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146)
신의 천적, 회귀하다 146화
98. 신들의 연회, 엘리시움(1)
대재앙의 메인 퀘스트 클리어 조건은 언제나 그렇듯 ‘모든 적 처치’.
소내섬 주변 엘프들뿐 아니라 한국, 전 세계의 엘프들이 전부 다 처치된 것이다.
물론 다른 지역엔 장로는커녕, 하이 엘프도 몇 없었기에.
한국이 가장 늦게 끝난 편이라고.
시현은 예상했다.
엘프들은 세계수를 확보하기 위해 소내섬에 ‘힘의 한계’까지 병력들을 밀어 넣었을 테니까.
‘그래도 잘 막았어.’
물론 파괴된 건물이나 그런 것들이 적잖이 많았지만.
그래도 이 정도 희생과 피해면 감수할 만했다.
‘……언젠가는 모두를 지킬 수 있겠지.’
[스무 번째 재앙을 극복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대재앙을 극복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스무 번째 재앙이 끝나 ‘신들의 연회’가 진행됩니다.]이번 대재앙은 20번째 대재앙.
끝자리가 ‘0’으로 끝나는 대재앙이었기 때문에 [계약> 퀘스트는 진행되지 않았다.
대신.
[영웅들이 타락악귀 ‘이시현’ 님을 ‘신들의 연회’에 초대하였습니다.] [‘신들의 연회’를 거절할 시, 다음 대재앙까지 모든 경험치와 숙련도, 포인트 획득량이 60% 감소합니다.]열 번째 대재앙 프레데터가 끝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신들의 연회가 열렸다.
그 장소는 다름 아닌.
엘리시움(Elysium).
신과 관련이 있어 왕격을 획득하거나, 생전에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던 ‘영웅’들만이 갈 수 있는 장소.
하데스가 다스리는 사후 세계, 타르타로스와 스틱스 바로 옆에 붙어 있는 곳이었다.
‘재밌는 일이 많이 일어나겠어.’
사실 저곳엔 시현이 얽혀 있는 일이 많았다.
미카엘, 라미엘 등 에덴의 대천사들은 여전히 시현을 죽이려 하고 있었고.
사리엘은 그런 그들의 눈을 피해 시현과의 접촉을 원했다.
거래를 했지만 아직은 진행되지 않은 헤라와의 일도 있었으며.
시현이 티알피를 가두고 있다는 걸 아는 아스가르드의 신들이 어떻게 나올지도 미지수였다.
“좋아. 초대에 응하겠어.”
[‘엘리시움’으로 이동합니다.]‘오랜만이네.’
이윽고 시현이 도착한 곳은 뿌연 안개가 흐르고 있는 한 평야였다.
곳곳엔 하얀 벽돌로 이뤄진 고대 그리스 건축물이 있었고.
평야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다양한 영혼들이 안개와 어우러져 돌아다녔다.
[경고! 이곳은 엘리시움입니다.] [엘리시움의 지배자, ‘????’의 권능으로 인해 모든 플레이어, 왕들의 모든 스탯이 20으로 고정됩니다.] [엘리시움의 지배자, ‘????’의 권능으로 인해 모든 플레이어, 왕들은 기존의 아이템 효과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파파팟!
경고성 짙은 메시지와 함께.
시현이 가지고 있던 아이템들이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과연…….’
엘리시움의 지배자가 가지고 있는 힘을 생각해 보면.
그 또한 ‘절대신’.
그중에서도 특히나 강력하다고 알려진 신이었으니까.
후우웅…….
바람이 불고, 평야에 있는 각종 곡식, 특히 금빛 벼들이 흔들렸다.
‘여기 오면 이런 거 한번 해줘야지.’
시현이 금빛 벼들을 향해 손을 뻗으니.
투웅.
안에서 숨겨져 있던 한손검, 글라디우스가 튀어나왔다.
오랫동안 사용했던 천총운검과는 다른 생김새였지만.
그럭저럭 쓸 만했다.
촤라라락…… 촤악.
글라디우스를 낚아채듯 쥔 시현이 천총운검을 내려놓았다.
“오. 뭐야?”
“엄청 익숙하게 다루는데?”
“한 번 와본 적 있는 건가?”
“멍청한 소리 하지 말라고. 여긴 죽어야 올 수 있는 곳이야.”
묘기와도 같은 행동에.
수많은 플레이어들의 이목이 시현에게 집중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촤르르륵!
몇몇 플레이어들을 시작으로 거의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익숙하게 황금 벼 사이에 있는 무구들을 장착할 수 있었다.
‘뭐. 나야 많은 아이템을 사용했어서 더 이상 사용해 볼 의미가 없지.’
새롭거나 이전엔 쓰지 못했던 무기를 쓰는 플레이어들을 보며.
시현이 피식 웃었다.
[총 100명의 영웅들이 참석하였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곧 이벤트가 시작됩니다.]이번에 참가한 플레이어들의 수는 이전 발할라에 비해 2배는 많아진 상황.
“오? 또 뵙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현재 인도는 상황이 어떠십니까?”
“하…… 골치 아픕니다. 이번에도 많은 사람들이 죽었어요. 이집트는 어때요?”
“여기도…….”
“미국이…….”
“중국은…… 일본도…… 그러고 보니 러시아가…….”
플레이어들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뉘었다.
무구를 장착한 채 서로 강함을 겨루는 플레이어 그룹.
아니면 서로 친목질을 시작한 그룹이었다.
둘 다 나쁘진 않았다.
자신의 강함이 어느 정도 되는지 시험해 보고자 하는 마음도 이해가 갔고.
지역이 점점 더 확장되고 있는 게 명백하니, 미래를 대비해 안면을 터놓고 있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흐음…….’
하지만 시현은 다른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장난의 신, 로키.
어떤 방법을 사용한 건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나, 자신을 회귀시킨 장본인이었으니.
그에게 묻고 싶은 게 많았다.
‘비슈누, 브라흐마, 시바가 과거를 기억하는 걸로 봐서 혼자 날 회귀시킨 건 아닌 것 같지만.’
발할라에선 오딘의 눈길이 있기에 시현과 대화를 나누지 못했겠지만.
흘리드스캴프에 앉은 오딘의 시야가 닿지 않는 세계인 엘리시움에서도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로키, 그 녀석이 말이다.
‘젠장……!’
뿌연 안개와 영혼들 사이로 익숙한 몇몇 신들의 모습이 투영되었지만.
그 어디에서도 로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또 어디 숨어서 지켜보고 있는 거냐?’
그렇게 글라디우스를 들고 로키를 찾고 있을 때.
츠즈즈즉.
누군가의 기운이 엘리시움 전체를 덮었다.
“이, 이건……?”
“이 기운…….”
츠즈즈즉.
닿기만 해도 냉기가 느껴지는 어둠이 사방을 뒤덮었다.
시현이 가진 ‘밤의 장막’과 비슷하게 어둠이 펼쳐지더니.
이내 엘리시움 전체가 밤으로 뒤덮였다.
선선했던 바람은 차가운 칼바람이 되었고.
찬란했던 태양 빛은 사라져 불길한 기운만이 장내를 뒤덮었다.
죽음.
말 그대로 죽음의 기운이었다.
[안녕들 한가?]어둠 한가운데에서 나타난 창백한 피부의 미남자가 플레이어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마치 기계처럼 차갑고 무미건조한 표정과 말투였다.
검은 로브와 거대한 낫, 주변에서 풍기는 기운에.
몇몇 플레이어들은 그의 정체를 대충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물론, 시현은 그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죽음의 신.
타나토스(Thanatos).
‘죽음’ 그 자체를 상징하는 신이며.
사신(死神)인 만큼 굉장히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스윽.
‘날?’
잠시 시현을 슬쩍 바라본 타나토스의 입가가 비틀렸다.
‘아직 나와의 접점은 없을 텐데?’
하지만 녀석이 더 이상 아는 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현도 말없이 그를 쳐다볼 뿐이었다.
[지금부터 이벤트를 시작하겠다.] [이벤트, [엘리시움 게임!>이 진행됩니다.] [이벤트: 엘리시움 게임!>▶목표: 일대일 전투에서 승리.
▶보상: 레벨 +2
*첫 승리 시 얻는 보상입니다.
▶추가 보상: 연속으로 승리한다면 보상이 추가됩니다. (최대 5번까지.)
*5회 승리 시, 원하는 신을 알현할 수 있습니다.
▶실패 시: 사망.
*걱정 마십시오! 엘리시움에선 사망해도 부활합니다.
이벤트를 획득했다고 달라진 건 없었다.
[할 일도 많으니 빨리빨리 처리하지.]밝고 쾌활해 전투 자체를 즐겼던 헤임달과는 달리.
타나토스는 아무런 감정 없이 플레이어들의 위로 낫을 던질 뿐이었다.
스스슥.
[네가 첫 번째다.]낫이 누군가의 앞에 날아가 떨어졌다.
긴 머리를 뒤로 묶은, 미남자.
종천이었다.
“타락왕. 이시현 소협께 비무를 청하겠습니다.”
“이시현?”
“그게 누군데?”
“몰라? 어느 나라 사람이지?”
수군수군.
플레이어들이 웅성거렸다.
그들의 입장에선 당연한 소리였다.
‘그렇겠지.’
그 모습을 본 시현이 씁쓸하게 웃었다.
저번 [발할라게임!>에서 10등 안에 들었다곤 하지만.
전 세계로 본다면 시현은 그리 유명한 편이 아니었다.
아무리 많은 활약을 했다고 한들, 그건 한반도 내, 그것도 남한만의 이야기일 뿐.
신들의 케어를 받지 못하는 나라에 속하는 이곳은.
미국, 중국, 인도, 이집트 등. 신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정보 교류가 원활한 나라에 비하자면, 그리 주목받지 못했다.
그런데 가장 강력한 나라에 속하는 중국, 그곳에서도 가장 강력한 편에 속하는 종천이 이름 모를 플레이어를 지목했으니.
다른 플레이어들이 놀랄 만도 했다.
‘저놈은 쓸데없이 왜…….’
이유는 대충 짐작 갔다.
‘저번에 승부를 못 낸 것 때문에 그런가?’
비무광.
회귀 전, 시현이 종천에게 지어준 별명이었다.
그만큼 녀석은 검이나 서로의 강함, 능력 등을 맞대어 상대하는 걸 좋아했다.
‘뭐. 미리 친해져서 나쁠 건 없겠지.’
물론 종천에게 있어 ‘친해진다’의 의미는 다른 플레이어들과는 달랐다.
‘어차피 저놈한테 신뢰를 줘야 구해줄 수도 있을 테니까.’
스르릉.
아까 얻었던 글라디우스를 들어 올리며.
시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종천.”
씨익.
“좀 맞자.”
그렇게 타나토스의 낫이 돌아갔고.
모든 플레이어들의 상대가 매칭되었다.
“크흐…… 저놈하곤 내가 붙으려 했는데. 아쉽네?”
저번보다 근육이 더 빠진 듯한 아담이 시현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그쪽 상대는 나라고.”
“너?”
피식.
“넌 한주먹거리도 안 돼.”
콰아아아앙!
아담이 주먹 한 번을 내질렀을 뿐인데.
그 앞에 있던 영국 출신 플레이어의 기사 갑옷이 우그러지더니.
가슴팍이 터져 그대로 사망해 버렸다.
[축하합니다! 제일 먼저 상대를 쓰러뜨렸습니다.] [추가 보상을 획득합니다.] [원한다면 다음 상대를 지목할 수 있습니다.] [*단, 승자를 상대로만 지목 가능합니다.]“그래. 저 둘.”
저번에 발할라에서 만났던 기억을 떠올리며.
아담이 팔짱을 낀 채 시현과 종천을 바라봤다.
“저 둘이 얼마나 강한지나 볼까?”
“한 수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냐.”
“……?”
“네가 부탁하는데 내가 받아들이는 거야.”
“……소협께선 살짝 오만하시군요.”
스르릉…….
종천이 검을 빼어 들었다.
그가 장착하고 있던 무기 역시 엘리시움에 있던 검.
시현과 똑같은 글라디우스였다.
“그럼 가겠습니다.”
[경고! 음양의 기운이 모여듭니다.] [경고! 음양의 기운이 조화됩니다.]종천의 두 눈이 각각 하얀색과 검은색만을 채우며 번뜩이기 시작했다.
음양의 기운이 동시에 뭉쳐 태극 문양이 번뜩였고.
그 힘이 검신에 모여 그대로 시현에게 쏘아져 왔다.
‘그래. 여기서 다른 건 몰라도 스킬만은 사용할 수 있었지.’
그 모습을 본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스킬, ‘부정한 구름(A)’을 발동합니다.] [스킬, ‘라이트닝 티어(S)’를 발동합니다.] [스킬, ‘부정한 심판(A)’을 발동합니다.]시현의 주변으로 불길한 구름이 퍼져 나가고.
그 안으로 금빛, 검은빛 스파크가 피어올랐다.
공격 스킬엔 투자를 많이 안 한 시현이었기에 이게 전부였지만.
지금의 종천을 상대론 이 정도도 충분했다.
지이이잉!
음양, 두 기운을 머금은 종천의 검과 시현의 검이 부딪치니.
이내 징을 울리는 소리가 사방을 뒤덮었다.
[오…….] [저건 확실히…….]엘리시움의 안개에 숨은 신들이 중얼거렸다.
모습과 대략적인 생김새야 가렸다고는 하나.
놀람으로 번뜩이는 눈까지 감출 순 없었다.
[확실히…….] [절대신들의 아이템을 가져갔다 해서 눈여겨보고는 있었지만.] [생각보다도 훨씬 강력하군요.] [아이템 없이도 중국의 저 천재와 호각을 이룰 정도라니…….]그리고 그런 신들 사이.
모습을 자유자재로 바꾸며, 한 신이 킬킬 웃어대고 있었다.
‘종천이 중국에서 조금 친다곤 해도…… 아직 회귀자를 이길 수 있을 정도는 아니지. 그 회귀자가 가장 강력했던 인간 출신이라면 더더욱 말이야. 후후후후…… 포인트는 다 내 거야! 역시. 전 재산을 걸길 잘했어!’
그리고 그때.
콰아앙!
폭음과 함께 시현의 몸이 저 멀리 떨어져 나갔다.
[야! 일어나! 인마!]그 아슬아슬한 장면에 로키는 자신도 모르게 안개에서 튀어나와 소리쳤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