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145)
신의 천적, 회귀하다 145화
97. 세계수 수호자(2)
“…….”
-1장로님. 저 물건들은…….
-하나같이 드워프들에게서 뺏어온 것들 아닙니까!
-저희 엘프가 피 흘려서 얻은 보물들을 어찌 감히…….
다른 장로들의 반대가 이어졌지만.
위즈덤 비어드는 마냥 그들의 의견에 동조할 수 없었다.
위즈덤비어드가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건 드워프들에게서 빼앗은 보물을 잃는 게 아니었다.
어차피 이 보물들은 드워프들이 혹시라도 세계수까지 ‘확장 공사’를 할까 봐 가지고 있는 물건들.
즉, 일종의 인질 같은 개념이었다.
하지만 드워프들은 지금 당장 북부 대륙 지하에 처박혀 있어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 아이템들을 넘겨줘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물론 자존심이 많이 상하긴 하지만…….’
하지만 자존심이나 동족들의 목숨보단 세계수가 훨씬 중요한 법이었다.
“크흐흑…….”
“자, 장로님…….”
검은 촉수에 휘감긴 하이 엘프들이 발버둥 쳤다.
그 모습을 본 위즈덤비어드는 이제 결정을 해야 될 때가 왔음을 직감했다.
-1장로님!
-결단을…… 당장에라도 공격하겠습니다!
-다들 그만.
-…….
-…….
-물론 우리가 피땀 흘려서 얻은 건 맞다. 하지만 이 보물들을 지금 주지 않는다면.
꿀꺽.
-앞으로 피를 흘리게 되겠지. 세계수를 포함해서 말이야.
위즈덤비어드의 이마에 흐르는 땀 줄기를 보며.
다른 장로들이 놀랐다.
‘1장로님이 식은땀을……?’
‘이런 일이 있었나?’
“하나만 묻지.”
위즈덤비어드가 시현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다른 장로들은 어떻게 된 거지?”
“죽었다.”
“……!”
“주, 죽었다고?”
“인간 따위가 장로를 죽여?”
“어, 어떻게…….”
다른 장로와 하이 엘프들의 표정에 경악이 스쳤다.
하지만 이들의 머리와 마음을 지배한 건 ‘같은 장로를 죽였으니 복수해야겠다’란 마음이 아니었다.
‘그, 그럼 타락왕은 장로를 죽일 정도로 강력한 존재라는 건가?’
‘우리가 그토록 지원해 준 정신 지배도 통하지 않았고?’
‘그럼…… 정말로 세계수가 큰 타격을 입을 수도…….’
다른 엘프들의 표정을 본 위즈덤비어드가 마력을 완전히 잠재웠다.
이제 ‘두려움’이라는 명분이 생겼으니.
상대의 요구를 들어줄 수 있었다.
보물?
그깟 것쯤 얼마든지 줄 수 있었다.
세계수만 안전할 수 있다면 말이다.
“대신 조건이 있다.”
“뭐지?”
“앞으로도…… 아니, 최소 20년 동안은 리에나트리에 침공하지 마라.”
“3년.”
“18년.”
“5년.”
“……10년.”
“좋아. 10년으로 하지.”
사실상 시현은 더 이상 리에나트리를 공격할 생각이 없었기에.
결코 밑지는 거래는 아니었다.
“하나 더.”
“뭐지?”
“엘로아와 다콘. 이 둘에 대해 어떤 죄도 묻지 마라. 그 조건으로 10년 동안 침공하지 않겠어.”
“…….”
그 말에 장로들의 얼굴이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저 둘은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배신자들.
하지만 당장 세계수에 어떤 흠도 생기게 하고 싶지 않았던 위즈덤비어드는.
그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좋다.”
“좋아.”
그렇게 극적인 협상과 함께.
밤의 장막이 사라졌다.
“또 보자고.”
“……꺼져라.”
위즈덤비어드의 명령에 따라 시현이 요구한 세 아이템을 가져온 2장로는.
그에게 아이템을 건네주며 고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시현 역시 이에 대해 신경도 쓰지 않았다.
어차피 이곳에 온 목적은 이미 달성한 상태.
‘이것만 있으면 다섯 번째 대재앙을 조금 더 쉽게 클리어할 수 있지.’
물론 없어도 회귀 전 지식을 활용한다면 깨지 못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이 아이템들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굉장히 컸다.
[심장으로 향하는 열쇠(??)] [무고한 피의 망치(S)] [창조자의 벽돌 조각(EX)]심장처럼 두근대는 뜨거운 열쇠 하나, 흐물거리는 듯한 진한 붉은색의 망치, 겉보기엔 평범한 은빛 벽돌 한 조각까지.
등급이 나와 있지 않은 아이템 하나와 EX, S등급 아이템까지 키비시스에 넣은 후.
시현은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를 올렸다.
“또 보자고 그럼.”
“난 또 안 봤으면 좋겠다만.”
“섭섭하게 왜 그러실까?”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시현이 세계수 곳곳에 생겨나 있는 씽크홀로 이동했다.
현재 다크 엘프인 다콘이 있기에.
씽크홀 이용엔 무리가 없었다.
츠즈즈즉…….
그렇게 사라져 가는 두 배신자 하이 엘프와 시현을 바라보며.
5, 6 장로가 항의하듯 위즈덤비어드에게 소리쳤다.
“장로님!”
“말도 안 되는 처사입니다!”
“뭐가 말도 안 된다는 거지?”
위즈덤비어드의 서늘한 눈빛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5, 6 장로가 번갈아 가며 소리쳤다.
“세계수를 위협한 위험 분자를 그냥 보내다니요?”
“그냥 보낸 것도 아니죠! 보물도 세 개씩이나 쥐여 보내셨죠!”
“오래 사셨기에 현명하신 줄 알았는데…… 노망이라도 드신 모양입니다!”
“저자의 약속만을 믿고 배신자도 그냥 보내다니! 10년 동안이나 이곳에 안 올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
오로지 2장로만이 위즈덤비어드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그는 ‘로키의 도난 사건’이 일어났을 때부터 살아 남아온 유일한 장로.
한 가지 사실만은 명확히 알고 있었다.
1장로, 위즈덤비어드.
그가 괜히 그 오랜 시간 동안 가장 높은 지위인 ‘1장로’의 위치에 있었던 게 아니라는 걸.
“어리석은 놈들.”
1장로가 혀를 끌끌 찼다.
“늙어서 대가리에 똥만 가득 찼구나.”
“뭐, 뭣이요?”
“아무리 1장로님이라 해도 그런…….”
서걱.
5, 6 장로의 말이 끝나기도 전.
둘의 목이 그대로 떨어졌다.
‘저건……?’
그 모습을 본 주변 하이 엘프들이 놀랐다.
‘바람의 절삭력을 이용한 건가?’
‘어떤 기척도 느껴지지 않는 걸로 봐선 다크 엘프의 은신술도 있는 거 같은데…….’
‘1장로님께선 네 하이 엘프의 힘을 모두 다룰 수 있으시단 게 사실이었나?’
순식간에 장로 둘을 처리한 위즈덤비어드가 혀를 끌끌 찼다.
“우리 엘프들도 너무 방심했어. 가만히 장로의 지위를 주니까 그냥 안주해서 썩은 물이 되어버린 거지. 이깟 공격에 반응도 못 하고 죽는 장로라니……. 게으름과 나태함을 증명하는 꼴이구나. 안 그런가? 다크스노우?”
“동의합니다. 슬슬 장로들도 물갈이할 때가 되었죠.”
“그래. 장로의 수를 열넷으로 늘리고, 재능 있는 하이 엘프들끼리 경쟁을 시켜야겠어. 도태되지 않도록 말이야.”
“…….”
“인간들에게 이렇게 지독하게 당할 줄 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나?”
“그러게 말입니다.”
시체를 치우는 하이 엘프들을 바라보며.
엘프 2장로, 다크스노우가 대꾸했다.
“타락왕…… 타락왕이라. 이름부터 불길하기 그지없군.”
스윽.
‘걸핏하면 세계수를 타락시키라도 할 것 같은 이명이야.’
시현이 사라진 씽크홀을 쳐다보며.
위즈덤비어드가 입술을 깨물었다.
타락왕 ‘이시현’.
그는 자신의 힘을 드러내며 ‘언제든지’ 세계수를 파괴하고, 해칠 대비를 갖추고 있었다.
어지간한 공격이면 그냥 무시하고 상대를 죽여 버렸겠지만.
현재 타락왕이 가지고 있는 힘은 위즈덤비어드가 예상, 아니,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거대했다.
이제 20번째 재앙을 맞닥뜨린, 풋내기 인간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강력한 힘.
‘……이계신들의 힘을 사용하는 모양이야. 그런데 어떻게 저렇게 많은 신들의 힘을 적절히 배분하고 조합해 사용할 수 있는 거지?’
위즈덤비어드가 주먹을 꽉 쥐었다.
‘몸이 버틸 순 있나? 아니…… 오랜 세월을 지낸 나조차도 한 신의 아이템을 깊게 파고들고 완벽히 사용하지 못하는데.’
꽈악.
‘저놈은 어떻게……?’
운?
그딴 게 아니었다.
신의 아이템을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절대 운으로는 이뤄질 수 없는 행위였으니까.
신의 아이템을 사용하는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그 신과 ‘계약’한 존재들.
신에게 선택받았다는 것 자체가 무궁무진한 재능과 가능성을 인정받았단 뜻이었기에.
‘운’으로 치부할 순 없었다.
하지만 여기까진 그럴 수 있다.
신이 자신의 계약자에게 페널티를 줄여 아이템을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면.
아이템 이해도는 다소 떨어져도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시현의 경우는 달랐다.
그는 ‘다양한’ 신의 아이템을 동시에 사용하는 거로 보아 한 신하고 계약을 맺은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어떠한 신의 도움도 없이 저 아이템들을 다루고 있다는 의미였는데.
그 일이 얼마나 힘들고, 고된지 알고 있었기에.
위즈덤비어드는 상대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르긴 몰라도 저 안에 담긴 신의 의지. 아이템을 길들이고 꺾는 건 보통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겉보기엔 쉬워 보여도 말이지. 인간이란 존재는 항상 내 예상을 웃도는 모습을 보여주는군.’
그래서 위즈덤비어드는 결심했다.
이미 3명의 장로가 죽은 마당에.
자신의 뜻에 반하는 5, 6 장로를 완전히 죽여 버린 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세계수를 지키기 위해선 힘이 필요하다. 여기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아. 최악의 경우엔 아스가르드 놈들 또한 리에나트리를 노리겠지. 이그드라실을 빼앗아갔던 것처럼 말이야.”
“그렇다면…….”
“그래.”
번뜩.
“지금부터 전시체제에 들어간다. 프레데터나 아이언 메이즈가 가만히 있으면 몰라도. 먼저 침략하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게 말이야.”
파앗!
씽크홀을 통해 소내섬으로 돌아온 시현의 눈에 가장 먼저 보인 건.
열심히 전장을 수습하고 있는 서지혜였다.
과거 동산에 있을 때부터 전장의 수습과 각종 행정 일을 AI처럼 처리하는 그녀였기에.
전장은 빠르게 정리되고 있었다.
“누님.”
“어? 시현이 왔어?”
마치 하나도 걱정 안 한 사람처럼.
서지혜가 시현을 반겼다.
신뢰.
그녀의 두 눈에 가득한 건 신뢰였다.
시현이라면 이곳 사람들을 모두 지키고 평화로웠던 일상을 되찾아줄 거라는 믿음.
‘내 어깨에 달린 게 많아.’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시현은 오히려 이 상황을 담담히 받아들였다.
자신이 유일한 회귀자이니만큼 모든 걸 책임지고, 인류를 구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이다.
‘그래. 내가 아니면 누가 할 수 있겠어?’
“누나!”
“영우네? 그 옆엔…….”
“뭐. 얘는 신경 쓸 거 없어요.”
시현의 시선에.
다콘이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녀는 현재 장도현, 장희수를 비롯한 놀이동산 플레이어들과 척을 치고 있는 상태.
그녀의 존재가 드러나는 건 좋은 일이 아니었다.
-부를 때까지 숨어 있어.
-네. 주인님.
다행히 다콘은 다크 하이 엘프들 중에서도 손에 꼽는 은신술을 보유하고 있는 자.
시현의 능력으로 타락하면서 ‘어둠’과의 친화력이 더 올라간 덕분에.
안 그래도 뛰어난 은신술이 한층 더 뛰어난 효과를 가지게 되었다.
그녀가 마음먹고 숨으면 시현조차 그녀를 찾을 수 없었으니.
이 정도면 말을 다 한 수준이었다.
“오라버니!”
저 멀리.
장희수가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별일 없었어?”
“네! 오라버니께서 구해주신 덕분에요! 근데 유리 언니가…….”
“천유리 씨가? 왜?”
“…….”
온몸에 화상을 입은 채 누워 있는 천유리를 보며.
시현이 눈살을 찌푸렸다.
‘젠장…….’
사실 어느 정도 예상하긴 했다.
천유리에게 아직 엘프 장로를 맡기기엔 섣부른 감이 있었으니까.
‘엘프 장로가 올 줄 몰랐다곤 해도…… 내가 옆에 있어줘야 했나?’
그렇게 생각한 것도 잠시.
이내 시현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렇게 감싸기만 해선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이 일로 천유리 씨도 성장을 했겠지. 아니…… 그래도 동료였는데 너무 방치하고 있는 건가?’
시현만큼은 아니었지만.
사실, 천유리도 회귀 전의 동 시간대에 비해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강해졌다.
단순 랭킹만 비교해도 수직 상승 했으며.
고질병이 사라지고, 새로운 힘까지 각성하고 있었으니까.
이번 일도 그랬다.
천유리 스스로는 알지 못하겠지만.
그녀는 플레어링의 화기를 흡수해 더욱 강해지고 있었다.
‘……막상 다쳐서 누워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좋진 않네.’
그녀의 은발을 잠시 정돈해 준 뒤.
시현은 계속해 침대 옆을 지키며 포션을 공급해 주었다.
이미 거의 다 나아 회복하고 있는 상태였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마음이 놓였던 것이다.
‘……이래서 전문 힐러가 필요하긴 한데 말이야.’
힐러 특성상 신성력을 이용하기에 시현과는 잘 맞지 않았다.
타락시켜 권속으로 삼는다 해도 그 신성력이 전부 마기로 변해 버리니 말이야.
‘지금은 어쩔 수 없지. 이렇게 포션으로 회복시켜 주는 수밖에.’
다행히 회귀 전, 응급처치나 간단한 치료를 할 일이 많았고.
천유리는 화상과 탈진만을 입었기에.
시현만으로도 충분히 회복을 도와줄 수 있었다.
‘다행히 화상 자국은 안 남겠어.’
사실 남더라도 회복시킬 방법이야 무궁무진하지만.
애초에 안 남는 게 가장 좋긴 했다.
“미안해요. 천유리 씨.”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난 후.
[메인 퀘스트, [세계수 수호자>를 클리어하였습니다.]길었던 대재앙을 종료하는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