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144)
신의 천적, 회귀하다 144화
97. 세계수 수호자(1)
“자,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세계수, 리에나트리 밑.
뿌리 부분.
그곳에 모인 세 남녀가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도출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야 장로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까?”
“사실 답은 간단하죠.”
시현의 물음에.
그동안 엘프들의 습성을 파악한 서영우가 피식 웃었다.
“그냥 미친 듯이 깽판 치면 됩니다.”
“사실 뿌리는 별 효과가 없을 거예요. 뿌리를 부숴봤자 당장 티가 나는 건 아니니까요.”
다콘이 옆에서 거들었다.
“진짜 관심을 끌고 싶다면 나뭇가지 정도를 터는 게…….”
“나뭇가지로 되겠어?”
“네? 영우 님, 그게 무슨…….”
“줄기 정돈 잘라줘야 어그로를 끌지.”
그 말을 들은 다콘의 표정이 창백해졌다.
“그래도 그건 좀…….”
서영우의 육신이 엘프일지라도 일평생 인간으로서 살아온바, 세계수를 파괴하고 깽판 치는 데 일절 거리낌이 없었다.
반면 다콘은 시현의 권속이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다콘은 무려 400년이라는 평생 동안이나 세계수를 수호하고 이를 위한 일을 해왔던 엘프.
어느 정도 거부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줄기가 핵심이란 말이지?”
“네. 세계수의 핵…… 그러니까 리에나트리가 머금고 있는 마력핵도 있습니다.”
그 소리를 들은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가자.”
“네.”
“네. 주인님.”
어깨를 축 늘어뜨린 다콘이 어쩔 수 없이 걸음을 옮겼다.
시현이 평소 권속들을 억제하지 않는다 해도, 권속은 권속.
시현이 ‘명령’을 내리는 이상 다콘은 그에게 협력할 수밖에 없었다.
“익숙해지라고.”
다콘의 어깨를 두드린 시현이 천총운검을 어깨에 지고, 그대로 앞서 나갔다.
“안내해.”
‘……빌어먹을 에시르 신족들.’
세계수의 핵.
한눈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푸른 물질 앞에서.
한 엘프가 유독 기다란 수염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우리의 전부인 세계수를 빼앗아가다니…….’
엘프 1장로, 위즈덤비어드.
하이 엘프는 물론, 모든 엘프들 중 유일하게 레드, 다크, 블루, 일반 엘프의 신체와 속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존재로.
보통 1,000년을 사는 다른 하이 엘프들과 달리 벌써 1,700년이라는 긴 세월을 살아가고 있는 존재였다.
그가 이런 장생과 특성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세계수, 리에나트리와 교감하고 그 기운을 잘 조화시킨 덕분이었다.
‘그전엔 이그드라실이었지만…….’
지금쯤 지구의 작은 나라 대한민국에 가 있을 다른 장로들과 하이 엘프들을 떠올린 후.
위즈덤비어드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리에나트리(Riena Tree).
엄연한 세계수 중 하나였지만.
모체가 되는 세계수, ‘이그드라실’에 비해서는 굉장히 작은 나무였다.
이 리에나트리가 이을 수 있는 세계는 아스가르드, 알브헤임, 스바르트알파헤임, 그린 랜드뿐이었다.
물론 이것도 굉장히 훌륭했지만.
원래 이그드라실을 관리하고 그 힘을 받고, 교감했던 엘프들의 입장에선 갈증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선조들의 기억을 읽을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위즈덤비어드의 경우는 더더욱 그러했다.
이그드라실의 힘을 받았을 때 엘프란 종족이 얼마나 강해질 수 있는지 알았으니까.
하지만 이그드라실을 함부로 건드릴 순 없었다.
아스가르드를 지배하는 에시르 신.
오딘을 필두로 토르, 로키, 티르, 스카디, 발두르, 호드 등의 쟁쟁한 신들과 그 하수인들이 이를 지키고 있었으니까.
이그드라실의 힘을 얻을 수 있어도 될까 말까인데.
현재는 이그드라실이 엘프가 아닌 에시르 신족들의 수중에 있었기 때문에.
그들을 치는 건 계란으로 바위 치기나 다름없었다.
위즈덤비어드는 그래서 묘책을 마련했다.
그건 다름 아닌 ‘또 하나의 세계수’를 키우는 것.
다른 세계수를 키워 그 힘을 받는다면 힘의 원천이 2개로 늘어나 버리기 때문에.
충분히 할 만한 계획이었다.
한반도의 신들이 가진 ‘신단수(神壇樹)’를 노려볼까도 생각했지만 그들의 힘도 만만치 않았기에 포기.
남은 건 리에나트리의 생명력을 일부 떼어내 새 세계수를 기르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무려 1,200년간의 연구 끝에 새로운 씨앗 하나를 생성해 낼 수 있었다.
그랬다.
그런데…….
“그런데 빌어먹을…… 로키 그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놈이…….”
그렇다.
장난의 신, 로키.
모습, 기척, 심지어는 성별까지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그 신이 어느 날 나타나 세계수의 씨앗을 훔쳐 버렸다.
어떻게 가능했던 일인지, 어떤 수를 쓴 건지 정확히 알 순 없었다.
다만 그(그녀)에 의해 당시 7장로 중 다섯이나 유혹당했고.
로키는 유유히 씨앗을 가지고 도망쳐 버렸다.
그때 유혹당하지 않았던 장로 둘은 지금의 1, 2 장로가 되었고.
나머지 장로들은 위즈덤비어드가 직접 죽여 버렸다.
‘찢어 죽여 유황불에 튀겨도 시원찮을 놈들…….’
그 사건만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올라 자다가도 벌떡 깰 정도였다.
그 순간, 희망을 보았다.
한 플레이어.
아니, 이제는 ‘왕’의 격을 가진 한 인간, 일명 ‘타락왕’이 지배하는 땅에 새로운 세계수가 생겨났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던 것이다.
인간 플레이어로만 이뤄져 있는 그곳은 이그드라실이나 신단수를 지키는 세력에 비하면 조족지혈.
마침 자신들은 ‘대재앙’이란 이름으로 지구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상황.
지금이 아니면 세계수를 언제 또 획득할 수 있을지 모르기에.
위즈덤비어드는 필사적이었다.
‘이번에 실패하면 일단……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은 새 세계수의 탄생을 볼 수 없겠지.’
으드득…….
‘이게 로키가 의도한 진짜 목적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중요하지도 않았다.
중요한 건 단 하나.
눈앞에 세계수가 있고, 장로를 셋이나 보낸 이상.
그 세계수는 반드시 자신의 손으로 들어올 것이라는 거였다.
“로키…… 언젠가는 이 치욕을…….”
쿠구구궁…….
그렇게 승전보를 기다리며 리에나트리를 돌보고 있는 와중.
그가 서 있던 세계수의 중심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현재 세계수는 오크들의 세계, ‘그린 랜드’에 뿌리내린 상황.
현재 오크와 각종 마수로 이뤄져 있는 대군단, ‘프레데터’는 대륙 저 너머에 있기 때문에 이곳을 습격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같은 엘프가 세계수를 부수는 미친 짓을 하지는 않을 것 아닌가?
“대, 대체 이게 무슨……?”
[아이템, ‘타락한 영광(C)’이 이빨을 드러냅니다.] [아이템, ‘밤의 장막(C)’이 드리웁니다.]…….
엘프들이 ‘보랏빛 재앙’이라 부르는 그 현상이 다시 발현되었다.
보랏빛 밤이 드리웠고.
하늘엔 눈동자와 거대한 육망성이 세계수와 엘프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밤 곳곳에선 끝이 다섯 개로 갈라진 촉수가 튀어나와 온몸을 휘감거나 잡기 시작했다.
“크아아악!”
“시, 신성한 장소에 이게 무슨……?”
“습격이다! 습격이야!”
“어서 장로님을 불러!”
세계수 리에나트리.
거대한 크기를 가지고 있는 나무였지만.
보랏빛 밤이 펼쳐진 부분도 만만치 않게 넓었다.
‘저 부분이 그대로 도려져 나간다면…….’
‘리에나트리가 무너질지도 모른다.’
엄청난 위기감에 하이 엘프들은 물론.
엘프 1장로 위즈덤비어드, 그를 필두로 2, 5, 6 장로가 재빨리 자리를 잡았다.
언제라도 상대를 죽이거나 제압할 수 있도록.
이 네 엘프 장로들은 정령을 소환하고, 각자 고유한 특성이 가진 힘을 끌어 올렸다.
“넌……?”
보랏빛 코트를 펄럭이며.
금빛 번개를 흩뿌리는 사내.
그를 본 위즈덤비어드의 두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타락왕!”
“그래. 내가 이시현이야.”
스윽.
“맨 앞에 서 있는 걸 보니 1장로, 위즈덤비어드인가?”
“맞습니다. 형님.”
옆에서 서영우가 튀어나왔다.
“엘로아!”
“뭐 하는 짓거리냐!”
“감히 세계수를 배신하다니!”
“세계수의 축복을 더 이상 안 받아도 상관없다는 거냐!”
“저주가…… 저주가 내려질 것이야!”
하이 엘프들은 전부가 세계수의 계약자이자 은혜를 받은 지성체.
세계수를 배신하고 파괴한다면 세계수가 이들에게 줬던 마력과 자연친화력을 도로 가져가 버림은 물론, 일종의 저주까지 걸리게 된다.
하지만 서영우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저주 따위…….”
서영우는 타락한 순간부터 신성력이 아닌 마기를 사용했으며.
엘로아와 쥬레이의 영혼을 밀어낸 뒤 하이 엘프의 몸을 차지하고 나서도 세계수의 저주는 적용되지 않았다.
이유? 간단했다.
세계수가 저주를 내린다는 건 엘프 장로들이 하이 엘프들이 배신할 수 없도록 퍼뜨린 헛소문이기 때문이었다.
“…….”
그 예시로 조용히 있는 다콘도 어떤 페널티나 저주를 받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시현의 편에 서며.
다콘은 더 미쳐 날뛰고 있었다.
그녀는 어둠이 익숙한 암살자.
시현이 펼친 보랏빛 밤과 어둠엔 그녀가 숨어들 곳이 많아 그 궁합이 잘 어울렸다.
“다콘까지…….”
시현의 양옆에 서 있는 하이 엘프 둘을 쳐다보며.
위즈덤비어드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하나는 죄를 짓고 목각 인형에 갇혀 있었지만, 그 능력만큼은 뛰어나 ‘신궁’이라 불렸던 하이 엘프.
또 하나는 훗날 장로 후보에까지 오를 정도로 유망하고 다재다능했던.
그래서 실패한 임무가 없었던 암살자이자 스파이.
하필이면 위즈덤비어드가 가장 눈여겨보고 있던 창창한 청년(?) 하이 엘프 둘이 넘어가 버린 것이다.
“그래. 긴말은 필요 없겠지.”
위즈덤비어드가 마력을 끌어올렸다.
질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곳에 있는 하이 엘프만 수백에, 알브헤임, 스바르트알파헤임에서 추가로 엘프들이 모여들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세계수에 상처를 입히지 않고 상대를 죽이거나 제압할 자신은 없었다.
‘조금 출혈이 있더라도 어쩔 수 없…….’
“아니. 난 싸우러 온 게 아닌데.”
“……뭐라?”
상대의 말에 위즈덤비어드가 멈칫했다.
이 난리를 피우고서도 싸울 생각이 없다니.
‘잠깐?’
검은 촉수에 휘감긴 하이 엘프들을 본 위즈덤비어드가 움직임을 멈췄다.
‘……죽은 녀석들은 없다. 중상을 입었다 해도 목숨에 지장이 있거나, 후유증이 남을 정도는 아니야.’
이게 의미하는 바는 하나.
상대가 ‘대화할’ 의지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는 위즈덤비어드가 가장 원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의 입장에선 세계수, 리에나트리가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 것만큼 두려운 게 없었으니까.
“그래. 원하는 게 뭐지?”
“원하는 거라.”
이미 서영우와 다콘에게 위즈덤비어드가 가장 두려워하는 게 뭔지 들은 상황.
이제 남은 건 상대를 어떻게 ‘요리’할지.
그뿐이었다.
씨익.
여유롭게 올라가는 시현의 입꼬리에.
위즈덤비어드의 눈동자가 불안한 듯 흔들렸다.
그린 랜드(Green Land).
수많은 이계 중 하나인 이곳의 특징을 꼽아보라면.
이곳엔 다양한 마수와 이종족들이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인간’과 비슷하거나 더 뛰어난 지성을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이종족은 크게 세 종류였다.
오크, 엘프, 그리고 드워프.
오크는 그린 랜드를 이루는 세 대륙 중 가장 척박하고 넓은 땅을 정복하면서 ‘프레데터’라는 군단을.
엘프는 중앙에 있으며 가장 따듯하고 온화한 곳에 정착하면서 ‘세계수 수호자’라는 군단을.
드워프들은 가장 북쪽에 있으며 추운 대륙으로 쫓겨나듯 가면서, 추운 지상 아래 따듯한 지하로 파고들어 ‘아이언 메이즈’라는 군단이자 시설을 만들어내었다.
그중 시현이 지금 상대하고 있는 적들은 ‘세계수 수호자’.
시현이 녀석들에게 원하는 건 하나.
엘프들이 뺏은 ‘드워프’들의 보물이었다.
“‘심장으로 향하는 열쇠’, ‘무고한 피의 망치’, ‘창조자의 벽돌 조각’.”
“뭐, 뭣?”
하나같이 엄청난 보물들이었기에.
위즈덤비어드가 식은땀을 흘렸다.
“설마…… 드워프들의 지하 제국에라도 가겠다는 건가?”
“참 나. 이래서 눈치 빠른 엘프가 싫다니까?”
아이언 메이즈(Iron Maze).
그린 랜드의 드워프 군단.
다섯 번째 대재앙은 바로 이 녀석들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