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142)
신의 천적, 회귀하다 142화
96. 엘프 장로 플레어링(1)
화르르륵!
염화지옥(炎火地獄).
지금 상황을 설명하기에 가장 알맞은 말이었다.
온 세상이 불길에 뒤덮인 상황.
소내섬 주변의 놀이기구도, 주변 강물도, 이곳에 있던 인간 플레이어들도.
모두가 불길에 휩싸였다.
파팟!
살갗을 파고드는 고온의 열기를 버티고 뛰어들 수 있는 건 속성에 내성을 가지고 있는 엘프들뿐이었다.
“겁먹지 마라!”
“세계수로 가!”
본능적으로 세계수의 기운을 느낀 엘프들이 하나둘 소내섬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곳을 지키고 있는 세 플레이이어.
천유리, 김현지, 장도현은 사력을 다해 녀석들을 막고 있었다.
“막아라!”
김현지가 소리쳤다.
“그 어떤 놈도 이곳을 넘지 못하게 해!”
각궁을 치켜든 채, 김현지가 계속해 화살을 날렸다.
대상은 하늘에 떠올라 턱수염과 머리를 사방으로 흩뜨린 엘프.
딱 봐도 상대 중 가장 높고, 강력한 녀석이었다.
하지만.
“고작 이 정도로.”
화르륵.
“세계수를 수호하겠다고? 우리가 괜히 세계수 수호자라 불리는 게 아니거늘.”
7장로, 레드 엘프 플레어링.
그의 머리 위에선 불로 이뤄진 헤일로가 회전하면서.
주변 모든 것을 빨갛게 물들이고, 태워 버렸다.
스윽.
김현지의 화살도 마찬가지였다.
이곳이 강이라 추가 효과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각궁에서 나간 그녀의 화살 10개는 허무하리만큼 쉽게 불에 타 사라진 상황이었다.
‘뭐, 저런 괴물 같은 놈이…….’
퍼퍼펑!
소내섬 주변에 있는 거북선에서 대포 터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거북선에서 마력탄이 쏘아져 나간 것이다.
“크악!”
“큭!”
하지만 엘프들에겐 무용지물이었다.
이곳엔 네 엘프들이 전부 모여 있는 상황.
이들은 서로 돕고 도와 단점을 완벽히 상쇄시킨 덕분이었다.
우선, 일반 엘프들은 거대한 바람의 흐름을 만들어내었다.
이 거대한 바람의 흐름은 자신들에게 쏘아지는 화살, 마력탄의 궤도를 바꿔 회피할 수 있게 도와줄 뿐만 아니라.
상대의 움직임을 압박하고, 자신들의 움직임은 빠르게 도와주었다.
녀석들은 모르겠지만, 저 멀리 떨어져 있는 시현이 천총운검의 [폭풍검>을 사용하는 것과 같은 용도였다.
블루 엘프들은 소내섬 주변으로 물의 고리를 형성해 계속해 엘프들을 수급했을 뿐 아니라.
정령들을 소환해 배를 흔들고, 침몰시켰다.
다크 엘프들은 어둠과 빈틈을 타 플레이어들을 암살했고.
레드 엘프들은 채찍과 검을 사용해 백병전을 펼쳤다.
네 종류의 엘프들이 내는 시너지 효과 때문에 인간 플레이어들은 밀릴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들도 만만치 않았다.
어쨌거나 20번째 재앙까지 살아남은 베테랑 중 베테랑들이었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엘프들의 숫자가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마수나 이종족들은 전부 상대해 봤다고 해도, ‘일반 엘프’는 처음 상대해 봤기에.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없었다.
“몰아내!”
김현지가 소리쳤다.
쿠구구구궁!
주변에 있던 놀이기구들이 굉음을 내며 엘프들을 후려쳤다.
놀이기구.
적어도 한 장소를 수비하는 데엔 가장 뛰어난 능력을 가졌다 평가되는 장도현의 능력과 힘이 장내를 휩쓸었다.
“확실히…….”
“저건 쉽지 않네.”
“나머지 놈들은 어딨는 거야?”
가만히 팔짱 끼고 전황을 보고만 있던 하이 엘프들이 혀를 끌끌 찼다.
“저 미친 여자한테 막혔네.”
“자기 몸에 곤충 인자를 흡수한 인간이라니…….”
“뭐. 저 여자는 와스프가 상대할 거니 상관없지.”
“그럼 우린 하나씩 맡…….”
한 하이 엘프의 말이 끝나기도 전.
쿠쿠쿠궁!
앞에서 엘프들이 날아가기 시작했다.
정령, 채찍, 검, 방패, 몸, 마법.
그 무엇도 통하지 않았다.
앞에 있는 그 무언가는 마치 전차처럼 모든 걸 뚫고 나올 뿐이었다.
“날아간다고?”
“뭐, 뭐지?”
당황을 금치 못한 엘프들이 앞을 바라보자.
거기엔 엄청난 크기의 마수가 있었다.
“아니. 마수가 아니야.”
“그래. 덩치가 커서 몰라봤지만…… 오크다.”
“설마 저놈?”
엘프들의 표정이 굳었다.
“오크쟌인가?”
세계수 수호자의 가장 큰 적이자 주적.
세계수와 엘프들을 가장 많이 죽인 존재.
정복자 오크쟌.
정보에 의하면 녀석은 전성기 때보다도 훨씬 강해졌다고 알려져 있었기에.
보통 엘프들이 저렇게 맥을 못 추고 날아가는 게 이해가 되었다.
“하나씩이라…… 재밌는 소릴 하는군. 뾰족 귀 놈들.”
“…….”
“너희 아홉.”
화르르륵.
오크쟌이 쥔 성유물, 하얀 망치에서.
불꽃이 피어올랐다.
“한꺼번에 덤벼라.”
“과연…….”
하늘에서 그 모습을 본 플레어링이 턱을 쓰다듬었다.
“오크쟌이 나타났군.”
플레이링의 임무는 네이쳐밤과 마인드룰이 타락왕을 상대하는 동안.
세계수의 씨앗을 확보하는 것.
물론 그 둘이 인간 하나 따위에게 질 거란 생각은 추호도 안 했다.
장로들의 숫자는 강하면 강할수록 낮아진다.
즉, 1장로부터 7장로 순으로 약해진다는 건데.
타락왕을 상대하는 건 3, 4 장로.
장로들 중에서도 상위권에 있는 엘프들이었다.
‘타락왕이라는 이명에 걸맞지 않게 쉽게 끝날 수도 있겠지. 마법진까지 철저하게 준비했으니 말이야.’
그럼에도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씨앗을 확보해 놓을 필요는 있었다.
거기다 두 번째로 강하다고 평가되는 오크쟌을 상대로 다른 하이 엘프들이 시간을 끌고 있는 상황.
또 하나의 핵심 인물인 박나은은 모든 자이언트 호넷과 자이언트 앤트를 다루는 여왕, ‘와스프’가 상대하고 있는 상황.
이제 플레어링을 막을 수 있는 존재는 아무도 없었다.
화르르륵.
플레어링의 머리 위에 있는 헤일로가 빠르게 회전하며 불꽃을 내뿜기 시작했다.
“타올라라.”
화르륵!
플레어링이 양손을 들어 올렸을 뿐인데.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불꽃이 피어올랐다.
“크아아악!”
“부, 불이다!”
“피해!”
“하지만 어디로…….”
이내 판옥선에 타고 있던 인간 플레이어들이 불을 피해 이리저리 움직였다.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녹아내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물속으로 뛰어들 수도 없었다.
고온의 열기로 인해 물까지 부글부글 끓고 있을뿐더러.
그 안에는 블루 엘프들이 작살을 이용해 사람들을 찔러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느 싸움이나 전쟁이 그렇듯, 공평한 상황은 아니었다.
인간들과는 달리 엘프들은 뜨거운 기운을 견딜 수 있었으니까.
‘이러다…….’
‘다 죽는 거 아냐?’
그렇게 사람들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을 때.
[스킬, ‘아이스 필드(A)’를 발동합니다.]사아아아아!
저기 떠 있는 거북선 한가운데에서 냉기가 느껴지더니.
이내 사방으로 흩어져 갔다.
“후우…… 후우…….”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선 천유리가 은발을 휘날리며 양손을 펼친 상태.
그녀 덕분에 주변 온도가 유의미해질 정도로 내려가고 있었다.
더 이상 한강이 끓지 않았을뿐더러.
엘프들은 추워져 몸을 오들오들 떨기 시작했다.
“지금이다!”
각궁을 넣은 김현지가 쌍룡검을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쳐라!”
“와아아아!”
“쳐라!”
힘을 얻은 플레이어들이 각자의 무기를 집어 들고 엘프들을 쳤다.
그렇게 몇 명의 엘프들을 쳐내 배가 다시 움직일 수 있을 정도가 되었을 때.
김현지가 다시 한번 지시했다.
“후퇴해라! 소내섬에서 막아라!”
“네!”
“후퇴! 후퇴다! 플랜 B!”
김현지의 전략은 간단했다.
배가 움직일 수 있는 틈을 타 소내섬으로 돌아간 뒤.
그곳에 있는 여러 놀이기구와 함께 엘프들을 막는 것이었다.
물론 김현지를 따르는 풍파함대 선원들이 해상전에 강하다곤 하지만.
이들은 땅을 디디고 살아야 하는 인간.
아무리 해상전에 강하다고 해도 블루 엘프들만큼 강할 순 없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오히려 끓는 물 주변에 있었기에 하늘에 떠 있는 플레어링이 이를 활용해 온도를 높이고 있었다.
즉, 물 위에서 싸우는 건 명백히 불리한 상황.
굳이 이런 상황에서 싸울 필요가 없었다.
“쥐새끼가 몇 마리 있구나.”
그 모습을 본 플레어링이 웃었다.
그러곤 불의 상급 정령, 이그니스를 활용해 다른 엘프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전군 돌격. 물량으로 밀어붙여라.
그냥 하이 엘프도 아닌 장로의 명령이었기에.
엘프들은 앞뒤 가리지 않고 소내섬으로 돌격했다.
판옥선 몇 채가 침몰하며 사람들이 물에 빠졌고.
그렇게 빠진 사람들은 비명과 함께 목숨을 달리했다.
‘젠장……!’
지금은 전쟁.
사람 한둘 죽는 것쯤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자신이 이끄는 선원들이 죽는 건 언제 봐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현지 언니. 일단…….”
“그래.”
김현지가 이를 으드득 갈았다.
지금 온도가 내려갔을 때 이런 후퇴도 가능한 것.
뒤처지는 자들까지 챙기려다간 모두가 죽을 수도 있었다.
“어딜.”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김현지와 천유리가 있는 거북선에 불의 고리가 생겨났다.
화르르르르륵!
말 그대로 거북선을 가로로 감싸고 있는 불의 고리에.
천유리의 표정이 굳었다.
‘심상치 않은 열기야.’
물론 자신의 몸에 완전히 흡수된 ‘화룡의 역린(SS)’으로 어느 정도 열기를 흡수해 냉기로 바꿀 수 있었지만.
이는 말 그대로 ‘어느 정도’일 뿐.
이렇게 압도적인 화력 앞에선 의미가 별로 없었다.
“보아하니 너희 둘이 여기를 담당하고 있구나. 그것도 계집의 몸으로 말이야. 후후. 그건 칭찬해 주마.”
툭.
하늘에서 떨어진 플레어링이 거북선 위에 가볍게 착지했다.
치이익…….
그가 발을 디딘 것만으로도 거북선 갑판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여기까지.”
왼손을 들어 올린 플레어링이 새끼손가락 한 개를 펴 선을 그었다.
스윽.
그러자 손가락을 따라 선이 그어졌고.
그 선을 따라 허공에 불의 선이 생겨났다.
“이건?”
“언니! 피해요!”
심상치 않은 열기를 파악한 천유리가 자신의 머리 위에 있는 씨앗으로부터 마력을 끌어냈다.
붉은 비늘로 뒤덮여 있는 얼음 씨앗이 꿈틀대더니.
이내 새싹이 발아하고, 천유리에게 마력과 냉기를 부여했다.
[스킬, ‘얼음꽃(S)’을 발동합니다.]순식간에 수식 계산을 끝마친 천유리가 불의 선이 그어진 곳에 냉기를 집중시켰다.
활짝.
그 덕분에 장미 모양의 얼음꽃이 피어났지만, 그것도 잠시.
꾸드드득…… 꾸득.
불의 선에서 삐져나오는 용암에 의해 얼음꽃은 재빨리 기화되고 있었다.
치이이익!
재빠르게 상황 파악을 한 김현지가 천유리의 허리를 잡고.
고온의 수증기로 변한 얼음꽃에서 떨어졌다.
저 근처에 있다가는 제아무리 플레이어라도 온몸이 녹아내릴 것이다.
“오호. 내 새끼손가락을 하나 막다니. 제법이구나.”
플레어링이 껄껄 웃었다.
“그럼 이것도 막아보거라.”
이윽고 플레어링이 새끼와 약지를 들어 올렸다.
스으윽.
그러곤 그걸로 허공에 X 자로 두 번 그었다.
꾸드드득!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크기의 선이 생성되더니.
그 안에서 용암이 흘러나왔다.
흡사 끈적한 폭포 같은 그 모습에.
천유리의 표정이 굳었다.
‘저건…… 막을 수 없어.’
물론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었다.
지금 저 용암을 막지 못한다면 거북선이 녹아내려 침몰할 테니까.
“……어쩔 수 없어.”
“네?”
“지금 저걸 막긴 힘들잖아. 거북선을 버리는 수밖에.”
“하지만 언니…….”
“괜찮아. 장군님께서도 이해해 주실 거야.”
김현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녀 주변에 있던 장군 플레이어들이 환도를 휘두르며 소내섬으로 뛰쳐나갔다.
어려울 건 없었다.
주변엔 상당히 많은 놀이기구가 있을 뿐 아니라.
천유리가 곳곳에 얼음을 생성해 발 디딜 틈을 만들어준 덕분이었다.
‘우욱…….’
현재 김현지가 허리를 잡은 채 자신을 이동시켜 주는 상태.
엄청나게 울렁거리는 틈에 재빠르게 이동하면서.
10명 이상의 사람들이 디딜 얼음을 만들어주는 천유리의 속이 뒤집어졌다.
가만히 앉아서 하는 공간 좌표 계산도 힘들어 죽겠는데.
이걸 이런 급박한 상황 속에 하려니 쉽지 않았던 것이다.
“다 가도 너희는 못 가지.”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플레어링은 집요하게 천유리와 김현지만 노렸다.
그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저 둘만 어떻게 하면 이곳이 금방 뚫리리라는 걸.
꾸드드득!
이내 플레어링이 왼손 전부를 폈다.
그와 동시에.
“이런 미친…….”
김현지가 욕설을 내뱉었다.
그녀의 머리 위로 용암이 뚝뚝 떨어지는.
거대한 손이 생성되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