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137)
신의 천적, 회귀하다 137화
93. 다크 하이 엘프(2)
-저놈이 바로…….
-그래.
다크 엘프 셋이 서로를 쳐다봤다.
-타락왕, 세계수의 주인.
꿀꺽.
-랭킹 1위, 이시현이다.
다크 엘프들이 얼핏 봤을 때.
상대에게선 특별한 기운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기세를 숨기고 있는 건가?
-그런 것 같은데…….
-정보에 의하면 마기를 사용한다 했지.
다크 엘프들은 자신들에게 떨어진 ‘명령’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타락왕을 마주치면.
-아무것도 하지 말고 후퇴할 것.
-다들 물러서라!
하이 엘프들의 외침에 나머지 다크 엘프들이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
하이 엘프들 중 하나가 어둠을 흩뿌렸다.
-내가 시간 끌 테니 전부 피해.
-하지만…….
-어서!
나머지 두 하이 엘프와 다크 엘프들이 몸을 돌려 피하는 사이.
남은 다크-하이 엘프가 모든 어둠을 모아 시현에 맞섰다.
쿠구구구…….
‘이 정도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다크 엘프가 한껏 상기된 표정으로 시현을 쳐다봤다.
하이 엘프 셋과 수십의 다크 엘프들 덕분에 상당한 그림자와 어둠이 모인 상태.
하이 엘프의 핏줄을 이어받은 존재이니만큼.
이 어둠을 모조리 통제하는 데 무리가 없었다.
“죽어라!”
녀석의 어둠이 사방을 뒤덮었다.
정보로 보나, 방금 어린 인간을 지켜준 거로 보나.
타락왕은 이곳의 인간들을 상당히 아끼고 애정하는 모양.
즉, 주변의 다른 인간들을 노리면 상대의 움직임을 제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다크 엘프가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타락왕 이시현.
그는 상대가 준비할 틈을 줄 정도로 호락호락한 왕이 아니었다.
‘이…… 무슨?’
파앙!
마치 대포 쏘는 듯한 소리와 함께.
시현이 녀석에게 쇄도했다.
“왜 인질 잡으려고?”
“……!”
“그렇겐 안 돼.”
[아이템, ‘천총운검(C)’이 핏빛 폭풍을 일으킵니다.]상대의 보랏빛 코트가 휘날리고.
어디선가 피 냄새가 났다고 느껴진 그때.
서걱.
다크 엘프의 목이 그대로 떨어져 나갔다.
[훌륭합니다! 다크-하이 엘프, ‘코카루’를 처치…….]“이런 미친?”
“……도망가긴 글렀나?”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목이 베인 동료를 보며.
나머지 하이 엘프들이 몸을 떨었다.
‘특별한 힘을 쓴 것 같진 않은데?’
후우우웅!
다크 엘프들의 생각대로.
시현은 특별한 힘을 쓰지 않았다.
다만 이전보다 눈에 띄게 상승한 힘과 민첩 스탯으로 인해.
초고속 이동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뿐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뭘 멍하니 있어?”
천총운검에 묻은 다크 엘프의 피를 털어내며.
시현이 한 걸음을 내디뎠다.
쿵.
분명 천천히 한 걸음을 내디뎠을 뿐이다.
그런데 주변에서 느껴지는 압박감이 상당했다.
-이건 기세?
-……아니, 그런 뜬구름 잡는 기운이 아니다. 이건…… 바람이야?
-바람이라고? 저 녀석…… 엘프도 아닌데 어떻게 이런?
일반 엘프(Elf).
시현의 천총운검에서 나오는 폭풍은 현재 바람을 다룬다는 일반 엘프.
그것도 ‘하이 엘프’들보다도 압도적인 수준이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현재 시현이 일으키는 건 그냥 바람이 아닌 폭풍이었으니까.
-막아!
-시간이나 끌어라! 버러지들아!
후우우우웅!
콰드드득!
앞서 희생정신을 보여줬던 다크-하이 엘프, 코카루와는 달리.
나머지 두 하이 엘프들은 보통 엘프들을 희생양 삼아 이곳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취했다.
사실 이게 당연하고, 맞는 일이었다.
그냥 우후죽순 번식하는 보통 엘프와는 달리.
하이 엘프들은 그 잉태 과정이 굉장히 어려울뿐더러.
특수한 힘을 가지고 있는 ‘고귀한 피’였으니까.
파앗!
이제 두 하이 엘프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몸을 날렸다.
씽크홀.
이들이 왔던 그 방향으로 도망간 것이다.
츠즈즈즉!
-그래. 이렇게 시간만 벌어준다면…….
서걱!
그렇게 두 하이 엘프가 도망치고 있을 때.
옆에 있는 한 하이 엘프의 가슴팍이 잘려 나갔다.
“어……?”
츠르르륵…….
허무하리만큼 쉽게 잘려 나가는 상반신을 보며.
그 옆에 있던 하이 엘프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이게 무슨?”
그리고 상황을 재빨리 파악했다.
어느덧 상대는 자신의 바로 옆까지 붙은 상태.
동료 하이 엘프의 몸을 이등분시킨 날카로운 도가 자신의 목을 향하고 있었다.
‘피하기엔 늦었어. 빌어먹을! 하등한 것들보고 시간을 끌라고 했는데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하이 엘프는 이미 자신의 미래를 알고 있었다.
죽음.
저 도가 눈앞까지 와 있는 이 순간.
자신의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정보를 흘리는 수밖에.’
-타락왕이 나왔습니다. 위치는 대장간.
자신의 상관이자, 이곳에 모인 다크 엘프 중 가장 높은 하이 엘프.
‘다콘’에게 정령의 대화를 보낸 뒤.
서걱.
녀석의 목이 잘려 나갔다.
“……아무리 너라도 우리를 상대론 어쩔 수 없을 거다.”
“목이 잘려도 말을 하네?”
콰직!
이내 다크-하이 엘프의 목을 발로 짓밟은 뒤.
시현이 고개를 돌렸다.
“…….”
“……!”
“……?”
자신들이 모시는 하이 엘프가 이렇게 쉽게 죽으리란 건 예상치도, 상상치도 못했기에.
다크 엘프들 전부가 경악스러운 눈으로 시현을 쳐다보고 있었다.
압도.
말 그대로 압도적이었다.
후우웅!
-단순한 검술만으로 순식간에 ‘높으신 분’들을 세 명이나…….
-어떻게 되어먹은 신체 능력이지?
-미, 믿을 수 없어.
그뿐만이 아니었다.
시현은 천총운검이 일으킨 폭풍으로 다크 엘프들을 압박하고 있는 상태.
즉, 아이템의 힘을 분산시키면서까지 저 셋을 한 번에 잡아버린 것이다.
“그럼 가라.”
이내 시현이 핏빛 검을 한 번 휘두르니.
서걱!
다크 엘프들을 옥죄고 있던 폭풍이 날카로운 칼날로 변한 뒤.
그대로 녀석들의 신체를 베어버렸다.
천총운검의 [폭풍검>.
여기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는 다크 엘프는 존재하지 않았다.
[다크 엘프 플레이어, ‘도도쿠’ 처치에 성공하였습니다.] [플레이어가 보유한 포인트의 절반(20,295)을 획득합니다.] [경험치가 상승합니다.]…….
수많은 홀로그램 창이 눈앞을 채우는 동안.
“시, 시현 형님!”
“오라버니!”
어느새 오영일과 장희수가 시현에게 달려왔다.
“수습부터.”
“네, 네!”
시현의 말을 들은 오영일이 재빨리 사상자와 부상자를 파악했다.
시현의 키비시스 안에서 생명력, 마력 포션이 분출되어 응급처치가 이뤄졌고.
장희수 또한 하트 카드를 이용해 지원을 나섰다.
‘과연…….’
천총운검을 쥔 시현의 팔이 살짝 떨렸다.
흥분감 때문이었다.
‘폐관 수련이 헛되지 않았어.’
씨익.
시현은 폐관 수련 덕분에 힘과 민첩 스탯을 각각 36씩 올릴 수 있었다.
물론 비싼 A급 내단이 흡수되고, 남들이 볼 땐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어 보이겠지만.
지금 시현의 온몸엔 이전과는 다른 힘이 스며들어 있고.
눈과 신경은 모든 정보를 수집해 처리 중이었다.
‘단순 스탯이 확 올라간 것만으로도 이런 효과라니.’
다크 엘프들 몇 마리를 잡으면서 이 새로운 스탯에 맞게 몸을 이미 실전에 적응시킨 상황.
회귀 전엔 ‘한 번에’ 이 정도 스탯을 올렸던 적이 없었기에.
새로운 경지에 다다른 듯한 이 기분이 굉장히 생소하면서도, 좋았다.
“형님. 대장장이들 스무 명이 죽었습니다. 부상자는 100명 정도입니다.”
“…….”
“……그래도 예상보단 피해가 적습니다. 원래 사망자만 100명 정도로 예상하지 않았습니까?”
‘내가 조금만 더 일찍 왔다면…….’
물론 모든 사람을 살릴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애초에 하지 않았다.
당연한 소리였다.
이곳에 세계수가 있는 만큼 엘프들의 총공세가 이어질 테니까.
“그나마 자이언트 앤트들을 막아줘서 다행입니다. 다른 자이언트 앤트들이 말이죠.”
“그래. 그건 다행이지.”
현재 박나은이 노예로 부리고 있는 자이언트 앤트들이 동족과 다른 다크 엘프들을 막고 있는 상황.
그것도 아니었다면 이곳은 자이언트 앤트들과 더 많은 다크 엘프들의 발에 짓밟혔을 것이다.
“빌어먹을.”
“형님…….”
“이제 더 이상 이곳으로 오진 않을 거야. 수습하고. 이곳에서 부상자들을 지켜줘.”
“오라버니! 저도…….”
“아니.”
장희수의 머리에 손을 얹은 시현이 무릎을 꿇어 그녀와 눈높이를 맞췄다.
“희수는 여기서 부상자들 도와줘. 앞으로 생길 부상자들도 제일 안전한 이곳으로 보낼 거니까.”
“……네.”
그런 그들 사이로.
“보기 좋네.”
누군가가 팔짱을 낀 채 각선미를 드러내고 있었다.
번뜩이는 눈빛, 이제는 허리까지 올 정도로 기다란 하얀 머리.
“저…… 저…… 년은…….”
그녀는 이곳에 온 다크 엘프들 중 가장 ‘높은’ 존재.
그 뛰어난 능력과 은신술로 다른 하이 엘프들의 존경과 경계를 동시에 받는 인물.
변환자 ‘다콘’이었다.
“죽어!”
녀석을 본 장희수가 곧바로 조커와 네 종류의 킹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저 조합은 현재 장희수가 꺼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조합이지만, 그만큼 대가가 큰 법.
저 조합이 다콘에게 통할 거란 보장도 없었을뿐더러, 지금 상태에서 저 조합을 사용하면 장희수는 100% 죽는다.
“희수야.”
시현이 장희수의 손을 잡아 카드를 낚아챘다.
“아직은 아니야.”
“오라버니! 하지만 저년은…….”
“알아. 아빠랑 다른 사람들 고통스럽게 했던 거. 하지만 여긴 나에게 맡겨줘.”
“…….”
불만 가득한 표정이었지만.
장희수는 못 이겨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카드가 없으니 뭘 할 수도 없었던 것이다.
“영일.”
“네. 형님.”
“희수 잘 부탁한다.”
“……하지만 저 엘프는.”
다콘에 대해선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들은 상태였기에.
오영일도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괜찮아.”
스윽.
“저런 거 처리하려고 내가 있는 거니까.”
쾅!
이내 땅을 박찬 시현이 다콘에게 달려들었다.
다콘도 이에 물러서지 않고 한쪽 손엔 어둠을, 한쪽 손엔 바위를 두르며 시현에게 맞섰다.
그 모습을 본 장희수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래. 오라버니라면 해주실 거야.’
지금의 시현이라면 이곳을 습격한 저 괴물들을 전부 죽여줄 수 있을 것이다.
자신과 오영일 아저씨가 힘들게 잡은 하이 엘프도 순식간에 모조리 해치워 줬으니까.
콰아아아아앙!
힘과 민첩 스탯이 오른 시현은 확실히 강했다.
몸이 자신의 것이 아닌 잘 만들어진 기계라 느껴질 정도로.
시현의 공격은 스스로가 느끼기에도 빠르고 예리해졌다.
본인도 그렇게 느낄진대,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더더욱 죽을 맛이었다.
쾅!쾅!쾅!
천총운검이 다콘의 몸에 닿을 때마다 해당 부위가 뻐근함은 물론, 저릿저릿할 정도였다.
그렇게 다콘은 계속해 밀려날 뿐 어떤 반격도 할 수 없었다.
-주인님. 조금 아픈데요?
-좀만 참아.
하지만 이는 결국 계획된 행동.
다콘이 때맞춰 등장한 것도.
시현이 장희수를 말리고 다콘을 몰아붙이는 것처럼 공격하는 것도.
전부 계획된 행동이었다.
-……살살 하신다면서요?
-살살 하는 건데?
시현의 손으로 권속인 다콘을 죽여 버릴 순 없는 노릇.
시현은 말 그대로 살살 하고 있었다.
당사자인 다콘에겐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 모양이지만.
-으으으…….
-계획대로 잘된 거냐?
-네. 이대로 제가 밀려나면서 땅으로 나가면 될 겁니다. 서영우도 와 있는 상태고, 바깥엔 장로도 있어요?
-장로? 장로라…….
어느덧 다크 엘프들의 씽크홀까지 오자.
주변엔 아무도 없는 상태.
그걸 확인한 시현이 검을 멈췄다.
“장로가 왔다고?”
“네.”
[칭호, [군단지배자(SS)>를 장착합니다.] [군단장급 이상의 개체들의 위치를 파악합니다.]츠즈즈즉.
칭호 장착과 함께 시현의 뇌 속으로 여러 엘프들의 위치가 들어왔다.
대군단, 세계수 수호자에서 ‘군단장’급 이상의 개체들은 ‘하이 엘프’를 의미한다.
‘……하이 엘프의 수가 생각보다 많은데?’
시현이 놀라 눈을 치켜떴다.
하이 엘프들뿐만이 아니었다.
녀석들 중 가장 강력한 기운을 가진 엘프들이 있었는데.
서영우(엘로아)와 다콘을 포함해도 다섯이었다.
이게 의미하는 건 하나.
장로회의 장로 엘프들이 셋이나 왔다는 것이었다.
“일곱의 장로회 중 셋이라…….”
툭.
“일이 재밌어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