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14)
신의 천적, 회귀하다 014화
14. 자이언트 그렘린
“크흑…….”
“이젠 더 이상…….”
시현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어들은 하나둘 지쳐가고 있었다.
사제들의 버프와 신성마법.
그리고 성기사들이 지닌 신성력이 그렘린 같은 악마에게 강한 건 사실이었다.
어지간한 그렘린들은 무기 한 번만 휘둘러도 죽을 정도였다.
다만 그놈의 숫자가 문제였다.
땅과 하늘을 녹빛으로 뒤덮은 저 작은 악마들은 죽여도 죽여도 끝이 없었다.
‘끝인가?’
‘아직 시간도 많이 남았는데……!’
상황은 점점 더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시현이 지켜준 덕에 아직 사망자는 없었다.
이것만으로도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제아무리 사현이라도 부상자가 늘어나는 것까지 막을 순 없었다.
그리고 그때.
절망적인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경고! 1,000마리의 그렘린이 사망하였습니다.] [경고! 그렘린들의 사체가 뭉치기 시작합니다.] [경고! 히든 보스, ‘자이언트 그렘린’이 등장합니다.]쿠구구구구…….
성유물과 강동역 근처를 가득 채우고 있던 그렘린들의 사체가 한 점으로 모이고 있었다.
‘역시 준비를 해도…….’
시현의 계획과 준비는 철저했다.
사체 처리반이라는 진영을 새로이 만들어 견제할 정도였으니.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그렘린 사체를 처리할 순 없었다.
꾸드드득…… 꾸드득…….
녀석들의 사체는 뭉치고 뭉쳐 한 마수의 형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이것 좀 빌립시다.”
“……네? 네.”
그 모습을 본 시현이 재빨리 옆에 있던 한 성기사의 창을 집어 들었다.
사제들 덕분에 부상에서 나아 활약하고 있는 성기사단장, 정진수였다.
[아이템, ‘아스트라페(C)’가 ‘한 대장장이의 창(E)’에 깃듭니다.] [아이템, ‘성스러운 영광(E)’의 효과를 발동합니다.] [5분 동안 모든 마력이 신성력으로 변환됩니다.]시현이 손에 들려 있는 창을 부서질 듯 잡아 쥐였다.
물론, 아스트라페로 창을 만들어 던지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아스트라페는 엄밀히 따지면 보조 무기.
주 무기에 곁들여 사용할 때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츠즈즈즉.
시현이 들고 있는 ‘한 대장장이의 창’ 주변을 하얀 번개가 감싸기 시작했다.
‘아직이다.’
창을 든 채 시현이 타이밍을 노렸다.
꾸드드득.
이윽고 그렘린들의 사체가 어떤 것의 형체를 만들어내려는 그 순간.
[스킬, ‘투창(D)’을 발동합니다.]번쩍!
시현의 손에 들려 있던 창이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쩌저저적!
바람을 가르다 못해 태워 버리는 소리와 함께.
까드드득.
이제 막 형체를 형성하려던 무언가의 심장을 뚫고 지나갔다.
“키르르륵!”
그리고 그 경로에 있던 수많은 그렘린들은 모조리 소멸하고 있었다.
[대단합니다! 히든 보스, ‘자이언트 그렘린’을 처치하였습니다.] [4,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감사는요. 예비용 검은 있죠?”
“……네. 있습니다.”
꾸드드드득.
재대로 된 대화를 나눌 틈도 없이.
시현이 앞으로 박차 나갔다.
하얀 태양이 이글거리는 듯한 모습과 함께.
시현의 불꽃이 전방을 휩쓸었다.
화르르륵.
이내 완전히 타오르는 자이언트 그렘린의 사체를 보며.
플레이어들이 환호했다.
“좋아!”
“역시!”
“후우…….”
플레이어들의 환호에도 불구하고.
시현은 다시 검을 들어 올렸다.
“후우…….”
도저히 쉴 틈이 없었다.
[네 번째 재앙 종료까지: 1일.] [네 번째 재앙 종료까지: 23시간 59분 59초.] [더 이상 그렘린이 추가되지 않습니다.] [경고! 이제 ‘자이언트 그렘린’이 계속해 생성됩니다.] [경고! 그렘린들의 사체가 뭉치기 시작합니다.(100)] [경고! 그렘린들의 사체가 뭉치기 시작합니다.(300)]…….
[경고! 히든 보스, ‘자이언트 그렘린’이 등장합니다.] [경고! 히든 보스, ‘자이언트 그렘린’이 등장합니다.]츠즈즉.
남은 시간이 24시간 이내가 되자.
영원히 열려 있을 것만 같았던 균열들이 하나둘 닫히기 시작했다.
대신 그렘린들의 사체가 뭉치더니 각자 형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1,000마리가 뭉쳤을 때처럼 거대하진 않았으나 녀석들 하나하나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더 이상 그렘린들이 추가되지 않는다는 건 엄청나게 희망적이었지만.
상황은 좋지 않았다.
남은 그렘린들은 물론, 녀석들을 죽이더라도 사체가 뭉쳐 생겨난 ‘자이언트 그렘린’들을 처치해야 했으니까.
하지만 시현은 이미 이에 대한 계획도 모두 세워놓은 상태였다.
“영우야! 지금이다!”
“네! 형님!”
그렇게 자이언트 그렘린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그때.
서영우가 기도하듯 손을 모은 뒤 무어라 중얼거렸다.
[경고! 환상 안개가 사방을 뒤덮습니다.]경고 메시지와 함께.
주변으로 새하얀 안개가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시현이 미리 일러둔 대로 사제들이 바람 마법을 사용한 덕분에.
안개는 원래 퍼지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사방으로 퍼져 나가고 있었다.
“크르르륵?”
“카르르?”
서로가 환각을 보고 있는 덕분에.
그렘린, 그리고 자이언트 그렘린들은 서로를 적으로 인식했다.
서영우의 환상안개는 상대가 강하면 강할수록 증오스러운 존재로 인식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렘린들은 서로를 미친 듯이 베고, 물어뜯기 시작했다.
“좋았다.”
“감사합…….”
“집중해!”
상황은 이전보다 훨씬 쉬워진 상태였다.
자이언트 그렘린들이 미쳐 날뛰며 서로를 죽임과 동시에.
그 여파로 그렘린들이 죽어 나갔으니까.
심지어 자이언트 그렘린들은 날뛰면서 다른 그렘린의 사체를 짓이겨 밟아버렸다.
여기서 시현이 해야 할 일은 하나.
그렘린 사이에 끼어드는 것이었다.
하얀 태양과 금빛 번개가 사방을 휩쓸었고.
검이 그렘린들을 베어 넘겼다.
이미 다친 상태인 자이언트 그렘린들을 베고, 사체만을 태우는 작업이었기에.
일이 그렇게 힘들진 않았다.
‘이렇게 쉽게 자이언트 그렘린을 죽이고 경험치를 얻다니…… 개꿀이네.’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자신이 이렇게 날뛰는 동안 다른 플레이어들은 사제들과 성유물을 지키는 역할만 수행하면 되었기에.
더 이상 신경 쓸 필요도 없었다.
‘든든하네.’
서영우를 본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회귀 전, 녀석을 적으로 만나 상대했을 땐 ‘진짜 더럽게 싸우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짜증이 났었다.
녀석이 보여주는 환각 때문에 동료들이 서로 싸워댔고, 죽은 동료의 영혼까지 다뤄가며 부활시켰으니까.
거기에 시시각각으로 떨어지는 하얀 번개 때문에 적잖은 피해를 입었었다.
그런 서영우의 힘은 이제 시현이 아닌 마수들을 향하고 있었다.
시현 본인이 당했을 땐 ‘개 같다’라는 소리가 저절로 나왔지만.
그 칼날이 적을 향하니 든든하기 그지없었다.
‘역시 저놈은 엄청 쓸 만하단 말이야. 라미엘의 힘을 이렇게 극한까지 활용할 수 있다니.’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계획을 조금 수정할 필요가 있겠어.’
화르르륵.
번쩍!
하얀 태양과 금빛 번개가 자이언트 그렘린과 그렘린들 사이로 떨어졌다.
“크워어어어!”
“캬르르르…….”
결국 그렘린들은 하나둘 쓰러지기 시작했다.
시현과 서영우.
둘이 생각보다 좋은 콤비네이션을 보여준 덕분에.
자이언트 그렘린이 계속해 생겨나는 ‘위기’가 오히려 ‘기회’로 변한 것이다.
“크워어어…….”
그렇게 자이언트 그렘린과 그렘린들은 쓰러져갔다.
수많은 그렘린들이 모여들고 있어도 소용없었다.
서영우의 결계가 사방을 감싼 덕분에 녀석들은 플레이어보다 서로를 먼저 공격했기에.
그리고 시현이 굳건히 버티고 있었기에.
다른 플레이어들은 간간이 오는 그렘린들만 막으면 될 뿐, 더 이상 할 것도 없었다.
“대, 대단해…….”
“이게 두 분의 힘인가?”
“고작 둘만으로 이런 위력을 보여줄 수 있다니…….”
플레이어들은 감탄하기 바빴다.
그리고 안도했다.
저 둘이 이곳을 지켜주는 한, 자신들은 이렇게 무사할 수 있을 거라고.
어떤 재앙이 와도 어떻게든 이겨낼 수 있을 거란 안도감과 자신감이 생겨났다.
동시에 가슴에 불이 붙었다.
저 두 플레이어처럼 강해지고 싶었고, 재앙으로부터 활약하고 싶었다.
압도적인 강함.
그것은 단순히 보는 것만으로 남자들의 가슴에 불을 붙이기에 충분했다.
‘그래. 나도 언젠간…….’
‘레벨 꾸준히 올리고 아이템도 얻고, 실력도 높아진다면.’
‘그래…… 마수들로부터 저렇게 사람들을 지킬 수 있어.’
그렇게 꼬박 하루를 활약한 덕분에.
[네 번째 재앙 종료까지 남은 시간: 0초.] [세 개의 성유물이 모두 무사합니다!] [메인 퀘스트, [성유물 방어>를 클리어하였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분배 가능 스탯 4개를 획득합니다.] [네 번째 재앙을 극복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그렘린들이 원래 세계로 돌아갑니다.] [플레이어들이 사용 중인 성유물들이 회수됩니다.]허공에 생겨난 균열들이 그렘린들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송파구, 광진구, 강동구 플레이어들은 별다른 피해 없이 네 번째 재앙을 종료할 수 있었다.
“메시지 떴다!”
“부상자들 옮겨.”
“사망자들 파악해.”
서영우의 지시와 함께.
동산 플레이어들이 재빨리 움직였다.
그래도 몇 번의 재앙을 겪어본 상태였기에.
이들 모두 익숙한 듯 빠르게 뒤처리를 하고 있었다.
“기적입니다. 형님.”
어느새 다가온 서영우가 상기된 표정으로 외쳤다.
“사망자가 없습니다. 이, 이 얼마나 다행인…….”
“알았어 인마. 달라붙지 마.”
“형님…….”
“남자한테 흥미 없어! 새꺄!”
어린아이처럼 방방 뛰며 자신에게 달라붙으려는 서영우를 보며.
시현이 질색하며 그를 밀쳤다.
‘이렇게 지 사람들을 아꼈으면서 왜 회귀 전엔 그런 짓을 한 거지?’
그런 서영우를 보며.
시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서지혜와 관련이 있는 건가? 아니면 라미엘이 허튼수작을 부려서? 설마 내가 알던 그 서영우가…… 사실은 처음부터 악인인 건 아니었던 건가?’
현재로선 서영우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뭐. 그건 차차 알아가 보고.’
지금 이것보다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보상.
서영우와 동산 플레이어들이 뒤처리를 하는 동안.
시현은 키비시스를 이용해 그렘린 사체와 아이템들을 빨아들였다.
[네 번째 재앙이 끝나 ‘계약’이 이루어집니다.] [메인 퀘스트, [계약>을 획득하였습니다.]…….
[파괴의 신, ‘시바’.] [오만의 마신, ‘루시퍼’.] [분노의 마신, ‘사탄’.]…….
[천둥의 신, ‘토르’.] [전쟁의 신, ‘아레스’.]이젠 거의 고정 멤버가 되어버린 셋을 제외하고도.
이번에 계약을 제의한 신들에겐 특이한 점이 있었다.
‘흐음…….’
에덴 소속의 천사이거나 신성력을 사용하는 신들은 아예 없었고.
악마, 마신 같은 놈들도 앞다투어 계약 제의를 해왔다.
‘그래도 패스.’
이젠 정말로 간단하게 신들 목록을 치워 버리니.
MVP 보상 관련한 메시지들이 떠오르고 있었다.
[네 번째 재앙의 MVP는 총 세 명입니다.] [MVP 1순위: 이시현.] [MVP 2순위: 천유리.] [MVP 3순위: 서영우.] [MVP 보상으로 40,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개인 보상이 주어집니다.]재앙의 MVP는 철저히 마수들을 상대로 얼마나 많은 마수들을 잡았는지.
혹은 재앙을 극복하는 데 얼마나 큰 도움을 줬는지로 구분된다.
시현은 압도적으로 많은 그렘린들을 잡은 상태였기에.
1순위는 당연히 시현이었다.
[첫 순서는 플레이어, 이시현 님입니다.] [세 성유물 중 하나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성유물: 검.] [두 번째 성유물: 스태프.] [세 번째 성유물: 거울.]‘다른 성유물도 좋지만. 역시 나한테 제일 잘 맞는 건.’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검이지.’
시현에게 필요한 건 주 무기.
그중 가장 손에 익은 ‘검’이었다.
[아이템, ‘성유물: 눈 잃은 천사의 검(B)’을 획득합니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