언트 호넷의 힘이 깃들어 있습니다.
▶재료 아이템
▶효과
[민첩 +10]*스킬을 이용해 섭취하면 추가 효과가 드러납니다.
박나은은 그동안 이 단을 정제하고 제작하느라 고생이 많았다.
‘권속으로 삼길 잘했단 말이야.’
직접적인 전투에 능함은 물론.
박나은은 무언가를 제작하고 연구하는 데에 엄청난 재능과 쓸모를 보였다.
스파르토이 제작은 물론, 벌레들을 권속으로 부리고, 이런 내단까지 만들어주었다.
물론, 일반적인 마수로는 내단을 만드는 게 불가능했고.
오우거 군단장 ‘롬’이나, 여왕 ‘와스프’ 정도 되는 강력한 마수를 재료로 해야 했지만.
내단을 만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능력이었다.
이렇게 강력한 마수들을 재료로 썼다고 한들, 이 단은 만능이 아니다.
아이템 설명에 적혀 있듯 ‘스킬을 이용해 섭취하면 추가 효과가 드러난’다.
‘즉, 키비시스로 단순히 흡수할 수도 있지만…… 그건 비효율적이라는 거지.’
이 단들이 어떤 효과를 가지고 있는지는 대충 알고 있었기에 애초에 키비시스의 특수 효과, [흡수>로 편하게 흡수할 생각은 없긴 했다.
그랬다면 이렇게 폐관 수련을 진행할 이유도 없었으니까.
‘박나은이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이 내단들이 어떤 효과를 가지고 있는지는 몰라. 다만 오우거의 힘과 자이언트 호넷의 민첩한 비행 능력을 얻을 수 있을 뿐. 그조차도 특별한 스킬이 있어야 얻을 수 있지.’
씨익.
‘그래. 지금이 타이밍이야.’
그렇게 중얼거린 시현이 오랜만에 상점을 열었다.
[환영합니다! 타락왕 이시현 님!] [현재 상점엔 ‘왕’을 위한 여러 상품들이 있습니다.] [(광고) 엘프들에 맞서 준비하자! 끝없는 수련의 길, 모든 ‘스킬북’ 10% 할인 중!]…….
순식간에 수많은 메시지가 눈앞을 채웠지만.
다른 건 볼 것도 없었다.
지금 시현의 눈에 들어온 저 두 줄의 메시지만이 중요할 뿐이었다.
‘좋아.’
그렇게 상점 홀로그램창을 이동하며, 시현의 눈이 재빠르게 움직였다.
열아홉 번째 재앙, ‘엘프’들을 맞이하기 직전에 열리는 이벤트는.
이전에 맞이했던 ‘클래스 전용 이벤트’에 버금갈 정도로 좋은 이벤트였다.
클래스 상관없이 무려 ‘모든’ 스킬을 10%나 할인해 주기 때문이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지.’
플레이어들은 ‘격’에 따라 상점을 이용할 수 있다.
지금 시현은 왕의 격을 가지고 있는 상태.
이전에 플레이어였던 상태에선 살 수 없었던.
아니, 발견조차 할 수 없었던 아이템, 스킬북들을 볼 수 있었다.
포인트 걱정은 없었다.
그동안 수많은 마수들을 잡았음은 물론, 이종족들을 잡아 상당한 포인트를 손에 넣었기 때문이었다.
‘세 번째 대재앙 때부터 지금까지 포인트는 한 톨도 쓰지 않았으니…….’
씨익.
‘제법 벌렸지. 거기다가 부족한 포인트는 권속들에게 빌리기까지 했으니.’
시현은 스스로 포인트를 빌렸다고 표현했지만.
권속들의 포인트는 시현의 것이고, 시현의 포인트는 시현의 것이었기 때문에 갚지 않아도 되었다.
[‘왕의 상점’에 입장합니다.] [새로 생겨난 아이템 목록을…….]……
[5,000,000포인트를 지불하였습니다.] [이벤트가 진행 중이므로 4,500,000포인트만 지불합니다.] [아이템, ‘스킬북: 내단 흡수(S)’를 획득합니다.] [경고! ‘내단 흡수(S)’ 스킬을 익히기 위해선 조건이 필요합니다.] [▶주 스탯 평균 70 이상.] [*단, 지능 스탯은 100 이상.] [▶마력 100 이상.]‘내단을 흡수하려면 일단 그만한 육체를 가지고 있어야 하니까.’
조건은 이미 만족한 상황이었기에.
시현은 고민 없이 스킬북에 손을 가져다 댔다.
[스킬, ‘내단 흡수(S)’를 획득합니다.] [내단 흡수(S)]내단을 흡수합니다.
▶각 내단에 따라 조건이 다르며, 완료율에 따라 얻을 수 있는 효과가 달라집니다.
무려 450만 포인트라는 거금이 든 스킬이었지만 후회는 없었다.
이 스킬북은 가지고 있으면 ‘무조건’ 이득이었으니까.
‘앞으로 내단을 흡수할 일이 많으니까.’
원래 내단은 일종의 재료 아이템이었기에, 키비시스로 흡수가 가능했다.
하지만 이렇게 된다면 키비시스로 흡수할 수 있는 내단의 효과는 100%였다.
‘별로지.’
고작 내단을 100% 효과로 흡수할 거면, 시현이 거금의 포인트까지 들여가며 S급 스킬을 획득할 이유도 없었다.
‘내단은 내단 흡수 스킬로 흡수하고, 다른 재료 아이템들은 키비시스의 [흡수>로 흡수하는 게 좋아.’
키비시스로 흡수하지 않으면 그 과정이 꽤나 고통스러울 뿐 아니라, 조건도 까다롭겠지만.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
‘시간도 오래 걸리겠지만 상관없어.’
시현이 다콘을 권속으로 삼은 후 돌려보내며 열아홉 번째 재앙을 스킵한 이유?
간단했다.
‘내단 흡수(S)’를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함이었다.
목표는 오우거단과 벌단을 완벽히 흡수해 최대한 많은 힘, 민첩 스탯을 올리는 것.
“그럼 시작해 볼까?”
두 개의 단을 쥔 시현이 중얼거렸다.
우선 흡수할 건 붉은색의 오우거단이었다.
꾸욱.
그렇게 시현이 ‘오우거단(A)’을 움켜쥐자.
메시지가 생성되었다.
[스킬, ‘내단 흡수(S)’가 발동됩니다.] [아이템, ‘오우거단(A)’을 흡수합니다.] [▶자신의 몸무게보다 무거운 물체를 들어 올리십시오.]“좋아.”
그렇게 중얼거린 시현이 미리 준비되어 있던 바를 들어 올렸다.
‘헤비 바’이라 불리는 이 바는.
마력을 주입하면 할수록 무거워지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흐읍!”
이내 공동에 가득 찬 시현의 소리와 함께.
수련이 시작되었다.
이 무거운 물체를 들어 올리는 건 첫 번째 관문일 뿐.
아직 갈 길이 멀었다.
그렇다 해도 걱정할 건 없었다.
시현에겐 언제나 그랬듯 계획이 있었으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