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138)
신의 천적, 회귀하다 138화
94. 정신 지배
엘프 장로.
다른 하이 엘프들은 몰라도 ‘장로’들은 절대 만만히 볼 수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녀석들은 나이가 많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엘프들은 단순히 나이가 많으면 강하지. 인간과는 반대로 말이야.’
엘프는 인간과 달랐다.
녀석들은 나이가 많으면 많을수록 강했는데, 그 기간 동안 자연은 물론, 세계수 옆에서 계속해 좋은 기운을 흡수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장로는 단순히 나이가 많다고 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녀석들은 800살 이상의 엘프들 중 ‘가장 강력하고 능력 있는 하이 엘프’.
즉 가지고 있는 힘, 경험, 노련함 등이 차원이 다른 개체들이었다.
‘장로가 올 수도 있다곤 예상했어. 그래도 많아야 한 마리, 아니면 두 마리가 올 줄 알았는데.’
무려 세 마리라니.
상황을 보아하니 세계수 수호자들은 미국, 중국, 이집트, 인도 등 강력한 플레이어가 있는 나라보다도.
이곳, 한국에 모든 걸 집중한 모양이었다.
회귀 전, 엘프 장로들이 한반도는 물론 ‘지구’ 자체로 넘어온 적이 없었다는 걸 감안해 보면.
이 녀석들이 지금 세계수 탈환에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었다.
“재밌겠네?”
“……예상보다 엘프 측의 병력이 강력하고 많아서 문제예요.”
“문제는.”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런 거 대비하려고 그동안 개고생한 건데.”
분명 시현이 웃고 있음에도.
다콘은 어딘지 모르게 그가 ‘화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자. 그럼. 다시 시작해야지.”
“……더 살살해주세요. 제 특기는 암살과 은신, 변신이지. 그렇게 무식한 공격을 받는 탱커가 아니에요.”
시무룩.
“오크쟌 같은 깡패가 아니라고요…….”
콰아아앙!
다크 엘프들의 이동 수단.
씽크홀.
그 한가운데에서 폭음이 울려 퍼졌다.
“무슨 소리지?”
“온 거죠.”
허공에 떠 상황을 관조하고만 있는 네이쳐밤에게.
서영우가 다가와 말했다.
“다콘이 계획대로 타락왕을 유인하는 데 성공한 모양입니다.”
“오호…… 그래도 목표 지점까진 거리가 꽤 있는데 말이야.”
뒤이어 네이쳐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여기까지 데려오는 것만 해도 하이 엘프가 벌써 넷이나 죽었어. 더 이상의 희생은 불필요하다.”
“그럼요.”
네이쳐밤은 보통 엘프들의 희생은 당연하게 받아들여 이에 대해선 무덤덤했지만.
유독 하이 엘프들의 희생은 가슴 아파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세계수’라는 대의를 위해선 이 정도 희생이야 어쩔 수 없는 것이었으니.
‘그래도 하이 엘프가 순식간에 넷이나 당할 줄은 몰랐어. 생각보다 강한 녀석이군.’
네이쳐밤이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그렇다 해도 넷과 다른 엘프들, 다콘까지 상대했으면 상당한 힘을 소모했을 터.”
파아아앙!
타이밍 적절하게.
씽크홀 내부에서 두 인영이 튀어나왔다.
땀을 흘리며 가까스로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는 다콘.
그리고 보랏빛 코트를 휘날리며 도를 휘두르는 타락왕, 이시현이었다.
“슬슬 우리도 개입하자고.”
“네.”
네이쳐밤이 여유롭게 웃었다.
녀석에 대한 소문은 이미 들었지만, 그뿐.
장로회의 장로 셋에 하이 엘프 여럿이 온 마당에.
타락왕이 아닌 타락왕 할애비라도 자신들을 어쩔 순 없을 것이다.
[윈드 스프레드(C)] [윈드 블레이드(C)]서영우의 양손에서 바람이 일더니.
이내 수많은 바람 칼날로 변해 시현에게 쇄도했다.
파앗!
그 모습을 본 시현이 코트를 휘날리며 뒤로 밀려났다.
그리고 서영우는 그런 시현을 계속 압박해 어디론가 밀어붙였다.
후우우웅!
바람에 저항하지 못하는 것일까?
서영우의 바람 마법이 그렇게 강력하지 않음에도 시현의 몸이 속절없이 밀려났다.
‘생각보다 약한데?’
그 모습을 본 네이쳐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엘로아는 강력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강한 바람의 힘을 쓰지 않는데 말이야. 그럼…… 뻔하군.’
네이쳐밤이 오른쪽 손을 들어 올리며 웃었다.
“당하는 척 방심을 유도하고 우릴 제거하겠다는 건가? 고전적이지만 훌륭한 방법이지. 하지만.”
타악.
“우리에게 통하진 않아.”
네이쳐밤이 손가락을 튕김과 동시에.
퍼어어엉!
시현의 몸을 감싸고 있던 바람이 말 그대로 ‘폭발했다’.
카아앙!
천총운검을 비스듬히 세워 공격을 막았지만.
꽤나 강력한 공격이었기에, 시현의 몸이 그대로 밀려났다.
타락한 영광이 가지고 있는 높은 마법 저항이 아니었다면.
진작 온몸이 곤죽으로 되어버릴 뻔했다.
-이건?
-3장로 네이쳐밤의 능력이에요.
처음 겪어보는 공격에.
다콘이 설명을 시작했다.
-자연이 있는,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속성’이 있는 모든 마법이나 공격, 스킬에 개입해 폭파시킬 수 있어요.
그 말을 들은 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짧은 설명이었지만 대충 이해한 덕분이었다.
-그렇다면…….
-네. 지금은 서영우 님이 쓴 바람 속성에 폭발을 일으키는 거죠.
퍼어어엉!
심지어 그 폭발은 연쇄 작용을 일으키며 시현의 몸을 사정없이 밀어버렸다.
-들어오는 대미지를 보니 마법 관통력도 있는 것 같은데.
-……그것까진 모르겠어요. 하이 엘프들끼린 절대로 싸우지 않거든요.
퍼엉!
단순 공격력만으로 따지면 시현이 회귀 후 마주했던 적들 중 가장 강력한 공격이었다.
단순히 손가락을 튕기는 것만으로 공간의 제약 없이 이런 폭발을 계속해 일으킬 수 있다니.
‘이거 완전 사기잖아?’
장로는 괜히 장로가 아닌 모양이었다.
‘미국 놈들은 대체 이 7장로를 어떻게 쓸어버린 건지…….’
물론 미국이 알브헤임으로 넘어가 7장로를 전부 죽이는 건 한참 뒤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시현에게는 ‘장로를 상대하는 것’은 지금 당장의 이야기.
지금 당장 방법을 강구해야만 했다.
‘잠깐. 굳이 방법을 강구해야 하나?’
상황을 보아하니 네이쳐밤은 위력을 조절하고 있었다.
상대의 목적은 당장 시현을 ‘죽이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선 시현이 굳이 반격할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저 녀석들은 날 죽이려는 게 목표가 아니야. 함정으로 끌고 가는 게 목적이지.’
서영우와 다콘의 말에 의해.
엘프 장로들은 시현의 심장이 멈추는 그 순간.
‘모종의 장치’로 인해 세계수의 씨앗이 파괴된다고 믿고 있었다.
그래서 이들이 선택한 방법은 ‘정신 지배’.
시현의 정신을 지배시켜 세계수의 씨앗을 획득한 후.
시현을 죽이거나, 그의 강력한 힘을 활용할 생각이었다.
물론 이런 판단 또한 시현이 ‘정신 계열’ 공격에 약하다는 서영우의 거짓 정보 덕분이었다.
어쨌거나, 공교롭게도 시현과 엘프들의 단기적인 목적은 일치했다.
‘사람이 없는 인적 드문’으로 가 싸우는 것이었다.
시현의 입장에선 다른 플레이어들이 휘말리지 않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었고.
엘프들의 입장에선 시현 하나만을 노리고 판 함정을 다른 인간들이 방해하면 골치가 아파졌기에 필요한 조건이었다.
‘그러니까.’
시현이 이를 악물었다.
‘지금 당장은 바람의 흐름에 몸을 맡기면 된다는 거지.’
그렇게 시현은 방어에 치중했다.
너무 티 나지는 않게.
다른 이들이 보면 폭발과 협공에 휘말려 어쩔 수 없이 밀려나는 것처럼 보이게.
그렇게 시현이 몸을 서서히 옮겼다.
“생각보다 별거 없구나.”
네이쳐밤이 씨익 웃었다.
“저 정도 수준이면 일이 굉장히 쉬워지겠어.”
그렇다고 네이쳐밤은 결코 방심하지 않았다.
상대는 어떤 힘을 숨기고 있는지 모르는 상태.
심지어 지금은 ‘마기’조차 사용하고 있지 않았다.
‘녀석이 무슨 힘을 숨기고 있든지 목표했던 장소까지만 데려가면 어쩔 수 없을 거다.’
양 손가락을 딸깍거리며.
네이쳐밤이 시현을 몰아붙였다.
‘그 함정은 설사 신이라고 해도 당할 수밖에 없거든.’
남양주 어딘가.
인적이 드문 곳.
씽크홀에서 나온 시현은 결국 수많은 블루-하이 엘프들이 있는 이 장소까지 밀리며 왔다.
그를 유인, 몰아붙이고 있는 엘프는 총 셋.
네이쳐밤, 엘로아(서영우), 다콘이었다.
“왔다. 성공이군.”
이곳에서 몸을 숨기고 있던 한 블루 엘프가 몸을 일으켰다.
제4 장로, ‘마인드룰’.
수염을 길게 땋은 그가 양손을 기도하듯 모았다.
“준비해라.”
“네. 장로님.”
“네. 장로님.”
츠즈즈즈즉!
4장로 마인드룰과 다른 하이 엘프들은.
대재앙이 시작되자마자 아무도 없는 이곳에 마법진을 설치했다.
마법진의 기능은 하나.
마인드룰이 가장 자신 있어 하고, 주특기로 삼고 있는 스킬 ‘정신 지배(S)’를 강화하는 것이었다.
‘이곳에 모인 하이 엘프만 25명에, 장로인 나까지 있다.’
점차 가까워지는 보랏빛 코트의 사내, 타락왕을 바라보며.
마인드룰이 힘을 끌어올렸다.
‘우리들의 마력과 마법진에 적힌 수식이면 신이라도 빠져나갈 수 없어.’
마인드룰의 말은 사실이었다.
물론 아무리 하급 신이라도 직접 강림한다면 통하긴 힘들겠지만.
계약자의 몸에 빙의한 정도면 그를 몰아내고 세뇌시킬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이었다.
그만큼 엘프들의 힘과 마법진을 설치하는 데 들어간 비용이 거대했다.
어떻게 보면 과투자였다.
굳이 ‘인간 하나’를 세뇌시키는 데 이 정도 엘프력과 마력은 필요하지 않았으니.
하지만 지금 일은 무려 ‘세계수’가 걸려 있는 상태.
차라리 이렇게 과투자하는 게 마력이 부족해 일을 그르치는 것보단 100배 나았다.
확실했다. 자신도 있었다.
이제 고작 네 번째 대재앙을 맞이하는 인간 따위가 이 공격을 막아낼 순 없었다.
‘게다가 지금 7장로가 세계수의 씨앗을 획득하기 위해 비밀리에 움직이는 상황.’
씨익.
‘상황은 우리한테 더없이 좋아.’
파아아앙!
몇 번의 연쇄 폭발과 함께.
시현의 몸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준비 완료했습니다. 장로님.”
블루-하이 엘프, 에호유가 마인드룰에게 보고했다.
“좋아.”
츠즈즉.
“나 대신 기운을 모아 전해라. 에호유.”
“알겠습니다.”
에호유가 마인드룰의 등에 손바닥을 가져다 대었다.
쿠쿠쿠쿠…….
방대한 마력이 마인드룰의 몸에 쌓이기 시작했다.
지이잉!
시현이 마법진 한가운데로 오기도 전에.
마인드룰은 마법진을 활성화시켰다.
저 셋이 여기까지 상대를 끌고 올 정도면 이미 계획은 성공했다 봐야 했다.
“이제 슬슬 마무리를 지어볼까?”
퍼퍼퍼퍼퍼펑!
아니나 다를까.
네이쳐밤의 손가락짓과 함께 시현 주변의 바람이 미친 듯이 터져 나갔다.
콰앙!
그 충격에 시현은 하늘이 아닌 땅에 처박힐 수밖에 없었고.
그 위치는 하필 이 거대한 마법진 중앙이었다.
후후우우웅…….
‘여긴가?’
마법진 중앙에 선 시현이 상대를 바라봤다.
[군단지배자(SS)> 칭호가 상대를 위협적인 존재로 판단한다는 점.그리고 꼴 보기 싫은 턱수염이 휘날린다는 점에서 저 녀석은 블루 엘프 장로임이 틀림없었다.
번뜩.
순간 마인드룰의 눈이 빛났다.
‘걸렸다.’
[스킬, ‘정신 지배(S)’를 발동합니다.]쿵!
이내 마법진이 활성화되면서.
주변에 있던 하이 엘프들의 마력이 썰물 빠지듯 빠져나갔다.
쿠쿠쿠쿠쿠…….
마치 해일과도 같은 마력이 마인드룰의 몸을 통해 마법진의 빛으로 스며들었다.
[경고! 마법진이 과도하게 활성화됩니다!] [마법진 특수 효과로 인해 추가 수식 풀이를 생략합니다.]마법진을 사용한다면 마력을 확장하고 스킬의 위력을 높여도 추가 수식을 계산할 필요가 없었기에.
마인드룰은 마음 편히 상대방에게 마력을 쏟아부을 수 있었다.
그렇게 25명의 하이 엘프와 엘프 장로의 모든 마력을 쏟아부었다.
번쩍!
“후우…….”
“마력이 단 한 방울도 남지 않았어.”
“움직이기도 힘드네.”
그렇게 환한 빛이 휩쓸고 간 자리엔.
시현이 보랏빛 코트와 금빛, 검은빛 벼락을 파지직거리며 서 있을 뿐이었다.
“고생했네.”
“아니네. 3장로.”
어느덧 마인드룰 옆으로 온 네이쳐밤이 웃었다.
“뭐. 성공했군.”
“움직임이 없는 걸 보니 확실하지.”
“명령을 내려야지?”
“후후후. 그러게 말이야. 뭐가 좋을까? 아. 이게 좋겠어.”
씨익.
[명령한다. 세계수를 가져와라. 그리고 이곳에 있는 모든 인간을 죽여라.]이윽고 시현이 몸을 떨더니.
그들에게 다가왔다.
“왜 이쪽으로 오는 거지?”
“그야…… 우리 뒤쪽에 세계수가 있으니까.”
“하하하. 방향이 그랬지.”
“그래. 어디 한번 힘 좀 써봐라.”
그렇게 두 장로가 웃고 있을 때.
어느새 시현은 그 둘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그러곤.
[아이템, ‘천총운검(C)’이 핏빛 폭풍을 일으킵니다.]서걱.
그대로 마인드룰의 가슴을 베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