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139)
신의 천적, 회귀하다 139화
95. 엘프 장로 네이쳐밤(1)
“크아아아아악!”
갑작스러운 공격에 방심하고 있던 마인드룰이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퍼퍼펑!
‘젠장!’
반응속도가 빠른 네이쳐밤이 순간 천총운검에서 나오는 폭풍을 폭파시킨 뒤.
그 반발력으로 상대를 밀어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아무런 반항도 못 하고 그대로 장로 하나를 잃을 뻔했다.
“어떻게……?”
시현의 공격이야 반사적으로 막았다 쳐도.
네이쳐밤은 현재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분명 마인드룰이 내린 명령은 ‘인간을 죽여라’.
그런데 왜 인간이 아닌 엘프를 공격한단 말인가?
“뭘 어떻게야.”
당황을 숨기지 못하는 엘프 장로를 보며.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잘.”
[아이템, ‘쿤달라(D)’가 왕의 격을 드러냅니다.]시현의 귀걸이에선 평소에 숨겨져 있는 연꽃 모양의 빛이 빛나고 있었다.
‘내가 괜히 쿤달라를 고른 줄 아나.’
쿤달라의 E등급 특수 효과, [정신 면역>.
그 설명을 보면 ‘착용자가 모든 정신 계열 상태 이상에 면역이 됩니다’라고 되어 있다.
‘말 그대로 면역이지. 저항이 아니라.’
면역(Immunity).
이는 저항력과는 다르다.
저항은 아무리 높아도 어느 정도 대미지를 받을 수밖엔 없지만.
면역은 말 그대로 무적(無敵)상태.
그 어떤 공격도, 대미지도 들어오지 않는다.
‘아스트라페를 가지고 있으면 그 어떤 감전 효과도 통하지 않는 거랑 마찬가지지. 물론…… 제우스 정도 되는 신은 면역까지 뚫어버리지만.’
하지만 이 말인즉 ‘제우스 정도 되는 신’이 아닌 이들의 공격은 원천 차단 할 수 있다는 뜻.
즉, 쿤달라를 장착하고 있는 한 시현에겐 그 어떤 정신 계열 공격도 통하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블루 엘프들이 만들어 놓은 마법진은 물론.
설사 ‘신’이 정신 계열 공격을 하더라도 통하지 않는 것이다.
‘이 정도 사기 아이템이었기에 인드라가 카르나에게서 빼앗아 온 거지.’
쾅!
시현의 검을 겨우겨우 받아내며.
네이쳐밤이 이를 악물었다.
지금이야 폭발을 적절히 이용해 어떻게든 버티고 있었지만.
상대는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빌어먹을!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논리적인 선후 관계나 파악하고 있을 때는 아니야. 특히 근접전에서는 내가 불리하다고!’
네이쳐밤이 다급히 손가락을 튕기며 뒤로 물러났다.
4장로는 모든 힘을 쓴 뒤 가슴팍을 베여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였고.
자신은 원거리에서 화력을 담당하는 ‘마법사’ 포지션.
앞에서 시간을 끌어줄 탱커, 혹은 희생양들이 필요했다.
“막아! 이 새끼들아!”
어찌나 급했던 것인지 욕까지 내뱉으며.
네이쳐밤이 다른 하이 엘프들에게 소리쳤다.
하지만 이미 ‘정신 지배(S)’를 강화시키기 위한 마법진에 모든 마력을 쏟아부었기 때문에.
하이 엘프들은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
마력을 사용하는 하이 엘프들은 정령술, 궁술, 마법 등을 쓰는 강력한 플레이어였지만.
마력이 없으면 오크는 물론, 평범한 인간보다 약한 신체를 가진 종족이었으니.
“하, 하지만…….”
“너희.”
퍼퍼퍼펑!
“감히 장로의 명령을 무시해?”
하이 엘프들이라고 죽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명령을 내리는 상대가 무려 3장로였기 때문에.
이를 거부할 순 없었다.
“자, 장로님이 당했다. 다들 돌격!”
“가, 가자!”
콰아앙!
이윽고 하이 엘프들이 시현에게 달라붙었다.
마력이 거의 없다곤 하지만 이들 중 대부분이 중급, 상급 정령과 계약한 정령사이며.
기본적으로 A급 마법 스킬을 가지고 있는 엘리트들.
그 수가 25명이나 되니 시현의 입장에서도 마냥 개무시를 할 순 없었다.
파파팟!
“타락왕! 이번에야말로 널 죽이겠다!”
“드디어 만나는군.”
가장 앞에서 달려오는 두 하이 엘프의 얼굴을 본 후.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이전 16번째 재앙 당시 놓쳤던 레드 엘프, 람미아.
그리고 18번째 재앙 당시 김현지를 ‘정신 지배(S)’로 조종했으며.
서영우의 설득으로 돌아갔던 블루 엘프 에호유.
둘이었다.
촤즈즈즈즈즉!
녀석들은 각각 불의 상급 정령 이그니스와 물의 상급 정령 엔다이론을 소환해 시현을 막아섰다.
다른 하이 엘프들과 달리 어느 정도 마력을 가지고 있는 덕분이었다.
물로 된 용과 불로 된 매의 기운에.
제아무리 마법 저항이 높은 시현이라도 순간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이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네이쳐밤이 눈을 빛냈다.
“지금이다! 다콘! 엘로아!”
그렇다.
네이쳐밤에겐 아직 충분한 마력이 남아 있는 존재가 둘이나 있었다.
신궁이라 불렸던 하이 엘프 엘로아.
최고의 암살자이자 변형자인 다콘까지.
저 둘과 함께 마력을 끌어모아 어떻게든 버티기만 한다면.
승산은 있었다.
아까 봤다시피 이 세 명의 조합은 타락왕을 미친 듯이 몰아붙였으니까.
‘그래. 이렇게 된 이상 아까처럼…… 아까처럼만 하는 거야.’
펑!
하지만 이미 4장로, 마인드룰의 ‘정신 지배(S)’가 완벽하게 막힌 그 순간부터.
네이쳐밤과 엘프들의 계획은 밑의 막대기를 다 빼버린 젠가처럼 무너지고 있었다.
[아이템, ‘천총운검(C)’이 핏빛 폭풍을 일으킵니다.] [스킬, ‘라이트닝 티어(S)’를 발동합니다.]“크아아악!”
“커허어억…….”
호기롭게 나섰던 에호유는 전부 시현의 검격에 의해 한쪽 팔과 다리가 잘려 나간 상태.
주변에 있던 람미아와 하이 엘프들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그대로 목숨을 잃었을 만큼 중상이었다.
“어, 어떻게…….”
“아무리 마력이 없다지만…….”
서걱!
이내 시현은 양 떼 속의 늑대처럼 하이 엘프들을 베었다.
[훌륭합니다! 하이 엘프……를 처치하였습니다!] [플레이어가 보유한 포인트의 절반…….]…….
네이쳐밤이 힘을 모으고 있는 동안 죽어 나간 하이 엘프만 넷.
하나가 더 썰려 나가며 이제 다섯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번쩍!
왼손을 펼친 시현의 머리 위로 검은 벼락이 쏟아졌는데.
이로 인해 나머지 하이 엘프들은 디버프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경고! ‘상태 이상: 중독’에 걸렸습니다.] [경고! ‘상태 이상: 빙결’에 걸렸습니다.]“크흐흑…….”
“모, 몸이…….”
마력을 다 써버린 하이 엘프들은 자신의 몸을 상태 이상으로부터 지킬 수 없었다.
그렇기에 독에 중독되고, 피부가 얼어붙는 등 몸이 고장 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다시 마력을 회복할 수도 없었다.
일단 몸이 멀쩡해야 마력을 회복할 수 있는데, 시현이 이들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던 것이다.
마력을 사용해 상태 이상을 치료하려 하면 마력을 모을 수 없고.
상태 이상을 무시하자니 몸 상태가 안 좋아서 마력을 모을 수가 없었다.
딜레마.
결국 하이 엘프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저 ‘몸’만 날려 시현을 막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마력이 없는 하이 엘프들은.
“단무지 빠진 김밥이지.”
서걱.
결코 시현의 상대가 될 순 없었다.
‘이 상태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네이쳐밤이 마음을 굳게 먹었다.
‘어차피 4장로를 제외한 하이 엘프 녀석들은 마력을 전부 회복한다 해도 타락왕의 상대는 되지 않아.’
마인드룰 곁에 온 네이쳐밤이 냉정하게 상황을 살폈다.
‘엘로아와 다콘은 어디로 간 거지? 기습을 노리고 있는 건가?’
어느새 보이지 않는 둘의 모습에.
네이쳐밤이 식은땀을 흘렸다.
‘그래. 지금은 그 둘을 믿고 4장로를 회복시키는 수밖에 없다.’
[스킬. ‘자연 착취(A)’를 발동합니다.]츠즈즉.
스킬 발동과 동시에 하이 엘프들의 몸에서 연둣빛 기운들이 뽑히더니.
이내 네이쳐밤의 왼손으로 모여들었다.
“크허허헉…….”
“자, 장로님?”
쩌어어억…….
“고귀하다! 하이 엘프들이여!”
네이쳐밤이 소리쳤다.
“그대들의 희생은 잊지 않겠어!”
하이 엘프들의 몸에서 나온 건 생명을 이루는 근간, ‘생명력’이었다.
평소라면 마인드룰을 회복시키기 위해 마력을 뽑아 사용했겠지만.
지금은 하이 엘프들에게 남은 마력도 없었고, 상황이 급박한 관계로.
생명력을 뽑아버린 상황.
“어차피 너희의 생명은 세계수에게서 온 것이니…… 그 힘을 마땅히 돌려주어야 맞다!”
콰드드득.
“자, 장로! 빌어먹을…….”
“죽기 싫…….”
부상을 입어 허우적대고 있는 에호유를 마지막으로.
이곳에 있던 거의 모든 하이 엘프들이 생명을 달리했다.
쿠구구구궁…….
그 대가로 막강한 힘을 얻게 된 네이쳐밤의 얼굴이 상기된 듯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 정도 마력이라니…….”
이내 4장로를 한번 쳐다본 후.
네이쳐밤이 그에게 힘을 부여했다.
‘이러면 생각보다 빠르게 치료할 수 있겠어.’
스릉.
물론 그 모습을 그냥 보고만 있을 시현이 아니었다.
번쩍!
순식간에 검은 벼락이 네이쳐밤에게 집중되었고.
시현의 몸이 총알처럼 다가왔다.
하지만 네이쳐밤이라고 이를 예상치 못한 건 아니었다.
딸깍.
퍼퍼퍼퍼펑!
생명력을 다 흡수한 왼손가락을 튕기자.
[스킬, ‘융단 폭발(S)’을 발동합니다.]주변 모든 것이 터져 나갔다.
레드, 블루 엘프들이 사용했던 불과 물.
지면을 받치고 있는 땅, 대기를 흐르고 있는 바람까지.
모든 속성을 폭발시킬 수 있는 네이쳐밤의 스킬이 작렬한 것이다.
‘상대는 움직임도 빠르고 전투 센스도 좋아 어디서 올지 모른다. 그래서.’
퍼퍼펑!
‘될 수 있는 한 넓은 범위를 폭발시켜야 해.’
어차피 하이 엘프들은 전부 죽은 상황.
녀석들의 시체가 갈기갈기 찢겨 세계수 곁에 묻히지 못하는 건 아쉬웠지만.
지금은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었다.
적어도 4장로가 회복되기 전까진 ‘융단 폭발(S)’으로 상대의 접근을 막는 게 중요했다.
“엘로아! 다콘!”
어느새 다가온 둘을 보며.
네이쳐밤이 소리쳤다.
물론 그의 마음속에선 여태까지 뭘 한 건지 모를 둘에 대한 원망이 흘러넘쳤지만.
그보단 안도감이 컸다.
이 둘이라면 잠깐이라도 상대를 막아줄 수 있을 테니까.
“내가 4장로를 치료하는 동안 어서…….”
“거. 시끄럽네.”
서걱.
네이쳐밤의 말이 끝나기도 전.
다콘의 단검이 그의 오른손을 잘랐다.
“……어?”
“우리가 아직도 네 편으로 보이냐? 멍청한 늙은아?”
그러곤 서영우의 ‘블랙 포그(S)’가 그의 시야를 뒤덮었다.
“죽어. 그냥.”
퍼어어어엉!
제때 일으킨 폭발이 아니었다면.
네이쳐밤은 그대로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다.
‘크, 큰일 날 뻔했어.’
‘융단 폭발(S)’ 스킬을 발동하고 있을 땐 마력 소모가 150% 증가하지만.
굳이 손가락을 튕기지 않아도 폭발을 일으킬 수 있었다.
그 폭발로 자신의 발밑을 폭파시키지 않았다면.
다콘에 의해 온몸이 잘려 나가고.
서영우가 일으킨 검은 안개에 의해 무슨 짓을 당했을지 몰랐다.
“이런 빌어먹을!”
대신 희생한 것도 있었다.
자신이 치료하던 4장로, 마인드룰이 더 큰 상처를 입고 저 멀리 날아가 버린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 힘들게 힘 빼고 있어.”
어느새 뒤에서 나타난 타락왕, 이시현이 그에게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가라.”
‘젠……장…… 배신을 할 줄이야.’
네이쳐밤의 입장에선 하이 엘프가 배신할 거라곤 상상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순식간에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었다.
스윽.
그렇게 네이쳐밤의 목덜미를 따라 금빛 실선이 그어졌다.
‘안 돼……. 난 이대로…….’
그렇게 네이쳐밤이 죽음의 위기에 몰린 그때.
[환상과 번개의 대천사 ‘라미엘’이 개입합니다.] [엘프 3장로, ‘네이쳐밤’이 스킬 ‘영혼 방패(B)’를 획득합니다.]캉!
천총운검이 맥없이 튕겨 나오는 걸 보며.
시현이 재빨리 몸을 돌렸다.
“시, 신의 개입? 세계수도 아닌데 날 도와준다고? 왜…….”
그렇게 네이쳐밤이 800년 산 엘프답지 않게 얼떨떨하게 서 있을 때.
서걱.
시현이 재빨리 4장로, 마인드룰을 베었다.
[믿을 수 없습니다! 엘프 4장로 마인드룰을 처치하였습니다!]…….
신들의 개입이 시작된 이상, 이 녀석까지 살아 있으면 상당히 골치가 아플 게 틀림없었다.
물론 첫 번째 대재앙 때처럼 마인드룰을 살려낼 수도 있지만.
지금은 이게 최선이었다.
“이 힘…….”
양손을 쥔 네이쳐밤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래.”
씨익.
“이 정도는 해야지.”
[아이템, ‘밤의 장막(C)’이 드리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