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136)
신의 천적, 회귀하다 136화
93. 다크 하이 엘프(1)
사아아아!
“물러서지 마라!”
“와아아아아아!”
박나은의 외침과 함께.
수많은 플레이어와 엘프들이 부딪쳤다.
시작은 워 비틀들이었다.
“치르르르르!”
“차르르!”
박나은의 명령에 따라 장수풍뎅이, 사슴벌레들이 엘프들을 향해 뛰쳐나갔다.
“노예 벌레들 주제에.”
하늘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네이쳐밤이 혀를 끌끌 찼다.
“2장로가 보면 오열하겠어. 저것들 개량시키느라 고생 좀 했을 텐데. 안 그러냐, 엘로아?”
“그럼요.”
“후후후.”
엘로아를 본 네이쳐밤이 웃었다.
엘로아.
하이 엘프임에도 무지렁이 같은 ‘보통 엘프’들의 편을 들다 그 죄를 인정받고 몇백 년 동안 목각 인형에 갇혀 있었던 죄인.
세계수의 씨앗이 지구란 행성 어딘가로 떨어졌기에 11번째 재앙, 엔트들 사이에 섞여 보내 버렸는데.
이 녀석이 이렇게 큰일을 해낼 줄은 몰랐다.
‘죄인의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야.’
엘로아는 하이 엘프이자 네이쳐밤의 조카.
네이쳐밤은 그런 조카를 본인의 손으로 직접 목각 인형에 가두었기에.
어느 정도 미안함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신성한 세계수의 율법대로라면 사형을 시켜도 마땅치 않은 죄였으나.
그래도 조카를 자기 손으로 직접 가두었다는 게 못내 마음에 걸렸던 그였다.
‘반성을 충분히 해 장로회에 충성을 바칠 뿐 아니라 세계수의 정확한 위치, 그리고 타락왕이 정신 계열 공격에 약하다는 특징까지.’
씨익.
‘기특하군.’
하이 엘프들도 보통 엘프들을 돌봐야 한다는 등, 더 이상 이들을 희생시키면 안 되며 하나의 인격체로 대해주어야 한다는 등.
헛소리나 늘어놓는 조카가 아니었다.
녀석은 무려 하이 엘프 서열 10위.
이 수치가 장로까지 포함한 것임을 감안하면, 그만큼 강력하단 의미였다.
‘시스템’이 인정할 정도로 말이다.
“그래. 저 벌레들은 어떻게 처리하면 되겠나?”
“벌레는 벌레로 잡아야죠.”
옆에서 엘로아의 얼굴을 한 서영우가 웃었다.
“하지만 그렇게 신경 쓸 것까진 없습니다.”
“신경 쓸 게 없다라?”
“네. 저희는 그냥 병력만 주구장창 투입하면서 기다리면 됩니다.”
“흐음…… 특별한 전략 없이 말이지?”
“뭐. 특별한 전략이 없어도 저것들은 알아서 무너질 겁니다.”
서영우가 입꼬리를 올렸다.
“4장로가 타락왕 이시현을 완벽하게 제거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렇지. 녀석은 블루 엘프들 중에서 가장 강력한 녀석.”
씨익.
“정신 계열 공격은 아무도 그 녀석을 따라갈 수 없지.”
“저희는 하이 엘프들의 전력은 그대로 보존하고 보통 엘프들만 주구장창 보내면 될 겁니다. 하이 엘프들은 타락왕을 죽이기 위해 투입되어야 하니까요.”
“흠…….”
“네. 타락왕을 유인하는 건 저에게 맡겨주십시오. 그 전까진 세계수가 있는 섬 주변엔 물의 고리를 활용한 블루 엘프들이. 땅속에선 다크 엘프들이. 정면에선 레드 엘프, 엘프들이 가면 됩니다. 특히 저 벌레들은 불에 약하니까요.”
“엘로아. 하지만 네가 모르는 게 있다.”
“네? 그게 무슨…….”
“우리 하이 엘프는 강해.”
씨익.
네이쳐밤이 아래를 내려다봤다.
그리고 거기엔 40명의 하이 엘프들이 있었다.
“……분명 이곳엔 10명만 온다 하지 않았습니까?”
“세계수가 걸려 있다고 하니까 지원자들이 많아졌지 뭔가.”
그 모습을 본 서영우가 눈살을 찌푸렸다.
‘이런…… 형님이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데?’
시현이 예상한 하이 엘프는 많아야 20명.
그런데 지금 그 수가 2배에 달했다.
“자네에게 비밀로 한 점은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 이건 나를 비롯한 장로 셋만 알고 있는 사실이었거든. 아, 물론 하이 엘프 당사자들 또한 자신들이 10명만 오는 줄 알았지. 후후후.”
“…….”
“너무 걱정은 말게. 7장로까지 함께 왔으니 하이 엘프들이 죽을 일은 잘 없어. 자네의 말대로 우린 압도적인 병력을 가지고 있으니 굳이 하이 엘프들을 소모할 필요가 없지. 하지만 말이네.”
네이쳐밤이 킬킬 웃었다.
“하이 엘프 한두 명만 투입해도 전황이 바뀔 텐데 썩히고 있을 이유도 없지. 세계수를 구해야 하는 중요한 전쟁에선 더더욱 말이야.”
“하지만…….”
“일단 엘로아. 자네는 나와 함께 여기 있지. 저 아래 있는 인간들은 하이 엘프들이 알아서 처리해 줄 테니.”
“젠장! 막아!”
“어떻게든 막아!”
하남시 대장간.
대장장이들이 지키고 있는 이곳은 또다시 엘프들과의 전쟁을 펼치고 있었다.
“젠장!”
오영일이 이를 악물고 망치를 휘둘렀다.
“커헉……!”
“크헉!”
하지만 다크 엘프들도 만만치 않았다.
어둠에 숨어 암기를 날려대는 이 녀석들은 말 그대로 플레이어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지금이다!”
오영일의 외침에 대장간 곳곳에 불이 밝혀졌다.
번쩍!
조명.
서울, 경기도를 돌아다니며 설치했던 조명이 순간 엄청난 빛을 내뿜었다.
“……!”
-이, 이건?
-좋지 않다.
‘어둠’에 몸을 숨겨야만 하는 다크 엘프들은 순간 어둠이 사라지니 그대로 위치가 노출되었다.
“저기다!”
“조져!”
그 덕분에 이곳에 모여 있던 플레이어들이 녀석들의 머리를 그대로 깨버렸다.
-이런!
-움직여라, 어서!
하지만 대부분의 다크 엘프들은 움직일 수 없었다.
다크 엘프들이 가진 ‘어둠 은신(C)’은 어둠 속이라면 조건 없이 몸을 숨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단점도 명확했기에 C등급이었다.
‘파훼법만 알면 어렵지 않아.’
‘어둠 은신(C)’의 약점은 ‘갑작스럽게 빛에 노출되었을 때 10초간 몸을 움직일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이렇게 생사가 넘나드는 전쟁 통 사이 10초란 시간은 억겁과도 같았다.
서걱.
옆에서 스페이드 9 카드를 든 장희수가 단검을 날리며 다크 엘프들을 처리했다.
“희수야!”
오영일의 외침에도 장희수는 고개만 끄덕인 뒤 무표정으로 다크 엘프들의 급소를 찔러 나갔다.
‘……젠장!’
그 모습을 본 오영일이 이를 악물었다.
아직 어린아이인 그녀에게 이런 끔찍한 일을 맡긴다는 사실에 죄책감이 치밀어 올랐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금은 장희수보다 더 어린 아이의 손이라도 빌려야 할 판이었으니.
하지만.
“제법이구나.”
카아아앙!
“꺄아아악!”
“희, 희수야!”
누군가가 던진 ‘어둠’이 장희수의 몸을 꿰뚫었다.
[♠(Q) 카드를 사용합니다.] [지혜의 여신의 방패가 가호를 내립니다.]사르르르.
다행히 장희수의 몸을 꿰뚫은 어둠은 노란빛의 방패에 막혀 힘을 잃고 바스러진 상황이었다.
“커헉……!”
하지만 장희수는 피까지 토하며 비틀거리고 있었다.
그녀가 사용한 ♠(Q) 카드는 강력한 방패를 사용할 수 있게 해주지만.
그만큼 마력과 정신력을 소모하는 강력한 카드.
아직 어린 장희수의 몸으론 쉽사리 사용할 수 없는 카드였다.
“이 빌어먹을 자식이!”
[스킬, ‘대장장이의 내리침(A)’을 발동합니다.]어느새 달려든 오영일이 다크 엘프에게 망치를 휘둘렀다.
쿠우우웅!
원래 아이템을 부술 때 사용되는 스킬인 만큼.
적중하기만 한다면 녀석의 아이템은 물론, 걸치고 있는 살, 근육, 뼈 등도 단번에 곤죽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건 언제까지나 녀석에게 닿았을 때의 이야기.
촤르르륵.
녀석 주변의 어둠이 뭉쳐 방어막을 형성해 냈고.
오영일이 그대로 튕겨 나왔다.
‘크흑……!’
최근엔 망치질만 해 떨어졌다곤 하나 그의 랭킹은 19위.
높디높은 하이랭커였다.
그런 그가 한 번에 뒤로 밀려날 정도라니.
저 다크 엘프는 하이 엘프들 사이에서도 상위권에 드는 인물임이 틀림없었다.
“호오…… 어린 인간들이 제법이구나?”
노란빛 방패를 들고 있는 장희수, 망치를 든 오영일을 보며.
다크 엘프가 킬킬 웃었다.
“그런데 그걸로 될까?”
촤르르륵!
녀석의 어둠이 다시 솟아올라 사방을 뒤덮었다.
‘이건……?’
그 모습을 본 오영일이 상대의 행동을 막기 위해 다리에 힘을 주었다.
[스킬, ‘마그마 웨폰(A)’을 발동합니다.] [특성, ‘제작하는 자(B)’ 효과로 인해 추가 효과를 받습니다.]…….
수많은 메시지와 함께 오영일의 망치에 마그마가 둘러싸였고.
그 일격이 그대로 다크 엘프에게 향했다.
하지만.
“어설퍼.”
다크 엘프가 다시 한번 오영일의 공격을 막아냈다.
“그리고 무모해. 네 부하들은 어쩌게?”
“뭣?”
다크 엘프에게서 나온 어둠.
채찍 같기도, 촉수 같기도 한 그 ‘어둠’은 주변 대장장이들도 휘감고, 꿰뚫고, 조종했다.
“왜, 왜 이래!”
“크아아악! 멈춰!”
이내 대장장이들이 서로를 죽이기 시작한 거로도 모자라.
조명을 연결하고 있는 장치를 부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틈을 타 다크 엘프들이 어둠 속에 몸을 숨겼다.
“빌어먹을……!”
카아앙!
어떻게든 상황을 헤쳐 나가려 망치를 휘둘렀으나.
다크 엘프에게서 나온 어둠은 그를 쉽사리 놓아주지 않았다.
“무식한 멧돼지 같은 놈.”
다크 엘프가 실실 웃었다.
녀석은 전투에 대한 경험이 상당히 많은 듯 오영일을 직접적으로 공격하지 않았다.
단지 그가 다른 어디론가 이동하지 못하도록 촉수로 싸매고, 때렸다 물러났다를 반복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때.
[♦(K) 카드를 사용합니다.] [독재관의 도끼가 가호를 내립니다.]콰아앙!
붉은 다이아로 된 도끼가 다크 엘프를 내려쳤다.
쿵!
이내 장희수와 다크 엘프의 격전이 이어졌다.
다크 엘프는 촉수를 이용해 장희수를 쳐내고, 압박하고 있었지만.
장희수는 노란빛의 방패와 작은 몸을 이용해 촉수 사이를 파고들었고.
붉은 다이아 도끼를 사용해 촉수들을 베어내더니 기어코 다크 엘프 가슴팍을 파고들었다.
“이게 무슨……?”
말 그대로 ‘어린 인간’이라 자신이 이 정도로 수세에 몰릴 줄 몰랐기에.
다크 엘프가 인상을 찌푸리며 뒤로 물러났다.
서걱.
덕분에 장희수의 도끼가 얕게 파고들었고.
다크 엘프가 안도하며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잡았다.”
콰아아아앙!
어느새 다가온 오영일의 마그마 망치가 녀석의 머리를 그대로 내리찍었다.
[훌륭합니다! 하이 엘프, ‘다코낭’을 처치…….]“아, 아저씨!”
“고생했다, 희…….”
하지만 오영일의 말이 끝나기도 전.
츠즈즉.
츠즉.
주변 어둠 속에서 몇 개의 그림자가 다크 엘프의 형상을 이뤘다.
“멍청하긴. 그러니까 혼자 나대지 말라니까.”
“꼭 이런 놈이 제일 먼저 죽는다니까.”
“아직 다콘 님께서도 안 오셨는데 말이야.”
세 다크 엘프들 모두 육성으로 말을 내뱉고 있었다.
이게 의미하는 바는 하나.
셋 다 ‘하이 엘프’라는 것이었다.
꿀꺽.
셋을 본 장희수가 마른침을 삼켰다.
지금은 아빠, 엄마도 다른 곳에 갔고.
상황도 대장장이들이 밀리고 있는 상황.
‘내가……. 나밖에…… 없어.’
물론 오영일도 있지만, 애초에 그는 아이템을 만드는 대장장이지.
‘전투’에 특화된 플레이어는 아니었다.
그런 그가 상대할 수 있는 건 최대 1명 정도.
나머지 둘은 그녀 혼자 상대해야만 했다.
‘어쩔 수 없어…… 다른 사람들은 더 힘들게.’
느껴지는 부담감에 어깨가 무너져 내리고, 가슴이 답답했지만.
정말로 어쩔 수 없었다.
자신이 물러나면 이 모든 사람들이 죽을지도 몰랐기에.
장희수는 절대 물러설 수 없었다.
“오호? 이것 봐라?”
“어린 인간 주제에 우리랑 맞서겠다고?”
“그럼 좀 놀아줘 볼까?”
콰아아아아!
다크-하이 엘프 셋에게서 가공할 만한 기세가 쏟아져 나왔다.
이내 녀석들의 어둠이 서로 동화되며 더 어두운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좋지 않아.”
그 모습을 본 오영일이 망치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장희수는 품 안에 있던 카드를 움켜쥐었다.
앞면엔 색깔로, 뒷면엔 흑백으로 되어 있는 이 카드.
조커.
[♠(Q) 카드를 집어넣습니다.] [♦(K) 카드를 집어넣습니다.]주르륵.
이미 눈과 귀에서 피가 흘러나올 정도로 지친 상태였기에.
사실 조커 카드를 쓴다는 건 엄청난 부담이었다.
컨디션이 좋은 상태에서 사용해도 목숨을 장담할 수 없는 게 이 조커 카드였으니.
-무슨 수작을 쓰려고 한다.
-어리다고 방심하지 마.
-그래.
서로 정령의 언어를 주고받은 다크 엘프들이 장희수에게 어둠을 뻗었다.
그렇게 일촉즉발의 상황 속.
후우웅.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왔다.
“아직 그 카드는 쓰지 마.”
덥석.
누군가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걸 느낀 장희수의 표정이 굳었다.
‘오는 걸 눈치채지도 못…….’
하지만 이내 그의 얼굴을 보자.
굳은 표정이 눈 녹듯 풀리며 입가엔 미소가 퍼져 나갔다.
“오라버니!”
“그거까지 쓰면 위험하거든.”
씨익.
시현을 본 장희수가 다시 조커 카드를 넣어놓았다.
“야!”
키비시스에서 분출된 포션을 먹으며 장희수가 뒤로 물러났다.
“너희 이제 다 죽었어!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