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147)
신의 천적, 회귀하다 147화
98. 신들의 연회, 엘리시움(2)
“로키! 너 이 새…….”
“어딜 보시는 겁니까?”
콰아아앙!
드디어 로키를 찾은 시현이었지만.
눈앞의 상대를 보고도 한눈을 팔 순 없었다.
“제가 만만해 보이셨나 봅니다?”
‘그럴…… 리가!’
종천은 시현의 예상보다도 훨씬 강해져 있는 상태였다.
시현은 막강한 스탯과 아이템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것과 달리, 종천은 애초에 검술과 스킬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
보유했던 아이템을 사용하지 못하고 스탯이 20으로 고정되는 페널티에 영향을 덜 받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시현이 아이템 전부를 쓰더라도 ‘쉽게는’ 이길 수 없는 상대임이 분명했다.
‘검술이 생각보다 정교해. 이미 어느 정도 경지에 올라 있는 건가?’
시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긴, 회귀 전에도 이 녀석을 만난 건 지금으로부터 한참 뒤니…….’
캉!
마력, 종천이 몸담고 있는 무림에선 ‘내공’이라 불리는 푸르스름한 기운이 담긴 검을 쳐내며.
[스킬, ‘부정한 심판(A)’을 발동합니다.]시현이 왼손을 뻗어 검은 벼락을 쏘아냈다.
“크흑…….”
종천이 아무리 빠르다곤 해도.
모든 속성 중 가장 빠른 ‘번개’를 피할 순 없었다.
파지직!
막대한 내공을 이용해 시현을 밀어냈던 종천이지만.
순식간에 덮쳐오는 온갖 상태 이상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좋지 않다.’
한 발짝 물러나는 와중에도 검기를 흩뿌리며.
종천이 이를 악물었다.
‘상태 이상이라니…….’
츠즈즉.
하지만 그가 물러난 그 순간.
코너에 몰렸다 생각한 시현이 오히려 그를 향해 달려왔다.
스탯은 이미 서로 20으로 고정된 상황.
평소보다 훨씬 느린 몸이고, 쓰던 무기도 아니었지만.
시현은 물러서지 않았고 오히려 정면승부를 택했다.
지이이잉…… 파지지직!
종천과 시현의 검이 어지러이 얽히며 파동음을 냈다.
‘주변에 있는 구름과 여기서 나오는 벼락…… 좋지 않다.’
상황을 재빠르게 파악한 종천이 검을 크게 한 바퀴 휘둘렀다.
태극검법(太極劍法).
문파가 멸망해 버리는 바람에 이를 가르쳐 줄 스승도, 사형도 존재하지 않았지만.
나름 잘 완성된 검술이 종천의 손과 검, 발을 통해 하나하나, 차근차근 쌓여갔다.
‘이래서 무당파란…….’
그 모습을 본 시현이 재빨리 손을 뻗었다.
후우우우웅!
그러자 황금 논에 있던 창 하나가 시현의 손으로 흡수되듯 빨려왔다.
“이 무슨……?”
“몰랐냐?”
씨익.
“여기선 무기를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거?”
“이시현 소협. 한 무기만으로도 극을 보기가 힘든데 그렇게 무리해 많은 무기를…….”
“난 너와 달라. 종천.”
창을 크게 휘둘러 빈틈을 만들고.
밑으로 자세를 낮추며.
‘부정한 심판(A)’을 머금은 글라디우스가 종천의 옆구리를 노렸다.
“너처럼 검의 끝에 다다를 생각은 없거든.”
회귀 전.
시현은 동료들이나 다른 랭커들에 비하면 ‘부족하다’라는 평을 받는 플레이어였다.
이유?
간단했다.
그에겐 뚜렷한 ‘강점’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한국의 천유리는 다재다능한 마법사였다.
술식 계산, 위력 증폭, 마력 컨트롤.
어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천재 마법사 플레이어.
거기에 ‘냉혈(A)’이라는 특성과 정령술까지 있었으니.
모든 마법사들이 그녀를 우러러보곤 했다.
일본의 츠키는 완전무결한 테이머였다.
정체 모를 알에서 부화시킨 구미호를 필두로.
달의 힘을 빌려 다양한 요괴를 소환하고, 녀석들의 힘 중 일부를 직접 사용하기도 했다.
다른 건 몰라도 달에서 나오는 ‘마력의 양’에서만큼은 그녀를 따라올 수 있는 플레이어가 없었다.
미국의 아담은 플레이어들 중 가장 강력한 ‘육체’를 가지고 있었다.
그의 특성과 스킬은 모두 주 스탯을 강화시키거나 더 빨리 상승시키는 효과만을 가지고 있었고.
심지어 아이템은 걸리적거린단 이유로 쓰지도 않았다.
그리고 지금 눈앞에 있는 상대, 중국의 종천.
그 누구도 ‘검술’에 있어서는 그를 따라올 수 없었다.
단순 검술뿐 아니라 보법, 권법 등 다양한 무술에 통달한 그는.
‘검’ 하나만으로 극의에 달했다고 평가받는 플레이어였다.
이에 반해, 시현은 뚜렷한 강점이 없었다.
그럼에도 그가 인류 최강의 플레이어가 되어 끝까지 살아남고.
결국 신들에게 맞서 싸울 수 있었던 이유.
아이템이었다.
천유리처럼 마법을 잘 사용하는 건 아니었지만 다양한 아이템을 사용해 그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었다.
츠키처럼 방대한 마력을 가진 건 아니었지만 그만큼 효율적으로 힘을 사용했고.
아담처럼 강한 육체 대신 아이템을 강화해 강력하고 재빠른 움직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종천처럼 한 무기, ‘검’의 극의에 달하진 못했지만.
다양한 무기를 적재적소에 사용하며 상대를 몰아붙였다.
시현은 애초에 회귀 전부터 모든 무기를 쓸 줄 아는 플레이어.
다른 건 몰라도 주어진 ‘아이템’ 활용엔 그를 따라올 수 있는 인물이 없었다.
카아앙!
시현이 손을 뻗음과 동시에 저 멀리서 방패가 쏘아져 왔다.
“이 무슨!”
그 모습을 본 종천이 이를 악물고 방패를 밟았다.
“소협! 내 충고 하나 해드리죠.”
지이이잉!
“그렇게 이것저것 다루다 보면 애매해질 겁니다. 무엇 하나 제대로 다룰 수 없게 될 거라는 거요!”
“그렇지. 근데 그거 아냐?”
씨익.
“원래 만능캐와 잡캐는 종이 한 장 차이야.”
글라디우스, 도, 대검, 활, 창, 핼버드, 메이스.
다양한 무기가 시현의 손에서 펼쳐졌다.
‘이게 어떻게……?’
그 모습을 본 종천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하나만 쓰는 데엔 다 이유가 있어. 이렇게 다양한 무기를 쓰면 쓸데없이 손발만 어지러워지니까.’
하지만 상대는 달랐다.
자신의 심장으로 창을 날림과 동시에.
머리론 메이스를 휘두르고, 허리춤엔 대검이 횡으로 그어진다.
그뿐인가?
시시각각 내리치는 번개까지 몸으로 받고 피해야만 했다.
무기를 하나만 피해도 정신없는 와중에 여러 개를 피해야 하니.
종천의 입장에선 저절로 손발이 꼬일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 경지라니. 그야말로 무신과 다름없구나.’
자신과 상대의 스탯이 고정되고 기존 아이템을 못 쓴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상대는 이런 조건이 없을 때 자신보다 몇 배는 강력할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래서 더더욱 물러날 순 없었다.
무당의 유일한 생존자.
무당유일검(武當唯一劍).
중국에서도 제일 강한 축에 속하는 플레이어였기 때문에.
그는 적어도 ‘단순 무기술’에 있어선 그 누구에게도 질 수 없었다.
이것은 유일하게 남은 무당파의 인물인 그의 자존심이자 전부였다.
“으아아아아!”
종천의 후광이 더더욱 큰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이렇게 어지러운 공격이 이어질 때 돌파 방법은 하나.
자잘한 공격은 무시하고 ‘한 점’만을 뚫는다.
물론 상대의 무기들은 하나하나가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것들이었지만.
이렇게 승부를 보지 않고서는 상대에게 질질 끌려다니다 패배할 뿐이다.
‘보법…….’
종천의 발이 기이하게 움직였다.
움직임 자체는 기본적인 보법을 따라 정석에 가까운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그 박자와 속도감이 상대와 지켜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파고들 틈을 잘 주지 않았다.
번쩍!
음양의 기운이 종천의 검신에 모여들더니.
이내 회색빛을 내뿜으며 휘둘러졌다.
파앗!
인간의 눈으론 좇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원이 그려지더니.
그대로 시현을 베었다.
파스스스…….
종천의 내공을 견디지 못한 엘리시움의 무기들이 반으로 갈라지더니 가루가 되어 소멸했다.
하지만.
“종천. 훌륭했다.”
왈칵…….
시현의 가슴팍에서 피 분수가 쏟아져 나왔다.
그만큼 종천의 검이 가진 위력이 강력했던 것이다.
하지만.
“소협, 아니, 이시현 대협. 역시 당신은…….”
시현이 지혈을 하는 동안.
종천의 목에 실선이 그어지더니 그대로 떨어져 내렸다.
[축하합니다! 이벤트, [엘리시움 게임!>을 클리어했습니다.] [타락왕 이시현 님께서 사망하였습니다.]시현은 그대로 과다 출혈로 사망했다.
종천의 검에 실린 내력이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타락왕 이시현 님께서 부활합니다!]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곳 역시 발할라에서 그랬던 것처럼 금세 부활할 수 있었다.
게다가 시현보다 종천이 먼저 사망했으니 이벤트도 ‘승리’로 처리된 상황이었다.
[…….] […….]시현이 부활한 그 순간.
안개 속에 있는 신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그들 모두 말은 안 하고 있었지만, 시현에게 다양한 감정을 보내고 있었다.
‘신의 아이템을 쓴다기에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중국의 저 천재를 꺾을 정도라고? 신의 아이템을 쓰지 않고도?’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어. 이놈은 단순히 템빨이 아니야.’
시현은 아이템이 없어도 충분히 호랑이였다.
그것도 가장 큰 대륙의 천재를 꺾어버린, 흉포한 호랑이.
그런 호랑이에게 강력한 신의 아이템들까지 있으니.
날개로 모자라 티타늄 발톱을 달아버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와…….”
“종천을 이겼다고?”
“한국의 플레이어랬나?”
그 모습을 보고 감탄한 건 신들뿐만이 아니었다.
인간 플레이어들.
특히 미국과 중국의 플레이어들이 감탄하며 시현을 쳐다봤다.
‘종천은 내가 제일 먼저 꺾었어야 했는데…….’
‘제법이군.’
‘……이렇게 되면 각국 플레이어의 랭킹을 다시 매겨야겠어.’
그렇게 시현이 몸을 털고 일어났을 때.
누군가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좋은 승부였습니다. 소협.”
“너. 아깐 대협이라며.”
“그건…… 하하하하.”
‘그래도 이 녀석…… 생각보다 강해.’
종천의 검술은 방대한 마력(내공)을 바탕으로 펼치는 검술이다.
즉, 녀석이 가진 마력이 많으면 많을수록 위력이 곱절로 강해진다는 소리였다.
‘내 생각보다 내공도 많이 모았고. 가진 내공에 비해서 힘도 잘 끌어내. 회귀 전처럼 천유리와 츠키가 붙어서 마력을 다루는 법을 알려주면 더 빠르게 강해질 수 있…….’
“왜 그렇게 보십니까?”
종천이 질색팔색하며 뒤로 물러났다.
“소, 소협. 설마 저에게 흥미가…….”
“헛소리하지 말고 인마. 몸이나 일으켜 줘.”
“……하오.”
그렇게 종천의 손을 잡고 일어나며.
시현이 녀석의 귀에 대고 작게 말했다.
“십만대산.”
“……마교?!”
“티 내지 말고. 거길 찾아가 봐. 지역 통합되면. 거기에 멸문의 증거가 있을 테니.”
“자, 잠깐…… 대협!”
그렇게 자신을 잡으려는 종천에게서 벗어나며.
시현이 다시 주변을 돌아봤다.
‘사라졌나?’
로키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하긴, 이 녀석이 마음먹고 숨으려면 누구도 못 찾지. 절친 헤르메스라면 모를까.’
아쉬움을 뒤로한 채.
시현은 눈앞에 떠오른 홀로그램 창을 확인했다.
[이벤트, [엘리시움 게임!>을 계속해 진행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상대를 지목할 수 있습니다.]그 유명한 종천을 꺾은 상대였기에.
그 어떤 플레이어도 시현에게 도전하려 하지 않았다.
‘그럼 어쩔 수 없지.’
씨익.
‘이쪽에서 가는 수밖에.’
이어지는 일대일 전투는 어렵지 않았다.
종천은 이곳에 모인 플레이어들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인물.
조금만 더 있으면 왕격을 획득할 수 있을 정도였으니.
시현과 붙고 싶어 했던 아담은 다른 이들의 지목을 받아 다른 전투를 펼칠 수밖에 없었고.
츠키는 이번에 100위권 안에 들지 못해 엘리시움에 오지도 못했다.
“정말로…… 정말로 강하군요. 타락왕.”
시현의 마지막 상대 미국 텍사스의 브라이언 안드레가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상상 이상이야.”
“좋은 거 아닌가?”
“……좋다고?”
시현의 말에 브라이언의 짙은 눈썹이 휘었다.
“어차피 인간들은 하나 아니야?”
“진정으로 인간이 뭉칠 수 있다 생각하는 건가?”
“물론.”
서걱.
시현이 글라디우스로 브라이언의 목을 벰과 동시에.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믿을 수 없습니다! 5승을 달성하였습니다!] [보상과 추가 보상이 대재앙 [세계수 수호자> 보상에 추가됩니다!] [회색 지대로 이동합니다.]파지지직!
이젠 시현의 고유 지대로 변해 버린 회색 지대.
이곳에 오자마자 보이는 건 시현을 반기는 여러 아이템들과.
타락한 영광에게 붙들려 있는 신, 티알피였다.
[*5승을 달성하였으므로 원하는 신을 ‘알현’할 수 있습니다.]“아스가르드 장난의 신, 로키.”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당장 튀어나와.”
[후호호호홋!]다소 괴상한 하이 톤의 웃음소리와 함께.
회색 지대에 균열이 일더니 한 미녀가 튀어나왔다.
[고맙다! 이시현! 역시 너야!]“……?”
[네 덕분에 번 포인트가 얼마야? 흐흐흐흐…….]철없이 웃어대는 로키를 보며.
시현이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그래. 로키. 우리 할 말이 있지?”
[그렇지? 아무래도.]스릉?
[널 회귀시킨 게 나니까.]